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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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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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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0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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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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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DUMMY

거리는 아비규환이었다. 곳곳에 부상자가 즐비했지만 사람들은 악마들의 기세에 눌려 채 구하러 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리네는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아무리 듣지 않으려 해도 사람들의 절규소리는 고막을 비집고 들어와 그를 괴롭혔다.


‘내가...무슨 짓을...’


그냥 가만히 놔뒀더라면, 그래서 악마들이 서둘러 달아나도록 방조했더라면 도시는 한때의 평화를 영위해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수정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런 건, 눈앞에 널브러진 수십여 구의 시체 앞에서는 아무런 합리화도 되지 않았다. 차라리 이대로 수정을 넘겨버리면 무의미한 학살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으나 이성이 또 이런 때는 잔인하게 손목을 붙들었다.

‘이렇게 됐으니’ 더욱 수정을 빼앗겨선 안 된다.


그는 섬뜩한 논리로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여기선 숨어야 한다. 어떻게든, 루치페리아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당장 나와라 꼬마. 이 마을을 몽땅 부숴놓기 전에!!”


악마들은 손에 닿는 것을 몽땅 부수고 다녔다. 란돌이 병사를 규합하여 저항을 시작했으나 1~2마리 수준이지, 모든 악마를 저지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숫자였다. 잔상처가 늘어갈수록, 시간이 지체될수록 악마들은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 갑작스런 날벼락에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집안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러지 못한 이들은, 그저 악마가 자신을 지나쳐 가기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우아아앙! 살려주세요!!”


한 소년이 눈물을 뿌리며 마리네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 이제 열 살쯤 되었을까? 고사리 같은 발을 굴리며 도망쳐오는 소년의 셔츠는 그러나 어린아이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많은 피가 가득 적셔져 있었다. 그때까지 마리네는 골목 모퉁이에 숨어 행여 수정의 빛이 새어나오진 않을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년의 비명과 마주한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팔이 뻗어 나갔다.


“쉬잇, 조용히 해.”


그는 소년을 낚아채고는 입을 틀어막아 진정시켰다. 소년은 버둥거리지 않았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순간 기력이 다 빠져버린 것인지 그는 마리네의 품에 축 늘어졌다. 마리네는 서둘러 소년의 상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의 가슴팍엔 고랑이라도 판 듯 커다란 절개상이 대각선으로 그어져 있었다. 그 참혹한 광경에 마리네는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어린애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부상이었다.


“아...으...아저씨...살려주세요.”


“.....”


“괴...물 맞죠? 괴물들이...엄마랑 동생을....죽였...”


공허한 눈동자 위로 눈물이 차곡차곡 쌓였다. 소년은 마지막 힘을 다해 마리네의 팔뚝을 꼭 감아쥐었다. 그러나 어린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보며 마리네는 왠지 소년이 자신을 원망하는 것만 같아 똑바로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분노와 죄책감이 어우러져 뺨을 타고 흘렀다. 세상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진 것만 같았다.


“왜....우린 나쁜 짓도 안 하고.....착하게 살았...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소년의 손이 툭 땅에 떨어졌다. 어찌나 한이 맺혔는지 소년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네는 소년의 유해를 남겨두고서 골목길을 가로질렀다. 움직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악마들에게서 떨어져야 한다. 지금 악마들과 마주쳤다간 그대로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제발...루치페리아...제발...!”


거리는 점차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정리되었다’라는 표현은 악마들의 관점에서다. 놈들은 자신들이 지닌 파괴력에 놀라워하면서도, 여전히 묘연한 수정의 행방에 분노를 표출했다. 그레이브 디거는 초조했다. 이대로 도시를 초토화하면 수정을 찾을 수야 있겠지만, 그는 예정에도 없는 숨바꼭질에 시간을 할애하고 싶진 않았다. 또한 란돌이 이끄는 인간 병사들의 저항과, 비홀더가 언급했던 생텀가드의 존재도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였다.


