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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003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17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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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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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3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DUMMY

루도는 대답 대신 재빨리 그의 무장을 해제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레오문드는 절대적 열세인 상황에서도 평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단지 루도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만 했다.

혁대에 매어두었던 나이프까지 빼앗겼을 즈음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1직영대를 궤멸시킨 게 그대인가?”


“....”


“아마도 리크나이츠 소속이겠군. 그 정도 실력이라면 한두 명쯤은 자비를 베풀어줄 수도 있지 않았나?”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반사적으로 대답한 루도는 스스로도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무슨 말을 지껄이든 무시하리라 다짐했는데,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레오문드의 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반응하고 만 것이다. 그의 깊고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적군마저도 끌어들이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갑옷까지 훔쳐 입고 나타난 걸 보면 뚜렷한 목표가 있는 모양이군. 저 소녀를 구하러 온 건가?”


“입 다물어. 더 나불거렸다간 심장을 꿰뚫어버릴 테니까.”


“저 소녀가 대체 무엇이기에? 내 부하 스물셋을 미련 없이 베어버릴 정도의 인물인가?”


“닥쳐! 멋대로 해석하지 마!”


“그대가 신의 아이인가?”


뜬금없는, 그러나 의표를 찌르는 그의 한 마디에 루도는 말문이 턱 막혀버리고 말았다. 침묵은 곧 그의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레오문드는 사실 신의 아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 초월적인 존재를 마음속에서 인정하고 나자 그는 놀라울 정도의 식견으로 정보를 빨아들였다. 루도에게 넌지시 유도질문을 던진 것 역시 단신으로 1직영대대를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자기확신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물론 그도 루도의 반응 하나만으로 자신의 가설을 종결짓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당황한 기색으로 보건데 적어도 그가 신의 아이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였다.

반면 루도는 레오문드의 태도가 영 껄끄러웠다. 분명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자신인데도 주도권이 그에게 넘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일일이 반응했다간 한도 끝도 없으리라 생각한 그는 레오문드의 질문을 무시하고 곧장 요구사항을 말했다.


“우리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그게 요구조건이야.”


“...그건 들어줄 수 없겠는데.”


“어째서지? 이름도 없는 포로 하나가 당신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거야?”


그러자 레오문드는 말없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건 관계없다. 그대는 우리 기사단의 구성원들을 해쳤으니, 난 단장으로서 반드시 복수하고 말 것이다.”


“내가 당신을...지금 이 자리에서 죽인다고 해도?”


“그래. 나는 훼창기사단의 단장이다. 거짓말로라도 목숨을 구걸하지는 않겠다.”


루도는 천천히 검을 잡아당겼다. 그대로 팔을 밀어 넣기만 해도 심장을 관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다. 레오문드는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결연한 의지가 오히려 루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죽이는 것만이 해답일까? 훼창기사단이 끼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레오문드는 백번 죽여도 모자람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나마 경험했던 그의 인품이, 조심스럽게 코트를 덮어주던 온화한 손길이 루도의 손목을 붙들었다. 그는...스벤달과는 다르다. 신의 아이를 모른다는 것은 안개송곳니와도 접점이 없음을 의미한다. 루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는 적인가? 아니, 애초에 리크나이츠와 아스트리카는 적인가? 이 전쟁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망설이는 시간이 제법 길군. 기다리기 슬슬 지루해지는데.”


“...제기랄!”


퍼억. 레오문드의 다그침에 이끌려 루도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뒷목을 정통으로 맞은 그는 힘없이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하지만 이는 단지 의식을 잃었을 뿐으로, 목숨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날이 아닌 칼자루로 내리찍은 까닭이었다.

루도는 제풀에 질려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째서 그를 살려준 것인지 스스로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지나간 선택에 후회하는 대신 최대한 앞으로의 행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천막 밖에 선 경비병을 같은 방법으로 기절시키고는, 둘을 감옥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문을 잠갔다.

레미나를 둘러업은 채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눈구름 사이로 높다랗게 달이 떠 있었다.


“레미나, 조금만 참아. 금방 의사한테 데려다 줄게.”


루도는 그녀를 안고서 조심스럽게 말에 올라탔다. 대답 없는 부름이 이토록 목이 메는 것인지 뼈저리게 절감하면서, 그는 천천히 말을 몰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흔들림에도 상처에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망토에 코트까지 둘렀는데도 피부에 와 닿는 그녀의 체온은 차디차기만 했다. 바짝 마른 입술은 간헐적으로 실낱같은 호흡만 이어갈 뿐, 생기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기랄, 조금만 참아줘. 제발.”


