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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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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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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1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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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DUMMY

“내게 자유의지를 허락한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네 그런 유약한 점이 언젠가 독이 되어 찾아올지도 몰라.”


레이첼은 잔망스럽게 눈물을 훔쳐냈다. 그가 뭐라 하든 그녀는 현재의 결정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한번 콧물을 크게 삼키고서, 눈덩이로 얼굴을 씻으며 말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날 찾아온 이유가 그거에요? 당신에겐 당신만의 사명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러자 라엘크라드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확실히 이런 개인적이고 시시콜콜한 문제에 참견할 정도로 그는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가 일부러 레이첼을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의 청동빛 눈동자가 일순 살기를 띠었다.


“저택으로 돌아가라. 혼자 돌아다니는 건 너무 위험해.”


“...네?”


“내가 쫓던 악마가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놈은 신의 아이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니 반드시 다시 나타날 거다. 이건 너에게도, 그리고 버러지 같은 안개송곳니에게도 중요한 문제야.”


안개송곳니와 악마 사이의 연계는 라엘크라드 역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안개송곳니를 쓸어버리지 않는 이유는 레이첼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지 않는 레이시의 수완 탓도 있었다. 즉 레이시 역시 악마를 이용하기만 할 뿐, 운명공동체로서 그들을 수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와 악마 사이의 불화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었다. 오히려 제스터 같은 자는 악마치고는 지나치게 친(親)인간적이라고 봐야 했다.

악마 이야기가 나오자 레이첼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악마에게만은 유화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없었다.


“알았어요. 내일...아니, 모레까지는 돌아갈게요. 레이시님도 기다리실 테고.”


“흥, 그놈의 레이시, 레이시.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용건은 그뿐이었다. 라엘크라드는 원래 있었던 둥지로 돌아가기 위해 날개를 활짝 폈다. 그 풍압에 레이첼의 머리칼이 산발이 되어 휘날렸다. 라엘크라드의 시선이 멀리 어둠에 녹아든 산봉우리를 향했다.

사실 그는 신의 아이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악마사냥뿐이었다. 레이첼에게 복종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악마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외곬수인 그도 이제는 ‘악마’와 ‘신의 아이’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레비저 드라칸. 100년이 넘게 라엘크라드의 추적을 피하고 있는 그 악마는, 신의 아이를 이용해 ‘무언가’를 획책하고 있었다. 물론 그전에 녀석을 쳐죽여 버리면 되는 일이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법이다. 그는 앞발을 들어 가볍게 레이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도 믿지 마라. 펠아람의 아이도, 악마도, 안개송곳니도. 모두가 네 적이라고 생각해. 그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다.”


그가 캐스팅을 외우자 공터 일대에 바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여든 바람은 이내 가벼운 회오리를 일으켜 라엘크라드의 육중한 몸을 공중에 띄우기 시작했다. 라엘크라드는 그것을 도움닫기삼아 천천히 날갯짓에 들어갔다. 그때마다 레이첼의 상체가 풍압에 휘청거렸다.

막 청동빛 용이 어둠을 가르고 사라지려 할 즈음이었다. 레이첼은 문득 생각나 황급히 라엘크라드를 불러 세웠다.


“앗, 맞다. 잠깐만 기다려요!”


“음?”


그녀가 꼬리 끝을 붙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라엘크라드는 그녀가 다치지 않게 착지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 했다. 레이첼은 얼굴을 때리는 칼바람에 흠칫 몸을 떨었다. 여전히 날씨는 혹한을 넘나들었고, 날이 개어도 이는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녀는 수줍게 사랑을 속삭이던 그 커플이 생각나 살포시 미소 지었다.

변변치는 않지만, 그래도 이별선물로는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혹시 감기몸살, 고산병, 생리통에 잘 듣는 약 갖고 있어요?”



