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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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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4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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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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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지휘한 것은 로샤단이었다. 무너진 성벽을 틀어막은 것도 로샤단이었다. 그리고, 본진을 급습해 보급창을 태워버린 것 역시 로샤단이었다. 곧 병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로샤단이 수백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여러 개의 이름을 쓰는 개인이라고도 주장했다. 또 어떤 이는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고도 했다. 어느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폐허가 된 본영에 돌아온 뒤 스벤달 오빌리크는 루도 클로람이 남긴 도발문구에 분노하며 이를 즉시 태워버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임무를 맡은 병사는 멀쩡한 깃발을 태우고는 원래의 깃발은 자기 자신이 몰래 숨겨놓았다. 훗날 전쟁이 끝났을 때 이 깃발은 고가에 경매되어 어느 아스트리카 대부호의 저택에 전시되었다.


-어느 아스트리카 병사의 수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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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치지직...

빛은 순식간에 번개의 형상으로 맺혔고, 곧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그리고 번개에서 또 다른 번개가, 그리고 다시 또 다른 번개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갔다. 어느새 수십 갈래로 나뉜 번개는 각각이 살아 있는 뱀처럼 똬리를 틀어댔다.

그 역동적인 빛의 향연이 이칼롯의 눈동자에 날아가 맺혔다. 그는 분출하는 번개의 가지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드디어, 드디어 응답해주었다. 5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번개의 가지는 예외 없이 텔슈피드의 검 끝에서부터 시작되었고, 텔슈피드는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칼롯은 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고는, 쇄도하는 적들을 향해 가차없이 휘둘렀다.

파파파팍! 번개에 닿을 때마다 적들은 스파크를 튀기며 튕겨 나갔다. 방패를 들어도, 아무리 두꺼운 장갑을 입어도 그 뇌검(雷劍)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단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열댓 명이 나가떨어졌다. 뒤따라오던 병사들은 텔슈피드의 압도적인 위력에 질려 멈춰 섰다. 강하다 강하다 했지만 이런 경천동지할 비술까지 쓰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부하들을 독려하던 부대장들도 텔슈피드가 뿜어내는 빛의 위력에 말을 잃고 말았다.

그것은 공포라기보다 차라리 경이에 가까웠다.


“허억, 허억, 하...하하!”


가쁜 호흡을 하는 와중에도 이칼롯은 끓어오르는 환희에 웃음을 터뜨렸다. 검의 위력에 놀라서가 아니라, 아직 싸울 수 있다는 사실에, 적을 막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주인의 마음에 감응한 것인지 텔슈피드 역시 계속해서 번개를 분출해냈다. 적의 투창대가 다시금 창을 던졌으나 이칼롯에게 닿기도 전에 요동치는 번개줄기에 막혀 튕겨 나갔다.

이칼롯이 가슴을 힘껏 펴고 외쳤다.


“나는 이칼롯, 로샤단의 이칼롯 제르비안이다! 보고 있나 스벤달!”


파치지직! 재차 휘두른 일격에 다시 십여 명의 병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텔슈피드를 중심으로 2m가량의 공간이 전부 휘몰아치는 번개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공격은커녕 접근하기조차 불가능했다. 진군이 멈추자 뒤따라오던 후발대가 영문도 모르고 앞의 부대를 들이박았다. 곧 넘어지고 밟혀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내가 말했었지. 이 도시가 네게 파멸을 가져다줄 거라고! 네놈은 절대 이 성벽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번개의 폭풍에 적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요동치는 번개에 근처의 돌이며 쇠붙이가 펑펑 튀어 올랐다. 이칼롯의 공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지옥 같은 광경에 병사들이 전의를 잃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부대장들도 스벤달의 명령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퇴각을 명령했다. 차라리 패잔병 취급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저런 괴물과 싸울 수는 없었다. 저 남자가 있는 한 레인스터의 성벽은 무너진 게 아니었다.

이렇게 되자 흑연기사단 내부에선 달아나려는 자와 공격하려는 자가 뒤엉켜 엄청난 혼란이 빚어졌다. 방어에 여유가 생기자 디리터가 잽싸게 달려오며 말했다.


“이칼롯! 그거 뭐야? 그게 마법검이라는 거지? 정말 대단한...윽!”


