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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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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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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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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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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6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DUMMY

북쪽에서부터 불어온 찬바람은 기어이 리크나이츠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일행이 라키시아 외곽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따가운 싸라기눈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미 마차 지붕에는 하얀 알갱이가 수북이 쌓여 겨울의 혹독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루도는 그것들을 전부 쓸어내고는, 차가워진 손을 녹이기 위해 호호 입김을 불었다. 털실로 짠 목도리에 모자까지 썼지만 마파람을 전부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얼어붙은 코끝을 어루만지자 찌잉, 하고 전기가 올라왔다. 그 정도면 경직된 몸을 풀기엔 적당한 자극이었다.


“너무 늦은 건가? 아니면...”


“늦지도 빠르지도 않네. 애매해.”


마부석에 앉은 디리터가 흐름을 파악하며 말했다. 그의 눈동자가 훼창기사단의, 그리고 라키시아 근위대의 전황을 분석하기 위해 부지런히 굴러갔다. 아직 라키시아는 함락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간상의 문제일 뿐 우울한 결말은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멀리서 가늠해도 훼창기사단의 병력은 근위대의 8배, 아니 10배에 육박했다. 이대로라면 채 두 시간을 버티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라키시아로 진입하실 겁니까? 곧 도시가 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네. 어차피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니까요. 한 시간이면 충분해요.”


말을 건네는 기사의 목소리는 이미 적의 군세에 대한 공포로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왕실기사단이 호위 명목으로 지원해준 20명의 분견대가 마차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루도는 고맙기는 해도 그들이 든든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2~30의 병력 따위, 적의 수만 군세에 비하면 그야말로 먼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왕실기사단이 전해준 정보로 일행은 전황의 판도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라키시아로 도달하기까지 중부대로에는 크고 작은 관문이 여러 개가 있다. 왕실기사단장 케이달 위릭은 소수의 결사대를 이끌고 이들 관문으로 향했다. 적을 격파하겠다는 목적 같은 건 없었다. 수도의 시민들이 안전히 피신하기까지, 그리고 혹 기적이 일어나 천정기사단이 도착하기를 기대하며 시간을 끈 것이다.

성문이 뚫리면 미련 없이 퇴각하여 다음 관문까지. 다시 병력을 재편성하여 적의 공세를 막아낸다. 예정되어 있던 몇 번의 패배, 그러나 그들이 목숨 걸고 시간을 끌어준 덕에 라키시아는 아직까지 리크나이츠의 깃발이 휘날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눈물겨운 항전도 마침내 종지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관문마저 뚫리고 나자, 이제 훼창기사단의 도시 진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라키시아의 성벽은 3중 구조로 난공불락을 자랑하지만, 이제는 이를 활용할 병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방어선을 펼치기에는 도시가 너무 컸다. 근위대가 지금까지 시간을 끌 수 있었던 것도 중부관문의 좁은 길목을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훼창기사단 본대는 도착하지 않았어. 적의 선발대만 동문을 놓고 근위대와 교전 중이고. 다른 별동대가 남문으로 움직이고 있네. 그쪽은 병력이 거의 없으니까. 도시로 들어가려면 서둘러야 하겠어.”


훼창기사단은 우선적으로 궁전을 점거하려 할 것이다. 왕실도서관은 직접적인 목표는 아니지만, 어쨌든 동선이 일치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적과 마주칠 위험이 있었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루도는 즉시 말 위에 올랐다.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이미 몇 번이고 상의한 문제인데도 기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재차 물었다. 루도는 등자에 발목을 고정시키며 말했다.


“계획한 대로요. 도시로 들어가는 건 저랑 마리네, 디리터 셋이에요. 기사님들은 외곽을 따라 마차를 호위해 서문으로 이동해 주세요. 적에게 들키지 않게 조심해주시고요.”


