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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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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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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DUMMY

일단 죽이기로 마음먹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가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블레이드 댄서의 강점은 몸이 검으로 되어 있어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없다는 것, 반면 단점은 분체(무희)와 떨어지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놈도 그걸 아는지 마리네를 기만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체를 움직였다.

그러나 마리네가 노리는 것은 하나였다. 그는 일부러 자세를 느슨하게 잡아 블레이드 댄서가 먼저 공격해오게끔 유도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광소하며 접근해왔고, 마리네의 상체가 녀석의 일검에 크게 기울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크게 기울어진 척’한 거였다. 마리네는 일찌감치 공격을 예상하고 팔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있었다. 때문에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을 때 그의 무게중심은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지지대로 삼은 오른발은 땅이 패일 정도로 고정한 채, 자갈을 짓누르는 엄지발가락의 감촉이 아찔하게 느껴져 올 정도로. 자세가 무너진 척한 것은 녀석을 방심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페이크였다. 블레이드 댄서는 마리네의 작전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다. 애초에 놈은 마리네가 이 정도의 심리전을 사용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자아, 죽어라!”


녀석의 본체가 마리네의 정수리를 노리고 위에서 아래로 꽂혀 들어왔다. 그 순간 마리네는 화살이 쏘아지듯 땅을 박차고 나갔다. 상체를 있는 대로 숙이고 파고드는 쇄도에 블레이드 댄서는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꽂히는 공격은 검을 종방향으로 세워 막았다. 그 상태로 달리자 검 면이 긁혀 가르르륵, 쇳소리가 났다. 놀란 블레이드 댄서는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러나 이미 마리네는 그의 품 안 깊숙이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몸을 측면으로 틀어 녀석의 공격을 흘림과 동시에 검의 힐트(Hilt)부분으로 녀석의 분체 얼굴을 가격했다. 동시에 왼손은 녀석의 본체의 칼등 부분을 어루만지듯 감아쥐었다. 발버둥친다면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마리네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안면을 가격당한 놈의 분체가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었다. 그 와중에도 블레이드 댄서는 분체와의 연결고리를 끊기지 않으려고 검의 손잡이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무희의 손목은 마리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표적이었다.

서걱. 손목이 잘리자 블레이드 댄서는 분체와의 접촉이 끊겨 무력하게 땅바닥에 떨어졌다. 마리네는 즉시 녀석을 주워 자신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검으로 된 악마에게 검집을 씌우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계구(戒具)를 채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너....무슨!”


“검이라고 해도 부러지지 않는 건 아니잖아?”


마리네의 롱소드로는 녀석을 절단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동강 낼 만한 사람에게 가지고 가면 된다. 그것이 설령 적이라 할지라도. 고르딘의 육중한 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갑옷을 짓이기고, 성문을 일격에 파괴하는 그의 완력이라면 충분할 것이다. 마리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본래의 검은 잠시 허리춤에 맨 채로, 블레이드 댄서를 무기처럼 꼬나 쥐었다. 검집 속에서 녀석이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기랄! 이거 안 꺼내? 이 빌어먹을 인간 자식이!”


고르딘은 플라이어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플라이어가 일으킨 풍압에 다시금 그의 상반신이 기우뚱 넘어갔다. 하지만 그는 불안정한 자세 속에서도 제르칸트를 견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휘날리는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병장기 소리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고르딘!!”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무서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을 텐데, 어째서인지 마주하는 순간 차분하게 몸이 가라앉았다. 고르딘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왜소한 체구의 소년에게 시선을 옮겼다. 짧은 망설임이 그의 몸을 경직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어떠한 인간도, 심지어 악마도 자신에게 자진하여 접근전을 신청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공포로 넋이 나간 걸까? 아니면 경험 없는 자들의 헛된 만용일까?

어느 쪽이든 고르딘의 관심사는 수정이었지, 앞뒤 모르고 달려드는 불나방 따위가 아니었다. 만약 방패를 들고 왔다면 가볍게 쳐냈을 것이다. 대신 그는 사정거리에 들어서길 기다렸다 길게 발을 차올렸다.

