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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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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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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4.0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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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DUMMY

근방의 지리를 모른다는 것이 이리도 통탄스러울 줄이야. 마리네는 달리며 계속 울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적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골목길을 꺾어 달리고 있긴 했으나, 도무지 말을 맡겨놓은 마구간이 어디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조금 전 지나쳤던 것이 분명한 건초더미와 마주치자 다급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건물은 모두 비슷한 형식으로 지어져 있어 어느 게 어느 것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당황하여 발만 구르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에레이시아가 역정을 냈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건데 그래요? 딱 봐도 헤매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앗...저, 그게, 마구간이 어디였죠?”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답했다.


“따라와요. 지름길을 알고 있으니까.”


마리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인도를 부탁했다. 그녀가 선두에 서서 길을 안내했고, 마리네가 그녀 대신 아렌베일을 부축했다. 아렌베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를 부축하자마자 마리네의 어깨가 축축이 젖어들었다. 그에게서 배어 나온 땀으로 이미 옷에선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그의 몸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리네가 자신의 몸을 부축하자, 아렌베일이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로샤단에게 도움을 받을 줄은 몰랐는데, 정말 세상사 애꿎군그래.”


마리네 역시 억지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러게요. 난 분명 당신을 죽이러 온 거였는데, 어째 이렇게 되네요.”


둘은 에레이시아의 뒤를 쫓아 골목을 꺾어 들어갔다. 골목은 작달막한 초가집이 겹겹이 들어선 형태로서, 건물의 구조가 대부분 1층으로 제작되어 있어 길이 좁은데도 시야를 가리는 편은 아니었다. 아렌베일이 예상보다 많이 지쳐 있어 끙끙거리며 그를 부축할 즈음이었다.

마리네는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검이 스르릉 뽑히는 소리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초가지붕 위에는 한 남자가 막 무기를 뽑은 채 그대로 뛰어내리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그는 그대로 지붕을 박차고 뛰어내렸는데, 노리는 것은 마리네가 아니라 선두에 있던 에레이시아였다.

마리네는 부축하던 아렌베일을 내팽개치고 그대로 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뽑을 시간도 모자라, 그는 냅다 그의 옆구리를 노리고 몸을 날렸다. 도강하던 남자가 돌진하는 마리네의 움직임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공중에서 벽을 박차 방향을 틀었다.

그는 그대로 에레이시아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마리네 역시 균형을 잃지 않고 재빨리 검을 뽑아 자세를 취했다. 둘 사이에 끼인 에레이시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머? 에?”


“어서 이쪽으로 와요! 엎드려!!”


마리네가 검을 젖힌 채 거칠게 뛰어들었다. 에레이시아의 시야에서 보면 마치 그가 그녀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반대편에 있던 남자도 달려들었다.

에레이시아는 멀뚱하니 서 있었지만 마리네의 마지막 지시는 똑똑히 알아들었다. 그녀는 다이빙하듯 그대로 마리네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자리에선 이내 날카로운 검의 경합이 일어났다.

채앵, 채앵.

마리네가 적의 무기를 쳐냈다고 생각한 순간, 순식간에 관자놀이를 노리고 은색의 갈고리가 쇄도해왔다. 그는 검을 물려 갈고리를 막는 것과 동시에 적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찼다. 하지만 적은 발길질을 가볍게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순식간에 6미터가량을 뒷걸음질쳤다.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제법이군.”


그 남자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마리네 역시 순간적인 검격에 가슴이 쿵쾅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상대방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그는 귀 아래로 닿을 듯 말 듯한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으나, 칙칙해 보이는 금발이 어딘가 음울한 인상을 주었다. 그는 여느 용병들이 그렇듯 가벼운 가죽 계열 무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마리네가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두 자루의 쇼텔(shotel)을 들고 있었다. 마리네는 재빨리 그의 무기를 분석해 보았다. 날이 낚싯바늘처럼 뭉툭하게 휘어진 그것은, 얼핏 보아도 직선 무기의 한계를 노려 급소를 찌르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것은 상대의 무기에 걸어 걸쇠 역할로도 사용할 수 있고, 적의 사각을 노려 뒤통수나 정수리를 찍을 수도 있는 무기였다.

책에서나 보던 무기를 실제로 대면하게 되자 마리네는 짐짓 긴장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 부족은 즉 죽음을 의미했다. 상대 역시 그의 동요를 눈치 챈 듯, 자세를 가볍게 고치며 말했다.


“눈치가 있는 소년이군. 내 무기는 흔한 종류가 아니니까. 그래, 어차피 죽을 운명이긴 하지만, 그래도 통성명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 난 아케니온의 게네스다. 넌 갈색 머리니까 마리네 캄블러겠군?”


예상대로 그들은 일행의 신상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마리네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왜 우릴 노리는 거죠? 우린 당신들하고 원수진 기억이 없는데.”


