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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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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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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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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5.2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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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9쪽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DUMMY

상처를 지혈할 틈도 없이 적의 공격이 밀려왔다. 그러나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려 하자 오른손에 격렬한 통증이 밀려왔다. 디리터는 궁여지책으로 발치의 의자를 걷어차 상대를 밀어냈다.

오른손을 내려보자 쩍쩍 벌어진 상처 사이로 뼈인지 근육인지 희멀건 게 보였다. 무리도 아니었다. 날이 잔뜩 선 단검을 장갑 하나 없이 붙잡았으니 말이다. 이는 단순히 경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양손대검을 사용하는 그의 특성상, 한 손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곧 전투능력의 상실을 뜻했다. 상체의 회전을 이용하면 어찌어찌 휘두를 수야 있겠지만, 저 안개송곳니를 상대로? 턱도 없는 소리였다.


‘젠장, 내가 죽더라도 카이안은 살려야 하는데.’


암살자들도 디리터의 부상을 눈치챘는지 좌우에서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했다. 특히 도끼를 든 남자는 조금 전의 경합으로 열기가 올랐는지 콧김을 푸욱 뿜어 디리터를 위협했다.


“어리석군. 신의 아이를 포기하고 도망쳤으면 좋았을 것을. 뭐 우리로선 좋은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지.”


디리터는 태세를 유지한 채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카이안은 아예 기절한 모양이니 달아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맞서 싸우기엔 승률이 너무 낮았다. 끝났다는 게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걸까, 카이안을 지켜내지 못한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디리터의 귓가에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군화를 신은 것인지 제법 중후한 느낌까지 나는 그 소리는 일행이 있는 곳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게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데도 디리터의 가슴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그는 재차 의자를 차 상대를 저지하고는, 도끼를 든 남자를 향해 검을 집어던졌다. 어차피 제대로 쓰지도 못할 무기다. 대신 그는 카이안이 들고 있던 촛대를 레이피어처럼 수평으로 세웠다.

그렇게 번 몇 초가 모두의 운명을 갈랐다. 발소리는 점점 빨라졌고, 이윽고 암살자들도 눈치챌 정도로 가까워져 갔다. 그들은 혹시 유미르네나 아케니온이 돌아온 게 아닌가 싶어 신경을 곧추세웠다.

그러나,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이방인의 정체는 싸우던 이들이 예상한 그 누구도 아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유미르네나 아케니온보다도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인물, 그리고 현 상황에 있어 명백하게 디리터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남자의 등장에 암살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시나리오에 전혀 없던 상황이었다. 도끼를 든 남자의 얼굴이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어리둥절해하는 디리터와 달리 그들은 그 남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은 이곳에 결코 나타나서는 안 될 존재와 직면하고는 혼란에 빠졌다. 천정기사단이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을 텐데!


“가, 가이잘모 아델하트!!”


가이잘모는 낯선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막 요새에 도착한 그는 로샤단이 습격당했다는 뜬금없는 보고에 짐을 풀지도 않고 달려온 참이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지?”


그러나 가이잘모는 우둔한 성격은 결코 아니었다. 난감한 가운데에서도 그는 몇 가지 가시적인 정보를 토대로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그리고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했다. 쓰러진 한 소년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는 두 명의 남자와 그를 지키기 위해 촛대까지 사용해가며 대치하고 있는 한 청년. 가이잘모는 곧장 프람베르그를 뽑아들며 말했다.


“거기 금발 젊은이, 이름은?”


그 조용한 패기에 눌려 디리터는 자기도 모르게 대답했다.


“디, 디리터 아쟉스입니다만...”


“아, 자네가 케셔의 아들인가? 그럼 저쪽이 안개송곳니겠군.”


가이잘모는 지체 없이 ‘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마치 추수해야 할 곡물을 향해 걸어가는 농부와도 같이, 한 치의 두려움이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암살자들은 기가 질려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이미 카이안의 생사는 그들의 관심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가이잘모 아델하트 - 리크나이츠, 아니 어쩌면 대륙 최고의 검사. 로샤단이 대두하기 전까지만 해도 안개송곳니가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졌던 남자다. 레이시는 그를 두고 ‘제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 말은 1:1로는 안개송곳니의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으...크, 어째서 이렇게 꼬여버린 거지.”