“뭔가 뒤가 구리군. 마음에 들지 않아.”


“응? 그게 무슨 뜻이지?”


“토끼 하나 잡는데 굴을 전부 파헤칠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그는 무작정 거리를 헤집는 자신의 행동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의 말마따나 토끼를 잡는데 삽은 필요 없다. 연기를 굴속으로 밀어 넣어, 토끼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오길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레이브 디거는 일행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 - 마리네를 보호하려 한 란돌의 움직임이나, 스스로 미끼가 된 이칼롯 등 -을 바탕으로 마리네의 성격을 유추했다. 흔히 있는 전사 집단이다. 명예를 중시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그렇게 행동하면 자신들의 모든 행위에 면죄부가 주어질 거라 믿는 부류들.


“레벨러, 날고기가 좋다고 했었나?”


“....그런데 그게 왜?”


그레이브 디거의 시선이 광장 한복판에 들어선 마을회관에 향했다. 통풍을 위해 뚫어놓은 창과 출입문을 제외하곤 사방이 밀폐된 구조다. 그는 마리네가 저런 퇴로가 차단된 건물에 숨어들진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수정과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그 건물이 마리네를 꾀어낼 미끼가 되리라 확신했다. 회관에는 악마를 피해 도망쳐온 부녀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레벨러, 그리드, 저기 보이는 건물을 봉쇄해라. 안에서 나오는 인간이 있으면 전부 삼켜버려.”


“뭐? 그 꼬마가 들어가는 모습은 못 봤는데...어?”


다른 악마들도 뒤늦게 그레이브 디거의 의도를 파악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감을 느낄 정도로 그의 작전은 극단적이었다. 레벨러는 머뭇거리며 건물 입구를 막았다. 굳이 튀어나오는 인간에 집중할 필요도 없었다. 안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거대한 메기 형상을 한 레벨러의 외관에 질겁하여 더더욱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레이브 디거는 거리에 널려 있던 기름통을 주워 마을회관 지붕에 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광경은 숨어 있던 마리네의 눈에도 들어왔다.


“수정을 가져간 꼬마! 네가 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안다.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두 번은 말하지 않겠다.”


그는 불이 붙은 장작을 들어 위협적으로 흔들었다.


“설마 죄 없는 민간인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진 않겠지?”


회관에는 어림잡아도 스무 명은 되는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겁에 질려 벌벌 떨고만 있는 사람들. 그들의 생명을 저버릴 만큼 마리네는 냉혈한 성격이 못됐다.

그는 자신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어떤 결과가 야기될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갔다.


“멈춰! 나는 여기 있다! 그러니...”


모습을 드러낸 ‘토끼’를 보며 그레이브 디거는 혀를 날름거렸다. 표적이 나타났으니 이제 수정을 빼앗아 가던 길을 떠나면 되는 일이었다. 수정만 있으면 이런 인간 도시 따위 그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스스럼없이 장작불을 던지며 말했다.


“그래. 드디어 나와 주셨군. 이 빌어먹을 꼬마가.”


화아악! 기름을 먹은 지붕을 따라 삽시간에 불길이 옮겨붙었다. 건물 전체가 화염에 뒤덮이기까지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젊은 처녀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건물에서 뛰쳐나왔으나 곧 레벨러의 발에 뭉개졌다. 만개한 화염 속에서 마리네는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예전 람카디스가 죽던 날의 기억과 놀랄 정도로 흡사했다.


“으, 으아아아아!!”


그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길게 울부짖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그를 미치게 하는 건 죄책감이나 공포 같은 게 아니었다. 마리네는 눈을 질끈 감았다 뗐다. 그러자 시야가 뚜렷해지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가 머릿속에 명확하게 그려졌다.



