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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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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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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7
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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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3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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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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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DUMMY

***********************************************

세실은 지독한 평화주의자야. 그러니까 루치페리아,

진심으로 조언하는데,

그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461년, 친우 아셰라드가

***********************************************








엘레노어는 오랜만에 세실을 만나 신이 난 모양이었다. 그녀는 입에 문 치즈를 삼킬 틈도 없이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때문에 가뜩이나 목소리가 작은 세실은 감히 용건을 꺼낼 타이밍도 잡지 못했다.


“그러니까, 내가 요전번에 양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송골매가 휘릭 날아오는 거야. 그래서 있지...”


양을 친 얘기, 밥 해먹은 얘기, 옷, 날씨, 계절 등등 그녀의 주제는 끝이 나지 않았다. 양부인 헐만은 짐을 챙기는 와중에도 딸의 마르지 않는 가십거리에 한숨을 푹 쉬었다.

한편 드뷔사는 조심스럽게 세실의 눈치를 살폈다. 엘레노어를 배려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시간을 허비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세실이 말을 꺼내기 힘들어하면 그녀는 직접 엘레노어를 제지할 생각이었다.


“세실, 이제 슬슬...”


막 그녀에게 말을 건네려 할 때였다. 무표정하던 세실의 눈동자가 돌연 부릅떠졌다. 보닛에 감추어져 있던 머리카락이 팽팽하게 날을 세웠다. 드뷔사는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 여태까지 그녀의 동공이 그토록 커지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세실이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밖으로 나가죠. 엘레노어, 우리를 따라와요.”


“...응?”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별 말 없이 세실의 뒤를 따랐다. 드뷔사는 세실이 보여준 변화만으로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했다. 혹시 이칼롯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닐지 걱정하면서 그녀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속주머니에 손을 넣자 플라스크의 마개가 만져졌다.


“뭔가...왔군요?”


세실은 대답하기에 앞서 보닛을 풀어헤쳤다. 그녀의 풍성한 금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출렁이는 그것에 드뷔사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예상보다 빠릅니다. 우선 엘레노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드뷔사는 마을에 도착하기 전 함께 합의한 사항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신의 아이가 각성하는 데에는 ‘자각’과 ‘충격’이 필요하다. 충격의 조건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나 자각은 동일하다. 신의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 그러므로 엘레노어에게 신의 아이와 관련된 정보는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 또한 오르텔 수색대가 그녀에게 접근하는 것 역시 막아야만 한다.


“드뷔사! 아직 무사하군.”


그때 멀리서 르웨노가 달려왔다. 숨도 고르지 않고 뛰어온 것인지 그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드뷔사가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번스타인 경. 무슨 일이죠? 제르비안 씨는요?”


르웨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엘레노어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녀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로 세실의 뒤에 꼭 붙어 있었다. 세실은 언제나처럼 고요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풀어헤친 머리와 굳게 다문 입술은 그녀 역시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치 그날, 황궁에서처럼.

목구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왔다. 그는 세실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일단 숨어야 한다. 이칼롯이 지금 시간을 벌고 있어.”


그러자 드뷔사가 놀라서 물었다.


“네? 그런...도우러 가야 하지 않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오르텔 수색대 중 나머지 여섯이 우리를 찾고 있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란 말이오.”


그때였다. 움켜 쥔 세실의 손목이 점점 상승한다고 느껴져 뒤를 돌아본 그는, 실제로 그녀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것을 보곤 경악했다. 이 또한 악마의 능력인가? 하지만 세실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변의 주범은 일행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나타났다.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지. 늘 그렇듯이.”


그자는 허공에 떠 있었다. 회색 로브로 몸을 가린 데다 만티코어의 형상을 한 투구를 쓰고 있어 생김새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러나 세실은 그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슈트반 오르텔!”


“이 몸을 알아봐 주시니 영광이군요. 작은 레이디. 아니, 전(前) 황제폐하라 해야 하나?”


세실은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슈트반 오르텔은 일찌감치 그녀의 머리카락이 닿지 않는 거리까지 멀어져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그녀 주위로 은빛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법진은 그녀를 포위하듯 동서남북으로 갈라졌다.


“자아, 그럼. 또 만날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작은 레이디.”


“큭...당신...”


