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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019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3.30 03:08
조회
1,016
추천
43
글자
23쪽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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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깨어났다. 어느 좋았던 봄날, 세상이 무너지던 날,

람이 죽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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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


“뭐....뭐야?”



모두 처음에는 눈앞의 상황을 똑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루도의 멍한 시선이 치솟는 불꽃에 못 박혔다. 엄청난 불길 때문에 아주 잠깐이었지만 주위가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 음영이 바뀌는 순간 동안 일행은 차차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매우 먼 거리였는데도 그 커다란 불꽃은 똑똑히 보였다. 그건 결코 모닥불 따위가 아니었다.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어째서인지 건물 타들어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으나, 이미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루도는 들고 있던 요리 바구니를 떨어뜨렸다. 그의 눈동자엔 불타는 길드 건물이 비친 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인지, 그것에 비친 불꽃이 일렁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루도의 어깨는 격하게 떨렸다.


“어....어....?”


“말도 안 돼...”


현실이 아닌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이런 일이, 이런 날에 벌어질 리 없었으니까. 모두가 모이는 즐거운 회식 날에, 마리네의 생일날에! 차라리 공황 상태에 빠져 넋을 놓아버리면 편할 텐데, 불행히도 이성은 아직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불이 탄다. 집이 불탄다. 그럼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지?


“씨발!! 불이다!”


행동은 디리터가 가장 빨랐다. 그는 이고 있던 지게를 즉각 팽개치고 뛰쳐나갔다. 맥주가 땅에 쏟아지자 거품이 부글부글 끓었다. 디리터 다음이 루도, 제리온, 마지막이 마리네였다.

보리밭 길을 가로지르며, 진로를 방해하는 짚더미 등을 뛰어넘으며, 일행은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단 한 마디의 대화도 오고 가지 않았다. 그럴 기운이 있다면 한 발짝이라도 더 밟아야 했다. 가슴이 격하게 고동쳤다. 하루 종일 느껴지던 답답한 기분이 이것을 의미했던 걸까?

건물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절망감도 더욱 커져갔다. 심장이 뛸 때마다 온몸이 흔들렸다. 이럴 리가,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늘이 내려앉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루도는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살다 보면, 부주의로 집에 불이 날 수도 있는 거다. 아마 집에 가면, 길드원들이 욕지거리를 하며 물통을 나르고 있을 거다. 그리고, 람카디스는 그들 뒤에 서서 한숨을 짓고 있을 거다. 당분간은 다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해야겠지만, 그까짓 것은 그다지 문제 되지 않는다. 집은 다시 세우면 된다. 가재도구는 다시 만들면 된다. 그동안 모아왔던 역사책도, 다시 사면된다.

그렇다. 길드 사람들만 무사하면 된다. 사람만 무사하다면, 이런 건 그냥 작은 사고일 뿐이다. 불이 꺼지면 사람들은 발화의 진원지를 찾을 테고, 몇몇은 화를 낼 테고, 몇몇은 헛웃음을 지을 테다. 회식이, 마리네의 생일이 엉망이 되었다며 울상 짓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루도는 사람들의 부주의함을 탓하며 한숨 쉴 것이다.


그리고 희망은 무참히 깨어졌다.


“...거짓말이지?”


제리온은 다리가 풀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건물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투석이라도 맞은 것처럼 파괴되어 있어, 망가진 폐허에 불을 지른 것처럼 보였다. 조금 전에 불길이 치솟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당을 둘러싸고 있던 울타리는 이미 흉측하게 부러진 채 근처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일행의 시선은 완파된 건물에 머물지 않았다. 마리네가 시체들을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 안 돼애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크스였다. 그는 대문 근처에 쓰러진 채 움직임이 없었다. 디리터가 얼른 뛰어가 그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으나, 이내 어깨가 축 늘어졌다.

가크스는 눈을 멍하니 뜬 채 죽어 있었다. 그의 가슴에서는 아직도 피가 흘러나왔다.


“가...크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어이가 없으니 슬픔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디리터는 그의 눈을 감겨 주고는, 다른 동료를 찾기 시작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넋 나간 표정으로 건물 잔해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마당가에 쓰러진 시신만 해도 스무 구가 넘었다. 하지만 생존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들지 않을 정도로 시신들은 처참했다.


“으아아...으아아아!!”