환호성을 지르던 그는 그러나 이칼롯의 끔찍한 몰골에 할 말을 잃었다. 저게 사람인지 좀비인지...제리온의 상처도 대단했지만 이쪽도 살아 있는 게 만만치 않은 상태였다.


“괘...괜찮아?”


“...가까이 오지 마라. 번개에 닿겠다.”


“어어...하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이칼롯은 피묻은 침을 타악 뱉고는 성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됐으니까 가봐. 아직도 공성전이 한창이다. 이쪽은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성문을 노릴 거다.”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디리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시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칼롯의 눈빛이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에 그도 더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나중에 죽어 자빠져있기만 해봐!”


“그래. 괜찮아.....아마도.”


디리터를 떠나보내고서 이칼롯은 다시 칼자루를 고쳐 잡았다. 비록 처음보다 기세가 약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텔슈피드의 번개는 적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덧 그가 쓰러뜨린 적의 시체가 눈에 밟힐 정도로 쌓여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적의 화살세례를 막아내던 이칼롯은 성벽 위에서 정찰병이 질러대는 외침에 놀라 목을 치켜들었다.


“제르비안 경! 적의 본진, 본진 쪽에서...”


흑연기사단의 본진.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그곳에서 일어나는 이변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본진 끄트머리에서 시커멓게 피어오르는 화재연기였다.




***



“대체 뭐야! 2천의 돌격대로도 부족했단 말이냐? 거기에 대체 뭐가 있다고!”


스벤달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매사에 냉철함을 유지하던 그의 카리스마도 계속되는 악재에 무너진 지 오래였다.


“그게...성벽 돌입구에서 교전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아마도 그쪽 수비대를 처리하면 곧바로...”


“수비대? 무슨 병력이 있어서 수비대를 편성한다는 거야! 저놈들은 고작 천 명이라고!!”


분노로 일그러진 그의 눈동자에서 흡사 광기마저 느껴졌다. 돌입부대의 정체로 인해 레인스터 점령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스벤달은 안절부절못하며 입술을 물어뜯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도시가 대체 뭔데, 자신을 이토록 괴롭힌단 말인가.

일찌감치 적 지휘관의 목을 들고 왔어야 할 코로니어스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그렇게 눈에 거슬리던 이그제큐터조차도 지금은 행방이 묘연했다.


“젠장, 젠장...쓸모없는 놈들 같으니...뭐가 마법전대냐. 뭐가 슬러터급 악마냐고!”


보다 못 한 스벤달은 직접 말을 몰고 교전상황을 확인하러 갔다. 어이없게도 성벽을 막고 있는 적은 고작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 남자의 생김새가 묘하게 낯익었다. 검은 흑발, 피에 젖긴 했으나 여전히 본래의 빛을 유지하고 있는 회색망토, 그리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연노란 블레이드.


“이칼롯...제르비안!”


그와 눈이 마주치자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더 방해해야 만족한단 말인가, 저 죽지도 않는 바퀴벌레 같은 놈들! 스벤달은 즉시 부하에게 명령했다.


“남은 병력을 전부 투입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놈을 죽여!!”


어느새 그의 목표는 레인스터가 아니라 로샤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휘관의 도를 넘은 집착에 휘하 장수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후위대를 전부 투입합니까? 하오나 장군, 그럼 본진이 무방비 상태가 될 텐데...”


그는 말을 다 끝마칠 수 없었다. 그전에 스벤달의 검이 목을 뚫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미 숨이 끊어졌는데도 스벤달은 그의 목을 지근지근 밟았다. 그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이미 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무방비?! 무엇에 대비한 방비란 말이냐. 우리 병력이 적의 열 배다. 공격하는 쪽도 우리고, 승리하는 쪽도 우리다. 잔말 말고 어서 전 병력 투입해!”


남아 있던 병력이 일제히 남문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이미 사다리며 공성탑에 빼곡히 병력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에 출진은 했어도 진입할 루트가 없어서 손만 빨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이칼롯이 버티고 선 성벽 근처에선 달아나는 이와 진격하는 이가 부딪혀 사상자가 속출했다. 그럼에도 후방의 병사들은 스벤달이 내뿜는 광기에 못 이겨 억지로 발을 놀려야 했다. 명백히 어긋난 용병술에 군대 전체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흑연기사단의 사기를 송두리째 빼앗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휘탑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이는가 싶더니, 다 죽어가던 이칼롯이 요상한 빛을 뿜으며 아군을 도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엄청난 패기에 스벤달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저건 대체...!”