선공을 빼앗긴 게 치명적이었다. 몸이 떠오른 순간부터 세실은 이미 오르텔의 마법에 걸려 있었다. 술식의 형태로 보아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문임이 분명했다. 타겟 설정부터 주문의 발동까지, 오르텔은 처음부터 세실만 무력화하면 나머지는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장 귀찮은 악마만 사라지면, 남는 건 기사 하나와 일반인 여성뿐이었다.


“르웨노!”


세실이 애타게 그를 불렀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오르텔의 등장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르웨노의 눈이 번쩍 뜨였다.


“.....”


“제가 돌아올 때까지 두 사람을 지켜주세요. 부탁합니다!”


그것은 강렬한 메시지가 되어 르웨노의 머리를 관통했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망치로 세게 맞은 것처럼 그의 상체가 크게 들썩였다.

세실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법진은 이제 그녀를 향한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이윽고 캐스팅이 끝나자 오르텔이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메이즈(Maze)"


마법진이 강렬한 빛을 발했다. 르웨노는 빛 속에서 세실의 잔영을 쫓았다. 하지만 빛이 사라졌을 때, 그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자아, 이제 회수의 시간이로군.”


오르텔이 히죽거리며 지면으로 내려왔다. 그는 이미 르웨노나 드뷔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기껏해야 일반병사 수준의 전력이다. 베너러블 클래스 마법사인 그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런데 뜻밖의 이변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르웨노보다도 하찮게 여겨지던, 정확히는 전력 외라고 평가되던 드뷔사였다. 그녀는 오르텔이 땅에 내려오자마자 속주머니에서 플라스크 하나를 꺼내 집어던졌다. 투척자세는 엉망이었으나 플라스크는 오르텔의 로브에 정확히 부딪쳤다.


“음?”


아주 얇은 유리로 만들어진 그것은 오르텔의 몸에 닿자마자 여지없이 부서져버렸다. 오르텔은 뭔가 싶어 로브에 묻은 액체를 내려보다가, 불현듯 코를 찌르는 악취에 기겁을 하며 물러났다.


“크억...이 무슨...으억?!”


단순히 썩은 내 정도로는 형언이 안 되는 엄청난 악취였다. 일전에 카잘산맥을 찾았을 때 맹수 대비용으로 준비했던 약물이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그깟 냄새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겠지만, 적어도 집중력이 생명인 마법사에게는 특효인 모양이었다. 오르텔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코를 막아도 이미 들이마신 냄새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틈에 달아나죠.”


드뷔사가 코를 가린 채 말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기에 악취는 물론 일행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르웨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레노어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마을 안쪽으로 돌아갑시다. 이곳은 시야가 너무 트였소.”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까지의 광경을 모두 지켜본 엘레노어가 거칠게 팔을 뿌리치며 멈춰 선 것이었다. 그녀는 작금의 사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세실이 사라지는 장면을 보곤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잠깐! 뭐예요 정말. 저 사람은 뭐고, 세실, 세실은 대체 어디로 간 거죠?”


“...설명은 나중에 하겠소. 일단 우리와 함께 갑시다. 여기 있으면 위험하오.”


“가긴 어딜 가요! 난 세실 없이는 아무데도 안 갈 거야. 세실! 세실!”


르웨노에게는 그녀를 설득할 만한 언변도, 또 그럴 시간도 없었다. 그녀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실을 찾았다. 다행히 이 문제는 드뷔사가 해결했다. 그녀가 손수건에 약물을 묻혀 엘레노어의 코를 틀어막자, 그녀는 버둥대다 곧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약물의 엄청난 효능에 르웨노가 입을 떡 벌렸다. 드뷔사가 엘레노어를 부축하며 말했다.


“자각하면 안 된다면서요. 그럼 이게 최고죠.”


두 사람은 쓰러진 엘레노어를 들쳐 업고 마을 중심부로 달렸다. 거리 곳곳에는 여물과 퇴비를 적재한 창고가 늘어서 있었다. 몸을 숨기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적당한 곳에 숨어서 이칼롯과 세실이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막 장소를 물색하던 르웨노는 멀리서 다가오는 두 명의 괴한을 발견하고는 으득 어금니를 깨물었다. 오르텔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엘레노어가 달아날 경우에 대비해 이미 마을 곳곳에 대원들을 배치해 놓았다.

