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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8,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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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24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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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DUMMY

하산 길은 아무래도 오를 때의 고충에 비하면 훨씬 마음이 편했다. 추위도 한풀 꺾여 칼바람이 부는 시기도 잦아들었고, 몰아치는 눈보라에 밤잠을 설칠 일도 없었다. 여전히 사방천지가 눈밭이긴 하지만, 올라오며 파헤쳐놓은 눈길이 그대로 남아 있어 방향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이따금 앙상한 고목 사이로 겨울 철새가 기지개를 켜는 게 보였다. 그만큼 한파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등정을 시작한 이래 루도가 줄곧 두려워하던 근심거리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첫날은 어찌어찌 버텼으나 둘째 날이 되자 하늘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했고 사흘째가 되자 단지 발걸음을 내딛는 데에도 힘이 푹푹 빠졌다.


『배고프다...』


“말 시키지 마라. 더 배고파진다.”


식량이 떨어진지 오늘로 닷새. 루도는 허기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바람 한 줄기만 불어도 몸을 가눌 수가 없고, 현기증이 나 내리막길을 걷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려가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도 없는 게 계절이 계절인지라 먹을 만한 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이전에 얼어 죽은 토끼를 발견한 건 정말 기막히게 운이 좋은 경우라고 봐야 했다.


“...다 와가네. 오늘은 저 오두막에서 묵을 거야. 땔감이야 충분하겠고....땔감은 못 먹나?”


멀리 오두막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한 번 들렀던 곳인 만큼 지형도 낯설지 않았다. 레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날 허기를 못 이겨 눈을 잔뜩 집어 먹었다가 배탈이 난 상태였다. 안 그래도 들어오는 게 없는 데 나가기만 잔뜩 나가다 보니 그녀는 몰라보게 해쓱해져 있었다.


“죽을 거 같아...”


숙소가 다가오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었다. 이제 겨우 절반쯤? 지금의 속도를 유지해도 닷새는 더 가야 한다는 말이니, 물론 이론상으로는 굶어 죽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치가 떨리는 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허기로 힘이 없다 보니 대화도 부쩍 줄어들었다. 아마 오늘도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져 잠을 청할 게 분명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오두막을 향해 걸어갈 즈음이었다. 마침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주위가 삽시간에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애써 발걸음을 빨리하려던 루도는, 오두막 창가에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하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누가 있네?”


『엇...진짜네.』


제오프가 호기심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사람이 있다는 건 즉 먹을 게 있다는 뜻이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물론 루도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려왔다고는 해도 여전히 험준한 산중이다. 오두막을 ‘점거’한 자들이 꼭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리라고는 확신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일단 길을 우회해 안쪽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혔다. 꽤 접근했는데도 딱히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인원은 소수인 모양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


레미나가 물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오긴 했는데, 일행이 식료품 강도는 아니지 않은가? 상대가 우호적인지 아닌지는 일단 만나보고 볼 일이다. 루도는 왠지 머쓱해져서 뽑으려던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어쩌긴, 노크하고 들어가야지.”


똑똑. 분명 어수선한 낌새가 느껴지는데도, 안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다시 문을 두드려 봐도 마찬가지였다. 기다려봤자 결착이 안 나겠다 싶어 루도는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런데 막 문이 열리던 그 순간, 틈사이로 유리병이 날아 들어왔다.


“실례합니...더헉!”


루도는 반사적으로 뒤로 몸을 날렸다. 표적을 놓친 유리병은 땅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졌다.


“이, 이게 뭔...”


루도는 후다닥 일어나 깨진 유리병을 살폈다. 안에 액체가 담겨 있었던 것인지 눈밭 한가운데가 움푹 파인 게 보였다. 그게 무엇이든, 이 병 투척이 호의의 증거가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재빨리 검을 뽑으려던 그는, 그러나 문 사이로 보이는 앳된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곤 미간을 치켜떴다.


“응? 여자?”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둘. 게다가 치마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군인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레이첼처럼 산간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니 그쪽에서 먼저 말을 건네왔다.


“당신들은 누구죠?”