***



다음 날 아침 레이첼은 루도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그가 잠에서 깨자 그녀는 좀 더 자두라며 억지로 등을 떠밀었다. 루도도 전날 레미나를 간호하느라 피로가 쌓였던지라 못 이기는 척 레이첼의 성의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당차게 팔을 걷어붙였다. 감자껍질을 깎고, 물을 끓이고, 전날 남겨둔 생선가루로 육수를 내고. 한 줌 남은 쌀은 맑은 물에 헹궈 조미료를 뿌리듯 스튜냄비에 집어넣는다. 사실 메뉴 자체는 전날 루도가 만들었던 것을 그대로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의 그녀에겐 라엘크라드에게서 받은 ‘의문의 약초A’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약초를 잘게 빻아 스튜에 뿌렸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곧 약초 고유의 알싸한 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냄새부터가 단순한 요리가 아닌 담뿍 고아낸 영양식을 마주하는 기분이었다.

레이첼은 완성된 스튜를 퍼 레미나에게 먹여주었다. 특히 그녀는 약초 건더기를 그녀의 그릇에 가득 넣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루도가 약초의 출처를 묻자 그녀는 찻잎이라며 대충 얼버무렸다.


“음...!”


스튜를 한입 받아먹자마자 레미나가 긴 신음을 토해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음식이 목구멍을 넘어감과 동시에 막혔던 코가 뻥 뚫려버린 것이다. 어안이 벙벙하여 쳐다보는 그녀에게 레이첼은 상큼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약의 효능은 실로 굉장했다. 한 숟가락을 넘길 때마다 레미나의 혈색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렇게 열이 펄펄 나던 몸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과 함께 차갑게 식어갔다. 그 상쾌한 감각에 그녀는 땀을 닦아낼 생각도 않은 채 말했다.


“나...다 나은 거 같아.”


루도는 무슨 동물 보호색처럼 시시각각 변해가는 레미나의 피부를 보며 그저 놀란 입만 떡 벌렸다. 무슨 조화가 일어난 것인지 그녀를 괴롭히던 고열과 기침, 콧물이 일시에 자취를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스튜 그릇을 비울 즈음이 돼서는 오히려 평소보다 더 팔팔해져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다행이야 레미나.”


스스로도 신기해하는 그녀에게 레이첼은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끝내 약초의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덕분에 루도를 괴롭히던 문제 하나가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는 예정대로 나타니엘의 연구소를 찾아 나서면 되는 일이었다. 다만 병이 나았다고는 해도 여전히 레미나의 상태가 걱정이고, 또한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는 일단 하루 정도는 더 주둔지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그에게 레이첼이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뭔가를 찾으러 왔다고 했지? 순례여행...이라던가?”


“어? 으응...그냥 좀 개인적인 거라. 그러고 보니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하지만 전날 우울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인지, 루도는 그녀의 미소가 그리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나도...이제 집으로 돌아가 봐야 해. 내일이면 작별이구나.”


식사를 끝마치고서 루도는 주둔지를 돌아다니며 쓸 수 있는 물자를 끌어모았다. 아주 적은 양의 건량과 램프용 기름, 송진 따위를 모아 가방에 쑤셔 넣자 제법 부피가 갖추어졌다. 또한 그는 연무장에서 얻은 지도를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이제부터의 일정은 방문이 아닌 탐색이니만큼, 주변의 지리를 철저하게 숙지해두어야만 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준비를 끝마치고 나자 또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날 저녁 루도는 큰맘 먹고 남아있던 고기를 전부 모닥불 위에 올려놓았다. 레미나의 회복을 축하하는 겸해서 레이첼과의 작별만찬을 준비한 것이었다. 사실 고기라고 해봤자 전에 잡았던 토끼와 여우를 육포로 만든 것뿐이지만, 그래도 지글지글 타들어가는 모양새가 제법 운치가 있었다.

병상에서 일어난 레미나는 레이첼의 곁에 앉아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었다. 아직 그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지만, 그래도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없지 않았다. 레이첼 역시 정에 굶주려있던지라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만 그녀는 전날 루도에게 상담했던 고민에 대해선 아예 없었던 일인 양 내색도 하지 않았다. 루도 역시 그녀를 배려해 특별히 먼저 말을 걸거나 하진 않았다.

탁, 타닥.

불붙은 장작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이미 바깥에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으나, 또 그냥 잠들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셋은 모닥불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모닥불에서 솟아오른 연기가 천장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곧 별빛에 녹아 흩어져 버렸다. 그 고즈넉한 분위기에 취해 레이첼이 물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그녀의 진심이 담긴 질문이었다.

신의 아이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루도는 꿈이 뭐야?”