***



승부는 단번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져야 했다. 텔슈피드의 잔량은 알 수 없었으나 지금까지 달리며 소모해온 양을 고려할 때 채 길어봤자 2분 정도일 터였다. 점차 숨이 가빠졌으나 쉴 틈은 전혀 없었다. 이칼롯은 달리는 와중에 끊임없이 도시의 지리와 건물의 배치를 파악했다.

처음 와보는 도시지만, 이런 작은 영지의 구조는 대개 비슷하다. 영주가 사는 성을 중심으로 도시 유지들의 거주공간이 마련되고, 성 외곽을 따라 촌락이 구성된다. 미사를 위한 신전은 대개 영지 외곽에 만들어지고, 제분소나 양조장은 원자재의 공급을 위해 성문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놓여진다.

그리고 위병대기소. 위병대기소는 영지 전역을 통제하기 위해 도시의 중심부에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병대기소가 있을 것이란 이칼롯의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그는 멀리 깃발이 나부끼는 투박한 석조건물의 윤곽을 발견하곤 더욱 속도를 올렸다.


“에잇, 요리조리 잘도 도망치는구나!”


다크리퍼가 재차 도약해 그의 등을 노렸다. 이칼롯은 다시 텔슈피드를 사출해 이를 방어하려 하였다. 그러나 웬걸, 방출된 전격은 불과 수십cm에 불과했고, 이는 다크리퍼의 기다란 손톱을 막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녀석의 손톱이 오른팔 상박을 스치고 지나가자 이칼롯의 상체가 일순 휘청거렸다. 그러나 그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땅을 점점이 적시는 핏방울은 확실한 부상의 증거였다. 소득 없는 추격에 조바심내던 악마들도 신이 나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저 귀찮은 아티팩트도 드디어 힘이 다한 모양이군. 어서 일 끝내고 돌아가자고.”


“쉽게는 못 죽이지! 아직도 팔이 저릿저릿하다고. 인간 자식, 사지를 하나하나 찢어 죽이고 말 테다.”


이칼롯을 따라온 악마들은 전체적으로 성질이 급한 부류였다. 그들은 단지 지체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이칼롯을 어떻게 죽여야 할지에만 골몰했다. 다크리퍼도 텔슈피드의 힘이 떨어진 이상, 그에게 저항할 힘 따윈 남아 있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때문에 이칼롯이 위병대기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에도 그들은 별생각 없이 그를 따라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대개의 인간이 그렇듯, 건물 안에 몸을 숨기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크리퍼는 코웃음을 쳤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든, 아니면 다락에 숨든 악마의 추격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에겐 이칼롯의 선택이 스스로 퇴로를 차단한 악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작은 희열까지 느끼며 위병대기소의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자아, 술래잡기는 끝이다 인간.”


건물 안은 고요했다. 대충 훑어봐도 몸을 숨길만 한 가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의자와 탁자, 바닥을 굴러다니는 투구 몇 개, 벽에 걸린 과녁판. 눈에 밟히는 게 고작 이런 정도니 도망쳐 온 인간도 꽤나 당황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지하인가...알아서 무덤으로 기어들어가 주는군.”


금방 열고 들어간 것인지 삐거덕거리는 지하실 문을 보며 다크리퍼는 실소를 터뜨렸다. 죽음의 공포로 이성이 무너진 것인가. 차라리 2층으로 올라가 옆 건물로 뛰는 게 더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알아서 궁지에 몰려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악마들은 괴성을 지르며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음?”


그러나 지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위병대기소의 지하는 감옥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감옥 안쪽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악마들은 좁은 통로를 따라 쇠창살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이칼롯의 흔적은 없었다. 맨 끄트머리의 감옥에도 그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불현듯 속았다는 생각이 뇌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다크리퍼는 황급히 등을 돌렸다.

그곳에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칼롯이 초연한 자세로 서 있었다.


“....?”


