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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061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4.15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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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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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21쪽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7)

DUMMY

선두에서 사냥을 개시하자 숨어 있던 녀석들도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트롤의 모습에 아낙네들이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당황하기는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트롤?! 트롤이 나타났다!”


“젠장! 어떻게 이 시기에?! 그것도 대낮인데!”


모두의 예상을 완벽히 깬 습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트롤의 습성을 재조명할 여유는 없었다. 나물을 캐던 아낙들은 혼비백산해 루도가 있는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따라온 병사 둘도 공황상태에 빠져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나타난 트롤의 숫자는 전부 여섯. 소대급의 인원을 파견해도 모자랄 상황에 단 두 명의 병사가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애초에 그들이 따라나선 것도 삵이나 독사 따위를 퇴치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루도와 마리네는 침착하게 놈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무리지어 몰려왔다는 점에서 늑대와 비슷했지만, 그 크기가 개과 동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아니, 다른 무엇보다 생김새가 너무나도 흉물스러워 놈들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루도는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이쪽은 레인저 둘과 전력이 보탬이 될지 알 수 없는 겁먹은 병사 둘. 상대는 사람 가죽 따윈 우습게 찢어버리는 괴물이 여섯이나 됐다. 게다가 지켜야 할 아녀자들도 있으니, 상황은 최악을 달린다고 봐야 했다.

그런데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르유의 일갈이 터졌다. 그녀는 먼저 소환한 유티넬을 재빨리 되돌려 보내고는, 다른 카드를 꺼내며 외쳤다.


“지켜줘, 웬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땅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오고 있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워어어...”


가장 앞서 달려오던 트롤이 막 루도와 충돌하려는 때였다. 이빨이 부딪힐 정도로 요동치던 진동이 한순간 사라지더니, 돌연 트롤이 있던 자리에서 바위가 튀어 올라왔다.


“퀴레레렉!!”


온천수도 정통으로 맞으면 내장이 파열될 정도인데, 분출한 바위를 맞고 몸이 성할 리 없었다. 비참한 비명과 함께 수십 미터를 날아간 트롤은, 여지없이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놈이 추락하는 순간 살덩이가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났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루도는 할 말을 잃은 채 전방에 솟아오른 바위를 바라보았다.


“오와...”


바위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롤을 날린 바윗덩이는 정령의 한쪽 팔에 불과했음이 곧 밝혀졌다. 뚫고 나온 팔을 축으로 삼아, 머리와 나머지 한쪽 팔이, 그리고 거대한 몸통이, 하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3미터는 족히 될 법한 높이에, 몸은 전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 전 트롤을 날렸을 때 묻은 살점이 거인의 주먹에 늘러 붙은 채 너덜거렸다. 만약 그 바위 거인이 아르유가 불러낸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도리어 트롤 쪽으로 달음박질칠지도 몰랐다. 그만큼 거인은 웅장하고, 또 압도적이었다.


“이건 대체...”


아르유는 재빨리 웬덤의 목에 올라탔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어서 도망가요! 제가 시간을 벌게요!”


아마 늑대나 멧돼지 따위였다면 당장에 웬덤의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줄행랑을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트롤이었다. 놈들은 동료의 참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웬덤이 거대하다고는 하나, 트롤 역시 2미터에 가까운 몬스터였다.

아르유도 오래 버티진 못할 거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지시하자 웬덤이 그 거대한 두 팔을 들어 올리더니, 땅바닥에 세차게 내리꽂았다.


“구워어어어어!”


엄청난 진동과 함께 웬덤의 포효소리가 귀청을 흔들었다. 트롤들이 멈칫거리는 틈을 타 아르유가 다시 말했다.


“뭐하고 있어요오, 다들! 어서 가요. 오래는 못 버틴단 말예요!”


그제야 공황에 빠져있던 아낙들이 정신을 차렸다. 그녀들은 아르유에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을 어귀를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도망치라고 지시한 것은 비단 부녀자들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루도, 마리네, 그리고 병사들에게도 자리를 떠날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인간이 트롤과 정면승부로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한두 마리면 모를까, 놈들은 무려 여섯이나 됐다.


“미...미안하다, 아르유.”


“걱정 마세요. 저도 곧 따라갈게요!”


병사 둘이 주춤거리며 물러나다가, 이내 마음을 굳힌 듯 등을 돌렸다. 아르유는 루도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오빠들도 빨리...!”