“누구...냐니. 그냥 지나가던 여행자인데요.”


“여행자? 강도가 아니고요?”


“강도라뇨! 애초에 강도짓 할 거면 도시로 가지 왜 이런 더럽게 추운 산속으로 오겠냐고요.”


의외로 소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도의 절박한 설득도 있었지만, 뒤편에 선 레미나의 몰골이 워낙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레인저 오두막이라는 게 딱히 정해진 소유자가 있는 것도 아니라 두 사람은 소녀의 안내를 받아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했어요. 저희는 산적이나 그 안내인인 줄 알고...아, 염산병에 안 맞아서 정말 다행이네요.”


“여, 염산이요?”


뜨악하여 밖을 바라보자 아니나 다를까 병이 깨진 자리에서 희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저걸 온몸에 뒤집어썼으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자 오금이 저려왔다.


『뭐야 이 여자들...진짜 큰일 날 뻔했잖아.』


소녀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조금 심하다고 느끼긴 했는지 연방 루도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오두막에 들어온 시점에서 루도와 레미나에겐 이미 그녀들의 이야기 따윈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수프 냄새. 그것만으로도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초면에 실례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루도는 거의 애원에 가깝게 말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요. 저희가 닷새째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그런데, 음식 좀 나누어 먹을 수 있을까요?”


여기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면 발목을 붙잡고 매달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다행히 소녀들은 루도의 간청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그걸로 제 살인미수를 잊어 주신다면요.”


소녀는 큼지막한 그릇에 수프를 퍼 루도와 레미나에게 건넸다. 그런데 또 다른 소녀가 수프를 보며 진저리를 치는 게 보였다. 루도가 말했다.


“수프에 뭐 이상한 거라도 들었나요?”


“아니오. 그냥 뱀고기를 갈아 넣어 만든 정상적인 뱀 수프일 뿐이에요.”


“배, 뱀고기?!”


닷새를 굶은 상황인데도 레미나는 질색을 하며 뒷걸음질쳤다. 루도와 함께 여행하며 갖가지 음식을 먹어봤지만, 파충류를, 그것도 뱀을 먹는다는 건 그녀의 상식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시골에서 나고 자란 루도에게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뱀 정도면 아주 우수한 보양식이다.

그는 수프를 후후 불어 숟가락도 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켰다. 뜨거운 수프가 허기와 추위에 지쳐있던 몸을 뜨겁게 훑고 지나갔다. 그 강렬한 쾌감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


그 쾌락에 가까운 몸짓을 보자 레미나도 다시 그릇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혐오감이고 뭐고, 이걸 안 먹으면 또 굶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먹었다. 고기를 잘게 갈아 넣은 까닭인지 다행히 눈알이라거나 내장 같은 게 씹히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맛은 괜찮네.”


정말로. 뱀이라는 선입관만 빼고 보면 수프의 맛은 썩 괜찮았다. 레미나의 볼멘 칭찬에 수프를 권한 소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기가 해결되자 머리끝까지 치솟았던 스트레스가 그야말로 눈 녹듯 사라졌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포만감에 루도는 소녀들을 향해 절을 올리기까지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루도 일행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뭐, 염산을 던진 일은 차치하고 말이다.


“저는 루도 클로람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대접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아, 전 레미나라고 해요.”


감사의 인사도 할 겸 루도가 먼저 통성명을 권했다. 소녀들도 살갑게 대답했다.


“엘라니 디아만티나라고 해요.


“드뷔사요.”


루도와 엘라니가 어색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성을 밝힌 반면, 레미나와 드뷔사는 이름으로만 통성명을 마무리한 것이다. 결례라는 걸 알면서도 성을 감춘다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루도는 굳이 드뷔사에게 그 문제를 짚고 넘어가진 않았다. 성 따위 무슨 상관이랴. 한 끼 든든하게 얻어먹었으니 된 것을.

