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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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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7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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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DUMMY

숨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눈앞의 상황에 질려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램프에선 여전히 불빛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루도는 황급히 니암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자신의 입에서도 신음이 새어나온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마리네가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한 채 한걸음 내디뎠다.

끼이이이익.

바싹 마른 나무판자가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렀다. 건조한 공기가 얼굴을 덮쳤다. 가슴이 답답하여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싶었으나, 공포에 질려 그럴 수도 없었다. 마리네는 정신을 놓고 있다 그만 바닥에 떨어진 생선 갤런틴을 밟고 말았다. 하지만 생선 특유의 물컹거리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저 파삭, 하며 마른 나뭇잎처럼 바스러질 뿐이었다. 루도가 마리네를 멈춰 세웠다.


“가...지마. 더 이상...가지마.”


마리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뺨을 타고 내린 눈물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눈물은 그대로 나무판자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판자가 다시 기묘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건 마치 울고 있는 마리네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물, 물을 달라고. 눈물이든 핏물이든, 뭐든 달라고.

물을 뿌리면 환상이 사라질까? 이 끔찍한, 믿기지 않는 참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물을 먹이면, 저들은 다시 살아날까? 아니, 그럴 리가. 루도는 입술을 깨물었다. 누구의 눈을 봐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완벽하게, 죽었다.


“모두 죽었어. 돌아와. 여긴 안전하지 않아.”


“루도....하지만...어째서? 왜?”


마리네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직도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나 커다란 충격에 사고가 마비된 탓이었다. 루도는 니암의 눈도 가려버렸다. 그러나 가린 손조차 부들부들 떨렸다.

술집 안의 사람들은 모두 주검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힘없이 의자에 걸쳐져 있거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생존자는 없었다. 예외도 없었다. 그들은 손님, 종업원 할 것 없이 모조리 죽었다.

미이라처럼 몸이 바싹 마른 채로.

미처 눈을 감을 틈도 없었다. 그들은 모두 퀭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한 건지 알려달라는 것처럼. 나뭇가지마냥 쪼그라든 팔목이, 손가락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리네는 역겨움을 이기지 못하고 구토를 했다.

시체뿐만 아니라, 건물 안의 모든 것이 바싹 말라있었다. 접시엔 수프가 며칠 동안이나 방치해둔 것처럼 말라붙었다. 바닥을 구르는 맥주잔엔 필시 맥주가 그득하게 들어 있었을 것이다. 급사의 손에 들려있는 행주가 원래 저렇게 빳빳했을까? 마치 수분이란 수분은 모조리 빨아들인 것 같았다. 이 건물을 통째로 말려버린 것처럼.


“가자. 여긴 위험해. 다른 곳으로 움직이자.”


“어...어디로? 디리터가 술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이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마리네는 고개를 저었다. 이곳엔 단 일 초라도 있고 싶지 않았다. 여긴 모조리 죽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죽었다.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닫았다. 촛불만이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리네는 애써 마음을 추스르며 얼굴을 훔쳤다. 거짓말이면 좋을 텐데. 헛것을 본 거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저지른 거지?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몰라. 확실한 건 여기서 도망가야 한다는 거야.”


루도는 어둠이 깔린 골목길을 불안하게 훑었다. 범인이 어디선가 몸을 도사린 채 자신들을 노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들은 광휘의 결사 5명을 순식간에 절명시키고, 술집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비명 한 마디 새어나가지 않게 처리했다.

이쯤 되자 범인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읽었던 전설 속의 몬스터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아이들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든 좋았다. 어서 이 끔찍한 장소를 벗어나야 했다. 그리고, 그들과 마주쳤다.


“앗...?”


니암의 비명은 다시 루도에 의해 막혔다.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버둥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차가운 소름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사지가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루도와 마리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둠 속에서 희끄무레한 형체가 다가오고 있었다.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그 정체불명의 실루엣이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꿈틀거렸다. 그것은 유령 같기도 하고, 괴물 같기도 했다. 뇌수를 빨아먹는다는 전설 속의 악마 같기도 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그것이 사람들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은 결코 빠르지 않은 속도로, 느긋하게 아이들을 향해 다가왔다. 냅다 등을 돌려 달아난다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다리에 힘이 풀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절망. 아이들은 혹시라도 어둠이 자신들의 몸을 숨겨주어 모른 체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그 미약한 희망마저 여지없이 깨졌다. 그것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형체가 점차 명확해졌다.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는 하나로 보였으나, 자세히 보니 두 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히,히.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수확인걸. 수도회나 교단이나, 정말 허술해 빠졌는데? 굳이 싸움을 붙일 필요도 없었겠어.”


그것은 약간 날카로운 고음의 목소리였다. 그저 소곤거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온몸의 털이 바짝바짝 섰다. 마치 귓전에 대고 유리창을 긁는 것 같았다.


