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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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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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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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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DUMMY

아무리 심호흡을 해봐도 심장이 덜컹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그것도 느닷없이 ‘거물’을 보게 된 것이다. 세실이라는 악마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했던가. 상상력이 풍부한 그녀로서는 악마라는 단어로도 무수한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연극...로제오와 마리안느 이야기로군.”


너무나도 조용한 목소리였다. 드뷔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말았다. 역시 방금 것은 황제의 목소리다. 그런데 그의 어조는 일국의 황제가 갖추어야 할 근엄함이나 오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여자인 드뷔사보다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즐겁게 노는데 내가 찬물을 끼얹은 모양이군. 모두 미안하게 됐다.”


황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군중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러자 군중은 황제의 저자세에 오히려 몸 둘 바를 몰라 더욱 상체를 땅에 밀착시켰다.


“롤랜드 경. 출발하지.”


맨 처음 군중을 압도하던 기사가 황제의 지시에 재빨리 말에 올라탔다. 지그문트 일행은 그대로 광장을 가로질러갔다. 한편 점점 멀어져가는 행렬을 바라보는 드뷔사의 속은 타들어갔다.


‘정말, 빨리 온다더니,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기회였다. 바로 눈앞에,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황제가 있지 않은가! 굳이 황궁에 잠입하지도, 두터운 성문을 돌파하지 않아도 된다. 바로 이 자리에서 황제에게 디스펠매직을 사용하면, 모든 상황이 단번에 정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이칼롯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새 꼼짝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그의 당부는 까맣게 잊은 채로, 드뷔사는 다급하게 왕의 행렬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딱히 들킬 염려는 없었다. 비단 그녀만이 아니라도 왕의 시종이나 어린아이, 거지 등이 무리지어 왕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다행히 황제는 바로 궁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는 오히려 황궁과는 정반대방향인 으슥한 빈민가로 말을 몰았다. 드뷔사는 뒤를 쫓는 한편 틈틈이 약초가루를 뿌려 이칼롯이 찾아올 수 있게 표식을 남겼다.

그렇게 굽이진 골목길을 네댓 번 돌았을 때였다. 황제가 돌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뒤따르던 호위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라. 천한 것들이 엿들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드뷔사를 포함해 따라오던 사람들은 벽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한발 뒤로 튕겨 나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설령 불손한 생각을 품었다 하더라도 저 중무장 기사대의 벽을 뚫기란 불가능했다. 어떻게 한 푼 얻어볼까 했던 거지와 어린이들이 툴툴대며 거리로 흩어져갔다.

드뷔사도 처음에는 그들 무리에 섞여 왔던 길을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리자마자 맹렬한 의구심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왜 황제는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간 거지? 그곳에 뭐가 있기에? 왜 기사들은 길을 막은 거지? 보면 안 되는, 들으면 안 되는 비밀이라도 있어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어쩌면 그녀가 마주한 상황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은 민간인이다. 수많은 전장을 거친 이칼롯이나 알룬도와는 다르다. 어쩌면 여기서 빨리 빠지는 게 현명한 판단일 수도 있었다.

어차피 이칼롯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으니까.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두려움에 요동치던 심장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확실히 이칼롯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이번 임무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녀는 그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보호받기보다는 도움을 주고 싶었고, 짐 덩어리가 되기보다는 같이 짐을 들어주는, 그런 대등한 관계이고 싶었다. 그녀는 기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골목 옆 헛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주인은 외출한 것인지 퀴퀴한 볏짚냄새 말고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적막 속에 귀를 기울이자 벽 너머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만입...”


“이런....불...”


그러나 역시 벽을 두고 있는 탓인지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드뷔사는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타고 헛간 지붕으로 올라갔다. 사다리가 삐걱댈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폭발성 시약을 만들 때에도 이렇게 조심스럽지는 않았다. 어느새 그녀의 목 언저리로 식은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붕 위로 올라가자마자 그녀는 납작 엎드렸다. 그제야 황제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것 때문에 부른 건가? 무슨 조건이든 드라칸에게는 협력하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히히, 여전히 융통성이 없으시군요. 「폐하」”.


