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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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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8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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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DUMMY

“정말 10년 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 너희 섬사람들은 늙지도 않는 거야?”


“입에 발린 소리는 그만 해. 나도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는 아줌마라고.”


“진짜인데.”


데루루피아는 가이잘모의 아첨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죽은 하렌의 눈을 감겨주었다. 안개송곳니 단원 하나를 처리했다는 것, 그리고 레이시의 암살계획을 무위로 돌렸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 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알룬도는 일단 하렌이 죽기 직전에 남긴 말을 되새겨보았다. 그의 말마따나 레이시 정도 되는 남자가 임무실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이를테면, 천정기사단은 제어가 되면 좋고, 안 되면 그거대로 그만이라고 판단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어차피 안개송곳니의 바람은 리크나이츠와 아스트리카가 화끈하게 치고받는 것. 장기적이라면 몰라도 지금 당장은 아델하트 경이 살아있다 해도 나쁘지 않겠지요. 어차피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순서이니까요. 마르세아 기사단이 너무 처참하게 패한 것은 의외지만.”


가이잘모의 침실은 피 냄새가 진동하여 도무지 대화를 나눌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세 사람은 가까운 사관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장소 자체가 비좁은 데다 벽이 전부 칙칙한 석재를 두껍게 쌓아 올린 거라 그런지 안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감옥에 나앉은 듯한 폐쇄감이 몰려왔다. 물론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으나, 데루루피아는 일전의 투옥생활 탓에 약간의 트라우마가 남은 상황이었다.

그녀는 다소의 구토를 느끼고는 창문(정확히는 투석구지만) 밖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아직 밤은 한창이라 날선 북풍이 그녀의 옆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그 쓰라린 감각이 나름대로 토기를 없애는 데에는 도움을 주었다. 어둠에 젖은 그녀의 머리칼은 그래도 밤하늘의 그것보다는 훨씬 윤기가 넘쳤다.


“성공이니 실패니 하는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은 레이시가 다시금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매수와 암살이 안개송곳니의 기본 작전이죠. 어쨌든 천정기사단은 어느 쪽에도 당하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이군요.”


데루루피아가 굳이 국왕의 전령 역할을 떠맡은 것은 그만큼 천정기사단의 존재가 중요한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단장직을 맡고 있는 가이잘모와의 유대감이 더 컸다. 그는 람카디스와 카토르, 데루루피아와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말하자면 지기지우(知己之友)의 사이였다. 당연히 그도 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상당량의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즉각 군을 움직인 것도 일이 이렇게 되리라 짐작한 그의 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가 말했다.


“전쟁은 아스트리카랑 하고 이득은 브리토리스가 먹는 구조로군. 차라리 안개송곳니랑 직접적으로 붙는 로샤단 쪽이 더 마음이 편하겠어.”


“그러니까 지금은 무엇보다도 이 미친 전쟁을 끝내야 해. 국왕이 이미 사절을 보냈으니 얼마 안 있어 기별이 올 거야. 이쪽은 다소의 조공협약을 맺는 한이 있더라도 안개송곳니를 막겠다는 각오니까.”


“이쪽에서 안 싸운다고 꼭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니잖아. 훼창기사단이 공격해오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우려를 제시하는 가이잘모의 표정은 그러나 여전히 장난기 어린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알룬도는 그의 태도가 오늘 전투의 승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안개송곳니의 입장에서 보면 이후의 정복전을 위해 리크나이츠와 아스트리카 양쪽이 모두 국력을 소모시켜야만 편하다. 그렇기에 한쪽이 압도적으로 전쟁을 끝내는 양상, 혹은 양쪽 다 전력을 유지한 채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이 가장 지양되어야 한다. 오늘의 전투는 후자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사실상 안개송곳니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는 흑연기사단이 레인스터에서 참패를 당했으니, 앞으로의 전쟁은 훼창기사단과 천정기사단이 대립하는 구도로 흘러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오늘 천정기사단이 마르세아 기사단을 격파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니, 훼창기사단으로서는 선제공격에 나서기가 불편한 형편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겨울이 다가와 행군에도 차질이 생겼으니, 적어도 몇 달간은 자잘한 소모전 정도로만 전개될 게 틀림없다. 요는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점이었다.