자기소개가 끝나자 루도는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소녀들의 외관을 살폈다. 엘라니는 적갈색의 머리를 양 끝단을 묶어 늘어뜨린 귀여운 스타일의 소녀였다. 체구도 크지 않아 가냘프다는 인상이 풍기는 그녀는 뱀 수프를 보았을 때 반응이 그랬듯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는지 다소 초췌해 보였다.

반면 드뷔사는 등에 닿을 정도로 기른 기다란 흑발만큼이나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아가씨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이나 제법 날카로운 인상의 눈매는 마치 이칼롯을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미인이긴 한데, 드레스보다는 장교복이 어울릴 것만 같은 그런 스타일이었다. 특히 키가 훤칠해 그녀는 루도와 나란히 서도 눈높이가 맞을 정도였다. 172, 3cm 정도 될까? 이 정도면 여자로는 장신에 속했다.


“루도와 레미나씨라고 하셨죠? 여긴 사람이 그리 왕래하지 않는 지역으로 아는데 어떤 연유로 오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기다란 키와 어울리지 않게 간드러지는 목소리였다. 모르긴 몰라도 그녀의 목소리만 듣고서도 밤잠을 설칠 사내가 꽤 있을 법했다. 루도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답했다.


“네, 뭐...뭘 좀 찾으러 왔거든요. 굳이 표현하자면 순례여행이랄까? 그쪽은요?”


“저희도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날은 완전히 저물어버리고 말았다. 레미나가 그녀들과 잡담을 나누는 사이 루도는 창문과 지붕을 꼼꼼하게 점검한 뒤 출입문에 빗장을 걸었다. 꽤 튼튼하게 지어진 오두막이지만, 곰 같은 맹수가 힘으로 밀어붙이면 자물쇠 정도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어 그는 두 소녀의 짐과 떨어진 곳에 담요를 깔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은 지붕 아래서 자는 거다. 엘라니는 여전히 경계심을 감출 수 없는지 노골적으로 루도를 훔쳐보고 있었다.

반면 레미나와 드뷔사는 죽이 잘 맞았다.


“어머, 연금술사요? 어쩐지 차림새부터가 학자 같은 느낌이 풍기더라니....그럼 리그니체 대공국에서 오셨겠군요?”


리그니체 대공국은 텔아단 연맹에 속한 도시국가였다. 비록 영토는 작지만 리크나이츠, 아스트리카 두 나라와 국경이 맞닿아 있다는 이점을 살려 일찍부터 중계무역으로 부를 쌓아왔다. 이렇게 모은 재화를 리그니체의 지도자들은 야금술과 연금술에 쏟아 부었다. 어차피 인구나 자원에서는 인접국에 상대가 되지 않으니, 지식집약산업에 명운을 걸겠다는 뜻이었다. 그 결과 리그니체에는 대륙에서 가장 큰 연금술 아카데미가 세워졌고, 이제는 비단 연금술사만이 아니라 약초학자, 심마니, 의사, 심지어 마법사들에게도 낙원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네. 어떤 약초를 찾아 여기까지 온 건데, 역시 만만하지가 않네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포기해야 할까봐요.”


이번에는이라? 루도는 어이가 없어 헛기침을 했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여자 두 명이서 - 물론 레이첼의 전례가 있긴 하지만, 그녀는 산행에 매우 익숙한 현지인일 거라고 루도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 카잘 산맥 등정이라니, 여긴 산책하러 올라가는 동네 야산이 아니었다.


“뭘 찾으러 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여기가 엄청 위험한 장소라는 얘긴 못 들었어요?”


그러자 드뷔사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서 길잡이를 고용했는데, 그저께 도망가 버렸어요. 뭐 어쩔 수 없죠. 우리끼리 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얼른 하산하는 수밖에.”


무모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기가 차 웃음도 안 나왔다. 목숨 내놓고 살긴 루도도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그에겐 산을 올라야만 하는 절박한 사유가 있었다. 그런데 뭐? 기껏 약초?

레미나가 말했다.


“여긴 전문 산악인들도 죽어나가는 곳이에요. 그 약초라는 게 목숨보다 중요한 건가요?”


그러자 잠자코 있던 엘라니가 쭈뼛거리며 말문을 열었다.