순간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황제와 대화를 나누는 남자는 검은 후드로 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작은 키를 꾸부정하게 구부리고 있어 뒤에 선 기사의 허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머리는 또 비정상적으로 커 마치 거대한 개구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드뷔사는 그 남자가 거대한 혀를 날름거리는 장면을 보곤 기겁하여 입을 틀어막았다.

골목을 막아선 기사들은 황제의 명령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역시 그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방 눈을 흘겨댔다. 다만 황제는 그 개구리 사내가 익숙한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됐다.


“들어보시죠 폐하. 딱히 협력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저희는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을 뿐입지요.”


“내가 그 정도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리라 생각하나?”


“히히히...”


사내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연방 입술을 핥아댔다. 황제는 그의 무례한 행동을 그저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내가 헤벌쭉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나오리라는 것쯤은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높으신 「폐하」라면 다르겠죠.”


“무슨 뜻이지?”


“협력하지 않으시겠다면야, 진짜 폐하께 그년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야지요.”


황제의 표정에 처음으로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뒷짐 지고 있던 손을 풀어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까딱이는 검지는 힘이 들어갔는지 피가 쏠려 붉게 얼룩진 상태였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건가?”


그러자 사내는 황송하다는 듯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이는 거짓사죄일 뿐, 입에서는 끊임없이 실소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당치도 않습니다. 애초에 당신을 설득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수죠.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습지요. 아시겠습니까? 이건 요청이 아니라 통보입니다.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준비를 하셔야겠군요. 키키킥.”


중간에 끼어든 드뷔사로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둘의 관계가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내색하진 않아도 황제의 눈빛에 형형한 살기가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는 호위대를 부르진 않았다. 슬러터급의 악마다. 호위대의 포위망 따위, 우습게 돌파해버릴 것이 분명했다.


“내가 너희들에게 당하리라 생각하는가?”


사내는 머리를 조아린 채로 음흉하게 웃었다.


“저희가 당신을 이길 수 있을 리 없죠. 하지만 당신이 힘을 쓰려면 우선 그 마인드컨트롤부터 치워야 할 텐데, 그럼 안개송곳니에 들어간 이유가 없잖습니까?”


“....”


“당신을 찾아도 그만, 황제를 납치해도 그만. 저희에겐 경우의 수가 많습죠. 하지만 당신에겐, 히히히, 그 제스터라는 병신 말고 또 내밀 카드가 있는지요?”


점점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황야 끝에 걸린 태양이 마지막 붉은 광휘를 도시 전체에 흩뿌렸다.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의 열세를 인정한 것이기에, 사내는 만족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옛정을 생각해 말씀드리죠. 죽기 전에 황제를 내놓으십시오. 현사(絃絲)의 세실.”


드뷔사는 두 사람의 대화를 글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마인드컨트롤, 납치, 그리고 현사의 세실.

황제가 말했다.


“절대 너희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오우, 드라칸은 절대 한 번 정한 목표는 놓치지 않는 분이시죠. 단언컨대 베릴의 아이는 우리가 갖게 될 겁니다.”


겨울인데도 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러나 드뷔사는 감히 이마를 훔칠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뺨을 타고 땀방울이 턱 언저리에 방울졌다. 빨리 자리를 벗어나 자신이 보고 들은 내용을 이칼롯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사내가 말했다.


“자아,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합지요. 그럼 마지막으로...”


그는 일순 드뷔사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도마뱀과 같은 거대한 두 눈과 마주치자 드뷔사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언제부터 눈치챈 걸까. 그녀는 달아날 생각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벌벌 떨었다. 아니, 본능적으로 달아나 봤자라고 몸이 인정하고 있었다.

사내는 겁에 질린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저건 어떻게, 마지막 선물로 제가 처리하고 갈까요?”


사내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어갔다. 그러나 변화는 거기서 끝났다. 황제가 그를 제지한 것이다.


“건방 떨지 마라 마울러(Mauler). 내가 보는 앞에서 살생은 용서치 않는다.”


“히히...끝까지 고지식하시긴. 뭐, 알아서 잘 처리하십쇼.”


사내는 더러운 미소를 띄운 채로 사라져갔다. 그때까지도 드뷔사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얼어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응시하듯 붉게 물들어가던 눈동자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황제가 그를 막지 않았다면 그 즉시 사지가 찢어졌을 것이다.


“...내려오라.”


