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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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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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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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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DUMMY

검은 허공에 뜬 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자줏빛의 향연에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거대한 검신, 투박하지만 손에 쥐기 좋게 홈이 파인 손잡이, 폼멜에 새겨진 로샤단의 문양. 너무나도 ‘이상적’이라 절로 감탄사가 터졌다.


“하...하하...!”


한편 늑대는 제멋대로 루도에게 날아간 수정의 행동에 놀란 눈치였다. 그가 아반케즈의 아이에게 받은 명령은 「진짜 주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수정을 건네지 마라」였다. 명에 따라 수정에 접근하는 이는 인간이고 악마고 구분 없이 도륙했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말한 진짜 주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정을 순순히 건넬 것인가, 아니면 탈환할 것인가.

망설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녀석은 곧바로 전투자세를 취했다. 상대가 누구든, 수정은 지켜야만 한다. 그것이 설령 펠아람의 아이라 할지라도.


“크르르르...카아아아아!!”


거대한 포효에 다시 한 번 동굴이 요동쳤다. 그러나 루도는 아까처럼 동요하진 않았다. 녀석이 내뿜은 풍압은 바이올렛의 검신에 막혀 대부분 사그라졌다. 그가 말했다.


“그냥 갈 수는 없겠지? 늑돌아.”


“크르르르! 캬우우우!!”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루도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굳이 제오프가 언급하지 않아도 무엇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검의 손잡이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거대 멍멍이라. 첫 연습상대로 어때?”


『농담하지 마. 전력을 다해도 우리가 질지도 모르니까.』


“하, 그럴 거 같았어. 난 언제나 재수가 없으니까.”


루도는 검을 잡았다.

콰아아아아! 그 순간 거대한 바람이 그의 얼굴을 덮쳤다. 풍압에 밀려 의식이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새하얗게 점철되어가는 시야를 바로잡기 위해 그는 억지로 어금니를 빠득 깨물었다. 그 짓눌리는 감각이 몽롱한 기운을 날려주었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오히려 어떤 종류의 희열이었다.

루도의 어깨 주위로 자줏빛 오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오오라는 사방팔방으로 비산되는가 싶더니, 그가 이를 악문 시점을 기준으로 바이올렛의 폼멜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든 오오라가 폼멜에 흡수된 후에야 루도는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은은한 보랏빛을 띠었다.


“흠.”


루도는 검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거대한 검인데도 무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던 것처럼 손에 착착 감겼다. 굳이 검을 쥐지 않아도 손잡이가 알아서 달라붙어있는 것처럼 일체감이 느껴졌다.


“하하하...”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온몸을 휘감고 도는 고양감이었다. 과거 제오프가 힘을 마구잡이로 방출하던 때와는 달랐다. 양손으로 물을 떠 흘러내리기 전에 허겁지겁 뿌리는 것과, 컵으로 떠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을 사용하는 정도의 차이다. 단순히 느낌만으로도 에센스가 효율적으로 정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케리아돌이 말한 수정의 중요성이 사무치게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크르르르르!!!”


늑대가 사납게 울부짖었다. 기이하게도 녀석은 공격할 기회가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완전히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의 배려(?)에 루도는 씨익 미소 지었다.


“기다리게 했구나. 자아 그럼.”


둘은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동굴 안의 횃불도 이 순간만큼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들을 관찰했다. 보랏빛 광휘에 물든 소년과 그를 죽이려는 흰 갈기의 늑대. 늑대는 땅을 박차고 도약했다. 그 힘이 어찌나 센지 박찬 자리에 커다랗게 구덩이가 패일 정도였다. 찰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루도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대각선으로 길게 검을 휘둘렀다.

콰가각! 그것으로 격돌은 끝이 났다.


“.....!”


종이를 자른 것처럼, 아니 허공을 가른 것처럼. 무언가를 베었다는 느낌조차 희미했다. 하지만 그의 일격이 만들어낸 후폭풍은 정직하게 동굴 내부로 휘몰아쳤다. 콰아아아-! 검압에 악마들의 시체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루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늑대는 두 동강이 났다. 아니, 늑대 뿐 아니라 그가 서 있던 동굴마저도. 바이올렛이 만들어낸 검격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천장에 커다란 홈이 패였다. 잘린 늑대의 두개골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녀석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지 공허하게 두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조금 힘을 과하게 썼네. 좀 더 에센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어.』


제오프가 말을 맺자마자 루도의 눈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바이올렛 역시 본래의 수정으로 형태를 바꾸었다. 그러나 조금 전 힘을 썼을 때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루도는 수정을 갈무리해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이 정도 능력은 몇 번이나 쓸 수 있는 거냐?”


