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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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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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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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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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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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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5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DUMMY

곧 암살자와 호위대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전에 맞붙었던 안개송곳니, 아케니온과 달리 암살자들의 실력은 일개 용병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는 듯했다. 이칼롯은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마차를 적에게서 멀리 떨어뜨렸다. 자연스레 마차의 방향은 도시 쪽을 향하게 되었다.


“저, 저기...어떻게 된 거죠? 혹시 저 때문인 것은...”


레미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슬쩍 돌아보니 잔뜩 어깨를 움츠린 그녀와, 그녀 곁에서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떨고 있는 카이안이 보였다. 아직 상황이 어떻다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었으므로 그는 적당히 그녀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별일 아닙니다. 혹시 화살이 날아들지 모르니 창문 꼭 닫아놓고 계십시오.”


말고삐를 쥔 마부를 포함하여 유미르네까지 함께였기 때문에 마부석은 세 사람이 뒤엉켜 외관이 말이 아니었다. 유미르네가 다시 이칼롯의 어깨를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가며 말했다.


“어쩔 거예요? 지금 방향으로 가면 도시로 들어가게 될 텐데.”


“일단 우리도 남문으로 간다. 여긴 개활지라 너무 눈에 띄어.”


“흠, 동선이 좀 길어질 텐데 괜찮겠어요?”


애초의 계획은 성벽 외곽을 돌아 서문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적이 따라붙었으므로 이칼롯은 도시를 관통해 따돌리는 식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호위대가 분전한 덕에 용병들은 더 전진하지 못하고 숲길 언저리에서 뭉그적대고 있었다.

남문에 도착하자 이미 소규모 교전이 벌어졌던 것인지 아스트리카 병사 십여 구의 시신이 흐트러져 있었다. 피해 가기엔 마차의 규모가 너무 컸으므로 마부는 그냥 일직선으로 말을 몰았다. 마차 바퀴가 시체에 걸릴 때마다 덜커덩, 하고 섬뜩한 충격이 전해졌다. 성문 바로 근처까지 다다르자 첨탑의 병사가 활을 겨누며 일행을 제지했다.


“멈춰라! 더 이상 전진하다간....앗! 당신들은...”


마침 병사 중에 뒤따라오던 호위대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일행은 귀찮은 신분확인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곧장 도시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란돌이 반갑게 일행을 맞았다.


“오랜만입니다 이칼롯. 헌데 먼저 간 분들은 당신들이 도시 외곽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고 하던데요.”


“그렇게 됐습니다. 이동 중에 알 수 없는 적에게 공격당해서...일단은 공주님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공주님을요? 흐음...”


란돌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서까지? 라는 느낌이었다. 정치적 목적에서라면 좀 더 안정된 상황에서, 확실한 선전용 효과를 노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전쟁터에서 암살이라니, 재수가 없으면 적과 싸우다 서거한 영웅으로까지 격상될 수 있었다.


“하여튼 일단 저희를 따라오시죠. 마침 저희도 여기서 철수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곧 란돌은 남문의 수비대를 규합하여 마차에 따라 붙였다. 그러자 대규모의 인원은 아닐지라도 제법 든든한 모양새가 되었다. 하지만 마차를 움직이는 내내 이칼롯은 미심쩍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마차를 피신시킨 것까진 좋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암살자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일행의 행선지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 자라면, 왕실기사단의 호위대가 붙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그는 말없이 텔슈피드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자니 멀리서 마리네와 디리터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들도 마차가 도시 안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어어? 이게 왜 여기 와 있지?”


“너희들이야말로...루도는 어떻게 하고?”


디리터는 중간에 셀린느와 메리를 만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노라고 설명했다. 이칼롯은 루도를 혼자 보냈다는 게 적잖이 불안했지만, 일단 그녀들을 데리고 온 것에 대해서는 책망하지 않았다.


“그런가. 레이디를 마차에 태우려면 아무래도 무게를 줄여야겠지. 유미르네, 우린 말로 옮겨 타자.”


“...저기요, 나도 레이디거든요?”


