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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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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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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2,84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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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4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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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27쪽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DUMMY

파이어볼이 폭발하기 직전, 제리온은 늘어진 왼팔을 억지로 잡아당겨 바닥이 아닌 허공을 향하도록 했다. 구체는 그대로 팔이 가리킨 방향을 따라 궤적을 남기며 나아갔고, 때문에 폭발은 제리온의 발밑이 아닌, 성벽 돌출부에 부딪혀 일어난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폭압의 여파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적어도 돌 파편에 맞거나 화염에 통째로 구워지는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쿨럭, 쿨럭! 젠장, 아주 쌍으로 지랄을 떨어주시는구만.”


제리온은 코트에 옮겨붙은 불을 비벼 끄고는, 통증으로 가빠진 호흡을 최대한 가다듬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보기에도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폭압에 튕겨 쓰러지며 등판이 통째로 쓸렸고, 꿰뚫린 쇄골에서는 아직도 피가 줄줄 새고 있었다. 왼팔은 아예 전투불능이 되어 제멋대로 덜렁거렸다.


“큭...카악! 씨발!”


제리온은 급한 대로 오른팔의 스카프를 풀어 상처를 틀어막았다. 여기에는 굉장한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과다출혈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다.

한편 코로니어스와 이그제큐터는 그의 너덜거리는 상태를 보고서도 공격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의 생존에 당황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서로에 대한 견제의식이 더 크게 작용했다. 그들은 적은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아군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관계였다.

결국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리온을 죽이는 것’으로 타협안이 마련되었다. 이그제큐터가 다리에 박힌 검을 빼내며 말했다.


“개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마라. 다음번에는 네놈 심장도 함께 꿰뚫어줄 테니.”


“여부가 있겠소. 하지만 저 마법사의 목숨은 내가 거둬가야겠는데.”


코로니어스가 캐스팅을 시작하자 푸른색의 오오라가 그의 손 위로 맺히기 시작했다. 이그제큐터가 뭐라 항의할 틈도 없이, 그는 오오라를 갤러리 바닥에 뿌리며 외쳤다.


“프로스트 웨이브(Frost Wave).”


까드드드득...그와 제리온 사이의 공간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돌, 시체, 심지어 피까지. 오오라에 닿은 것은 여지없이 새하얀 얼음조각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리온도 순간 위험을 느끼고는 여장 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여장 끄트머리에도 성에가 끼기 시작하자 그는 이를 악물고는 공중으로 도약했다. 땅을 디디는 순간 그대로 얼어붙는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는 허공에 머무른 그 짧은 시간 동안 캐스팅을 끝마치는 데 성공했다.


“월 오브 파이어(Wall of Fire)."


얼음이 수 놓인 갤러리 위로 이번에는 시뻘건 화염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화염 줄기는 그대로 코로니어스를 향해 쭉쭉 뻗어 나갔다. 이그제큐터는 위험을 느끼고 일찌감치 공중으로 피신한 뒤였다.


“프로텍트 프롬 파이어(Protect from Fire)."


그러나 기세 좋게 나아가던 불꽃은 코로니어스가 만들어낸 마법 장벽에 가로막혀 순식간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서로가 한 번씩의 공방을 주고받은 셈이었는데, 그러나 육체적인 부담은 제리온쪽이 훨씬 컸다.

코로니어스가 말했다.


“정말 놀랍군. 무영창을 이토록 신속하게 해낼 수 있다니.”


“쿨럭, 후욱! 감히 이 몸이 누군지 알고. 내가 바로 그 빌어먹을 카토르의 제자란 말이다!”


제리온은 길게 날숨을 토해내고는 재차 캐스팅을 위해 손을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그제큐터가 펄쩍펄쩍 뛰며 측면에서부터 달려 들어왔다. 황급히 표적을 돌리려던 제리온은, 그러나 갑자기 뛰어든 구원군의 등장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리온! 괜찮냐?”


“괜찮아 보이냐? 이 멍청한 놈아!”


디리터는 찔러들어오는 이그제큐터의 오른팔을 찍어 누르고는, 그대로 검을 횡으로 휘둘러 녀석의 몸통을 가격했다. 이그제큐터는 왼팔을 들어 이를 방어하긴 했으나, 디리터 특유의 완력에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로군.”


디리터의 난입으로 간신히 2:2의 구도까지 만들자 조금은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제리온은 부축해주는 디리터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코로니어스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런데 의지와는 달리, 무릎 한쪽이 푹 꺾여버리는 것이었다.