『지금 것은 그렇게 크게 에센스를 소모하지는 않아. 그냥 단순한 강화일 뿐이니까. 하지만 역시 가급적이면 지양해야겠지. 너도 봤잖아? 우리에게 남은 에센스는 정말 얼마 없다는 거.』


“알아들었어. 자, 그럼 수정도 탈환했겠다, 이제 어쩐다?”


루도는 늑대의 시체를 뒤로한 채 휘파람까지 불며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그러나 열 보쯤 갔을 때 그는 대경실색하여 발을 굴릴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아, 맞다, 레미나!!”



***



레미나는 행여 소리가 날 새라 살금살금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탐지마법으로 루도가 무사히 동굴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단독행동에 들어갔다. 어차피 루도를 따라가 봤자 도움이 될 일은 없었다. 여기서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저택의 지도는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미술품이 걸린 회랑을 지나 중앙의 정원을 건너, 그녀는 레이시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 들어섰다.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지만 그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집무실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그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한손으로 누른 채 방 안에 들어섰다.


‘여기구나...!’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오랫동안 방치된 것인지 내부는 먼지가 가득했다. 창문 너머로 들이치는 햇살 안쪽이 뿌옇게 물들어 있었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자 그녀는 레이시의 책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윽, 더러워.”


책상서랍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철두철미한 레이시가 중요한 정보를 무방비하게 방치하고 갈 리 없으니 말이다. 레미나는 시무룩해져서 나머지 책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책이 몇 권 꽂혀있긴 했으나 모두 안개송곳니와는 연관이 없었다. 레이시가 머물렀었다는 점만 빼면 그냥 일반적인 서재에 불과해 보였다.

그렇게 황망하게 책장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였다. 양장본 사이사이를 손가락으로 훑고 있자니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자그마한 양피지 뭉치가 책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것은 레이시가 누군가와 주고받은 편지모음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신의 아이라는 것 말입니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숙주는 대체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이를테면 신의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규격화된 육체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든지? 오, 제발 무작위란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럼 너무 재미없지 않습니까?


-일전에 한 번 문의를 드렸습니다만 답장이 없으시군요. 신의 아이를 마인드컨트롤한다는 계획, 실패했었지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있는 형태라, 한쪽을 조종해도 다른 한쪽이 면역 체계처럼 마법을 강제로 해제하는 거죠. 그래서 안다바리엘이 뭐라고 하던가요? 기껏 완성한 9클래스 마법을 고작 국왕이나 조종하는데 쓰고 계시더군요. 그럼 너무 재미없지 않습니까?


-펠아람의 아이는 아주 귀중한 표본입지요. 한 번 죽었다가, 다른 숙주를 찾아 부활했습죠. 대단히 흥미롭지 않습니까?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숙주가 될 그릇을 미리 알고 있다면, 그걸 강제로 신의 아이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펠아람의 아이야 뭐, 에센스가 없으니 꽝이지만 베릴의 아이나 루프리모의 아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요. 어떻습니까?


-하하! 이전 편지에 대해 굳이 답변하자면 악마의 편은 아닙니다. 그냥 좀 더 재미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죠. 첨언하자면 따로 오르텔 수색대를 조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거긴 재미로 들어갔을 뿐이거든요. 원하신다면 직접 한 번 뵈러 가도록 하지요. 아니면 그쪽에서 오셔도 되고요. 이번 달에는 계속 에나스트란에서 머물 계획입니다. 유버 발슈타트를 찾아주세요.


“세상에...!”


편지를 쥔 손이 바르르 떨렸다. 신의 아이를 만든다니,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네 장의 편지는 모두 유버 발슈타트라는 자가 쓴 것이었다. 편지에 적힌 문맥이나 뉘앙스로 보아 그는 안개송곳니의 일원은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레이시의 목적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레이시가 답장에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역시 유버라는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으며, 이를 위해 개인적인 밀정까지 파견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현재로선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유버가 대단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레미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지를 품안에 집어넣었다.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읍?!”


머리채가 확 당겨지는가 싶더니 숨이 턱 막혔다. 누군가가 그녀를 덮치고 입을 틀어막은 것이었다. 그제야 슈터크의 충고가 되살아났다. 저택을 지키는 경비병! 들키지 않았다고 여긴 게 실수였다. 그들은 고르딘이 루도를 쫓아간 직후부터 저택을 꼼꼼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이런 귀여운 미꾸라지가 하나 숨어들었군. 겁도 없이 말이야.”