알룬도가 말했다.


“그럼 봄까지는 잠정적 휴전이 이어진다는 선에서 이야기를 진행해보죠. 로샤단의 활약으로 적어도 리크나이츠 내에서 안개송곳니의 활동은 극히 제한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레이시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요?”


데루루피아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갈무리하며 답했다.


“요인 암살이나 내부교란 정도요? 안다바리엘의 그 마인드컨트롤이란 마법이 문제인데, 언제 다시 나타날지가 관건이겠네요. 다행히 마리네 때문에 큰 부상을 입은 모양이지만.”


“직접적인 암살은 이제 많이 줄어들 겁니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 가장 거슬리는 인물이 천정기사단의 병권을 쥔 아델하트 경인데, 하렌 이상급의 단원을 투입하기엔 수지도 맞지 않을뿐더러 리스크도 크죠.”


“음, 그렇다면 북부의 영주들은 어때요? 현재 AOC를 중심으로 군대가 모이고 있다고 하던데.”


여기에는 가이잘모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AOC가 가지는 맹점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 맹점이 가끔은 절묘한 장점이 된다는 것도.


“AOC는 방위목적을 위해 각 영지의 군대가 결집하는 거야. 영주마다 지휘권이 있고 그 체계도 피라미드식 구조보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모인 군체에 가깝지. 즉 꼭대기의 사령관을 죽여도 다음 후임자가 올라오면 그만이야. 몇 명 죽이는 것 정도로는 티도 안 나지.”


“그럼...역시 로샤단 쪽일까나? 알룬도는 어떻게 생각해요?”


이 시점에서 그들은 아직 로샤단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알룬도는 수도에서 벌였던 일행의 활약, 그리고 그들이 최근 레인스터의 방어를 일임했던 점만을 감안하여 추론했다.


“놈들 입장에서 보면 로샤단은 강력한 복병입니다. 벌써 토벌대를 몇 번이나 보냈는데도 실패했죠. 그건 비록 숫자는 적지만 소규모 유격전에서는 안개송곳니와 필적할 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뜻합니다. 게다가 현상금도 풀리고 국왕의 비호도 더해졌으니, 아마 직접적으로 루도를 해하기란 지극히 어렵겠지요.”


지나치게 낙관적인, 그래서 불안함까지 느껴지는 해석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알룬도의 의견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정도로 포기할 만큼 레이시가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또한 각성의 위험성까지 내포한 루도를 그가 별다른 비책 없이 방치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데루루피아도 곧 핵심을 파악하고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압박했다.


딱히 죽이지 않아도, 신의 아이를 무력화시킬 방법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설마 아루의 수정을?”


“제가 레이시라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루도가 펠아람의 저주이든 아니든 간에 수정을 독점하는 건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으니까요. 그리고 듣자하니 펠아람의 수정과 루프리모의 수정은 함께 있다면서요? 그럼 더 망설일 필요도 없지요.”


“확실히...하지만 제르칸트의 행방은 아무도 모를 텐데요. 저도 기껏해야 막연한 위치밖에...”


“그럼 이미 아무도 모르는 게 아니죠. 공을 들여 추적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소재가 파악되고 말 겁니다. 녀석들의 정보력을 우습게 보면 곤란해요.”


그녀는 쓰라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룬도의 충고대로 아루의 수정 문제는 ‘들키지 않겠지’ 정도로 막연하게 방치할 문제가 아니었다. 신의 아이가 각성하려는 것 자체를 막으려는 류이너스 교단은 그리 중요시 여기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아루의 수정은 신의 아이의 생명줄임과 동시에 권능의 촉매제였다. 이걸 적에게 빼앗긴다면, 설령 각성한다 하더라도 아반케즈의 아이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늦든 빠르든 수정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다만 그 시점에서 그들에게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데루루피아는 우선 로샤단과 만난 뒤에 논의를 계속하기로 하고 아루의 수정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여기서 보류했다.

