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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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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4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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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람의 계승자 - ep.4 - 에메랄드 섬(6)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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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와 기사는 전문군인이라는 점에서 일치하지만, 무엇을 위한 병종이냐는 점에서 그 차이점을 갖는다. 기사는 대부분의 경우 인명을 살상하기 위한 위치에 서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대립하는 이유는 실로 다양해서, 원한관계, 애증 관계, 명예를 놓고 벌이는 사투 등 한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레인저가 마주하는 상황은, 대부분이 늑대, 호랑이 등의 맹수와 조우하는 경우다. 이런 맹수와의 대립 이유는 실로 간단하다. 사냥꾼과 사냥감. 이 외에 다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맹수들은 자신을 사냥꾼의 입장에 놓기 때문에, 쉽게 겁먹지 않으며 웬만큼 상처 입어도 이를 사냥감의 발악이라 여긴다.

때문에, 이 입장을 역전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차후의 전투는 레인저에게 매우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 요는, 맹수들로 하여금 인간이 사냥꾼이고, 자신이 사냥감이며, 맞서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몇 번의 교전으로 이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종종 레인저의 고압적인 태도만으로도 맹수를 물러서게 한 사례가 제시된다. 본문에는 이러한 기선제압에 사용되는 제스처를 기술하고자 한다.

첫째,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노려보라. 이 경우 결코 눈길을 돌리면 안 된다. 그럼 맹수는 자신이 두려워 눈을 피한 거라 생각할 것이다.

둘째, 웃어라. 의외로 맹수들의 지능은 상당히 높다. 이들은 사냥감의 태도, 움직임, 울음소리 등을 통해 겁먹은 정도를 판단하며, 언제 달려들어야 할지를 잰다. 때문에 도리어 위협적으로 웃는 것은 맹수로 하여금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셋째, 소리를 내라. 기묘한 소리는 맹수의 신경을 자극하거나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다. 입으로 내는 것도 좋지만, 필자는 무기로 돌이나 바위 등을 쳐 쇳소리를 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무리지어 사냥하는 늑대의 경우 한두 마리가 죽으면 도망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달아난 늑대는 쇳소리에 공포심을 가지게 되어 동일한 소리를 들었을 땐 절대 접근하지 않는다고 한다.


-레인저 전술 교범, 「사냥감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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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눈에 공포가 휩쓸고 지나갔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이들을 합쳐도 스물이 채 안 되는데, 자그마치 일곱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서둘러 게이트를 닫아놓아 녀석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미처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병사가 있던 모양이다. 외곽을 순찰하다 종소리를 듣고 달려왔는데, 운 나쁘게 중간에 트롤과 조우한 이들이었다. 울타리 밖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왔다.


“사...살려줘! 트롤들이 쫓아오고 있어!”


“문을! 문 열어줘!! 어서!”


절박한 목소리. 디리터는 재빨리 망루에 올라가 동태를 살폈다. 두 명의 병사가 울며 달려오고 있고, 그 뒤로 일곱 마리의 트롤이 따라붙고 있었다. 트롤과 병사의 거리는 불과 이십 미터 정도로, 조금만 발을 헛디뎠다간 금세 붙잡힐 참이었다.

그런데, 게이트가 닫혀 있었다.


“이봐! 뭐 하고 있어! 어서 문 열어!”


디리터가 말했다. 그러나, 병사들은 숨만 고를 뿐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대장처럼 보이는 이가 괴롭게 입을 열었다.


“게이트를 열어서 트롤들까지 끌고 들어오라고? 그랬다간 더 많은 사상자만 낼 뿐이야.”


“그래서, 저들을 버리겠다고?”


“...그들도 이해해줄 거다.”


병사의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 다른 이들도 말이 없었다. 동료를 버린다는 결정에 괴로워하면서도, 그들은 누구 하나 게이트를 열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건 섬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냉정한 것도, 겁쟁이인 것도 아니었다. 오랜 기간 섬에서 자라며 트롤의 흉포함을 지긋지긋하게 목격한 그들이었기에, 게이트를 열었을 때의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런 핑계는 로샤단에게 먹히지 않았다.


“개소리하지 말라고!!!”


디리터는 그대로 망루 난간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갑자기 울타리 밖으로 뛰어내린 이방인 덕에 자경단 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미...미쳤군!”


“죽으려고 환장한 거야?!”


그들은 애꿎은 희생자만 늘어나게 생겼다며 디리터의 무모함을 탓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이칼롯마저 울타리를 넘자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어느새 망루에 도착한 제리온이 둘을 향해 말했다.


