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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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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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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4.0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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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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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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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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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쟁에 승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또 지금도 고통받고 있다. 그들도, 우리도...결국 얻어낸 것은 상대방의 피 뿐이었다. 굳이 승자 - 승리라는 것이 가장 덜 잃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 를 뽑으라면 알룬도랄까... 그는 무(無)에서 시작하여 가장 많은 것을 창출해낸 인물이었다.

-카이안 루시올라, 신아전쟁(神兒戰爭)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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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녀석도 기껏 그 정도였을 뿐이지. 하지만 아쉽군. 너희들은 자질이 보여. 임무만 아니었으면 죽이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는 이미 상황이 정리된 것처럼 단정했다. 그의 자만 아닌 자만에 일행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발가르가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제폰에게 달려들었다. 이칼롯이 그를 구하려고 뛰어들었으나 이미 한 발짝 늦은 뒤였다.


“으억?!”


보기 좋게 덤벼든 그는 제폰에게는 손끝 하나 데지 못한 채 허벅지를 베이고 말았다. 뒤이어 검이 그의 목을 관통하려는 찰나, 이칼롯이 쏜살같이 달려와 이를 쳐올렸다.

그 즉시 이루어진 둘의 맞대결에 다른 이들은 할 말을 잃었다. 눈으로 따라가기조차 힘든 검의 경합. 가세하려 해도 자칫 잘못했다간 둘 사이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발가르가 뒤로 물러서는 수 초간 검 부딪히는 소리가 열댓 번은 넘게 울려 퍼졌다.

이칼롯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맹렬히 몰아붙였다. 그 기세에 눌려 제폰은 막기에만 급급할 정도였다.

아니,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훌륭하군. 멋진 연계야.”


“....!”


불현듯 등줄기를 휩쓸고 간 오한에 그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는 숨을 고르며 상대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대로 끝장을 볼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보기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제폰도 그들과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어째서 물러섰지? 날 쓰러뜨릴 기회였을 텐데.”


여전히 이칼롯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껏 넓어진 동공이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거기서 물러서지 않았다면 반드시 죽었을 것이다.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흐트러짐 없는 제폰의 방어태세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여유 있는 목소리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폰에게 뭔가가 더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쨌든 한 방 먹었군. 작전은 성공이라 그건가.”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에 마리네가 서 있었다. 제폰이 이칼롯과 경합을 벌이는 사이 재빨리 그를 피해 지나간 것이었다. 그는 뒤도 안 보고 2층으로 뛸 생각이었지만, 이칼롯이 걱정되어 순간적으로 멈춰 서고 말았다. 그러자 이칼롯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 어서 가.


- 아차차, 미안!


그가 사라지자, 홀 안에는 짧은 정적이 감돌았다. 이칼롯과 호위대 쪽은 먼저 달려들 생각이 전혀 없었고, 제폰은 뭔가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는 검을 세운 채 블레이드 부분을 찬찬히 훑어보는 중이었다.


“너는 너무 몸을 사리고 있어. 감이 너무 좋다는 게 문제로군.”


자신에 대한 평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칼롯은 어째서 그가 공격해 오지 않는지, 그리고 어째서 저렇게 검신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치 도자기에 새겨진 문양을 보는 것 같은, 혹은 화랑에 걸린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폰이 검을 반 바퀴 돌리는 순간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게 무엇인지 드러났다.


“저...저게 뭡니까?”


검의 블레이드 부분에 기묘한 문양이 그려지고 있었다. 제폰의 검에는 작은 홈이 파여 있었는데, 칼날에 묻은 피가 그 홈을 따라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호위대 기사가 이칼롯에게 물었지만, 그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피의 문양이 점점 완성되어갈수록, 그는 그것이 문양이 아니라 문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금 전 레이시의 스크롤에서 보았던...마법사들의 글자.

그가 느낀 불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끝내도록 하지.”


이윽고 홈이 피로 가득 채워지자, 제폰은 검을 일자로 세워 가슴에 모았다.


“블러디 로어(Bloody Roar)."


키키키키키키키....

유리를 긁는 것 같은 소름끼치는 음향이 홀 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제폰의 검을 에워싸기 시작하는 얇은 피의 막, 이칼롯은 온몸을 휘감는 위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저게 뭘까, 저게 뭘까...

알 리가 없다. 저런 건 처음 보는 광경이다. 그런데도 목덜미를 꿰뚫는 이 오한은 대체 뭐란 말인가? 분명 처음 보는 것일 텐데...어딘가 익숙한 저 모습.


-위험하다, 위험하다. 저건 진짜로 위험하다.


이칼롯의 모든 신경이 그의 검에게로 쏠렸다. 그는 제폰의 검에 무언가 비범한 능력이 있음을 확신했다. 그 예로, 피를 먹은 직후부터 저렇게 빛을 내고 있지 않은가?!

그때 자신의 검이 그랬던 것처럼...


