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396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17 03:29
조회
907
추천
25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DUMMY

자색의 오오라가 아지랑이처럼 그의 몸을 감싸고 돌았다. 그것에 닿는 순간 몸이 증발해버릴 것만 같아 기사들은 감히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사이 오오라는 소년의 몸에 난 상처를 차례차례 치유하고 있었다.


“끄으아아악...으아아!”


소년이 고통스럽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이마저도 겁먹은 기사들에겐 포효로 다가왔다. 소년은 바위에 손을 짚고 한참 동안을 씩씩거렸다.


“멍청한 자식...이제 정말 안 남았단 말이다.”


소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제는 의식 저편으로 사라진 루도를 타박했다. 루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자신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수단이 너무 극단적이었다. 몇 초만 늦었으면, 둘 다 사이좋게 황천길을 건너고 말았을 것이다.

한편 올란도는 재빨리 겁먹은 기사들은 진정시켰다. 그도 상황을 이해 못 하긴 마찬가지였으나, 적어도 당장 전투준비를 하지 않는 이상 순식간에 몰살당하리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명령에 기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았다.

그러자 그 소리에 반응했는지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눈동자. 눈을 마주치자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이 그들을 덮쳤다. 단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질식해버릴 것 같은 감각. 고양이 앞의 생쥐, 아니 그 관계를 아득히 초월하는 공포감이었다. 올란도 역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 자꾸만 연방 무기를 고쳐 쥐었다.


“...시간이 없어...”


어느새 모든 상처를 치료한 소년은 싸늘한 표정으로 기사들의 얼굴을 훑었다. 기사들은 그를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었다. 그가 한 걸음을 내딛자 진형이 일제히 뒤로 이동했다. 올란도조차도 물러서려는 부하들의 움직임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숨이 막혀오는 것을 억지로 토해내며 말했다.


“너는...대체 누구냐?”


“몰라. 난 이름이 없어.”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 없다면 그걸로 됐어. 지금은 형편 좋게 대화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


소년은 부러진 검을 나이프처럼 빙글빙글 돌렸다. 공포와 모욕감으로 올란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숫자도, 진형도 자신들이 압도적일 텐데. 그에겐 변변한 무기조차 없는데. 왜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결과는 처참한 패배뿐일까.

소년이 말했다.


“내겐 시간이 없어. 그리고 당신들을 죽이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 딱 한 번만 말할게. 아까 잡아간 소녀를 데려와. 그리고 무기를 버리고, 앞으로 우리에게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고 맹세해.”


몇몇은 이를 굉장히 달콤한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란도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소년의 제안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의미했다. 아무리 몸이 물러서려 해도, 군인으로서 쌓아온 자존심이 투쟁을 부추겼다.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로군. 우리더러 기사로서의 긍지마저 버리라는 건가?”


“.....”


소년의 눈썹이 살짝 찡그려졌다. 역시 먹히지 않는 것일까,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는, 가장 가까운 기사에게 달려갔다. 그 엄청난 속도에 기사는 감히 검을 뻗지도 못했다.


“크헉...?!”


소년은 한 손으로 기사의 목을 잡아 올렸다. 붙잡힌 기사는 몸을 버둥거렸으나 그때마다 목을 죄는 소년의 악력은 강해져만 갔다. 그가 말했다.


“마지막 경고야.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


“...전원 공격하라! 저 괴물을 쓰러뜨려라!”


올란도의 명령에 기사들이 일제히 발을 굴렀다. 그러나 소년에게 이들의 돌격은 단지 무모함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혹시 자신의 화법이 틀렸던 것은 아닐까 후회하면서, 그는 타협안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접었다.


“날 너무 원망하지 마. 이게 당신들의 선택이니까.”


우두두둑. 손에 힘을 주자 붙잡힌 기사의 목뼈가 여지없이 부러졌다. 꿈틀대는 시체를 집어던지고서 그는 다른 기사에게 달려가 명치에 검을 꽂았다.


“커...헉.”


