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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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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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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DUMMY

이튿날 일행은 곧바로 다음 여정준비에 착수했다. 나타니엘의 마법을 찾는 것은 잠시 차치해두고서, 일행은 다시 수도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렀다. 라키시아 귀환을 택한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제리온이 남긴 유언 - 예토의 정보 - 을 지키기 위함이었고, 둘째는 카이안을 호위해 무사히 에메랄드 섬까지 보내기 위함이었다. 일단 도시의 안녕이 확보되자 크리드는 적극적으로 카이안의 등을 떠밀었다. 카이안은 이전처럼 회의적인 반응이었지만, 크리드의 간절한 설득에 결국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저들을 따라가거라 카이안. 기사에겐 기사의 본분이, 학자에겐 학자의 본분이 있는 법이다. 언젠가 세상이 네 능력을 필요로 하는 때가 올 것이야. 그때까지라도 몸을 사리고 있거라.”


“하지만 아버지, 제가 대체 뭐라고...”


“너 역시 못난 나를 구하려 이 먼 길을 달려오지 않았느냐. 목숨보다도 귀한 친구들이다. 이번에는 네가 뜻을 굽히려무나.”


그리고 셋째는, 정말로 의외지만, 라키시아가 아직까지 함락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진즉 아스트리카의 깃발이 휘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도시가 어째서인지 아직도 항전을 계속하고 있었다. 왕실기사단의 간부는 케이달 위릭이 소수의 근위대를 이끌고 진입관문을 틀어막고 있는데, 그들의 방어가 그야말로 철벽이라 훼창기사단조차도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오, 역시 그 아저씨 보통이 아니었구나.”


“...그래도 왕실기사단 단장이라고. 람도 그분 실력은 인정했을 정도니까.”


일행은 늘 함께 움직이던 기존의 방식에 수정을 가하기로 했다. 일단 라키시아까지는 함께 가되, 거기서부터 인원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카이안을 지키고, 한쪽은 루도와 함께 카잘산맥으로 가는 식이었다. 루도의 계획에 다른 이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딱 한 사람만은 이의를 제기하기는커녕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루도는 그날 이후로 레미나를 대하기가 영 거북스러웠다. 손찌검을 당한 게 충격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알게 모르게 그를 피하고 다녔다. 물론 그렇다고 뒷담화나 해코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행동 자체가 루도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말 한마디도 나누지 못한지 어느덧 사흘이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자 디리터는 태연하게 말했다.


“사과해. 무릎 꿇고. 땅바닥에 이마 박고. 멍멍 짖으면서.”


“...어째 점점 방식이 비참해지네.”


“그 정도는 해야지. 레미나가 왕족 직위를 남용하는 사람은 아니니 그 부분은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일단 여자를 때린 건 큰 죄야. 어서 가서 사과해.”


“하지만...디리터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그건 레미나가 잘못한 거라고.”


루도는 억울한 심정이었다. 그날 레미나가 얼마나 모욕적인 언사를 퍼부었는데, 전부 잊고 머리를 숙이라니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러나 디리터는 이 한심한 10대 소년보다는 훨씬 더 융통성이 있었다.


“어쨌든 때렸잖아?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라도 사과해. 너도 알잖냐. 레미나처럼 배려심 많은 여자도 없어. 니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면, 걔도 얼굴 빨개져서 사과할 거야.”


“음...하지만...”


“어이구, 조막만 한 놈이 존심만 있어가지고. 하여튼 내가 말한 대로 해. 나중에 후회하기 싫으면.”


마침 그 자리에는 두 사람뿐 아니라 이칼롯도 함께 있었다. 어차피 다 들었겠다라는 생각에 루도는 잽싸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저기, 이칼롯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거야?”


그러자 이칼롯은 마시고 있던 벌꿀차를 조용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


“와...고민해보지도 않고. 대체 왜?”


“추해 보인다.”


“.....”