순간 루도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얼마 전 레미나가 했던 질문과 똑같다. 레미나도 이를 의식했는지 조심스럽게 그의 눈치를 살폈다.

꿈, 꿈이라. 그는 모닥불에 넣으려던 장작을 손에 쥔 채 만지작거렸다. 그때는 꿈이 없노라고,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누구든 마음에 품은 이상향이 있는 법이다. 그것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꿈꾸는 것 자체는 사치도, 교만도 아니다. 그걸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레미나였다.

루도는 장작을 휙 던져 넣었다. 그는 달라졌다. 그게 아주 사소한 변화일지라도.


“...학교를...”


“응?”


“우리 영지에는 학교가 없거든.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학교를 짓고...거기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고 싶어.”


즉흥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안젤리카와 약속했던, 그러나 너무나도 치열했던 인생 탓에 지금까지 잊고 살아왔던 그의 꿈이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정말 그보다 더 좋은 해피엔딩은 없겠지. 루도는 말을 꺼내고도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의 반응은 진지했다. 레미나는 살짝 눈시울을 붉혔고, 레이첼은 손뼉을 치며 화사한 미소를 띠었다. 지금껏 보여주었던 작위적인 것과는 다른, 진정 기뻐서 짓는 미소라는 것을 루도는 알 수 있었다.


“꼭 이루어질 거야. 응!”


진심 어린 덕담을 건네고서 레이첼은 이번에는 레미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레미나는 꿈이 뭐야?”


자기 차례가 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 상체를 튕겼다. 이미 그녀의 꿈은 질리도록 들었던지라 루도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보나 마나 모험가겠지 뭐.”


“아, 아니거든! 억측하지 마.”


“엉? 모험가 모험가 노래를 부르더니 그새 마음이 변한 거야?”


“모험은 저기...지금도 하고 있고...이제 충분하달까...하여튼 그래!”


레이첼은 점점 간드러져가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이미 눈치챘는지 생글거리며 판을 끌어안았다. 그러나 우리의 둔감한 루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넌 뭐가 되고 싶은데?”


레미나는 깍지를 끼고서 몸을 배배 꼬았다. 아니, 꼬다 못해 똬리를 트는 그녀를 보며 루도는 진지하게 합병증이 일어난 게 아닌지 의심해야 했다. 레미나는 한참을 머뭇거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선생 부인도 괜찮을 거 같기도 하고...”


그제야 루도도 당황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어느새 두 사람은 볼이 빨개져서 빈 허공만 바라보게 되었다.

레이첼은 그런 둘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아름답다. 책 속에서나 보아왔던, 때묻지 않아 순수한 그런 이상적인 커플이다. 왠지 두 사람과 함께 있노라면 자신의 바람도 이루어질 듯한, 그런 막연한 기대가 샘솟았다.

마침 레미나가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레이첼에게 말했다.


“그, 그럼 넌 꿈이 뭔데?”


“응, 나?”


루도도, 레이첼도 아직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게 많이 남아 있었다. 숙명이라는 이름으로 짊어져야 하는 것들. 그러나 루도는 먼저 미래를 향해 미약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레이첼도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야. 너희들처럼.”


수줍게, 그러나 한편으론 씁쓸하게 그녀는 말을 맺었다. 루도는 그녀가 풀이 죽지 않도록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도중에 그녀가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릴 때에도 루도는 멈추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인연을 맺은 사이로서 그녀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이루어질 거야 레이첼. 그러니까 힘내.”


“....응. 고마워.”


세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서로에게 축복을 내려 주었다. 현실의 문제는 잊은 채, 그저 미래의 소망을 기원하는, 그런 순수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고산의 밤은 깊어갔다. 모닥불은 자정이 넘어갈 때까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막사 안에 퍼진 온기는 깊이 잠든 일행의 몸을 보듬어주었다. 오지에서 맞이하는 밤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로, 평화롭고 안락한 밤이었다. 이튿날부터 이어갈 거친 여정도 지금은 그저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불을 밝히던 모닥불이 서서히 몇 개의 불씨만을 남긴 채 사그라질 무렵, 레이첼은 작은 쪽지 하나만을 남긴 채 자취를 감추었다. 쪽지에는 만나서 정말 기뻤다는 짤막한 작별의 멘트만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떠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녀의 쪽지를 받아본 루도는 둔기로 뒤통수를 맞은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밖은 아직도 춥고, 예의 늑대를 마주칠지도 모르는데 왜 하필?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굳이 레이첼을 뒤쫓으려 하지는 않았다. 작별인사 없이 떠났다는 건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뜻이고, 또 원래 이 근방에서 살고 있다고 했으니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고 루도는 납득해 버렸다.