“엉?”


하지만 아르유의 기대와는 달리, 두 명의 레인저는 달아나기는커녕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둘이 웬덤과 나란히 서자 아르유가 놀라서 물었다.


“뭐...뭐하는 거예요? 저건 트롤이라고요!”


“나도 알아!”


루도는 화가 나 소리를 빽 질렀다. 그의 적반하장에 아르유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리네를 바라보자 그 역시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코앞까지 다가온 트롤들을 보며 루도와 마리네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루도가 검을 쥔 손잡이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젖도 안 뗀 코흘리개에게 등을 맡기고 도망친다라, 접시에 코 박고 죽는 게 낫지. 안 그러냐?”


마리네가 이에 화답했다.


“물론. 죽어서도 길드 사람들을 볼 낯이 없지.”


아르유는 기가 막혀 입만 뻐끔거렸다. 하지만 이젠 둘을 설득할 시간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두 사람을 도주시키는 걸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카드에 힘을 불어넣었다.


“난 몰라! 허세부릴 때가 아니란 말이에요! 웬덤!!”


웬덤이 앞서나온 트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웬덤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트롤이 재빨리 몸을 숙여 공격을 피한 것이었다. 일격이 빗나가자 웬덤의 거구는 곳곳에서 빈틈을 드러냈다. 트롤은 재빨리 웬덤의 옆구리를 파고들더니, 올라탄 아르유를 노리고 도약했다.


“꺄아앗?!”


거대한 팔이 그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루도와 마리네가 그녀를 구했다. 루도가 트롤의 어깨를 잘라내는 한편, 마리네는 자세를 숙인 채 달려와 놈의 복부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키륵!! 키르륵!!”


놈의 입에서 기분 나쁜 비명이 터졌다. 마리네는 녀석을 처치했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검을 빼내려 했다. 그런데, 검이 무언가에 걸려 빠지질 않는 것이었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렸다.


“어...?!”


눈앞에 보인 것은, 녀석의 광기에 찬 눈동자, 피로 물든 붉은 송곳니. 놈은 남은 한 손으로 검을 붙든 채, 움직이지 못하는 마리네를 그대로 물어뜯으려 했다. 마리네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으아악?!”


꽈직. 마리네의 얼굴에 피와 살점 파편이 사정없이 튀었다. 트롤이 그의 목을 물려는 찰나, 웬덤이 놈의 머리통을 쥐고 그대로 으스러뜨린 것이었다. 두개골이 완전히 박살나자 트롤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당황해 정신을 못 차리는 마리네에게 아르유가 말했다.


“트롤은 웬만한 상처는 금방 재생시켜요. 쓰러뜨리려면 머리를 노려야 해요!”


“뭐 이딴 게...”


루도와 마리네는 다가오는 다른 트롤을 베고서, 재빨리 웬덤의 뒤에 숨었다. 단 한 마리 처치한 것인데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떨림이 진정되지 않았다. 놈들은 완력도 엄청나서, 한 번 팔을 휘두를 때마다 웬덤의 몸통이 퍽퍽 부서져 나갔다. 루도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


“젠장, 진짜 괴물이잖아.”


“어...괴물이야...”


“썩을! 진짜 괴물이라고!”


둘은 다시 치고 나갔다. 둘은 트롤들이 웬덤의 공격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측면을 공격했다. 이번에는 둘의 협공이 적중했다. 루도가 근처에 있던 트롤에게 달려가 정강이를 베자 놈은 비명을 지르며 무릎 꿇었고, 뒤이어 온 마리네가 놈의 머리통을 정통으로 날렸다.

그즈음 다른 트롤들은 웬덤에게 달라붙어 집요하게 아르유를 노리고 있었다. 웬덤의 공격은 대부분 빗나갔고, 그나마 나머지 한쪽 팔도 아르유를 보호하기 위해 이리저리 휘젓기만 할 뿐이었다. 그걸 본 루도가 목청이 터져라 외쳤다.


“이걸로 셋 남았다, 이 자식들아~!!”


적을 피해 달아나던 게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확실히 지난 몇 달간의 전투는 일행에게 많은 경험을 쌓게 해준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 루도는 자신을 향해 돌격하는 트롤 세 마리를 보면서도 결코 물러서거나 하지 않았다. 실전은 그로 하여금 두려움을 잊게 해주었다.


“덤벼! 레인저가 동물 따위에게 질 쏘냐!”


