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454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26 03:54
조회
1,090
추천
24
글자
25쪽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DUMMY

굳이 밧줄로 성벽을 타고 올라갈 필요도 없었다. 성문을 지키는 근위병 뿐 아니라 악마들이 지나간 자리는 예외 없이 도륙 난 시체로 채워져 있었다. 일단 악마가 나타나자 시간은 초를 다툴 정도로 촉박해졌다. 그야말로 속전속결. 놈들은 눈앞을 가로막는 것은 닥치는 대로 파괴하며 황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이게 다 뭡니까?”


아렌베일 의적단은 갈가리 찢긴 시체를 보며 토악질을 참지 못했다. 정석적인 기사단 교육을 받은 그들은 악마의 전투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검과 검, 창과 창이 맞부딪치는 게 전투의 전부라고 믿는 그들로서는 척추가 접히거나 갑옷째로 압살된 시신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말로만 들었다 뿐이지 그들은 악마라는 개체에 대한 정보가 극도로 부족했다.

그리고 실물과 접할 기회는 아주 빨리 다가왔다. 키가 2m는 되는 거구의 악마가 황궁 입구에서 막 병사 하나를 때려죽이고 있었다. 가장 앞서서 달리던 이칼롯이 주저하지 않고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워어어어!!”


마치 곰을 연상시키는 그 비명에 오히려 의적단 쪽이 놀라 멈춰 섰다. 생전 처음 보는 괴 생명체를 눈앞에 두고 그들은 가벼운 패닉에 빠졌다. 물러서지 않고 이칼롯을 지원한 사람은 오직 아렌베일과 알룬도 둘 뿐이었다.


“다들 뭐 하고 있소! 이칼롯 혼자서는 버거운 상대요.”


“하, 하지만 악마와 마주치면 우선 약점을 찾으라고...”


“그건 황제가 납치당할 위험이 없을 때 얘기고!”


악마는 예전 디리터와 맞붙었던 아머드원과 비슷한 부류였다. 때문에 이칼롯은 스피드가 느린 녀석의 단점을 공략해 곳곳에 상처를 만들어 냈다. 이어 알룬도까지 가세하자 악마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갔다.


“구우우...인간들...”


“머뭇거리지 말고 어서들 움직이시오! 악마 선발대가 벌써 집정전까지 전진했소!”


그제야 의적단원들이 앞다투어 황궁 입구로 몰려갔다. 그런데 막 문을 여는 순간 검은 물체가 날아와 병사 하나의 목을 날려버렸다. 살점과 함께 피가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 지시를 내리던 이칼롯도 그 기습적인 공격에 움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악마는 황궁 안에, 그것도 30m는 떨어져 있었다. 안경에 인식되는 이름은 엔포서(Enforcer). 재차 검은 창이 날아와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낚아챘다. 이칼롯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번에는 원거리공격이 가능한 개체다. 악마는 흉포함도 흉포함이지만 개체마다 전투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라 적응이라는 게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렌베일이 캐스팅을 끝내고 입구를 향해 외쳤다.


“마이너 미티어(Minor Meteor)"


슈슈슈슈슝. 다섯 개의 자그마한 구체가 엔포서를 향해 작렬했다. 마이너 미티어는 비록 폭발력은 보잘 것 없지만 대상에 돌진하는 속도와 관통력만은 웬만한 쇠뇌 못지않았다. 엔포서는 재빨리 피하려 했으나 그중 두 발을 맞고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카아악! 마법사, 마법사가 있다!”


엔포서가 달아나자 일행은 곧장 황궁 내부로 진입했다. 황제가 있는 곳까지는 일직선의 긴 회랑을 건너야 했는데, 회랑은 이미 근위대의 시체가 가득 널려 있었다. 또한 그들 사이에 듬성듬성 널브러져 있는 악마 시체도 눈에 띄었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처절한 사투가 일어났는지 발을 내디디면 피와 살점이 안 밟히는 곳이 없었다.


“아렌베일! 당신은 황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데 집중하시오. 알룬도! 의적단을 지휘해 주시오.”


편전 너머에서 날카로운 병장기 소리가 들려왔다. 전속력으로 달려왔는데도 따라잡지 못했다. 그만큼 슬러터 무리의 돌파력은 엄청났다. 이미 안경에는 열 마리가 넘는 슬러터가 감지되고 있었다.

