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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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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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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DUMMY

전시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류이덴사는 여전히 경건한 분위기가 풍겨오는 도시였다. 군인의 수가 많아졌다 뿐, 시민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교리서를 옆구리에 낀 채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었다. 그들에겐 자그마한 소음조차 신성모독으로 여겨지는 모양인지 도시는 늘 그렇듯 정제된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이런 곳이다 보니 피가 여기저기 말라붙은, 그리고 며칠이나 제대로 씻지 못해 악취를 풍기는 기사들의 등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몇몇 위병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또 몇몇은, 그들이 도시를 떠나갔을 때보다 수가 적어져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수정을 되찾은 바로 다음 날 아침, 이칼롯은 여전히 피곤에 절어 있던 기사들을 독려해 류이덴사로 출발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한 마리네는 아예 둘러업어 말에 태웠다. 덕분에 그가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흔들리는 말 아래로 펼쳐진 황무지였다.

이칼롯의 살인적인 강행군 덕분에 일행은 다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생활을 이틀간 반복해야 했다. 결국 부상을 입어 체력이 떨어져 있던 기사 둘을 낙오시킨 다음에야 그들은 류이덴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속도를 올린 이유는 자명했다. 그게 어떤 것이든지 정보는 통제할수록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레밀리오는 사제복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헐레벌떡 발걸음을 옮겼다. 워낙 뚱뚱한 체격 덕분인지 그가 걸을 때마다 살집이 이리저리 물결쳤고, 사람들은 그 중량감에 질려 재빨리 길을 터주어야만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고위사제가 도중에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만큼 ‘그들의 귀환’은 무엇보다도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접견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 자신이 무안해질 정도로 내부는 썰렁하기만 했다. 그 많은 의자는 텅텅 비어있고, 오직 마리네 하나만이 반색하며 그를 반겼다.


“사제님...!”


게다가 인사를 건네는 마리네의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은 것인지 그의 눈가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새겨져 있었다. 레밀리오는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캄블러군, 무사해서 다행일세!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여관에서 쉬고 있어요. 다친 사람도 많고, 워낙 피로가 쌓인 상태라서요.”


“그런가...다친 사람이 많다니...역시 뭔가 있었나 보군.”


란돌이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했기 때문에 아직 아스트론사에서 벌어진 참사는 류이덴사까지 닿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어깨너머의 소문으로 가까운 영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만 전해질 뿐이었다.

마리네는 말하기에 앞서 비통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꼭 모아 쥔 두 손은 여전히 그때의 일을 잊지 못하는 듯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수정은 회수했어요. 하지만...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제르칸트도...”


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임무는 성공했어도, 희생이 너무 컸다. 그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레밀리오가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가 지친 소년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게. 제르칸트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었네. 게다가 수정도 되찾아왔으니, 그의 죽음도 결코 헛된 것은 아니라네.”


그러자 마리네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나 워낙 찰나였기 때문에 레밀리오는 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내뿜고 있는 은은한 살기까지도 말이다. 마리네는 여전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했다.


“그렇...겠죠? 제르칸트의 죽음을...헛되지 않게 말이죠.”


손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젖어있던 목소리도 점차 평정을 되찾아갔다. 이윽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마리네의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활기를 띠고 있었다. 레밀리오는 그가 기운을 되찾자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일단 경직된 화제를 돌리기 위해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다. 접견실에는 늘 손님을 위한 과자와 음료가 구비되어 있었다. 레밀리오는 그것들을 찬장에서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마리네가 쿠키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곤 그는 조심스럽게 다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되찾았다는 수정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왕실기사단에게 맡겼어요. 지금쯤이면 수도 근처까지 갔겠네요.”


마치 평범한 가십거리를 말하는 듯한 가벼운 어조였다. 레밀리오는 혹시 누가 들은 것은 아닌가싶어 괜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접견실 안에는 두 사람을 제외하곤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특별히 방음에 신경 쓴 구조인 만큼 대화가 밖으로 새어나갈 염려도 없었다. 그러나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해 레밀리오는 한껏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수도라니.”


마리네가 과실즙을 꿀꺽 들이키며 말했다.


“괜히 가지고 있어봤자 이번처럼 안개송곳니의 표적만 될 거잖아요. 그래서 제르칸트가 그랬던 것처럼, 아예 사람을 시켜서 멀리 은닉시키기로 했어요. 몇 번이나 트릭을 써 감시망을 피했으니, 이번에는 절대 들키지 않겠죠.”