“그, 그게 저희가 조기졸업을 노리고 있는데, 조기졸업은 웬만한 작품으로는 심사조차 받지 못해서요...그래서 특S급 영약을 만들려고 하는데 핵심재료가 여기서밖에 나지 않아서 그....”


무표정에 기계처럼 또박또박 말하는 드뷔사와 달리 엘라니는 입을 열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는 게 안쓰러울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소녀였다.

그녀들의 사정은 이랬다. 연금술 아카데미 조기졸업을 노리던 그들은 특S급 영약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찾기 위해 이곳 카잘 산맥까지 들어왔다. 물론 그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솜씨 좋은 레인저를 길잡이로 고용했는데, 그 남자가 등정 도중 겁에 질려 줄행랑을 놓았다는 것이다.

루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추위도 추위지만 산짐승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아직까지 마주친 적은 없지만, 유사시에는 이걸 쓰려고 준비해놨어요.”


드뷔사가 꺼낸 것은 손가락 크기의 작은 약병이었다. 썩은 기름처럼 시커먼 색을 하고 있는 그 액체는 아무리 봐도 마실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뭐하는 놈이죠? 염산은 아닌 것 같고.”


“산악 스컹크의 분비샘과 라프레시아 화분, 천둥매의 쓸개를 혼합한 약이에요. 개과 동물은 100m 안으로 접근도 못 할 정도로 냄새가 강렬하죠.”


“악취라...방법은 나쁘지 않은데.”


진짜 굶주린 맹수에게 악취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지만, 루도는 굳이 그 문제를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오두막에 고립된 덕에 맹수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달아난 길잡이에게 고마워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뭐, 피차 하산하는 입장인데 그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것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도는 엘라니가 끓여준 엽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 핵심재료라는 게 뭔데요? 비싼 건가?”


그러자 엘라니가 치맛자락을 조물거리며 말했다.


“비싸기도 하지만...카잘 산맥 정상에서밖에 나지 않는 거라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 거거든요. 혹시 아시나요? 「작열 용설란」이라는 건데...”


“호오, 용설란이라.”


그러고 보니 고원 유황천에서 용설란 비슷한 식물 줄기를 캐 놓은 기억이 났다. 배고픔에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죽기 전에 먹자고 기어코 남겨놓았던 것들이다. 가방을 열자 줄기는 여전히 썩지도 않고 푸른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거?”


용설란을 보여주자 엘라니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갔다. 이게 설마? 이게 왜 여기? 정말로 이게? 각종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자 그녀는 경악하여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 이, 이거 맞아요! 작열, 작열 용설란!”


“어머나.”


반면 드뷔사는 정말 무표정한 얼굴로 ‘어머나’라는 어울리지도 않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는 레미나가 긴장할 만큼 루도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이거 어디서 구하셨죠?”


“그냥 배고프면 먹으려고 온천에서 캔 건데. 아, 여기서 가려면 못 해도 나흘은 걸어야 될 걸요.”


“저희한테 파시지 않겠어요? 값은 부...넉넉히 쳐드릴게요.”


“네...뭐. 가지세요.”


그냥 준다는 말에 엘라니는 결국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루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용설란의 확보는 그녀들에게 있어 연금술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이걸 구하려고 수백 km를 달려왔는데 처음 보는 남자가 공짜로 주겠다고 하니, 기쁨과 허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이런 가슴 벅찬 상황에서도 드뷔사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그녀는 루도에게 건네받은 용설란을 멍하니 바라보며 말했다.


“리그니체 경매장에 올리면 400골드는 너끈히 받을 수 있는 물건이에요. 그런데 정말 주시는 건가요?”


그녀의 설명에 루도는 씨익 미소 지었다. 구하는 입장에서 일부러 물건의 값어치를 올릴 필요는 없다. 아마도 판매자가 지식의 부재로 겪을 손해를 배려한 것이겠지. 그것만으로도 드뷔사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희에겐 이런 어디에 쓰는지도 모를 약초보다 한 그릇의 수프가 더 중요해요. 그렇지 레미나?”