영양가 없는 대화가 끝나자 시린 겨울 날씨가 더욱 피부에 와 닿았다. 알룬도가 자러 간 사이 두 사람은 1층의 식당에 앉아 담소를 주고받았다. 이번에는 공간이 지나치게 넓다는 게 문제였는데, 그래도 찻잔 위에 부서지는 달빛이 적잖이 고즈넉한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연회를 벌이던 병사들도 모두 곯아떨어지고, 사위는 그저 아늑한 침묵만으로 가득했다. 금방 끓인 찻주전자에서 피어오른 김에 한쪽 뺨이 시큰해졌다. 데루루피아는 주전자에 가만히 손을 갖다 대 얼어붙은 몸을 녹였다.

막 첫 번째 잔을 비워갈 때쯤 가이잘모가 입을 열었다.


“람카디스와 카토르의 장례식엔 못 갔다고?”


“...응. 너무 정신이 없었다고 하면 핑계일까. 그러고 보니 아직 무덤에 조문도 하지 못했네.”


“그 녀석들도 참 박복하구나. 못난 친구를 둘씩이나 두다니.”


어둠 속에 몸을 묻고 있노라면 저절로 감상적인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났건만, 눈을 감으면 람카디스의 미소가 손에 잡힐 것만 같아 데루루피아는 목 언저리가 뜨거워지려는 것을 억지로 삼켰다.


“참 세상 일 얄궂네. 그렇게 루도를 평범하게 키우려고 노력했는데, 지금은 앞장서서 안개송곳니와 싸우고 있으니 말이야.”


“어떤 스타일인데? 난 안 만나봐서 뭐라 평을 내리기가 어렵네.”


“그냥 뭐...평범한? 후훗, 다들 개성이 너무 튀어서 그런지 루도는 한구석에 묻혀버릴 정도라니까. 아, 그거 알아? 지금 로샤단의 대장. 이칼롯 제르비안이야. 너랑 안면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몇 년 전 일이지만...”


가이잘모는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쓰린 미소를 띠웠다.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던 청년. 복수라는 명목 아래 자신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던 청년. 그것이 그가 기억하는 이칼롯이었다. 과연 세월이 약이라고 할 만하달까, 그 청년이 이제는 기사가 아닌 레인저로서 이름을 날린다는 사실이 그는 적잖이 감동스러웠다.

가이잘모가 찻잔을 채우며 말했다.


“길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군. 다시 만나면 같이 술이라도 한잔해야겠는데.”


“아서. 젊은 애들이 옛날 상관을 얼마나 불편해하는데. 끼리끼리 어울리게 놔둬야지.”


“흠...그것도 또 그렇네.”


그이기에 편하게 농담을 던진다. 또한 그녀이기에 허울 없이 진심을 전한다. 함께 늙어가는 친구란 그런 존재였다. 다만 텅 빈 식당이, 이제는 덧없게만 느껴지는 두 사람의 빈자리가 서글플 뿐이었다.


“먼저 보낸다는 게 참 슬픈 일이로구나. 내가 마지막까지 남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그런 기분 나쁜 유머 별로야.”


“....청혼은 받았었어?”


엉뚱한 질문에 그녀는 피식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 와 미련이 남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잔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녀는 찻잔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못 받았네. 정말 기가 막혀. 나이가 몇인데 소심해 빠져가지고...하아, 나도 참 꼴이 한심하네.”


모두가 다가올 새벽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고 있을 시간, 두 사람은 지나간 과거를 기리며 밤이 지나지 않기를 기다렸다.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암묵적으로 자신들의 시대가 지나갔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람카디스와 카토르의 죽음 역시 하나의 계기였다. 떠날 사람은 떠나고, 새로운 이들이 그 빈자리를 채운다.

그렇기에 데루루피아는 더욱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다가올 그 결말을, 어떻게든 유종의 미로 끝내고 싶었으니까.



***



레미나가 의식을 되찾은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였다.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눈을 뜬 그녀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내려다보고 있는 루도의 얼굴이었다.