루도, 마리네, 디리터, 이칼롯은 카잘산맥으로 향하고, 유미르네와 레미나는 카이안을 보호하며 에메랄드 섬으로 간다. 이것이 애초의 계획이었다. 다만 이칼롯은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라키시아 진입작전에는 빠지기로 했다. 그는 우선 마차에 타고 있다가 차후에 루도와 합류할 예정이었다.


“그럼 출발하죠. 다들 살아서 보자고.”


루도는 떠나기에 앞서 마차 안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이 잘 풀린다면, 그들과는 적어도 한 달 이상 만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유미르네와 카이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다만 레미나만은 어색하다는 듯이 그와 시선을 피했다. 루도도 왠지 부담스러운 기분이 들어 뒤통수만 긁적였다.


“어서 가. 지금 가면 적과 검을 맞댈 일도 없을 거다.”


이칼롯의 충고에 루도는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곧장 도시를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숲을 지나 평야로 나오니 금세 신체가 노출되었으나,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게다가 고작 셋밖에 안 되는 인원에 신경을 쓰는 이는 없었다.


“그런데 제리온이 남겼다는 정보가 대체 뭐냐?”


“에스터페른의 아이 예토. 디리터도 알지 않나?”


“아아, 그 작자. 그런데 500년 전에 살다 간 인간을 굳이 캐낼 필요가 있는 건가?”


“...나도 모르겠어. 일단은 제리온의 유언이니까.”


성문은 예상대로 굳게 잠겨 있었다. 오히려 인적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기는 성문 앞에서 루도는 로샤단의 휘장망토를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첨탑 위에서 활을 겨누고 있던 병사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당신들...설마 로샤단이오?”


“맞아요! 로샤단의 루도 클로람입니다. 어서 이 성문 좀 열어주세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성문이 움직였다. 소박한 환대를 받으며 도시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성곽을 지키고 선 50여 명의 병사가 눈에 들어왔다. 50명...불과 50명이다. 이 정도로는 적을 위협하는 수준조차 되지 못한다. 그들도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멋쩍게 무기만 매만졌다.

그런데 그 소수의 병사들 사이를 비집고 한 남자가 달려왔다. 익숙한 금발청년의 등장에 루도의 표정이 밝아졌다.


“로샤단이 돌아왔다고? 아...!”


“란돌! 아직 도시에 남아 있었군요.”


“그래. 너희들도 무사했구나. 정말 다행이다.”


란돌은 은색의 플레이트메일을 입은 채로 가볍게 일행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처음 봤을 때와 같은 유쾌함과 능청스러움은 더 이상 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벌써 몇 번이나 사선을 넘나든 것일까, 오랫동안 닦지 않아 아예 눌어붙은 갑옷의 핏자국이 일행의 시선을 붙잡았다.

의례적인 악수를 청하고 난 뒤 란돌은 곧장 제리온을 찾았다. 그는 고작 셋이 도시로 돌아온 것에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지? 함께 온 거 아닌가?”


“아, 일단 저희만 오고 다른 일행은 먼저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여긴 위험하니까.”


“그래...그렇군. 그런데 제리온은?”


“제리온...은...”


순간 마리네는 말문이 막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을 이해했는지 란돌이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런...가.”


비통하게 입술을 깨무는 그의 표정을 루도는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무도 타박하지 않았건만, 왠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 것 같은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애도의 시간은 잠시뿐, 란돌은 애써 얼굴을 들었다. 시간이야말로 현 상황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낚아채다시피 루도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왕실도서관으로 가는 거겠지?”


“아...예. 제리온이 당신에게 부탁한 게 있다고...”


“미안하다. 전부 챙겨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도서관 1층 로비의 왼쪽...왼쪽 첫 번째 탁자 아래 선반에 제리온의 일지를 포함해 몇 가지 서적을 숨겨놓았다. 중요한 부분은 내가 표시해 놓았으니 찾아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거야.”


설명하는 란돌의 눈은 어째서인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대체...무엇을 찾은 것일까? 그러나 란돌은 루도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것은 괴로움의 토로였지만, 분명 어느 정도의 공포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도무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너라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루도 클로람.”


