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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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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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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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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6.02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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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DUMMY

예상했던 것보다 진군속도가 빠르다. 카잘산맥 초입에서 레인스터까지는 말을 몰면 이틀이 채 되지 않는 거리다. 어영부영하다 레인스터를 빼앗기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우려가 있었다.


“지금 당장 군사회의를 여신다고 합니다. 로샤단, 특히 클로람 대사는 꼭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큭...하필 이런 때에...”


카이안이 염려스러웠으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최대의 적인 아반케즈의 아이가 움직인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었다. 루도는 카이안의 어깨를 강하게 두드리고는 곧장 기사단 막사를 향해 달려갔다.


“나중에 얘기하자. 허튼 짓 하지 말고 얌전히 집에 붙어있어.”


“.....”


카이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멀어져가는 루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체념한 듯 보급소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갔다. 얄궂게도 두 사람이 향하는 방향은 정반대였다. 스산한 안개가 낀 아침이었다.



수색대의 실종원인이 밝혀지자 가이잘모는 곧장 전 지휘관을 소집했다. 비록 소집령이 적용되는 범위는 천정기사단에 한정되지만 상황이 워낙 긴박한지라 케이달을 위시한 왕실기사단 간부도 대거 참석했다. 루도가 막사 안으로 들어섰을 땐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 왔군. 누가 자리 하나만 만들어주게.”


전말은 이러했다. 카잘산맥으로 정찰나간 부대가 행방불명되었는데, 조사 결과 자연의 군대의 소행으로 판명되었다. 이에 가이잘모는 천정기사단 본대를 레인스터로 이동시키는 한편, 보다 정밀한 조사를 위해 선별된 정예수색대의 파견을 제안했다. 그는 로샤단이 수색대를 지휘해주기를 요청했다. 상대가 신의 아이라면, 아무래도 그쪽 부분에 경험이 많은 로샤단이 고삐를 잡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거절해도 좋네. 안전은 장담할 수 없어. 또다시 맹수무리와 마주치게 될지도 모를 일이지. 강요하지는 않겠네.”


자연히 이목은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는 디리터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는 장교들의 기대와는 달리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개송곳니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불안정한 내부 상황, 특히 카이안을 보살피는 게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전부 다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거겠죠?”


“물론. 우린 로샤단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네.”


“꼭 합류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루도 클로람, 유미르네 발렌스.”


가이잘모는 망설이지 않고 둘을 지명했다. 여기에는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루도는 같은 신의 아이이기도 하거니와 나름의 지휘력과 행동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비상시 펠아람의 힘을 개방할 수 있다는 - 물론 제오프의 의지가 있어야 하지만 - 특징이 있다.

반면 유미르네는 그 탁월한 전투능력과 센스로 어떤 형태의 교전에서도 우위를 보인다. 또한 그녀의 군더더기 없는 검술은 아군의 사기에도 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칼롯이 없는 이상 두 사람만큼 수색대에 어울리는 인물도 없었다. 루도는 수색대 차출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마주쳐야 한다면 이쯤에서 아반케즈의 아이의 힘을 가늠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유미르네였다. 그녀는 지금쯤 짐을 싸고 있을 터였다.


“유미르네는 오지 않습니다. 그녀 대신으로는 마리네가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네, 괜찮겠지?”


“응? 어..상관은 없지만...”


마리네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그는 전날 루도와 유미르네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르기에, 유미르네의 부재소식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캄블러 군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자 모두들 들었겠지? 기존의 지휘체계는 유지하되, 교전 시에는 로샤단의 지휘를 따른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수색대의 편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일전과 같이 왕실기사단과 천정기사단이 혼재된 구조에 란돌과 루도, 마리네가 참가하는 형태였다. 디리터는 이번 작전에는 참가하지 않기로했다. 아직 레오문드에게 목을 베인 상처가 낫지 않아 격한 행동을 했다간 자칫 경동맥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서 수색대는 성문을 나섰다. 마르테너스에서 카잘산맥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서두르면 이틀이면 돌아올 거리였다. 그러나 루도는 자꾸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유미르네도 성문을 나섰을 것이다. 말 한 필 없이, 단지 도보에만 의지한 채 로브로 온몸을 가리고서. 그녀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가 다다른 곳이 마침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



수색대가 떠나고 나자 마르테너스의 거리는 한층 휑해졌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요새는 시시각각 병력이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2만이 넘던 기사단연합군은 어느새 레인스터로, 혹은 중부 방위선으로 분산되어 이제는 1천 가량의 수비대만이 관문을 지키고 있었다.