깨어난 그녀는 그러나 여전히 기력이 회복되지 않은 탓에 반쯤 눈이 풀려 있었고 고열로 이마에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하지만 비몽사몽인 상태에서도 그녀는 루도의 옷자락을 꼬옥 붙들며 말했다.


“미안해...루도...내가 잘못했어...”


뭐가 그리 미안한지 그녀는 끅끅대며 눈물을 쏟아냈다. 루도가 당황하여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한 번 터진 눈물샘은 쉬이 진정되질 않았다. 루도가 그랬듯이, 레인스터 이후로 소원해졌던 관계를 그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루도는 울먹이는 그녀를 다독이며 내가 더 미안하다고, 그러니 부디 용서해달라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일단 레미나의 의식이 돌아오자 루도가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우선은 그녀의 기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는 촌락을 돌며 약재로 쓸 만한 것들을 모조리 긁어모았다. 대부분의 가구는 피난민들이 가져가 텅텅 비어 있었지만, 의외로 뒤져보니 감자나 토란 같은 먹을거리를 시작하여 오미자나 산수유 같은 약재들도 소량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프란츠의 뒤뜰 양계장엔 닭과 오리도 몇 마리 남아 있었다.

루도는 우선 육류는 남겨두고 곡물을 가져와 잘게 빻아 죽을 만들었다. 레미나는 음식을 삼킬 때마다 통증이 온다며 얼굴을 찡그렸지만, 루도가 가져다주는 식사는 큰 불평 없이 꼬박꼬박 받아먹었다. 일단 영양소가 들어가자 그녀의 체력은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편 그는 훼창기사단의 추격에 대비하여 레미나의 병수발을 들 때를 제외하면 시야가 트인 봉우리에 올라가 주변을 경계했다. 마침 촌락은 나름 고지대에 위치한 데에다 들어오는 길목도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경계에는 무리가 없었다. 루도는 만약 적이 올라오는 모습이 포착되면 몸을 숨길만 한 거처도 미리 확보해 두었다. 어차피 촌락 자체에 군사적 전략성은 없고, 누군가 온다면 수색대 아니면 약탈부대일 텐데, 거주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다면 어지간히 독한 자들이 아닌 이상 들킬 염려는 없다고 봐야 했다.

그렇게 레미나를 보호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녀는 가볍게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장거리 이동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만큼 상처가 완화되자 루도는 닭을 삶아 저녁상에 올렸다. 살이 오른 닭을 북북 찢어 프란츠가 준 꿀에 묻혀 먹자 그자체로 훌륭한 영양식이 완성되었다. 레미나도 마침 죽 요리에 입이 물려가던 터였는지 뜬금없이 올라온 육류에 눈동자를 빛냈다.


“어머, 웬 닭이람. 이런 것도 만들 줄 알아?”


“이래 봬도 식당에서 종업원 일까지 해봤다고. 자, 어서 먹어.”


루도는 커다란 대접에 닭고기를 담아 그녀가 누운 침대맡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레미나는 눈만 말똥말똥 뜬 채 숟가락을 집으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루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해? 안 먹고.”


“먹여줘.”


“뭐? 이제 혼자 먹을 수 있잖아.”


“아니야. 아파 죽겠어. 숟가락들 힘도 없어.”


“....”


부상자가 자기 입으로 아프다는데 어쩌랴. 루도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잘게 찢어 하나씩 레미나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오물거리면서 잘도 음식을 받아먹었다. 목이 막히면 물, 기름기가 느끼하면 야채. 그녀의 한 마디에 루도는 뻘뻘거리며 포크를 놀려야 했다.

의식을 되찾은 뒤로 레미나는 어리광이 부쩍 늘어났다. 별것도 아닌 일로 루도를 부를 때가 잦아졌고, 움직일 땐 늘 하인처럼 그를 옆에 두고 다녔다. 루도는 귀찮긴 해도 부상자이고, 또 원래 그녀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게 맞다고 생각하여 특별히 불만을 표하진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신이 나서 그에게 매달렸다. 이런 나날이 벌써 일주일째였다.

닭고기를 우물거리며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여긴 언제까지 있을 거야?”