그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루도는 더욱 서글퍼졌다. 결국 자신을 변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미르네야 말할 것도 없고, 마리네조차도 조심스럽게 레미나의 손을 들어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루도도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와 마주칠 때면 어색함과 함께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뭔가 입을 열 틈도 없이 그녀 쪽에서 먼저 달아나버리니, 자기합리화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흘, 차라리 몸을 혹사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지경이었다.

결국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또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행여라도 그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랐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귀환에 필요한 물품은 식량과 방한장비 외에 여러 명이 탈 수 있는 마차가 준비되었다. 말을 타고 가기엔 맞바람이 너무 따가운 데다, 부상자인 이칼롯과 승마경험이 부족한 카이안 때문에 불가피하게 마차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러한 물품들은 레인스터 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별다른 어려움 없이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말린 과일과 벌꿀을 구하려 시장바닥을 서성이던 마리네는, 뜻밖에 반가운 얼굴과 마주치게 되었다.


“어? 레밀리오 사제님?”


뚱뚱한 체형에 치렁한 남색 사제복을 입은 그의 행색은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레밀리오 역시 그를 발견하고는 살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오, 캄블러 군이로군. 무사해 보여서 정말 다행일세.”


마리네는 품 안 가득 그러안고 있던 식료품도 내팽개치고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인지 재회의 기쁨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하핫, 모든 소문에는 날개가 달린 법이잖은가. 레인스터가 승리했다는 소식은 류이덴사에도 전해졌네. 지금 나는 베른헬트 주교님을 대신하여 구호물품 지원에 대해 이곳 시장과 상의하러 온 참이지.”


마리네는 장을 보던 것도 잊고 직접 그를 시장관저로 안내했다. 길을 걷는 와중에 그는 도시를 통치하던 3인은 모두 죽거나 달아났으며, 지금은 다른 귀족이 임시로 시장직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이번 전투로 흑연기사단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으며, 이 도시를 함락시켜 우위를 점하려던 안개송곳니의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물론,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가슴 아픈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밀리오 역시 제리온의 죽음을 전해 듣고는 깊이 탄식했다.


“이럴 수가...정말 아까운 청년을 잃었군. 오, 얼마나 상심이 크겠나. 그가 류이너스의 전당에 다다를 수 있도록 내 기도하겠네.”


“네...감사합니다.”


분위기가 한껏 무거워지자 레밀리오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주된 내용은 그동안 교단이 무엇을 하고 있었나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한 번 안개송곳니에게 호되게 당했기 때문에 선뜻 공식적인 움직임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네. 대신 아루의 수정에 대해 암암리에 조사하고 다녔지. 아, 얼마 전에 제르칸트에게서 연락이 왔네. 자긴 잘 있고 수정 역시 무사하니 걱정하지 말라더군.”


“와아, 제르칸트에게서요? 어떻게, 건강은 괜찮대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그리운 이름이었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대부분 잃어버린 까닭인지 마리네는 ‘아직 살아있는 인연’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보였다. 제르칸트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 시점에서 다른 일행은 미리 도시 외곽에 마차를 대 놓은 채 대기하고 있었다. 마리네는 레밀리오의 볼일이 끝나자 곧장 그를 일행에게 안내했다. 예상했던 대로 루도와 디리터는 펄쩍펄쩍 뛰며 그를 반겼다. 이칼롯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름 예의를 표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반면 그를 모르는 레미나와 유미르네는 한껏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원래 그런 성격인 유미르네는 차치하고라도, 레미나조차도 어색한 미소 하나로 대면을 끝낸 것은 꽤나 의외였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주님. 사실, 공주님이 아주 어렸을 때 한 번 인사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군요.”


“아...네. 반가워요. 류이너스 교단의 인덕은 익히 잘 알고 있답니다.”


레밀리오는 그녀의 데면데면함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왕족의 이미지일지도 몰랐다.