소년은 쓰러지려는 기사를 억지로 붙들었다. 기사는 이미 눈이 반쯤 뒤집혀 있었다. 그는 막 숨이 끊어지기 직전 기사와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그녀를 어디로 데려갔지? 말해.”


-훼창기사단...1직영대대 소속 특수감옥...죽고 싶지 않아...


“본진으로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절차 같은 게 따로 있나?”


-1대대는 휘장 자체가 특혜...하지만 레오문드 단장에게 걸리면...


거기서 기사의 생명은 끝이 났다. 소년은 재차 다른 기사를 공격하고서 눈을 마주쳤다. 실토하지 않겠다 - 라는 식의 각오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죽기 직전에 그와 눈을 마주치면 싫어도 생각이 술술 흘러가기 때문이다. 다만 소년은 필요한 정보만을 뽑아내고, 쓸데없는 울부짖음은 가볍게 외면했다.

심문이 끝나자 소년의 움직임이 한층 더 빨라졌다. 그의 몸이 자색의 오오라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일순 기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기사들은 허둥대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진형의 가장 뒤쪽에 있던 올란도는 소년이(정확히는 보랏빛의 잔영이) 기사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심해라! 어서 무기로 몸을 보호해!”


한 기사가 검을 비스듬히 세워 몸을 가렸다. 그리고 그는 검째로 상반신이 두 동강 났다. 한 기사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소년을 보곤 다급히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오오라에 휩싸인 소년에겐 그의 움직임이 한없이 느리게 느껴졌다. 공격을 가볍게 피한 그는 기사의 얼굴을 붙잡아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퍼걱. 두개골이 깨지며 투구 사이로 뇌수가 흘러나왔다. 튀어나온 살점이 채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소년은 다음 대상을 향해 도약했다.


“천인장, 어서 피하십시오! 여긴 크학?!”


소년이 지나간 자리로 차곡차곡 시체가 쌓여갔다. 그건 이미 싸움이라 할 만한 것도 못됐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살육. 단 한 번도 패한 적 없는 최강의 부대가, 이름 모를 소년 하나에게 학살당하고 있었다.

부하의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올란도는 달아나지 않았다. 소년의 경이적인 능력으로부터 달아나 봤자 헛수고라도 몸이 이해한 까닭이었다. 그렇다고 항전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시체가 즐비하다. 어느새 살아있는 인원은 자신을 포함해 넷에 불과했다.

달아날 수도, 싸울 수도 없는 상황. 그것은 일종의 처형이었다.


“설마 이런 곳에서 뼈를 묻게 될 줄이야...”


그는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막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보랏빛의 잔영과 마주한 순간, 그는 재빨리 검을 종대로 세웠다.


“앗...!!”


작전은 나름 주효했다. 소년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빨랐기 때문에, 그만큼 제동에도 시간이 걸렸다. 막 목을 부러뜨리려고 달려들던 찰나에 올란도가 검을 치켜들자, 그는 꼬챙이에 꿰이지 않기 위해 황급히 지면에 발을 미끄러뜨렸다. 그 찰나의 순간을 올란도는 놓치지 않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쳤다.


“으아아악!”


그러나 소년의 쇄골을 부러뜨리며 나아가던 검은, 그가 억지로 검날을 움켜쥐는 순간 거짓말처럼 멈추고 말았다. 조금만 더 베었다면 심장까지 닿았을 상황이었다.


“으...크아악!”


소년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올란도를 후려쳤다. 올란도는 차려입은 갑옷이 무색하게 날아가 쓰러졌다. 갈빗대가 통째로 나간 것인지 그는 거칠게 피를 토해냈다. 격통 속에서 고개를 치켜든 그는, 그러나 어느새 베인 자리가 복원되고 있는 소년의 어깨를 보며 어이없는 미소를 흘렸다.


“너무 하는군그래.”


치료가 끝나자 소년은 비틀거리며 그의 발치로 걸어갔다. 의외의 일격을 당한 탓인지 그의 얼굴은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올란도는 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기대고서 다가오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무기는 빼앗겼고, 부러진 갈비뼈가 내장을 찔러 살아날 여지가 없었다.