“난 안 뛰어내린다.”


“바라지도 않았다!”


도주해오던 병사들은 둘은 디리터와 이칼롯을 차례로 지나치더니, 게이트를 두드리며 비명을 질렀다.


“문 열어줘! 우린 죽을 거야!!”


그들은 이미 죽음에 대한 공포로 사고가 마비된 상태였다. 제리온은 난간에 턱을 괸 채 두 병사에게 말했다.


“이보쇼. 문이 열리든 열리지 않든, 일단 무기는 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트롤들이 맹렬한 속도로 게이트에 접근해왔다. 놈들은 가까이서 보니 훨씬 거대한 데다, 놀라운 민첩함을 자랑했다. 좀 전에 읽은 책자대로라면 녀석들은 사람을 잡아먹으러 온 게 틀림없었다. 그러므로 막아선 디리터나 이칼롯도 단순한 먹잇감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디리터의 입가에 비웃음이 지어졌다.


“하!”


가장 앞서 달려오던 트롤이 그를 노리고 팔을 뻗었다. 디리터는 놈이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힘차게 땅을 찼다. 내뻗은 팔까지 포함해, 그의 투핸드소드가 트롤의 상체를 두 동강 냈다.

서커엉! 뼈를 가르는 소리가 귀청을 흔들었다.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말끔히 잘린 트롤의 상반신은 달려오던 관성에 따라 그대로 앞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허공을 가르던 트롤에게 다시 한 번 검이 날아들었다. 이칼롯이었다. 그는 트롤의 상체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놈의 목을 날려버렸다.

떨어진 목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디리터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이칼롯이 말했다.


“이 녀석들은 상처가 재생된다. 확실히 죽이려면 불태우거나 목을 잘라라...라고 하더군.”


“거 참 알기 쉬운 약점이네.”


선두에 있던 트롤은 미처 반항해보지도 못하고 절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녀석들이 만만하단 소리는 아니었다. 디리터와 이칼롯은 자세를 고르며 이어질 돌격에 대비했다.


“하나 가셨고, 이제 여섯이군.”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맨 뒤에 있던 트롤이 폭발했다. 퍼엉, 하는 폭음과 함께 살점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확히는 놈이 있던 자리에서 불기둥이 올라온 것이었다. 고막을 찢는 소리에 디리터와 이칼롯, 심지어 달려오던 트롤들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제리온의 마법이었다. 이칼롯이 눈길을 보내자 그는 씨익 웃으며 검지를 까딱거렸다.


“이걸로 다섯. 별거 없네.”


망루에서 지켜보던 병사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은 단 한 마리를 상대하기도 벅찼는데, 이 남자들은 순식간에 둘을 해치워버린 것이다. 거기다 디리터와 이칼롯이 도리어 녀석들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트롤들은 선두에서 벌어진 일과 방금 일어난 폭발에 놀라 진격을 멈춘 상태였다. 놈들이 주저하자 이칼롯은 칼을 땅에 늘어뜨리고 질질 끌었다. 그가 걸어갈 때마다 벌레가 우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레인저가 산짐승들을 겁주거나 내쫓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디리터가 그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자, 대장, 이제 어떻게 하지? 저 자식들 쫀 거 같은데.”


“...교범대로 가지.”


“괜찮네!”


둘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눈은 치켜뜨고, 입가엔 위협적인 미소를 띠운 채로. 달리는 속도는 점점 빠르게. 두 남자가 내뿜는 살기에 트롤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교범이란, 레인저 전술 교범에 기술된 ‘사냥감의 반전’이라는 교전수칙을 말하는 것이었다.


***



마을 건축양식에서도 증명된 것이지만 에메랄드 섬에 자라는 식물들은 그 거대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팔을 뻗어도 맞닿지 않는 직경의 나무는 부지기수였고, 거대한 첨탑 크기의 식물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런 규모의 숲이다 보니 잎사귀가 온통 하늘을 가려 햇빛이라곤 간간히 새어 들어오는 빛줄기가 전부였고, 따라서 아침 무렵인데도 숲은 칙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땅에서 자란 게 아니라 하늘에서부터 내려 꽂혀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루도, 마리네, 아르유, 그리고 서너 명의 아낙네가 나물을 캐기 위해 숲을 배회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병사도 둘 붙었다. 경작만으로는 모든 주민을 부양하기에 다소 모자란 면이 없지 않고, 또 매일 같이 텁텁한 밀가루 음식만 먹으며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봄, 여름철이 되면 주민들은 숲으로 들어가 나물이나 과일, 버섯 등을 캐오곤 했다. 섬의 숲은 대단히 위험했으나 여름에는 사냥감이 풍부해 맹수들도 굳이 마을에 접근하지 않았고, 특히 주간에는 빛을 두려워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숲에 들어간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루도와 마리네는 아침 일찍 무장을 꾸리고 주민들을 따라나섰다. 섬에 온 내내 식량을 축내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 마을 밖을 탐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병사들까지 호위로 따라붙은 것치곤 숲은 한적했다.