이칼롯은 마차를 끄는 6마리의 말 중에 하나를 풀어 유미르네와 함께 탔다. 다만 그는 여전히 한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였으므로 떨어지지 않도록 발을 등자에 단단히 고정했다. 그사이 4명의 메이드들은 디리터의 안내를 받아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카이안이야 익히 친하게 지내는 사이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레미나였다. 이미 그녀가 공주의 신분이라는 걸 알기에 메이드들은 화들짝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심지어 셀린느는 공주님과 함께 탈 수는 없다며 움직이는 마차에서 뛰어내리려고까지 했다.


“어려워하지 마세요. 지금은 저나 당신들이나 똑같이 보호받는 입장이니까요.”


“하지만...저희가 어찌 감히...”


레미나는 살풋 미소 짓고는 그녀가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메이드들을 안심시키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 전보다 훨씬 어두워져 있었다. 물론 그녀의 근심이 처음 보는 이와 합석해야 한다는 불쾌감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오직 카이안만이, 그녀가 ‘보호’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면서부터 급속도로 저기압이 되었음을 눈치챘다.


“좋아. 대충 됐군. 잘 좀 부탁할게. 우린 곧장 루도에게 갈 테니까.”


디리터는 여전히 셀린느가 걱정되는지 입맛을 쩝 다셨다. 그도 자꾸 계획이 틀어지는 게 걸리는지 부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칼롯이 말했다.


“알았으니 어서 가봐. 루도가 걱정된다.”


“좋아. 이따 북문 어귀에서 보자고. 유미르네도, 부탁한다!”


“어 잠깐, 디리터.”


왜 굳이 출발하려던 그를 멈춰 세웠는지는 이칼롯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때 이미 달라진 공기를 직감적으로 느꼈는지도 몰랐다.


“...아니다. 몸조심해라.”


“걱정 마셔. 가자, 마리네.”


마차는 곧 인적이 끊긴 주택가로 들어섰다. 빽빽이 들어선 건물과 대비되는 침묵이 가로지르는 일행의 숨을 조여 왔다. 규칙적인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이 정적이 깃든 거리를 울려대고 있었다. 이따금 겨울 철새가 소리를 내며 날아오를 때면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 검을 고쳐 쥐곤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훼창기사단이 접근하기 시작했을 때 그 기척을 수백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땅을 울리는 가벼운 진동에 병사들이 우뚝 멈춰 섰다. 이칼롯도 이변을 감지하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큰길로 나오자 아니나 다를까 중대 규모의 기병대가 일행을 향해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란돌은 곧장 전투명령을 내리면서도 적의 예상을 뒤엎는 우회기동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훼창기사단이다! 벌써 남문이 돌파된 건가?”


“아뇨, 방향으로 봐선 동문입니다. 아무래도 케이달 단장님이 실패한 모양입니다.”


란돌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성문이 돌파당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로 진입한 병력은 대개 중심으로 진격하여 승리의 개가를 울리는 게 보통이다. 이 경우에는 라키시아 궁전이 되는데, 궁전의 위치는 마차가 달리고 있는 외곽 주택가와는 완전히 반대방향이다. 그 말은 즉, 처음부터 일행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레미나의 목숨을 노린다면 당연히 남진파 귀족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암살을 사주한 게 아스트리카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대열 갖춰! 기껏해야 80명 정도의 병력이다. 우리 선에서 어떻게든 정리할 수 있어. 공주님, 저희에게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그 순간 란돌도, 이칼롯도, 심지의 유미르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접근하는 기병대에 신경이 쏠린 그들은, 주택가 곳곳에 매복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이는 레미나였다. 바깥의 상황이 궁금해 창문 너머를 내다보던 그녀는, 맞은편 제분소 지붕 위에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는 알 수 없는 단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 들린 쿼터스태프는 마차를, 정확히는 밖을 내다보는 레미나를 일직선으로 향해있었다.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마부의 어깨를 쳤다.


“출발해요 출발! 빨리요!!”


다급한 그녀의 목소리에 마부도 이상을 감지하고는 재빨리 말채찍을 휘둘렀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던 이칼롯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시뻘겋게 팽창하는 불기둥이었다.

퍼어어엉-!