“이런 이런, 우린 용병이라고. 그런 감상적인 이유로 살인을 저지를 리가 없잖아.”


“안개송곳니의 사주를 받은 거군요. 당신들은 전부 미쳤어.”


“틀린 말은 아니군.”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게네스가 민첩하게 공격해 들어왔다. 그는 두 개의 쇼텔을 현란하게 휘두르며 마리네의 시야를 어지럽혔다. 주춤거리던 마리네는 이대론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오히려 불시에 치고 들어갔다. 공격패턴을 파악할 수 없는 무기라면, 공격당하기 전에 쓰러뜨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는 상대방의 공격 째로 튕겨낼 생각으로 완만하게 검을 휘둘렀다. 게네스의 무기는 매우 짧은 편이었으므로, 간격만 유지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그의 의도대로 게네스의 상체가 마리네의 공격을 막느라 휘청거렸다. 이대로 승부를 끝낼 요량으로 마리네는 검을 눕혀 날카롭게 찔러 넣었다.

그의 검이 게네스의 심장을 꿰뚫기 직전, 마리네는 그의 눈동자가 다채롭게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 아차 싶어 서둘러 공격을 물리려 했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게네스는 간발의 차로 몸을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하는 한편, 쇼텔을 걸쇠처럼 마리네의 검에 척 걸쳤다. 그는 그대로 왼팔을 쭉 밀어 당겼다.


“으아앗?!”


차라리 검을 놓쳤으면 좋으련만, 칼자루를 억세게 쥐고 있던 탓에 그의 몸이 같이 딸려왔다. 몸의 중심은 말할 것도 없고 팔이 오른쪽으로 쏠려 순간적으로 흉부가 무방비하게 노출됐다. 게네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 틈을 파고들었다. 그는 마리네의 옆구리를 노리고 나머지 하나의 쇼텔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 순간, 뒤편에서 아렌베일의 기진맥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톤 스킨(Ston skin)."


마리네의 살굿빛 피부가 순식간에 진한 회색으로 뒤덮였다. 게네스의 쇼텔이 그의 옆구리를 정확히 찔렀으나, 도리어 벽돌에라도 막힌 것처럼 튕겨 나왔다.


“음?!”


“으아아아?”


갑작스런 상황에 놀란 것은 게네스가 아니라 오히려 마리네 쪽이었다. 꼼짝없이 당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게네스의 공격이 무언가에 막혀 튕긴 것이었다. 자신이 언제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나 싶어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는데, 팔이며 손목이 석고상처럼 회색빛이 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우왓! 이게 무슨...”


“방어 마법인가? 그런 초췌한 모습으로 제법이군, 마법사.”


마리네와 에레이시아의 눈이 일제히 아렌베일을 향했다. 그는 담벼락에 기댄 채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으나, 그 눈만은 아직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마리네가 영문을 몰라 입을 뻐끔거리고 있으니,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가서 싸워, 로샤단! 네 몸은 지금 돌덩어리처럼 딱딱해져 있어.”


마리네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마법사가 시키는 것은 잠자코 따르는 게 좋다는 걸 이미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그였다.

마리네가 공격해 오자, 게네스는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몇 개 꺼내 그대로 내던졌다. 그의 투척기술은 아렌베일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뛰어나서, 세 개의 나이프가 정확히 마리네의 목, 가슴, 미간을 노리고 날아왔다. 마리네가 놀라 황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뒤이어 날아온 나이프가 그대로 그의 정수리에 꽂혔다.


까앙!


정으로 망치질이라도 하는 듯한 효과음에 마리네와 게네스 둘 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에 꽂히는 게 분명한 상황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이프는 그대로 튕겨 나가 마리네의 발치에 떨어졌다.


“큭..이런 바보 같은..”


“우와아, 이게 뭐야! 거짓말 같아.”


보이지 않는 철벽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확신이 서자 마리네는 두말하지 않고 공격해 들어갔다. 그는 아예 방어조차 신경 쓰지 않은 채 공격에 몰두했고, 그런 그의 맹격에 게네스도 주춤거리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검격이 이어지고 마침내 마리네의 공격이 게네스의 상박(上膊)을 베는 데에 이르렀다.


“으윽!”


게네스는 얼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싸워본들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무기는 힘보다는 예리함에 중점을 둔 것이라 마리네의 암석 피부를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법사 하나가 일을 망치는군. 정말 귀찮은 부류야.”


그는 근처에 있던 나무통을 밟고 그대로 건물 지붕으로 뛰어올랐다. 그는 마리네와 에레이시아, 아렌베일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본 후 그대로 지붕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마리네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리해서 그를 뒤쫓을 수도 있었지만, 가슴이 뛰어 그 이상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렌베일의 마법이 없었다면 벌써 두세 번은 목숨이 달아났을 것이었다. 게다가 루도는 아직도 쫓기고 있을 것이므로, 서둘러 나머지 일행에게 상황을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막 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등을 돌리려 하는데, 다시 아렌베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드 퍼슨(Hold person)."