몇 초만 빨리 움직였어도. 아니, 교만에 빠져 여유를 부리지만 않았어도. 가이잘모는 이제 디리터를 커버하듯 그를 등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도끼를 든 남자는 망설였다. 정보가 맞다면 이 남자를 상대로 승산은 없다. 그렇다면 후퇴? 그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팔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루프리모의 아이가 있는데!

싸움에 진 개가 되어 돌아갈 수는 없다 - 그렇게 생각하자 그의 팔뚝에 사정없이 힘줄이 돋았다. 그래, 소문이란 늘 부풀려지는 법이다. 저런 외팔이에게 안개송곳니 단원인 자신이 질 리 없다. 그렇게 자기암시를 걸고서 남자는 당차게 발을 굴렀다.

그게 그 남자의 최후가 됐다.

퍼억! 남자가 도끼를 휘두르려고 팔을 올린 그 순간, 가이잘모는 순식간에 도약해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얼굴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듯 어벙한 상태로 멈춰 있었다. 그 무섭도록 날카로운 한 방에 디리터도 놀라 숨을 죽였다.


“이, 이런...”


동료의 죽음에 창가에 있던 남자는 석궁이 장전되어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뒷걸음질쳤다. 가이잘모는 그를 창가로 몰아넣었다. 천박하게 검을 휘둘러 위협하거나 하는 행동은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암살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히 처리하진 못했으나 자신은 분명 카이안을 찔렀고, 이는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 내장이 상했다면 굳이 확인사살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앓다 죽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달아난다고 해도, 꼭 임무에 실패하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냅다 등을 돌려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가이잘모의 보폭이 넓어졌다. 순간적인 각력으로 거리를 좁힌 그는 막 도약해 공중에 부유해있는 남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남자의 가슴 윗부분이 창문과 함께 양단되어 지상에 곤두박질쳤다. 유리가 깨지는 날카로운 고음 사이에서도 터엉, 하고 고깃덩이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만은 똑똑히 귀에 들어왔다.

디리터와 왕실기사단을 농락하던 암살자들을, 가이잘모는 단 두 번 검을 휘둘러 제압했다. 그 거짓말 같은 상황에 디리터는 통증도 잊은 채 팔을 늘어뜨렸다.

정리가 되자 가이잘모는 디리터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네...그렇게 있을 게 아니라 치료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아, 아 참. 카이안!”


가이잘모는 그의 너덜너덜해진 손을 보고 한 말이었지만, 디리터는 자신의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이안을 돌보기 시작했다.


“오자마자 칼부림이라니,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군.”


가이잘모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창밖으로 붉은 횃불의 물결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습격소식을 들은 왕실기사단 본대가 뒤늦게 병력을 파견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상황이 정리된 탓에 때늦은 지원군의 등장은 단순히 소음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디리터는 더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카이안의 상처를 지혈했다. 그러나 그가 환부를 깊게 짓누를 때에도 카이안은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마치 기나긴 잠에 빠진 듯 고요하기만 했다.



***



제랄드가 데려온 인원은 아케니온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알량한 자긍심은 유미르네라는 재앙 앞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차라리 굶주린 호랑이와 맞닥뜨리는 게 이보다는 나으리라. 그녀는 건물 지붕을 누비며 재빠르게 제랄드 일행을 추격했다. 칠흑 같은 밤에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린 여자다. 쫓기는 입장에서는 그저 일렁이는 무언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타닥 타닥 - 벽을 박차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갔다. 맨 뒤에 있던 자는 자신이 표적이 되었음을 인지하고는 서둘러 방어태세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엉겁결에 취한 자세로는 정수리가 꿰뚫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다른 한 명은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곤 그 자리에 무기를 버리고는 목숨을 구걸했다.