일행은 곧바로 편전 내부로 진입하려 했다. 그런데 문이 박살 나며 악마 하나가 튕겨 나왔다.


“카악, 크아아악!”


아까 달아났던 엔포서였다. 그러나 놈의 명줄은 오래가지 않았다. 뒤따라온 세 갈래의 촉수가 엔포서의 몸통을 차례로 관통했다. 엔포서의 몸뚱이가 스르륵 허물어지자 촉수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칼롯은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가면이 붕대로 바뀌었을 뿐, 그는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제스터!”


“호오, 이칼롯 제르비안. 이건 또 뜻밖의 얼굴이군요.”


제스터는 이칼롯의 찌르기를 뒤로 사뿐히 점프해 피했다. 그는 이칼롯 뿐 아니라 뒤따라오던 알룬도와 아렌베일 의적단의 면면을 차례로 훑었다. 불청객의 등장에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언젠가 로샤단이 덮치리라 예상은 했지만, 하필 오늘이라니 타이밍도 참 기가 막히게 잘 맞추시는군요. 그런데 제가 지금 우리 「황제」를 지키느라 좀 바빠서 말이죠.”


이칼롯 일행은 제스터를 몰아붙이며 곧장 편전으로 진입했다.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난장판이었다.


“막아라! 괴물이 폐하께 접근하지 못하게 하라!”


“5인 1조로 한 마리씩 상대해! 지원군은 언제 도착하는 거야!”


“끄아아아악!”


10마리 남짓의 슬러터가 빙 둘러싸듯 근위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들을 방어하는 근위대는 40명 정도로, 밀집대형처럼 오를 맞춘 채 열심히 창과 방패를 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근위대가 버티고 있는 진형을 넘어 황금옥좌에 일행이 그토록 갈망하던 인물이 서 있었다. 그는 직속기사에 의해 호위 되고는 있으나, 악마의 포위망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지그문트 황제!’


그러나 수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해도 근위대는 슬러터에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밀집대형과 방패는 인간의 군대를 상대하기 위한 전술일 뿐, 악마의 경이적인 파괴력과 리치에 당할 바가 아니었다. 이칼롯이 황제의 위치를 파악하는 그 짧은 순간에도 네 명의 기사가 죽어 나갔다.


“비켜라 제스터!”


“그건 좀 곤란하네요. 그런데 로샤단은 황제를 구하러 온 겁니까 죽이러 온 겁니까? 왜,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너희 모두가 적이다.”


제스터는 그의 공격을 피하고는 촉수를 발판삼아 멀리 거리를 벌렸다. ‘제스터’라는 벽이 움직이자 드라칸 쪽 악마들도 이칼롯 일행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살려두어야 할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근위대와 악마, 이칼롯 일행과 악마, 악마와 악마.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세 집단이 만나 양보 없는 살육전에 들어갔다. 드라칸 쪽은 근위대와 의적단 사이에 낀 형국이었으나 전투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양쪽 모두를 밀어붙였다. 게다가 전투가 격화되자 천장에서 세 마리의 슬러터가 추가로 합류했다.

이칼롯은 격전 속에서도 그중 키가 작은 악마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로샤단인가...히히, 뭐 좋아. 난전은 우리가 바라는 바지. 불을 꺼라.”


순간 이칼롯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마울러의 명령에 편전 가장자리에 있던 악마들이 일제히 램프와 샹들리에 불을 깨뜨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불이 사라지자 편전 안에 갑작스럽게 칠흑 같은 어둠이 들이닥쳤다.


“아렌베일! 광원마법을!”


단순하지만 이것만큼 악마에게 유리한 작전도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 시력을 빼앗으면 인간은 완전히 무력화된다. 반면에 악마에게 빛의 유무는 시야를 확인하는데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근위대와 의적단이 모두 무력화되면, 남은 적은 제스터 하나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근위대의 패닉을 포착하고 악마들이 일제히 공격해 들어갔다.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이 보이지 않아도 푸슛, 하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소름 돋게 잘 들렸다.

아렌베일의 캐스팅이 완성되길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이칼롯은 앞으로 내달리며 텔슈피드를 최대출력으로 전개했다.