마차가 있던 자리에 구덩이가 패일 정도로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다. 갑작스런 소음에 놀란 탓인지 말들이 겁을 집어먹고 사방팔방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마차를 끌던 녀석들은 제멋대로 속도를 올렸고, 이칼롯을 태우고 있던 말은 놀라 앞발을 올리다 기어이 그를 떨어뜨리고야 말았다.

재빨리 공중제비를 뛰어 위기를 모면한 유미르네가 바닥에 나동그라진 그를 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부상이 무섭긴 무섭네요.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큭...매복이다. 저쪽 지붕 위!”


적의 위치를 가리키기가 무섭게 유미르네가 스프링처럼 튀어 나갔다. 일부러 요격에 대비하려고 높은 장소를 택한 것이건만, 돌출된 부분이면 어디든 밟고 뛰는 유미르네의 기동에는 모두 헛수고였다. 선공이 빗나가자 재차 공격을 준비하던 마법사는 무서운 속도로 접근하는 검은 물체에 화들짝 놀랐다. 그가 모든 걸 포기하고 단검을 뽑아들었을 땐 이미 태양을 등져 더욱 칠흑빛으로 변한 망토가 눈앞에 나부끼고 있었다.

푸욱. 간단히 마법사를 처리한 그녀는 그러나 온 사방을 포위한 적의 병력에 눈썹을 찡그렸다. 매복하던 적들은 곧바로 길을 틀어막아 호위대의 퇴로를 차단했다. 이렇다 보니 아군은 전방의 훼창기사단과 후방의 암살자에게 가로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노리는 건 이쪽? 아니, 어쩌면 일부러 마차와 호위대를 떨어뜨려 놓으려는 작전인지도 몰랐다.

결국 마차가 문제였다. 폭발에 놀라 급발진한 마차는 이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뒤였다. 적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속력으로 달려나간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변변한 호위 병력 하나 없이 시야에서 사라진 부분은 일행에게 있어 커다란 근심이었다.

이미 전방에선 란돌이 이끄는 병사들이 적의 기병대를 맞아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칼롯은 길을 막아선 암살자들을 대충 훑어보았다. 조금 전에 죽은 마법사를 빼고 11명. 수는 좀 전의 자들보다 훨씬 적지만, 그는 얼핏 봐도 그들이 상당한 수준의 고수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기병대에 정신이 팔렸다고는 하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잠행능력만 보면 예전 맞붙었던 광휘의 결사급?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유미르네.”


“알아요 알아. 지금 간다고요.”


“아니, 뒤로 물러서.”


“...네?”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뽑아들고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암살자들은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가 싶어 가만히 지켜보았다. 숙련된 전사인 그들에게 한쪽 다리에는 깁스를, 한쪽 팔에는 부목까지 댄 이칼롯의 모습은 그야말로 같잖아 보였다. 한쪽 다리만으로 선 채 싸워봤자 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검에서 푸른 전광이 솟구치기 시작하자 비웃음은 금세 놀라움과 공포로 전환되었다.


“잠깐, 이건 얘기가 다르잖...”


2미터 가량 치솟은 번개를 이칼롯은 그대로 바닥을 휩쓸듯이 부채꼴모양으로 휘둘렀다. 번개에 닿은 적들은 파칫, 하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 바닥에 처박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로지 일합(一合). 단 일합에 전투불능이 된 자가 다섯 명이나 됐다. 그 말도 안 되는 경이에 적들은 물론 유미르네도 입을 딱 벌렸다.


“그거, 이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래. 나도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가 검을 내리자 번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암살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놓기 시작했다. 추격하려던 이칼롯은 다리가 불편하다는 걸 깨닫고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가 눈짓을 보내자 이번에는 유미르네가 튀어 나갔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적에게 나이프를 던지는 한편, 담장을 밟고 도약해 달아나던 남자의 목덜미를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남자는 헉, 하는 비명과 함께 저항 한 번 못한 채 무너져 내렸다. 다른 암살자는 동료고 뭐고 자취를 감춘 뒤였지만 두 명을 생포했으니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그녀는 에스터크를 포로의 목에 겨눈 채 생긋 미소 지었다.


“자아, 말해볼까요? 댁은 누구며, 누구의 사주를 받았으며, 누구를 노리고 있는지 말이야.”