황제의 한 마디에 그제야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뷔사는 쭈뼛거리며 지붕 아래로 내려갔다. 키 작은 사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위험은 남아 있었다. 이런 곳에서 붙잡히다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왜 내 대화를 엿들었지?”


드뷔사는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고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시치미를 뗐다.


“...저는 리그니체 공국의 연금술사이옵니다. 이렇게 추한 꼴을 보여 드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하지만 꼬, 꼭 황제 폐하를 뵙고자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불손한 행동을 한 점 사과드리옵니다. 그래도 제 신분이 미천한지라 대화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사오니...”


거기까지 듣고 황제는 드뷔사를 제지했다. 어느새 다가온 호위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왜 날 보고자 한 거지?”


머뭇거리면 끝장이다. 드뷔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들었다.


“카잘산맥 꼭대기에서만 나는 용설란으로 만든 비약이옵니다. 중장년 남성의 발기부전과 기력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꼭 폐하께 진상하고 싶어서...”


그러자 기사 하나가 약병을 가로챘다.


“기다려라 네 이년! 이게 맹독인지 비약인지 어떻게 믿으라는 게냐.”


“맹독이라니요. 못 믿으시겠다면 제가 직접 마셔보겠습니다. 물론 전 여자라 효력은 없겠지만, 이건 없어서 못 구하는 특S급 비약입니다. 리그니체 경매장에 내놓아도 300골드는 족히 받을 물건이옵니다.”


드뷔사는 있는 대로 말꼬리를 잡아 시간을 벌려했다. 그러나 약발은 거기서 끝이 났다. 황제가 그녀의 의중을 간파한 것이다.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이제는 부질없는 짓이니...”


“에...네?”


“가거라. 아직 해가 있을 때 어서 이 도시를 떠나라.”


“무슨...”


너무도 간단히, 먹다 남은 간식을 버리듯 무심한 얼굴로 황제는 그녀를 풀어주었다.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드뷔사는 물론 그녀를 경계하던 기사들조차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 첩자일지도 모르는데 저리 간단히 보내주어도 되겠습니까?”


“내가 언제 한 입으로 두말한 적 있던가?”


혼란스럽기는 드뷔사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는 인물이었다. 본체는 분명 세실이라는 악마일 텐데, 오히려 진짜 황제보다도 유순한 것 같았다.

물론 놓아준다는데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드뷔사는 꾸벅 절을 올리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혹시 딴소리할까 싶어 용설란 비약을 기사에게 맡기고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찰나였지만 모든 호위대의 시선이 그 초특급 발기부전 치료제에 집중됐다).

그러나 내달리는 드뷔사의 속도가 발걸음 발걸음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알 수 없는 응어리가 가슴 속에 자리 잡아 그녀의 소매를 잡아끌고 있었다. 대화하고 싶다. 질문하고 싶다. 세실이라는 인물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돌아서 외쳤다.


“폐하, 조금 전에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황제는 이미 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칼롯을 만난 건 그 후였다. 드뷔사가 뿌려놓은 약초가루를 쫓던 그는 그녀가 먼지투성이가 되어 터덜터덜 내려오는 광경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요? 기다리고 있으라 하지 않았소.”


그의 화난 얼굴과 마주하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 드뷔사는 풀썩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워낙 접한 정보가 많아 무엇부터 설명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에 또...지그문트 황제를 만나고 왔는데요.”


“...음?”


“아, 그러고 보니 저 방금 죽을 뻔했어요.”


“....”


숙소로 돌아간 뒤 드뷔사는 황제를 만났던 일을 일행에게 알렸다. 가장 놀란 사람은 물론 아렌베일이었다.


“그냥 보내줬다고? 그 작자가? 조종당하고 있는 건 확실하군.”


한편 이칼롯과 알룬도는 황제보다는 그와 대화를 나누던 남자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알룬도는 두 사람이 나간 사이 늘어지게 한잠 자고 온 터라 기운이 넘쳤다.


“그건 아마도 악마겠군. 그런데 세실도 악마라면, 악마끼리 대립하고 있다는 소린데...”


이칼롯이 말했다.


“아마 맞을 거요. 광장 근처에서 3마리의 악마를 감지했었소. 뒤따라갔지만 둘은 사라진 뒤였고, 하나는 이미 죽어 있었소. 그리고 죽인 쪽에 아무래도 제스터가 있는 모양이오.”