악마들은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이칼롯이 트릭을 써서 자신들을 지하로 몰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가 문을 등지고 서 있는 것일까? 속임수를 썼다면 그렇게 마련된 시간을 활용해 최대한 달아나야 하는 게 아닌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그가 구태여 돌아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았다.

이칼롯이 말했다.


“끝났다.”


그 한 마디는 마치 당연한 명제를 말하듯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조용한 기백에 다크리퍼는 흠칫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몸이 느끼는 공포를 여전히 머리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냐? 이제 와 목숨 구걸이라도 하려는 건가?”


“멍청하긴. 내가 왜 네놈들을 여기까지 몰아넣은 거라 생각하는 거냐.”


몰아넣었다? 도망친 게 아니라? 분명 쫓는 쪽이 악마, 달아나는 쪽이 이칼롯이었다. 그런데 이 다분히 능동적인 표현은 무엇이란 말인가. 설마 아티팩트의 잔량도 떨어진 상태로 슬러터 다섯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단 말인가.

그때 다크리퍼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너....너...!”


“안타깝지만 죽는 쪽은 너희들이다.”


텔슈피드가 격렬한 기세로 전광을 뿜기 시작했다.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번개는 그 길이만 수 m에 달했다. 그것은 공격은커녕 접근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어...어? 자, 잠깐...”


일부러 텔슈피드의 방출량을 줄인 것도, 어깨를 드러내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것도 모두 그의 의도였다. 위병대기소로 들어선 순간 그는 지하 감옥 입구를 열어젖히고 자신은 2층 다락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뒤이어 악마들을 따라 들어가자 그가 바라던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감옥 통로는 사방으로 2m가 채 안 되는 비좁은 구조였다. 당연히 출구는 이칼롯이 막아선 문 하나뿐이고, 벽은 두꺼운 석재로 덮여 힘으로 부수고 나가기란 불가능했다. 요컨대 전후좌우 모든 공간이 텔슈피드의 사정권 안이고, 악마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번개의 벽을 뚫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칼롯은 지난 몇 번이 교합으로 그들이 전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해놓은 상태였다.

이제 슬러터의 공격방식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었다. 게다가 완벽히 밀폐된 공간, 하베스트나 제폰처럼 상대가 텔슈피드의 사정권 밖으로 달아나버릴 염려도 없었다. 이칼롯은 번개의 중심에 선 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주인의 의도를 알아챈 것인지 텔슈피드도 똬리 트는 뱀처럼 허공에서 수십 번씩 그 형태를 바꾸어갔다.


“기다려! 잠깐 끼히이익...!”


전광에 닿은 악마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네 마리의 악마도 차례차례 텔슈피드의 번개에 삼켜졌다. 다크리퍼가 천장을 뚫으려 팔을 휘둘렀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곧 그 역시 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번쩍, 번쩍! 어둠 짙은 지하 감옥이 때아닌 빛으로 환해졌다. 번개가 악마를 치고 지나갈 때마다 빛은 더욱 찬란하게 사위를 밝혔다. 그때마다 반사적으로 이칼롯의 얼굴에 짙은 음영이 드리워졌다. 그는 악마들의 몸이 전부 불타오를 때까지 검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텔슈피드의 번개가 사라져 다시금 어둠이 찾아왔을 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너머로 불쾌한 고기 타는 냄새가 번지고 있었다.

이칼롯은 검을 갈무리한 뒤 감옥을 빠져나왔다.






******



짧고 간결한 절규가 끝나자 마리네는 등을 돌려 곧장 북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딱히 몸을 숨길만 한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란돌을 비롯한 도시수비대는 이미 슬러터 셋을 상대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가 몇 안 되는 우군을 등지고 북으로 방향을 튼 것은, 순전히 루치페리아와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혀보기 위함이었다.

물론 그녀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제시간에 도착하리라는 보장 역시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 확률 낮은 도박에 마리네는 모든 것을 걸었다. 그는 일부러 비좁은 골목을 누비며 적의 시야를 교란시켰다.