‘...?’


란돌은 서둘러 대화를 끝내고는 재촉하듯이 일행의 등을 떠밀었다. 어느새 접근한 적의 별동대가 성문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전투명령을 내리고는, 일행이 탄 말이 엉덩이를 세게 때리며 말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우리도 곧 머지않아 이곳에서 철수할 거다. 찾는 게 있다면 서둘러라!”


가로지르는 거리는 마치 원래부터 죽은 도시였던 것처럼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도 없는 시장과 방치되어 덩그러니 남겨진 노점, 갑자기 변한 도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길고양이들. 불과 몇 주 만에 텅 비어버린 도시를 보며 마리네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아주 텅 빈 것만은 아니었다. 말을 달리는 내내 그는 자신을 쏘아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식에게 버려진 노인들, 부모를 잃은 아이들, 원래부터 갈 곳이 없었던 걸인들까지. 라키시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란도스 국왕은 ‘적에게 넘어가서는 안 되는 유력자들’부터 피신시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것이다. 아무도 돌보지 않아 남겨진 ‘소외당한 이들’이 텅 빈 도시를 채우고 있었다. 일행을 응시하는 그들의 시선에선 공포와 분노, 심지어 허무함까지 엿보였다.

버림받았다. 그 지독한 상실감 때문인지 그들은 도시가 함락되기 직전인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적에게 붙잡혀 죽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들의 딱한 사정을 알면서도 일행은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마드리고에서 그랬듯이, 일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늘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은 그저 훼창기사단이 스벤달보다 인도적인 집단이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엇?”


그러나 막 아카데미 부근을 지나갈 때였다. 디리터는 마주쳐서는 안 될 익숙한 얼굴에 황급히 말머리를 돌렸다. 아카데미 광장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피난가지 못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그네들 사이로 서너 명의 메이드가 분주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디리터는 너무 당황하여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셀린느...메리?! 대체 왜...!”


셀린느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뜨릴 뻔했다. 디리터는 곧장 말에서 내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의 얼굴에 뭐라고 말할 건지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기 때문에 셀린느는 지레 겁을 먹고 뒷걸음질쳤다.


“어째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겁니까!”


란도스가 라키시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디리터는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셀린느에게 전했다. 이는 물론, 그녀를 일찌감치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대피령이 떨어진지도 어느덧 3주가 흘렀다. 그런데도 도시에 남았다는 건, 자발적인 선택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자, 잠깐만요 아쟉스씨. 이건 그...사정이...”


“뭐 하는 겁니까! 지금 아스트리카 군대가 코앞까지 와 있단 말입니다!”


케이달, 아니 란도스에게 청이라도 해놓았으면 되었을 것을. 시간에 쫓겨 아무런 지원 없이 그녀를 남겨놓은 게 실수였다. 그의 말마따나 적은 이미 코앞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디리터는 죽은 에레이시아의 얼굴이 셀린느와 겹쳐 보여 쉬이 마음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 좀 줄여요. 여기 당신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때 메리가 재빨리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그녀도 디리터의 일그러진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치는 그녀를 디리터는 신경질적으로 다가가 팔을 낚아챘다.


“어서 갑시다.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앗...잠깐 기다려요...이게 무슨 짓이에요!”


몇 걸음을 끌려가던 메리는 이내 앙칼진 고함을 지르며 그의 손을 뿌리쳤다.


“작작 좀 하세요. 우린 아무 데도 가지 않아요!”


디리터는 그녀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함락이 확정된 도시에 남아 굳이 포로가 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가 적당한 답을 찾지 못해 입을 다물고 있자 셀린느가 쭈뼛거리며 말했다.


“아쟉스씨...죄송해요. 하지만 여기 계신 어르신들은 모두 몸이 편찮으신 분들 뿐이라...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어요.”