그제야 루도는 울음을 터뜨렸다. 굵은 눈물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는 그렇게 울부짖으며 쓰러진 시신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바트넬의 시신을 발견하자 그의 무릎이 푹 꺾였다. 그의 심장엔 얼음으로 된 말뚝이 박혀 있었다. 그것은 근처의 열기 때문에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는데, 상처의 크기로 보아 원래는 훨씬 굵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루도는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느끼며 다시 달렸다. 다음에 발견한 것은 에비앙이었다. 그는 관자놀이에 화살이 꽂힌 채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루도는 이번에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에비앙의 맥을 짚어 보았으나, 작은 기대마저 산산조각 났다.


“아..으아....악...어째서...?”


건물 근처에 있는 시신이 모두 레인저들의 것만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널브러져 있는 낯선 얼굴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복장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까 전에 지나쳤던 로브 입은 무리들! 그들 또한 적지 않은 숫자가 땅바닥에 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체는 일행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으흐흑...가크스...가크스....”


마리네는 가크스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서럽게 오열했다. 죽은 자를 위해 눈물 흘려야 한다면, 오늘은 쏟아낼 눈물이 너무도 모자랐다. 흘러내린 눈물을 다시 눈물이 덮고, 그 눈물 또한 다른 눈물과 합쳐졌다.

마당가에 있던 시신들을 모두 확인할 때 즈음, 이칼롯이 화염에 휩싸인 현관을 부수고 나왔다. 그의 등에는 카토르가 업혀 있었는데, 막 잠이라도 든 것 같은 평온한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일행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이칼롯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는 걸 보는 순간 일행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이칼롯은 불길이 닿지 않는 곳에 카토르의 시신을 내려놓았다. 카토르는 하반신 아래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모습이었다. 그의 시신을 보자 애써 평정을 유지하고 있던 제리온마저 눈물을 보였다. 그는 휘청거리며 그의 시신 앞에 무릎 꿇었다.


“으흐....흑...흐흐흑....이게 뭐야....이게 뭐냐고. 혼자 잘난 척은 있는 대로 다하더니...이게 뭐냐고오...”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먹으로 땅바닥을 내리쳤다.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뭐냐고!!”


퍽, 퍽, 퍽.

주먹이 터져 피가 나왔다. 하지만 제리온은 고통도 잊은 채 연신 땅바닥을 두드려댔다. 그것은 남겨진 자의 덧없는 절규였다.

디리터가 불타고 있는 건물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집 안엔 아직도 남겨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었다. 그의 떨리는 눈동자가 이칼롯을 향했다. 이칼롯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의 턱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걸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디리터를 향해 말했다. 아니, 말하려고 했다.


“모두...”


그 순간, 이칼롯은 억지로 입을 닫았다. 참고 있던 슬픔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는 그대로 디리터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의 어깨가 미약한 경련을 일으켰다.

단 한 마디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디리터는 점점 사그라지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모두 죽었다.


기분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거라는 착각도 들었다. 해는 아직도 산허리에 걸려 있었다. 세상이 뒤집히는 데는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런 다 타버린 폐허를 바란 게 아니었다.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문밖에서도 들려오고, 매콤한 양념 냄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고, 다들 즐거운 듯 잡담을 나누고 있고...

그랬어야 했는데.


“끄으...꺼...으으...”


마리네는 여전히 가크스의 시신을 안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죽은 자는 슬퍼하지 않는다.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것. 그 잔인한 폐허에서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리온 역시 카토르의 시신 앞에 무릎 꿇은 채 흐느끼고 있었고, 디리터와 이칼롯은 새카맣게 변한 홀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뒤뜰에서 미약한 신음이 들려왔다.


“끄...으...”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근처에 있던 루도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람카디스의 목소리였다. 아주 옅은 광명(光明)이 되살아났다. 루도는 그대로 땅을 박찼다. 그의 움직임에 다른 사람들도 놀라 서둘러 뒤뜰로 달려왔다.

뒤뜰 역시 시신들로 가득했다. 그 중 대다수는 로브를 입고 있었다. 루도는 시체들을 뛰어넘으며 람카디스를 찾았다.


“람! 라암!! 어디 있어요?! 어디...!”


그는 어렵지 않게 람카디스를 찾을 수 있었다. 뒤뜰 가장자리에 쓰러져 있는 람카디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를 발견한 순간, 루도의 시간도 정지했다.


“아...?”


