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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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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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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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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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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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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26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DUMMY

두두두두...마차가 일으키는 소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요동치는 차체는 차치하고라도 요란한 말발굽 소리에 고막이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적이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이런 큰 소리를 놓칠 리가 없다. 때문에 레미나는 이미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마차를 움직였다.

목적지는 라키시아 북문. 그러나 단순히 최단거리를 택했다간 금세 훼창기사단에게 노출되고 말 것이다. 최대한 시각적으로 노출되지 않게, 적의 행동반경을 초과하는 한도에서 움직여야만 했다. 일단 그녀는 번화가를 크게 우회해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이 경우 동선은 다소 길어질지 몰라도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많아 적의 추적으로부터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라키시아의 건물배치도 나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라키시아의 구조를 알 리 없는 아스트리카 병사들은 미로처럼 구성된 저잣거리를 벗어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반면 레미나는 대략적으로 도시의 지형을 파악하고 있었고, 때문에 최대한 말을 달리기에 적합한 곳을 따라 이동했다.

그녀의 기지가 효과를 발한 것일까, 마차는 북문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제지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성문을 통과하기 위해 거리로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매복하던 병력이 튀어나왔다. 비록 그 숫자는 소대단위에 불과했지만 전투 병력이 전무한 일행에겐 대단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굳이 마차를 확보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깃털을 단 화살이 이내 날카로운 소음을 내며 마차 곳곳에 꽂히기 시작했다. 화살 대부분은 마차의 두꺼운 차체를 뚫지 못하고 박혔지만, 서너 개가 창문을 깨뜨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메이드들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요? 혹시 맞은 사람이라도?!”


레미나가 질겁하여 외쳤다. 그러자 안쪽에서 카이안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다행히 맞은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왜 다짜고짜 화살을...!”


“전부 엎드리라고 해요. 그리고 팔을 둘러서 머리와 목을 보호해요. 알았죠?”


레미나는 한 손으로 고삐를 쥔 채 남은 한 손으로 허리춤의 쇼트스태프(Short Staff)를 꺼내 들었다. 아직까진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이런 요행이 계속 지속하리라곤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적의 궁수 중에는 의도적으로 레미나를 노리는 이도 있었다. 조금 전에도 화살 두어 개가 그녀를 노리고 날아왔는데,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지 않았다면 여지없이 마부의 전철을 밟을 뻔했다.

레미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턱이 딱딱 부딪힐 정도로 마차의 흔들림이 대단했기 때문에 정상적인 캐스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스크롤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무영창밖에 답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는 무영창은 제리온조차 몇 년에 걸쳐 익혔을 정도의 고난도 기술이었다. 그보다 실전경험이 훨씬 떨어지는 그녀로서는 무영창 자체가 커다란 도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성공률을 따질 시기가 아니었다. 캐스팅에 실패해 기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시도해야만 했다.


‘할 수 있어...나라면 가능해!’


완벽한 집중을 위해 그녀는 눈을 감고 양손을 가슴에 모았다. 순간적으로 말고삐가 풀어졌는데, 말들이 멋대로 날뛰면 그대로 굴러떨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운이 따랐는지 그러한 악재는 일어나지 않았다.


“엑시온의 날개(Wing of Exion)!”


곧 그녀의 머리 위로 새하얀 깃털뭉치가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때마침 날아오던 화살비가 깃털 방패에 가로막혀 우수수 떨어졌다. 공격하던 적군은 물론이요, 안에서 지켜보던 카이안도 그녀의 마법에 입을 딱 벌렸다.


“마법, 마법이다!”


병사들은 사격을 중지하고 즉시 마차를 뒤쫓기 시작했다. 레미나는 뒤따라오는 자들은 무시하고,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은 마차의 중량을 이용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갔다. 다행히 대단한 정예 병력은 아니었는지 병사들은 마차에 치이기 전에 알아서 몸을 날렸다.