르웨노는 거칠게 검을 뽑았다. 위치를 들킨 이상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의 임전태세에 다가오던 두 사내가 피식 조소했다.


“황실친위대인가. 이거 너무 얕보이는데.”


그는 조심스럽게 둘의 무장을 살폈다. 한쪽은 핼버드를, 한쪽은 단창과 석궁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물론 명성대로라면 전부 아티팩트일 것이다. 아티팩트로 무장한 최정예 전투원 둘. 여기에 시간이 흐르면 오르텔도 합류할 테니 셋. 반면 자신은 조금 비쌀 뿐인 철제 롱소드가 무장의 전부였다.

승산을 논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르웨노는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업고 있던 엘레노어를 드뷔사에게 맡기며 말했다.


“적당한 곳을 찾아 숨으시오. 곧 이칼롯이 도우러 올 거요.”


“...당신은요?”


르웨노는 그녀를 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보기보다 훨씬 당찬 여성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겁먹었다거나 하는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드뷔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기사가 여자 둘을 두고 달아날 수야 없지 않소. 어서 가시오!”


드뷔사는 그의 지시에 꾸벅 인사를 올리고는 창고 사이로 사라졌다. 르웨노는 망설임없이 다가오는 두 괴한을 향해 등을 돌렸다. 핼버드를 든 남자가 그를 보곤 물었다.


“괜찮겠어? 여기서 달아나도 안 쫓을 건데.”


확실히 그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르웨노는 대답 대신 뒤로 뺀 오른발을 땅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도망가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승산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기사여서도, 엘레노어가 신의 아이이기 때문도 아니었다. 여기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을 잡자 어쩔 수 없이 실소가 터졌다. 설마 이런 모양새가 되어버릴 줄이야. 정말 악마에게 홀렸다는 표현이 딱 맞는 하루였다.



***



텔슈피드의 능력개방은 길어야 5분 정도다. 이곳에 없는 적의 수까지 감안하면 이 자리를 정리하는데 할애할 시간은 2분이 넘어서는 안 되었다. 이칼롯은 먼저 융켈스를 목표로 잡았다. 휘어지는 창은 사정거리도 사정거리지만 얼마든지 변칙공격이 가능하기에 오래 끌수록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그러자 융켈스는 뒷걸음질치며 이칼롯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는 조사를 통해 이미 텔슈피드의 효과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번개에 닿기만 하면 어떤 병사든 까무러치며 튕겨나간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이칼롯은 번개의 형태를 변형해 방패처럼 몸에 두르고 있었다. 이는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정신이 아찔해지는 완벽한 방어기였다.

그러나 시간은 이칼롯의 편이 아니었다. 그는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번개 방패를 기존의 검의 형태로 변화시켰다. 텔슈피드의 길이까지 합쳐져 번개검이 닿는 거리는 2m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그는 좌에서 우로 길게 검을 휘둘렀다.

파지직! 번개에 닿는 의자며 집기 등이 튀어 올랐다. 하지만 융켈스는 피격당하기 직전 창대를 지지대삼아 뒤로 공중제비를 돌았다.


“...공수전환도 된다니, 질리겠군.”


이칼롯은 그를 추적하진 않았다. 섣불리 몸을 노출하면 예의 보이지 않는 화살이 날아온다. 그는 전방을 제외한 삼면이 언제나 장애물에 가려질 수 있도록 수시로 위치를 조정했다. 적들도 그걸 노리는지 계속 그가 건물 밖으로 나오길 유도하고 있었다.


‘궁수를 처리하지 않으면...’


건물 밖으로 나가면 보이지 않는 화살이 사각을 노리고 날아온다. 물론 텔슈피드의 방패 형태로 어느 정도 이를 막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조금 전 융켈스가 보여줬듯 적들이 단지 거리만 유지한다면 이 대치상황은 끝이 나지 않는다. 균형을 무너뜨리려면 먼저 하나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하지만 어떻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칼롯은 어깨에 힘을 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텔슈피드의 번개가 삽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 모습에 융켈스와 거한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흐음? 뭐지?”


이칼롯은 피곤한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응시했다. 두 번은 없는 작전이다. 준비가 끝나자 그는 거한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아티팩트의 보조도 없이 맨몸으로 들어오는 공격에 융켈스 일행은 수초 간 혼란에 빠졌다.

