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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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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7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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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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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란돌, 이건 뭐냐?”


“뭐가.”


“이 사람 말이야. 가이잘모 아델하트. 칭호가 왜 이리 병신 같냐.”


“아아...『말도 안 되는 가이잘모』말이로군. 이 사람 꽤 유명할 텐데?”


란돌은 읽던 책을 덮어두고 잠시 기지개를 켰다.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었던 탓인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경직된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제리온은 그 짧은 기다림조차 못마땅하다는 듯이 연방 그를 재촉했다. 그러나 란돌은 자리에서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타온 다음에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사 시절 람카디스 클로람의 칭호가 뭐였는지는 알고 있나?”


“옭아매는 밧줄의 샤르커드였나...하여튼 리카르고의 성에서 따온 거잖아.”


“너는 잘 모르겠지만 샤르커드의 칭호를 얻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명예야. 그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근 20년간 샤르커드의 계승자가 나오지 않았을 정도니까."


"밑밥은 그쯤 깔아두고, 그게 가이잘모라는 인간이랑 무슨 상관인데?“


제리온은 시시껄렁한 옛날이야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열렬한 미스터리 매니아인 란돌로서는 이런 무용담만큼이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도 없었다. 그는 한껏 심취하여 목소리를 드높였다.


“샤르커드라는 칭호는 말이지, 왕실기사단의 모든 기사와 대련하여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야. 물론 하급기사나 종자는 제외하고 정식기사 이상만. 대략 300명가량이 되겠군. 300명을 상대로 전승(全勝)해야 하며, 각각의 승부는 10초 이내에 끝내야 하고, 이 모든 조건을 2개월 이내에 끝마쳐야 하지.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칭호인지 감이 와?”


“어느 정도는. 그래서?”


“샤르커드의 칭호를 얻었을 때 람카디스 클로람은 막 기사단에 들어온 지 3개월째였어. 한참 어린 신출내기가 단내의 고수란 고수는 모조리 무찔렀으니 그 파장이 엄청났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가 나타났다며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군. 그때까지 존재하던 기록이란 기록은 전부 갈아치웠다고 하니까. 그리고 딱 얼마냐...한 달 반쯤 있다가 가이잘모 아델하트가 공채로 입단했지.”


설명하는 란돌의 어조에는 작은 희열마저 느껴졌다. 심드렁하게 듣던 제리온도 점차 이야기가 더해감에 따라 자세를 고쳐 잡으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 두 사람은 본래 하던 작업도 잊은 채 과거라는 이름의 마약에 빠져들었다. 20대의 성인남성이라면, 어느 누구든지 간에 ‘최강’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란돌이 말했다.


“그때까지 람카디스 클로람은 무패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어. 그런데 어이없게도 아직 복무신조도 외우지 못한 신참 나부랭이에게 패배하고 말았지. 전설이 새로운 전설에게 잡아먹힌 거야. 단 한 번의 패배였다면 요행이 일어난 것이라 자위할 수도 있지만 그게 또 그렇지도 않았어. 람카디스와 가이잘모의 대련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는데 결국 11전 8승3패...가이잘모의 승리로 끝이 났지. 오히려 람카디스의 3승이 요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 그날의 대련을 관전했던 사람들이 가이잘모를 보고 전부 입을 모아 말했지. 「그 녀석은 정말 말도 안 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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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액 새액....가냘프긴 하지만 그것은 확실한 생명력의 발현이었다. 창백하던 낯빛도 전날보다 두드러지게 평온해져 있었다. 기나긴 밤이 지나가고 마침내 찾아온 새벽에 그녀는 가느다란 호흡으로 화답해주었다. 그것이 루도에겐 다시 찾아오지 않을 구원이었다. 고비를 넘기자 몸에 힘이 쭈욱 빠지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돌보던 로샤단 사람들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그녀가 살아 있다는, 돌아와 주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광명과 함께하는 것만 같았다.