“기, 기다려. 나는 네가 누군지도 몰라. 난 아케니온에 들어온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그, 그러니 제발...”


눈물 콧물에 오줌까지 흘리며 흐느끼는 남자를 보며 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나 이는 단지 체력을 회복하기 위함일 뿐, 한 조각의 동정심을 느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두 손 모아 비는 남자를 냉랭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러게 길드를 잘 골랐어야지. 얼간이.”


쿠욱. 눈을 찔린 남자는 경련을 일으키다 이내 잠잠해졌다. 여기까지 오면서 처리한 게 모두 넷. 기쁘게도 아직 죽여야 할 인간은 잔뜩 남아있었다. 그녀는 다시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즈음 제랄드 일행은 미리 준비해둔 말에 올라타고 있었다. 이대로 성문을 돌파해 멀리 달아날 생각이다. 뒤도 안 보고 달리는 그들을 보며 유미르네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제랄드으으!!”


사실 그녀의 절륜한 근접능력에 비하면 투척기술의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광기 어린 집착이 깃든 탓일까? 반사적으로 던진 나이프가 한 남자의 등에 정확히 꽂혔다. 남자가 고꾸라진 덕에 막 박차를 가하던 말이 거칠게 투레질을 쳤고, 유미르네는 곧장 달려가 말 위에 올라탔다. 물론 직전에 쓰러진 남자의 숨통을 끊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캬하하, 고작 한 명한테 달아나는 거야? 그 아케니온이? 날 붙잡아 다시 인신매매단에 넘겨야 할 거 아니야, 앙?!”


당연한 이야기지만 제랄드는 유미르네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성문을 지키고 있던 위병을 ‘필사적으로’ 물리치고는 마침내 황야로 뛰쳐나갔다. 시야가 탁 트인 지형이다 보니 몸을 숨길 곳도 없었다. 그저 자기가 탄 말이 쫓아오는 여자의 말보다 빠른 녀석이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그러나 원체 경무장인 데다 체중까지 가벼운 그녀인지라 말은 아무것도 태우지 않은 것 마냥 힘차게 거리를 좁혀왔다. 여기까지 오자 아무리 제랄드라도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어디서부터 꼬인 거지? 레이시가...아니, 스벤달 그 쓰레기가 제대로만 해줬어도!’


아케니온은 용병단이다. 주인 잃은 개가 갈 곳은 기약 없는 황야뿐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개를 쫓는 호랑이까지 있었다. 제랄드는 어금니를 악물었다. 끝났다. 이제 ‘신의 아이’라는 무대에서 아케니온이 설 자리는 없었다. 이대로 멀리 달아나 벌레처럼 살거나, 아니면 죽거나였다.


“대장, 이러다 따라잡히겠습니다!”


그래, 가장 빠른 결말은 저 여자에게 몰살당하는 경우다. 목덜미를 물어뜯기기 전에 할 수 있는 저항은 해봐야 했다. 제랄드는 방향을 돌리려고 말고삐를 세게 움켜쥐었다. 붉은빛의 물체가 유미르네를 강타한 것은 그때였다.

쩌엉! 막았는데도 충격으로 말에서 떨어질 정도로 투사체의 위력은 대단했다. 만약 순간적으로 검면이 아닌 날 부분으로 막지 않았다면 검과 함께 몸이 꿰뚫려 버렸을 것이다. 허공에 내던져진 유미르네는 빙그르 돌아 지면에 착지했다. 그사이 타고 있던 말은 놀라 들판으로 사라져갔다.


“!?”


그녀는 놀라 투사체가 날아온 방향을 향했다. 50, 아니 100m는 족히 되는 거리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불그스레한 물체가 수수밭 한가운데 선 채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유미르네는 땅에 떨어진 투사체를 슬쩍 확인했다. 붉은 빛을 띠는 그것은 화살도 아니고, 또 검이라기엔 형태가 조잡했다. 굳이 표현하자면...뿔이랄까?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악마...?”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악마라면, 탁 트인 평지에 있는 유미르네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재차 공격하진 않고 있으나, 녀석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는 듯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그사이 제랄드 일행은 황야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캬앗! 이젠 별 생각지도 못한 벌레가 날 방해하네?”