훼창기사단의 진채는 이전이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단계라 그런지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스산한 분위기였다. 루도는 왔던 길을 더듬어 서둘러 입구로 향했다. 중간에 마주치는 병사들에게는 갑옷 휘장을 보여주며 적당히 둘러대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는 자신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채 훼창기사단 본진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레오문드는 감옥을 빠져나왔다. 기절한 줄 알았던 그는 뒷목에 약간의 타박상만을 입었을 뿐, 루도가 사라지고 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여기에는 기력이 빠질 대로 빠져 자신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루도의 실책이 컸다. 맞은 레오문드조차도 왜 이런 미온한 일격을 먹인 것인지 어리둥절해할 정도였다. 어찌 되었든 위기를 넘기자마자 레오문드는 루도를 추격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는 곧장 지나가던 병사를 불러 감옥 문을 열고는, 전용 뿔피리를 불어 친위대를 소집했다.

물론 이 소리는 루도의 귀에도 들어갔다. 루도는 입구를 나서자마자 서둘러 속력을 높였다. 그러나 기진맥진한 상태인데다 부상자까지 태운 그와, 충분히 휴식을 취해 원기충천한 훼창기사단의 부대의 스피드는 감히 비교할 데가 아니었다.


가장 빠른 탈출 경로는 레드브릿지 관문이었으나,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볼 때 관문은 이미 훼창기사단의 손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았다. 때문에 루도는 산골로 통하는 북서쪽 방향으로 기수를 돌렸다. 이렇게 되면 아군병력의 도움은 더 이상 바랄 수 없게 되지만, 적어도 적군에게 앞뒤로 포위되는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추격을 따돌리느냐 하는 것이었다. 막 개활지를 지나 경사진 능선을 오르고 있자니 귓가에 거친 말발굽 소리가 와 닿았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그는 경이로운 광경에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예전에 유미르네가 건물 외벽을 타고 달리는 것을 보며 마치 고양이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그녀와 똑같은 움직임을, 말이 보여주는 중이었다. 레오문드를 태운 흑마는 가파른 산비탈을 거의 눕는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한 채 질주하고 있었다. 그 신기에 가까운 기마술에 루도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레오문드는 사람도 발을 디디기 힘들 정도의 공간을 지름길 삼아 루도를 추격해 왔다.

그는 말 옆구리에 허벅지를 밀착해 몸을 지탱하고는, 고삐를 수직으로 들어 말이 넘어지지 않도록 했다. 루도가 굽이굽이 방향을 틀어가며 달려온 길을, 그는 경이적인 기마술에 힘입어 거의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자연히 둘 사이의 거리는 급속히 좁혀졌다.

고막을 두드리는 말발굽 소리에 루도의 심장박동도 점점 커져만 갔다. 설마 이렇게 빨리 쫓아올 줄이야. 차라리 죽였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후회해본들 기회는 멀리 떠나가 버린 뒤였다. 그가 자책하는 사이 레오문드는 비탈길을 박차고 힘껏 도약했다. 그를 태운 말은 루도를 훌쩍 뛰어넘어 앞길을 가로막았다.


“우왓?!”


루도는 황급히 말을 멈춰 세웠다. 갑작스런 정지명령에 말도 놀란 듯 발을 쭈욱 폈다. 말편자가 만들어낸 발자국이 눈이 쌓인 산길을 양탄자처럼 길게 수놓았다.

루도의 말은 딱 레오문드와 부딪히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멈추었다. 검을 휘두르면 얼마든지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간격은 가까웠다. 루도는 서둘러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오른손은 레미나의 어깨를 받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한 손만으로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훼창기사단의 단장을, 그것도 한 손으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패배의 이미지에 루도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과 달리 레오문드는 루도를 공격해오지 않았다. 그는 잔뜩 긴장한 루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아까 나를 죽이지 않았지?”


레오문드의 질문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적으로부터 동정받았다는 모멸감, 기사로서 패배한 채 살아남았다는 수치심 - 그러나 이보다 그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은 루도라는 인물이 갖는 특수성이었다. ‘신의 아이와 관련된’이라는 수식어를 갖는 이 소년은 그가 일반적으로 마주해오던 적과는 확연히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그는 루도가 자신을 후려치기 전, 고통스럽게 욕설을 내뱉던 것을 기억해냈다.