마법검의 사용횟수가 초과된 것인가? 아니면 속임수? 단순하게 자포자기일 확률도. 고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거한은 이칼롯의 행동을 속임수라 판단하고 건물 밖 울타리 너머까지 길게 후퇴했다.

이칼롯은 융켈스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상대를 쫓아 밖으로 나왔다. 울타리를 넘어 탁 트인 지형으로 나온 순간 그의 사고가 기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궁수의 사정거리에 들어와 있었다. 위치도,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도 알 수가 없으니 감으로 때려 맞춰야 했다.




“하! 알아서 죽으러 기어 오는군. 상대해주지.”


그가 쫓아오자 거한도 물러나길 멈추고 철퇴를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것이 이칼롯의 선택에 확신을 만들어 주었다. 거한은 궁수의 지원사격을 굳게 신뢰하고 있다. 설마 거한의 몸을 뚫고 화살이 날아오지는 않을 테니 적어도 자신의 정면은 아니다. 우측은 넓게 펼쳐진 풀밭이라 적이 있다면 시야에 잡히지 않을 리 없다.

답은 나왔다.


‘좌측인가!’


거한이 아래에서 위로 넓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가 공격을 위해 어깨를 뺀 순간, 이칼롯은 검을 땅바닥에 꽂고 이를 축으로 한 바퀴 회전했다.


“헉?”


거한의 공격은 정확히 텔슈피드의 칼등을 때렸다. 그러나 아티팩트의 충격파가 발생하는 자리에 있어야 할 이칼롯은 이미 공중에서 회전을 끝낸 상태였다. 되돌린 검을 내려찍기 전 이칼롯은 번개를 방출해 좌측면을 방어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화살이 번개에 막혀 튕겨나갔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꺼허허억!”


거한은 가슴을 깊게 베이고는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칼롯은 착지하자마자 좌측으로 튀어나갔다. 그는 조금 전 화살이 날아온 궤도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리 창고에 몸을 숨기고 있던 궁수가 그의 접근을 눈치 채고 서둘러 달아나는 게 보였다. 그러나 달리는 속도는 이칼롯 쪽이 훨씬 빨랐다. 둘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자, 잠...”


그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이칼롯은 기다리지 않았다. 궁수가 번개줄기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후우.”


궁수까지 쓰러뜨리고서 이칼롯은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설마 두 명이나 제압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한 바였다. 확실히 그들의 실력은 안개송곳니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음?”


한편 이칼롯은 융켈스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곤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동료가 둘이나 당하자 승산이 없음을 느끼곤 달아난 모양이었다. 이칼롯은 그를 추격하려다가 이내 단념했다. 후환을 생각하면 살려 보내는 게 영 미덥지 않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일행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엘레노어의 집까지는 달리면 5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그런데 막 울타리를 따라 움직일 즈음이었다. 늘 쓰고 다니는 악마식별의 안경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정확히는 식별범위 안에 들어왔다가 다시 밖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었으나 이칼롯의 관자놀이에 굵은 힘줄이 돋았다.

이름이 없는 슬러터. 몇 번이고 봐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악마였다.


‘제스터.’


오르텔 수색대를 따라온 것일까. 제스터는 마을 외곽에서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이칼롯은 잠시 고민하다 제스터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상이 맞다면 놈이 향하는 장소에 엘레노어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텔슈피드의 남은 충전량은 앞으로 3분 정도. 일전을 치르기에는 충분하다.

이제는 제스터와의 질긴 인연을 마무리 지을 시간이었다.



***



오르텔은 드뷔사가 던진 약물의 위력 때문에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드뷔사가 던진 약물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서, 로브를 벗고 털어보아도 악취는 쉬이 가시질 않았다. 결벽증이 있는 그에게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빌어먹을 년! 눈알을 뽑아 죽일 테다.”


그는 급한 대로 마른 모래를 한줌 집어 얼룩에 뿌렸다. 여전히 악취는 남아 있었으나 그래도 한결 냄새가 가신 기분이었다. 로브를 흙바닥에 문지르고 있자니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다가왔다. 조금 전의 소란을 듣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괜...찮으시오? 외지에서 오신 듯한데.”