“엇...?”


제리온은 후들거리는 자신의 다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봤으나 온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균형감각조차도 무너져 자신이 일어나고 있는지 쓰러지고 있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제리온, 야 정신 차려!”


“어...어...빌어먹을...”


왜 하필 이런 때에? 라고 한탄하는 그였으나 엄밀히 따지면 몸이 지금까지 버텨준 게 용하다고 봐야 했다. 일주일간 쌓인 피로와 마법의 남용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이미 그를 탈진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그제큐터와 코로니어스의 습격으로 마법을 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깨의 상처는 무리한 움직임으로 지혈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젠장, 내가 오늘 마법을 몇 방이나 쐈더라...?’


몸의 밸런스가 깨지자 정신도 오락가락해지기 시작했다. 눈앞이 침침하고 머릿속이 몽롱하여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쓰러져 잠들고 싶다는, 나른한 감각이 전신을 뒤덮어갔다.

그렇게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스르륵 닫히던 제리온의 시야에 코로니어스가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본 그는 열심히 수인을 맺으며 무언가를 읊조리는 중이었다.


‘뭐야. 마법인가....’


그 순간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이 눈이 번쩍 떠졌다. 마법?!

몽롱했던 정신이 원래대로 돌아오자 즉각 주변 상황이 파악되었다. 아직 적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레인스터는 함락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빠져 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으아아아! 아직 멀었단 말이다!!”


제리온은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디리터의 혁대에 매어져 있던 단검을 뽑아 그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코로니어스가 캐스팅을 끝내고 마법을 발동시켰다.


“미러 이미지(Mirror Image)."


코로니어스가 삽시간에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 생성된 분신은 손가락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본체와 똑같이 움직였으며, 심지어 말을 할 때도 다섯 명이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같은 마법사인 제리온은 이 마법의 맹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 이런 상황에서 자기 안위에 급급하다니. 너무 악수잖냐!”


제리온은 단검을 거꾸로 쥔 채로, 넘어질 듯이 갤러리를 질주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그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포스 미사일(Force Missile)!"


쐐액, 쐐애애액! 그의 어깨 위로 4개의 자줏빛 구체가 떠오르더니 곧장 그를 감싸듯이 비행하기 시작했다.


“뭐, 뭐라고? 말도 안...!”


코로니어스는 너무 놀란 나머지 그만 캐스팅에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무영창을 이토록 빨리, 게다가 달리면서 성공해 내다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태에 그는 당황하여 뒷걸음질쳤다.

그런데 제리온이 코로니어스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 사이, 뒤쪽에서 이그제큐터가 디리터의 견제를 뚫고 오른팔을 내찔렀다.


“죽어라!!”


녀석의 팔은 제리온의 심장을 노리고 일직선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적중하기 직전, 디리터가 몸을 부딪쳐 억지로 팔의 방향을 트는 데에 성공했다. 빗나간 녀석의 촉수는 심장 대신 제리온의 옆구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


충격으로 인해 순간 제리온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어 터져 나오는 토혈을 억지로 삼켰다. 아직 정신은 멀쩡하다. 만들어낸 포스미사일도 소멸하지 않았다.

급박한 위기를 넘겼으니, 이제는 자신이 공격할 차례였다. 그는 포스미사일을 산개하고는 그 자신도 코로니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포스미사일은 각각 하나씩 코로니어스의 분신을 노리고 있었다.


“아...어...!”


육탄전까지 감행해오는 공격에 코로니어스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에서조차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만약 그가 칼잡이였다면 제리온의 빈틈을 노려 주먹을 날리든지, 코트자락을 낚아채 성벽 아래로 집어던졌을 것이다. 만약 그가 일반인이었다면 아예 등을 돌리고 줄행랑을 놓았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제리온은 부상이 크기 때문에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마법사였다. 뭐든지 마법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는 제자리에 선 채 방어마법을 펼치는 누를 범했다. 그리고 이마저도 압박감과 공포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포스미사일이 동시에 그의 분신을 타격했다. 실체가 없는 분신은 구체에 닿자마자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고, 곧 공황상태에 빠져 식은땀을 흘리는 본체만이 남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타격’이 없었기 때문에 제리온의 포스미사일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허공에 남아 있었다. 제리온은 그것들 전부를 선회시켜 이그제큐터에게 돌진시키고는 자신은 직접 코로니어스의 가슴팍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크허...헉...”