그는 미련 없이 저항을 포기하고는, 소년과 당당하게 눈을 맞췄다. 죽음을 인정하자 그렇게 위압감을 주던 자색의 눈도 자연스럽게 응시할 수 있었다.


“넌 아까 펠아람의 아이라고 했었지.”


“.....”


“그래. 그런 의미였군. 영광의 펠아람. 네가 신의 아이로구나.”


“그게 그렇게 중요해? 죽음을 앞둔 이 상황에서까지?”


올란도는 웃으려고 했다. 그러나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의 몸은 유쾌한 웃음 대신 한 바가지의 토혈을 몰고 왔다. 그는 역류하는 피를 전부 뱉어내고서 말했다.


“죽음은 대수로운 게 아니다. 언제고 찾아오는 죽마고우 같은 거지.”


“...이제 와 허세 부리긴. 이럴 줄 알았으면....그냥 내 말대로 했으면 됐잖아!”


“미안하지만 난 군인이라서 말이지.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는 법이야.”


“아니,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소년은 올란도의 말을 딱 잘라 반박했다. 그의 태도가 워낙 단호했기 때문에 올란도는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소년을 올려다보며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괴물의 탈을 쓴 어린애로군. 아직 갈 길이 멀었어.”


“...날 조롱하는 거야?”


“할 말은 있지만, 순순히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 가치관이라는 건 오직 경험을 토대로만 쌓아올려 지는 것이니.”


“죽으면...아무것도 없어. 당신은 개처럼 짖는 한이 있더라도 내 권고를 받아들였어야 해.”


소년은 올란도의 강직함에 다소 실망한 듯이 보였다. 그는 명예니 의무니 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게 죽어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올란도는 구태여 소년의 의문에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했다.


“신의 아이라는 건...원래 말이 많은 편인가? 우리가...넉살 좋게 대화나 하는 관계는 아니었을 텐데.”


곧 소년은 자신의 등 뒤로 십수 명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음을 깨달았다. 이유가 어찌 됐든 자신의 형편을 위해 일방적으로 쓰러뜨린 이들이다. 미안하진 않지만, 살인의 행위 자체에서 오는 혐오감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소년은 올란도의 심장을 찔러 일격에 절명시켰다. 그가 쓰러지고 나자 숲은 응당 그래야 할 것처럼 고요를 되찾았다. 왠지 귀를 기울이면 눈이 내리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소년은 이제는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올란도의 시신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젠장...”


전투가 끝나자 그의 몸을 휘감던 오오라도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는 가방에서 양피지를 꺼내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조곤조곤 써내려갔다. 이윽고 모든 준비가 끝나자 그는 양피지를 접어 손아귀에 넣었다. 지면에 눕자 나른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돌바닥이 아니라 마치 깃털이 가득 채워진 침대 위에 누운 것만 같았다. 역시 빠져나간 피는 재생되지 않은 것이리라. 그는 아직 끝나지 않은 위기에 가슴 졸이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정신을 차리자 온 사방이 보랏빛의 광휘로 물들어 있었다. 일렁이는 빛기둥 사이에서 루도는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곧 자신이 공중에 떠 있으며, 아주 천천히 빛 사이를 유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음...”


그는 천천히 주변의 경관을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는 온통 자색으로 뒤덮여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색의 바다에 빠져있다고 해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벨벳으로 전신을 휘감은 느낌이랄까? 빛에 둘러싸여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나른해져왔다.

그 아늑함에 취해 다시 눈을 감으려던 그는, 그러나 자신의 발치에서 꼬물대는 소녀를 발견하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안제?”


-깨어났구나, 루도. 이번 것은 정말 위험했다구.


“나는...”


상반신을 일으키려던 그의 이마를 누군가가 손가락을 세워 투웅 튕겼다. 루도의 몸은 그대로 180도를 회전했고, 그는 원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죽어라 팔을 허우적댔다. 그는 짓궂은 장난을 꾸짖으려 입을 벌렸으나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마를 튕긴 이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너무나도 그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충 빗은 곱슬머리에 곰팡내가 나는 회색 코트, 그리고 뭐가 그리 불만인지 양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까지. 너무 자연스러워서 순간적으로 그가 고인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는 얼떨떨해하는 루도를 보며 씨익 웃었다.