“정말 대단한 아가씨로군. 설마 그 상처를 극복할 줄이야.”


맥을 짚어본 남자는 믿어지지 않는지 연방 혀를 내둘렀다. 조금 더 형편이 좋았다면 축포를 터뜨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제야 루도는 레미나에게 정신이 팔려 남자와 통성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어요. 이 은혜를 대체 어떻게 갚아야 할지...!”


“갚을 은혜라...자네들이 살아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네. 아무래도 루프리모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하는 모양이군.”


남자는 머쓱하게 웃으며 루도를 일으켜 세웠다. 가까이에서 보니 남자의 얼굴은 이런 산중과는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인상이었다. 게다가 중상을 입은 두 사람을 살려낸 의술까지.전문 의료인이 아닌 이상은 가지기 어려운 기술이다. 레미나가 살아난 것은 그녀를 치료한 게 오직 그 남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루도 클로람이라고 합니다. 본업은 레인저이지만 지금은 왕하직속특무별동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조직인 모양이군. 난 프란츠 리버혼일세.”


“...네?”


“내 목소리가 좀 작은가? 프란츠 리버혼이네.”


“아, 아닙니다...잠시 좀...”


프란츠. 흔하다면 흔한 그 이름이 루도의 가슴을 뒤흔든 것은 그가 마주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자신을 구해준, 프란츠라는 남자. 이것으로 벌써 두 번째가 아닌가. 루도는 조심스러운 태도로 물었다.


“리버혼씨, 혹시 의사...이신가요?”


“하하하, 무슨. 그냥 평범한 농부일세. 뭐...한때는 의사인 적도 있었지.”


“한때는...입니까?”


“난 원래 산골 출신이 아니거든. 중부지방의 류세프 강 근처에서 살았었는데...그냥 좀 안 좋은 일이 있었다네.”


프란츠는 쓰린 기억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루도도 그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혹시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밤을 새워가며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막상 마주하고 나자 그런 비탄의 감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과거를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며 간단하게 종결지었다. 그 이상의 수식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새로운 터전을 찾았으며,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았다. 말하자면 새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의사로서 살았을 때의 기억은 지금의 그에겐 언젠가 앓았던 열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루도는 겸허함까지 느껴지는 그의 표정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릴 적에 큰 부상을 입은 저를 어떤 의사분이 치료해주셨지요. 그분이 없었다면 아마 그때 죽었을지도 모르겠지요. 아마 당신처럼요.”


“그런가. 누군가를 살린다는 거...정말 값진 경험이지.”


프란츠는 이미 전날 피난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런 외진 곳까지 전화가 미칠 가능성은 작지만, 목숨이 걸린 일인 만큼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마당으로 나가니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짐을 싸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철없는 아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늙은 당나귀의 등에 올라타 깔깔대며 웃었다. 루도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글쎄,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겠지. 일단은 북쪽으로 갈 생각이네. 루비크라든지...”


“북쪽은 그다지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네요. 갈 거면 서쪽이 어떨까요. 메르실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메르실이라...헌데 자네는 최근 정세에 밝은 모양이로군.”


루도는 대답하기에 앞서 머쓱하게 콧잔등을 긁적였다. 이런 산중에 사는 사람들은 레인스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테니 말이다. 현재 그곳에는 델키아를 필두로 하여 각 영지의 AOC연합군이 집결하는 중이었다.


“조금은 알지요. 이 전쟁의 최대 격전지는 리크나이츠 북부 일대가 될 겁니다. 아마....이다음의 전쟁도요.”


“흐으음...그렇고만. 그럼 아무래도 메르실로 가는 편이 낫겠군. 좋은 충고 고맙네.”