“마지막 발악치곤 단순해서 좋군.”


레벨러를 제외한 모든 악마가 마리네를 쫓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민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애초에 사람의 발로 악마를 따돌리기란 무리였다. 건물 지붕을 가볍게 건너뛰는 슬러터의 기동력에 마리네는 순식간에 따라잡혔다. 결정타를 날린 것은 스팅이었다. 막 마리네가 골목 모퉁이를 돌기 직전, 그는 지붕 난간에 착지함과 동시에 어깨에 우둘투둘하게 솟은 가시를 동시에 발사했다. 수십 개의 날카로운 침이 마리네가 있던 자리에 우수수 꽂혔다. 몇 개는 벽에 박혔고, 몇 개는 레더아머에 튕겨 나갔으며, 또 몇 개는 힘이 부족해 망토에 꽂히는 선에서 멈췄다.

그리고 몇 개는, 정확히 그의 상체를 관통했다.

푸푸푹. 뾰족한 침이 가슴을 뚫고 비죽 솟아나왔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마리네는 그 자리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가슴에 박힌 침이 땅을 긁으며 기묘한 소리를 냈다.


“휘유-. 솜씨는 여전하군그래. 스팅.”


“......”


끝났다는 생각에 제법 농담까지 던지는 악마와 달리 스팅은 어째서인지 경직된 표정이었다. 분명히 치명상을 입었을 텐데, 쓰러진 소년에게서 여전히 강렬한 투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목이 긴 원숭이의 형상을 한 악마가 수정을 회수하기 위해 마리네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미처 스팅이 제지할 틈도 없이, 악마의 머리가 툭 땅바닥에 떨어졌다.


“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리네의 상체를 뒤집으려 한 순간, 은백색의 궤적이 악마의 목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목만 남은 악마는 뒤늦게 자신에게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곤 눈을 부릅떴다.


“네, 네놈...!”


마리네는 검을 지지대 삼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슴에 꽂힌 침을 뽑을 생각도 않은 채 다시 북쪽으로 느릿느릿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달음에 좁힐 수 있는 그 거리를 어째서인지 스팅은 쫓을 수가 없었다. 뒤따라온 그레이브 디거가 그를 다그치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따라가지 않고!”


“뭔가....이상하다.”


“뭐?”


마을회관을 불태운 시점부터, 아니 어쩌면 식당에서 처음 눈을 마주쳤을 때부터. 막연했던 불안감이 점점 물꼬를 터 그의 몸을 옥죄고 있었다. 그는 추격을 주저했다. 부상을 입고 달아나는 소년의 어깨너머에서 흡사 불길이 치솟는 듯한 환각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저건 도망치는 인간의 눈이 아니야. 뭔가....노림수가 있어.”


“그래서 뭐!!”


그레이브 디거가 진노하여 그의 멱살을 낚아챘다. 우두머리격인 두 악마의 충돌에 다른 자들도 놀라 움직임을 멈췄다. 그레이브 디거가 이를 갈며 말했다.


“저 인간 꼬마가 무슨 짓을 꾸미든 상관없어. 우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정을 드라칸에게 가져가야 해. 알아? 실패하면 어떻게 될지는 네가 가장 잘 알 텐데.”


그것은 협박이자 호소였으며, 간청이었다. 그가 무얼 말하려는지 알기에 스팅도 더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레이브 디거를 필두로 스팅을 비롯한 모든 악마가 다시 마리네를 쫓기 시작했다. 가벼운 말다툼 덕에 시간을 뺏기긴 했지만, 어차피 부상당한 몸으로 갈 수 있는 거리는 뻔했다. 땅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이정표 삼아 악마들은 그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마침내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


걷다걷다 마침내 기력이 다한 것인지 마리네는 신전 외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여전히 가슴에 꽂혀 있는 침 끝으로 피가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그는 무너지려는 상체를 간신히 지탱한 채 악마들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더 이상 맑게 빛나지 않았다. 어느새 몰려온 먹구름이 슬금슬금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마리네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곰실거리는 구름 사이로 그토록 기다리던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자, 끝났다 꼬마. 가만 놔둬도 알아서 죽겠지만, 네 녀석의 목은 내 친히 잘라주도록 하마.”