그가 손짓하자 마리네는 동상이라도 된 것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날 너무 믿는군, 로샤단. 넌 이제 내가 이 손을 내리지 않는 한 눈썹 하나 까딱할 수 없어.”


아렌베일은 오른손을 든 채 비척이며 마리네를 향해 걸어갔다. 곁에 있던 에레이시아가 당황하여 외쳤다.


“자...잠깐, 이봐요!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저 소년은 방금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싸웠잖아요.”


아렌베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파리해진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그웬드린양, 저들과 제가 동지가 될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오해가 있었든 없었든, 우리 근위대와 로샤단은 서로 교전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최후에 살아남은 것이 저와 그들이죠. 계략이었으니 서로를 용서한다, 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


에레이시아는 섣불리 반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 복수의 대상이 변했다고 해서 그 원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렌베일은 천천히 마리네의 목덜미에 손을 갖다 댔다. 마리네는 마법의 영향으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만 시간이 완전히 정지한 것 같았다. 에레이시아가 그를 말리려고 막 소리치려는 참이었다.


“난 너희를 죽였고, 너희 역시 나를 죽였다.”


그는 조용히 팔을 내렸다. 그 순간 마법이 풀려, 마리네는 재빨리 검을 겨누며 뒤돌아섰다. 하지만 아렌베일은 오른팔을 축 늘어뜨린 채 처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마리네도 섣불리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에게 마법을 건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무방비한 상태의 자신을 선뜻 풀어준 것도 사실이었다.

그의 혼란을 눈치 챈 듯, 아렌베일이 말했다.


“죽고 살고의 문제는 예전에 버렸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안 이상 이대로 사라져버릴 순 없지. ...안개송곳니라고 했나? 반드시 이 일의 의혹을 파헤쳐, 내 동료들의 넋을 기릴 것이야.”


“그럼 당신은 어째서...”


“너희가 날 죽이지 않은 것에 대한 보답이다. 이제 난 본국으로 돌아갈 거야.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내 나름대로 복수를 계획할 거다.”


마리네는 천천히 검을 내렸다. 자신이나 아렌베일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를 잃고, 절규하고, 분노하고, 그리고 다시 일어서고. 서로의 입장이 다를 뿐, 그는 이제 로샤단과 같은 길을 걸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로샤단을 습격한 마법 근위대 소속이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마리네는 고민했다. 그를 이대로 놓아줘도 되는 것일까? 만약 루도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지금 당신을 죽여버리면 어떻게 할 건데요?”


아렌베일은 피식 웃었다. 자신의 늘어진 한쪽 팔이나, 마리네의 검이나 뭐가 다르단 말인가.


“넌 너무 무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마음의 날을 좀 더...갈아놓는 게 좋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에레이시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꿍한 얼굴을 보자 어딘가 가슴 한 편이 아려왔다. 그는 최대한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갑작스럽지만, 작별입니다 그웬드린양.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폐만 끼치고 가는군요.”


에레이시아는 팔짱을 낀 채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 아렌베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대꾸하지 않자 그는 낮게 목례한 후 그대로 등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그녀가 문득 입을 열었다.


“알긴 아는군요. 댁 덕분에 멀쩡한 집도 날리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어요. 설마 이대로 입 씻고 사라질 생각이에요?”


“그건...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일이 잘 풀려 살아남게 된다면, 그땐 반드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기약도 없는 약속이군요. 정말, 웃기지도 않아. 내가 미쳤지! 왜 저런 수상한 사람을 집에 들여놔가지고.”


“면목 없습니다...”


에레이시아는 그 후로도 연신 꿍얼거렸으나, 말과는 달리 아렌베일의 몸 상태를 꼼꼼하게 점검해주었다. 마리네가 보기에 그녀는 그다지 화가 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정말로 분노한 사람이라면 날이 시퍼렇게 선 채 폭언을 퍼부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새침하게 받아칠 뿐 험한 말을 입에 담진 않았다.

짧은 작별인사를 한 후, 아렌베일은 마리네를 지나쳐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리네는 그 순간까지 그를 멍하니 바라볼 뿐 딱히 공격할 만한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아렌베일은 마지막으로 그를 향해 짧게 말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당신을 놓쳤다는 걸 알면 다들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그는 피식 웃고는, 비틀거리며 마을 외곽을 향해 사라져갔다. 마리네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후, 에레이시아와 함께 마구간으로 달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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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3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9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0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3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2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5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4 31 14쪽
»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9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9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7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5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3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0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5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9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4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3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20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7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1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6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3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6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6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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