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8,959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18 03:42
조회
941
추천
22
글자
24쪽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DUMMY

제르칸트는 일행을 인솔하여 북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길은 솟아오른 절벽을 좌측에 두고, 우측으로는 활엽수림이 우거진 모양새가 되었다. 그는 달리며 연방 에리안델을 통해 적과의 거리를 체크했다.

냉정하게 보자면 일행이 추격자들을 따돌릴 가능성은 희박했다. 기본적으로 속도의 차이도 있는데다가, 이쪽은 대열을 이루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미덥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에리안델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하게 변해갔다. 적은 이미 이쪽의 대응을 예상하고 있는 것인지, 이동 경로를 가로지르며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왔다.


“우리가 미끼라면, 어째서 모습을 드러내신 겁니까?”


“낸들 오고 싶어서 왔겠소?!”


편지는 거짓이었다. 악마가 안데인 산 일대를 배회하고는 있었지만, 놈들도 제르칸트의 정확한 소재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안개송곳니는 깊숙이 숨어버린 그를 끌어내기 위해 지원군이라는 미끼를 동원한 것이다. 만약 지원군이 왕실기사단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면, 그래서 제르칸트가 지인의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쩌면 그들을 방치한 채로 은신을 계속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리네와 이칼롯, 특히 마리네의 천진한 얼굴이 그의 결심을 뒤흔들었다. 때문에 미끼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그는 모습을 드러낸 시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다다르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전투에 유리한 지형을 선점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 또한 수포로 돌아갔다. 예상보다 악마들의 행동력이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신속했다.


“큭...”


“왜, 왜 그래?”


“하베스트(Harvest), 빅암(Big arm), 블레이드 댄서(Blade dancer), 플라이어(Flyer)...”


그즈음에서 이칼롯도 악마식별의 안경을 통해 적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경알에 비친 네 개의 붉은 점은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그 크기를 키워나가는 중이었다. 이칼롯이 무기를 뽑자 다른 이들도 임전태세에 들어갔다. 이제 악마들의 존재감은 굳이 에리안델이나 이칼롯의 정보가 없어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멀리 수풀이 바스락거리는 게 보였다.


“엇, 잠깐! 멈추시오!”


「제르칸트 위험해요! 」


이칼롯도, 에리안델도 적이 그토록 경이적인 속도로 스퍼트를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화살이 날아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스피드. 경고의 일갈이 터지기까진 단 1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건만, 그마저도 적의 기습에 대응하기엔 모자랐다.

그 찰나의 순간, 마리네는 달음박질치던 기사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팔이 떠오르는 광경을 똑똑히 목격했다. 아마도, 표적이 된 사람들은 갑자기 그늘이 졌다고만 느꼈을 것이다. 검고 굵은, 차라리 통나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법도 하지만, 그것은 분명 무엇인가의 팔이었다.

콰드드득. 팔은 달리던 일행의 진형을 양분하며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마리네는 충격파에 엉덩방아를 찧었으나, 튀는 돌 파편 사이로 피보라가 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헤, 헤, 하나밖에 못 죽였다. 아직 배가 고프다.”


수풀을 비집고 팔의 주인이 걸어 나왔다. 놈의 체격은 이전까지 만나 왔던 악마들과 비교해도 왜소한 편이었으나, 오직 팔, 그 팔만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기사들은 아예 길을 막아버린 녀석의 팔을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미처 기습을 피하지 못한 기사 하나는 완전히 짓뭉개져 형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좋아좋아. 이제야 겨우 찾았군. 아루의 수정.”