성문을 나서자 탁 트인 개간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지형이면 어디로든 마차를 몰 수 있지만, 그만큼 적의 눈에 띄기 쉽다는 취약점이 있었다. 레미나는 잠시 숨을 돌리며 주위의 상황을 확인했다. 군데군데 산재해 있는 훼창기사단의 정찰병들을 제외하곤 들판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로샤단이나 도시근위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빨리 온 것인지, 아니면 너무 늦은 것인지.

만약 전자라면 근위대가 성문을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그들과 합류한다면 웬만한 숫자의 별동대로는 감히 카이안을 해칠 엄두조차 내지 못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후자라면 -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자력으로 북쪽 관문을 돌파해야만 했다.


“저어...공주님, 괜찮으세요?”


카이안의 걱정스러운 한 마디에 그녀는 퍼뜩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지간히도 감정관리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멋쩍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말아요. 제가 있으니 여러분은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러나 활짝 웃는 그녀의 보조개 사이로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카이안은 왠지 그녀가 너무 무리하는 것 같아 도와주려고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러자 그녀는 오히려 정색하며 그를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요. 알았죠?”


“예? 하지만...”


“제가 공주라서 걱정하는 거라면 아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아까 봤듯이 저는 익스퍼트 클래스의 마법사예요. 제리온도 제게 따라오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과장과 허세.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절박함을 해명하기엔 그녀의 자신감이 너무나도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카이안은 홀로 애쓰는 그녀가 안타까웠지만, 그녀의 태도가 워낙 완강했기에 더는 말을 못하고 마차 안으로 돌아갔다. 대신 그는 손수건을 물에 적셔 그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고마워요. 카이안은 매너가 좋군요.”


그런데 막 땀을 훔치고 있자니 멀리 남동쪽에서 흙먼지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레미나는 화들짝 놀라 흙먼지의 정체를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단의 기병대가 마차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런.”


일반 보병까지는 마차의 속도로 어찌어찌 따돌리기가 가능하지만 기병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의 지구력이 피차 동등하다고 가정했을 때 속력이 확연히 떨어지는 일행이 적을 따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붙잡히기 전에 안전지역까지 달아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시점에서 안전지역이란, 북쪽 레드브릿지 관문 이북을 뜻했다.

레미나는 주저 없이 북쪽으로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레드브릿지 관문은 개간지를 지나면 금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성하게 우거진 침엽수림이 일행일 맞이했다. 그사이 뒤따라오는 기병대는 어느새 마차와의 거리를 절반 이상 좁혀놓은 상태였다.

이정표가 걸린 갈림길을 지나치던 레미나는, 그러나 길 한복판을 막아선 훼창기사단의 병력을 보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이곳까지 점령했을 줄이야. 적의 포위망에 점점 막다른 길로 몰리는 것만 같았다.


“다들 꽉 잡아요! 마차가 기울어질지도 몰라요!”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레미나는 갈림길을 크게 우회해 북서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러면 목적지까지의 동선이 크게 벌어지고 지원군의 등장도 기대할 수 없게 되지만, 적어도 당장 붙잡히는 것보다는 나았다. 길목을 막고 있던 적군도 화들짝 놀라 마차를 쫓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저지부대 역시 기병대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마차와의 간격은 순식간에 좁혀졌다. 곧 적 기수가 말 옆구리를 차는 소리까지 들릴 지경에 이르렀다.

레미나는 어금니를 으득 깨물고는 카이안에게 말했다.


“카이안!! 말고삐 잡아요, 어서!!”


그녀의 앙칼진 고함에 카이안이 얼른 마부석으로 건너왔다. 그사이 레미나는 차체에 난 홈을 딛고 마차 지붕으로 올라섰다. 바람을 등졌기 때문인지 그녀의 머리채가 사정없이 물결 쳤다. 뒤따라오던 병사들도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소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이어 그녀의 마법이 작렬했다.


“그리스(Grease)!"