-여, 왔냐.


“제리온...”


-아주 멋들어지게 판을 벌렸더구만. 뭐, 내가 보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어.


제리온의 손을 붙잡자 균형을 잡지 못하던 몸이 일순 정자세로 돌아왔다. 중력을 되찾자 제리온의 이죽거리는 얼굴이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 순간 루도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젤리카, 그리고 제리온. 이건 빼도 박도 못할 결정타였다.


“아, 제기랄. 왠지 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음? 무슨 소리냐.


“역시 난 뒈진 거지? 여긴 황천인 모양이고."


-아오, 뭐라는 거야 이 머저리 새끼는.


루도는 제리온의 주먹을 맞고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그러자 곁에 있던 안젤리카가 한껏 볼을 부풀리며 그를 타박했다.


-뭐하는 거예요. 지금 치료 중이란 말이에요.


-시끄러. 이게 우리들의 대화방식이다, 이 지지배야.


제자리로 돌아온 루도는 오른쪽 뺨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큰한 통증에 식었던 몸이 금세 달아올랐다.


“신기하다. 죽었어도 아픈 건 아픈 거네.”


-자폐증 흉내도 적당히 해 이 새끼야!


퍼억. 다시 한 바퀴를 돈 그는 이번에는 입술이 터져 피가 나는 것을 보고 펄쩍 뛰었다.


“뭐하는 거야! 진짜로 아프다고!”


-아프라고 때린 거야 짜샤. 누구 앞에서 죽은 척이야 죽은 척은.


“어? 그럼 나 아직 살아 있는 거야?”


-빌어먹게도 그렇다. 1.7초 정도만 늦었어도 정말로 황천 갈 뻔했지.


“...뭔가 수치가 직접적이네.”


또 다른 사람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빛기둥 안으로는 제리온과 안젤리카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루도는 곧 이 상황이 언젠가 레이시의 독에 중독되었을 때 꾸었던 꿈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물론 그때 꿈에 나온 이는 안젤리카뿐이었지만 말이다. 그가 말했다.


“그럼 이건 꿈인 거야?”


제리온이 키득거리며 루도의 어깨를 두드렸다.


-비슷하지만 달라. 여긴 펠아람의 아이가 창조한 무형의 공간이야. 이 공간을 통해 네 육체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지.


“펠아람의 아이? 그렇다면 그 녀석은 지금...”


-아마도 훼창기사단을 화끈하게 끝장내고 있겠지.


“...역시 각성한 거구나. 그럼 이제 나도 영영 끝인 거 아니야?”


그러자 안젤리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그의 다리를 어루만졌다. 그녀의 손길이 닿은 것만으로도 통증이 사라지고 살갗이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차갔다. 그녀는 생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여기서 회복을 끝마치고 나면 곧바로 현실로 돌아갈 거야.


루도는 그녀가 하는 말을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의 아이의 최종적인 형태가 각성이라면, 그 시점에서 숙주의 존재는 아무런 가치도 갖지 못할 터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기껏 각성한 펠아람의 아이가 다시 육체의 소유권을 루도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효율성의 문제에서 볼 때 전혀 수긍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루도는 재주껏 머리를 굴려보았으나 그럴듯한 답은 찾지 못했다. 케리아돌조차도 이런 사태에 대해서는 조언해주지 않았다.

아리송하긴 하지만, 어쨌든 되돌아갈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니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루도는 자신이 마주한 꿈(공간)과, 그런 자신을 돕기 위해 달려온 두 사람에게 주목했다. 제리온과 안젤리카, 어느 쪽이든 잊을 수 없는 인생의 은인들이다. 특히 그는 예전 레이시의 독으로 빈사상태에 빠졌을 때에도 안젤리카가 나타났던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왜 여기 있는 거지? 그러니까...둘 다 죽었잖아.”