그제야 셀린느의 뒤편에서 불안하게 그의 눈치를 살피는 노인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노인들은 하나같이 지병으로, 혹은 노환이나 영양실조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뿐이었다. 수발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혼자 화장실에 가기조차 불가능한 이들이다.

그들의 잔뜩 겁먹은 얼굴과 마주하자 디리터도 순간적으로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도덕과 이타의 개념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였다.


“저분들을 다 데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만이라도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그...그럴 수는 없어요. 저희가 사라지면 저분들을 누가 돌본단 말인가요.”


“...어차피 포로로 잡히면 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평소의 그와는 다른, 다소 섬뜩할 정도로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그러나 루도는 그가 굳이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그런 언행을 구사하는 것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트러블이 발생했기 때문에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촉박해졌다. 그녀들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1초라도 빨리 설득해야만 했다. 이미 디리터는 최후의 방법으로 기절시켜서라도 그녀들을 데리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메리와 셀린느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녀들에겐 디리터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일 게 분명했다.


“이봐요 아쟉스씨.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의외네요. 어찌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하실 수가 있죠?”


“메리, 잘 들어요. 여긴 요양원이 아닙니다. 아카데미는 더더욱 아니고요. 여긴 전쟁터예요. 아시겠습니까? 모두 구한다는 선택지 따위 없단 말입니다.”


“그, 그런 것쯤 나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뭡니까. 저 노인들과 함께 죽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그래서 당신이 얻는 게 뭡니까? 알량한 자기만족?”


“.....”


사실 그녀들도 전쟁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닥친 참상이 그녀들의 발목을 붙잡았고, 어느새 피난이 요원해질 정도로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럼에도 이 철부지 아가씨들은 여전히 전쟁의 진상을 알지 못했다. 포로로 잡힌 민간인의 처우가 얼마나 비참한지도.

디리터가 말했다.


“좋습니다. 당신이 좀 더 납득할만한 이야기를 해드리죠. 군대, 특히 장거리 원정대는 언제나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수송을 포함하여 요리, 빨래, 치료...각종 비전투부대의 필요성이 절실하죠. 때문에 포로로 잡힐 경우엔 이런 노동에 강제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 노인들은 거동조차 불편한 분들이기 때문에 적들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식량을 축낸다며 포로로 데려가지 않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셀린느, 메리. 당신들은 젊고 건강한 여성입니다. 강제 노역은 물론이요.....좋아요, 솔직히 말하죠. 어쩌면 성 노리개로 취급당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성노리개라는 단어가 나오자 셀린느는 충격을 받은 듯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비약이 아니라, 디리터는 그저 자신이 접해왔던 사실을 말한 것뿐이었다. 흑연기사단이 저지른 만행을, 훼창기사단이 답습하지 않으리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워낙에 디리터가 세게 나오는지라 셀린느를 비롯한 4명의 메이드들도 점차 갈등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노인들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리 한쪽이 없는 노인이 목발을 짚고 다가왔다.


“아가씨들, 어서 저분들을 따라가요. 그야말로 백마 탄 기사가 아니신가.”


“어...어르신! 하지만...”


“내가 못나 아가씨들을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구려. 하지만 늙고 병들었을지언정 나도 사람이오. 만약 아가씨들이 아스트리카에 붙잡힌다면 난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거라오. 그러니, 어서 가시오.”


그 노인을 시작으로 다른 병자들도 하나둘 메이드들이 떠나기를 종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거동할 수 있는 어느 노파는 음식을 만들고 나르는 일은 문제없으니 걱정 말고 떠나라며 호언장담을 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되자 메이드들은 참았던 눈시울을 훔치며 노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사이 가장 먼저 운을 뗐던 노인이 디리터와 악수를 하며 말했다.


“고마우이. 늙은 것도 서러운데 하마터면 창창한 처자들의 미래까지 망칠 뻔했어.”


“아, 아뇨. 죄송합니다 어르신. 저기...그...”


“괜찮아 괜찮아.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다고. 그래도 이 험한 세상에 60이 넘게 살았으니...미련은 없다네. 그런데 자네들은 누군가? 근위대 소속은 아닌 것 같고.”