말을 놓친 이상 아케니온을 쫓아가긴 틀렸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방해꾼이라도 썰어버려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부라리자, 악마는 손가락을 흔들어 보이고는 등을 돌렸다. 미친 듯이 쫓아갔으나 이미 녀석의 흔적은 사라져버린 뒤였다.


“아아악! 뭐야, 뭐냐고! 제랄드, 제랄드으!!”


어둠 속에서 그녀의 날카로운 고함이 울려 퍼졌다. 오늘 밤에만 군터를 포함해 아케니온 다섯을 썰어버렸는데도 제랄드를 눈앞에서 놓쳐버렸다는 사실에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그렇게 한참동안 흙을 파헤치던 그녀는 문득 떠오른 듯 눈을 번뜩였다.


“그래...디리터 아쟉스!”


어찌 보면 절호의 기회였다. 성가시게 굴던 카이안은 지금쯤 죽었을 테니, 그녀를 거슬리게 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었다. 일단 죽인 후에 시체는 안개송곳니에게 당한 거라 둘러대면 그만이다.

그러면....동생의 영혼도 편히 잠들겠지. 이 지긋지긋한 환영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


유미르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오늘은 복수의 밤이었다. 뒤늦게 달려온 근위병대의 부름을 가볍게 무시하고서 그녀는 카이안이 있던 숙소로 질주했다.

밤은 깊었다. 거창한 습격 덕에 인파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숙소 내부는 고요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뛰어올랐다. 디리터의 흔적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완전히 박살이 난 예배당 입구 근처에 그의 대검이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유미르네는 에스터크를 한 바퀴 돌려 역방향으로 쥐었다. 명치에 한방 - 그럼 모든 게 끝난다.


“...유미르네냐?”


그녀가 예배당에 들어서자 디리터 쪽에서 먼저 말을 건넸다. 그는 막 카이안의 복부에 붕대를 감아주던 참이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디리터의 어조도 그리 살갑지는 못했다. 디리터는 그녀가 카이안의 곁에 없었음을 추궁하려다가, 그렇게 따지면 적의 도발에 넘어간 자신도 할 말 없기는 마찬가지기에 짙은 한숨으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그는 카이안의 용태에 정신이 팔려 그녀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차라리 광기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잔뜩 축소된 동공에 디리터의 얼굴이 맺혔다. 유미르네는 디리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손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에스터크의 검 끝이 바르르 떨렸다.

그런데 그 순간, 한 남자가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할 표정은 아니로군.”


유미르네는 화들짝 놀라 측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리터에 정신이 팔렸다곤 해도 말을 걸어오기 전까지 그 남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 남자, 가이잘모는 벽에 기댄 자세로 유미르네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쟉스군, 이 아가씨는?”


“아, 우리 편입니다. 유미르네 발렌스라고 루도랑 마리네의 친구지요.”


“그래? 우군이라?”


의문형으로 끝을 맺는 가이잘모의 한 마디엔 제법 가시가 돋아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유미르네가 내뿜던 살기에 관심을 드러냈다.


“실례하네, 발렌스양. 나는 천정기사단의 가이잘모 아델하트라고 하네. 자네는 뭘 하다 지금 온 것인가?”


“.....”


유미르네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짧은 마주침 속에서도 그녀는 가이잘모가 엄청난 고수임을 간파했다. 제랄드, 아니 어쩌면 이칼롯 보다도 위? 어째서 그런 실력자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인지는 몰라도, 가이잘모의 엄청난 존재감이 차츰 유미르네의 이성을 되돌려 놓았다.


“아케니온을....”


“오, 그래? 고생했군. 루시올라군을 지켜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전투라는 게 그렇게 마음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지. 다친 곳은 없나?”


“...쳇.”