곧 다른 악마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숲을 가로질러 공격해왔으므로 자연스레 절벽을 등진 일행은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이칼롯은 빠르게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조금 전 공격해온 악마 옆으로 검을 든 무희가 해실거리며 웃었다. 아마 전에 마리네가 놓쳤다던 블레이드 댄서일 것이다. 녀석에게서 20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선 사람 크기의 나방 - 그 입에 돌돌 말린 대롱과,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날개를 설명하기에는 나방이 가장 적합한 단어였다 - 펄럭거리며 공중에 떠 있었다. 플라이어라고 했던가. 비행이 가능한 개체라니, 이칼롯도 처음 만나보는 상대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촉각을 곤두서게 만드는 것은, 그와 정면으로 마주한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아니, 이미 정체는 알고 있으니 악마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는 후드가 달린 망토로 얼굴을 가린 채 히죽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냐 네놈들은.”


“응? 이미 알고 있지 않나? 그 안경 말이야 그거.”


하베스트는 무방비하게 팔을 늘어뜨린 채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거리를 좁히는 것뿐인데도 기사들은 잔뜩 위축되어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그는 몇 보 가지 않아 자리에 멈춰서야 했다. 풀숲을 헤치고 또 다른 불청객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하베스트의 미간이 살짝 찡그려졌다.


“쳇...”


이칼롯은 잔가지를 부러뜨리며 다가오는 제폰과 고르딘을 보며 어금니를 악물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전력 차가 날 줄이야. 슬러터 넷만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여기에 안개송곳니의 최정예멤버가 둘이나 투입되다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제폰과 고르딘이 나타난 순간 악마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이칼롯은 특히 하베스트와 제폰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경계의 기류를 감지했다. 제폰이 말했다.


“왜 네 녀석들이 여기 있는 거지.”


“이런이런, 수정을 찾기 시작한 건 당신보다 우리가 먼저라오. 안개송곳니 형씨.”


하베스트는 고개를 돌리진 않았지만 곁눈질로 제폰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제폰은 그 시선이 불쾌하게 느껴졌는지 신경질적으로 검을 뽑아 그를 위협했다.


“뭐 좋아. 네놈들이 설치는 건 여기까지다. 이다음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조용히 빠져라.”


하베스트는 대답 대신 가볍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에는 제폰의 발언에 대한 반발뿐 아니라 가벼운 살의마저 담겨 있었다.

그때 전열에서 제르칸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일행을 인솔하며 가장 앞줄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덕분에 빅암의 공격이 들어올 때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그는 냅다 달리던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를 독촉한 것은 에리안델의 절박한 한 마디였다.


「제르칸트! 도망가요!」


“뭐? 하지만...”


「저 사람들은 미끼 역할을 충분히 해냈어요. 이제 목표를 찾았으니 악마들도 마리네나 이칼롯에게 관심을 두진 않을 거예요. 어서 혼자서라도 도망가요. 안 그러면 다 죽고 만다고요!」


그녀는 현재의 전력으론 적을 상대할 수 없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제르칸트도 곧장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는 덤불을 파헤치며 달아났다. 예상했던 대로 하베스트를 비롯한 악마들은 도주하는 제르칸트에게 관심을 보였다. 플라이어와 블레이드 댄서가 주저 없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악마 둘이 사라지자 고르딘도 철컹거리며 그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달리기속도는 그리 빠르진 않았으나 보폭 하나만은 무지막지하게 넓어서 몇 걸음 내디딘 것만으로도 어느새 거리가 훌쩍 멀어져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전열에 있던 기사들도 놈들을 저지하려고 땅을 박찼다. 그러나 다시 그 시점에서 빅암의 오른팔이 땅바닥에 내리꽂혔다. 녀석의 거대한 팔은 떨어질 때마다 그 자리에 거대한 바리케이드를 형성했다. 놈은 침이 질질 흐르는 입을 히죽거리며 방해하지 말라는 무언의 협박을 내비쳤다.


“빌이먹을, 비켜!”


그런데 그때 마리네가 독단적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빅암의 손등에 단검을 던지고는, 그 손잡이를 발판삼아 녀석을 뛰어넘었다.


“이, 이, 쥐새끼처럼 요리조리...”