잘못됐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그야말로 안중에도 없는 벌레 같은 존재였을 텐데, 로샤단이라는 이물질이 스벤달의 계획을 무너뜨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레인스터가 그랬던 것처럼, 흑연기사단에게도 악재는 연이어 찾아왔다.


“장군, 장군! 큰일 났습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본진을 가리켰다. 식량창고에서 새카맣게 치솟은 연기를 목격한 순간, 스벤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리크나이츠의 군대가 아군의 본진을 유린하고 있었다.




***




맨 처음 숲을 빠져나왔을 때 느낀 것은 가슴 벅찬 해방감이었다. 얼어붙은 한겨울의 숲을, 대열을 유지한 채로, 하루 30km 가까이 밤을 새워 행군한 것이다. 덕분에 발이 부르트고 온몸이 땀범벅이었으나, 숨을 고를 시간조차 그들에겐 부족했다.

델키아의 병력을 양분해 레인스터를 지원하자는 레미나의 제안을 들었을 때, 아이크루와 자작은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도 적의 병력은 이쪽의 3배입니다. 그런데 열세인 군을 다시 양분하라는 말씀이신지요?”


“레인스터는 10배도 넘는 수의 적과 싸우고 있습니다. 무리한 요구라는 건 알지만...부탁드려요, 자작님!”


아마 말을 꺼낸 이가 리크나이츠의 공주가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서 욕설을 듣고 쫓겨났을 것이다.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칫 델키아의 함락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간절히 허리를 굽히는 그녀의 진심에는 귀족들도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는 영지민의 안전이 먼저냐, 레인스터의 구원이 먼저냐는 것이었다. 아이크루와 자작이 말했다.


“이 도시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입니까?”


“국왕 폐하께서는 레인스터의 사수를 위해 수도까지 포기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될는지요.”


아이크루와는 결정에 앞서 얼마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루도는 혹시 그가 출병을 거부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불편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아이크루와의 선택은 빨랐다. 자리를 파하고 채 10분이 지나기 전에 일행을 찾아왔으니, 한 영지의 책임자치고는 대단히 신속한 판단이었다.


“경험 많고 날랜 병사로 400을 준비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저희 영지 수비대의 7할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7, 7할이요? 자작님, 그렇게 할 필요까지는...”


지나친 병력편성에 레미나가 놀라서 말했다. 물론 레인스터의 사수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델키아를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한 번 뜻을 정하자 아이크루와는 무시무시한 행동력으로 일행을 압도했다.


“요 며칠 살펴보니 성 밖의 부대는 흑연기사단 내에서도 조무래기들만 모아 온 것 같더군요. 저런 것들을 상대로는 300으로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2만이 넘는 적의 본대 쪽이 문제지요. 지원군을 보낸다 한들 고작 400으로 무얼 할 수 있을지...”


“자작님...”


아이크루와의 놀라운 추진력에 힘입어 일행은 델키아에 도착하고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지원군을 편성해낼 수 있었다. 지원군은 밤이 깊어지길 기다렸다가 몰래 동문을 빠져나왔다. 전투의욕조차 없는 적의 군세를 피해 기도비닉을 펼치기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일단 시야에 닿지 않는 숲으로 들어선 뒤부터는 지긋지긋한 행군의 연속이었다. 무장은 전부 경량화로 통일하고 보급은 1인당 사흘분에 해당하는 식량을 직접 짊어졌다. 이는 행군에 소요되는 2일을 제하면 단 한 번의 전투에 모든 명운을 건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델키아의 병사 400명이 레인스터의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대가 뒤따라오던 인원에게 몸을 숨기라는 신호를 보냈다. 마침 운이 좋게도 도착한 곳이 적 본진의 최후미였는데, 아직 적의 정찰대는 원군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루도가 바짝 엎드린 자세로 말했다.


“자아, 어떻게든 온 것까진 좋은데 400가지고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장렬하게 돌격하고 산화하는 거지. 모조리 중장기병이어도 모자랄 판에 레인저만 뽑아왔으니 이건....어라? 잠깐만.”