능구렁이 같은 남자였다. 은근슬쩍 속을 떠보려는 그의 질문을 퉁명스럽게 무시하고서 유미르네는 검을 집어넣었다. 아쉽지만, 일단 지금은 물러나야만 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여기서는 가이잘모를 처리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후 그가 몇 가지 더 질문을 던졌으나 그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밤바람을 쐬자 옷에 묻은 피냄새가 더욱 진하게 코를 찔렀다. 디리터는 죽이지 못했지만, 카이안이 살아있는 한 기회는 얼마든지 올 터였다. 그래, 복수의 시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야 한다. 그럼 곧, 빠른 시일 안에, 복수는 완성될 테니 말이다.

군터로는 모자란 모양이다. 희끄무레한 아기의 환영은 쐐기처럼 박혀 시야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서 제랄드와 디리터의 목을 - 유미르네는 아까 군터를 죽였을 때의 촉감을 떠올리며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피비린내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거리에 남았다.



***



어느덧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늘 그렇듯 고산의 하루는 눈으로 시작해 눈으로 끝이 났다. 하인들은 분주히 정원에 쌓인 눈을 치우고 다녔으나, 그들도 이 저택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더 이상 이곳은 로시느의 요양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인들 중에 로시느를 귀여워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아반케즈의 아이 레이첼을 똑같이 좋아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질색하여 달아날 것이 틀림없었다.

겨울의 낮은 짧았다. 물론 늘 방에 틀어박혀있는 레이시에겐 그다지 상관없는 문제겠으나, 가끔 커튼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방 안과 다르지 않다는 건 조금 서글픈 일이었다. 위첼은 그 어둠이 거북해 최대한 램프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다. 불빛이 비추어지자 그의 왼쪽 얼굴에 붉은 음영이 드리워졌다.


“너무 성급한 판단 아닙니까? 아케니온은 아직 쓸모가 있을 겁니다.”


이번 작전에 관한 이야기였다. 흔치 않은 그의 직언에 레이시가 읽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의외로군. 너는 아케니온을 경멸하는 줄 알았는데.”


“그거랑은 다른 문제입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신의 아이를 죽이는 작전에서 이런 무리수를 두다니요. 자칫 그 녀석들이 적의 편에 넘어가면 어찌합니까?”


레이시는 대답에 앞서 의자에 깊이 몸을 묻었다. 위첼이 제기하는 문제는, 그 역시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쓸데없는 고민이다. 아케니온이 로샤단에 붙을 일은 없으니까.”


“유미르네 발렌스 말입니까? 솔직히 저는 좀 회의적입니다. 로샤단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는 게...”


“우리에게 오는 게 아니다. 그저 서로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것뿐.”


위첼은 길게 탄식했다. 그는 누구처럼 뒷공작에 능숙한 인물이 아니었다. 암살을 한다면 최적의 전력을 파견해 밀어붙이면 될 일이지, 이렇게 확증도 없는 인물에게 작전의 명운을 건다는 게 그로서는 탐탁지 않았다.


“잘 되면 물론 좋겠지만...만에 하나 슈터크 일행이 실패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레이시의 눈매가 일순 날카로워졌다. 그는 상체를 일으켜 책상에 턱을 괴며 말했다.


“그렇다면 카이안 루시올라가 살아남겠지. 그렇지만 이건 루도 레인폴의 생존과는 다른 문제다.


“...예? 무슨 소리신지...”


“카이안 루시올라는 로샤단과는 다르다. 우리의 정체는 물론 자신이 신의 아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 루도 레인폴이 내게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낸 것과는 명백히 다른 경우라는 거다.”


기름이 떨어진 것인지 램프의 불빛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위첼은 레이시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기가 불편해 얼른 램프의 안을 채워 넣었다. 잠시 램프가 꺼지자 안 그래도 어둡던 방 안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레이시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년에게는 실체화된 적이 없다. 분명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가 쌓였을 터인데, 마땅히 그 적의를 분출할 대상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그래. 카이안 루시올라는 유미르네 발렌스를 맹렬히 증오하는 모양이더군.”