콰아아아아! 최대치로 번개를 방출하는 텔슈피드에서는 마치 폭포수 같은 소리가 났다. 그 귀를 찢는 음향과 십여 갈래로 갈라져 요동치는 번개가 삽시간에 어둠을 짓찢었다. 텔슈피드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악마들은 물론 근위대와 의적단마저도 시선을 빼앗겼다.


“저게 그 마법검인가! 피하라!”


그러나 사용자인 이칼롯도 제어가 안 되는 번개의 움직임을 악마가 예측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근처에 있던 슬러터 하나가 번개에 맞고 튕겨 나갔다. 파직, 하는 작은 폭발과 함께 슬러터는 고통스럽게 경련했다.

한편 번개를 최대한으로 방출한 덕분에 편전 내부가 일순 환해졌다. 근위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당황한 악마부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칼롯은 더 전진하지 않고 아렌베일에게 신호를 건넸다. 무리하게 번개를 방출한 것도 단지 그가 준비되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다.


“매스 라이트(Mass Light)."


담황색 구체에서 뻗어나간 빛이 삽시간에 어둠을 잠식해 갔다. 그에 맞추어 이칼롯도 텔슈피드를 거두었다. 불을 꺼 시각을 빼앗으려는 악마들의 작전은 이칼롯과 아렌베일의 연계로 순식간에 무위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근위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들은 코앞의 악마만큼이나 이칼롯을 예의주시했다. 아차 싶었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그는 자신이 생각보다 훨씬 유명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저, 저거...이칼롯 제르비안...로샤단의 이칼롯 제르비안이다!”


“틀림없어. 나도 상이병(傷痍兵)에게 들었다고. 천둥귀 이칼롯이다.”


상황이 난처하게 돌아갔다. 일행은 근위대를 도우려 했으나, 그들은 ‘리크나이츠 소속’인 일행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들에게 이칼롯은 황제를 죽이러 온 암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잠깐.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니다. 지그문트 황제를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가, 가까이 오지 마라! 이 더러운 리크나이츠 잡놈.”


두 집단이 대립하는 사이 악마들은 빠르게 진형을 추슬렀다. 어차피 길게 끌 필요도 없는 상황, 마울러의 지휘 아래 그들은 일제히 황제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제기랄, 아렌베일! 우리 얘기를 듣지 않소. 일단 디스펠부터 합시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스터가 이를 제지했다. 그는 촉수를 이용하여 황궁 곳곳에 놓인 기둥을 발판삼아 공중에서부터 접근해왔다. 의적단이 아렌베일을 호위하고 있다곤 하나 이런 입체적인 공격에 대응할 수는 없었다.


“으아아악!”


앞에 선 병사 둘의 심장이 꿰뚫리자 아렌베일은 직감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다행히 머리가 날아가는 상황은 피했으나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제스터가 그 모습을 보곤 키득거리며 웃었다.


“크크...안 돼죠 안 돼. 차라리 죽이면 죽였지 디스펠만은 안 됩니다.”


이칼롯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악마부대를 먼저 처리해야 할지, 황제의 신병을 먼저 확보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제스터를 쫓아야 할지. 어디에도 아군은 없었다. 심지어 근위대는 그를 최우선 경계대상으로 삼고 투창을 던지기까지 했다.

모두가 갈피를 못 잡던 그 순간, 알룬도가 앞으로 치고 나왔다. 그는 이칼롯이나 아렌베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크를 당하지 않아 자유로웠으며, 의적단과 근위대 모두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근위대를 향해 외쳤다.


“근위대는 들으시오.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오. 지그문트 황제는 마법에 조종당하고 있소. 우린 황제를 구하러 온 것뿐이오!”


“허튼소리! 천둥귀 이칼롯을 데려오고도 잘도 그런 소릴 지껄이는구나.”


“그러니까, 젠장. 이 악마들을 막으려고 이칼롯‘까지’ 데려온 거잖소. 우리가 무슨 황제 먼저 죽이기 경쟁이라도 하려고 이 난장판에 끼어든 것 같아?”


근위대는 시시각각 쓰러져갔다. 40을 넘던 인원은 어느새 절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황제를 지키기 위해 - 악마로부터, 그리고 로샤단으로부터. 알룬도는 더욱 애가 탔다.