“....킥.”


후둑, 후두둑. 굵은 빗줄기가 거리의 적막을 깨고 있었다. 그레이브 디거는 마리네의 숨통을 끊기 위해 손을 크게 부풀렸다. 그런데 그 순간, 때아닌 소나기와 함께 그녀가 악마들의 후방에 내려앉았다. 가장 뒤에 있던 악마가 첫 희생양이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악마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악마의 천적. 천 년이나 그 임무를 지속하고 있는 아루의 사자들.


“새...생텀...”


-다수의 슬러터 확인. 절멸작업에 들어갑니다.


퍼걱. 루치페리아의 창이 악마의 가슴을 꿰뚫었다. 뒤이어 창에서 순백의 빛이 퍼져 나갔고, 악마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흩어졌다.


“마, 막아!!”


“우와아악?!”


후방에 있던 악마들은 물론, 지시를 내리던 그레이브 디거조차도 공황상태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도 무리는 아니었다. 기나긴 세월 동안 생텀가드란 악마에게 있어 사형선고자나 다름없었으니까. 루치페리아가 한 번 창을 내뻗을 때마다 슬러터가 하나씩 터져나갔다.

어떤 악마는 아예 저항을 포기하고 목숨을 구걸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서는 일말의 자비도 엿볼 수 없었다. 그저 부수고, 찌르고, 눈에 보이는 모든 악마의 숨통을 끊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루치페리아의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는 동안, 오직 스팅만이 마리네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다. 그 눈빛. 그 태도!”


스팅은 자신에게 닥친 모든 상황에 체념했다. 발버둥을 쳐본들 생텀가드에게서 달아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징조를 느꼈을 때 멀리 달아났으면 좋았을 것을. 아니, 애초에 수정 따위 상관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모두 이걸 노린 것이었구나! 난 여기서 죽겠지.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그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눈앞의 소년이라도 길동무로 데려가자는 심산이었다. 그는 마리네의 목을 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도약했다.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져 있던 그로서는 스팅의 일격을 막아내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 그때, 마리네의 위기를 감지한 루치페리아가 스팅을 향해 힘껏 창을 투척했다. 날아간 창은 정확히 스팅의 오른팔을 박살냈고, 그의 공격은 아슬아슬하게 마리네의 목을 스치고 지나가는 수준에서 끝났다.

스팅은 격통 속에서도 남은 한쪽 팔을 치켜들었다. 이제 그와 마리네 사이를 가로막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팔만 휘두르면 끝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어깨가 일순 경직됐다.

코앞까지 다다른 거리에서, 소년이 환희에 들끓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은 어금니가 훤히 보일 정도로 큼지막하게 벌어졌고, 눈동자는 성취감에 취해 부옇게 일그러져 있었다.



케케케케



통쾌한 웃음을 몸에 두른 채 그가 움직였다. 스팅이 재빨리 팔을 휘둘렀으나, 그의 속도가 좀 더 빨랐다. 그는 앞으로 넘어지듯 상체를 기울이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크게 그었다. 스팅의 목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넌...수정을 노린 게 아니었어...”


잘린 목이 비 웅덩이에 첨벙, 하고 떨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년의 모습을 기억에 담기 위해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돌렸다. 그러나 빗물이 반쯤 차올라 그의 윤곽은 굴절되어 흐릿하게 다가왔다.


“처음부터....우릴 모두 죽일 목적으로.....”


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마리네는 떨어진 그의 목을 난도질하고는, 그 잔해마저도 꼼꼼히 발로 밟아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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