심드렁하던 유미르네의 표정이 일순 급변했다. 그녀는 자세를 한껏 낮추고는 흑연기사단의 본진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서 그녀만큼 전쟁경험이 많은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이윽고 정탐이 끝나자 유미르네가 말했다.


“아이크루와 자작님, 나 좀 봐요. 적 본진 말인데, 좀 지나치게 병력이 적은 것 같지 않아요?”


“음,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소만. 하지만 흑연기사단 정도 되는 군대가 기습에 대비해놓지 않았을 리가 없소.”


아이크루와는 적의 역습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미르네는 딱 잘라 고개를 가로젓고는, 적 진영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말했다.


“내 생각은 달라요. 스벤달이 정말 자기 전략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레인스터를 구원할 병력 따위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거예요. 이것은 모든 병력을 도시공략에 투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물론 저렇게까지 본진을 비워놓은 건 의외지만 또 모르죠.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더 시간이 흐르기 전에 끝장을 보자고 생각했을지.”


“흐음...”


“뭐 선택은 자작님이 할 일이죠. 저어기 중앙에 빼곡히 모여 있는 막사 보이죠? 저게 야영캠프고, 야영캠프 좌측이 마구간이에요. 그리고 우측 끄트머리에 있는 커다란 천막 있죠? 아마 저게 보급창이겠죠.”


“보급창...”


루도는 유미르네의 설명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보급창 내부에는 2만 명의 병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이 그득히 쌓여 있을 것이다. 만약 그것들을 전부 빼앗을 수 있다면, 적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아이크루와가 즉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정보에 확신을 갖자 그는 발 빠르게 부대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자스퍼, 부대를 둘로 나눈다. 나는 보급창을 점거할 테니 너는 가르비욤과 함께 마구간을 노려라. 이틀 밤을 달려왔으니 우리도 말 한 번 타보자고.”


델키아 돌격대가 은밀하게 대열을 갖추기 시작했다. 일행 역시 그들과 합류해 말없이 숨을 골랐다. 수백 명과 어깨를 나란히 맞추고 있자니 절로 심장이 떨려왔다.


“루도...”


레미나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전장으로 향하는 일행을 염려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함께 싸우고 싶어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백 번 천 번을 양보해도 공주를 전쟁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녀는 몇 안 되는 후위대와 함께 남아 아군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맡았다.

한껏 움츠러든 그녀의 어깨를 유미르네가 다독이며 말했다.


“정치는 귀족이, 전쟁은 군인이. 알죠?”


준비가 끝나자 아이크루와를 필두로 돌격대가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바람을 밟는 듯이 소리를 감추고서. 이윽고 흑연기사단 본진과의 거리가 백 보 안팎으로 좁혀졌을 때, 아이크루와가 검을 뽑으며 외쳤다.


“돌격! 북부 레인저의 힘을 보여줘라!”


와아아아-! 일제히 무기를 뽑아든 레인저들이 앞다투어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적의 초병이 그제야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으나 대응하기에는 너무 늦은 뒤였다. 초병이 적습을 알리는 경종을 울렸을 때 이미 델키아 군대는 목책을 넘어서고 있었다.


“마리네, 우리도 보급창으로 가자!”


여기저기서 교전이 일어나는 가운데 루도와 마리네는 야영천막을 이리저리 꺾으며 달렸다. 신속함이 무엇보다도 생명이었기 때문에 전투는 이내 적과 아군이 한데 뒤엉켜 싸우는 난전의 양상을 띠었다. 루도는 엇갈리는 적들은 무시한 채 무작정 보급창을 향해 뛰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둘은 어느 누구보다도 빨리 보급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급창의 입구는 중무장한 위병 둘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들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루도와 마리네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흙을 튀기며 달려나갔다.


“어...리, 리크나이츠...커?!”


놀라서 뒷걸음질치던 위병의 목에 마리네는 정통으로 검을 박아 넣었다. 무섭도록 깔끔한 일격에 병사는 제대로 된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절명하고 말았다. 이와 거의 동시에 맞은편의 병사도 루도의 검에 맞아 고꾸라졌다. 하지만 마리네 쪽과 달리, 그 병사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다시 이동을 계속하려던 루도는, 그러나 초연히 이마의 피를 닦아내는 마리네를 보곤 알 수 없는 이질감에 걸음을 멈췄다. 그가 알기로 마리네는 처음 사람을 죽여 보았을 텐데,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을 향한 시선에 마리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루도?”