“어서 황제를 우리에게 넘기라고. 여기 있는 남자는 당신들이 더 잘 알 텐데. 황궁마법사였던 아렌베일이오. 우리는 황제를 제정신으로 돌리려는 것뿐이야. 마인드컨트롤만 해제하면 된다고!”


슬러터 하나가 방어진을 뚫고 황제를 향해 길게 점프했다. 그러나 황제를 가장 가까이에서 호위하던 두 기사, 르웨노와 롤랜드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허공에 떠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 것을 이용해 그들은 악마의 머리와 가슴을 단숨에 베어 넘겼다. 떨어진 악마의 목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와중에도 알룬도의 설득은 계속됐다.


“당신들은 황제가 정상으로 보이나? 뭔가 이상한 점 느낀 거 없어?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다고, 뭔가 말투나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한 적 없어? 정상이라면 절대 안 내릴 그런 명령을 내린 적 없느냐고.”


“닥쳐라 암살자! 어디서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는가!”


참지 못하고 르웨노가 버럭 고함쳤다. 그의 일갈에 알룬도가 우뚝 멈춰 섰다. 겁을 집어먹어서가 아니었다. 쩌렁쩌렁한 외침과는 달리, 그 기사의 눈빛이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폐하...저는...”


그는 가장 가까이서 지그문트를 보필해 왔다. 걸음걸이에서 말투, 밥을 먹는 방식까지 황제에 관한 것이라면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갖는 의문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갑자기 부드러워진 어조. 평생 쳐다보지도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원예. 그리고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이유 없이 높아진 민생치안과 복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유순해진 것이라고, 이전까지가 좀 지나쳤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황제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옥좌 앞에 우뚝 선 채 악마와 그들을 막아내는 근위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앉지 않는다. 웃지 않는다.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언제나 병사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 본래의 황제라면 상상도 못했을 그런 행동들.

르웨노는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다...그럴 리가...”


근위대가 당황한 틈을 노리고 슬러터 셋이 일제히 도약했다. 전열에 선 병사들이 어떻게든 막아보려 창을 들었으나 악마가 팔을 한번 휘저을 때마다 무력하게 찢겨져나갔다. 이칼롯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치고나갔다. 그런데 그가 막 텔슈피드를 방출하기 직전, 자그마한 물체가 품 안으로 파고들어왔다.


‘아차!’


마울러였다. 간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놈의 팔이 엄청난 기세로 부풀어 올랐다. 순식간에 2m 가까이 팽창한 마울러의 주먹이 이칼롯을 덮쳤다. 한 손으로 그를 떨쳐내려던 이칼롯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다급하게 검을 면이 보이게 돌리고는 왼발을 갖다 대 충격에 대비했다. 곧 쩌엉, 하는 충격음과 함께 이칼롯은 튕겨나갔다.


"컥...“


거의 10m가량을 밀려난 후에야 그는 멈출 수 있었다. 엄청난 완력! 자그마한 체구로 방심하게 만든 뒤 특유의 완력으로 상대를 압살하는 게 마울러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놀라긴 악마 쪽도 마찬가지였다. 무기 째로 짓뭉개버릴 생각이었는데, 그 짧은 찰나에 위험을 감지하곤 발로 검면을 지탱해 검이 부러지지 않게 막은 것이다. 마울러는 쓰읍 입맛을 다시고는 이칼롯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아악!”


그사이 슬러터 무리가 마침내 근위대의 방어선을 뚫고 황제를 위협할 만한 거리까지 다다랐다. 이제 황제를 보호하는 건 르웨노와 롤랜드를 포함해 네댓 명의 기사뿐이었다.


“막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폐하를 지켜야만 한다!”


롤랜드가 악마의 복부에 검을 꽂아 넣었다. 그러나 일검(一劍)으로 슬러터를 쓰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곧 그의 목덜미로 송곳니가 파고들었다. 짧은 단말마와 함께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나머지 기사들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노력했으나, 악마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동료가 산채로 씹어 먹히는 광경을 보며 르웨노는 죽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황제만은 지켜내야만 했다. 그는 주저 없이 등을 돌렸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마뜩잖기는 하나 조금만 버티면 제스터라는 자가 무언가 수를 써줄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황제를 안전한 곳으로.