뒤늦게 루도를 따라온 일행도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람카디스의 목에선 피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런 지식도 없다면 그가 살아날 거라는 헛된 기대라도 걸어보련만, 그 상처를 보는 순간 모두가 깨달았다. 동맥이 끊어졌다. 람카디스는 이미 손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루도는 그의 곁에 천천히 무릎 꿇었다. 흐르는 핏물이 루도의 발목을 잔뜩 적셨다.


“라....암?! ...거짓말이죠?”


“크...꺽...!”


람카디스는 목을 베인 탓에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루도를 향해 고개를 돌리지도 못했다. 루도는, 조심스럽게 그의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람카디스가 왈칵 피를 토해냈다.


“컥....!”


루도의 팔이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온몸에 오한이 이는 것을 느끼며, 람카디스와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절함이 루도를 엄습했다.


「미안하다...미안하다...모두들 미안하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다! 내가,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으흐흐흑...람...”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머릿속을 울렸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마리네가 비틀거리며 루도 옆에 주저앉았다. 저물어가는 햇빛이 람카디스의 얼굴에 부서졌다. 람카디스는 음영이 드리워져 불그스름한 얼굴을 한 채, 루도와 마리네를 바라보았다. 아니, 어쩌면 그들 어깨너머에 있는 태양을 바라보는 건지도 몰랐다.

그의 눈동자에 작은 희망의 빛이 어렸다. 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그의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너희들은 무사한 거구나. 아아...정말로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람!!!”


마리네가 그의 상처를 억지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도 헛되이, 상처를 가린 손 틈새로 다시 피가 새어나왔다.


“끄으...끅...안 돼요...람...죽으면 안 돼요...”


마리네가 그를 끌어안은 채 오열했다. 식어가는 그의 뺨 위로 뜨거운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람카디스의 눈가가 살짝 움직였다. 그것은 눈웃음을 짓는 것 같기도 했고, 울고 있는 어린 아이를 달래는 것 같기도 했다.


“......”


그는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벌렸으나, 힘 빠진 바람 소리만 새어나왔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자, 그는 구슬프게 눈동자를 깜박였다.


“우...우우....”


루도는 그때까지도 람카디스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 하지만 람카디스의 손은 이미 힘이 풀려 있었고, 루도가 일방적으로 놓지 않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람카디스가 죽지 않을 거라는,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헛된 희망을 품었다.

람카디스의 손은 점점 식어갔다. 그에 따라 그 손을 쥔 루도의 힘도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람카디스는 루도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단지 처연한 눈을 한 채 소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죽지 마요...제발...죽지 말아요....네?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런 게 어딨어요? 난 아직 람을 지켜주지도 못했는데....”


람카디스는 그 말에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아마 몸이 움직였다면 아침때처럼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을지도 몰랐다.

단지 한나절이 지났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대체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무슨 실수를 범했기에? 행복은 단 한 순간에 산산이 부서졌다.

마리네는 람카디스를 껴안은 채 그저 서럽게 울고만 있었다. 제리온이 그 구슬픈 얼굴을 보고 이빨을 깨물었다.


“행복의 신 류이너스...? 그딴 신 개나 줘버리라지. 개나....줘버리란 말이야....”


그 또한 복받쳐오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칼롯은 아예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라고 로샤단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을까? 그럴 리 없다. 다만, 어떻게 참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 함께 지내던 동료의 죽음 앞에 태연한 인간이 있을 리 없다.

람카디스는 무언가 깨달은 듯, 루도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루도가 그 움직임에 얼굴을 들었다. 다시 람카디스의 눈동자가 그와 마주쳤다.


「루도...루도...루도...」


그의 감정이 루도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래도 아이들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걱정하는 애틋함.

가슴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째서 그는,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까지 이렇게 바보 같을까? 그는 마지막 순간에서조차 자신의 안위는 뒷전이었다. 루도가 지금껏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공유했던 절망과 공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래서 더욱 슬펐다.

루도는 꺽꺽거리는 턱을 애써 부여잡으며 말했다.


“으윽....으흐흑...람...여기에요...저 여기 있어요...람...”


람카디스의 목소리가 다시 머리를 울렸다.


「루도, 옛날에 넌 죽어가는 사람의 감정이 들린다고 했었지. 내 생각이...내 감정이 들리느냐?」


루도는 람카디스가 볼 수 있도록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람카디스를 사랑했는지를. 어째서 좀 더 그의 얼굴을 봐두지 않았을까? 어째서 좀 더 그와 함께하지 않았을까? 어째서...좀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들려요. 람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려요. 흐흑....하지만...하지만...”