그러자 제리온이 말했다.


-죽었지. 그러니까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다. 여긴 펠아람의 아이가 만든 공간이고, 우린 그녀석의 부름에 답해 소환된 거야.


“이해를 잘 못 하겠는데...”


-간단해. 난 생텀가드가 되었다. 그리고 펠아람의 아이는 날 택했고. 그 덕에 뒈져버린 지금에 와서도 네놈 새끼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는 거지.


“어? 생텀가드? 진짜?!”


루도는 깜짝 놀라 제리온의 얼굴을 더듬었다.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틀림없는 사람의 피부였다. 즉 제리온과 안젤리카는 흔히 인지하던 생텀가드 - 루치페리아 같은 - 와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원래 사람이 죽으면 전부 생텀가드가 되는 건가?”


-당연히 아니지. 네 눈깔이 문제다. 죽을 때 네 눈을 보았던 사람은 신계에서도 특별취급을 받는 모양이거든.


“내 눈이...?”


루도의 눈, 정확히는 펠아람의 눈이라고 하는 게 맞다. 죽어가는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는 그의 능력은 특별하긴 해도 그것의 사용법에 있어서는 줄곧 미지수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제리온이 그 존재의미를 알려준 것이다.

자신이 지켜본 ‘죽음’은 신계로 가 생텀가드가 된다. 물론 모두에게 그런 특권이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루도가 경험해왔던 죽음은 두 사람 외에도 훨씬 많았으니 말이다. 아마도 선택은 펠아람의 아이가 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탄생하는 생텀가드는 펠아람의 아이 본인의 힘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제리온이 말했다.


-생텀가드는 무지막지하게 강해. 그리고 개인마다 지닌 능력도 천차만별이지. 이해했냐? 성언전쟁 때 기억나지? 펠아람은 영광을 좇는 자, 즉 생텀가드를 이끄는 지휘관이야. 다른 신의 아이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펠아람의 아이의 능력은 대부분이 이 생텀가드와 연계되어 있어. 에센스를 사용해 신계에 있는 생텀가드의 힘을 끌어다 쓰는 거지.


루도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기행이 모두 생텀가드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그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은...”


-그건 저 꼬마의 능력이지. 급속도의 복원능력. 원래는 루프리모의 전유물이지만, 생텀가드가 관여하면 펠아람의 아이도 못할 거 없다는 거야. 생텀가드의 능력이 바람이라면 에스터페른, 빛이라면 베릴의 권능도 따라 할 수 있지. 그게 다섯 신의 아이 중 유독 펠아람의 아이가 최강으로 불리는 이유다.


눈을 마주치자 안젤리카가 활짝 미소 지어 화답해주었다. 저 천진한 소녀에게 그런 힘이 깃들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지금까지 숱하게 루도의 목숨을 구해준 것도 바로 그녀의 능력이었다.


“안제...지금까지 날 지켜봐 준 거구나.”


-응응. 라즈베리 파이는 못 해주지만, 그 대신이라고나 할까?


왠지 그녀의 머리 위로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았다. 죽어서까지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이라니, 감격스럽다 못해 황송하기까지 했다. 그러다 루도는 문득 생각난 듯 제리온을 돌아보았다. 그는 불만스럽게 짝다리를 한 채 건들거리고 있었는데, 안젤리카처럼 ‘무언가를 하려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제리온도 날 치료해주러 온 거구나.”


-내가 미쳤냐. 이칼롯도 그렇고 네놈 새끼들 하는 짓이 하도 가관이라 한소리 하러 나온 거다. 감상에 젖는 건 1절만 해두라고 이 짜샤들아.


“우리 하는 짓이 뭐가.”


-양아치 하나 죽었다고 질질 짜는 꼴이라니. 나이가 몇인데 쳐 울고 지랄이야. 그리고 씨발 무덤에다가 와인을 뿌리면 내가 그걸 먹냐? 닌 땅바닥에 물웅덩이 있으면 엎드려서 핥아 먹냐? 하여간 생각이 없어 생각이.


“으이구, 하여간 죽어서까지도 변한 게 없네.”