그러나 그 순간 르웨노는 황제의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했고,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처연하게 내리깐 시선은 쓰러진 기사들을 향하고 있다. 슬프고, 애달프며, 깊은 허무함이 담긴 눈동자. 그것은 너무나도 올곧고 순수해서, 이를 바라보는 기사의 본분마저 잊게 만들었다.

테론 지그문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저런 눈을 한 적이 없었으므로.


“폐하, 황제 폐하! 이곳은 위험합니다. 폐하....”


르웨노는 다그치듯 황제에게 말했다. 황제는 그저 슬프게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폐하...정말로 당신은...지그문트 폐하가 맞습니까?”


“르웨노...”


이제 르웨노 외에 살아남은 근위대는 없었다. 어쩌면 그런 절망적인 상황이 ‘그’의 변화를 부추긴 것인지도 몰랐다. 자신 때문에 너무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포기하면 좋았을 것을.

마울러를 위시한 모든 슬러터가 황제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이보다 한발 앞서 제스터의 촉수가 허공을 가로질렀다. 그의 의도는 분명했다. 황제를 지킬 수 없다면, 차라리 죽여버리는 게 낫다.

그리고 모든 악마들의 등 뒤로 이칼롯이 다가왔다. 마울러가 황제를 낚아채기 직전, 그리고 제스터의 촉수가 황제의 심장을 관통하기 직전, 그는 온 힘을 다해 텔슈피드를 방출했다.

쿠아아아아...!

다섯 갈래로 뻗어 나간 번개가 정확히 슬러터 무리에게 직격했다. 마울러는 물론이요, 제스터마저도 이 일격에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나갔다.

한편 르웨노와 황제의 시간은 여전히 정지해 있었다. 텔슈피드가 방출한 빛이 일순 황제의 얼굴이 짙은 음영을 드리웠다. 그때 르웨노는 볼 수 있었다. 황제가 시리도록 처연하게 미소 짓는 것을.


“미안해요 르웨노. 저는 당신의 황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죽지 마세요.”


“...에?”


이칼롯의 활약으로 악마들의 행동이 일순 마비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아렌베일은 놓치지 않았다.


“디스펠 매직(Dispell Magic)!"


무형의 파장이 황제를 관통해 지나갔다. 그러자 황제는 허수아비처럼 그 자리에 스르륵 허물어져 버렸다. 르웨노가 재빨리 부축했으나 황제는 의식을 잃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이는 제스터였다.


“이런, 이러면 정말로 곤란하다고! 빨리 죽이지 않으면.”


그러자 마울러 쪽도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크으...마인드컨트롤의 지속 여부는 상관없다. 이대로 황제를 데리고 간다!”


그 자리에서 모인 인간 중에서 악마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인물은 물론 이칼롯 뿐이었다. 아렌베일은 막 마법을 시전한 뒤였고, 알룬도와 나머지 의적단은 그를 보호하느라 후방에 위치해 악마들의 기민한 행동에 반응할 수 없었다. 르웨노는 반쯤 넋이 나가 멍하니 황제를 부둥켜안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칼롯은 움직일 수 없었다. 악마식별의 안경에 탐지된 ‘새로운 존재’를 인지한 순간, 그는 온몸이 마비되어 그 자리에 못 박혔다.


“무슨...!”


콰창, 하고 창문이 부서지며 작은 물체 하나가 편전 내부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마울러보다도 훨씬 작은, 마치 작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칼롯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빙글 회전하는 순간 수십 개의 금빛 ‘창’이 악마들을 난자하는 광경을.

카카카칵...!


“아니?! 어떻게 벌써 커헉!”


화살 세례는 물론 텔슈피드에도 꿈쩍 않던 마울러였으나 몸을 관통하는 수십 개의 참격에는 견딜 수 없었다. 슬러터 넷을 간단히 정리한 ‘그것’은 여전히 황제를 부축하고 있는 르웨노를 향해 가만히 시선을 건넸다. 그 고요한 응시와 마주하자 르웨노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다, 당신은...?”


그러나 그는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난입한 물체가 다시 엄청난 스피드로 창문을 뛰어넘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것을 보며 제스터는 분통을 터뜨렸다.


