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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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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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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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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0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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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DUMMY

그날도 유미르네는 어김없이 카이안을 찾아갔다. 혹시 받아줄까 싶어 정성스레 준비한 벌꿀쿠키가 여전히 바구니 속에서 김을 내뿜고 있었다. 뜨겁게 데운 라벤더차는 행여 흘리지는 않을까 천으로 단단히 싸맸다.

난민들이 그녀를 보자 어색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로 딱 일주일째였다. 점심 무렵에 찾아와 면박을 받고 쓸쓸이 돌아가는 처자의 이야기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를 바라보는 난민들의 시선은 반가움보다는 안타까움이 절절이 묻어났다.

일주일 사이 그녀는 시시각각 수척해져갔다. 눈가는 퀭하니 다크서클이 짙게 끼었고 입술은 메말라 곳곳에 튼 자국이 가득했다. 건강미 넘치던 몸매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어린아이가 부딪쳐도 자세를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유미르네가 왜 수모를 감수하면서까지 카이안을 찾아오는지 그들이 알 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력이 오늘도 수포로 돌아가리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좋은 아침. 밥은 먹었니? 내가 쿠키를 좀 구워왔는데...”


“....”


카이안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시궁창의 오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보다 심하진 않을 것이다. 나흘째부터 그는 아예 유미르네를 상대하지도 않았다. 무슨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제 할 일만 열중했다. 유미르네는 대답 없는 질문을 두 시간이나 넘게 던지다가 쓸쓸히 돌아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변하지 않는 그의 싸늘함에 유미르네는 가슴이 미어졌다. 문득 루도의 다그침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이렇게까지 카이안에게 집착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좀 길게 보고 행동해. 하루아침에 관계가 호전되길 바라지 마.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 분노는 누그러지게 되어있어.”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된 그날부터 유미르네는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그녀에게 동생은 세상 전부였다. 따라서 카이안에게 부정당하는 것은 세상에 부정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세상에 속하기 위해 홀린 듯이 그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 이건 라벤더차야. 피곤할 때 마셔. 지금 막 우려낸 거라 따뜻한데...한잔 따라줄까?”


“.....”


“그, 그래. 내가 괜한 참견을 했네. 미안해. 여기 놓아둘게. 시간 될 때 먹어.”


카이안은 보급대에서 받아온 구호물품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는 유미르네가 가져온 음식을 오크통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보곤 심드렁하게 말했다.


“여긴 이제 창고대용으로 사용할 거야. 거슬리니까 다른 데로 치워.”


그러자 유미르네는 부리나케 음식바구니를 챙겼다.


“그렇구나. 미안, 여기 사정을 몰랐네. 그럼 어디다 둘까?”


카이안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구니는 그리 크지 않았다. 놓아둘만한 공간은 어디든지 있었다. 하다못해, 그를 보좌하는 간호병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골목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좋겠네. 아주 안성맞춤인 장소야.”


유미르네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카이안의 손이 향한 곳은 오물이 흐르는 하수구였다.


“카이안...”


입술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카이안은 그녀가 받은 상처에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사과는커녕 그는 바닥에 가래침을 탁 뱉고는 본래 하던 일로 돌아갔다.

유미르네가 힘겹게 발을 내디뎠다.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단순한 호의의 표현으로는 어그러질 대로 어그러진 카이안과의 관계를 개선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렇다면 좀 더 진중하게 과거의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카이안 루시올라, 나랑 얘기 좀 하자. 네가 나를 경멸하는 건 십분 이해해. 하지만 내 이야기를 좀...”


“가까이 오지 마!!!”


그러나 어렵게 쥐어짜 낸 그녀의 용기는 카이안의 일갈에 먼지처럼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심드렁한 얼굴로 일관하던 그는 유미르네가 가까이 접근하려 하자 격렬하게 반응했다. 즉시 이마에 핏줄이 돋고 눈동자가 빨갛게 충혈됐다. 마치 고양이가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는 것만 같았다. 그 사나운 살기에 유미르네의 발이 멈춰 서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 낯짝을 볼 때마다 꿈자리가 사납다고. 알아? 네년 덕분에 날마다 또 다른 ‘나’와 대면하는 꿈을 꾼다고. 금방이라도 나를 집어삼킬 것 같은 얼굴을 한, 루프리모의 아이와.”


“...그럴 수가...”


카이안은 각성의 징후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루도의 그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빠른 편이었다. 이는 그만큼 지금까지 억눌러왔던 감정이 자각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봐도 좋았다.

유미르네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다 자신 때문이다. 루프리모의 아이가 각성하면 숙주인 카이안의 자아는 사라진다. 다 자신 때문이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카이안이 말했다.


“아하. 그래서 이렇게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는 건가? 네 목적은 나를 각성시키는 거였으니 말이야. 하하하. 지독하다 지독해.”


그가 유미르네가 가져온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안에서 쿠키를 꺼내 하나씩 하수구에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보란 듯이 시선은 유미르네를 향한 채였다.