문제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로샤단은 이미 출발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레밀리오는 재회 겸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는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 떠나는 그를 배웅하는 와중에, 근처에 있던 병원 건물에서 카이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루도에게 물었다.


“루도, 언제 출발할 거야? 환자 몇 분만 더 봐 드리고 싶은데.”


“느긋하게 해. 30분은 있다가 갈 것 같으니까.”


“응, 고마워.”


둘은 대수롭지 않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레밀리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어느 순간 확신에 찬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윽고 카이안이 창문 너머로 사라지자 그는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소년 혹시....니암인가?”


그 순간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카이안의 비밀에 대해 잊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염색까지 한 그를 대번에 알아챈 레밀리오의 관찰력도 대단하긴 하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해 신의 아이라는 존재감에 둔해진 일행의 실책도 없다고 할 순 없었다.

얼버무리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미 판이 벌어진 상황에서 - 로샤단은 니암의 소재를 알고 있다. 그리고 그와 똑 닮은 소년이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변명이 먹힐 리 없었기에 그들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네.”


“아이고, 맙소사! 그럼 니암이 지금껏 레인스터에 있었다는 말인가? 그는 루프리모의 아이일세. 자칫 잘못되면 어쩌려고 그런 위험에 노출되게 한단 말인가?”


두 사람은 갑자기 죄스러운 기분이 들어 고개를 푹 숙였다. 신의 아이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레밀리오가 화를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을 정리하던 마리네는 무언가 억울한 심정이 들어 대꾸했다.


“저기요 사제님...여기 루도도 일단은 신의 아이인데요...”


“으음...그야 그렇지만...자네들은 아주 숙련된 군인이지 않은가! 내가 기억하기로 니암은 칼자루 쥐는 법조차 모르는 소년이라네.”


“아이고...저희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예요. 오히려 휘둘리는 쪽은 우리라고요. 애초에 우린 레인스터에 올 일도 없었고.”


그는 카이안과 함께 움직이게 된 경위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물론 그도 예전같이 세상 물정 모르던 바보는 아니인지라, 루시올라 가문과 에메랄드 섬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갔다. 잠자코 듣던 레밀리오는 불가항력이라는 부분은 인정했지만, 여전히 카이안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보게들, 지금 로샤단은 안개송곳니의 주된 표적 중 하나일세. 언제 어디든 밀정이 따라붙는다고 보아도 이상할 게 없지. 그런데 자네들이 니암과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해보게나. 솔직히, 안개송곳니 중에 니암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러니까...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보내려는 거잖아요.”


“그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네. 하지만 캄블러 군, 일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네. 얼마 전부터 아스트리카 역시 신의 아이를 추적하기 시작했네. 경계해야 할 것은 안개송곳니만이 아니라는 게야.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이죠. 아스트리카는 애초에 리크나이츠 군인으로서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는 걸요.”


레밀리오는 아스트리카와 안개송곳니의 위협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그는 현재 리크나이츠 중부는 대부분 훼창기사단의 손에 들어갔으니, 혹시라도 붙잡히지 않게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가 워낙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인지 루도 역시 마음가짐을 바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이안은 확실히 그나 로시느랑은 다른 케이스였다. 이미 신의 아이임을 자각한 두 사람과 달리, 카이안은 그를 둘러싼 음모에 대해 일언반구도 알지 못했다. 즉 현재로서 그는 람카디스의 이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었다. 만약 루도와 로시느가 펠아람의 저주가 아니라면 - 그렇기에 그는 계속 ‘인간’인 채 남아주어야만 했다.


“그럼 라키시아로 돌아간 후의 일정은 어찌 되는가?”


“아무래도 카잘산맥으로 가야겠죠. 원래 그게 제 목표이기도 했고.”


“그래...여전히 간단치 않은 여정이로구먼.”