루도는 트롤이 팔을 뻗길 기다렸다가, 몸을 숙이며 검을 맞휘둘렀다. 놈들에게 무기가 없다는 점은 커다란 호재였다. 루도와 격돌한 녀석은 손가락을 모조리 베이곤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다른 두 마리의 트롤이 양 측면에서 그를 노리고 달려오고 있었다.

왼쪽에서 접근한 놈은 좀 전처럼 검을 휘둘러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놈이 문제였다. 녀석은 팔을 뻗는 척하며 루도를 속이고는, 그 긴 다리로 그대로 배를 걷어찼다.


“컥...”


루도는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지만, 재빨리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너무 세게 맞은 탓인지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그를 혼미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었다.


‘헛것? 아니, 미치겠네.’


처음 웬덤이 날려 보낸 게 하나, 그다음으로 얼굴을 으스러뜨린 게 하나, 마리네와 힘을 합쳐 목을 자른 게 하나. 쓰러뜨린 트롤은 총 셋이었다. 여섯이 나타났으니, 그럼 남은 트롤은 셋이어야 할 텐데...눈에 들어오는 건 분명 네 마리였다. 처음 웬덤에게 공격당한 녀석이 어느새 상처를 치유하고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잠깐 뜸을 들인 사이 손가락이 잘린 트롤의 손에서 어느새 새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루도와 마리네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신체구조란 말인가!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재차 방어에 임하려 할 때였다. 갑자기 옆에서 아르유가 쥐어짜 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러다간 다 죽는다구.”


그것은 루도나 마리네가 아닌, 웬덤에게 건넨 말이었다. 그녀가 도리질하자 하늘색 단발머리가 허공에서 물결쳤다. 그러더니 그녀는 품에서 또 다른 카드를 꺼내며 외쳤다.


“키엘, 도와줘!”


그녀의 부름에 따라, 한 줄기 불꽃이 카드를 뚫고 나왔다. 불꽃은 아르유 주위를 한 바퀴 선회하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불길은 점차 사그라졌고, 이내 주먹만 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강아지 같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귀뚜라미 같기도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의 얼굴에 귀뚜라미의 다리를 지니고 있었다.


“키...엘...저것들....태워...”


아르유가 멈칫거리며 트롤들을 가리켰다. 그런데 그녀의 목소리는 좀 전과 확연히 차이 날 정도로 가라앉아있었고, 눈의 초점은 흐릿해 어디를 보는 건지 확인이 안 될 정도였다.


“끽.”


그녀의 상태가 어찌 됐든, 키엘은 소환자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목표를 확인한 키엘의 갈기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번 몸을 움츠렸다가 화살처럼 튀어나갔는데,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트롤들은 미처 피하지도 못했다.

키엘이 한 트롤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퀴레레렉!!”


기름을 붓고 불을 질러도 그렇게 불길이 치솟진 않았을 것이다. 키엘이 자폭하자 5미터 높이는 될 법한 불기둥이 생성된 것이다. 표적이 된 트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꼼짝없이 타들어갔다. 근처에 있던 루도가 얼굴이 화끈거려 물러설 정도로 엄청난 온도였다.

트롤 하나를 완전히 전소시킨 뒤, 불꽃이 다시 한 자리로 모였다. 다시금 형태를 갖춘 키엘이 다른 목표를 찾기 시작했다. 불꽃으로 된 혓바닥이 곰실거리며 트롤을 향했다.


“끽, 끽?”


그런데 그 순간, 웬덤에게 올라타 있던 아르유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건지 공중에서 균형조차 잡지 못했다. 근처에 있던 마리네가 황급히 그녀를 받았다.


“아르유? 왜 그래! 정신차려!”


“아...괜찮...둘을 동시...동조가 힘...들...”


그녀는 마치 태엽이 나간 인형처럼 띄엄띄엄 말했다. 정신이 순간적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마리네가 보기에, 아르유의 상태는 매우 기묘했다. 항상 생글거리던 얼굴에선 표정이 완전히 사라졌고, 눈은 크게 떠져 있으나 어딜 향하고 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마리네는 그녀를 일으켜 부축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손목이 사람이 아닌 인형을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외상이 없어 뭐라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키엘이 주춤거리는 사이, 트롤 하나가 웬덤의 견제를 뚫고 들어왔다. 마리네는 녀석이 접근하는 걸 봤으나, 아르유를 부축하고 있기 때문에 민첩히 대응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트롤이 둘을 노리고 팔을 뻗었다.