다른 기사들도 그를 뒤따르려 했으나 빅암이 성이 난 듯 손바닥을 휘휘 내저었다. 그것만으로도 마주한 이들은 질겁하여 한 발자국도 내디딜 수가 없었다. 경로가 봉쇄되자 란돌은 최후방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대로 포위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몰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방에서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


제폰은 하베스트를 무시한 채 그대로 지나쳐가려고 했다. 하베스트는 기분 나쁜 미소를 띤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 둘 사이의 간격이 수 m 내외로 좁혀졌을 때, 돌연 하베스트가 그를 공격했다. 제폰이 살기를 느끼고 재빨리 뒤로 도약했으나, 낫 형태로 변형된 하베스트의 양팔은 표적을 놓치지 않았다. 쓰윽, 하는 살점 베이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팔뚝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뭐 인사치레라는 거요. 화난 건 아니지?”


“...무슨 수작이냐.”


제폰은 재빨리 붕대를 꺼내 상처를 틀어막았다. 가까이에 있던 이칼롯은 잠시나마 그의 베인 부분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피부는 고사하고 갑옷마저도 종잇장처럼 깔끔하게 잘려나간 모습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나게 예리한 날붙이! 억지로 입고 온 사슬갑옷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하베스트는 자신의 양팔을 자랑스레 허공에 휘저었다.


“아니, 우린 딱히 안개송곳니와 적대하고 싶은 마음은 없소이다. 다만 손해 보는 장사도 하긴 싫은 법이잖소?”


“그래서?”


“별거 아니오. 아루의 수정은 우리가 보관하겠소이다. 어차피 그쪽은 아반케즈의 아이만 있으면 되는 거잖소? 피차 좋은 게 좋은 거지.”


제폰의 어깨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드물게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웃음소리는 투구의 면갑에 가로막혀 우웅, 우웅, 하는 기이한 울림을 냈다. 그의 조소가 끝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쿡쿡쿡...좋아. 언제고 네놈들을 밟아줄 때가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붉은 섬광이 하베스트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그러나 그는 공격을 예상하곤 미리 측면으로 도약한 뒤였다. 제폰은 자신의 검에 피를 흘려보내며 말했다.


“블러디 로어(Bloody Roar)"


그의 검이 진홍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베스트도 그의 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이런, 아무리 나라도 그 검은 좀 버거운데.”


그는 그대로 제폰을 무시한 채 제르칸트를 쫓아갈 생각이었다. 시간은 끌만큼 끌었고 적당히 약도 올렸으니, 이제 아루의 수정만 취하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그런데 막 전투를 이탈하려는 그의 눈앞에 일순 푸른 전광이 쏟아졌다. 그는 위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전광은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두 남자의 이목을 끌기에는 넘치고도 남았다.


“별로 끼어들 생각은 없지만 말이지, 이곳을 지나가게 할 수는 없다.”


이칼롯이 텔슈피드를 갈무리하며 말했다. 이미 앞쪽에서는 란돌이 이끄는 기사들과 빅암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독단으로 뛰쳐나간 마리네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것이 지금 그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 어차피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그로서는 플라이어나 블레이드 댄서의 기동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그러니 여기서 방어막 역할을 맡아, 양 진영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두 남자의 발목을 붙잡아두려는 것이었다.

하베스트는 의외의 일격에 놀란 모양인지 이칼롯과 제폰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칼롯이 선 자리에는 아직도 푸른 궤적이 맴돌고 있었다.


“그래 맞아. 생각났어. 그거 텔슈피드로군? 신경 좀 썼는데.”


이칼롯의 텔슈피드와 제폰의 블러드소드, 어느 쪽도 만만치 않은 아티팩트다. 보통 악마들은 경화된 피부로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차단하는데, 이들 아티팩트는 그러한 장점을 무시해버리기 때문이다. 예상외의 저지선에 하베스트는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귀찮은’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텔슈피드의 능력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그 범위는 한정되어 있고, 제폰과 하베스트는 언제든 이를 피할만한 순발력을 갖추고 있었다. 반면 이칼롯은 기본적인 육체 능력은 그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경직된 어깨를 슬쩍 움직이려는 찰나 하베스트가 몸을 날리며 공격해왔다. 순간 놈의 거대한 낫이 시야를 뒤덮었다. 놈의 공격방식은 단순했다. 재빨리 접근한 후, 두 팔을 벌려 표적을 사정권 내에 확보한다. 그 후에는 벼를 베듯이 목을 ‘수확’해버리는 것이다. 도약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이칼롯은 몸을 뺄 타이밍을 잡는데 실패했다. 늦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주저 없이 텔슈피드를 사출했다.