레밀리오는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소년이, 그러나 혼돈에 휩쓸리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그가 대견스러워 호탕하게 등을 두드려주었다. 아직 갈 길은 너무나도 멀었다. 작은 승리, 누군가의 죽음 - 이것이 이 전쟁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는가?

여전히 안개송곳니는 건재했다. 또한, 여전히 신의 아이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각하지 못한 채, 누군가는 각성의 시기를 기다리면서. 그러나 그 운명의 시간이 그리 머지않았음을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신의 아이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도 머쓱하긴 하네만...독수리는 없는 법이니까. 류이너스의 축복이 자네들과 함께하길 빌겠네.”


레밀리오를 배웅하고 나서 일행은 곧장 귀환길에 올랐다. 레인스터 관청에서 특별히 준비해준 6두마차는 일행이 전부 들어가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났다. 하지만 그 널찍한 공간감이 비단 마차의 규모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루도는 마차 안에 있으면 자꾸 제리온의 얼굴이 떠오를 것만 같아 일부러 지붕 위로 올라갔다. 한겨울의 차디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서글픈 감정에 휩싸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길가에 난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이제 계절은 결코 인간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루도는 미리 챙겨온 목도리를 두르고는,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단단히 매듭을 묶었다. 멀리 산과 황야와 점점 멀어지는 레인스터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제리온이 묻힌 능선을 찾아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집중하면 그의 무덤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마저도 곧 마차가 방향을 틀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루도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



으레 그렇듯 고산지대의 겨울은 삽시간에 찾아왔다. 이미 저택 정원 위로 함박눈이 수북하게 쌓여 벽을 만들고 있었다. 하인들이 부랴부랴 서까래를 놀려 간신히 길을 터놓긴 했지만, 이미 길은 얼어붙고 난 뒤였다. 레이시는 쌓여가는 눈을 보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덧 이런 계절이 온 것인지. 철통 같은 보안을 자랑하던 안개송곳니의 본거지도 자연의 세례 앞에서는 무력하게 몸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이런 날씨가 이어질 거라 생각하면서, 레이시는 천천히 커튼을 닫았다. 그나마 들어오던 빛줄기마저 사라지자 집무실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위첼은 헛기침을 하여 불편한 공기를 애써 뿌리치고는 보고를 계속했다.


“...해서 스벤달의 레인스터 함락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흑연기사단에 파견했던 이그제큐터의 죽음 또한 확인했습니다.”


“이번에도 로샤단인가.”


“네. 하지만 펠아람의 아이는 거의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투의 지휘는 대부분 제르카엘시온 멜피드와 이칼롯 제르비안이 맡았다고 하더군요. 아, 결국 제르카엘시온 멜피드는 전투 중에 사망했답니다.”


그는 제리온에 관한 보고는 특별히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르는 마법사 따위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펠아람의 아이를 제외한다면 로샤단이라는 집단은 그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조금도 없었다. 고작 다섯 명의 인원에, 이마저도 젊고 어설픈 레인저들뿐이다.

그런데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벌써 두 번이나 일격을 당한 것이다. 리크나이츠 국왕의 마인드컨트롤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레인스터에서도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어쩌다 요행이 겹쳤을 뿐이라 자위하기엔 안개송곳니가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안다바리엘과 제스터가 중상을 입은 것을 포함하여 이번에는 이그제큐터까지 당했다. 이제는 로샤단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었다.


“그들은 진짜다. 벌써 세 번이나 맞붙었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 특히 이칼롯 제르비안과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는 단연 독보적이야.”


제폰이 이례적으로 적을 칭찬하고 나섰다. 레이시는 목석 같은 그가 먼저 입을 연 것에 놀라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 로샤단이 그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니, 마치 생각지도 못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듯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저도 이제는 그들에 관한 평가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겠군요. 아케니온이 처리하기에는 힘들지도요.”


“그런 근본도 없는 놈들에게 중책을 맡긴 것부터가 실수였다. 나를 보내라.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도록 하지. 펠아람의 아이를 포함해서.”