“이게 바로, 실전마법이라는 거다! 알겠냐?!”


한편 재차 결정타를 노리던 이그제큐터는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포스미사일에 화들짝 놀라 몸을 가렸다. 그러나 피했으면 피했지, 포스미사일은 이전의 매직미사일과는 충격력부터가 차원이 다른 마법이었다.

퍼버버벅, 하는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구체에 닿은 팔과 다리가 사정없이 찌그러졌다. 달려들던 녀석의 몸체는 그대로 튕겨 허공에 긴 호를 그렸다. 그리고 이는 뒤따라오던 디리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검을 일자로 세워 그대로 녀석의 배에 꼬챙이를 꿰었다.


“키아아악!!”


이그제큐터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나 깊숙이 파고든 디리터의 검은 녀석이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자지러지게 발악하는 녀석에게, 제리온이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킥킥킥킥, 꼴좋군. 기분이 어때?”


“캬아앗! 인간 주제에! 죽인다, 죽여버리겠어!”


이그제큐터는 검이 뽑힌 뒤에도 세차게 팔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녀석의 상처에선 시커먼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제리온은 붕붕대는 녀석의 팔을 밟아 누르고는, 오른손을 녀석의 이마에 갖다 대며 말했다.


“가만 놔두면 제스터처럼 또 순식간에 재생해버리겠지? 그러면 곤란해.”


“네, 네놈!”


“제스터를 어떻게 날려버렸냐고 물었지? 그 답이 여기 있다. 마음껏 처먹으라고.”


그의 오른손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늘조차 물들이는 그 적색의 광휘에 레인스터는 물론 아스트리카 병사들마저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심지어 마법을 모르는 사람도 위험을 직감하고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엄청난 빛의 향연에 제리온과 이그제큐터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이윽고 캐스팅이 완료되자 제리온은 녀석의 이마를 단단히 움켜쥐며 외쳤다.


“플레어 오브 어나이얼레이션(Flare of Annihilation)."


콰과과과과...!

이야기로만 들었지 제리온의 자폭기(일행은 그렇게 불렀다)를 처음 본 디리터는 그 말도 안 되는 위력에 놀라 혀를 깨물고 말았다. 일부러 거리를 벌렸는데도 폭압에 상체가 기울어질 정도였다. 대체 저런 폭발 속에서 어떻게 무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섯 번째 폭발이 일어났을 때 제리온이 폭압에 밀려 튕겨 나왔다. 디리터가 땅바닥을 구르는 그를 재빨리 붙잡았는데, 시뻘겋게 익은 오른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왓, 뜨거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잖냐!”


제스터 때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폭발이었으나 이그제큐터의 숨통을 끊어놓기에는 넘치고도 남았다. 제리온은 2m가까이 패인 폭발의 구덩이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만 이그제큐터의 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타버린 뒤였다.


“카학! 헉, 허억...!”


그러나 제리온이 입은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오른팔의 화상은 차치하고라도 각각 이그제큐터와 코로니어스에게 당한 옆구리와 쇄골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황급히 지혈해 주려던 디리터는 그의 옆구리에서 찢겨나간 살점이 너덜거리는 것을 보고 치를 떨었다.


“괜찮냐? 이건 뭐 아직 살아 있는 게 용하잖아! 야 안 죽었으면 뭔가 말 좀 해봐!”


“난...됐으니까...이칼롯에게 가.”


“어, 뭐? 이칼롯이 왜?”


“혼자 무너진 성벽을 틀어막고 있....아, 빨리 가 이 새끼야!”


제리온은 신경질이 나 디리터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러나 투구를 쓰고 있었던 탓에 오히려 휘두른 왼다리만 저려왔다.

그런데 재차 발길질하려고 다리를 치켜든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그것은 제리온의 마법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디리터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빛은 분명, 이칼롯을 중심으로 퍼져 나오고 있었다.


“저, 저게 뭐지? 야, 제리온?”


제리온은 기어가다시피 하여 갤러리 아래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성벽을 막아선 이칼롯과 그를 중심으로 굴절하기 시작한 빛의 가지. 말로만 들었던 마법검의 발현을 직접 목격하자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저 인간이 도움 따위를 필요로 할 리 없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킨 제리온은, 성벽에 쓰러지듯 등을 기대고서 잠시 숨을 골랐다. 갤러리 위에서는 여전히 성벽을 오르는 흑연기사단과, 이를 막으려는 레인스터 병사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



씨익-씨익-

숨을 내쉴 때마다 바람 빠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들이마시는 공기는 덩어리진 가죽을 씹는 것처럼 차갑고 끈적거렸다. 입안을 핥아 혓바닥에 걸리는 것을 뱉어내자 피묻은 살점이 가득 땅바닥에 떨어졌다. 조금 전에 죽인 기사의 눈알이었다.