파치직! 그러나 전광에 닿기 직전, 하베스트는 다시 방향을 틀어 위험에서 벗어났다. 텔슈피드의 전광은 똬리를 틀며 이칼롯의 주위를 배회하다가, 이내 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대단하군. 단순히 특이한 검인 줄로만 알았는데.”


제폰이 둘의 격돌을 보곤 감탄을 표했다. 그건 정말로 순수한 감탄이었다. 이칼롯의 대응법에, 그리고 검의 뛰어남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칼롯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강자의 여유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끊임없이 눈동자를 굴려 제폰과 하베스트를 경계했다. 둘의 발목을 묶어 놓으려면, 그러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려면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폰 쪽에서 그를 노리고 달려왔다. 이미 블러디로어가 발현된 상태였기 때문에 물리적인 방어는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칼롯은 재차 텔슈피드를 발동해 이번에는 땅을 깊게 파 올렸다. 전광에 닿은 돌멩이들이 퍽퍽 튀어 올랐고, 그것이 순간적으로 제폰의 시야를 방해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움직임을 저지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그를 물러서게 만든 것은 의외로 하베스트였다. 셋은 몇 차례 접전을 벌인 후에야 다시 거리를 벌렸다.

기묘한 상황이었다. 로샤단에겐 악마든 안개송곳니든 모두 적이었다. 악마는 특별히 안개송곳니를 적대하진 않지만, 아루의 수정만은 독점하고 싶어 했다. 안개송곳니 역시 수정의 확보가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로샤단뿐 아니라 악마와도 전투를 치를 태세가 되어 있었다.

삼파전. 슬러터들의 변심, 그리고 제폰이 가지고 있던 악마에 대한 거부감이 새로운 국면을 몰고 왔다. 모두가 적이었다. 다만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허울 좋은 타협은 이 자리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불리한 쪽은 역시 이칼롯이었다. 제폰과 하베스트가 창이라면, 그는 방패였다. 일방적으로 공세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뒤떨어지는 신체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계속 텔슈피드를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소계 아티팩트의 맹점을 모를 만큼 두 남자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거, 언제까지 쓸 수 있는 거지?”


폐부를 찌르는 한 마디였다.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렀지만 이칼롯은 짐짓 무심한 척했다. 그러나 하베스트의 말대로, 텔슈피드의 잔량은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

레인스터에서의 일전 이후로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의 발동으로 인해 텔슈피드가 그를 완전히 주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때문에 굳이 극한 상황까지 치닫지 않아도 발동이 가능하다는 점은 가뜩이나 전력에서 열세인 로샤단에게 대단한 강점으로 다가왔다. 물론 약점도 있었다. 이미 하베스트가 언급했지만, 텔슈피드의 전격은 무한정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었다.

나타니엘이 만든 이 검은 평시에는 자체적으로 마력을 충전하는데, 비축한 마력이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방전상태에 들어간다. 이칼롯은 미리 실험을 통해 텔슈피드의 한계를 수치화했다. 전량(全量)사출 시 2분, 전격을 조절한다면 최대 5분. 만약 마력이 바닥났을 시 충전까지는 대략 40시간이 걸린다. 즉, 현실적인 텔슈피드의 사용한계는 길어야 하루에 3분 정도였다.