레이시는 애매하게 미소 지었다. 제폰의 말마따나 안개송곳니의 화력을 모두 집중시킨다면 로샤단을 격멸하는 것쯤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레이시는 다시 한 번 결정을 보류했다.

두 번의 패배. 그것은 거슬리긴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끼칠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애초에 리크나이츠와 아스트리카의 전쟁을 유도한 것도 좀 더 편한 여정을 위해 길을 닦아놓는 정도에 불과했다. 어차피 모든 종말은 신의 아이, 로시느에 의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었으니까.


“지금은 그런 것 따위에 병력을 낭비할 틈이 없습니다. 어차피 펠아람의 아이는 에센스도 거의 바닥난 반쪽짜리일 뿐, 그보다는 다른 신의 아이와 수정을 찾는 게 중요하겠지요.”


신의 아이와 아루의 수정. 로샤단이 오직 루도와 카이안에게만 신경을 쏟고 있는 것과 달리 안개송곳니는 모든 신의 아이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단 아반케즈의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럼 다른 신의 아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끌어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면 가차없이 죽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펠아람의 저주’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에, 신의 아이를 살해하는 것 또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안다바리엘이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레이시는 그의 난입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초연히 의자에 앉았다.


“레이시! 얘기는 들었다. 레인스터 함락에 실패했다고? 이게 무슨 추태란 말이더냐!”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 가슴의 상처는 괜찮으십니까?”


그의 비아냥거림에 안다바리엘은 이를 갈았다. 그는 마리네에게 찔려 구멍이 훤하게 난 가슴을 거칠게 가렸다. 500년 묵은 리치라도 심장이 뚫리는 부상은 간단치가 않은 모양이었다. 그가 말했다.


“잘난 체 하더니 이게 뭐냐! 고작 그런 놈들에게 당해서 어떻게 대륙을 통일한다는 거지?”


“그저 작은 해프닝일 뿐입니다. 변한 건 없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도시 한두 개 따위 신의 아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킷, 뚫린 입이라고 잘도 나불대는군.”


안다바리엘은 왼손을 들어 책상을 세게 때렸다. 보통은 경쾌한 북소리가 나야 할 테지만, 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나무를 두들겨서 그런지 음산한 소리만 날 뿐이었다. 안다바리엘은 고압적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는, 특유의 창백한 얼굴을 레이시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기억해라. 내가 너에게 협력하는 이유는 오직 네가 대륙통일을 자신만만하게 외쳤기 때문이야. 알겠나? 날 실망시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단장. 그랬다간 나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으니까.”


“명심하지요.”


안다바리엘은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고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그가 부리고 간 행패가 무색할 정도로 레이시와 제폰은 태연자약했다. 오히려 뒤에서 듣고 있던 위첼만 성이 나 씩씩 콧바람을 내뿜었다.

안다바리엘이 사라지고 나자 제폰이 물었다.


“이제는 알려줄 때도 되지 않았나?”


“무엇이 말입니까?”


“안다바리엘 뷘더. 그리고 정체불명의 악마들. 그들이 왜 우리를 돕고 있는 거지?”


“그건...당신에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지만 너에겐 중요하겠지. 그 때문에 함부로 로샤단을 토벌하지도 못하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들과 무슨 계약을 맺었지?”


레이시는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내심 제폰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는 명령받은 일만을 수행했지만, 한편으로는 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어쭙잖은 변명은 먹히지 않으리라 생각한 것인지, 그는 조용히, 그리고 진중하게 운을 뗐다.


“안다바리엘이 원하는 것은 『통일된 인간』입니다. 알테야 제국의 후예인 그로서는 여러 국가로 나뉜 아르드 대륙의 현실이 달갑지 않겠지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의 목적과도 합치합니다.”


“그가 우리와 다른 점은?”