“오늘은 좀 피곤하군. 어서 가서 자고 싶은데.”


또 다른 목소리는 중후한 남성의 것이었다. 곧 희끄무레한 윤곽이 그의 것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잘 손질된 은빛의 플레이트 메일(plate mail)을 입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하게 둘러진 그 쇳덩이는 예전에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제르칸트와 똑 닮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루도와 마리네의 눈이 흔들렸다. 다시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했다.


“어떻게 하지? 그냥 두고 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오늘 주어진 임무는 모두 완수했다. 다른 일은 내 알 바 아니야.”


“히히히히. 그렇겠지. 딱히 아이를 빼앗아오란 명령은 받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꼬맹이는 모두 셋이잖아? 그럼 나머지 둘은 쓸데없는 목격자가 되었다는 소린데...”


두 사내가 바로 앞까지 다가오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양이 앞의 쥐라는 게 이런 기분일까? 조금이라도 발걸음을 뗐다간 그대로 커다란 입에 삼켜질 것 같은, 그런 압도적인 위압감이었다.

가까이 서자 그들의 얼굴이 보였다. 한 명은 창백한 얼굴에 쭉 찢어진 눈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째진 입에서 연신 혓바닥이 날름거렸다. 그의 씰룩거리는 입을 보고 있자니 금방이라도 구렁이로 변해 자신들을 삼킬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한 명은 헬름(helm)으로 얼굴을 가려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차가운 시선만으로도 이미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창백한 남자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자아, 그럼, 두 마린 죽여야겠는데? 어이, 너 생김새라던가 그런 거 알고 있냐?”


“...모른다.”


“킥킥...그럼 곤란한데? 진짜가 누군지 어떻게 알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턱을 어루만지더니 루도를 향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꼬마. 셋 중 누가 진짜지? 응? 성실히 대답하면 편하게 죽여줄게.”


“이...이익!”


문득 이 거리는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루도는 등에 차고 있던 목검을 뽑아 그 남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하지만 목검은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루도는 엄청난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다른 두 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부러진 목검을 바라보았다. 저런 것이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그 남자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낄낄대며 말했다.


“키..키키키킥. 이건 예상외의 반응이로군. 어떻게 해석해야 하려나?”


갑주를 입은 남자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죽음을 앞둔 생명체라면.”


“그랬었지. 큭큭. 깨달을 틈도 없이 죽여버리는 게 일상이 되니 가끔 까먹거든.”


쓰러진 루도가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마리네의 턱이 달달 떨렸다. 이건, 불가능하다. 검술이 뛰어나느니 미숙하다느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눈앞의 사내들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들이다. 압도적인 절망감. 창백한 사내가 다시 말했다.


“그냥 다 죽여버려도 되지 않나? 예전처럼 말이야. 어차피 하나는 우리 손안에 있으니까.”


“살리고 죽이고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야.”


“킥킥킥...어쨌든 덕분에 한 마리는 가려냈네. 나한테 덤빈 꼬마. 진짜에게 검술 같은 걸 가르쳤을 리가 없으니까. 자아, 그럼.”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등 뒤로 보랏빛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넘실거리며 루도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루도는 비틀거리며 물러서려 했으나, 뒤에 있던 돌부리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연기는 어느새 그의 온 사방을 휘감고 있었다.


“으...아아...”


“루도!”


마리네가 그를 끌어내려고 연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팔을 뺐다. 단지 연기에 잠깐 들어갔던 것뿐인데도, 그의 팔은 날카로운 강판에 쓸린 것처럼 피부가 벗겨져 있었다.


“이...이게 뭐야?”


창백한 사내가 그의 눈에 떠오른 공포를 보며 흥겨워했다. 그는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으키키키킥! 걱정하지 마. 사실 여부에 따라 너도 곧 따라가게 될 테니까.”


루도는 이미 안개에 포위되어 있었다. 그는 다급하게 머리를 굴렸다.


‘젠장! 제기랄!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도망칠, 도망칠 구멍은...’


그러나 빠져나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었다. 창백한 사내가 팔을 들어 올리자, 흐물거리던 안개가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저 팔이 내려가는 순간 안개는 주저 없이 루도를 덮칠 것이다. 마리네가 그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다시 예의 반동에 의해 튕겨나갔다. 루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휩싸였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잘 가라.”


그때였다. 그가 팔을 내리려는 순간, 붉은색의 구체가 쏜살같이 날아와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퍼엉! 남자는 폭발의 충격에 날아가 근처에 있던 담벼락에 처박혔다. 근처에 있던 니암도 폭압을 이기지 못하고 데굴데굴 굴렀다. 뒤이어 두 번째의 구체가 담벼락에 꽂혔다. 세 번째, 네 번째, 먼저 것을 이어 다음 것이. 수십 개의 구체가 쓰러진 남자를 향해 연사 됐다. 퍼퍼퍼펑!