레미나도 루도의 결정에 웃으며 동의했다.


“응. 재료가 뱀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용설란 덕에 오두막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화사해졌다. 특히 엘라니는 두 사람을 생명의 은인이라도 모시듯 애지중지 대했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던 그녀도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자 이것저것 이야깃거리를 꺼내기 시작했다.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루도와 레미나도 기분이 썩 좋아졌다. 이런 오지에서 환대를 받는다는 건 그 자체로 활력소가 되는 법이다. 배를 채우고 따뜻한 불빛을 쬐니 이야기가 술술 잘도 나왔다.

루도가 난로에 장작을 던져 넣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재료도 구했으니 리그니체로 돌아가야겠네요?”


엘라니가 답했다.


“네. 얼른 돌아가서 졸업 작품 만들어야죠. 아, 그런데 이번에도 지름길로 가긴 힘들겠지 드뷔사?


“곧 큰 전투가 벌어진다고 하니까. 조금 시간이 걸려도 돌아가는 게 맞아.”


별생각 없이 듣던 루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의아하기는 레미나도 마찬가지였다.


“큰 전투...라뇨?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요?”


엘라니는 두 사람이 정색하는 것을 보곤 다소 위축되어 어깨를 움츠렸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루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게...여기 올라오기 전에 들렀던 영지에서 군사를 모집하고 있더라고요. 아스트리카 왕국과의 일전을 준비한다고...”


루도의 시선이 즉각 레미나를 향했다. 그러나 레미나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무슨 전투? 훼창기사단은 수도에 틀어박혔고, 흑연기사단은 패퇴하여 회전을 일으킬 만한 규모가 못 된다. 그런데 웬 전투? 아니, 애초에 아직 봄이 오려면 한참 남았지 않은가.


“레미나, 군대를 모은다는 건 그거지? 북부 AOC(Arms of Creed)”


“아마도...아니, 그런데 아직도 휴전협정을 안 맺었단 말이야? 숙부님은 대체 뭘 하고 계신 거지?”


리크나이츠의 진짜 적은 안개송곳니와 아반케즈의 아이가 속한 브리토리스 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리카와 소모전을 벌이는 건 양국의 공멸을 자초한다고도 볼 수 있었다. 란도스 국왕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 말은 즉, 또 어딘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리크나이츠 귀족들이 어디 모여서 회담을 한다고 들었어요. 두 분은 군인이신가 봐요?”


레미나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기 시작했다.


“못살아 정말. 북부 AOC와 훼창기사단? 그걸로 끝일 리가 없잖아. 지금쯤이면 천정기사단도 도착했을 거고 흑연기사단의 증원대, 왕실기사단...어림잡아도 수만은 되겠네.”


“워...레인스터 전투 정도는 비교도 안 되는 스케일이네.”


전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양자 간의 전력이 팽팽할수록 안개송곳니에게는 이득이다. 행여 두 나라의 주력이 사이좋게 소멸해버리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신의 아이가 나설 것도 없이 브리토리스에 먹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속세로 돌아오자마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기 시작했다.


“일단 AOC를 멈추러 가야겠어. 회담 장소가 어디인지 혹시 아시나요?”


“그건 저희도 잘...”


또 강행군의 시작인가 싶어 루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안개송곳니 문제를 하나 처리하면 아스트리카와의 전쟁이 눈앞에 밀어닥치고, 전쟁을 겨우겨우 막아내면 슬그머니 안개송곳니가 그림자 속을 파고든다. 물론 두 가지를 어찌 따로 놓고 볼 수 있겠느냐마는, 전쟁은 정치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루도에게는 여전히 거북하게 다가왔다.

제오프도 루도와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어째 북부 귀족들 중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없네.』


“내 말이. 말이 전시 회담이지 아마 성 하나 잡고 상다리 휘어져라 술판을 벌이고 있겠네.”


루도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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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0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2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0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3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0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48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0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7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0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4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4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69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49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6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4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3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0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6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8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79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39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09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6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2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8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29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6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6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2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7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0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3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1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2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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