루도는 그의 독설에 오히려 개운한 기분까지 들었다. 어찌 되었든 그는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비록 죽었지만 말이다. 왠지 그의 묘소 앞에서 연설문을 낭독하던 게 바보같이 느껴져서 그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빛기둥의 채도가 차츰 낮아져 갔다. 안젤리카가 그걸 보곤 두 사람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시간 다 됐어 루도. 이제 가야 돼.


“어어? 벌써? 잠깐만!”


루도는 동조를 구하려 제리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루도를 지나쳐갔다.


-그렇댄다. 자아, 이제 작별이다.


루도는 갑자기 대화를 중단하는 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다. 루도는 안젤리카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잠깐만, 그렇게 급할 것 없잖아! 왜 그렇게 서두르는 거야?”


-서둘러야 하니까 서두르는 거지. 빨리 준비해라. 이제 곧 현실로 돌아갈 테니까.


“그런...!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예토에 관한 것도 그렇고...이대로는 헤어질 수 없어!”


그러자 제리온은 천천히 주먹을 쥐더니 루도의 가슴을 툭 쳤다.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짓는 그의 담백한 미소에 루도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님이 기다리잖냐.


“아...!”


빛기둥이 보여주는 몽환적인 감각 때문에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고 있었다. 레미나! 그것만으로도 루도는 두 사람이 어째서 그리 서두르는지를 완벽히 이해했다. 이곳은 죽은 자들의 자리. 그러나 현실로 돌아가면, 그땐 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그녀를 구해내야만 한다.


-너 같은 머저리가 가야 하는데 이보다 더 확고한 이유가 있냐?


“...그건 그렇지.”


빛이 엷어지자 근원을 알 수 없는 바람이 불어와 루도의 몸을 띄웠다. 루도는 바람에 몸을 싣고는 배웅하는 두 사람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는 제리온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세차게 흩날리는 그의 코트자락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하지만 루도는 제리온이 웃고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61 모사자
    작성일
    15.05.17 09:57
    No. 1

    람은 생텀가드가 되지 않았나요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斷劍殘人
    작성일
    15.05.17 22:56
    No. 2

    펠아람의아이가 선택한 사람만 되죠

    그나저나 이장면이 옛글에서도 있었나요 왜 본기억이 없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사치
    작성일
    15.05.19 10:29
    No. 3

    있었죠~ㅎㅎ 제리온이 다시 돌아온 걸 알려준 유일한 한 편..ㅜㅠ 제리온 더 보고싶은데..언제쯤 현실로 튀어나오려나. 작가님 혹시나해서인데...신아전쟁때 루도가 펠아람의 공간속에 있는 제리온의 힘을 빌려쓴다거나 뭐..그런건 아니겠죠? 전 팔팔한 제리온이 보고싶은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5.25 18:38
    No. 4

    달아나 봤자 헛수고라도→헛수고라고
    안제ㅠㅠㅠ제리온ㅠㅠㅠ
    전에도 있었어요. 그리고 람은????ㅠㅠㅠ하고 람 찾는 댓글도 있었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수수하니
    작성일
    15.06.03 20:31
    No. 5

    예전에도 나온내용이죠 ㅎㅎ 그때 저스연님이 예상보다 빨리나온 제리온이라고 후기쓰셨던 기억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12 18:55
    No. 6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러스트를 받았습니다! +7 15.07.26 1,299 0 -
공지 세계관 - 데루루피아의 편지 +7 15.03.22 3,315 0 -
345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105 15.09.01 2,325 49 24쪽
344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3) +15 15.08.20 1,060 26 20쪽
343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2) +11 15.08.09 1,066 35 23쪽
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7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3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5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6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4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1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1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5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1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2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9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50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2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9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7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9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90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5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2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6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52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8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4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5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4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2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2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8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8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50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8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1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3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4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3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1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8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1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10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5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0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4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2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8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10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3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5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3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2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8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9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41 23 20쪽
»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8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4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90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2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9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8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3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5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3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1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6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4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8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8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9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5 25 2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