물동량도 줄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보급마차 행렬도 제법 한산해졌다. 그렇기에 붉은 두건을 뒤집어 쓴 순례자의 행렬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정오를 넘긴 시간이었다.

그들은 관문 입구에 멈춰 섰다. 경비병이 낯선 방문객의 등장에 크게 헛기침을 했다. 인원은 30명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경비병이 숫자를 세며 말했다.


“신분 확인해야 하니 머리에 쓴 거 좀 벗어주시오. 인솔자는 누구요?”


그러자 후미에 있던 남자가 조용히 앞으로 나섰다. 단지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뿐인데도 주위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느낌이었다. 경비병은 그와 마주하는 순간 숨이 턱 막혀버렸다. 두건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 남자가 웃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좋은 시기로군. 날씨도 좋고, 펠아람의 아이도 없고.


“다, 당신은 대체 누구...”


남자는 경비병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서 말했다.


-쿡쿡쿡. 명심하라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생명이다. 꾸물거리다간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거다.


퍼걱. 남자의 소매가 팽창하는가 싶더니 거대한 입이 경비병을 집어삼켰다.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무...무슨 짓을!”


뒤에서 지켜보던 병사가 난데없는 광경에 재빨리 경종을 울리려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채 발을 내디딜 틈도 없이 그도 남자의 소매에 빨려 들어갔다.


“.....!”


관문을 열자 마르테너스의 거리가 넓게 펼쳐졌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시민들 사이를 표표히 나아갔다.


“적습이다! 모두 장전!”


하지만 마르테너스 주둔군도 넋 놓고 있지는 않았다. 입구에서의 습격을 보고받자마자 한 무리의 중장병대가 열을 맞추어 달려왔다. 미리 기다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척이나 빠른 대응이었다. 만약 상대가 아케니온 단독이었다면 여기서 전원 화살꽂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는 악마가 섞여 있었다. 특히 지금까지 힘을 감추고 있던 악마들의 수장이.


-엑사크, 카운트하도록. 스트라이더, 루프리모의 아이의 위치를.


그 남자는 히죽 웃고는 중장병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소매 속에서 수십 개의 ‘입’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것은 사자의 입 같기도, 또 어떤 것은 상어 같기도 했다. 각각의 입은 모두 크기가 2m는 너끈히 넘는 크기였다.


“까각...끄기긱..”


입들은 하나 같이 쇠를 긁는 듯한 괴상한 소리를 냈다.


“저건 대체...어어? 헉!”


콰득, 우지직. 석궁을 채 격발할 틈도 없었다. 수백 개의 이빨이 엄청난 속도로 병사들을 덮쳤다. 판금갑옷 따위는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그렇게 30여명의 병사가 자취를 감추기까지는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병사들이 서 있던 자리에는 피와 몇 조각의 살점만이 남았다. 남자는 입맛을 한 번 다시고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다.

레비저 드라칸. 처음 봤을 때부터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었다. 그러나 그가 힘을 개방한 지금, 제랄드는 온몸에 돋은 소름이 사라지지 않아 무진 애를 썼다. 같은 편임에도 제랄드는 그의 이빨이 금방이라도 자신을 향할 것만 같아 연방 식은땀을 훔쳤다. 이번에는 기마대가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 역시 이내 고기조각이 되어 길거리에 흩뿌려졌다.

이 무슨 폭력이란 말인가. 안개송곳니와도, 펠아람의 아이와도 맞붙어본 그이지만 드라칸의 능력은 경이적이었다. 아니, 마주하는 공포의 느낌이 달랐다. 신의 아이가 산사태나 해일이라면, 레비저는 마치 심해 속에서 말없이 지켜보는 눈동자와 같은, 그런 근원적인 공포였다. 눈을 굴리니 부하들도 드라칸의 위용에 기가 질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게 보였다.