프란츠는 여행 도중에 먹을 식량을 챙겨 수레에 얹었다. 이것저것 가재도구를 챙기고 나자 수레의 무게는 늙은 당나귀가 감당하기엔 벅찰 정도로 불어났다. 루도가 그 모습을 보곤 자신의(정확히는 훔친) 말을 데려와 당나귀와 바꾸자고 제안했다. 훈련된 군마와 못 먹은 당나귀의 체격차이는 어른과 아이라고 비교해도 좋을 정도로 확연했다.

물론 프란츠는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다. 그러나 루도는 곤란해하는 그의 손에 억지로 말고삐를 쥐여 주었다.


“어차피 일행이 회복되기 전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게다가 저희는 짐이랄 것도 없으니 말은 리버혼씨가 데려가세요. 생명의 은인에게 이 정도면 이자도 못 갚는 수준인걸요.”


“이것 참, 이런 덩치의 말이면 메르실에 아예 집을 한 채 새로 사도 될 정도인데...정말 괜찮겠나?”


“물론이죠. 당장 드릴 게 이거밖에 없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인 걸요.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저기 누워있는 아가씨네 집이 조금 사는 데라서요.”


레미나의 생사가 일단락되었기 때문인지 루도의 태도는 한없이 부드럽고 낙관적으로 변해 있었다. 없으면 안 될 가보를 바치는 거라면 또 모를까, 이렇게 미소까지 띠며 밀어붙이는 루도의 권유에 프란츠도 못 이긴 척 고삐를 건네받았다. 당나귀와 교체하고 나자 말의 목이 어찌나 높은지 수레가 한쪽으로 쑤욱 기울어졌다. 녀석이라면 메르실까지 적어도 운반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프란츠의 가족은 촌락에서 아침을 지어먹고 난 후 여정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며 그는 말에 대한 답례로 자그마한 꿀단지를 루도에게 선물했다.


“그 아가씨 피를 많이 흘려 면역력이 많이 약해졌을 걸세. 의식을 회복하면 죽에 함께 타서 먹이게나. 처리는 했지만 혹시라도 파상풍에 걸리게 될지 모르니까.”


“이런 걸 다...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촌락은...하핫, 이제 자네들 것이로군. 아가씨가 언제 깨어날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마음껏 사용하게. 부디 아스트리카의 군대가 여기까지 들이닥치지 않기를 기원하겠네.”


은인과의 짧은 만남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떠나는 프란츠를 배웅해주고서 루도는 다시 레미나의 침대맡에 가 앉았다. 한층 평온해진 호흡으로 보아 이제 급사를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문제는 훼창기사단이었다. 어찌어찌 레오문드의 추적을 따돌리긴 했지만 두 사람이 머무는 촌락은 훼창기사단 본진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작정하고 병력을 푼다면 2~3일도 안 되어 꼬리를 붙잡힐 게 틀림없었다.

때문에 진정한 위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아도 좋았다. 레미나가 기력을 회복하기까지 그녀를 지키는 게 지금 루도가 맡은 임무였다. 흔적을 지워 은신하거나, 아군인 척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무력을 휘둘러서라도. 모두가 떠나간 산중은 오직 고요함만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었다. 그 고요함이 루도의 결의를 단단하게 다져 주었다. 루도는 말없이 명치를 어루만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녀를 지켜야만 한다. 그 수단 중에는 물론 펠아람의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



“적 본진 궤멸, 적 본진 궤멸! 지휘관은 교전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지금부터 패주하는 적을 추격한다. 부관, 기병 양익에게 지시를 내리게. 투항하는 자는 목숨은 살려주겠노라고.”


전면전에 돌입한 지 3일째, 리크나이츠 남부를 견제하려던 아스트리카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아스트리카의 그 어떤 지휘관도 성(聖)마르세아 기사단이 대패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러한 수적, 질적 우위에 서 있다는 자만심이 패배를 불러온 것일지도 몰랐다.