기름을 채우던 위첼의 손이 흠칫 떨렸다. 그는 그제야 레이시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레이시님은...루프리모의 아이를 각성시킬 생각이십니까?”


레이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가장 좋은 건 역시 죽이는 거다. 죽이는 게 가장 좋지만....세상일은 또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거다. 카이안 루시올라가 펠아람의 저주일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만약 루프리모의 아이가 각성했을 때, 그의 분노가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 있다면, 이는 우리에게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다.”


위첼은 탄성을 터뜨렸다. 유미르네 발렌스에게 던진 회유책이 설마 거기까지 계산한 것이었을 줄이야. 그의 치밀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첼은 착잡한 기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레이시는 ‘죽이는 게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암살 자체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이렇게 차선책을 강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제 로샤단과의 대결에서 우위에 서 있지 않음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첼이 말했다.


“레이시님.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너무 차선책에 비중울 둔 것이 아닌지요? 유미르네 발렌스도, 카이안 루시올라도 결국에는 어찌 흘러갈지 모를 무리수일 뿐입니다. 최근에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저도 걱정이긴 합니다만...”


그는 레이시를 위해 나름 생각하고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레이시는 피식 실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최근? 그럴 리가. 내 생각대로 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11년 전 그때부터.”


“네?”


위첼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비약이 있기야 하겠지만, 로샤단의 훼방이 있기 전까지, 그러니까 약 1년 전까지만 해도 안개송곳니는 승승장구하지 않았던가. 이미 브리토리스 전체를 쥐었다 폈다 하는 레이시의 행보가 오류의 연속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시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짧은 미소를 거두고서, 그는 다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그때의 기억을 들추자 피로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는 위첼에게는 들리지 않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그때. 펠아람의 아이가 죽었을 때부터. 대체...누가 죽인 거지?”



***



황야를 지나 경사 높은 산비탈 길을 굽이굽이 올라왔다. 이미 추적의 기미는 사라진 지 오래건만, 제랄드 일행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 난 뒤 주위를 둘러보자 달빛 사이로 앙상한 침엽수림이 우거진 게 보였다. 40km쯤 달렸을까, 옷은 이미 피와 땀에 젖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살았나?”


“흑, 하악, 진짜 죽을 뻔, 했네.”


살아남았다. 일단은. 그러나 제랄드에게는 이제 생존 이후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안개송곳니와도 틀어졌으니, 이제는 더 갈 곳이 없었다. 어디 깊은 산 속에 틀어박혀 추적자를 피해 숨을 죽이는 나날이 이어질 테지. 로샤단이 이기든 안개송곳니가 이기든 그에겐 이제 미래가 없었다.


“제...기랄!!”


감정이 격해져 자기도 모르게 욕설이 터져 나왔다. 달콤한 휴식에 잡담을 늘어놓던 부하들이 그의 노기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 여자, 유미르네 발렌스! 그 빌어먹을 년은 대체 뭔지. 그 엄청난 실력하며, 맞서 싸웠다면 십중팔구 목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건 뭐였지?”


안전이 확보되자 유미르네를 날려버린 남자가 떠올랐다. 붉은 옷의 남자가 투창 비슷한 것을 날려 그녀를 낙마시키던 광경을 제랄드도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와 안개송곳니가 도와준 것일 리는 없고, 그로서도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제랄드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아, 불쌍한 제랄드. 주인한테는 버림받고, 쫓던 토끼에게 오히려 다리를 물린 개의 형국이로구나. 이제 네 운명은 범에게 잡아먹히거나 사냥꾼의 화살에 꿰뚫리는 것뿐이니, 참으로 처량하게 되었구나.


“헉!”


제랄드는 대경실색하여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귓가에 대고 외치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였는데도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부하들은 제랄드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대장, 왜 그러십니까?”


게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다. 제랄드가 그를 보며 말했다.


“방금 그 목소리...뭐였지?”


“예? 목소리라니요?”


“...환청인가? 아니, 그럴 리가...”