“이성을 넘어선 집착입니다. 500년을 언데드로 지내온 자입니다. 썩어버린 육신을 이끄는 것은 오직 광기와도 같은 집착뿐이죠. 만약 우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해도, 그는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꿈을 이룰 생각입니다.”


어둠에 눈이 익었다곤 하나 보이는 것은 레이시의 어렴풋한 실루엣뿐이었다. 위첼은 자꾸만 누가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아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지나친 적막이 오히려 집중을 저해하고 있었다.

제폰이 말했다.


“어떠한...형태로든?”


“예. 악마의 개입이 그것입니다. 안다바리엘에게 있어 악마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죠.”


제폰도 이번만은 놀라움의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악마를 이용해서라도...대륙을 통일시키겠다는 건가? 그럼 악마들이 그에게 협력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음지에서 벗어나 세력을 규합하고 싶어 하지요. 그러나 천 년 동안이나 기반을 확립하지 못했던 자들입니다. 어찌 되었든 조력자는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안개송곳니는 일종의 교두보인 셈이죠.”


묵혀두었던 의문이 풀리자 위첼은 자기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터뜨렸다. 레이시 역시 그의 의중을 읽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이건 딱히 비밀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단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안다바리엘도, 악마들도 아마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우리는 결코 동료가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협력하고 있을 뿐이죠.”


레이시와 안다바리엘, 그리고 악마. 얽히고설킨 그들의 야망에 이미 온전한 종말 따위는 남아 있지 않았다. 레이시는 대륙통일을 위해 그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안다바리엘 역시 기본 모토는 레이시와 같았지만, 행여 일이 틀어질 경우 극단적인 행위도 불사할 위험을 안고 있었다. 악마들 또한 그들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음이 분명했다. 성언전의 영광을 꿈꾸는 그들이 레이시의 계획에 순순히 동참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 이것은 일종의 눈치싸움이었다. 누가 먼저 이용가치가 없어지느냐, 그리고 누가 먼저 등에 칼을 꽂느냐. 물론 레이시는 뒤통수를 맞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만간 이 불안한 동맹이 깨질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제폰님에게 보다 중요한 문제를 맡기고 싶군요. 여기에 비하면 로샤단은 정말 사소한 문제니까요.”


제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빈틈없는 남자다. 그는 상정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있었다. 적은 물론이요, 아군까지도. 그가 다음 지령을 받고 떠나자 집무실 안에는 레이시와 위첼만이 남게 되었다. 위첼은 제폰이 떠난 자리를 멀거니 응시하며 말했다.


“당신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헌데 왜 제폰입니까? 로시...아니, 레이첼에게 부탁하는 게 훨씬 쉽게 풀릴 텐데.”


그러자 레이시는 입 모양만으로 실소를 터뜨렸다. 그것은 유쾌하다기보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나라도 그녀에게 미움 받고 싶지는 않아.”


당연한 대답이었지만 위첼은 왠지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녀에게 계속 악마의 존재를 숨기겠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신의 아이란 본디 악마를 토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아무리 로시느가 레이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악마와 안개송곳니와의 야합을 용인하리라 기대하긴 힘들었다. 결국, 아반케즈의 아이조차도 레이시에겐 도구에 불과한 셈이었다.

위첼은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고는 집무실을 나왔다. 막 문을 닫으려는 그에게 레이시가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 어디 있지?”


“산책 나가셨습니다. 아니, 드레이크를 타고 갔으니 비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나는 당분간 베스티언에 가 있을 예정이다. 그동안 네가 그녀를 보좌하도록.”


“...네. 염려 마십시오.”


혼자 남게 되자 레이시는 의자에 깊이 등을 묻은 채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제폰에게 그런 식으로 설명하긴 했지만 사실 가변요소는 꽤나 많은 편이었다. 아케니온의 제랄드 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였고, 아스트리카 역시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루프리모, 베릴, 에스터페른의 아이도. 그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누가 펠아람의 저주냐에 따라 판세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었다.