하지만 그녀가 머물던 자리에선 아직도 아련한 체취가 느껴져서, 루도는 동이 터올 때까지 움직이지도 않은 채 가만히 그녀의 여린 뒷모습을 되새겼다. 뭐랄까, 단지 며칠을 함께 한 것뿐인데도 체감 상으로는 몇 년은 지난 것만 같았다. 신비로운 소녀 레이첼. 그러나 루도는 왠지 그녀를 다시 만날 것만 같은 예감을 강하게 느꼈다.



***



저택은 전과 다름없이 퀴퀴한 향냄새로 가득했다. 눈이 많이 내렸을 텐데도 자그마한 싸라기조차 남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하인들을 엄청 닦달했을 게 분명했다. ㄷ자로 지어진 건물 정원에 내려앉자 가벼운 바람이 와이번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그녀의 귀환에 하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단순히 반가움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레이첼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장소. 벗어나고 싶지만 돌아오고 싶은 곳. 레이첼에게 있어 저택은 그런 존재였다.

곧 위첼이 그녀를 마중하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러나 그 역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나은 것일 뿐,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어깨가 경직되는 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레이첼은 위첼마저 자신을 탐탁지 않게 대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그가 좋아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닌 로시느니까, 자신을 그녀를 빼앗아 간 원수라고 여겨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셨군요, 레이첼 님. 마침 언제 오실까 걱정하던 참이었습니다.”


“응. 위첼도 잘 지냈어?”


“저야 뭐...”


위첼은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그녀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조금 전부터 뒤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와이번의 존재가 자꾸 거슬렸던 것이다. 그마저도 그 정도 되니까 이렇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지, 일반 하인들은 질겁하여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레이첼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었다. 역시 이곳의 사람들은 자신을 괴물로밖에 보지 않는다. 때문에 언제나 거리를 두고, 늘 입에 발린 말로 그녀의 비위를 맞추려고만 한다. 위첼은 케이스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녀를 로시느 때처럼 살갑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왠지 벌써부터 루도가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레이시 님은 어디?”


“집무실에 계십니다.”


타고 온 와이번을 돌려보내고서,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집무실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위첼이 불안한 얼굴로 따라붙었다. 레이시의 집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언제나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감정이 종래에는 낙담으로 끝나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첼은 다시금 용기를 냈다. 루도의 말마따나 언젠가는 그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 계속 진심을 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레이시 님, 저...왔어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무실은 언제나 그렇듯 커튼이 쳐져 어둠이 감돌고 있었다. 레이시는 한창 단원들의 보고서를 훑어보는 중이었다. 그러다 그녀를 발견하자 그는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레이첼은 빠르게 좁혀져 가는 그와의 거리를 느끼며, 혹시 머리를 쓰다듬어주진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의 소박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철썩.

레이첼의 상체가 옆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비명은 없었다. 오히려 뒤에 있던 위첼이 더 놀라 탄성을 터뜨렸다. 레이시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니, 그것은 오히려 냉담함이었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저 어린 망아지를 교육시키려고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의 눈빛이다.

그가 말했다.


“허락도 없이 어딜 싸돌아다니는 거냐. 네 존재는 그 정도로 가볍지 않다. 브리토리스 전체의 명운이 네 어깨에 달려있단 말이다.”


레이첼은,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았다. 오른쪽 뺨이 퉁퉁 부어올랐지만 그녀는 쓰다듬는 행동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공손히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시선은 약간 내리깐 채로 그녀는 레이시의 훈계에 답했다.


“네, 레이시 님.”


“이제 내 명령이 있기까지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라. 그리고 자연의 군대를 저택 근처에 늘 상주시키도록 해라. 알았느냐?”


“....네, 레이시 님.”


그저 고분고분하게 답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육체에, 그리고 마음에 각인된 레이시라는 주박이 그녀를 옭아매고 있었다. 거역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라엘크라드에게 말했듯이, 그에게 인정받는 것만이 그녀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에.