‘윽...!’


꼼짝없는 한 방이었다. 마리네는 아르유를 최대한 감싼 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곧이어 트롤의 일격은...

날아오지 않았다. 아무런 소식이 없자 마리네는 실눈을 뜨고 전방을 살폈다. 트롤은 분명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키르륵...키케게게..!”


“뭐지...?”


녀석을 포함해, 남은 트롤들이 전부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리네는 또 아르유가 무슨 수를 부린 건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산송장처럼 굳은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일행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는 동안에도 트롤의 비상은 계속됐다. 3미터, 4미터, 급기야는 웬덤의 팔이 닿지 않는 곳까지, 녀석들은 올라갔다.


“마법...!”


확신은 없었지만 루도는 그게 마법의 효과라고 생각했다. 트롤들의 표정을 보니 자의로 떠오른 것 같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녀석들의 몸이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와 마리네, 그리고 두 마리의 정령들마저도 떠오르는 트롤들을 망연히 주시했다. 그리고 10미터쯤 올라갔을까?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아서 피해라.”


뿌직. 트롤들은 자세를 잡으려 허우적대다가, 그대로 터졌다.


“으엑...”


자신이 웬만큼 비위가 강하다고 생각했던 루도도 그 순간에는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밟아 터뜨린 것처럼, 내장과 살점에 허공에 흩어졌다. 목을 베지 않으면 안 죽는다고 했던가? 그게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몰라도, 트롤들이 전부 절명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 짜부라져 걸레가 되어 버렸다.


“키엘, 돌아가라.”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러자 키엘의 몸이 화륵, 타오르고는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트롤의 유해가 땅에 떨어진 것도 그 즈음이었다.


“왁, 우왁!”


“오메!!”


내장으로 샤워하는 기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경험이었다.  속옷까지 피에 젖었음은 물론이고, 내장 조각과 눈알 파편이 셔츠 안을 파고들었다. 루도와 마리네는 삽시간에 피범벅이 된 자신들의 모습을 처량하게 바라보았다.


“우웩, 써.”


아르유가 입에 들어간 살점을 뱉어냈다.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 마리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괜찮니?”


“헤헤, 죄송해요. 역시 무리였나 봐요.”


“이 멍청한 녀석아! 할애비가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귀청을 흔들었다. 그 박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아르유는 물론이거니와 멀리 있던 루도마저도 어깨를 움츠렸다. 아르유를 질타한 목소리는 루도도 익히 아는 사람이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몇 시간 동안 욕설을 들었었으니까.


‘이건...’


‘안트로서다.’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는 틀림없는 그의 것이었다. 아르유가 보이지도 않는 조부를 향해 미소 지었다.


“에헤헤, 죄송해요. 그래도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동시에 두 마리의 정령을 부리는 일은 절대로 지양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잘못했다간 정신이 붕괴될 뻔했어.”


“죄송해요오....”


아르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전혀 반성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도리어 마리네를 보며 방긋 웃기까지 했다. 그녀는 옷소매로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쓱쓱 닦아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오빠들 정말 굉장해요! 트롤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다니, 보통 사람이었으면 벌써 곤죽이 되었을 텐데~!”


“난 네가 더 대단한 거 같은데...”


마리네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생각보다 내장이 많이 묻어 느낌은 별로였지만.

한편, 루도는 혹시 트롤들 중에 살아난 녀석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폈다. 잿더미가 된 게 하나, 목이 날아간 게 둘, 그리고 형체를 알 수 없게 짜부라진 게 셋. 확실히 습격한 트롤들은 모두 죽은 것 같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자니, 안트로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네놈이 죽인 거냐? 목 잘린 트롤.”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지만, 당연하게도 안트로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루도는 쭈뼛거리며 답했다.


“저기, 어디 계신 거죠?”


“집이지 어디야. 질문에나 대답해.”


“예, 뭐...한 마리밖에 못 잡았지만요. 그것보다, 좀 전에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흥, 겨우 한 마리냐. 뜨뜻미지근하군.”


“...?”


알 수 없는 평가였다. 일주일 만에 만난 건데도 안트로서는 여전히 쌀쌀맞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었다. 루도는 왠지 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마가 간지러웠다. 그가 말했다.


“저기, 안트로서. 지난번에 저희가 로샤단 소속이라고 했던 얘기 말인데요...”