애초 사령탑을 맡은 제라르는 성채에 틀어박힌 채 방어에만 전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천정기사단이 도착했을 때 그는 승전보라는 달콤한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의 진형이 너무나도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탁 트인 평지에 진채를 세운 것도 모자라 멀리서도 대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은닉성도 엉망이었고, 양익은 본대와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어 마치 서로 다른 3개 부대가 억지로 유대한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적의 정찰대가 성문 앞까지 와 도발을 하기에 이르자 제라르는 결국 상부의 명령도 잃어버린 채 성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렇게 천정기사단과 성 마르세아기사단의 일전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평지전투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기마대의 숫자가 우월한 아스트리카 쪽이 시작부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제라르는 우수한 기마대로 적의 양익을 격파한 뒤 본진을 급습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는 처음에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가는 듯했다.

천정기사단은 주력싸움에서 밀리는 척하며 이틀 동안 본진을 뒤로 후퇴시켰다. 제라르는 승리에 취해 더욱더 군사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에야 비로소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파악했다.

후퇴를 계속하던 적의 본진은 어느새 지세가 높은 능선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아군의 기마대는 지형에 가로막혀 속도가 붙질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력싸움에서 빠져나온 적의 궁병대가 양익에 화살비를 퍼부어댔다.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자랑하던 기마대가 무너지자 중앙 보병진도 적의 중장기병대에게 측면을 돌파당하고야 말았다. 제라르는 땅을 치며 성채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온 성채에는 이미 리크나이츠의 깃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요새를 잃은 군대가 맞이할 종말은 하나뿐이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단장님. 아니, 지금은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아직 일희일비하기엔 이르네. 아직도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함없으니까.”


단장 가이잘모 아델하트. 천정기사단의 거짓말 같은 용병술은 모두 그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전쟁이 발발한 지 수개월이 넘어가는 지금, 천정기사단이 거둔 승리는 레인스터의 그것과 더불어 패배일도를 달리던 리크나이츠의 운명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해 주었다. 이로써 아스트리카는 북부, 남부 일대에서 행해진 정복전 - 물론 어느 쪽이든 의도한 게 아니지만 - 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원정군의 보급선 문제에 커다란 근심을 안게 되었다. 남부의 천정기사단과 북부의 AOC집결군이 합세한다면 아스트리카 보급선의 허리를 끊는 일도 결코 꿈은 아니었다.

물론 이는 그저 장밋빛 예측일 뿐, 여전히 리크나이츠가 열세에 빠져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라키시아 함락으로 인해 훼창기사단은 군사적으로 커다란 이득을 손에 쥐게 되었다. 우선 수도 일대의 군량을 확보함에 따라 설령 보급이 끊어지더라도 능히 반년은 버틸 수 있는 전쟁 지속력이 생겼고, 다방면에 배치된 관문을 통해 리크나이츠의 전략적 거점 어디로든 진출할 수 있는 교통로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북진하는 천정기사단과 훼창기사단의 격돌은 의외로 꽤나 긴 시간이 흐른 이후에야 이루어지게 되었다. 레오문드가 지휘하는 훼창기사단이 라키시아에 틀어박힌 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겨울이 와 섣불리 병사들을 내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본국의 귀족들은 전쟁이 재개되길 바랐지만, 혹한기가 오면 휴전한다는 논리는 고대 때부터 이루어져 온 거라 그들도 레오문드에게 뭐라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소강상태에 들어간 그 몇 개월을 이용하여 레오문드는 신의 아이를 면밀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도 대륙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에 합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천정기사단의 가이잘모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투를 승리로 이끈 그날 밤, 천정기사단은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막사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가이잘모는 마르세아 기사단이 점거하고 있던 성채를 거점으로 삼아 며칠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격전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병사들은 군장까지 풀어헤치고 달콤한 승전의 시간을 즐겼다. 장군이 베푼 술과 고기도 피로를 푸는 데에 한몫했다. 성 안에서는 밤늦게까지 병사들의 함성과 노랫소리와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한 차례의 연회가 끝나고 모두가 곯아떨어져 있을 시간이었다. 어스름 짙은 새벽달 아래로 한 사람의 자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기사단의 느슨해진 경계를 피해 여유만만하게 장군의 침소 앞까지 접근했다. 그곳은 전시에는 아성으로 사용하는 건물로, 반원형의 탑이 주변의 망루에 기대어 우뚝 솟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성 앞에는 서너 명의 병사들이 철통같이 경비를 서는 중이었다. 그러나 자객은 정규군의 고지식함을 누구보다도 훤히 꿰고 있었다. 중앙의 입구를 우회해 아성 외벽으로 가자 횃불 하나 없는 어둠이 자객의 모습을 실루엣 하나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가려 주었다. 물론 이런 곳에 건물 내부와 통하는 입구가 존재할 리 없지만, 그런 건 그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남자는 미끄러지지 않게 손가락에 분을 바르고는 천천히 외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장군의 위치는 이미 해가 지기 전에 파악해 두었다. 이대로 벽을 타 창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곧바로 곯아떨어진 표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끼이익...낡은 창틀이 벽면과 마찰하며 불편한 소음을 흘렸지만 이는 크게 문제 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자객은 행여 달빛이 비칠까 싶어 머리가 들어갈 정도로만 창을 열고는 그 틈새로 천천히 몸을 미끄러뜨렸다.