루도는 재빨리 달려가 쓰러진 니암을 껴안았다. 튕겨 나온 돌조각이 어지럽게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자욱한 돌먼지가 일대를 뒤덮었다. 구체가 쇄도한 담벼락은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다. 갑주를 입은 사내는 동료가 날아갔는데도 놀라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는 무심한 눈으로 구체가 날아온 지붕을 바라보았다.

지붕 끄트머리에는 로브를 입은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그는 달을 등진 채 무너진 담벼락을 응시했다. 그의 손에서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처럼 불덩어리가 이글거렸다. 갑작스러운 구원자의 등장에 아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갑주를 입은 사내가 말했다.


“당신이었군. 경비병을 모두 잠재운 자가.”


지붕 위의 남자는 불덩어리를 하나 더 날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시 강렬한 폭음이 이어지고, 먼지바람이 일대를 뒤덮었다. 그의 입에서 잔뜩 쉰 칼칼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엄살 부리지 마라, 안다바리엘.”


“킥킥킥킥킥! 역시 단장님은 속일 수가 없군요.”


날카로운 목소리의 사내는 안다바리엘이라 불리는 모양이었다. 그가 키득거리며 돌조각을 걷어냈다. 아이들 모두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입을 벌렸다. 담벼락이 모조리 가루가 되어버릴 정도의 맹격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공성탑을 가져다 놓아도 여지없이 파괴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돌먼지만 조금 묻었을 뿐 잔 상처 하나 없었다.

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


“이게 몇 년 만이죠?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인사치고는 좀 과격하시군요.”


“네 녀석을 죽이는 데 경고 따위는 필요 없지. 어째서 이 도시에 나타난 거지?”


“킥킥. 제가 태어난 나라를 돌아다니겠다는데 무슨 참견이십니까?”


“...그 더러운 입부터 날려버려야겠군.”


“단장님이야말로 여기까진 어인 행차십니까? 웬만하면 그 얼굴은 마주치고 싶지 않은데요.”


갑주를 입은 사내의 눈썹이 약간 씰룩거렸다. 그는 천천히 검을 뽑으며 자세를 잡았다. 루도와 마리네는 그 모습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정결한 동작이었다. 그가 무거운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가 관절을 움직일 때도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는 검 끝을 지붕 위의 남자에게 향한 채 말했다.


“단장?...아아. 당신이 죽지 못하는 그람인가? 실제로 보긴 처음인데.”


그람이라 불린 남자는 질문을 무시한 채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니암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가 묘하게 꿈틀거렸다. 그람은 갑주를 입은 사내를 향해 말했다.


“그렇군...루프리모인가. 너희들 뜻대로 되게 하진 않는다. 안개송곳니.”


안다바리엘이 허리를 꺾으며 웃었다. 그의 죽 찢어진 입이 크게 벌어졌다.


“크키키킥! 단장님, 무슨 일을 벌이려고 여기까지 오셨는지는 모르겠는데요. 더 이상 방해하시면 곤란합니다.”


“네가 나를 당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해보시겠습니까? 언제까지 단장님이 제 위에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그람의 머리 위로 커다란 불덩이가 생성됐다. 불덩이는 공중에 뜬 채 격렬하기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이 계속될수록 불덩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작은 달걀만 하던 것이 주먹만 하게, 주먹만 하던 것이 다시 수박만 하게 커졌다. 회전이 격렬해짐에 따라 불덩이가 내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불덩어리는 금방이라도 쏘아져 나갈 것처럼 거칠게 포효했다. 우르르르르...


“크하하! 굳이 소동을 일으키고 싶진 않았는데!”


안다바리엘 역시 두고 보고 있진 않았다. 그가 손을 뻗자 예의 보랏빛 연기가 그의 몸에서 피어올랐다. 연기는 한 점으로 뭉치더니,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늑대의 입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숨죽인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기척을 보였다간 저 불덩이와 안개가 자신들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이었다.

형태를 갖춘 안개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것은 금방이라도 그람을 삼켜버릴 것처럼 입을 날름거렸다. 그람의 어깨가 멈칫거렸다. 안다바리엘이 말했다.


“고작 생각해낸 것이 블래스트 파이어볼(blast fireball)입니까? 저를 그렇게 약하게 보셨다니 실망인데요!”


“자만하지 마라, 쓰레기.”


이제 마차 바퀴 정도로 커진 불덩어리가 서서히 회전을 멈추고 있었다. 보랏빛 안개는 그람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으나, 명령만 떨어진다면 즉시 그를 향해 돌진할 태세였다. 둘이 격돌한다면 이 일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은 자명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갑주를 입은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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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1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4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3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0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3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2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5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4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7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5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3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0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5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9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3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20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7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1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3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6 50 15쪽
»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6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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