그런데 하필 남자는 거름을 옮기는 작업을 하다 온지라 옷 곳곳에 인분이 묻어 있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오르텔은 이를 용납하지 못했다. 그가 손짓하자 남자의 머리가 화염에 휩싸였다. 남자는 바닥을 뒹굴며 절규하다 이내 잠잠해졌다.


“쳇, 너무 지체했군.”


오르텔은 이를 갈며 엘레노어가 도망친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었지만 딱히 조급하거나 하진 않았다. 달아나본들 수색대의 추적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천천히, 여유롭게 즐기면 된다. 방해꾼은 모두 처리했다. 이칼롯 제르비안은 융켈스가 처리할 테고, 세실은 자신이 봉쇄했다. 지금 그녀를 지키는 건 별 볼일 없는 기사와 연금술사 소녀뿐이었다.


“...엇?!”


그런데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오르텔은 후방에서 마나의 파동을 느끼고 황급히 등을 돌렸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균열이 일어나는 장소는 세실이 사라진 바로 그곳이었다.


“어, 어떻게 벌써?”


그가 사용한 메이즈(Maze)는 피대상자를 가상의 공간에 가두는 고위마법이었다. 지속시간은 개인차가 있으나 아무리 마법에 조예가 깊은 자라도 미로에서 빠져나오려면 최소 한 시간은 걸린다. 그런데 마법이 발동하고 아직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때문에 오르텔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헛것이라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가 목격한 장면은 환상 따위가 아니었다. 일그러진 공간 사이에서 세실이 폴짝 뛰어나왔다. 그녀는 미로를 빠져나오느라 다소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오르텔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뭐?”


“당신 정도의 마법사라면 분명 마인드컨트롤을 눈치 챘을 테지요. 헌데 어째서 막지 않은 것입니까?”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었지만 오르텔은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세실의 질문에 고민하는 척하며 마음속으로 다음 수를 준비했다. 그가 말했다.


“후후. 나는 딱히 황제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받은 게 아니거든. 그리고...어떤 자가 말하길, 그게 더 재미있어 보이기도 했지.”


세실이 그를 향해 눈을 치켜떴다. 그러나 긴 속눈썹 때문인지 위압적으로 보이진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발치에 이름 모를 농부의 시체가 보였다. 꼭 죽여야만 했을까. 불타버린 머리는 허망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세실이 말했다.


“그 저의가 무엇이든 엘레노어는 넘겨줄 수 없습니다. 물러나십시오.”


오르텔이 키득 웃었다.


“무리야. 이건 일이라서. 그리고 난 내 일에 관해서는 실패한 적이 없지. 이렇게.”


그 순간 세실의 발밑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흙이 사방으로 튀었다. 농부의 사체가 폭발에 휩쓸려 갈가리 찢겨졌다. 바짝 마른 대지는 갑작스런 충격에 사방팔방으로 먼지를 발산했다. 오르텔이 그 광경을 보곤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베너러블 클래스 마법사인 자신에게 무방비로 맞서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다. 무영창을 이용한 급습은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그는 실력을 자신한 나머지 상대의 역량을 간파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곧 먼지가 걷히며 세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르텔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마법세례에도 멀쩡했다. 하지만 그의 마법은 확실히 변화를 몰고 왔다. 그것이 그녀의 내적이든, 외적이든. 모래먼지 속에서 오르텔은 그녀의 신장이 처음과 다름을 눈치 챘다.

분명 내려다봐야 할 정도로 작은 꼬마였는데, 어느새 그녀는 자라 있었다. 이칼롯에 버금가는 훤칠한 키에 곧게 뻗은 다리, 그리고 더욱 길고 날카롭게 자란 머리카락이 시선을 붙잡았다. 신체의 성장으로 입고 있던 옷이 찢어져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드뷔사에게 받았던 보닛만은 여전히 오른손에 움켜쥔 채였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들의 오만과 탐욕에, 더는 어울려줄 수 없습니다.”


세실의 대퇴부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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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6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3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4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5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4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1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1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5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2 23 19쪽
»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9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50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2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9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6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5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1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50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7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4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4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4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1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1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50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1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1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4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1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1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8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5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0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10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1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3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8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8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41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3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9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1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9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3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1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4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6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8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4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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