“으읍...읍?”


“오, 안 되지. 레미나 리크나이츠 공주. 네가 마법을 쓴다는 정보는 이미 알고 있다고.”


레미나를 습격한 경비병은 모두 둘이었다. 한 명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한 명은 재빨리 양손을 뒤로 묶었다. 억센 손아귀의 힘만으로도 그들이 상당한 수준의 실력자임을 알 수 있었다. 레미나는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으나 장정 둘을 힘으로 어찌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저항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들은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자아, 이제 재갈을 물리면 끝이지. 하여간 마법사란 족속도 별 거 없다니까.”


“음!!!”


“걱정 말라고 아가씨. 바로 편하게 해줄 테니까.”


경비병 하나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들었다. 그대로 멱을 따 절명시킬 생각이었다. 서슬퍼런 날을 보자 레미나의 동공이 공포로 크게 확대됐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잠깐 기다려.”


유예를 준 건 다른 경비병이었다. 그는 레미나의 입에 물린 재갈을 확인하고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살려두자고. 어차피 이 상태로는 도망도 못 가.”


“뭐? 명령을 잊은 거야? 침입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처단해야 하잖아.”


“명령은 그랬지. 그래도 융통성 좀 발휘하라고 이 친구야. 그건 어중이떠중이에 한해서지. 이년은 리크나이츠의 공주라고. 살려둘만한 가치는 충분해.”


“흠...하지만...”


경비병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사이에도 레미나는 어떻게든 결박을 풀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본들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경비병의 망설임에 확신을 준 모양이었다. 그가 단도를 물리며 말했다.


“뭐 괜찮겠지...확실히 묶어놓았고.”


부추긴 경비병이 이에 만족스러운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어째서인지 그는 장갑을 벗어던지며 말했다.


“잘 생각했네 하하! 죽이고 살리고는 언제든 결정하면 돼. 어쩌면 레이시가 우리에게 큰 상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게다가 이런 기회가 흔한 게 아니잖아?”


“기회?”


경비병은 어느새 웃옷까지 풀어헤치고 있었다. 그제야 그의 의중을 알았는지 다른 한 명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네 설마...”


“언제고 왕족 계집을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지. 높으신 분의 콧대를 꺾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거든. 게다가 이런 미인이라니, 안 하는 게 이상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시기에...”


“자, 자. 금방 끝나. 걱정 붙들어 매라고. 깨끗이 쓰고 넘길 테니까.”


“.....”


경비병은 버둥대는 레미나를 억지로 잡아끌고는 한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으읍, 읍?!”


“흐흐흐...좋은 몸이잖아. 자, 좀 더 발악해보라고 공주님.”


그런데 갑자기 레미나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의식을 잃은 게 아니었다. 그녀는 온몸에 힘을 뺀 채 지그시 눈을 감았다. 조금 전까지도 펄펄 뛰던 사람이 저항을 포기하자 경비병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벌써 체념한 건가? 재미없군.”


그는 쓰게 입맛을 다시고는 애무를 계속했다. 레미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는 기이할 정도로 고분고분한 그녀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경비병은 동료의 의견에 티끌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눈앞의 소녀를 범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하긴, 혀라도 깨물까봐? 재갈을 물려서 그짓도 못해. 흥, 무슨 속셈인지는 몰라도 좀 쑤셔주면 반응이 나오겠지.”


그는 어설픈 동작으로 그녀의 블라우스 앞섬을 풀기 시작했다. 그녀의 봉긋한 앙가슴이 모습을 드러내자 뒤에서 지켜보던 남자도 말없이 군침을 삼켰다. 그 순간 두 남자는 명백히 경계심을 잃은 상태였다. 때문에 허공에 자줏빛 구체가 응집하는 것도 그들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퍼어억.


“꺼억?!”


포스미사일이 자비 없이 남자의 낭심을 강타했다. 무언가가 맥없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아, 아닛?!”


구경하던 남자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는 뒤늦게 허공에 떠오른 구체를 발견하고는 무기를 뽑아들었다. 레미나가 만들어낸 포스미사일은 전부 3개였다. 남아있던 2개의 구체가 동시에 사출됐다. 하나는 쓰러진 남자의 가슴팍으로, 하나는 경계하는 그를 향해.


“크아아앗!”


구체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쓰러진 동료의 가슴이 뭉개지는 광경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남자는 검을 세워 구체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 그러나 충격력이 어찌나 큰지 그의 몸이 순간 공중에 붕 떴다.


“끄아아악...”