“아, 아니야. 어서 움직이자.”


보급창 안에는 밀과 보리 수천 포대가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2만 명이 한 달, 아니 두 달은 능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 엄청난 규모에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해졌다.


“이걸 이제 어쩐다?”


“어차피 가지고 갈 수는 없어. 전부 태워버리자.”


루도는 횃불을 가져와 주저 없이 식량 더미에 던져 넣었다. 불꽃은 한껏 건조해진 초겨울의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천막 전체로 옮겨붙었다. 모조리 불타버린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을 땐 화재연기가 부채꼴모양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면 스벤달 뿐 아니라 레인스터의 동료들에게도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좋아. 대성공이로군.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곧바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지.”


어느새 본진을 점거한 아이크루와가 대열을 정비하며 말했다. 델키아 레인저의 분전으로 흑연기사단 본진은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그가 노획한 군마에 올라타며 말했다.


“이제 적의 측면을 교란시킬 때다. 운이 좋다면 포위를 뚫고 레인스터로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음...이곳을 사수하지 않는 겁니까?”


“화재를 봤으니 적의 본대가 즉각 이곳을 탈환하러 올 것이다. 맞서 싸우면 승산이 없어.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전부 파괴하고, 군마만 챙겨서 여길 떠난다. 자, 각자 위치로.”


이제는 경기병대로 전환한 델키아 병사들이 열을 맞추어 불타는 진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루도 일행도 적당한 말을 찾아 올라탔다. 불길에 놀란 말을 진정시키고 있자니 아이크루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동문 쪽이 느슨해 보이는군. 자네들은 어떻게 할 텐가?”


그는 일행의 관심사가 전투의 승리가 아닌 동료의 안전임을 알고 있었다. 루도가 그의 배려에 감사해 하며 말했다.


“함께 하겠습니다. 하지만 도시에 들어서면 임의로 대열을 이탈해도 양해해 주십시오.”


“좋아. 그럼 뒤처지지 말게.”


일행은 즉시 말고삐를 돌려 아이크루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연기 사이로 레인스터의 성벽과, 이를 오르려 안간힘을 쓰는 흑연기사단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문득 루도는 스벤달의 비열한 얼굴이 생각나 잠시 속도를 줄였다. 마침 보급창 입구에 큼지막한 깃발이 걸려있는지라 그는 타고 남은 장작을 주워 글씨를 적기 시작했다.

뭘 하나 싶어 돌아온 마리네가 그가 쓴 문구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 자식 이거 보면 속 좀 쓰리시겠네.”


루도는 멀리서도 볼 수 있게 일부러 깃발장대를 높이고는 다시 말을 몰기 시작했다. 깃발에는 엉성하게 그려진 리크나이츠의 문양과 함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네가 먹을 건 잿가루뿐이다 스벤달

-로샤단-



델키아 군대는 흑연기사단을 기준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우회해 이동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원군의 등장에 적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으나 딱히 요격대를 파견한다든가 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고작 400명밖에 안 되는 군세에 신경 쓰느니 남은 공성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심산이었다.

덕분에 델키아 군은 추격의 위협도 사라졌겠다 산 능선을 따라 신나게 강행군을 이어갔다. 그런데 한참 말을 달리는 와중에 유미르네가 루도의 귓불을 꼬집으며 말했다.


“난 따로 움직일게. 이따 도시에서 보자.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어, 뭐? 지금 농담하는 거지?”


루도는 어처구니가 없어 손사래를 치려다 하마터면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러나 유미르네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듯 생긋 미소 짓고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려 적의 후미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죽으러 가는 거 아니니 걱정 마셔. 용병에겐 용병의 싸움법이 있는 거니까.”


순식간에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루도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예 그녀를 뒤따라갈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아무리 봐도 그건 자살행위 같았다. 그러다 대열 앞쪽에서 교전이 발생하자 그는 미련 없이 고민을 접고 칼을 꺼내 들었다. 지금은 남 걱정이나 하는 사치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래, 난 모른다. 이 미친년아!”


델키아 군이 동문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유미르네는 적당한 장소에서 말을 내렸다. 여전히 성벽을 놓고 치열한 공성전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혼자서 다가오는 그녀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 천 명의 병사도 만 명의 병사도 아닌, 오직 혼자만이 가능한 작전이다. 그녀는 미리 슬쩍한 흑연기사단의 휘장견장을 메고서 여유롭게 잠입에 성공했다.