“네? 아...저흰 특무별동대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로샤단이라고...”


“로샤단이라...그러고 보니 예전에 세르딕 로샤단이라는 레인저가 있었지.”


노인은 지나간 옛 과거를 회상하는 듯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는, 이내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그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서, 디리터는 메이드들을 차례차례 말에 태웠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의 본래 목적을 깨닫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곤란해하는 그에게 루도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마리네랑 먼저 돌아가 있어. 제리온의 일지는 나 혼자서도 챙길 수 있으니까.”


“루도...하지만...”


“말했잖아.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라고. 게다가 아직 도시가 함락된 것도 아니니까 아무 문제 없어. 각자 일 끝내고 북문 외곽에서 만나기로. 그럼 되는 거지?”


그의 배려에 고마워하면서도 디리터는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경호역을 자처한 것인데, 불가피하다고는 해도 이런 중요한 시기에 루도를 혼자 보내게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지라 그는 루도의 등을 크게 때리는 것으로 망설임을 없앴다.


“미안하다, 루도. 최대한 빨리 돌아오마.”


“루도, 알고 있지? 북문이야. 훼창기사단은 동문과 남문 방향에서 들어오고 있으니까. 일 끝나면 무조건 북문으로 달려야 해!”


디리터와 마리네가 사라지고 나자 루도는 크게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이런 경험이 없었던 것도 아니건만, 혼자 남겨지는 상황만큼 온몸의 감각을 곤두서게 하는 것도 없었다. 멀리 싸라기눈에 뒤덮인 궁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한 규모와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던 리크나이츠의 상징이 지금은 무너진 폐허를 보는 것만큼이나 을씨년스럽게 느껴졌다.

왠지 안으로 들어갔다간 자신도 폐허에 잡아먹힐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루도는 애써 불안한 직감을 외면한 채 말을 몰았다. 예상했던 대로 궁전은 텅 비어 있었다. 국왕을 포함하여 귀족, 군인, 하인마저도 모조리 사라진 궁전 내부는 숨이 막힐 듯한 고요로 뒤덮여 있었다.




***




마차는 남문 외곽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차츰 서문으로 접근하는 중이었다. 여기서 관문을 통과하면 항구도시 메르실까지는 일직선이었다.


“조용하군요. 뭐 당연한 일이지만.”


교전은 동문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마차가 달리고 있는 외곽 숲길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눈이 내린 밀밭 사이로 기러기가 지나다니는 게 보였다.


“흐음, 너무 고요해도 기분 나쁜데.”


루도를 대신하여 사주경계를 맞은 유미르네가 마차 지붕 위에서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녀는 아예 바닥에 철퍼덕 드러눕고는 눈구름이 드리워진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하늘 내려오는 눈발이 그녀의 뺨에 닿을 때마다 사르륵 녹아내렸다. 그 쾌청한 감각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한동안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한편 레미나는 마차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는 중이었다. 창틀에 턱을 괴고 있자니 자연스레 유미르네와의 거리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늘어뜨린 유미르네의 머리채가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좌우로 물결 쳤다. 레미나는 가만히 그것을 매만지며 말했다.


“유미르네...역시 제가 먼저 사과해야겠죠? 그...루도한테...”


“어머나, 그래선 여자의 자존심이 안 서죠. 맞은 건 공주님이라고요.”


“하, 하지만 말을 심하게 한 제 탓도 있으니까...”


귀엽다고 해야 할까, 답답하다고 해야 할까. 그녀 역시 루도와의 서먹해진 관계 때문에 괴로워하던 참이었다. 사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루도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초반에 말을 걸 타이밍을 놓치고 나자 이후로는 왠지 눈을 마주치기가 부담스러워져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게 된 것이다.