“네 몸 상태가 회복되기 전까진 안 움직여. 자, 물.”


“우웅...카이안이 잘 도착했을지 걱정인데.”


그녀는 양배추 조각을 받아먹으려 상체를 뻗다가 옆구리의 통증에 그만 음식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루도가 침대보에 묻은 얼룩을 닦아내며 말했다.


“지금은 우리 형편이 더 중요해. 지금 당장 여기로 훼창기사단이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다고.”


전쟁에서 일주일이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루도는 이미 라키시아 일대가 훼창기사단의 영역에 들어갔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동서남북 각 방면의 관문을 포함하여 크고 작은 마을들, 주요 나들목과 항구도 포함된다. 즉, 두 사람이 머무는 촌락은 아직 군대가 방문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훼창기사단의 세력권 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레미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루도가 이를 묻자 그녀는 물수건으로 입을 훔치며 말했다.


“일단 추격대 말인데, 일주일 동안이나 나타나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야. 사실 이런 마을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이틀이면 발견할 수 있는 장소잖아?”


“음, 그야 그렇지.”


“그리고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 레오문드는 이제 섣불리 군사를 움직이진 않을 거야. 병력이 정체되어 있으면 그만큼 우리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까?”


“수도를 점령했기 때문에? 하지만 전체적인 병력은 여전히 리크나이츠 쪽이 열세인데. 이대로 기세를 몰아 야전에서 왕실기사단과 격돌할 가능성도 있잖아.”


그러자 그녀는 아랫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아마 그러진 않을 거야. 루도 네가 신의 아이에 대해 정보를 흘렸으니까.”


“어...내가?”


그가 레오문드와 조우했을 때 신의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페이스에 휘말려 시간을 끌린 것일 뿐, 가장 핵심적인 정보 - 펠아람의 아이가 바로 자신이라든지, 아루의 수정에 관한 것 등 - 는 제공하지 않았다. 레미나는 오히려 그런 애매한 정보가 적의 발을 묶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오문드 정도 되는 사람이면 자신의 군대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또 정보가 너무 부족하니, 아마 이번 수도점령을 계기로 주력은 쉬게 하고 소수의 부대만 활용하여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겠지. 그 사람한테 ‘당신은 속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댔지? 그럼 그 의혹의 답을 얻기 전까지는 섣불리 전투를 벌이진 않을 거야.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군대니까.”


“네 말대로 된다면야 다행이지만...그럼 우린 예정대로 출발하면 되는 거네. 다른 사람들과는 어떻게 합류한다?”


만약 일이 원만하게 풀렸다면 이미 카이안은 에메랄드 섬으로 향하고 있을 시기였다. 하지만 계획이 전부 무산됐으니, 그를 포함해 다른 동료들은 모두 왕실기사단 본대와 행동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다만 문제는 현 상황에서 그들과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의 혼잣말에 레미나가 문득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


“그거 말인데, 지금은 섣불리 다른 사람들이랑 접촉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왜?”


그녀는 루도와 헤어지고 나서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추격자가 붙고, 라키시아 내에서는 매복한 병력과 맞닥뜨렸다. 게다가 루도 역시 도서관에서 정체불명의 암살자 무리와 맞닥뜨렸다. 이는 사전에 일행의 정보가 새어나갔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암살자들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심지어 카이안이 루프리모의 아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왕실기사단과 합류했다고 해도 여전히 그쪽은 안개송곳니의 시야에 들어가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릴 봐봐. 무방비한 상황이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데도 자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잖아? 이건 적어도 우리 둘은 적의 첩보망 바깥에 있다고 봐야 할 거야. 그람이 널 도와줬다고 했지?”


“확실히...당장은 숨죽이고 있는 게 나을지도. 그러니까 네 말은 다른 사람들은 카이안과 함께 두고 나 혼자 카잘산맥으로 가라는 거지?”


“적을 등 뒤에 두느니 차라리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는 거지. 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혼자라니?”


레미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검지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루도는 화들짝 놀라 집고 있던 야채를 떨어뜨렸다. 그녀를 데리고 카잘산맥이라니, 생각해본 적도 없는 문제였다.