이칼롯은 점점 조급해졌다. 검의 잔량이 떨어지는 순간 자신의 목이 날아간다고 봐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사출을 자제하려고 했는데, 제폰과 하베스트의 공격을 막아내려면 부득이하게 검을 발동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다른 자들은 여유로웠다. 애초에 하베스트에겐 리스크가 없었고, 제폰의 경우도 피가 보급되는 한 블러드소드는 무한정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칼롯은 슬쩍 왕실기사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로선 그들이 남은 슬러터 하나를 처리하고 제르칸트를 쫓아가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뛰쳐나간 마리네 쪽도 걱정이었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니겠지.

검을 쥔 손은 어느새 땀으로 축축해져 있었다.



아무리 겨울이라 나뭇잎이 다 떨어졌다곤 해도, 숲 한복판을 전력으로 가로지르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굵직한 것은 피해 간다고 해도, 잔가지며 덤불이 자꾸만 움직임을 방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자칫 얼굴을 찔리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번질 우려도 있었다.

빠직, 빠직. 마리네는 팔꿈치로 얼굴을 보호한 채 땅을 박찼다. 어지럽게 흩날리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적들의 생김새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역시 일찌감치 마리네의 존재를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킬킬킬킬...이전의 그 꼬마로군. 다시 보니 반가운데?”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블레이드 댄서가 과장된 모양새로 검을 내찔렀다. 마리네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녀석을 쳐냈다. 본체가 검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응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확실한 것은 검을 든 무희는 공격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정도랄까?

이칼롯이나 다른 기사들은 따라오지 않고 있었다. 아마 거긴 거기대로 교전이 일어난 모양이다. 이런 상황이니 여기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비켜!”


검을 양손으로 쥐고 길게 휘둘렀다. 일격을 받아낸 블레이드 댄서는 반동으로 멀리 튕겨 나갔다. 조금 심하게 많이 밀려난다, 라고 느낀 순간 마리네의 귓가에 큐우웅, 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플라이어가 수축했던 날개를 활짝 전개하고 있었다.

쿠과과-! 엄청난 바람이 마리네의 측면을 강타했다. 그는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가 떨어졌다. 어디가 부러진 것은 아니지만, 지면에 부딪힐 때의 충격 탓인지 순간 의식이 아릿하게 멀어졌다. 쓰러진 그에게 결정타를 날리기 위해 블레이드 댄서가 다가왔다.


“멍청한 녀석!”


절체절명의 그를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제르칸트였다. 일찌감치 달아나고 있던 그는 마리네가 위험에 처한 광경을 보곤 재빨리 발걸음을 돌렸다. 표적이 알아서 다가와 주자 악마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 착하지! 어서 수정을 내놔!”


그러나 제르칸트의 실력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그는 묵직한 일격으로 블레이드 댄서를 밀어내는 한편, 단검을 던져 플라이어의 날개에 적중시켰다. 허공에 떠 있던 녀석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일어나라 마리네! 그러게 왜 쫓아온 게냐!”


“하, 하지만...”


그때 철컹, 하는 섬짓한 병장기 소리가 두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미적대는 동안 어느새 고르딘이 거리를 좁힌 것이다. 그의 압도적인 체격에 제르칸트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 저건 무슨 종류의 악마야?”


「이, 인간이에요. 나도 믿기지 않지만.」


고르딘의 메이스는 아래에서 위로, 완만한 호를 그리며 날아들어 왔다. 제르칸트는 에리안델로 이를 받아냈지만, 역시나 그 엄청난 위력에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단지 한 번 겨룬 것만으로 손목이 마비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력이었다.

그는 재차 일격을 가하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런데 플라이어의 풍압이 이번에는 그를 향해 내리꽂혔다. 워낙 체격이 체격인지라 마리네처럼 대책 없이 날아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세를 흐트러뜨리기엔 충분했다. 고르딘은 바람이 날아온 쪽을 향해 무미건조한 시선을 보냈다.


“...악마...”


“미안하지만 수정은 우리 거다. 덩치.”


한편 몸을 일으킨 마리네는 블레이드 댄서와 불꽃 튀는 일전을 벌이고 있었다. 녀석의 공격은 예리하고 날카로웠지만, 확실히 다른 슬러터급 악마들과 비교하면 뒤떨어졌다. 마리네가 놈을 밀어붙이며 말했다.