“그런 여자가 가져온 음식을 먹으라고? 루도나 마리네에게는 통했을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그딴 악어의 눈물 따위 집어치우라고. 지금도 역겨워서 구역질이 나오니까.”


눈물이 샘솟듯 흘러내린다. 가슴이 그렇게 쓰리고 아플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는데, 통증을 완화할 방법이 없다. 몰아치는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심장이 쥐어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그럴 수가...”


정성스레 달인 라벤더차는 아직도 후끈하게 김을 내뿜고 있었다. 카이안은 찻주전자를 들고는 표표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뜨거운 차를 그녀의 정수리에 붓기 시작했다. 그 행위에 지켜보던 난민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터질 정도였다.

그는 주전자를 천천히 기울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고생해서 찾아오지 않아도 돼. 당신은 성공했다고. 이제 곧 루프리모의 아이가 나를 먹고 튀어나올 테니까.”


그 상황에서도 유미르네는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으려고 했다. 자신의 눈물을 혐오하는 카이안을 의식한 것이었다. 억지로 틀어막은 입 사이로 끅, 끅 하고 신음이 새어나왔다. 카이안은 흐느끼는 그녀를 뒤로한 채 등을 돌렸다.


“알았으면 사라져줘. 이제 정말 만나는 일 없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루도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마저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날 밤 유미르네는 요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호숫가에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하얀 원피스만을 걸친 채로, 무릎을 끌어 모은 채 고요한 호수를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았다. 이미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인적은커녕 벌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무거운 적막이었다. 달이 밝아 그녀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짝 마른 뺨과 눈물이 시커멓게 말라붙은 눈가, 파리한 입술. 모든 게 또렷하게 동공에 들어왔다. 미세한 파문조차 없이, 호수는 그녀의 몰골을 잔인하리만치 또렷하게 비추고 있었다.

문득 그녀의 입가에 피식 실소가 터져 나왔다.


“독한 년...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 되면 실성도 하고 그러던데. 끝까지 정신 하나는 말짱하네.”


삶이란 무엇일까. 그 언젠가 람카디스는 말했다. 살다 보면 행복한 순간은 반드시 찾아온다고. 그렇기에 현실이 아무리 잔혹해도 살아갈 가치가 있는 거라고. 람카디스는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틀렸다. 아무런 근심 없이 행복하게 살다 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일평생 시궁창을 구르다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인생의 목표라는 것. 텔아단의 사막에서 그녀가 택한 목표는 복수였다. 복수만 완성하면 과거를 훌훌 털어내고 행복해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재차 나락으로 끌고 갔다.

이제 그녀의 목표는 카이안이었다. 그가 자신의 친동생임을 알게 되었을 때 ‘그를 위해서’ 말고는 어떠한 목적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도 왜 그리 동생에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슴이 절규하고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 하나 뿐인 동생, 이제야말로 내가 지키지 않으면.

그러나 얄궂게도, 카이안을 망쳐버린 건 다름 아닌 유미르네 자신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복수에 동생을 이용했고, 그것도 모자라 루프리모의 아이까지 자각시켰다.


“달이 참 예쁘네. 예전에는 몰랐는데.”


루도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생각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그녀가 어디까지 몰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약해져있는지를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었다. 죄책감은 그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미칠 수도 없다면 답은 하나였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잔잔한 호수, 고요 속에 잠든 숲. 누군가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 정경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니암, 부디 행복하렴.”


천천히 호수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호수는 그 즉시 파문을 일으키며 그녀를 밀어내려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이걸로 됐다. 자신은 사라지고, 니암은 만족할 것이다. 이것으로 자신의 처절했던 인생사는 끝이 난다.

물속에 가라앉기 전 유미르네는 마지막으로 달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워서, 이 모든 것이 하룻밤의 꿈인 양 아득하게 느껴졌다.



****



그날 밤 루도가 유미르네의 숙소를 찾은 것은 단순한 변심 때문이었다. 유미르네가 만남을 꺼려하자 그는 그녀를 배려해 줄곧 모른 척해주었다. 그렇기에 그날도 그는 별다른 활동 없이 잠자리에 들 예정이었다. 그런데 막 자리에 누웠을 때 제오프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유미르네...괜찮을까?」


“...음.”


「오늘도 카이안에게 심한 말을 들었다면서. 상처 많이 받았을 거야.」


그녀와 카이안의 이야기는 하루도 빠지지 않게 확인하고 있었다. 오늘도 유미르네는 눈물을 흩뿌리며 돌아갔다. 슬퍼할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너무...심하긴 하지. 카이안 녀석.”


「한 번 유미르네에게 가보는 게 어때. 힘들어할 텐데 위로나 해주자.」


루도가 쓰게 윗입술을 핥았다.


“하지만 걔가 먼저 말했잖아. 보러 오는 거 부담스럽다고.”


그러자 제오프가 슬픈 어조로 말했다.