착각했다고 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또렷했다. 부하들의 반응으로 보아 목소리가 들린 것은 자신뿐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불안하게 사위를 둘러보던 제랄드의 시야가 문득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저건...”


아니, 하나가 아니었다. 바위 뒤, 나뭇가지 위, 덤불 사이...그것들은 어느새 숲을 차례차례 채워가고 있었다. 부하들도 뒤늦게 이방인의 존재를 발견하고는 무기를 뽑아들었다.


“저, 저것들은 또 뭐지? 왕실기사단인가?”


“아니...기사는 아니다.”


게네스가 쇼텔로 몸을 가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승산이 없음을 일찌감치 직감했다. 쇼텔 같은 건 인간에게나 통하는 무기지, 악마를 상대로 휘두를만한 게 못 된다.

제랄드의 귓가에 다시 예의 목소리가 와 닿았다.


-오, 너무 겁먹지 말라고. 저건 그냥 내 주민들일 뿐이야. 혹시 내 얘기를 듣지 않고 도망갈까 싶어 보낸 것에 불과해. 나는 그저 대화를 원할 뿐이라고. 불쌍한 제랄드.


눈에 보이는 악마만 일곱이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제랄드 일행에겐 저항 비슷한 것도 성립할 수 없었다. 제랄드는 경계를 유지하는 한편, 정체불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악마라니...안개송곳니가 소수의 악마와 결탁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적으로 레이시에게 복종할 텐데?

칼바람이 부는 추운 밤인데도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정황상 그들은 아케니온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반면 아케니온은 이 악마무리에 대해 전혀 몰랐다. 제랄드가 억눌린 어조로 말했다.


“원하는 게....뭐냐.”


-역시 이해가 빠르군. 나는 공생을 원한다. 불쌍한 제랄드, 넌 로샤단에게도 안개송곳니에게도 버림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어느 쪽과도 친하지 않지. 어떤가? 우리는 좋은 동업자가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모습도 드러내지 않는 음험한 자를 믿을 수는 없는데.”


-크크크..몇 번 얻어맞더니 신경이 날카로워졌군그래. 나도 나름의 사정이라는 게 있어서 말이지. 양해를 부탁하지.


목소리는 믿어달라는 의미로 주변의 악마들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제랄드 일행을 포위하던 일곱의 악마들은 나타났던 것처럼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제랄드도 부하들에게 무기를 거두라고 명령했다. 어차피 악마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일행을 몰살시키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울 것이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이는 권유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목소리가 계속 말했다.


-알다시피 우리는 인간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다. 우리는 안개송곳니와도, 흑연기사단과도 다르다. 우리는 우리만의 목적이 존재한다. 아케니온의 제랄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나를 섬겨라. 그럼 그 어떤 인간도 누리지 못한 부귀영화가 너를 따를 것이다.


“악마의 우두머리를 섬겨라...나더러 인간을 배신하라는 건가?”


-크큭, 우린 인간 종족이 번영하건 말건, 어느 국가가 대륙을 통일하건 말건 관심 없다. 그리고 애초에 넌 종족에 자부심을 갖는 부류가 아니지 않은가?“


제랄드의 입가에 그제야 미소 비슷한 것이 돌아왔다. 물론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은 존재했다. 악마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케니온을 어디까지 이용할 생각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제랄드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재기할 수 있는 또 다른 힘! 어떻게든 딛고 올라서, 자신을 내팽개친 레이시에게, 그리고 로샤단에게 복수하는 것만이 그의 최대 관심사였다. 말마따나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 후원자가 인간이든 악마든 알 바 아니었다.


“그래서...당신은 누구지?”


목소리가 유쾌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제랄드의 부하들도 그 중후한 폭소를 들었는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전히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으나, 제랄드는 그가 제스터나 이그제큐터 같은 부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곤두선 털이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진 그 후로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야만 했다.

목소리는 제랄드를 감싸 쥐듯 낮은 어조로 말했다.


-내 이름은 드라칸. 평의원 드라칸이다. 인간들은 흔히 레비저(Ravager)라고 부르더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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