간간이 화살이나 돌멩이가 날아왔지만 이쯤은 용병시절의 전장에 비하면 어린애 장난수준이었다. 그보다 그녀를 귀찮게 하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밀집되어 있는 흑연기사단의 병력분포도였다. 아무래도 무너진 성벽을 두고 대치상황이 이어지는 모양인데, 이 때문에 그녀는 주변의 병사와 이리저리 어깨를 부딪쳐야 했다.


“정말, 여기도 남자 저기도 남자. 땀 냄새에 피 냄새에 안 씻은 개 냄새까지, 전쟁터는 언제 봐도 역겹다니까.”


그녀는 자기 자신만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투덜대면서, 가까스로 인파를 제치고 성벽 근처로 나아갔다. 그러나 도시가 가까워질수록 나아가려는 병사보다는 되돌아가려는 병사가 많아지자 그녀는 대충 근처에 만만해 보이는 남자를 불러 물었다.


“이봐요 거기 아저씨. 뒤쪽에선 전진하느라 안달인데, 왜 또 여기는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어요? 이러니 전술이고 뭐고 제대로 될 리가 있나.”


그러자 그 병사가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답했다.


“으, 으힉! 너, 넌 또 뭐야? 뒤의 부대라니, 5,6직영대대를 말하는 건가? 그, 그 자식들은 아직 못 봐서 그래. 저건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무슨 말이죠? 성벽에 누가 있는데 그래요?”


“모, 몰라. 분명 혼자일 뿐인데...그 남자, 무지막지한 속도로 아군을 도륙하고 있어. 그런 건...그런 건 처음 봤다고.”


그 말을 끝으로 병사는 엎어질 듯 달아났다. 군법이니 명예니 하는 건 이미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미르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제의 성벽을 바라보았다. 앞쪽의 인파로 인해 잘 보이진 않지만, 가끔 빛이 번쩍거리는 것으로 보아 병사가 말한 ‘그 남자’가 일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흠, 제리온인가? 아무리 마법사라지만 이 정도의 혼란이라니...’


뭐 학살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아군이 분전하고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았다. 그녀는 단숨에 진입할 요량으로 앞사람의 어깨를 도움닫기 삼아 높이 뛰어올랐다.

그 순간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그것은 확실히 어떠한 전장에서도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빛의 향연이었다. 마치 빛으로 만들어진 수십 가닥의 채찍이 구심점을 잃고 날뛰는 것 같았다. 유미르네는 방어는 무의미하며, 규칙성 또한 없어 회피에도 지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했다. 빛줄기에 닿은 망토가 순식간에 타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하자마자 그녀는 몸을 비틀어 측면으로 달아났다.


“...?!”


만약 그쪽에서 먼저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면 그녀 역시 이전의 희생자들과 같은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 그 무자비한 위력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미..르네인가?”


“이칼롯...맞죠? 그 검...마법검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리라고는...”


병사들이 질겁하여 달아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의 발치에 쓰러진 적의 수가 이미 백 단위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단순히 텔슈피드의 위력뿐만이 아니었다. 그 고요하면서도 투기로 가득 찬 눈. 접근하는 자는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노골적인 패기에 전쟁으로 잔뼈가 굵은 유미르네조차도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크렘벨의 어벤저』라는 별칭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번개검에 그 상처는 또 웬...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보다 당신 정말 이칼롯 맞아요?”


재차 확인하려는 그녀의 물음에 이칼롯은 대답 대신 불타버린 흑연기사단의 본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아마도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얘기겠지. 저것도 지원군의 성과인가?”


“...델키아 레인저들이에요. 숫자는 보잘것없지만 어떻게 운이 좋아 본진을 초토화시켰죠. 루도와 마리네는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어요.”


“그렇군...그럼 너는 단독으로? 하긴, 루도와 마리네 정도면 너에겐 방해만 되겠지.”


“지금은 그쪽도 만만치 않네요.”


다시 적의 궁병대가 화살세례를 날렸으나 이전처럼 갈래 번개에 가로막혀 우수수 떨어졌다. 접근조차 불가능한 힘이라니, 이 정도면 안개송곳니의 제폰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녀가 잠시 텔슈피드의 위력에 놀라 머뭇거리고 있자 이칼롯이 성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긴 나 혼자로 충분하다...성문 쪽이 위험하니 어서 가.”