어쩔 수 없이 살려준다? 어째서? 상식적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루도 역시 그때까지도 그에 대한 뾰족한 답을 얻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레오문드의 질문을 받은 순간, 이상하게도 들끓던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었다. 루도는 반쯤 뽑았던 검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었다. 답이 없다면, 질문을 되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왜 당신을 죽여야만 하지?”


“나를 동정한 건가, 그게 아니면 내가 적이 아니라는 뜻인가?”


“글쎄...우리가 왜 싸워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


명분이라는 것. ‘명령받았기 때문에’라는 원론적인 답변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은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자, 전쟁이 시작된 이래 레오문드가 밤을 설쳐가며 고민한 문제이기도 했다. 이 싸움은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상대방이, 혹은 자신이 죽어서 이득을 얻을 사람은 누구인가. 황제는 어찌하여 신의 아이를 죽이라는 지령을 보내온 것일까.

의혹의 무게가 점점 그의 검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그가 말했다.


“...넌 대체 누구냐. 소속과 신분을 밝히도록.”


“루도 클로람, 로샤단의 루도 클로람. 레인저다.”


“거짓 없이 답해라. 이 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단언컨대 당신은 이용당하고 있어. 신의 아이라는 거대한 노름판에 말이지.”


“신의 아이...! 그건 대체 어떤 종류의 힘이지? 병기 같은 건가? 군대 자체를 미끼로 써야 할 정도의 가치가 있단 말인가?”


레오문드는 다그치듯 질문을 던졌다. 그와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품어왔던 의문의 실타래가 풀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루도는 이번에는 그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오른쪽 팔꿈치가 뜨끈하게 젖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곧 온기의 정체가 레미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피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말의 거친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상처가 벌어진 탓이었다.

흠뻑 배어 나오는 핏물이 루도의 정신을 뒤흔들었다.


“레미나!! 젠장, 비켜. 우릴 보내줘!”


“잠깐, 아직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으아아아아!”


루도는 말을 출발시킴과 동시에 부러진 검을 뽑아 레오문드에게 던졌다. 이어 그는 레오문드가 투척한 검을 튕겨내는 사이 그 경직을 노려 수직으로 롱소드를 내리꽂았다.

공격은 레오문드의 방어에 막혀 무위로 들어갔지만, 애초에 필살을 노리고 달려든 것도 아니었다. 루도는 그의 상체가 기울어진 사이를 틈타 재빨리 길을 지나쳤다.


“멈춰라, 그러지 않으면...”


그러나 루도는 레오문드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달려나갔다. 레오문드는 대거를 뽑아 투척하려다가, 이내 착잡한 심정으로 무기를 내려놓았다. 루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스스로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사실 조금 전의 교합에서 루도가 레오문드를 돌파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방비의 레오문드를 기절조차 시키지 못했던 그다. 기력은 바닥 난지 오래고, 근육에 마비가 와 팔은 간신히 레미나를 붙들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루도의 일격 따위 레오문드는 우습게 쳐내고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짧은 대화를 나눈 게 전부였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루도를 죽일 수가 없었다. 한 번 목숨을 빚진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가 가진 정보의 중요성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직감적으로 루도를 죽였다간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임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개인적인 사정이었다. 훼창기사단의 단장으로서 보면 그는 결코 루도를 용서할 수 없었다. 곧 호출한 친위대가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자신이 뿔피리를 불자마자 달려나갔던 것을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행동력이라 할 수 있었다.

휘하의 기사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서며 말했다.


“장군! 자꾸 단독으로 행동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이래선 저희가 존재하는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타박에 정신을 차린 듯 레오문드는 말고삐를 고쳐 잡았다. 그는 멀어져가는 루도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저 남자를 추격한다. 무조건 생포를 우선으로 한다. 그롬노어, 네가 후위를 맡아라.”


“예, 장군.”