그러자 붙잡힌 남자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키득 실소를 터뜨렸다.


“미안하지만 우리도 프로다. 쉽사리 정보를 불지는 않아.”


그러자 생글거리던 유미르네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는 남자의 목덜미에 주저 없이 에스터크를 꽂고는 나이프를 맞고 쓰러진 남자에게 향했다. 동료의 허무한 죽음을 목격해서인지 남자는 통증도 잊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아, 두 번 안 말해요. 당신은 누구고, 누구의 사주를 받았으며, 누구를 노리고 있죠?”


“히, 히익! 알았어, 말할게. 말한다고!”


남자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양손을 머리 위에 올리며 말했다.


“우, 우린 살인청부업자야. 바로 어제 의뢰가 들어왔는데...마차를 탄 무리가 라키시아를 지나갈 테니 놓치지 말고 해치우라는 거였어.”


“해치워? 누구를?”


“몰...몰라. 그냥 10대 중반의 소년이라고만 했어. 갈색머리지만 지금은 금발로 염색했을 거라고...”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이것은...예상치도 못한 정보다. 암살자들은 처음부터 레미나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카이안이었던 것이다.

뒤에서 듣고 있던 이칼롯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카이안을 노렸다’라는 것은 즉, 그가 루프리모의 아이임을 알고 있다는 게 된다. 일행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카이안의 정체까지도 파악하고 있는 인물? 게다가 암살자의 목적은 납치가 아닌 살해라고 했다. 의뢰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단순히 화근을 없애는 것? 아니면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어 폭주를 유도하는 것?

유미르네가 말했다.


“의뢰인은 누구였지? 빨리 말해.”


“그건...모, 모르겠어. 우리는 돈만 받으면 의뢰인의 신상 같은 거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정말이야!”


“큭, 쓸모없긴. 여기 당신 동료가 얼마나 되지? 아까 그것 말고 또 있을 거 아니야.”


“없...어. 우리도 왜 훼창기사단이 우릴 돕는 건지 궁금하던 참이었다고.”


“...헷갈리네. 의뢰인이 둘? 아니면 하나?”


미련 없이 남자의 숨통을 끊고서 그녀는 이칼롯을 부축해 말에 태웠다.


“어떻게 생각해요?”


“낭패다. 누설되어선 안 되는 정보가 적에게 들어가고 말았어. 하지만 어째서...”


“안개송곳니와 어디까지 연관되어 있느냐...는 거겠죠? 지금까지의 상황으론 아스트리카가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말이죠.”


수도에서의 일전 이후로 안개송곳니는 이렇다 할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신 아스트리카가 기사단을 동원하여 일행을 쫓기 시작했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전자가 소수의 정예 병력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후자는 아예 만 단위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전의 흑연기사단은 안개송곳니와의 암약이 확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군대는 훼창기사단이다. 그들도 레이시에게 넘어간 것일까? 아니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걸까? 현재로선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이칼롯은 일단 란돌을 도와 적을 처리한 뒤 마차를 쫓기로 했다. 군대규모의 적이 일행을 쫓고 있으니만큼 애초의 계획도 전면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왕실기사단 본대가 라키시아 동북부까지 진군해 있을 거다. 우리도 일단 그쪽으로 합류하자.”


그러나 이는 전후 과정을 생략한 반쪽짜리 계획에 불과했다. 일단 떠나간 마차의 행방이 묘연했다. 스스로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아니면 지름길을 가로질러 따라잡아야 할 텐데, 그전에 마차가 적에게 사로잡힐 위험이 있었다. 또한 루도의 신변. 카이안의 정보까지 획득할 정도인데 적이 루도의 일을 감안하지 않았을 리 없다. 아마도 지금 마주친 암살자와 동급의 병력이 그를 쫓고 있다고 봐야 했다.

현재로선 마리네와 디리터가 그들보다 빨리 루도와 만나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레 들이닥친 위기에 자책하면서, 이칼롯은 말의 옆구리를 세게 찼다.

반면 유미르네는 지금 닥친 상황이 그리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특히 그녀는 카이안이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키득 미소 짓기까지 했다.