힘차게 발을 굴리던 군마들이 일제히 뒤집어졌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말들이 쓰러질 땐 자그마한 건물 한 채가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났다. 타고 있던 기사들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나가 숲 곳곳에 처박혀야만 했다. 맨 앞쪽을 달리던 부대가 넘어지자 후방의 기사들은 재빨리 말을 멈추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대다수는 그리스의 영향력에 들어갔고, 또 운 좋게 범위를 피한 이들도 쓰러진 말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레미나의 마법 한방에 1개 소대가 완전히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추격은 고사하고 몸이 성한 사람을 찾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후우-. 계속 가요 카이안!”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추격의 고삐는 아직 끊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레미나는 적의 후발대가 다가오는 광경을 유심하게 관찰했다. 쓰러진 아군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멈춰 선 상태지만, 그들이 이 정도로 포기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시 마부석으로 내려가기 전, 레미나는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기사와 눈을 마주쳤다. 그 남자의 의미심장한 눈빛이 더욱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시선에 쫓기듯 그녀는 말채찍을 연달아 휘둘렀다.

그러나 이미 한계점에 이른 마차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



“으...아윽...”


“자, 들어 올린다. 거기 말 뒷다리 잡아. 하나, 둘!”


예상치도 못한 날벼락을 맞은 기사들은 부상자를 구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적지 않은 숫자가 행동불능의 중상을 입었고, 그중 운이 없었던 몇몇은 낙마할 때 목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올란도의 부대가 그 참혹한 광경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이건 제대로 한 방 먹었군. 어떻게 된 거지?”


“아...천인장님. 마차 탑승객 중에 마법사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마법사라...그 금발머리 여자인가.”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직종이었다. 본디 훼창기사단도 전술적 활용을 위해 군종마법사를 몇 기 운용했으나, 반년 전 마법근위대가 해체된 이후로는 쭉 공석으로 남은 상태였다. 얄궂게도 이는 리크나이츠 역시 마찬가지라, 이번 전쟁에서 마법사가 참전하는 일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렇기에 나름 희귀종(?)이 된 마법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표적이 지닌 가치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올란도는 지도를 펴고서 마차가 사라진 경로를 확인했다. 딱히 갈림길도 없는데다 목적지를 빙 돌아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보다 그는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자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건 도시근위대인가?”


“아...네. 한 200명 정도 되는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소탕하자면 병력을 좀 더 증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그는 막 라키시아 북문을 빠져나온 리크나이츠 군대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마차의 움직임으로 보아 표적은 리크나이츠 소속이라는 뜻. 그렇다면 도시근위대와도 연줄이 있을지 몰랐다.

한 번쯤 칼부림을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으나, 그는 여기서는 우선 임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부대 내에서 솜씨가 좋은 병사 20명 정도를 추려 별동대를 편성하고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에게 말했다.


“우리는 계속 표적을 뒤쫓도록 하겠다. 너희는 이 길목에 매복해 있다가, 리크나이츠 패주 병력이 나타나면 적당히 상대해주어라.”


“적당히...입니까?”


“그래. 위기감에 쫓겨 레드브릿지 관문으로 달아날 정도면 된다. 저들에게 마차의 행방을 파악할 여유를 주지 마라.”


“옙, 알겠습니다.”


부대장이 그의 의도를 파악하곤 절도 있는 자세로 대답했다. 매복준비가 끝나자 올란도는 곧바로 휘하별동대를 이끌고 추격을 재개했다. 그는 마법에 대비해 병력을 최대한 산개시키고는, 맨 앞쪽의 병사들에게는 방패를 들도록 지시했다. 이런 진형이라면 조금 전의 그리스 같은 마법과 마주해도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행군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비를 끝마친 그들의 추격속도는 일종의 자신감마저 더해져 실로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한편 매복해있던 예하부대는 도시근위대가 나타나자 명령받은 대로 후방을 급습했다. 이중에는 지휘관 란돌을 포함하여 이칼롯과 유미르네도 함께 있었다. 다행히 미리 낌새를 눈치챈 유미르네의 조언으로 부대는 곧장 반격에 들어갔다. 그러나 란돌은 급습을 당했다는 사실보다 적이 어느새 북문 일대까지 점거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이런 곳까지 진출했을 줄이야. 혹시 공주님이 이대로 붙잡힌 것은...아닐까요?”