칼자루를 쥔 제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걸 본 순간 이칼롯은 주저 없이 허리를 숙였다. 머리 위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훙.

재빨리 몸을 일으킨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다.

상반신이 말끔히 잘려나간 기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폰이 검을 휘두른 위치에 있던 것은 사람이고 철갑이고 할 것 없이 모조리 절단되었다.


“역시 감이 좋군.”


제폰의 목소리 따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벽도, 기둥도, 죽은 기사가 들고 있던 검도...모두 깨끗하게 잘렸다. 돌을 긁는 마찰음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저 머리 위로, 그것도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도로 한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공간에 있던 것은 모조리 절단됐다.

차라리 종이를 자르라고 해도 이렇게 무기력하게 썰리진 않으리라. 이칼롯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그의 검은 피하면 피했지 결코 막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조금 전 평범하게 검을 주고받아도 도저히 이길 수 없던 상대였다. 용케 이칼롯을 따라 몸을 숙였던 발가르는 아예 진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으아...”


“즐거웠다, 로샤단.”


제폰이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다시 검을 치켜세웠다. 단순히 한번 휘두른 것도 이 정도, 여러 번 연격을 퍼붓는다면 아무리 기민하게 움직인들 당해낼 리 없었다. 이칼롯은 빠져나갈 수 없는 절망을 느꼈다.


“아...들어가시면...!”


그런데 그 순간, 닫혀 있던 여관 문을 박차고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 소리에 제폰의 공격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그는 원치 않은 소음에 고개를 돌렸다.


“이칼롯!!”


문이 열리자 바깥의 햇살이 얼굴을 때렸다. 그러고 보니 대낮이었던가...너무 절망적인 상황이라 밤이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찾아온 광명에 이칼롯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맑은 여인의 목소리. 언젠가 들은 기억이 났다. 오히려 하늘이 빛바랠 정도로 푸른 머릿결, 그것만으로도 그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데루루피아가 자신을 말리는 아나이스를 뿌리치며 말했다.


“물러서, 안개송곳니! 허튼짓 하면 너희 대장의 목숨은 없어!”



***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마리네는 남모르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납치되는 친구를 보고도 두 손 놓고 있어야 했던 무력함. 그 상처를 떨쳐내기 위해 그는 죽어라 검술에 매진했다.

그런데 노력의 결실을 보여줄 틈도 없이, 람카디스는 죽어버리고 말았다. 또 아무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는 절망했다. 그 후 마리네에게는 동료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기이할 정도로 과민반응이 일어나는 버릇이 생겨났다.


‘내가 지켜야 해.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제기랄, 제기랄!’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루도는 또다시 위험에 빠졌다. 제리온, 디리터는 보이지도 않고 이칼롯은 괴물 같은 검사에게 발이 묶여 있다.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다. 그는 숨도 쉬지 않고 계단을 박차 올랐다.

복도에 들어온 순간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루도의 어깻죽지에 단검이 꽂히는 광경이었다.


“으아아아!!”


그는 괴성을 지르며 루도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루도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위첼의 글레이브가 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챙! 어쩔 수 없이 멈춰 선 그를 보며 위첼이 낮게 웃었다.


“큭...겨우 이 정도로...”


루도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복도 끝에 있는 창문을 통해 뛰어내릴 생각이었다. 상대가 따라 뛰든 말든, 그대로 1층 홀로 달려가 자신의 무기를 되찾으면 그걸로 전세역전일 거라 생각했다. 레이시가 접근하자 그는 복도에 걸린 문패를 뽑아 던졌다.


“오오...이런, 이런...”


왼손으로 던진 탓에 명중률은 형편없었지만, 그럭저럭 레이시의 접근을 저지할 정도는 됐다. 레이시는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었다. 조금 전 그가 던진 단검에 어깨를 찔리긴 했지만, 깊이 박히지 않아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 위첼은 마리네에게 묶여 있으니 자신의 무기만 되찾는다면 상황이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 끝났습니다. 루도 레인폴. 그만 포기하시죠.”


저건 또 무슨 허세란 말인가? 그를 향해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급하게 뛰는 루도와 달리 레이시는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창문까지는 코앞, 레이시와의 거리는 이미 열 보가 넘게 벌어진 상태였다.


‘헷...저딴 여유도 이제 끝이지. 내 검만 찾으면...’


그는 뛰어내리기 전 다시 한 번 위협할 생각으로 주변에 있던 문패를 뽑아들었다. 단검에 찔린 오른 어깨가 욱신거렸지만, 참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등을 돌리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문패를 던졌다.


“이거나 처먹어!!”


툭. 문패가 땅에 떨어졌다.


“...어?”


자기 발밑에 떨어진 문패를 보며 루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이게 내 발밑에 있지? 분명 저기 있는 개자식의 정수리에 찍혔어야 하는데...루도는 자신의 힘없이 늘어진 왼팔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놓친 건가...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그는 떨어진 문패를 집으려고 팔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불로 지지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그를 엄습해왔다.