나무가 무식하게 크다는 것만 제외하면 델키아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스름 짙은 구역엔 어김없이 이끼가 돋아 있고,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이름 모를 새가 놀라 날아오르고, 나뭇가지 틈새로 쏟아지는 빛줄기에 가만히 손을 대고 있으면 따스한 온기가 몸을 덥혀주었다.

따라나선 아낙들은 흐드러지게 돋아난 머위나 곰취, 머루 따위를 광주리에 담았다. 아르유도 신이 나서 야생화를 따거나 나무열매를 채집했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들이 나온 것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루도와 마리네는 근처에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온 파이를 먹었다. 주민들은 식사도 잊고 나물채집에 여념이 없었다.


“한가해서 좋긴 한데, 계속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


루도가 음식을 먹다 말고 말했다.


“응? 뭐가?”


“계속 이렇게 시간 보내도 되는 건지 말이야. 우리가 이러는 동안 안개송곳니 놈들이 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을지 모르는 거고...루루 아줌마나 제르칸트도 걱정돼.”


“넌 육지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루도는 반쯤 먹은 파이를 손위에 올려놓고 빙글빙글 돌렸다. 마리네가 지적한 대로 육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안개송곳니를 찾아내 전부 박살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은 고사하고 도리어 목숨을 위협받았기에 이리로 온 게 아니던가.

거기다 람카디스가 남긴 일지와, 베른헬트 주교에게 들은 정보 외에는 신의 아이에 대한 지식도 너무 부족했다. 현 상황에서 그걸 알려줄 사람이 안트로서인데, 그는 일주일 째 답이 없었다.


“모르겠어. 그 두꺼비 할아버지가 뭔가 알고 있는 눈치던데, 불같이 화만 내니 뭘 할 수가 있나. 하아, 이대로는 그 자식들에게 도망치던 때랑 달라진 게 없잖아.”


그간 있었던 사건의 당사자인 만큼 루도의 고뇌는 끊임이 없었다. 조금 과하게 들어가면 람카디스가 죽은 이유도 그와 무관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동료들은 그가 비관적인 감상에 젖지 않도록 무진 애를 썼다.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마. 내가 널 아는데, 넌 절대 괴물이 아니니까. 그럴 능력도 못 돼.”


“헤, 그거 나 무시하는 거냐?”


그때 가만히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르유가 빠끔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생글거리며 루도에게 말했다.


“헤헤, 오빠들도 고민이 많네요. 우리 할아버지가 부탁을 안 들어주시죠?”


“말도 마. 처음 봤을 땐 살해당할 뻔했어. 노인네 성격 하고는...”


“요는 오빠가 저주받았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되는 거죠? 그거 제가 한번 해보면 안 돼요?”


“응?”


뜬금없는 제안이었다. 루도는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아르유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그의 시선을 받았다. 루도는 그녀가 미심쩍었지만, 그래도 눈을 피하거나 말을 더듬지 않는 걸로 봐선 아무 생각 없이 꺼낸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옆에서 듣던 마리네도 황당했는지 벙찐 얼굴이었다.


“어떻게 해본다는 거야?”


그걸 허락의 뜻으로 알았는지 아르유가 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루도는 그녀가 바다에 빠진 일행을 꺼낼 때 카드에서 요상한 물체를 불러냈음을 기억해냈다. 제리온은 그걸 정령술이라고 했다.


“이런 거예요. 이리 와, 유티넬.”


아르유가 말을 맺자 카드에서 맹렬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해방된 바람은 일대를 휩쓸며 아낙네의 치마, 병사의 투구, 나무 잎사귀 등을 훑고 지나갔다. 바람은 또한 루도와 마리네도 덮쳤는데, 입은 옷자락이 세차게 펄럭거리고 머리카락이 완전히 뒤로 넘어갈 정도였다. 루도는 놀라 황급히 얼굴을 가렸다.


“키득...키득.”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웬 자그마한 요정이 재롱을 부리며 아르유 근처를 맴도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아르유는 그걸 손 위에 앉히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요정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까르륵.”