수정을 감추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류이너스 교단의 방침 상 아루의 수정을 신의 아이와 접촉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공연히 지니고 있어봤자 마리네의 말대로 안개송곳니에게 노려질 게 뻔했다. 지키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마음 편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특수전에서 안개송곳니의 전력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숱하게 밝혀진 바였다. 때문에 이칼롯의 판단은 너무 성급했다는 점만 빼면 아주 합리적이었다.


“그래...역시 숨기는 게 가장 좋겠지. 그런데 어디로 숨긴다는 겐가?”


그러자 마리네는 손에 쥔 쿠키를 한동안 만지작거렸다. 아무리 달고 고소한 것을 삼켜도 여전히 입속엔 피비린내가 남아 있다. 그 비릿한 향에 취할 때면 늘 표정이 굳어졌다. 찡그린다거나, 메스꺼워 헛구역질을 한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면면에 띄웠던 모든 감정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이었다.


“메르실이에요. 거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분 계시거든요. 그 사람을 통해 아예 에메랄드 섬까지 보내버릴 생각이에요. 아, 물론 거기까지 도착하려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지만요.”


“그, 그런가.”


메르실이라. 확실히 그런 외진 항구도시에까지 감시망이 뻗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인을 통해 멀리 섬에 수정을 숨겨버리면, 안개송곳니로서는 설령 소재를 파악한다 해도 이를 회수하기가 요원해져 버린다. 레밀리오는 작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수정을 회수하자마자 은닉을 시도하다니, 실로 놀라운 행동력이었다.

마리네는 혀를 내두르는 그를 보며 쓰게 입꼬리를 올렸다. 레밀리오를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는 간절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는 음료수 잔을 내려놓고는 레밀리오를 향해 깊숙이 상체를 굽혔다. 레밀리오는 왠지 그가 자신의 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아 흠칫 몸을 뒤로 뺐다.

그가 말했다.


“이건 저희랑 왕실기사단 사람들밖에 모르는 정보에요. 당연한 소리지만, 절대 아무에게도 말하시면 안 돼요. 아시죠?”


정보는 통제할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이런 ‘모르는 게 약’인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레밀리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도시는 고요에 잠들어 있었다. 워낙 침묵이 당연시되는 장소인지라, 두 사람의 대화도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 양 사그라지고 말았다.


****


마리네를 돌려보내고서 레밀리오는 다시 회랑을 가로질러갔다. 분명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도 그의 걸음걸이에서는 조급함이 물씬 묻어났다. 원래 예정이라면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진행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기도실을 가볍게 지나치고는 곧장 개인 숙소로 향했다. 중간에 신도가 어딜 그리 바삐 가느냐며 인사를 건넸으나 그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음음, 이런이런...”


마치 잊고 간 물건을 찾으러 온 사람처럼 그는 분주하게 책상서랍을 뒤졌다. 서두르는 것인데도 펑퍼짐한 몸집 탓인지 그의 작업은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만 보였다. 서랍에서 손바닥만 한 종이를 꺼내 든 그는 이내 펜촉에 잉크를 묻혀 무언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이런...바빠요 바빠.”


메시지를 다 적고 종이를 돌돌 말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분이 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잊은 물건을 찾는 모양새로 찬장 문을 젖혔다. 그러자 식기 사이로 작은 새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장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레밀리오는 비둘기의 다리에 묶인 작은 통에 준비해둔 종이를 접어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준비가 다 끝나자 그는 새장을 열어 비둘기를 창문 밖으로 던지듯 날려 보냈다. 오랜만의 자유에 가쁘게 날갯짓을 하는 녀석을 보며 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뭘 그리 급하게 보내십니까?”


분명 거리가 있는데도 레밀리오는 마치 그가 어깨 바로 너머에서 속삭이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 순간의 경악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으랴.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레밀리오는 재빨리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이칼롯이 방의 사각지대에 기대어 선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제르비안 군...”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중간에 들어왔을 리는 없다. 처음부터 자신을 기다리면서, 방 안에서 기척을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칼롯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왔다. 뚜벅, 뚜벅, 군화 소리에 맞추어 그의 심장도 요동쳤다.


“갑자기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이라도 생기신 모양이군요. 개인적으로.”


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레밀리오의 폐부를 찔렀다. 하필 가장 상대하기 힘든 남자가 나타날 줄이야. 게다가 태도로 보아 어쭙잖은 망설임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이칼롯은 그가 입을 열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그러나 그 기다림이 배려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했다.


“...친지에게 안부편지를 좀 보냈다네. 얼마 전에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안부편지입니까. 그 귀한 전서구를 고작 안부를 묻는 데 쓰다니, 이해할 수 없군요.”