“그래..그래야지. 사람이 언제까지고 온실 속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




도서관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먼지가 얼굴을 뒤덮었다. 늘 책장 사이를 돌아다니던 사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웬 생쥐 한 마리만이 출입자를 감지하고 후다닥 달아났다.

루도는 손을 휘저어 먼지를 날려버리고는, 서둘러 란돌이 말해준 탁자로 향했다. 탁자는 오랫동안 관리를 하지 않아 먼지가 뿌옇게 쌓여 있었다. 아래쪽 선반에 손을 집어넣자 가장 먼저 거미줄이 드드득, 하고 손가락에 휘감겼다. 거미줄을 헤치며 선반 속을 휘젓자 묵직한 책의 감촉이 느껴졌다. 루도는 그것 모두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표면에 자리 잡고 있던 먼지구름이 일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두툼한 두께의 고서(古書)가 3권이나 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제 와서 그것 모두를 읽을 시간은 없었다. 일단 자루 같은 데에 넣어서 가져갈까 하는데 책 사이에 노란 양피지 조각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루도는 접혀 있던 양피지를 꺼내 평면으로 펼쳤다.

그는 단박에 그 양피지가 제리온이 메모용으로 사용하던 것임을 알아챘다. 휘갈겨 쓴 글씨가 좌우 대각선을 막론하고 엉망진창으로 양피지를 채우고 있었다. 몇몇 단어는 다른 것과 겹쳐 있기도 해 루도는 글을 읽기 위해 무진 애를 써야 했다.

날려 쓴 필체에 걸맞게 내용도 난장판이었다.


<><><><><>

술 먹고 싶다 술 와인도 좋지만 차갑게 식힌 맥주


아 씨발 존나 아파 제스터 씨발 새끼!

기필코 죽여버린다 그 말미잘 새끼

아으그이으으이으쌰으썅


디리터 병신아, 처제는 건드리면 안 돼


우리 길드 놈들은 전부 미쳤어. 나만 빼놓고


레미나 누님은 공주. 그게 진실이야.

그리고 난 최강이 될 마법사지


장담하는데 루도랑 마리네는 동정이다.

그 병신들, 소꿉친구 뒀다 뭐하는지

나라면 당장 유미르네한테 가서

<><><><><>



“...이 인간이...”


이 정도면 신변잡기 수준도 못 된다. 그야말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때그때 휘갈긴 것인지 그의 일지는 욕설과 음담패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런 것도 나름 유품이라고 챙겨야 하나 회의감에 젖어있을 때, 루도는 나름 양피지 한편에 제법 또박또박 써진 어구를 발견했다.



<><><>

난 신을 믿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 세상이 인과율에 따라 흘러간다는 것은 알고 있다.

<><><>



“어...?”


어찌나 진중하게 썼는지 잉크의 밀도부터가 다른 문장하고는 확연히 달랐다. 루도 역시 자기도 모르게 긴장하여 양피지를 읽어 내려갔다.



<><><>

선대 펠아람의 아이가 저주를 내렸고, 그 결과 우리가 이 꼴이 됐다. 그렇다면 선대 에스터페른의 아이는 무엇을 했는가? 그게 내가 가지는 의문이다. 설마 코 골다 숨이 막혀 뒈지지는 않았을 테니, 분명히 그자도 미래를 위한 포석을 깔아놓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무엇이냐에 따라 우리의 여정이 바뀔지도 모른다.

악마. 악마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난 그 자식들이 아무 이유 없이 안개송곳니에게 협력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들이 레이시에게 동조하여, 정확히는 안개송곳니의 개가 되어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 마리네와 붙었던 블레이드 댄서는 에센스에 대해 언급했다. 솔직히 나는 아루의 수정을 본 적이 없지만, 에센스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혹시, 악마들은 독자적으로 에센스의 사용법을 획득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니 왕을 조종하고 있을 때 안다바리엘은 신의 아이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아루의 수정에 집착하는 듯이 보였다.

<><><>


일지는 거기서 끝이 났다. 양피지가 떨어져서인지,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제리온이 얼마나 로샤단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해왔는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쁜 놈. 중요한 건 항상 혼자서만 처리하고. 칼잡이도 머리는 있다고.”