기사들은 즉각 진형을 편성해 루도를 쫓기 시작했다. 수십 기의 기마대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은 앞서나가는 루도에게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는 뒤따라오는 추격대를 확인하고는 고통스럽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을 따돌리려면 전속력으로 말을 달릴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니 레미나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제대로 자세를 잡아도 온몸이 들썩거릴 정도의 흔들림이다. 이미 그녀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덮어준 코트를 가득 물들이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그는 무작정 말을 몰아 산등성이로 들어갔다. 하필 길도 양옆에 절벽이 솟은 외길이라 마땅히 몸을 숨길만 한 공간도 없었다. 순간적으로 루도는 다시 한 번 펠아람의 아이를 불러야 하나 망설였다. 그러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게 펠아람의 아이의 능력은 소진된 체력과 혈액까지 회복시켜주진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레미나도 레미나지만 루도 역시 이미 육체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다시 자해를 했다간, 이번에야말로 저승길로 직행할 우려가 있었다.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고심하는 사이에도 추격대는 시시각각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맨 앞줄에서 달리던 기사가 활을 꺼내 들며 말했다.


“장군님! 지세가 좋지 않습니다. 혹시 매복이 있진 않을까요?”


“그런 건 신경 쓰지 마라. 저자는 단신이다.”


“하지만 이 이상 가면 본진에서 너무 멀어집니다. 여기서 끝을 내죠.”


기사는 그렇게 말하며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쟁였다. 그것을 본 레오문드가 그를 질타하며 말했다.


“안 된다. 반드시 생포해야만 한다. 알았나?”


“하지만...”


기사의 고민도 일리는 있었다. 친위대가 도착했다곤 하나 그 수는 보잘것없었고, 혹시라도 왕실기사단의 포위망에 들어가면 꼼짝없이 당할 우려가 있었다. 특히 생각만큼 줄어들지 않는 거리도 추격대의 조바심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는 운 좋게 1직영대대의 준마를 포획한 루도의 행운이 따른 것이었다.

결국 전열을 달리던 기사들이 불안함을 참지 못하고 활을 쏘기 시작했다.


“장군님, 더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말을 쏘아 떨어뜨리죠!”


“안 돼, 기다려라!”


레오문드는 진노하여 공격하려는 기사를 제지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화가 되어 말의 엉덩이를 노리던 활의 각도가 위로 올라갔다. 쏘아진 화살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정확히 루도의 상체를 노리고 나아가는 화살의 궤적에 레오문드는 경악하여 외쳤다.


“피해라 소년!!”


그러나 루도는 화살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상체를 오른쪽 아래로 기울여 레미나가 최대한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화살을 정확히 그의 오른팔 상박을 관통했다.


“...!”


신음은 없었다. 이미 쇠할 대로 쇠한 몸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대신 살갗이 꿰뚫린 탓인지 조건반사적으로 어깨가 가벼운 경련을 일으켰다. 뚫고 나온 화살촉에 맺힌 핏물이 점점이 레미나의 뺨 위로 떨어졌다.


“제기랄, 뭐하는 짓이야! 생포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나!”


“죄, 죄송합니다. 말을 노린다는 게 그만...”


레오문드는 돌발 행동을 한 부하를 질타하는 한편, 눈을 가늘게 떠 루도의 상처부위를 살폈다. 혹시 상완동맥이라도 상했다면 치료고 뭐고 끝장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이한 변화가 레오문드의 시야에 목격되었다. 그것은 말발굽 소리로 점철된 지금 상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그야말로 고요의 세계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은 더욱 오싹한 한기가 되어 레오문드의 직감을 자극했다.

사경을 헤매던 소녀가, 마치 그러기로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사르륵 눈을 떴다. 그녀 - 레미나는 깨어나자마자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말의 흔들림과 루도의 팔을 뚫고 나온 화살촉, 그리고 뒤쫓아 오는 훼창기사단의 기마대까지. 그녀는 루도에게 안긴 자세 그대로 캐스팅에 들어갔다. 루도가 그렇듯, 그녀도 고통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그것은 마치 마지막 불꽃을 밝히는 촛불처럼 거룩한 광경이었다.


“무슨...설마!”


한편 레오문드는 깨어난 레미나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는 공허하던 그녀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빛을 되찾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뒤따라오는 기마대를, 그리고 뒤이어 양옆에 놓인 가파른 절벽을 향했다. 레미나의 시선을 뒤따라가던 레오문드는, 그녀가 곧이어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직감에 확신을 얻은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고 말고삐를 당기며 외쳤다.


“정지! 전원 정지하라!”


장군을 뒤따르던 기사들이 황급히 말을 세웠다. 전속력으로 달리던 말들은 갑작스런 명령에 놀라 거칠게 투레질을 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레미나의 마법이 작렬했다.