그러자 유미르네가 말했다.


“흐음, 그럴 수도 있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탁 트인 개활지였잖아요? 거기선 마차 비슷한 것도 보지 못했다고요. 게다가 매복치곤 숫자도 너무 적고...어쩌면 진짜 목표는 우리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아니라면...혹시 마차는 이미 레드브릿지 관문을 통과한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가 마차와 조우하지 않게 하려고 이렇게 매복병력을 남겨둔 것이군요.”


이칼롯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나 달려드는 적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모자랐다.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곳곳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급한 대로 일단 레드브릿지 관문으로 향하기로 했다. 현 상태로서는 그보다 더 좋은 분석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란돌의 판단은 단 한 가지만 빼곤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그러나, 그 오판 하나가 너무나도 결정적이었다. 도시근위대가 텅 빈 관문을 통과하는 사이, 올란도가 이끄는 별동대는 이제 완벽히 무방비해진 마차를 전속력으로 따라잡고 있었다.




****




내달리는 숲길은 끝나지 않는 사막을 횡단하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양옆으로 늘어선 앙상한 가로수의 행렬은 그 자체로 일행을 쥐어 누르는 것만 같았다. 길이 너무 멀다. 왕실기사단 본대와 만나려면 숲길을 지나 북부 일대와 이어지는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앞으로도 20분은 더 족히 달려야 할 거리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리 오래지 않아 훼창기사단 별동대가 마차 꽁무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아...! 공주님, 뒤쪽에...!”


셀린느가 경악하여 말했다. 레미나는 재빨리 짐칸에 뚫린 창문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20명 정도 될까, 생각보다 적은 숫자지만 그 기동력이 실로 진저리처질 정도였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녀를 겁에 질리게 하는 것은 그들이 유지하고 있는 정교한 산개대형이었다. 저런 진형이라면 그리스, 아니 디그(Dig)같은 마법으로도 저지할 수 있는 병력이 많아야 셋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오늘만 4번의 마법을 사용한 그녀였다. 아무리 재능을 인정받는 그녀라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든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이번엔 어떻게...해야 하지?’


암살자를 피해 마차를 출발시키고, 포위망을 우회해 도시를 빠져나오고, 따라오는 적의 기병대에겐 마법까지 먹였다. 하지만 그렇게 고비를 넘겨도 늘 새로운 위협이 찾아온다. 해소되지 않는 긴장감에 그녀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제발 누군가가 도우러 와주었으면. 로샤단, 도시근위대, 왕실기사단 - 아니, 쫓아오는 기사들의 발목을 조금이라도 붙잡아줄 수 있다면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숲의 시간은 그들을 제외하곤 모조리 얼어붙은 것만 같았다. 지원군이 오지 않으리란 것을 알기에, 레미나는 더더욱 절박한 심정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때 카이안이 말했다.


“공주님...”


걱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말투였다. 고개를 돌리자 그가 뺨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조금 위험하지만 말 한 마리를 마차에서 분리하죠. 그럼 공주님은 저희보다 훨씬 빨리 달아나실 수 있을 거예요.”


“카이안...”


사정을 모르는 카이안은 당연히 추격대의 목적이 레미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들에게 얽매여 붙잡히지 말고, 그녀라도 먼저 달아나라고 권고한 것이었다.


마차를...버린다면...


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마차 안에 웅크린 다섯 명의 메이드에게 향했다. 추격대를 뿌리치려면 마차를 버리고 순수하게 말을 타고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그녀들은 승마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마차를 버린다면 그녀들은 꼼짝없이 추격대에 붙잡힐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고작 메이드일 뿐이다. 자신과, 루프리모의 아이가 지닌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아...!”


레미나는 고통스럽게 팔뚝을 쥐어뜯었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손톱에 살점이 뜯겨 나올 정도였다. 이 무슨 잔인함인가. 순간적이지만 이런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게 혐오스러웠다.


“부끄럽네요...내 손으로 지키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런 꼴이라니.”


“...공주님?”