‘표적확인.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로군.’


낮의 전투가 고단했던 것일까? 가이잘모는 이불을 푹 뒤집어쓴 채 쥐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이쯤 되면 창이 아니라 당당하게 방문을 열고 들어와도 되었을 법 싶었다. 자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표적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가 오른팔을 뻗자 손목 부분에서 카타르가 철컥 솟아올랐다.


‘그럼 잘 가라고. 높으신 나리.’


짧게 성호를 그리고서 자객은 잠든 가이잘모의 상체에 주저 없이 카타르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으레 느껴지는 살과 뼈의 저항감은 온데간데없이 카타르는 그대로 침대 밑바닥까지 쑤욱 뚫고 들어갔다. 자객은 깜짝 놀라 이불을 들쳤으나, 그를 맞이한 것은 피와 살점이 아닌 이리저리 흩날리는 깃털과 솜뭉치뿐이었다.


“허탕을 치게 돼서 미안하게 됐군.”


“!!”


자객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소리가 난 쪽으로 등을 돌렸다. 방의 구석진 모퉁이에서 조금 전 죽었어야 할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촛대에 불을 붙였다. 음영이 드리워진 그의 옆얼굴은 평온을 넘어 여유마저 느껴졌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일까. 방에 몰래 잠입했을 때부터? 아니면 아성 앞에 도달했을 때부터? 아니면, 이 성채에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그의 행동거지가 워낙 자신감에 넘쳤기 때문에 자객은 일이 틀어졌다는 책임감보다도 수치심을 먼저 느꼈다.

그가 카타르를 길게 빼들며 말했다.


“암살자가 숨어들었는데도 경비를 부르지 않는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지만...흠, 뭐 그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


“건방지긴. 방금 그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가이잘모는 은은한 미소로 자객의 살기에 화답했다. 곧 허리춤에서 꺼낸 프람베르그(Flamberge)가 촛불의 빛을 반사해 붉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는 시작하기에 앞서 검을 수직으로 세우며 말했다.


“천정기사단 단장이자 남부국경방위군 사령관 가이잘모 아델하트일세.”


“...안개송곳니 암살단의 하렌 볼피드다.”


가이잘모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죽음을 앞둔 결투에서는 귀족기사라 할지라도 쉽사리 관등성명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볼 때 눈앞의 사내는 비록 암살자이긴 하나 나름 명예를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달려든 쪽은 하렌이었다. 그는 오른손의 카타르를 보란 듯이 내밀고는 시선을 가이잘모의 심장에 고정했다. 하지만 이는 속임수로, 가이잘모가 급소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빼거나 무기를 돌리면 그대로 왼손에 숨겨놓은 암기로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예상대로 가이잘모는 그의 기세에 놀란 듯 상체를 흠칫 뒤로 뺐다. 하렌은 승리를 예감하며 왼손에 든 암기를 불끈 움켜쥐었다.