이렇게 덧없이 갈 줄 알았더라면 이토록 공을 들여 일지를 적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루도는 더더욱 서글픈 감정이 되었다. 양피지를 곱게 접어 주머니 속에 넣고 나서 그는 란돌이 모아둔 고서를 휘리릭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책갈피 대용으로 꽂혀 있던 메모지가 팔랑 떨어져 나왔다. 란돌이 표시해두었다는 게 이걸 말하는 모양이었다.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제리온, 네가 부탁한 것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따로 빼놓았다. 특히 <마자랑의 도시견문록> 86페이지는 꼭 읽어봐. 카테고리가 정치 쪽이 아니라 찾는 데에 애먹었다. 루도에게 보여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


“어...나?”


그의 메모는 분명 제리온을 수신인으로 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마지막 문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루도는 메모에서 말한 ‘도시견문록’ 86페이지를 펴 읽기 시작했다.

책은 마자랑이라는 상인의 리크나이츠 여행기를 그리고 있었다.


<><><>

리크나이츠의 수도 라키시아는 소문만큼 멋진 도시는 아니었다. 오랜 전쟁으로 성벽은 파괴되고 곳곳에 처리되지 않은 시체가 썩어가고 있었다. 나쁜 추억은 기록하지 않는 내가 그럼에도 굳이 라키시아를 떠올리는 이유는, 루프리모의 아이 에리안델 크류네 때문이다. 오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천사 같은 용모 하며 숭고함이 엿보이는 미소, 환자를 어루만지는 자애로운 손길까지. 과연 신의 재림이라 평할만했다. 먼저 숨을 거둔 베릴의 아이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에리안델은 오로지 약자만을 위해 권능을 베풀었다. 그 때문인지 그녀가 가는 길에는 언제나 환자와 노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에리안델을 추종하는 무리 중에는 그녀에게 흑심을 품은 자도 적지 않았다. 그녀의 수행원이었던 리카르고 샤르커드는 그런 자들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리카르고는 뭐랄까, 갑옷과 깃발이 어울리는 늠름한 풍채의 청년이었다. 그의 언행은 늘 자신감이 넘쳤고, 걸음걸이는 위풍당당하여 바람이 그를 위해 길을 비켜주는 것만 같았다. 영웅이 된다면 아마 그런 사내가 되는 것이겠지. 루프리모의 아이 역시 그에게 호감을 가진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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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마자랑이라는 사람은 여행 중에 에리안델을 만나 대단히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그는 에리안델과 리카르고의 인품을 찬양하는 데에만 장장 2페이지가량을 서술하고 있었다.


“이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는 건지...시간 없다고.”


다급한 마음에 루도는 휙휙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다 그는 어느 한 문장과 마주한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거기에는 전혀 연관도 없는, 아니 연관되어서는 안 될 단어가 언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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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그의 친구는 안쓰러울 정도로 말수가 적었다. 소심한 데다 자기주장도 뚜렷하지 않아 모두가 그를 ‘우유부단한 예토’라고 불렀다. 하지만 사람 대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그런 비아냥 조의 언사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나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예토 클로람. 그게 그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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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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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5.16 22:18
    No. 1

    아 씨발 존나 아파 제스터 씨발 새끼 왜 일케 웃기죠ㅋㅋㅋㅋㅋㅋ
    디리터 병신아 처제는ㅋㅋㅋ건드리면ㅋㅋㅋㅋ안 돼ㅋㅋㅋㅋㅋㅋ
    죄다 미친 와중에 자기는 안 미쳤대ㅋㅋㅋㅋㅋㅋ
    소꿉친구 뒀다 뭐햐냐니ㅋㅋㅋㅋ지는ㅋㅋㅋ소꿉친구갘ㅋㅋ공준데ㅋㅋㅋ

    아 정말 제리온ㅋㅋㅋ이런 제리온이ㅋㅋㅋㅋ
    눈물이난다ㅠㅠ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斷劍殘人
    작성일
    15.05.17 13:20
    No. 2

    이번편이 이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의 집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12 18:32
    No. 3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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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3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0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0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4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1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49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1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8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5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4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0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49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3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0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9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0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0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0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7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9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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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7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7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3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8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8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2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3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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