“컥...! 뭐...? 으...아....!”


불에 달군 송곳이 팔 마디마디를 찌르는 기분이었다. 찔린 곳은 분명 오른팔이었을 텐데, 통증은 왼팔에서도 전해지고 있었다. 아니, 통증이 점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깨에서 팔로, 명치로, 복부로.

루도의 무릎이 푹 꺾였다. 창문까지는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런데 그 한 발짝조차 내디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은 엄청났다.


“크...억...”


“루...루도!!”


마리네가 그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위첼은 아예 루도 쪽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복도를 막아선 채였다. 복도의 너비도 좁아 그를 돌파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리네가 몇 차례 위협적으로 검을 내질러 보았으나 하릴없이 튕겨 나왔다.


“이런, 성급하게 굴다간 목이 날아갈 거야.”


“빌어먹을, 비켜!”


그가 다시 돌파를 시도했으나 위첼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글레이브를 완만하게 휘두르며 마리네를 저지했다. 마리네가 그렇게 발이 묶여 있는 동안, 레이시는 천천히 루도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효과가 좀 있습니까? 신경독이지만 좀 아플 겁니다.”


독이 발라져 있던 것인가! 루도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입에서 침과 피가 뒤섞여 흘러나왔다. 심장이 뛸 때마다, 피가 흐를 때마다 사지가 절단되는 듯한 고통이 들이닥쳤다.


“너...이 자식...!”


자신이 지금 숨을 쉬는 건지 아닌지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독이 퍼질수록 의식은 더욱 또렷해졌다.

레이시가 품속에서 또 다른 단검을 꺼내 들었다. 조금 전에 사용한 과도 크기의 나이프와는 확연히 다른, 30cm는 될 법한 길이의 검이었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는 루도 앞에 무릎 꿇었다.


“이대로 둬도 죽겠지만, 일은 확실히 하는 게 좋죠. 괜히 놔뒀다가 또 되살아나기라도 하면 정말 곤란하거든요. 이게 당신에게도 고통을 덜 수 있어 좋을 겁니다.”


“크...아...”


이젠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최대한 이성을 유지해보려 애썼지만 그조차도 격통 때문에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눈동자를 굴리는 데에도 엄청난 통증을 감수해야 했다.

레이시의 검이 루도의 가슴팍을 향한 채 서서히 올라갔다. 레더아머조차 입지 않은 상황, 저런 걸 맞았다간 틀림없이 즉사였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루도는 입술을 짓씹으며 땅을 박찼다.


“으아아아!!”


그는 복도 끝에 위치한 방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그것 만으로도 엄청난 격통이 느껴져, 그는 그대로 침대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땅에 눌리는 살갗은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쓰라렸다.

레이시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그는 조금 전에도 충분히 루도를 찌를 수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검을 물리는 선택을 했다. 아마 그의 발악을 즐기고 있는 것이리라. 지금 상황에서 루도는 병아리보다도 무력했다.

복도에선 마리네와 위첼이 여전히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비켜, 이 개새끼야! 비키라고!!”


마리네는 이제 방어조차 포기한 채 위첼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의 공격이 워낙 매서웠는지 위첼도 조금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뚫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설사 뚫는다 하더라도, 레이시는 이미 루도의 가슴팍에 단검을 올려놓고 있었다.


“안 돼!! 루도! 안 돼!!”


마리네는 절규했다. 레이시가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루도를 끝장내러 가는 것이리라.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선 안 되는데! 이번에도 지키지 못하는 건가? 또 누군가가 죽어가는 데도 손 놓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래선 안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도를, 자신이 가장 끔찍이 여기는 친구를 죽게 할 순 없었다. 마리네는 빌었다. 누구에게 비는 건지 모르는 데도 빌었다. 자신이 안 된다면,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루도를 구해달라고.

언젠가 에리안델은 말했었다. 정말로 간절히 기원하면 신이 그것을 들어준다고.

그리고 다음 순간 마리네의 눈에 비친 것은 정말 신이 내린 기적과도 같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이 녀석들이랑은 만나지 말라고.”


레이시의 표정이 일순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는 좀 전의 여유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재빨리 방문에서, 정확히는 창가에서 거리를 벌렸다. 위첼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무기를 크게 휘둘러 마리네를 물러나게 했다. 그는 즉시 레이시를 보호하기 위해 달려갔다.

모두의 시선이 창가를 향했다. 그곳엔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채, 낡은 류트를 허리춤에 낀 남성이 막 발을 내딛고 있었다. 마리네의 얼굴이 희망으로 활짝 펴졌다.

그가 똥이라도 씹은 것처럼 입을 비죽이고 있다든가, 어떻게 2층 창문을 올라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마리네에게 있어 그는 대천사 못지않은 구원자였다.

마리네와 레이시, 위첼이 동시에 소리쳤다.


“알룬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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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4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3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9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0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3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2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5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4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9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7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5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3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0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5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9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4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3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20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7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1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6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3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6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6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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