“아르유! 얼른 집으로 돌아가거라! 가서 목욕 깨끗이 하고!! 당분간 정령술 사용 금지다.”


너무도 확실하게 묵살하는 바람에 루도는 얼른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안트로서는 그가 꺼낸 화제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손녀를 나무라는 데만 열중했다. 계속된 타박에 아르유가 혀를 날름 내밀었다.


“피이, 손녀가 죽을 뻔 했는데, 걱정도 안 되세요?”


셋은 채집도구를 주섬주섬 챙기곤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루도는 숲을 벗어나기 전 난장판이 된 공터를 한 번 뒤돌아보았다. 나물 좀 캐려다 죽을 뻔하다니, 정말 살 떨리는 섬이었다. 아니, 아르유 말에 의하면 트롤이 이 시기에 출몰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니 자신의 운을 탓해야 할지도 몰랐다. 트롤에게 걷어차인 아랫배가 심하게 땅겨왔다.


***


트롤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듣고 헐레벌떡 달려온 윈프레드는 처참한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물론, 처참하다는 표현은 자경단이 아닌 트롤들 쪽에 어울렸지만 말이다.


“믿기지가 않는군...”


디리터가 피범벅이 된 뺨을 쓰윽 닦고는 들판에 주저앉았다. 그의 발치에는 형체를 알 수 없게 난자된 트롤의 머리 두 개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오는 윈프레드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여어, 아저씨! 이놈들 머리를 완전히 부셔야 죽는다며.”


“병신아, 자르기만 하면 돼.”


제리온이 낄낄대며 그를 놀렸다. 그는 셔츠가 땀에 흠뻑 젖은 데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얼굴에는 승전의 미소가 가득 띠워져 있었다.

윈프레드는 멍한 얼굴로 병사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하지만 병사들도 입만 뻐끔거리고 있어서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요컨대, 믿기지 않지만, 눈앞에 일어난 광경이 그가 생각하는 그것이라는 얘기였다. 마침 이칼롯이 게이트로 들어서고 있었다. 윈프레드가 물었다.


“저거, 전부 자네들이 해치운 건가?”


이칼롯이 병사들에게 힐끔 눈길을 건넸다. 그러자 병사들은 하나같이 정색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방인 셋이 트롤과 싸우는 동안 울타리 안에서 벌벌 떨고 있던 이들이, 자신을 힐난하는 눈초리를 회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칼롯은 손에 든 트롤 목 세 개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디리터가 해치운 놈은 안쓰러울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반면, 이칼롯이 상대한 셋은 일격에 한 마리씩, 깔끔하게 목이 잘려나갔다. 물론 가장 고통스럽게 죽은 건 제리온이 불태운 두 마리였지만 말이다.

그는 텔슈피드를 칼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무난합니다. 안개송곳니를 상대하던 때에 비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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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1) +3 15.04.14 733 24 17쪽
136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完) +3 15.04.12 825 25 15쪽
135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5) +3 15.04.12 656 23 17쪽
134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4) +2 15.04.12 666 25 17쪽
133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3) +1 15.04.12 657 27 19쪽
132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2) +3 15.04.12 754 25 21쪽
131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1) +1 15.04.12 880 25 17쪽
13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1) +6 15.04.11 969 30 16쪽
129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0) +1 15.04.11 939 26 19쪽
128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9) +2 15.04.11 976 25 21쪽
127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8) +2 15.04.11 979 25 19쪽
126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7) +2 15.04.11 836 28 18쪽
125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6) +1 15.04.11 838 23 21쪽
124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5) +1 15.04.11 931 29 18쪽
123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4) +3 15.04.09 1,051 33 25쪽
122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3) +3 15.04.09 973 25 19쪽
121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2) +4 15.04.09 744 25 13쪽
12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 +1 15.04.09 1,013 25 17쪽
119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6) +3 15.04.09 940 28 16쪽
118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5) +2 15.04.09 825 30 15쪽
117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4) +7 15.04.07 1,139 35 22쪽
116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3) +2 15.04.07 936 31 17쪽
115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2) +2 15.04.07 743 32 11쪽
114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1) +2 15.04.07 1,032 28 18쪽
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85 28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991 31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87 28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62 27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999 27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894 30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56 28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86 25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1 28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81 30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797 30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0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3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3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2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1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4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4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2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69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4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9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2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19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7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0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2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5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1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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