「왜 모르겠어. 그래도 너무 걱정되잖아. 간단하게 음식이라도 챙겨가서, 부담스러워하면 그것만 주고 바로 나오면 되지.」


어째서인지 제오프는 다소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루도는 굳이 그걸 짚고 넘어가진 않았다. 유미르네가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기에 그는 곧장 옷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이미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거리는 이따금 순찰하러 오는 경비병을 제외하곤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루도는 다과가 든 주머니를 옆구리에 끼고는 설렁설렁 거리를 가로질렀다.

유미르네의 숙소는 불이 꺼져 있었다. 이런 시간이니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루도는 그녀가 고민을 잊으려고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어째서인지 안쪽에서 그 어떤 미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건물 자체가 죽은 것만 같았다.


“오늘은 피곤해서 일찍 자나...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자는 사람을 깨울 수는 없으니 루도는 머쓱하게 등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제오프가 말했다.


「잠깐 루도. 노크해봐.」


“뭐? 실례잖아 그거.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해봐 그냥. 뭔가 감이 좋지 않아.」


루도는 툴툴대며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안쪽에서 반응은 없었다. 깊이 잠들었나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돌린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


“어라?”


그는 유미르네가 문단속을 철저히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제오프가 느꼈던 위화감이 그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앞뒤 안 보고 침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없었다. 욕실에도, 다락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순간 눈앞이 새하얘졌다. 수많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나였다.


“설마..!!”


그는 미친 듯이 거리로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멀리서 걸어오는 경비병에게 달려가 다짜고짜 물었다.


“이봐요! 저기 저 집에 사는 여자 못 봤어요? 유미르네 발렌스라고, 얼굴 알잖아요.”


“옛? 어...아니요. 오늘 특별히 그분을 만나본 기억이 없는데요.”


그때 소리를 듣고 다른 병사 하나가 다가왔다. 교대한지 얼마 안 된 동료와 달리 그는 수 시간 째 거리의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제가 봤습니다. 아까 혼자 밖으로 나가시던데요.”


“밖? 어디로요?!”


“어...그러니까 물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저쪽...방향이었는데 말이죠.”


루도는 더 듣지 않고 병사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확실히 요새 밖에 자리 잡은 작은 호숫가였다.

달리는 와중에도 스스로가 경멸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왜 좀 더 그녀를 살피지 않았단 말인가. 그날 유미르네는 죽여 달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카이안을 위해 적극적으로 죽음을 모색했다. 그 순간은 간신히 설득해 넘어가긴 했지만, 만약 그녀가 여전히 희망을 찾지 못했다면 어떨까. 죽음만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그런 결말에 도달해 버렸다면...!


「저쪽이다. 11시 방향이야!」


“뭐? 너 그걸 어떻게...”


「시간 없어. 빨리 가!」


루도는 엎어지다시피 호숫가에 도착했다. 그는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유미르네를 찾으려고 주변을 살폈다. 두리번거리던 그는 어째서인지 호수 중앙에 파문이 일고 있음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유미르네의 머리가 천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을 목격했다.


“유미르네!!”


퍼어엉. 갑자기 펠아람의 오오라가 폭발하듯 전신에서 퍼져 나왔다. 유미르네의 자살을 본 제오프가 이성을 잃고 힘을 방출한 것이었다. 순간 의식이 흐릿해져 루도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헉...크으...”


「버텨! 시간 없어. 아니면 유미르네는 죽어!!」


“으...크아아악!”


의식을 붙들기 위해 그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에센스를 업은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해서, 단지 주먹질을 한 것뿐인데도 커다란 구덩이가 패였다. 시야가 돌아오자 그는 뒤도 안 보고 호수 중앙으로 도약했다. 달이 오롯이 비치던 호수는 순식간에 거친 급류로 덧씌워져갔다.


‘어디지?’


밤이라 물속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눈을 뜨나 감으나 한 치 앞도 안 보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가 입고 있던 순백색의 원피스가 등대가 되었다. 루도는 미약하게 보이는 하얀 빛깔을 향해 무작정 헤엄쳤다. 유미르네는 이미 의식을 잃은 것인지 버둥거리지도 않고 그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그녀를 뭍으로 끌고 나오기는 어렵지 않았다. 별다른 저항도 없었고, 펠아람의 힘 덕분인지 한 번 물살을 헤칠 때마다 몇 m는 가뿐이 나아갈 수 있었다. 물에서 나오자마자 루도는 그녀의 용태를 확인했다. 어깨를 붙잡자 고개가 힘없이 떨어졌다. 흠뻑 젖은 머리칼이 뺨에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입술에 귀를 가져다댔다. 그녀는 숨을 쉬지 않았다.


“안 돼!! 이 빌어먹을 년아!”


그는 유미르네를 땅에 반듯이 눕히고는 흉부가 보이게 옷을 찢었다. 뿜어져 나오던 오오라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제오프는 축 늘어진 그녀를 보곤 서럽게 혼잣말만 외쳐댔다.


「제발...제발...이러면 안 돼...」


루도는 곧장 인공호흡에 들어갔다. 맞닿는 입술이 그렇게 차가울 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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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09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6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8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79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39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09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6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3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2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8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0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29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6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6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2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7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5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0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3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1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999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2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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