그는 일단 앉자는 눈짓을 레밀리오에게 건넸다. 레밀리오는 쭈뼛거리면서도 그를 따라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아담한 앉은뱅이 탁자 하나를 사이에 놓은 채 서로를 마주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이칼롯이 말했다.


“뭐, 안에 뭐가 쓰여 있는지는 곧 알게 되겠지요. 솜씨 좋은 궁수를 이미 건물 주변에 배치해 놓았으니까.”


레밀리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반사적으로 전서구를 날려 보낸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밖은 소음 하나 없이 고요했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기분 좋게 지저귀는 철새 소리만이 아련히 들려올 뿐이었다. 전서구를 낚아챘다고?

그는 다시 이칼롯을 마주 보았다. 그의 눈빛은 어느샌가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켜 등받이를 짚고 섰다. 그간의 일을 회고하자 그의 손등 위로 푸른 힘줄이 돋아났다.


“생각해 봤습니다. 과연 어디서부터 정보가 새는 것인지, 그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첩자가 대체 누구인지.”


레밀리오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비스듬히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이칼롯은 그를 내려다보며 계속 말했다.


“처음 의구심이 든 것은 가린워드 마을 때였습니다. 레이시의 습격은 마치 처음부터 우릴 따라오기라도 한 것처럼 절묘했지요. 한때는 우리가 모르는 초월적인, 그러니까 마법이나 뭐 그런 방법을 활용한 추적방식이 존재하진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가린워드 마을 이후에 잠잠했던 게 말이 안 되지요. 역시 정보를 파는 첩자가, 내부에 있었던 겁니다.”


교단 내부에 침투해 있는 레이시의 첩자. 지금까지 일행이 겪어왔던 안개송곳니와의 충돌은 모두 그자의 정보제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더 거슬러 올라가면 로샤단이 습격당한 것 역시 그자의 소행이었을지도.

그 지긋지긋한 악연을, 이제는 끊어야 할 때였다.


“단서는 의외로 그쪽에서 먼저 보여주더군요. 물론 그 대가는 컸습니다만.”


이칼롯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또렷하게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원체 고요가 일상화된 도시이기에, 귀를 기울이면 문 밖에서도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레이시는 카이안의 정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는 그랬죠. 이는 그가 지금까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고도’ 아무 문제없이 생활해 왔다는 게 증명해줍니다. 하지만 레인스터 공방전을 마치고 라키시아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돌연 자객집단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노리는 것은 바로 루프리모의 아이, 카이안이었죠. 레이시는 어떻게 그의 정보를 습득했을까요?”


카이안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로샤단과 알룬도, 데루루피아 뿐이었다. 그때까지 카이안은 본명도 숨긴 채 크리드의 슬하에서 평범하게 자라왔다. 갈색인 머리카락도 노랗게 염색해 본래의 모습을 철저하게 숨겼다.

그런데 최근에 카이안을 정체를 알아본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일부러 신전 근처에도 가지 않던 그가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필연이라 해야 하겠으나, 그때도 일행은 레밀리오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확신을 얻은 건 바로 얼마 전입니다. 당신은 제르칸트가 서신을 보내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르칸트는 서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 당신이 보여준 건 뭐였을까요? 물론 당신이 결백할 수도 있습니다. 첩자에 의해 조작된 편지를 받아본 것일수도 있지요.”


심증은 이미 넘치고도 남았다. 그러나 아직, 레밀리오를 첩자라고 단정 짓기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모자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칼롯은 개의치 않았다. 증거는 지금 이 자리에서 밝혀질 테니 말이다.


“란돌이 전서구를 가져오면 모든 게 밝혀지겠지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느낀다면, 이 자리에서 직접 자백을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러자 레밀리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다시금 눈을 마주했을 때 그의 표정에서 평소의 사람 좋은 푸근함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칼롯이 말하는 사이 그는 이미 머릿속을 정리해놓은 상태였다. 이칼롯을 응시하는 그의 눈동자는 심지어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제르비안 군, 첩자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한 건 나도 잘 아네. 하지만 생사람을 잡아서 쓰겠나?”


이칼롯의 눈썹이 씰룩 움직였다. 수세에 몰린 사람치곤 너무 태도가 태연자약하다. 레밀리오는 할 테면 해보라는 듯 편하게 허리를 폈다. 그는 작위적인 미소까지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전서구가 돌아오면 모든 게 밝혀지겠군. 내 결백이 말이지. 거기엔 정말 일상적인 안부 인사밖에 적혀있지 않다네.”