제랄드가 마른 침을 힘겹게 삼키며 물었다.


“...이럴 거면 우리는 왜 데려온 겁니까? 당신의 힘이면...군대 하나쯤 우습게 처리할 수 있을 텐데.”


드라칸은 입을 가린 채 웃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오른팔에서 뛰쳐나온 입들이 병사와 주민을 가리지 않고 삼키고 있었다.


-쿡쿡쿡. 말했듯이 내가 인기가 좀 많은 편이라 말이지. 지금쯤 여기저기서 몰려오고 있겠군. 그래서 시간이 촉박한 것이고.


실제로 드라칸이 힘을 개방한 순간 그 기척을 느낀 자가 여럿 있었다. 루도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는 마르테너스에 ‘무언가 위험한 것’이 나타났음을 느끼고 황급히 말을 돌려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도시를 떠난 유미르네 역시. 막 능선 길을 걷던 그녀의 귀에 들어온 것은 세차게 울리는 경종소리였다.


‘...니암?’


카이안 루시올라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도시 밖으로 달아나는 중이었다. 하지만 좁은 골목길은 말을 몰기엔 너무나 협소했고, 또 그나마 있던 공간도 달아나는 난민들로 완전히 막힌 상황이었다.


“저, 전원 루시올라님을 보호하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물러서지 말고 맞서라. 조금만 버티면 로샤단이 도우러 올 것이다. 조금만...!”


호위대는 드라칸을 상대로도 용맹하게 맞섰다. 그들 중에는 슬러터와도 여러 번 싸워온 경험 있는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악마라도 슬러터와 레비저는 애초에 격이 달랐다.


“....어?”


드라칸이 양팔을 펼치자 그의 옷 속에서 수천 개의 송곳니가 뛰쳐나왔다. 그것들은 각자가 하나의 개체인 것 마냥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며 사방팔방에서 기사들을 덮쳤다. 애초에 방패로 막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입’들은 검이고 갑옷이고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호위대를 집어삼켰다.

그렇게 눈 깜빡할 사이에 카이안의 전방이 허허벌판으로 변했다. 여기저기 널린 살점과 핏자국만이 그 자리에 기사들이 서 있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카이안과 눈이 마주치자 드라칸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의 입들이 그가 웃을 때마다 까드득, 까드득 하고 괴이한 소리를 냈다.


-만나서 영광이로군. 루프리모의 아이여.


카이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겁에 질린 것은 아니었다. 마치 예정된 운명을 마주한 병자처럼, 그는 공허한 눈을 한 채 말했다.


“당신은 악마로군. 나를 죽이러 온 거겠지? 이제는 놀랍지도 않아.”


그의 초연한 태도에 드라칸은 제법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는 무릎을 꿇는 시늉까지 하며 카이안을 조롱했다.


-설마. 그보다 훨씬 좋은 사용법이 있다네. 그럼 같이 가주실까?


드라칸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카이안은 다가오는 검은 손길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눈앞의 남자에게 붙잡힌 순간 자신의 삶이 끝장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에도 저항하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지쳤기 때문이었다. 이 구차한 삶에, 추한 세상에.


“발사!!”


그런데 막 드라칸의 손이 닿기 전, 근처의 건물 지붕에서 병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박힐 때마다 드라칸의 몸은 갈대마냥 휘청거렸다. 푸욱, 푸욱 하는 소리를 내며 화살은 아무런 저항 없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몇 개는 정확히 명치와 이마를 꿰뚫기도 했다.

때문에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을 때 병사들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좋은 전술이로군. 수고들 많았네.


송곳니의 군대가 지붕 위의 병사들을 향해 방사됐다. 표적을 분산시키려고 일부러 건물 곳곳에 산개해 배치한 것인데, 그를 상대로는 시간벌이조차 되지 못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병사들은 용맹하게 저항했으나 일반적인 창과 활로는 그것들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한 남자가 송곳니 사이를 비집고 뛰쳐나왔다. 그는 지붕 난간을 밟고 도약했다. 목표는 드라칸의 목이었다.