“훅, 후욱, 커헉, 하-!”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거친 호흡이었으나 흑연기사단의 병사들은 서로의 등을 떠밀며 돌격을 주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남자, 다 죽어가는 모양새를 하고선 자꾸자꾸 거짓말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달려드는 적을 베고, 쓰러뜨리고, 숨통을 끊고. 그렇게 한 분대를 몰살하면 다시금 저렇게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다. 저 처절한 모습에 낚여 목숨을 잃은 이가 벌써 수십에 달했다.


“이, 이제 완전히 탈진했어. 더는 움직이지 못할 거라고.”


“그, 그, 그럼 자네가 가면 되지 않나. 무공을 세울 좋은 기회라고.”


“어-그건...크흠, 투창대는 언제 도착하는 거야?!”


병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욕설과 고함, 전장의 나팔 소리, 주인 잃은 말의 투레질 소리...이 모든 것이 이칼롯에겐 꿈처럼 아득하게 들렸다. 벌써 몇 명을 쓰러뜨린 것일까,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검을 쥔 오른손은 이미 감각이 없었다. 망토는 이미 피에 젖을 대로 젖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저 검과 창의 홍수를 막아내야 할까. 슬쩍 땅바닥으로 시선을 돌리자 발치에 널브러진 20여 명의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 20여 명, 수천에 달하는 대군에 비하면 흠집조차 가지 않는 숫자다. 하지만 이를 상대하는 이칼롯의 몸은 이미 한계상태에 달하고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저런 대군을 혼자 상대할 수 없다는 것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리 막아놓은 말뚝이 훌륭한 장애물 역할을 해준다는 것과 성벽 위에서 아군들이 부지런히 돌을 던져 진입병력을 방해해준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말이 넘어져 피해를 본 적의 기마대는 전부 하마(下馬)하여 도보로 움직여야 했다.


“에잇, 다들 비켜! 다 죽어가는 녀석을 상대로 뭐하는 게야! 제3직영대대 7소대 크라더가 나가신다. 모두 나를 따르라!”


그러나 짧은 항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끝도 없이 적이 몰려온다. 이전보다 더 강한 자들이, 더욱 정교한 진형을 짜고서.

이칼롯은 비스듬히 세운 카이트실드를 지지대 삼아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했다. 다리에 박힌 화살을 억지로 뽑아낸 다음, 붕대를 쑤셔 박아넣다시피하여 지혈을 끝마쳤다. 치료를 위해 고개 숙인 그의 머리 위로 철퇴가 내리꽂혔다. 뒤통수가 어둑해진다고 느낀 순간, 이칼롯은 땅을 박차 적 대장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헉...?!”


철퇴가 헛되이 땅바닥에 박히는 사이 이칼롯은 그의 목을 단칼에 베고는 몰려드는 적의 수를 가늠했다. 전방에 둘, 그리고 같은 소대로 보이는 움직임이 셋 더. 좌우에서 동시에 파고드는 공격을 이칼롯은 방패와 검을 교차시켜 막았다.


“크...!”


넘어지다시피 달려든 기사의 일격에 그의 몸이 뒤로 주욱 밀려났다. 뒤꿈치가 시체에 걸려 멈춘다고 느낀 순간, 이칼롯은 그대로 상반신을 숙이며 방패 모서리를 좌측 기사의 발등에 내리찍었다. 쐐기 모양의 모서리가 그리브를 뚫고 들어가자 그 기사의 균형이 크게 허물어졌고, 이칼롯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경동맥을 잘랐다.

우측의 기사가 재차 검을 들어 올리자, 그는 주저없이 몸을 회전시키며 기사의 발목을 걷어찼다. 무게중심을 있는 대로 싣고 있던 기사는 그대로 뒤로 벌렁 넘어갔다.


“엇?...커!”