이는 거짓이 아니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일부러 안개송곳니 간에 은어를 만들어 두었으니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상투적인 인사문구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레밀리오는 자신만만했다. 이로써 자신의 결백이 밝혀지고, 첩자의 존재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질 게 분명하다. 물론 이 영악한 남자가 쉽사리 의심을 거두진 않겠지만, 그야 추후에 어떻게든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때 이칼롯이 의자를 끌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레밀리오는 그가 난처하게 얼굴을 구기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차가운 눈을 한 채였다. 이칼롯은 결코 어리숙한 남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지금 이 자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레밀리오는 알지 못했다.


“사실 장난을 조금 쳐봤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죠.”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겐가?”


“마리네가 뭐라고 하던가요? 수정은 메르실에 있다, 뭐 그런 거였겠죠.”


“!!”


하마터면 평정을 잃고 얼굴을 일그러뜨릴 뻔했다. 멍청하게, 어째서 그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마리네의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한다면, 이전번에 자신이 제르칸트를 꾀어내기 위해 짜낸 계책과 판박이지 않은가. 만약 레이시가 수정을 회수하기 위해 단원을 보낸다면, 이는 그야말로 불나방이 불꽃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다. 아무리 안개송곳니가 특수전에 특화되어있다고는 해도, 미리 올가미를 치고 기다리는 사냥꾼을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편지의 내용과 상관없이, 메르실에 안개송곳니가 도착하는 순간 레밀리오의 혐의는 입증되는 셈이었다. 일행이 거짓정보를 흘린 대상은 오직 레밀리오 한 명뿐이니 말이다.


“우리가 늘 불리한 싸움을 해왔던 건, 그들은 알고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어떨까요.”


그렇게 말하며 이칼롯은 작은 가죽주머니를 꺼내 손바닥 위에서 빙그르 돌렸다. 역시, 수정은 그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레밀리오는 질끈 어금니를 깨물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으나 그는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말리면 끝장이다. 그가 무슨 잔꾀를 부렸든, 현재의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다. 여기서는, 끝까지 잡아떼야 했다.


“무슨 소릴 하는지 당최 모르겠군. 하여튼, 편지에는 아무 내용도 없네. 거참, 그 란돌이라는 기사는 왜 이리 안 오는 겐가? 빨리 내 결백을 증명하고 싶네만.”


그는 헛기침을 하며 문가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그를 보며 이칼롯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수정이 든 주머니를 탁자에 휙 던지며 말했다.


“여기 수정이 있습니다. 이걸 가져가면 당신이 받게 되는 보상은 무엇입니까? 돈? 명예? 권력? 대륙을 통일한 이후에 어디 한구석 떼어 제후로라도 봉해주겠답니까?”


“제르비안 군! 그만 좀...”


“사제님, 당신이 무엇을 꿈꾸든 그건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안개송곳니는 우리 손에 박살 날 테니까요. 이걸 보십시오. 당신이 아무리 더러운 수를 써도, 결국 수정은 우리 손에 넘어왔지 않습니까. 아니, 어쩌면 당신 같이 뒤떨어지는 사람을 내통자로 써먹었기에 이런 결과가 야기된 것인지도 모르죠.”


레밀리오가 더는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칼롯의 어투는 이보다 더 심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그는 레밀리오를 진범으로 몰아세우는 동시에 그의 어설픈 수완을 비웃었다. 이런 모욕을 듣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첩자’ 이전에 ‘고위사제’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칼롯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칼롯 제르비안! 그만 하게. 어떻게든 나를 첩자로 몰아가려는 모양인데, 몇 번을 말하지만 난 결백하네!”


그러자 이칼롯도 지지 않고 언성을 높였다.


“결백이요? 당신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지껄이시는 겁니까? 이 수정을 되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피가 뿌려졌는지 아십니까?”


“자네 너무 흥분했군. 지금은 더 자네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네. 함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힘을 합쳐요? 우리가 아직도 당신에게 속아 넘어가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까?”


“제발, 이런 반목이 다 레이시의 의도라는 걸 왜 모르는가! 이 수정만 해도 그러네. 이걸 되찾으려고 험한 꼴을 본 것은 알겠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지 않은가. 이대로 우리 신뢰에 금이 간다면, 펠아람의 수정은 무슨 수로 되찾아온단 말인가!”


그 순간 이칼롯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렇게 흥분하여 언성을 높이던 그가, 얼음이라도 끼얹은 것 마냥 차갑게 입을 다물었다. 찰나의 격정이 지나고 나자 남은 것은 싸늘한 경멸뿐이었다.


“제가 펠아람의 수정을 빼앗겼다고 언제 얘기했던가요?”