“빌어먹을! 황제도 처리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는 뒤늦게 황제를 죽이려 했으나 이번에는 이칼롯과 알룬도에게 가로막혔다. 사납게 촉수를 휘둘러보아도 좋은 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와 텔슈피드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운이 나쁘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제스터는 이를 갈며 뒷걸음질쳤다.


“이건 정말 귀찮게 됐군. 그러니까 스제림의 마구간에서 반쯤 미친 생텀가드를 만났을 때보다 더. 이젠 정말로 정말로...뭐가 뭔지 모르겠어. 흠, 젠장.”


제스터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가 가는 방향은 좀 전의 물체가 사라진 쪽과는 정반대였다.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알룬도가 혀를 끌끌 찼다.


“정말 명줄 질긴 녀석이로구만. 그래도 무사히 황제를 구해내서 다행이군. 안 그래?”


이칼롯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쪽 손으로 안경테를 고정한 채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보였다.


“...이칼롯?”


“아렌베일, 이곳은 맡기겠소. 그럼.”


일방적인 통보만 남긴 채 이칼롯은 아까 지나쳐온 성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행동이었기에 아렌베일은 대꾸할 생각도 못한 채 얼떨떨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알룬도가 뒤늦게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그는 이칼롯의 안색이 창백히 질린 것을 보곤 지레 긴장하여 물었다.


“...방금 그건 세실이었지?”


이칼롯은 입술을 짓씹었다. 예상외다. 상정했던 가설을 너무나도 벗어나서 지금 세실을 쫓는 게 올바른 선택인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멈출 수 없는 것은, 놈이 사라진 방향이 ‘그녀’가 머물렀던 지점을 정확하게 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는 전력으로 달리는 와중에도 안경이 흔들리지 않게 한 손으로 테를 고정하고 말했다.


“세실은 슬러터가 아니오!”


“뭐? 그럼 뭔데?”


잘못 보았다 - 라는 선택지가 있을 수 없는 게, 악마식별의 안경은 조금 전부터 시뻘건 적광을 번쩍이며 이칼롯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문구는 더욱더 선명해졌다.


레비저 - 현사(絃絲)의 세실



***



내성 밖으로 뛰어내리자 그제야 매서운 밤바람과 함께 어둠 속에 녹아든 도시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몇 달 만에 맛보는 신선한 밤공기인가. 그러나 감회에 젖을 틈도 없이 세실의 무릎이 푹 꺾였다. 애초에 마인드컨트롤이란 마법은 피드백이 어마어마하여 시전하고 난 뒤에는 최소 일주일은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런데 몸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하여 능력을 전개했으니, 지금 온몸의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당연지사였다.


“.....”


사지를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감각. 아무리 악마라도 고통에는 어쩔 수 없다. 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칠게 신음했다. 육체의 통증도 물론 있지만 그것보다 그녀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죽어가던 롤랜드의, 그리고 믿음을 배신당해 공허한 표정을 짓던 르웨노의 마지막 표정이었다.


“?!”


그러나 그녀에겐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빠듯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훨씬 전에 알아차렸겠으나, 마법의 피드백으로 감각이 둔해진 게 문제였다.

살짝 벌린 입이 매우 놀랐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저 무표정에 지나지 않다. 밤 공기에 녹아든 검은 눈동자가 세실의 금빛 동공에 들어와 맺혔다. 불과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그녀가 세실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실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은...”


그리고 그녀, 드뷔사 또한 눈앞의 작은 소녀의 정체를 간파했다. 비록 초면이지만, 이칼롯과 알룬도에게 질리도록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원흉에 대해.


“당신이 세실이로군요.”


세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등 뒤로 추격자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곤 조용히 머리카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람의 계승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일러스트를 받았습니다! +7 15.07.26 1,299 0 -
공지 세계관 - 데루루피아의 편지 +7 15.03.22 3,315 0 -
345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4) +105 15.09.01 2,325 49 24쪽
344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3) +15 15.08.20 1,060 26 20쪽
343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2) +11 15.08.09 1,066 35 23쪽
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7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3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5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6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4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1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1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5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1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2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9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50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2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9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7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9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91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5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2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6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52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6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8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4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5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5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2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2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8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8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50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8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1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3 25 19쪽
291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4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3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2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8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1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10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5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0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5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2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8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10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3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5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4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4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8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9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41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8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4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90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2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9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8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3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5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3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6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1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6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4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8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8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9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5 25 2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