그는 어둠을 이불 삼아 잠시 휴식을 청했다. 희미하게 갈라진 커튼의 틈으로 여전히 눈발이 쏟아지고 있었다.



****



꿈속에서 나는 다시 델키아로 돌아가 있었다. 폐허가 된 건물 위로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떨어지는 게 보였다.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진즉 알아챘지만, 결코 현실로 돌아올 수는 없었다. 나는 이곳에 사는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전에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쭈뼛거리며 걷고 있자니 발치에 널브러져 있는 람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을 터인데 그는 죽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 차라리 백골이 되어 있으면 허무함이라도 느낄 텐데, 반쯤 벌어진 목에서 쏟아지는 핏물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쫓기듯 마당을 횡단해 나아갔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그는 맨손으로 무덤을 파헤치는 중이었다. 덕분에 손톱이 깨져 퉁퉁 부어 있었고, 눈에서는 피눈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굳이 다가가지 않아도 엄청난 분노가 전해져왔다. 나는 곧 그가 파헤치는 무덤의 주인이 제리온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정해. 이런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진 않아.”


-이럴 리가 없어, 이래선 안 돼! 어째서 제리온이 죽어야 하지? 다른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그게 전쟁이라는 거야. 우리가 택한 길이기도 하고.”


그러자 그는 땅을 파던 걸 멈추고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서 그는 등을 돌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피로 붉어진 그 눈동자는 분노라기보다는 차라리 광기에 가까웠다. 그 이글거리는 살기에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다 이해하는 척 지껄이지 마.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늘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


나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쳤다. 그가 내 존재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이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예정된 절차였을지도 몰랐다. 맨 처음 그를 보았을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벽에 의해 철저히 격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몰라 입 모양만으로 내용을 유추해야만 했다. 그러나 벽은 점차 얇아져 갔고, 이제는 그가 내 존재를 인지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그저 기분 나쁜 꿈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꿈이 진행될수록, 나는 이것이 어떤 결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결과란...무엇일까.

그가 말했다.


-난 이해할 수 없어. 왜 다들 제리온의 죽음을 미화시키려고만 하지?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의 용기를 이어받자...정말 그걸로 된 거야? 정말 편한 사고방식이군. 그러다 며칠만 지나면 그가 누구였는지도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우리가 어떻게 그를 잊을 수 있겠어? 제리온의 죽음은 우리에게도 아주 괴로운 일이야.


-그럼 에레이시아는 어떻지? 넌 최근에 그녀의 일을 떠올린 적 있어? 람은? 카토르는? 다들 똑같아. 여행이 길어질수록 뭔가가 변해가고 있어. 우리가 델키아를 떠난 건 그런 이유가 아니었는데.


울타리 너머에 에레이시아의 시신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그녀 역시 죽을 때의 모습 그대로, 배의 뚫린 상처에서는 구더기가 끓고 있었다. 순간 나는 구역질이 올라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시야를 돌리자 이번에는 카토르와 가크스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스로 도망친 하늘은 그러나 광기 어린 잿빛이었다.


-나는 언제나 여기 있어.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있지. 모두가 잊어도, 나만은 잊지 않아. 나만은...절대로...


그는 다시 미친듯이 제리온의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흙이 튀어오르는가 싶더니 기어이 그의 화상입은 왼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슬픔이 분노로 바뀌는 데에는 단 몇 초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나는 기가 질려 마른 침만 꿀꺽 삼켰다. 그는 정상이 아니다. 그는 너무나도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사고가 비뚤어지고 말았다. 더 엮이기 전에,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

그렇게.....생각했다. 그러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새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순간, 피눈물은 투명하게 변하고, 손가락의 상처는 거짓말처럼 아물어 버렸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그가 느끼는 비탄의 감정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깊숙이 점철된 분노와 살의도.

그는 내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사실은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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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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