“이 자식, 또 우릴 방해하는 거냐?!”


“크크크, 그러니 확실히 끝장을 냈어야지. 내가 없었다면 수정의 소재는 영영 못 알아냈을 텐데 말이지.”


“뭐라고?”


블레이드 댄서는 스스로에게 도취한 듯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은 완만하게 공중제비를 돌며 마리네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분체의 목에 걸린 금속 링이 짤랑거리며 경박한 소음을 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


마리네는 굳이 녀석의 언변에 신경 쓰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은 거짓정보에 속아 넘어간 일행의 탓이고, 여기서 다시 그것을 되새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레이드 댄서가 짚은 요점은 거기서 좀 더 앞을 향해 있었다. 말하자면 안개송곳니가 허보작전을 사용하게 된 계기. 일행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악마와 안개송곳니가 별개로 움직인다면, 레이시는 굳이 허보작전에 악마들을 끌어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슬러터들은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일행이 도착하기 전부터 안데인 산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의 정보는 어디서 나왔는가? 수다스러운 블레이드 댄서는 이를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안다바리엘 뷘더에게 소환되기 전에 난 이 산에 숨어 살고 있었지. 캬하하, 그래, 그건 정말 소소한 우연에 불과했어. 그런데 어느 날 류이너스 교단 수도복을 입은 남자가 산속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단 말이야, 아앙?”


수도복을 입은 남자란 물론 제르칸트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마리네는 가슴이 갑갑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제르칸트가 위험에 처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이 악마에게 있다는 말인가? 아니,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처음에는 뭐하는 종자인지도 몰랐지. 뭐 아예 관심도 없었고. 캬하하하! 그런데 수도를 탈출해 제스터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가 탄생하더군. 아루의 수정 두 개를 갖고 달아난 교단수호기사라. 마치 내가 전에 봤던 그 쓰레기의 생김새랑 비슷하잖아? 그래, 그 요상한 검도 말이지! 아루의 수정 정도면 도박의 가치는 충분하지. 아니나 다를까, 내가 봤던 것을 말하자 연락도 없던 주민(resident)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더군. 위험한 건 질색이라며 안개송곳니의 제안도 거절했던 놈들이 말이야.”


근본적인 문제는 녀석을 놓친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 그때 놈이 달아나는 걸 막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살아남은 블레이드 댄서는 제스터와 결탁했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슬러터들까지 합류시킨 것이다.

왜곡된 죄책감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 죽였더라면, 그때!


“...다 지껄였냐?”


마리네는 자세를 한껏 낮춘 채 블레이드 댄서를 향해 돌격했다. 녀석도 그가 내뿜는 형형한 살기를 감지한 것인지 더는 입을 나불거리지 않았다. 한쪽에선 여전히 플라이어와 고르딘, 제르칸트가 한데 뒤엉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서 한 놈을 잡으면 그만큼 전세는 유리해진다. 그래, 지금이라도 녀석을 죽이면 되는 것이다. 녀석을 죽이면, 왠지 자신이 지금까지 범했던 실책이 사해질 것만 같아 마리네는 더욱 스피드를 올렸다.

어느샌가 그의 목적은 제르칸트를 지키는 게 아닌, 악마를 토벌하는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러스트를 받았습니다! +7 15.07.26 1,297 0 -
공지 세계관 - 데루루피아의 편지 +7 15.03.22 3,315 0 -
345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104 15.09.01 2,317 49 24쪽
344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3) +15 15.08.20 1,059 26 20쪽
343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2) +11 15.08.09 1,066 35 23쪽
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5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2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3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3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3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2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69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2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89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3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0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48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6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0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7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0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4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4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69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48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8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6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4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2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09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6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8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79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39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09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79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6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3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2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8 24 17쪽
»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0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29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6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6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2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7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5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0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3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1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999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2 25 2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