의도적으로 죄책감 주기? 아니면 상대방을 몰아세워 사과를 강요하기? 아쉽게도 그녀는 그렇게 모진 성격이 못되었다. 마침 루도가 떠나고 나자 그녀는 혼자 안달이나 사과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미르네로서는 그녀의 한 수 굽히고 들어가는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주님, 이건 누구한테 물어봐도 백이면 백 루도 잘못이에요. 그런데 관계가 서먹해졌다고 공주님이 먼저 사과하는 건 너무 저자세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그...별로 사과하려는 기색도 안 보이고...왠지 제가 더 잘못한 거 같기도 하고...”


“으이구, 그러니까 걔가 밴댕이 소갈딱지인 거죠. 걔도 나름 고개 숙일 타이밍 노리고 있을 테니 공주님은 그냥 기다리기나 하세요. 하긴, 적어도 한 달간은 볼 일 없겠지만요.”


유미르네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신경하게 둘 사이의 문제를 규정지었다. 마차 안에는 카이안과 이칼롯도 있었으나 이번만은 유미르네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해 별다른 추임새를 넣진 않았다. 그러나 레미나는 여전히 안절부절못하더니 급기야는 전혀 상관도 없는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제가 연상이고 직위도 높으니까...이번에는 제가 먼저 사과하는 게 낫겠죠? 그러니까...상급자의 관대함이라는 측면이라고나 할까...”


‘...이 아가씨, 결혼하면 백방 남편에게 붙잡혀 살 타입이네.’


그러나 레미나의 하소연은 거기서 끝이 났다. 하품을 하던 유미르네가 돌연 정색하며 고개를 치켜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뭔가 잘못을 저질렀나 싶어 어깨를 떨던 레미나는, 그러나 유미르네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있다는 걸 깨닫고는 그녀의 눈을 따라갔다.


“뭐, 뭔데 그래요?”


“...아무래도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네요.”


눈을 잔뜩 찡그려봤으나 빛이 바랜 침엽수림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주위의 기사들도 유미르네의 경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침엽수림을 뚫고 화살이 날아들었다.

파바바박. 화살세례에 기사 몇 명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운이 나쁘게 ‘빗나간’ 화살에 맞은 경우고, 대부분의 공격은 일행이 탄 마차에 집중되어 있었다. 화살이 꽂히기 직전, 유미르네는 레미나의 얼굴을 밀어 마차 안으로 집어넣고는, 그대로 발을 차 마부석으로 뛰었다. 곧 그녀가 있던 자리에 네댓 개의 화살이 떨어졌다.


“뭐, 뭐지? 적인가?”


“무슨...훼창기사단인가? 아니, 그럴 리가.”


갑작스러운 기습에 호위병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30여 명의 병사가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고 마차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안에 있던 이칼롯이 마부석 창을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유미르네, 적의 규모는 어느 정도지?”


“30명쯤, 아케니온은 아니에요. 행색을 보아 정규군도 아닌 거 같고...사병집단? 아니, 용병 같네요.”


“용병이라. 누가 고용한 거지. 목표는 공주님인가? 아니면...”


레미나를 노리는 인물은 얼핏 유추해보아도 꽤 많았다. 로드웰 후작을 포함하여 남진파의 귀족들, 그리고 이번에 레인스터에서 달아난 이바르도와 파블로도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또한 AOC를 거부했던 아르카디아와 에닌샤의 영주들도.

문제는 일행의 위치를 어떻게 파악했느냐는 점이었다. 미행의 낌새는 없었으니, 처음부터 일행이 수도로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게 된다. 정보가 누설되었다면, 범인은 누구?

만약 암살자들의 목표가 단지 레미나일 뿐이라면, 그건 그거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그들이 노리는 게 카이안이라면?

이칼롯은 부목으로 고정된 팔을 살짝 움직여 보았다. 여전히 시큰한 통증이 오긴 하지만 그래도 움직임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몸을 일으키자 오랫동안 쓰지 않아서인지 어깨며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었다. 그는 깁스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천천히 마부석으로 향했다.


“어쨌든 마음 편히 앉아 있을 때는 아니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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