“카이안! 도망쳐!”


디리터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것은 물론 드라칸에게도 닿았다. 그러나 그는 디리터의 투핸드소드가 정수리에 꽂히기 직전에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저 재미난 듯이 아주 살짝 고개를 비틀었을 뿐이었다.

콰앙!


“커억...?!”


디리터의 일격이 내리꽂히기 전, 측면에서 슬러터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부딪쳐왔다. 드라칸의 심복인 엑사크(Exarch)였다. 디리터는 거의 10m를 날아가 쓰러졌다. 단순한 몸통박치기일 뿐인데도 플레이트메일이 여지없이 뭉개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디리터 아쟉스. 로샤단의 일원입니다.”


엑사크가 투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건을 벗어던진 슬러터의 얼굴에는 붉은 돌기가 가득했다. 드라칸은 쓰러진 디리터를 쓰윽 훑어보고는 이내 흥미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알아서 처리해라.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예. 그럼.”


엑사크가 어깨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디리터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애를 썼다. 그러나 몸에 힘을 주자 엄청난 격통이 밀려왔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갈비뼈가 서너 개는 나간 모양이었다.


“제기..라알! 카이안, 어서 도망쳐!”


지붕 위의 병사들은 이미 드라칸의 입에 남김없이 먹힌 뒤였다. 디리터 역시 중상을 입어 아무런 수를 쓸 수 없었다. 엑사크가 태연히 걸어오는데도 그는 방어자세조차 취하지 못했다.


“귀찮은 적은 미리 없애는 게 좋지. 잘 가라.”


엑사크의 팔이 올라갔다. 디리터는 죽음을 직감하고 마지막으로 카이안의 이름을 외치려 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는 피 섞인 기침만 나올 뿐이었다.


“젠...장...”


그런데 막 엑사크가 디리터의 목을 날리기 전이었다. 드라칸이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역시. 너무 여유를 부렸군.


그의 말에 제랄드는 반사적으로 사주를 경계했다. 하지만 거리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과민반응이 아닌가싶어 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에서 섬광이 내리꽂힌 것은 그때였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지면이 요동쳤다. 착지 시의 충격으로 돌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제랄드를 포함한 아케니온 일당은 대경실색하여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디리터와 엑사크가 있던 방향이었다.


“뭐, 뭐지? 벌써 그 라엘크라드인가 하는 용이 도착한 건가?”


“아니...아니다. 저건...!”


흙먼지에 가려 처음에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츰 그녀의 실루엣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전용무기인 광창을 세워들고는 드라칸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엑사크는 착지 시의 충격으로 이미 넝마가 되어버린 뒤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는 물론 디리터의 눈에도 들어왔다. 그에게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가 누구인지 모를 수는 없었다. 석고로 이루어진 육체와 웨이브진 머릿결, 그리고 곧게 펼쳐진 날개는 금방이라도 비상할 듯이 위풍당당했다.


“생텀가드...”


그녀는 언제나처럼 기계적인 어조로 말했다.


-레비저 발견. 백아(白牙)의 드라칸 확인. 즉시 섬멸에 들어갑니다.


생텀가드의 창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슬러터들은 겁에 질려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무리도 아니었다. 그들은 오로지 악마를 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들, 그야말로 천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녀의 등장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드라칸의 두건 속 입술이 미세하게 뒤틀렸다. 곧 흩어져 있던 이빨들이 그의 소매 속으로 빠르게 집결하기 시작했다. 가까이에 있던 제랄드는 드라칸의 숨소리가 차츰 격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흥분한 맹수처럼 그르륵, 하고 이를 가는 소리에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섰다.

선홍빛 눈동자가 유쾌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루치페리아인가. 유감스럽지만 전채요리에는 흥미가 없어서 말이지.


루치페리아는 주저 없이 드라칸을 향해 도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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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3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1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0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9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0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0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0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7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9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0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2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7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7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40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3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8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8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2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3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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