“괜찮겠어요? 무기는 팔팔하지만 그걸 쥔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아마도.”


유미르네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입고 있던 흑연기사단 견장을 찢어 버리고는, 성벽에 바짝 붙은 채로 거리를 질주했다. 이칼롯의 말마따나 전투는 스벤달의 총공격 지시로 인해 점차 흑연기사단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물론 무리한 공격명령으로 흑연기사단도 엄청난 사상자가 속출했으나, 이미 반 집착상태에 빠진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화살을 맞아 굴러떨어지는 시체를 유미르네는 가볍게 몸을 날려 피했다. 중과부적으로 곳곳에서 전사자가 늘어만 갔다. 지원군을 데리고 온 것까진 좋았으나, 이미 레인스터의 함락은 코앞까지 와 있었다. 마침 성문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접근했을 때 충차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문의 버팀목이 와지끈 부러져나갔다.


‘이런, 끝났네.’


마침내 성문이 열리자 적군이 봇물처럼 들이닥쳤다. 가장 먼저 중장기병대 100여기가 진입했는데, 그들은 아군을 교란할 목적으로 근처의 병사들을 무시하고 곧장 내성을 향해 사라졌다. 그러나 이후 성문 위에서 끓인 피치를 모조리 쏟아 부은 덕에 진입이 통제되자, 그사이 급히 달려온 레인스터 병사 30명이 몸으로 성문을 막아섰다.

그러나 수백, 수천 명의 군세다. 그들의 결사항전이 수포로 돌아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유미르네는 잠시 멈춰선 채로 사태를 관망했다. 싸워야 할지 아니면 먼저 루도 쪽과 합류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더 늦기 전에 달아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드렁하게 추이를 관찰하던 그 순간, 성문을 막아선 한 남자의 모습에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디리터...아쟉스.”


갑작스럽게 감정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타난 아기의 환영이 시야에 각인된 채 그녀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유미르네는 환영으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거칠게 검을 뽑았다.

좋은 기회다. 이런 난전 상황이라면 누가 하나 쓰러져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이칼롯도, 제리온도 없다. 루도도 마리네도 알지 못한다. 저 남자, 디리터 아쟉스만 죽이면 마침내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유미르네는 단숨에 끝낼 생각으로 조심스럽게 그의 등 뒤로 접근했다. 그런데 그때, 측면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뭘...하려는 거예요?”


고개를 돌리자 카이안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모든 시간의 흐름이 정지하고, 오직 세상이 두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듯이 느릿하게 흘러갔다.

카이안 루시올라, 루프리모의 아이.

유미르네는 자신을 방해한 인간이 하필이면 루프리모의 아이라는 사실에 가벼운 혼란 상태에 빠졌다. 반면 카이안의 사고는 그녀보다는 훨씬 명확했다.

단순히 심증일 뿐인데도 그는 그녀가 디리터를 해치려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했다. 고개를 돌렸을 때 보여준 한껏 확대된 동공과, 기이하리만치 비틀린 그녀의 미소가 혐의에 확신을 더해주고 있었다. 어떤 이유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나간 기억을 되짚어볼 때 유미르네 발렌스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놀라움의 감정이 차츰 경멸로 바뀌어갔다. 다시 시계침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카이안은 그녀를 향한 노골적인 적의에 스스로도 놀랐다. 길가의 쓰레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보다는 더 고울 것이다. 그는 유미르네라는 인간이 눈에 밟혀 견딜 수가 없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5.16 13:36
    No. 1

    루도 속이 다 시원하네ㅋㅋㅋ
    갑작스런 원군에 등장에→원군의
    그나저나 여기도 < i > 태그가 남아있네요. 문피아 왜 잘 있던 기능을 못쓰게 했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12 18:12
    No. 2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시간제한
    작성일
    16.09.16 11:43
    No. 3

    설마 마리네가 저주는 아니겠지 생각해보면 마리네도 니암의 빛기둥에서 버텼던 아이인데...거기다 람이 데려온 아이이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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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7 20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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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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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4 2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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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2 29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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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8 2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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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3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1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8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1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10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5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0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4 28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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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8 23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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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5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1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6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4 2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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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9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5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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