카이안의 마음씀씀이 덕분일까, 혼란스럽던 머리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사실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이대로 마차를 몰아본들 추격대의 손길을 뿌리칠 수는 없다. 메이드들을 버리면 자신과 카이안은 살겠지만, 왕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그런 파렴치한 짓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카이안을 순순히 적에게 넘겨줄 수도 없었다.

답은 한 가지였다. 그걸 받아들인 순간, 온몸에 싸늘한 한기가 훑고 지나갔다. 레미나는 애써 그것을 무시한 채 말했다.


“카이안,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네, 공주님.”


“이대로 숲길을 지나면 루비크와 이어지는 고개가 나와요. 길 자체는 레드브릿지 관문과 이어져 있으니 카이안도 기억하고 있겠죠. 아마 그 고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넬러스 경이 이끄는 왕실기사단 본대가 도착해 있을 거예요. 그들과 만날 때까지...절대 멈추면 안 돼요.”


카이안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두고 가서 미안하다느니, 반드시 구하러 돌아오겠다느니 하는 멘트를 기대했던 그로서는 레미나의 발언이 적잖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붙잡히는 게 그녀 자신이 될 것처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레미나는 쓰디쓴 미소를 지으며 카이안의 뺨에 키스했다. 결과가 어찌 됐든, 신변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구하려 했던 그의 결단력만은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그의 희생정신은 어느새 그녀에게 전이되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카이안,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죠?”


“여, 열여섯인데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카이안 루시올라. 현시간부로 리크나이츠 왕녀 레미나 리크나이츠의 이름으로 당신에게 준(準)기사의 직위를 내리겠어요. 이제 당신은 학생이 아니라 기사예요. 카이안, 기사로서 제 앞에서 맹세하세요.”


카이안은 그녀가 내뿜는 차분한 결의에 압도되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류이너스 교단의 복사로 있던 시절, 그는 주변 사람들이 그녀와 같은 표정을 짓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이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사람들. 레미나가 말했다.


“기사로서, 셀린느를 비롯해 저 아가씨들을 무사히 안전지대까지 데려가겠다고 맹세하세요. 절대, 무슨 일이 생겨도 말고삐를 놓아서는 안 돼요!”


“공주님, 설마...!”


“맹세하세요!!”


카이안은 맹세를 입에 담았을 때 무슨 상황이 일어날지 이해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렇기에 자기도 모르게 눈가를 타고 한 떨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맹세...할게요.”


그러자 레미나는 살포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긋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저물어가는 태양의 후광을 받아 붉게 빛나고 있었다.


“부탁할게요.”


그 말을 끝으로 레미나는 마차에서 뛰어내렸다. 카이안이 뭐라 소리를 질렀으나 바람에 묻혀 흩어지고 말았다. 마차는 시린 숲길을 헤치며 순식간에 멀어져갔다.


“할 수 있어. 나도 로샤단이니까.”


페더폴(Featherfall)로 지면에 착지한 그녀는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기마대가 일으키는 진동이 그녀의 결의를 자꾸 뒤흔들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심장박동이 가라앉지 않자, 그녀는 제리온의 스카프를 꺼내 꼬옥 끌어안았다.


“무서워...제리온...”


가능하다, 지는 도박이 아니다. 그녀는 억지로 자기암시를 걸었다. 기껏해야 스무 명 정도의 병력이다. 제리온이라면 코웃음을 치며 날려버렸을 것이다. 유미르네라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상황을 정리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까.

쓸 수 있는 마법횟수는 기껏해야 2회, 아니 3회 정도였다. 그 안에 적의 추격을 저지하고 안전지대까지 달아나야만 했다. 10분, 더도 말고 10분만 시간을 끌면 충분하다.


“제리온, 부디 네가 가진 용기를 내게도.”


적이 사정거리에 들어서자 그녀는 곧바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수인을 맺은 손이 붉게 빛나는가 싶더니, 빛은 이내 그녀가 선 전방의 대지로 옮겨갔다. 준비가 끝나자 그녀는 시동어를 외쳤다.