레밀리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런 통한의 실수를 할 줄이야. 생각해보니 그의 거친 도발도 전부 이걸 노린 것이었다.


“우린 안데인 산에서 내려온 이래 누구에게도 수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제님은 어째서인지 안개송곳니가 펠아람의 수정을 가지고 간 사실을 알고 계시는군요.”


“......”


“당신도 느꼈겠지만, 솔직히 당신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많이 모자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알아서 자멸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군요.”


그러자 마치 예정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짧은 적막이 찾아왔다. 이칼롯은 고개 숙인 레밀리오에게서 날카로운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진실이 밝혀진 이상 그는 더 이상 인자한 사제가 아니었다. 그가 풍기는 역겨운 기운은 제스터나 제랄드를 상대할 때 느꼈던 그것과도 흡사했다.

레밀리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은 정말 본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냉소적이었다. 배신자의 눈. 그에게서 오래전 자신을 죽이려 했던 요슈아의 얼굴이 겹쳐 보여, 이칼롯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레밀리오는 구차하게 무죄를 부르짖진 않았다. 어차피 여기까지 몰린 이상은 위증하기도 불가능했다. 그는 오히려 이칼롯을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지? 날 죽일 텐가?”


“...우선 당신을 믿었던 사람들을 찾아가 죄를 자백하십시오. 처벌은 그다음의 문제입니다.”


“그럴 수는 없지.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런 귀찮은 짓을 한단 말인가?”


“여기까지 와서도 발뺌할 생각입니까?”


“글쎄, 여전히 물증은 부족하지. 자네는 날 고발하고, 난 결백을 주장하고. 그럼 유리한 쪽은 누가 될까? 방금 내 실언은 안타깝게도 자네밖에 들은 사람이 없지. 위증은 오히려 자네가 했다고 여겨질걸?”


레밀리오는 기세 좋게 몰아붙였다. 이칼롯의 머리가 비상하긴 하나, 근본을 따지면 그는 군인이었다. 반면 레밀리오는 수십 년간 고위사제로 활동하며 법의 허점을 빼곡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리멸렬하게 시간을 끌면 유리한 쪽은 레밀리오였다. 그사이 어떻게든 판결을 조작하고 로샤단을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가 말했다.


“많이 컸군, 이칼롯 제르비안. 너무 많이 컸어. 근데 그거 아나? 리크나이츠 안에서도 자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세력이 많아. 아니, 로샤단 자체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자들도 있지. 난 이미 그런 자들과 수십 년간 친분을 쌓아왔네. 혐의를 놓고 공판이 열리면, 누가 자네의 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하는가? 베른헬트 주교마저도 내 편이야. 세월이 쌓아준 신뢰관계라는 거지. 자네 같은 신출내기에겐 아무것도 없다네.”


그 비열한 언사에는 이칼롯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손이 검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자 레밀리오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두 팔을 펼치며 말했다.


“죽일 테면 죽이게. 생사는 이미 초월해 버린 지 오래네. 여기서 날 죽이면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는 바지. 로샤단이 쌓아온 모든 게 끝장나버리는 거지. 펠아람의 아이와 함께 말이야.”


이칼롯은 검을 뽑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그의 경고에 겁을 집어먹어서가 아니었다. 이 자리를 마련하면서 그는 레밀리오가 어떻게 빠져나갈지를 이미 숱하게 머릿속으로 예상해 놓았다. 그리고 레밀리오는 그가 상정한 ‘가장 더러운 방식’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이칼롯은 한 번 숨을 길게 들이마신 후에 말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게...조금이라도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는 있습니까? 수호기사단, 광휘의 결사, 제르칸트....그중에는 진심으로 당신을 믿고 따르는 이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레밀리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그런 시시콜콜한 감정은 예전에 버렸네. 거사에는 늘 희생이 따르는 법이지.”


이칼롯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의 역겨움이라니, 마리네가 이 자리에 없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이 작전을 계획할 때에도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레밀리오를 변호했으니까. 그러니 순진한 소년의 믿음과 비교하면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자신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칼롯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레밀리오는 그런 일행의 기대를 철저하게 짓밟았다.

이칼롯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곤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방구석을 향해 걸어갔다. 구석에는 꽤 커다란, 사람 하나쯤은 너끈히 들어갈 만한 옷장이 놓여 있었다. 왠지 이렇게 되리라는 것도 예상한 자신이 서글퍼져 이칼롯은 쓴웃음을 지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배신당하는 게 처음이 아니라서 말이죠.”


옷장 문을 열어젖히자 베른헬트 주교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인물의 등장에 레밀리오는 경악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엿들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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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999 24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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