루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했기에.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몸이, 마음이 이미 알고 있었다. 람카디스가 죽는다는 것을.


그 또한 죽어. 이미 되돌릴 수는 없어. 그래, 안젤리카처럼.


“끄으...윽...람....람....”


「그래...들리는구나...그나마 다행이구나...마지막 가는 길에, 유언 한 마디는 남길 수 있어서...」


“...유...언..”


마리네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흠칫거렸다. 유언이라는 소리에 뒤에 있던 일행도 고개를 들었다. 그가 이미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일행은 그의 유언을 듣기 위해 바짝 다가왔다. 어느덧 건물을 휘감고 있던 불길도 거의 다 꺼져가고 있었다.

람카디스의 젖은 눈동자가, 루도와 마리네를 향해 번갈아 움직였다.


「루도...마리네...내 마지막 유언을...잘 들어다오.」


루도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들을게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할게요. 으흐흑...람...그러니까 제발...”


“누가...누가 그랬어요?”


모두의 시선이 마리네를 향했다. 마리네의 눈은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으나, 그의 눈동자에서는 불꽃이 일고 있었다. 그는 람카디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으나, 루도가 그의 생각을 읽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는 다시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말했다.


“대체 누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예요?! 누가 로샤단을 이렇게 만든 거예요?! 람은 봤죠? 대체 어떤 자식들이....”


그는 이미 슬픔과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은 어느새 증오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람카디스는 그런 마리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몸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있다가, 천천히 떴다. 그의 흐릿한 눈동자 속엔 루도와 마리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둘의 얼굴을 기억에 담으려 애썼다.


「루도...마리네...도망쳐라. 아무도 오지 않는 곳으로...텔아단이라면 그들도 너희를 찾지 않을 게다.」


“예...?”


루도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길드를 습격한 것이 누구인지, 자신을 죽인 것이 누구인지 말하지도 않은 채, 뜬금없이 도망치라니?


“그게...그게 무슨 말이에요? 람...어떻게 우리가 람을 두고...”


「거기서, 행복하게 살아라. 나 같은 건 영영 기억해내지 못할 정도로 행복하게...」


“아....!!”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자신의 복수조차 부탁하지 않았다. 람카디스가 원하는 것은 오직 소년들의 행복, 그것뿐이었다.


「난...못난 어른이다. 너희와의 약속, 지키지 못하게 되었구나.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루도는 그를 꼬옥 껴안았다. 그의 어깨가 이리도 좁았던가, 힘없이 늘어진 그의 몸은 너무도 가냘펐다. 루도는 그를 안은 채 통곡했다. 그의 어깨가 들썩임에 따라 람카디스의 상체도 목각인형처럼 흔들렸다. 람카디스는 그렇게 안긴 채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루도가 말했다.


“그럼 지키란 말예요!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할 거 아녜요! 으으흑...”


해가 거의 다 저물어가고 있었다. 람카디스는 다시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동자는 이제 완연하게 그 빛을 잃어갔다.


「그래, 미안하다.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는데, 오히려 나 혼자만 잔뜩 행복해져 버렸구나. 하하하...정말이지...」


웃고 있지만, 울고 있다.


「정말이지 즐거운 나날들이었어. 너희와 함께한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단다. 너무...과분할 정도로 아늑했지. 너희가 좀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아마 너무 분에 겨운 꿈을 꾼 모양이구나. 하지만...이대로도 괜찮아.」


“으윽...람...저도 너무...행복했어요...”


「하핫! 그래? 그럼 어느 정도 약속은 지킨 건가?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아아...이것도 나름대로 괜찮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맞이하는 죽음이라...꽤 근사하잖아?」


그의 목소리는 이제 머릿속을 가득 메울 정도로 커져 있었다. 그게 꺼지기 직전의 양초처럼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는 것을 루도는 잘 알고 있었다. 이다음 순간이, 람카디스의 마지막일 터였다.

루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람카디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 안달이 났다. 결국 디리터가 흐느끼는 루도를 다그쳤다.


“뭐야? 대체 뭐라는 건데? 람 아저씨! 람 아저씨?!”


루도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행복했대. 우리랑 함께 지내서 너무나 행복했대. 우욱...”