손목이 부러졌는지 어마어마한 격통이 느껴졌다. 그러나 어쨌든 일격은 막아냈다. 그는 손목의 통증을 억지로 참으며 단도를 꺼냈다. 한순간의 방심, 아니 동료의 치졸한 욕망이 생각지도 못한 화를 불러올 줄이야.

그는 격통 속에서도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분명 양손을 묶고 입에는 재갈을 물렸다. 캐스팅은 물론 수인조차 맺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설마...무영창을 한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캐스팅 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기술인 무영창. 게다가 레미나는 시동어조차 읊지 않았다. 안개송곳니도 무영창의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단지 제리온에 한해서였지, 레미나가 이를 성공시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가 무영창을 사용할 가능성을, 경험과 노력을 재능으로 덮어버리는 인간도 있다는 것을.


“제기랄! 지금 당장 목을 따주마!”


남자는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의의 일격에 당했지만 어쨌든 구체는 전부 사라졌다. 지금이야말로 무방비상태인 적을 끝장낼 기회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기 전까지는.


“헉...?”


포스미사일을 막아내고 일어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초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눈앞에서 이글거리는 두 개의 불덩어리였다. 레미나는 여전히 결박당한 채였다. 하지만 그녀는 턱을 치켜든 채 똑똑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동공에는 불타오르는 구체가 각인된 채로. 화르르륵, 하고 회전하는 구체의 소리가 그녀의 심경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자, 잠깐. 말로...”



****



루도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무엇보다 레미나의 안위가 걱정이었다. 그저 고르딘이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기를, 그리고 그녀가 얌전히 안전한 장소에 숨어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는 곧장 별채로 향했다. 그런데 막 정원을 가로지르고 있자니 본관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워낙 빠르게 사라져 제대로 보지는 못했으나, 그는 창틈 사이로 보랏빛이 번쩍 일었다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기억대로라면 확실히 레이시의 집무실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는 무기를 뽑은 채 조심스럽게 문으로 접근했다. 만약 적이 있다면 신속하게 처리해야 했다. 문을 열자마자 치고나가 가장 가까이 있는 자의 심장을 찌르고 - 까지 생각했을 때 문이 폭발했다.


“으히이익?!”


문이 산산조각남과 동시에 남자 하나가 안쪽에서부터 튕겨 날아왔다. 그는 복도 외벽에 부딪치고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루도는 쓰러진 남자의 몰골을 확인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생사확인은 고사하고 완전히 숯덩이가 되어 신분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아마 파이어볼이라든지, 뭐시기의 작렬 같은 제리온이 즐겨 쓰던 파괴마법의 일종일 것이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또 다른 남자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루도와 제오프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꺄아아악!”


『히이이이...』


명치가 뭉개진 건 그리 문제가 안 된다. 그것보다 성기, 성기가 완전히 으깨져 있었다. 특히 고환이 터진 건지 가랑이 사이로 핏물이 그득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왔다.


“으읍!”


그 참혹한 광경에 정신팔려있던 그는 레미나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내자 그제야 그녀를 발견하곤 허겁지겁 뛰어왔다.


“레미나! 이게 무슨...괜찮아?”


결박당했다 뿐이지 그녀는 특별히 다친 부분은 없었다. 루도는 서둘러 입에 물린 재갈을 풀어 주었다. 전후사정은 몰라도 두 남자를 날려버린 게 레미나이고, 어째서인지 매우 화가 나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비죽이며 말했다.


“괜찮아. 망할 자식들.”


“.....”


그녀는 옷매무새가 다소 흐트러져 있었다. 남자들이 무슨 짓을 시도했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것만으로 고환이 뭉개진 남자를 향해있던 일말의 동정심도 사라졌다.

레미나는 더러운 기억을 떨쳐내려는 듯 일부러 쾌활한 말투로 말했다.


“그보다 어떻게 됐어? 수정은 찾았어?”


“어? 어. 찾았지. 여기 주머니 속에 넣어놨어.”


“그래? 무사해서 다행이야. 고르딘이 쫓아가기에 걱정했다고. 그 남자는 어떻게 됐어?”


“음...제오프가 힘을 쓰려고 하니까 달아나더라고. 굳이 따라가지는 않았는데...”


직접 말하면서도 루도는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위첼이나 제스터라면 몰라도 그 우직한 고르딘이 순순히 달아났으리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루도는 곧 관심을 끊었다. 어찌 됐든 본연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구태여 그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루도는 레미나를 부축해 건물 밖으로 나왔다. 레미나는 유버의 편지를 챙겨 앞섶에 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재차 정원을 가로지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숲이 있는 쪽에서 먼지가 일었다.