그러나 왼손의 그것을 꺼낼 틈도 없이, 승부는 끝이 났다.

가이잘모는 겁을 집어먹은 게 아니었다. 단지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태세의 전환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는 하렌이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그대로 검을 차올렸다. 너무 빠르다, 라고 느꼈을 땐 이미 그의 프람베르그가 카타르를 두 동강 내고는 하렌의 오른 어깨를 날려버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크으아...!!”


하렌은 어깨를 베일 때의 반동으로 튕겨 나갔다. 그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 무릎 꿇었는데, 절단된 어깨 면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아 올랐다. 가이잘모가 그에게 흰 천을 던지며 말했다.


“지혈하게. 아직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많거든.”


“헉, 허억! 크...네놈!”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쌍의 남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렌은 격통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는 왜 자신의 암습이 실패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알룬도...!”


알룬도는 어느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자리에서 그가 느끼는 죄책감과 두려움의 표현이었다. 죄책감은 옛 동료인 하렌을 향한 것이고, 두려움은 경이적인 솜씨를 보여준 가이잘모를 향한 것이었다.


“고맙소 알룬도. 당신의 정보가 없었더라면 자칫 큰 화를 당할 뻔했소.”


“별말씀을...”


가이잘모가 정중하게 감사를 표했지만 이미 알룬도에게는 입에 발린 격식 치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암습을 미연에 알아챘다고는 해도, 안개송곳니의 단원들은 그 하나하나가 전부 살인병기로 만들어진 자들이다. 그런 실력자를 단 일합 만에 끝내버렸으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이 정도의 고수라니, 본 적도 없다. 고르딘...아니, 제폰이라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가 한쪽 팔이 없는 외팔이 검객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팔이 온전했다면 그 실력이 어떠할지는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알룬도는 무릎꿇은 하렌을 보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끝났다 하렌.”


“그렇게..허억, 됐군. 설마 배신자 하나가 이렇게까지 독이 될 줄이야.”


“레이시의 생각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국왕조종이 실패로 돌아간 이 시점에서, 그 남자가 족쇄 풀린 기사단을 손 놓고 두고 보리라곤 생각할 수 없으니까.”


“크...크크큭...그래. 어쩌면 내가 실패할 것도 이미 예상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하렌은 잘린 어깨를 지혈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솟구친 피의 압력에 밀려 그의 상체가 점점 좌측으로 기울어졌다. 이대로라면 1분도 지나지 않아 과다출혈로 죽을 테지만 하렌이나 알룬도나 닥쳐올 미래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오히려 뒤편에 선 가이잘모와 데루루피아가 허둥거릴 정도였다.

알룬도가 말했다.


“가라.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다. 넌 나와는 다르니까.”


“...고맙군.”


하렌은 허탈하게 미소를 흘리고는 왼손의 암기를 곧바로 자신의 심장에 꽂았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눈을 감겨주고 나서 알룬도는 비로소 가이잘모와 눈을 마주쳤다. 생각대로 그의 눈동자는 설명을 바라고 있었는데, 다만 독단에 대한 힐책보다는 상황이 난처하게 된 데에 대한 합리화를 요구한 것이었다. 그는 말을 꺼내기에 앞서 짧은 묵례로 사과를 대신했다.


“생포해보았자 얻을 건 없었을 겁니다. 방금 보셨듯이 지나치게 고지식한 녀석이라...”


“...이해했소.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일격필살을 노릴 걸 그랬군.”


가이잘모는 수건을 가져와 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워낙 공간 자체가 밀폐 되어있던 까닭에 금세 피비린내가 침실 내부에 진동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데루루피아는 잔뜩 인상을 찡그려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가이잘모는 그런 그녀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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