그러나 마리네의 파고드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날렵했다. 그는 고르딘의 발차기를 피하는 한편, 단검을 꺼내 그의 정강이에 쑤셔 박았다. 이날을 위해 수십 번이고 반복해 온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갑옷과 그리브 사이의 이음매를 찾는 것쯤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음...!”


고르딘의 어깨가 살짝 뒤틀렸다. 마음만 같아선 그대로 다리 힘줄을 끊어버리고 싶었지만, 뒤통수를 덮치는 살기에 마리네는 후다닥 뒤로 물러났다. 생각대로 고르딘은 플라이어와 제르칸트에게서 관심을 거두고는, 본격적으로 마리네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거대한, 마치 충각(Ram)과도 같은 그의 메이스가 눈빛을 반사해 번쩍거렸다. 아찔할 정도의 투기였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순간적으로 몸이 마비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버둥거리는 블레이드 댄서의 몸부림이 마리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이 녀석을 죽인다 - 그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고 있었다. 그는 블레이드 댄서를 양손으로 붙잡고 고르딘에게 달려갔다.


“용서를.”


고르딘의 메이스가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주마등이란 게 이런 것일까, 그 육중한 철퇴가 다가오는 광경은 이상하리만치 천천하게 느껴졌다. 마리네는 몸을 깊숙이 숙이는 한편, 블레이드 댄서를 수직으로 세워 고르딘의 메이스와 정확히 교차시켰다. 메이스는 악마의 몸체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끼히이익!!”


쩌어엉, 하는 경쾌한 효과음과 함께 블레이드 댄서의 상체가 여지없이 두 동강이 났다. 녀석의 잘린 몸체에서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마리네에겐 놈이 즉사했는지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일격이 빗나가자 고르딘은 더욱 박차를 가해 재차, 삼차 공격해왔다.

휘잉, 휘잉 - 분명 여유를 두고 피했을 텐데도 메이스가 지나간 자리에서 퍼져 나오는 바람의 압력 때문인지 그 무게감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막는다, 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설프게라도 방어하려 했다간 블레이드 댄서처럼 검째로 곤죽이 되어버리겠지. 마리네는 어떻게든 고르딘의 사정권에서 벗어나려고 발을 굴렀다. 블레이드 댄서는 처리했으니, 이제 태세를 정비하여 제르칸트와 협공한다면 어찌어찌 답이 나올 것이다 -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한줄기 광풍이 마리네의 다리를 강타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의 몸이 180도로 회전했다. 땅에 떨어지기 직전, 마리네는 플라이어가 대롱을 비틀며 미소 짓는 것을 목격했다.


“마리네!!”


어째서 놈이 자신을 노렸는지는 모른다. 동료를 죽인 것에 대한 복수심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단순하게 가장 약한 인간부터 처리하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저의야 어찌 됐든, 고르딘의 공격을 피하는데 모든 정신을 쏟아 붓고 있던 마리네에게 사각에서의 바람을 피하기란 불가능했다.

재빨리 팔꿈치를 들어 머리부터 떨어지는 것만은 막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바닥에 쓰러진 마리네는 일순 시야가 어두워짐을 느꼈다. 고르딘이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철퇴를 내리찍고 있었다.

그런데 막 공격이 적중하기 직전, 황급히 뛰어온 제르칸트가 고르딘에게 있는 힘껏 몸을 부딪쳤다. 그는 쓰러지지 않았지만, 덕분에 메이스의 궤도가 틀어져 아슬아슬하게 흙바닥만 패고 지나갔다.


“마리네, 도망가라!”


“으...윽.”


마리네는 어기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떨어질 때의 충격 탓인지 몸이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몽롱하기만 했다. 그래도 그는 제르칸트의 말대로 고르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걸음을 뗐다. 고르딘은 제르칸트의 방해를 가볍게 내치고는 다시 마리네를 향해 달려왔다. 그의 메이스가 이번에는 우에서 좌로, 기다란 호를 그리며 날아왔다.

마리네는 몸을 날리려고 재빨리 상체를 숙였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른발이 족쇄라도 채워진 것처럼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어?”