그는 자신이 한 말에 복받쳐 입을 틀어막았다. 모두 뒤통수가 어질어질해지는 걸 느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목구멍을 타고 뜨끈한 것이 올라왔다.


“윽...”


디리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덜덜 떨리는 턱은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그는 신음이 새어나오는 걸 막기 위해 발가락을 사정없이 오므렸다. 하지만, 람카디스의 눈웃음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람 아저씨....”


“으아아아앙!!!”


마리네의 통곡소리가 폐허 속에 울려 퍼졌다.

이칼롯이 람카디스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절도 있고 예의 바른 동작이었다.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간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대장.”


람카디스의 다 꺼져가는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고맙다, 이칼롯. 너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구나.」


느릿하게 움직이던 그의 눈동자는, 마지막으로 다시 루도와 마리네를 향했다.


「사랑한다, 내 아들들.」


그리고 그의 눈은 영영 움직이지 않았다.

불꽃이 픽 꺼진 것처럼, 그렇게 메아리치던 그의 목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그의 제자들을 향한 채였고, 망자 같지 않은 그윽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루고 싶은 게 많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한 듯한 씁쓸한 미소가, 더욱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람카디스는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으아아아아...으아아아아악!!”


루도와 마리네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길게 절규했다. 그 떠나갈 듯한 통곡소리가 구슬프게 온 사방을 휘감았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어, 어둠이 사위를 짙게 뒤덮고 있었다. 건물 잔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시야가 어두워 구름이 땅에 내린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부서진 오크통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통 안에는 가크스의 산수유 술이 잔뜩 들어 있었을 테지만, 이미 피 냄새와 탄 냄새에 묻혀버린 후였다.

디리터는 비척이며 몸을 일으켰다. 멀리 여러 개의 횃불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주민의 신고를 받은 치안 경비대가 뒤늦게 달려오는 것일 게다. 그는 여기저기 널린 시신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위태하게 삐걱거리던 현관문이 결국 바람에 밀려 쓰러졌다. 쿠웅, 하는 둔탁한 충격음이 났으나, 소년들의 통곡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무너진 하늘에도 달은 어김없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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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10) +5 15.04.15 739 36 18쪽
145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9) +3 15.04.15 765 29 19쪽
144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8) +3 15.04.15 749 31 17쪽
143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7) +3 15.04.15 802 27 21쪽
142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6) +4 15.04.14 738 30 18쪽
141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5) +2 15.04.14 817 28 17쪽
140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4) +6 15.04.14 735 27 15쪽
139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3) +1 15.04.14 718 29 18쪽
138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2) +3 15.04.14 725 30 17쪽
137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1) +3 15.04.14 732 24 17쪽
136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完) +3 15.04.12 825 25 15쪽
135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5) +3 15.04.12 656 23 17쪽
134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4) +2 15.04.12 666 25 17쪽
133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3) +1 15.04.12 657 27 19쪽
132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2) +3 15.04.12 753 25 21쪽
131 람의 계승자 - ep.3 - 모든 것은 예정대로(1) +1 15.04.12 880 25 17쪽
13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1) +6 15.04.11 969 30 16쪽
129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0) +1 15.04.11 939 26 19쪽
128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9) +2 15.04.11 976 25 21쪽
127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8) +2 15.04.11 979 25 19쪽
126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7) +2 15.04.11 836 28 18쪽
125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6) +1 15.04.11 837 23 21쪽
124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5) +1 15.04.11 931 29 18쪽
123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4) +3 15.04.09 1,051 33 25쪽
122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3) +3 15.04.09 973 25 19쪽
121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2) +4 15.04.09 744 25 13쪽
120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 +1 15.04.09 1,013 25 17쪽
119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6) +3 15.04.09 940 28 16쪽
118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5) +2 15.04.09 825 30 15쪽
117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4) +7 15.04.07 1,139 35 22쪽
116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3) +2 15.04.07 936 31 17쪽
115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2) +2 15.04.07 743 32 11쪽
114 람의 계승자 - ep.3 - 이름없는 자(1) +2 15.04.07 1,031 28 18쪽
11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4) +1 15.04.07 984 28 14쪽
11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3) +4 15.04.06 991 31 15쪽
11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2) +1 15.04.06 987 28 15쪽
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62 27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999 27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894 30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56 28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86 25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1 28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81 30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797 30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0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3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2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2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1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3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4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6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2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69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5 34 15쪽
»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4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8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4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1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2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19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6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0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2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5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1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1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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