“꺄앗, 뭐지?”


두두두두...멀리서도 나무들이 줄지어 쓰러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두 사람이 있는 쪽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뭐야 저건?』


“몰라...! 하지만 여기 있으면 안 된다는 것만은 확실해!”


루도는 레미나의 손목을 잡고 소리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정원 문을 지나칠 즈음에는 저택 별채가 붕괴되고 있었다. 그즈음에야 레미나가 경악하여 외쳤다.


“설마...인디그네이션(Indignation)?"


마법사인 그녀는 붕괴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루도보다 더 깊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설마 이런 외딴 고원에서 9클래스 마법이 터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뭔데? 그게 대체 뭐하는 놈인데?”


루도가 다그치자 그녀는 거의 울부짖듯이 외쳤다.


“도망가야 해애애!”


마법이 가까워짐에 따라 루도도 왜 그녀가 무작정 도망치라고만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반이 폭발한다. 아니, 정확히는 붕괴하고 있었다. 땅이 뒤집히며 그 자리에 있던 건물이며 나무가 사정없이 튀어 올랐다. 땅이 흔들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 루도는 헐떡대는 레미나를 들쳐 업다시피 하여 내달렸다. 그제야 머릿속에 고르딘의 비장한 경고가 떠올랐다. ‘너는 수정을 가져갈 수 없다.’


“그 미친 새끼가!”


기가 질릴 노릇이었다. 아예 봉우리 전체를 무너뜨려 생매장을 시킬 생각이다. 여기까지 준비한 레이시도 대단하지만, 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고르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인디그네이션은 숲 안쪽에서부터 시작하여 양을 몰듯이 두 사람을 절벽 끝으로 몰아붙였다. 루도는 식겁하여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선사하는 오싹한 풍경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루도는 잠깐 아래쪽을 쳐다봤다가 기겁하여 물러났다. 어릴 적 안젤리카와 함께 뛰어내렸던 절벽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면의 나무가 좁쌀처럼 보일 정도의 높이였다. 여기서 뛰어내리는 것만큼 확실한 자살방법도 없었다. 그 순간 루도는 레미나의 마법을 떠올렸다.

페더폴(Featherfall)! 낙하시간을 줄이는 마법이 있지 않은가. 고개를 돌리자 마침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떨리는 손으로 수인을 맺고 있었다. 하지만 루도는 그녀의 마법을 강제로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해일처럼 두 사람을 덮쳐오는 암석더미였다.

그는 레미나의 손목을 낚아채고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꺄아아아악~~?!”


“느아아아!!”


얼굴을 때리는 맞바람이 추락하고 있다는 현실감을 여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콰아아! 바람소리와 인디그네이션이 만들어내는 붕괴음으로 고막이 얼얼했다. 옆에서 레미나가 뭐라 외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빛이 반짝하다 맥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마법이 또다시 실패한 모양이었다.

루도는 아직도 까마득하게 먼 지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진짜 높다. 너무 높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대로 지면에 부딪치면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어떻게든 레미나는 살려야 하는데, 이조차도 요원했다.

그때 제오프가 외쳤다.


『수정! 수정을 꺼내!』


“뭐?....뭐?!”


『펠아람의 수정을 빨리 꺼내애액!』


만약 그에게 몸이 있었다면 게거품을 물며 발광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루도는 한 손으로 레미나의 허리를 감싸고는 한 손으로 주머니 속에서 수정을 꺼내들었다. 찬찬히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제오프는 곧장 힘을 개방했다.


『꽉 잡아! 바이올렛!』


번쩍! 수정이 대검으로 변함과 동시에 이를 쥐고 있던 루도의 왼팔에 엄청난 하중이 전해졌다. 그와 동시에 레미나를 안은 오른손에도 뽑혀나갈 듯한 통증이 왔다. 그래도 루도는 이를 악물고 이를 버텨냈다. 제오프 역시 그와 같은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이대로는 어깨근육이 찢어질 거라 생각했는지 곧장 검을 루도의 발밑으로 ‘이동’시켰다.

바이올렛의 칼등은 사람이 밟고 서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루도는 본능적으로 검을 딛고는 양팔로 레미나를 힘껏 껴안았다. 이에 맞춰 제오프도 검의 속도를 완만하게 줄였다.


“.....!”


이윽고 검이 완전히 정지하자 루도는 꼭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는 여전히 구름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레미나도 놀라서 입만 뻐끔거릴 뿐이었다.

그들은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히는, 바이올렛을 딛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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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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