발목을 휘감은 검은 줄기. 그것이 블레이드 댄서의 손이라는 걸 깨닫는 데엔 찰나의 시간으로도 충분했다. 녀석은 자신 또한 죽어가는 몸이면서도, 마리네를 길동무로 삼기 위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낸 것이다. 마리네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피하기엔 너무 늦었다. 기다리는 것은 교만으로 자초한 죽음뿐.

그러나 체념하던 그때, 다시 한 번 제르칸트가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마리네를 밀쳐내는 한편, 검을 역방향으로 세워 고르딘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자세에서, 그것도 한 손으로 그의 메이스를 받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써컹-!


“제르칸트으!”


고르딘의 강맹한 일격에도 에리안델은 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되어 부러지지 않은 검의 한쪽 날이 고르딘의 힘에 휩쓸려 도리어 제르칸트를 밀어붙였다. 검은 제르칸트의 어깨를 절단하고 좀 더 나아가 그의 가슴팍에 박혔다. 그의 잘려나간 왼손은 여전히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



“그러고 보니 제스터를 반병신으로 만든 것도 너희들이지? 게다가 얼마 전에는 이그제큐터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더군.”


“.....”


“아, 딱히 싫은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야. 애초에 그놈들은 우리랑 노선이 다르기도 하고.”


하베스트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남자였다. 삼파전의 구도가 완성되고 어느 쪽도 섣불리 공격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자 그는 갑자기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술술 뱉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이칼롯을 견제해 텔슈피드를 소모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제폰 역시 자신의 피 이외에는 블러디 로어를 유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점점 체력이 떨어져 가는 중이었다.


“그래...자네로서는 뜬금없겠군. 어때, 궁금하지 않나? 왜 우리가 아군이어야 할 안개송곳니와 싸우고 있는지 말이야.”


“말이 많군.”


“아냐. 들어봐. 대화란 중요하다고. 애초에 왜 악마가 안개송곳니와 협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나?”


이칼롯은 그가 뭐라 지껄이든 한 귀로 흘리려 했다. 대치상황에서 말을 꺼낸다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빈틈을 노린다거나, 아니면 허언으로 상대를 교란시킨다거나. 하지만 그 저의가 뭐가 되었든 시간을 끌기에는 나쁘지 않았으므로 이칼롯은 딱히 하베스트를 방해하진 않았다. 하베스트는 상대방의 경청여부에는 신경 쓰지 않고 킬킬대며 말했다.


“레이시의 야망은 알고 있겠지? 신의 아이를 이용해 대륙을 평정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어이쿠, 이런!”


제폰이 기습적으로 치고 들어왔으나 하베스트는 뒤로 도약해 가볍게 피했다. 그는 이 정체상황마저도 즐거운 듯 경망스럽게 움직였다. 당연히 이칼롯과 제폰은 더더욱 경계의 자세를 취했다.


“간단해. 레이시는 우리에게 영토를 약속했다. 우리만의, 악마사냥꾼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안식처를 말이지. 물론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아. 그저 자그마한 섬 정도면 충분해. 우린 천년동안이나 숨어 살았다. 안전을 보장받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지.”


과연 그런 것인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그런 계약이라면 악마들은 땅을 얻을 수 있어 좋고, 안개송곳니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이칼롯은 계약 자체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방이 악마라는 특이점은 차치하고라도, 합리적인 관점에서 볼 때 후불제라는 방식은 늘 마찰을 일으킨다. 즉 그들의 계약은 애초에 레이시의 대륙통일이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성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글쎄. 레이시가 정말로 악마들과의 약속을 지킬까? 그 철두철미한 사내가 악마라는 ‘혼돈’을 용인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악마들 역시 그런 그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었다.


“우린 바보가 아니야. 물론 약속을 지켜주면야 더할 나위가 없지.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거든. 계약이란 피차가 동등하지 않으면 곤란해. 말인즉슨, 우리도 우리 나름의 활로를 찾고 있다는 거다. 그게 지금 이 상황이고.”


“하지만 아반케즈의 수정은 이미 레이시가 확보했을 텐데?”