하지만 레이첼은 변하고 싶었다. 루도와 만나고 왔기 때문일까, 이 평행선만 그리는 지긋지긋한 관계를 청산하고 싶었다. 도구와 사용인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그리고 여자와 남자로서.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다. 용기를 내어 자신을 다시 봐줄 수 없겠냐고, 그냥 한 명의 여자로서 대해줄 수는 없겠냐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음에 떨어진 레이시의 한 마디가 그녀의 심장을 차갑게 얼어 붙였다.


“그리고 네가 할 일이 생겼다. 제폰이 펠아람의 수정을 확보해왔다.”


“...네? 펠....아람이요?”


“그래. 로샤단은 이곳의 위치조차 모르겠지만, 악마들 건도 있고 주의해서 나쁠 건 없지. 수정은 네게 맡기겠다. 절대로 빼앗기지 않도록 해라.”


펠아람의 수정. 순간 자신을 위로해주던 루도의 다정한 얼굴이 떠올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왜, 왜 하필 그인 걸까. 다른 신의 아이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레이시는 물론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알지 못했다. 레이첼 역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 사실을 함구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레이시의 명령은 더욱 그녀의 가슴을 짓찢어놓았다.


“펠아람의 아이는 우리의 최대 방해물이다. 만약 만나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죽여라. 알았느냐?”


고통스럽다. 숨이 막혀온다. 이렇게 될 줄 알았는데도, 가슴을 옥죄는 답답함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레이첼은 내색하지 않았다. 치밀어 오르는 고통을 억지로 집어삼키고서,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네, 레이시 님.”


이는 거짓이 아니었다. 그녀는 절대 그를 거역하지 못한다. 때문에 다시 루도를 만나게 된다면, 그땐 지체 없이 그의 목숨을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은 분명 울부짖고 있을 것이리라. 레이첼은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좋아. 이제 나가봐라. 네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않도록 해라.”


그에게 레이첼은 도구였다. 그것도 아주 쓸 만한. 그러나 그 이상의, 인간으로서의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레이첼은 차라리 맞는 것보다 그의 무미건조한 시선을 마주할 때가 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한 발 더 내디뎌보고 싶은데, 또 이렇게 제자리다. 아니, 나아갈 길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다. 자신에겐, 애초에 낭떠러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루도...내 꿈은...’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집무실을 나섰다. 그와 함께 있고 싶다는 욕망과, 그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이 한데 뒤엉켜 가슴 속에 소용돌이쳤다.


‘내 꿈은 이루어지지 못해. 너는...너는 어떠니...?’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했던 자기암시도 레이시의 차가운 한 마디에 물거품이 되어 흩어져버렸다. 차라리 힘이 없었다면 그 사람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을까? 자신이 신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루도 클로람. 레이첼은 그에게, 정확히는 펠아람의 아이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녀는 늘 다른 신의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레미나와 다정하게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자신감을 얻었다.

그래, 그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레이첼은 모닥불 가에 앉아 나누었던 소원이 그저 허언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자신은 불가능하지만, 어쩌면 루도라면 증명해주지 않을까? 신의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여느 사람과 같이 인생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런 지푸라기 같은 바람마저도 펠아람의 수정과 마주하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이게 뭐야...”


수정은 커다란 궤짝 안에 담긴 채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빛은, 창고의 어두운 조명을 고려해도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를 지하까지 안내한 위첼도 수정을 보곤 나직이 신음을 흘렸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아직 각성도 하지 않은 신의 아이의 수정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잔량이었다.


“왜 이것밖에...”


4분의 1, 아니 5분의 1정도일까. 보랏빛 에센스는 수정 밑바닥에 약간 고여 있을 뿐이었다. 지금까지 라엘크라드를 포함해 수많은 자연의 군대를 양성한 레이첼의 수정도 아직 충분히 에센스가 차 있는 상태다. 펠아람의 수정처럼 되려면 법칙파괴급 권능을 네댓 번은 써야 할 것이다.

펠아람의 아이가 한 번 죽었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부활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헌데 그 대가가 이다지도 크단 말인가. 신의 아이에게 에센스의 고갈은 곧 소멸을 의미한다. 즉, 현재 펠아람의 아이의 상태라면, 변변한 권능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루도...네 꿈도 이루어질 수 없는 거니? 왜 우리는...’