넘어진 자가 채 정신을 바로잡기도 전에 이칼롯은 그의 목을 쳤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셋이 동시에 달려오는 게 보이자, 그는 가장 가까운 병사를 향해 기사의 잘린 목을 차올렸다. 투구가 씌워진 목이 병사의 얼굴에 적중했고, 설상가상으로 뿜어져 나온 피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눈을 비벼 겨우 앞을 볼 수 있게 되었을 땐 이미 이칼롯의 검이 가슴에 파고들고 있었다.

이칼롯은 무너져 내리는 시체를 다른 쪽 병사에게 밀어붙이고는, 검을 일직선으로 찔러 시체와 함께 꼬챙이를 꿰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에서 달려드는 움직임을 감지하고는 방패로 등을 가려 막아냄과 동시에 검을 위로 내찔렀다. 턱을 뚫고 들어간 텔슈피드의 검신이 정수리를 빠져나오며 기묘한 소리를 냈다.


“힉, 히익! 그것 봐, 아직 팔팔하다고 했잖아!”


“뭐 저런 괴물이...”


그렇게 또 한 분대가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칼롯은 마지막 병사의 시신을 방패 삼아 잠시 숨을 골랐다. 석궁병들이 부지런히 볼트를 쏘아댔으나 아군의 유해만 훼손할 뿐이었다.


“컥, 헉...!”


그러나 한 분대의 시체만큼 이칼롯의 체력 역시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시금 토해낸 피와 살점은 비단 상대방의 것만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는 그에게 이번에는 투창대가 다가왔다. 그들은 접근전으로는 승산이 없음을 깨닫고는, 일부러 거리를 벌린 채 일방적으로 창을 던지기 시작했다.


“크...극...”


웅크린 채 방패로 몸을 가리긴 했지만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곧 정강이며 어깨, 옆구리 등이 창살에 찔려 사방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치명상만 입지 않았다 뿐이지, 언제 심장이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한 차례 투창공격이 끝이 나자 숨 막히는 정적이 일대를 휘감았다. 가장 전방에 있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하다, 아직 꿈틀거리는 이칼롯의 모습을 보곤 황급히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정도의 공격을 당하고도 쓰러지지 않다니, 정말 기가 질리는 생명력이었다.

그때 칠흑빛 갑주를 걸친 기사가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섰다. 분대, 혹은 소대 단위로 달려들던 기존의 병사들과 달리 그는 단신이었다.


“이런, 일당백의 장수가 있다고 해서 와봤더니 이미 산송장이나 다름없잖아. 좋은 상대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


호방한 말투만큼이나 거대한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일부러 1:1대결을 펼칠 수 있게 주변의 병사를 물리고는, 그 체격만큼이나 거대한 메이스를 꺼내 들며 말했다.


“나는 흑연기사단 제4직영대대를 지휘하는 천인대장 테렉이다. 적이지만 경의를 표할만한 실력이다. 그대의 소속은 어디지?”


이칼롯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운 좋게 마련된 촌음을 살려 상처를 틀어막고는, 거칠어진 호흡을 최대한 가다듬었다. 그러나 응급처치를 하는 와중에도 피에 젖은 눈동자는 끊임없이 상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올 테면 와 봐라’라는 듯한 그 눈빛에 테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문답무용이라는 거군. 그럼 간다!”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테렉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는 가타부타 시간을 끌기 싫었는지 단번에 끝낼 생각으로 크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민첩한 그의 움직임에 이칼롯은 깜짝 놀라 방패를 올렸다. 그러나 테렉의 일격은 그의 육중한 체구만큼이나 어마어마했다.


“크하악!”


방패가 산산조각이 남과 동시에 이칼롯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손목뼈가 빠졌는지 곧 어마어마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어긋난 뼈를 맞출 틈도 없이 다시 테렉의 메이스가 날아들었다.


“....!!”


이칼롯은 순간적으로 테렉의 오른쪽 쇄골을 찔러 그가 무기를 놓치도록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의 유도와 달리 테렉은 끝까지 메이스를 놓지 않았다. 메이스가 그의 왼팔 상박에 부딪히는 순간, 우두둑, 하고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끄으아악...!!”


팔이 뽑히는 듯한 고통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었다. 격통 속에서 눈을 뜨자 역방향으로 꺾인 왼팔이 덜렁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테렉이 메이스를 다른 손으로 바꿔 쥐는 것도 보였다.

그 순간 이칼롯은 살점이 찢어 터질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는, 고통을 억누르며 테렉에게 달려들었다. 더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것일까? 테렉은 이칼롯의 갑작스러운 쇄도에 놀라 뒷걸음질쳤다.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거꾸로 쥐어 그의 허벅지에 내리꽂고는, 무릎 꿇은 그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목을 물어뜯었다.