“익시드....파이어볼(Exceed Fireball)"


두 개의 화염구는 각각 길가 양옆에 놓인 절벽을 파고들며 맹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무너진 바위 더미가 길을 막아 루도와 추격대 사이를 완벽하게 단절시켰다. 레오문드는 불과 몇 m앞에 떨어진 바위를 보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뒤따라오던 기사가 대경실색하여 말했다.


“장군! 괜찮으십니까? 설마 마법을 사용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난 괜찮다. 하지만 이래서는...추격은 무리겠군.”


“그럼 어떻게...일단 바위를 치워볼까요?”


“아니, 됐다. 네 말대로 더 갔다간 리크나이츠 군대와 마주칠지도 모르니까. 이대로 귀환한다.”


그렇게 말하며 레오문드는 씁쓸한 기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는 루도를 놓쳤다는 사실보다는, 다잡지 못한 자신의 감정을 향한 것이었다. 조금 전 레미나가 마법을 발사했을 때, 오히려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렸다면 낙석을 앞질러 통과할 가능성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아가기보다 멈춰 서는 것을 택했다. 그 정도까지 위험을 무릅쓰기는 싫었다 - 라는 건 모양새 좋은 거짓말이다. 그는 순간적으로 이대로 루도를 놓아주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째서 그랬는지는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루도와의 만남은 확실히 그의 사고방식에 변화를 몰고 왔다. 라키시아 함락 이후 훼창기사단의 행보는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색을 띠게 된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혹한기를 맞아 함부로 군을 움직일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실상은 이 전쟁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하는 레오문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그리고 얼룩진 겨울이 가고 마침내 봄이 찾아왔을 때, 훼창기사단의 결단은 전쟁의 판도에 쐐기를 박아 넣게 된다. 이는 로샤단도, 안개송곳니도 아닌 제3의 움직임이었다.


***


그 후로 얼마나 도망쳐왔을까. 루도는 그저 닦인 길을 따라 끊임없이 말을 몰았다. 밤이 깊어 자신이 달리는 장소가 어딘지도, 얼마만큼이나 더 가야 마을이 나오는지도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미나가 날린 필사의 마법으로 레오문드의 추격대를 완전히 따돌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레미나의 용태는 여전히 악화일변도를 달리고 있었다. 마법을 날린 직후 그녀는 다시 의식을 잃었고, 루도는 말 위에서 그녀의 상처를 지혈해가며 움직여야만 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밤의 혹독한 추위가 두 사람을 덮쳐왔다. 물론 한기는 느껴지지 않았으나, 대신 점차 흐릿해지는 시야가 그가 닥친 위기감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아....”


마침내 말도 기진맥진하여 속도를 내지 못할 즈음이었다. 산기슭 너머에서 비춰오는 아릿한 불빛이 루도의 시선을 붙들었다. 루도는 무작정 빛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빛의 정체가 민가인지 아니면 적의 군영인지도 이제는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이윽고 도착한 자그마한 구릉에는 단출하게 지어진 목재가옥 몇 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 저녁이라도 지어먹은 것인지 다 꺼져가는 화톳불 위로 솥단지가 보였다.

등자를 밟고 내려오자마자 말도 힘이 다한 듯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루도는 레미나를 안은 채 무작정 가까운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한다는 것도 진이 빠져 가벼운 노크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한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빗장 푸는 소리가 들리더니 한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 놀란 눈치였다.


“도와주십시오...제발 누군가가 치료를...”


루도는 채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입구에 쓰러졌다.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에서 그는 남자가 가족들을 불러 자신과 레미나를 집 안으로 옮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눕혀졌다. 루도는 빈사상태에서도 손가락으로 레미나의 환부를 가리켰다. 자신보다도 먼저 그녀를 봐달라는 뜻이었다. 남자는 그의 의사를 이해한 듯 레미나의 환부에 지혈초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루도의 의식은 끊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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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104 15.09.01 2,318 49 24쪽
344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3) +15 15.08.20 1,059 26 20쪽
343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2) +11 15.08.09 1,066 35 23쪽
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5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2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4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4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3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0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0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4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1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49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1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8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5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4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0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49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6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3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3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3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0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0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49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0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0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3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0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7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7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4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49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9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0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1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7 20 22쪽
»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7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39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3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8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0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7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2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3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5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7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3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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