순간 가슴이 울컥하여 레이첼은 간직해둔 주머니를 거칠게 빼들었다. 그 속에는 붉게 빛나는 아반케즈의 수정이 들어 있었다. 펠아람의 자색 오오라는 곧 아반케즈의 붉은 오오라에 뒤덮여 보이지도 않게 되었다. 그녀가 말했다.


“츠빔, 나와.”


그러자 그녀의 뒤로 순백의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리크나이츠 주둔지에서 루도와 몇 번이고 대치했던 바로 그 늑대다. 녀석이 루도를 경계한 것은, 혹시 그가 레이첼을 해치려는 게 아닌지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위첼은 대경실색하여 반사적으로 글레이브를 빼들었다. 자신 역시 레이첼의 뒤에 서 있었는데도, 녀석이 나타날 때까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카잘산맥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의 잠행능력이라면 제스터도 기가 질리는 수준이었다.

츠빔은 레이첼의 발치에 가지런히 자세를 잡았다. 녀석은 그녀가 무얼 할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레이첼의 눈이 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반케즈의 수정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곧 붉은 오오라를 내뿜으며 변형되어갔다. 위첼은 빛에 눈이 부셔서, 그리고 그 무형의 압력에 밀려서 뒷걸음질쳤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수정은 이미 자그마한 목각피리로 모습을 바꾼 뒤였다.

프로메나데(Promenade). 레이첼이 권능을 사용할 때만 전환하는, 수정의 보구(寶球)형태다. 위첼은 그녀가 그 피리를 불어 드레이크 무리를 복종시켰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레이첼은 츠빔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도, 그녀는 자학이라도 하듯 고통스럽게 말했다.


“넌 이제부터 이 수정을 지키도록 해. 절대로, 누구에게도 이 수정을 넘겨서는 안 돼. 「내가 인정한 사람 이외에는」”


“으르르...”


오오라가 피리를 중심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권능을 행하기 직전의 그 순간, 레이첼의 눈동자는 체념으로 공허한 빛을 띠고 있었다. 루도의 꿈도, 자신의 꿈도 이루어질 수 없다. 그리고 잔인한 운명은 두 사람을 적으로 구분 짓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번 권능은, 그러한 운명에 대한 강한 거부반응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녀가 피리를 불며 외쳤다.


“광언실행(Blessing of 「Lunatic Order」)"


응축된 오오라가 해일처럼 퍼져 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츠빔의 피부로 빠르게 스며들어 갔다. 그러자 하얀 늑대의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온몸에 핏줄이 돌출되고, 송곳니는 거대한 투창 마냥 곧게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 서늘하게 휜 발톱. 위첼은 늑대와 겨루어보진 않았지만, 놈이 살짝 긋기만 해도 자신의 내장이며 뼈가 반듯하게 잘려나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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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언실행(Blessing of 「Lunatic Order」)



구분 - 법칙무시




아반케즈의 아이, 레이첼의 권능. 그녀가 부리는 자연의 군대 중 한 개체를 선택하여 언령(言令)을 내린다. 명을 수행하는 동안 해당 개체는 신수(!)에 필적하는 신체능력을 얻게 된다. 물론 개체 본연의 성질이 변하는 게 아니므로 진짜 신수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래도 그 효과는 실로 엄청나다. 작은 설치류라 할지라도 슬러터 급의 악마는 우습게 때려잡을 수 있으며, 만약 거대맹수류라면 레비저 급도 상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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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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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7 두개골
    작성일
    15.05.21 03:48
    No. 1

    여기 답답한애 하나더있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el*****
    작성일
    15.05.27 21:55
    No. 2

    헤피엔딩→해피엔딩
    때 묻고 않아 순수한→때묻지 않고 순수한
    공손이 두 손을→공손히
    바로 늑대다.→바로 그 늑대(였)다.
    보구의 球는 공 구인데 이 한자가 맞나요?

    레이첼의 미래는 과연 어떠할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레인Rain
    작성일
    15.07.13 13:56
    No. 3

    건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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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8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0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4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4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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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7 2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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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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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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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2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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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3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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