분명 사람처럼 생겼는데, 손가락만 한 크기에 날개도 달려있었다. 둘은 신기해 그것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아르유가 말했다.


“저와 계약한 바람의 정령이에요. 이름은 유티넬이고요. 귀엽죠?”


“꺄르르르.”


레인저는 도심지보단 자연과 맞닿을 때가 잦은 직업이었기에 루도도 정령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지나가는 바람에도, 흘러가는 강물에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런 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는 벌목꾼이나, 강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 지어낸 것인 줄로만 알았었다.

이상이 현실이 되는 것만큼 짜릿한 순간은 없다. 특히 아직 동심이 남아있는 두 소년은 실제로 정령을 본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게 정령이야? 와우!”


“귀엽다아~.”


둘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유티넬도 허공을 완만하게 날아다니며 자신을 뽐냈다. 아르유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유티넬은 영혼이 맑은 사람에게 날아가 안기는 습성이 있어요. 이걸 이용해서 확인해보죠. 루도 오빠의 본성이 정말로 악한지 아닌지를.”


“그래? 근데...그거 확실한 거야?”


루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르유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또 그렇다고 그녀의 주장이 신뢰가 가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정령을 이용한 검증이 신뢰성이 있었다면 윈프레드가 굳이 안트로서를 찾아갈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아르유도 정곡을 찔렸는지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기색을 속이곤 밝게 웃었다.


“에헤헤, 일단 가설이긴 한데, 꽤 정확도는 높아요. 우리 할아버지에겐 절대 안 날아가거든요.”


“야, 그게 무슨...”


“자, 가랏 유티넬! 가서 안기고 싶은 사람에게 안겨.”


아르유가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거창하게 팔을 뻗은 그녀와 달리, 유티넬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것은 날갯짓을 하지도, 조금 전처럼 깔깔 웃지도 않은 채 눈을 말똥거리며 루도와 마리네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유티넬이 움직이지 않자 막상 지시를 내린 아르유도 어리둥절해했다. 그녀가 다시금 재촉해보아도, 유티넬은 그녀의 손등에 걸터앉은 채 묵묵부답이었다.


“유티네엘~. 왜 그래? 혹시 앞에 있는 오빠들이 전부 싫은 거야?”


“.....”


한편 마주한 루도와 마리네는 유티넬이 아무 행동도 없자 머쓱해졌다. 그렇다고 둘을 질색하거나 아르유 뒤에 숨거나 하진 않았고,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둘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루도는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슬쩍 고개를 돌렸지만, 이내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음을 감지하곤 유티넬의 시선을 살폈다.


“...뭐냐, 얘.”


“예?”


틀림없었다. 유티넬은 둘을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정령의 시선은 그보다 훨씬 뒤쪽, 숲의 무언가에 못 박혀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발견하고 얼어붙은 듯한 태도. 루도는 그 불길한 느낌을 감지하고 재빨리 유티넬의 시선을 따라갔다.

일행에서 50미터 정도 떨어진 수풀에, 머리만 내놓은 채 아낙들을 지켜보는 생물체가 있었다. 흡사 뱀 눈깔처럼 희고 날카로운 동공, 이리저리 움직이는 혓바닥. 소름이 쫙 돋았다. 루도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마리네, 유티넬이 보는 쪽, 50미터 지점.”


“응?...아!”


마리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도 루도와 같은 걸 발견한 것이었다. 둘은 재빨리 검을 뽑았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유티넬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꺄! 꺄아!! 꺄아!!”


사냥감이 눈치 챈 거라 여긴 트롤이 관찰을 멈추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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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1) +1 15.04.06 962 27 16쪽
109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0) +1 15.04.06 1,000 27 13쪽
108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9) +2 15.04.06 895 30 12쪽
107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8) +4 15.04.06 856 28 12쪽
106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7) +3 15.04.05 986 25 12쪽
105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6) +1 15.04.05 891 28 10쪽
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82 30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797 30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87 27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1 29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26 28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62 33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1 31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84 25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83 25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76 27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18 25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39 32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88 28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40 26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39 29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74 31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63 34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42 33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06 33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15 35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44 34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74 31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08 37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78 33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15 36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16 38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35 33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15 39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22 33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47 33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43 34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0 38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86 34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17 43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1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35 34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19 35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15 32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83 38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292 35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0 44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53 35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76 39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1 37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20 38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67 34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2 15.03.28 1,014 35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1 39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23 45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65 46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3 41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06 44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56 50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35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7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44 45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2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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