“설마...거기까지 따라오겠다고?”


나른하던 그녀의 눈빛이 일순 표독스럽게 변했다. 그 변화가 너무나도 노골적이었기 때문에 루도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집어삼켜야만 했다.


“거기서 설마가 왜 나와? 나도 로샤단이니까 당연히 함께 해야 하는 거잖아.”


“그건 아는데...너 혹한기에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알아? 게다가 상대는 베테랑 레인저도 꺼리는 카잘산맥이라고.”


“그래서 뭐! 나라고 거기 못 가란 법 있어? 레인저는 뭐 체온이 불구덩이처럼 뜨겁기라고 하니?”


레미나의 언성이 점점 높아져 갈수록 루도의 목소리는 움츠러들었다. 왠지 그녀를 말리는 것뿐인데도 죄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게 간단히 허락하고 말 문제는 아니기에, 루도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


“그러니까 레인저도 까딱하면 길을 잃고 얼어 죽는 동네라고. 굳이 나랑 같이 얼음굴로 들어갈 필요는 없잖냐.”


“뭐야, 내가 짐이라도 된다는 거니? 나도 제리온 못지않은 마법사야. 카이안을 지킨 것도 나고. 왜 자꾸 안 된다고만 하는 건데?”


“걱정되니까 그러지. 넌 공주인데 설령 산속에서 변이라도 당하면...”


“나도 좋아서 공주로 태어난 건 아니야!!”


더는 참지 못하고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배에 힘을 준 것만으로도 상처에 무리가 갔기 때문에 그녀는 통증으로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한참을 씩씩거렸다. 루도는 기가 죽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쭈뼛거렸다. 뒤늦게 어깨를 다독여주려 했으나 레미나는 앙칼지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생전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한 경험 때문일까, 그녀의 언행은 전과 비해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남에게 전하지 못한 채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끙끙대던 고민들. 대표적으로는 제리온의 장례를 두고 벌였던 말다툼이 있다. 올란도의 일격에 맞으며, 혹은 격통 속에 눈을 뜨며 그녀가 떠올린 것은 못다 한 이야기, 전하지 못한 자신의 진심이었다.

혹시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끝끝내 루도와는 화해하지 못한 채 이별하는 것이 된다. - 그러한 트라우마가 그녀의 태도를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나 이제부터 생각나는 대로 다 말할 거야. 나도...나도 좋아서 공주로 태어난 게 아니라고. 그러면 넌 당연히 고생을 못 해봤느니 엄살떤다느니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터 도전하겠다는데 왜 기회조차 주려 하질 않는 거야? 루도도 날 때부터 레인저였던 건 아니잖아. 불면 날아갈까 만지면 깨질까 약자 취급받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해. 내가 자신 있어 하는 건 마법이고 논리학이고 승마술이야. 뜨개질 같은 수작업도 좋고, 암기나 속독 같은 분야도 문제없어. 알아? 내 장기는 그런 거지, 핏줄이니 신분이니 따지는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내가 유미르네나 이칼롯보다 뭐가 그리 모자라다는 거야!”


그녀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응어리를 폭포수처럼 게워냈다. 그것은 제리온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녀만의 아픈 고민이었다. 짧게는 지금, 길게는 에메랄드 섬을 떠났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만이 로샤단 내에서 기름처럼 붕 떠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자신보다 늦게 합류한 유미르네는 금세 사람들과 목숨을 맡길 수 있는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공주니까. 보호받아야만 하는 존재니까. 그것이 그녀에겐 수치이자 모욕이었다.


“레미나....”


“제발 나를 좀 대등하게 바라봐줘. 응? 루도...”


레미나는 진이 빠진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통증을 참아가며 말을 토해낸 까닭에 그녀의 이마와 목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루도는 말없이 저녁상을 치우고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러나 그녀가 바라는 건 얼굴에 묻은 땀을 닦아주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간절한 그 눈동자는 흐트러짐 없이 긍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결국 루도는 못 이기는 척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같이 가자. 가면 될 거 아니야, 이 진취적인 아가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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