“월 오브 파이어(Wall of Fire)."


화아악! 순식간에 화염의 장벽이 솟아올라 길목을 가로막았다. 높이만 해도 2m는 족히 될 법한 불꽃의 향연에 기마대는 황급히 멈춰 섰다.


“워! 워! 빌어먹을, 저게 대체 뭐지?”


앞쪽의 병사가 정지하자 뒤따라오던 이들도 차례차례 말을 진정시켰다. 이미 마법사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라 그들은 재빨리 진형을 재편성하여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레미나는 그들을 공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적당히 시간을 벌어 달아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기사들은 불꽃의 위세에 기가 질려 서로 눈치만 살폈다. 그러자 뒤쪽에서 대장인 올란도가 말을 몰고 나왔다. 그는 조금만 더 접근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말했다. 불꽃 때문에 보이진 않았으나, 피차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는 있었다.


“난 그쪽에게 볼일 없다, 마법사. 우리를 조용히 보내줄 수는 없는 것인가?”


레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순간이나마 공주의 신분을 이용해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의 태도로 보아 무용으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반응이 없자 올란도도 즉각 교섭을 포기하곤 말머리를 돌렸다.


“좋아. 이런 불길 따위 시간만 지나면 금방 꺼져버리지. 그때 다시 대화를 해보자고.”


월오브파이어의 지속시간은 길어야 몇 분. 하지만 그 몇 분 정도면 시간을 끌기엔 충분했다. 레미나는 밀려드는 피로를 애써 뿌리치며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엑자일(Exile)."


이번에는 적의 우측 경로에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었다. 불길을 피해 우회하려던 기사들은 막에 부딪히자 말들이 자꾸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것을 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역시 마법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닦달해도 말이 나아가려 하질 않습니다.”


“왼쪽은 가파른 비탈길이고. 이래선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생겼군.”


기사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좋든 싫든 불의 장벽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혼란에 레미나는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캐스팅이 실패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았다. 이대로 시간을 보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마법을 쓴 뒤에 달아나면 완벽한 레퍼토리였다.


그러나 누적된 피로가 경계심을 앗아간 것일까? 그녀는 장벽 너머에서 일어나는 불온한 움직임에 대해서는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실제로 ‘곤란하다’는 식의 대화는 오직 말뿐으로, 마법사와 맞닥뜨린 시점에서 기사들은 곧바로 다음 행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막 월오브파이어의 불길이 사그라지기 시작하자 레미나는 바로 마지막 마법을 준비하며 수인을 맺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불꽃을 뚫고 올란도가 날아들었다.


“아...!”


모든 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한 그의 계획이었다. 교섭을 빙자한 대화도, 당황한 척하던 기사들의 움직임도. 사실 고도로 훈련된 말은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란도는 넌지시 ‘불길이 지속하는 동안에는 잠자코 있겠다’라고 암시를 걸었다. 그리곤 레미나가 방심하는 기색을 보이자 물을 끼얹고 그대로 돌격한 것이다.

화염에 휩싸인 기사, 그가 타고 있는 말, 그리고 커다란 브로드소드(Broad sword). 불길을 머금은 칼날이 순식간에 그녀의 시야를 뒤덮어갔다. 그 압도적인 무력에 그녀는 한 치의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서컹. 밀어붙이는 힘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그녀의 몸이 순간적으로 공중에 붕 떴다. 육중함을 자랑하는 올란도와는 대조적으로, 그녀의 가녀린 신체는 깃털이 내려앉듯 풀썩, 하고 지면에 쓰러졌다.


“....”


비명 같은 건 없었다. 쓰러지기 전에 이미 의식이 반쯤 날아가 버린 탓이었다. 곧 벌어진 옆구리에서 핏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그녀를 중심으로 둥그런 피의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엎질러진 생명은 주워담기엔 너무 늦은 듯이 보였다.


‘루도에게.....사과해야 하는데...’


의식이 끊기기 직전, 레미나는 어째서인지 루도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도 부질없이, 피의 호수가 곧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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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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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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