의구심에 자기도 모르게 말이 새어나왔다. 하베스트는 그런 반응을 기다렸는지 유쾌하게 허리를 꺾었다. 이칼롯의 말마따나 이 자리에서의 전리품은 루프리모의 수정, 펠아람의 수정이다. 하지만 그것을 취한다고 신의 아이 둘이 죽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단지 수정을 사용하지 못할 따름이다. 게다가 이는 아반케즈의 아이와는 더더욱 연관성이 없다. 안개송곳니를 견제하고자 한다면, 우선 아반케즈의 수정부터 확보했어야 옳지 않을까?

하베스트가 말했다.


“말했듯이 우리는 기본적으로 안개송곳니의 야망을 지지한다. 이 자리는 그 기대가 깨어졌을 경우를 위한 것, 즉 레이시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그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를 대비한 거지.”


“그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루의 수정이 어떻게 악마들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단 말인가. 아주 잠깐 수정을 담보로 루도에게 화평을 신청하는 악마의 모습이 떠올랐으나,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곧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좀 더 그들의 속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대화는 거기서 종료되었다. 어느새 빅암을 해치운 왕실기사단이 이칼롯의 등 뒤에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슬쩍 돌아본 란돌의 머리칼은 악마의 피로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 사망한 단원은 다섯 명 정도일까. 슬러터를 상대로라면 나름 선전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베스트가 말했다.


“이런이런, 그쪽도 꽤 하는데 그래.”


하베스트는 입맛을 다시며 몸을 뒤로 뺐다. 상황이 변했으니, 작전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도 몰랐다. 기사들은 그가 당황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교전이 일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쭈욱 일관적이었다. 빅암 같은 쓰레기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관심사는 오로지 아루의 수정을 빼앗는 것. 이를 방해하는 건 애매하게 성립된 삼파전이라는 싸움구도였다. 그러나 빅암이 죽으면서 이 구도도 박살이 났다.

하베스트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했다. 그는 잔뜩 팽창한 대퇴부를 튕겨 단번에 이칼롯과의 거리를 좁혔다. 조금 전 하베스트가 내뱉은 말에 관심이 쏠려 있던 이칼롯은 그의 돌진에 조금 늦게 반응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는 재빨리 텔슈피드를 발동해 몸을 보호했다. 그런데 하베스트가 이번에는 물러나지 않고 공중제비를 돌아 왕실기사 하나를 낚아챘다. 갑작스런 상황에 이칼롯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이대로면 아군까지 번개에 타버리고 만다. 그가 주저하는 사이 하베스트는 붙잡은 기사를 이칼롯에게 집어던지고는 제르칸트가 있는 곳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젠장, 모두 엎드리시오!”


아직까지는 여지가 남아 있었다. 텔슈피드의 전격을 최대한으로 사출한다면! 그런데 그때 제폰의 은빛 갑옷이 돌연 시야를 뒤덮었다. 하베스트에게 정신이 팔려 미처 그가 달려오는 것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제폰은 막아서는 기사 하나를 베어 넘기고는 이칼롯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칼롯은 다급하게 검을 물려 방어태세를 취했다. 궁지에 몰린 탓인지 그의 블러드소드에 방어는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나 블러드소드와 텔슈피드는 예상외로 ‘정상적으로’ 격돌했고, 그 뒤 이칼롯은 무게에 밀려 튕겨 나갔다. 그사이 제폰은 포위망을 뚫고 재빨리 하베스트를 쫓아 사라져 버렸다.


“제르비안 경, 괜찮으십니까?”


어째서 자신이 살아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았다. 제폰의 블러디 로어라면 검째로 두 동강이 났어야 정상일 텐데?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킨 그는 곧 의문을 해소할 수 있었다. 제폰의 블러드소드는 일찌감치 꺼져 있었던 것이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어느새 자그마한 피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블러디 로어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흘려보낸 피가 마침내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번개처럼 포위망을 돌파하긴 했지만 그도 이제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 틀림없었다.


“그래도 사람은 사람이라는 건가...”


이쪽도 텔슈피드의 잔량이 거의 바닥나긴 했지만 쉬고 있을 틈은 없었다. 이칼롯은 기사들을 인솔해 곧바로 두 남자를 뒤쫓기 시작했다. 여전히 제르칸트와 마리네에게선 소식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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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6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3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0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8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79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0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09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6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9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29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7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6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2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8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2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2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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