푸슈슉-. 무너진 그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후욱, 하악-. 하악!”


입속이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살점을 뱉어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왼팔은 이미 망가졌다. 오른쪽 다리는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까닭인지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검. 검은 아직 부러지지 않았지만.


“에잇, 뭣들 하는 거냐! 왜 아직도 여기서 뭉기적대고 있는 건데!”


스벤달의 부관이 돌격대가 진군하지 않고 있자 안달이 나서 달려왔다. 병사들은 질린 얼굴로 이칼롯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기 선 검사, 완전 괴물이 따로 없습니다. 벌써 몇 명이 당했는지.”


“뭐? 겨우 혼자잖아. 고작 저런 것을 상대로 지금까지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단 말이냐!”


“하, 하지만 정말 엄청난 놈입니다. 테렉 천인대장도 조금 전에 저자에게 당했습니다.”


“뭐? 테렉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병사들의 하소연에 부관의 표정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재차 병사들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이런 걸 스벤달에게 보고했다간 자신의 목도 남아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서 뭐? 완전 시체 꼴이지 않느냐! 어서 움직여. 전진!”


“저렇게 보여도 벌써 몇 번이나 부활한 게 아니라...”


“에에잇!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군인이 죽음을 두려워해서 어쩌자는 것이냐! 지금 우리 바로 뒤에서 스벤달 장군이 지켜보고 있다.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간 나나 네놈들이나 전부 참수형이야!!”


스벤달의 이름이 나오자 병사들의 눈빛이 돌연 급변했다. 머뭇거리다 목이 잘리느니, 싸우다 죽는 게 차라리 명예로운 일이었다. 게다가 성벽을 막아선 남자는 테렉과의 일전으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고 있었다.


“돌격, 돌격! 3,4직영대대 돌격하라!”


병사들이 일제히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시체를 밟고, 무너진 돌 더미를 넘어 달려오는 그 기세에 도시 전체가 요동쳤다. 병사들이 질러대는 함성에 몸이 찌릿찌릿 저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칼롯은 그들이 내뿜는 군기(軍氣)를 느낄 수 없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서 버린 육체는 천천히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죽는구나.’


이렇게 되리라는 것쯤 알고 있었다. 개인이 막아서 본들 아무것도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실은,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늘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자부해왔다. 언제나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만약 정말 위험하다면 도망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도시가 대체 뭐기에, 이런 곳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단 말인가. 자신의 목표는 이런 게 아니었을 텐데. 안개송곳니의 계획을 막고, 레이시를 쓰러뜨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다음에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릴 때, 그 밑바닥에는 언제나 죽은 그의 가족들이 있었다. 유디, 아름답고 상냥한 여동생. 그러나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지키지 못했다.

밀려오는 적의 군세가 시야를 가득 뒤덮었다. 하반신에 힘을 주자 왼쪽 발이 꿈틀 움직였다. 아직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차라리 이대로 달아나버릴까, 아니면 항복이라도 할까. 목숨을 부지하고자 한다면 그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칼롯은 등을 돌리지도, 무기를 버리지도 않았다. 대신 그는 적을 향해 무딘 한 걸음을 내디뎠다. 멀리 스벤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꺼져 있던 가슴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왜 자신이 이곳에 서 있는지, 왜 물러설 수 없는지를.


“나는 이칼롯...로샤단의 대장 이칼롯...빼앗기고...짓밟히는 데에는 이제 신물이 난다.”


콰과과광! 지휘탑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칼롯은 직감적으로 그게 제리온의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디리터가 그를 부축하는 모습이 보였다.


“너도 그렇지. 나도...나도다. 이제는, 이번만은 지켜내고 말 것이다!”


아직 지휘관은 죽지 않았다. 도시 역시 위태롭지만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 고민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항복 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이칼롯은 텔슈피드를 높이 들었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길게 외쳤다. 그것은 신에게 바치는 기도 따위가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약속이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의 관철이었다.



나를 죽여라! 대신, 어느 누구도 내 시체를 넘어가지 못하리라.



그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 순백의 세상에서 이칼롯은 그리운 소녀의 실루엣과 마주했다. 그녀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렸지만, 이칼롯은 그 소녀가 전하는 메시지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검을 들어요.


텔슈피드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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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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