“...제스터가?”


알룬도의 표정이 착잡하게 굳었다. 안개송곳니 사이에서도 제스터는 특히 상대하기 싫은 작자 중 하나다. 비단 전투능력을 떠나서, 그의 상대를 조롱하는 말투와 속임수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일단 제스터는 세실 쪽이로군. 나머지는 드라칸의 수하고. 악마끼리 싸워준다면 환영할 일 아닌가? 굳이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잖아.”


그러나 이칼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간단히 치부할 문제가 아니었다.


“드라칸 쪽이 지그문트를 납치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오. 잊었소? 우리 임무는 황제의 서명이 담긴 정전협정서를 가지고 가는 것이오.”


“으음...그랬었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자 안 그래도 긴장해있던 아렌베일 의적단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특히 황제구출이 목적인 그들로서는 악마니, 납치니 하는 단어가 날카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아렌베일이 말했다.


“당연히 돌입해야지. 어중이떠중이 끼어든다고 우리 목적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예정대로 간다. 돌입 시기는...”


“오늘 밤이오.”


“그래 오늘 밤....엉?”


병사 하나가 놀라 주전자를 떨어뜨렸다. 아렌베일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미 해가 저문 뒤였다. 오늘 밤이라는 것은 즉 지금 당장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칼롯이 빈말로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는 건틀렛과 망토를 챙기며 말했다.


“드뷔사의 정보가 맞다면 드라칸의 수하들이 빠른 시일 내에 황궁을 습격할 거요. 그러니 그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 하오. 아, 부탁한 평면도는 어떻게 됐소?”


“잠깐잠깐!”


아렌베일이 그의 말을 끊고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당장 출발이라니, 너무 무모했다. 심지어 의적단 병사들은 강행군의 피로를 채 풀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는 숙소에 모인 모두를 대변하여 현실적인 부분을 짚고 넘어갔다.


“이봐, 우린 아직 제대로 된 작전도 세우지 않았다고. 게다가 피로도 쌓여 있고. 오늘 밤이라니, 황궁 잠입이 무슨 애들 장난이야?”


그러나 이칼롯은 완고했다.


“그럼 황제가 납치당하는 걸 보고만 있자는 소리요?”


“그래도 지금 출발은 아니지. 그리고 황제 주위엔 직속근위대가 24시간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고. 아무리 그 악마라는 게 대단하다고 해도...”


“리크나이츠 궁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게 고작 슬러터 셋이라고 얘기했던가?”


“음...”


이칼롯은 어느새 전투 준비를 완벽하게 끝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아렌베일 의적단은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었다. 찻잔을 들고 있는 자, 의자에 앉아 있는 자, 어쩔 줄 몰라 눈치만 살피는 자. 그들은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는 아렌베일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아니야.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몰살당하는 건 우리가 될 거다.”


이칼롯은 이칼롯대로 답답하기만 했다. 드라칸의 수하는 ‘요청이 아닌 통보’라는 문구를 입에 담았다. 이는 그전까지도 황제(세실)와 꾸준히 접촉이 있어왔고, 오늘 타협을 포기하고 무력행동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음을 뜻했다. 그렇다면 결행은 빠를수록 좋다. 세실이 습격에 대비할 시간을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쟁상황에서 알룬도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이대로는 끝이 나지 않겠다 생각한 그는 양쪽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합시다. 바로 돌입하지 말고 밖에서 먼저 황궁 내부의 동태를 살펴보는 거지. 드라칸의 수하라면 죄다 악마일 거 아냐? 마침 이칼롯에게 악마를 포착해내는 아티팩트가 있는데.”


드뷔사가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여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칼롯도 굳이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다. 악마가 포착되면 그대로 돌입하면 되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면 성문 밖을 서성이다 철수하면 된다. 아렌베일은 여전히 마뜩잖은 얼굴이었으나 거기서 더 불만을 표출하진 않았다.


“좋아 그렇게 하지. 내성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교대로 황궁을 감시하면 되는 거지? 자, 알아들었으면 다들 움직여.”



****



해가 지면 황궁을 둘러싼 내성 안으로는 모든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그렇기에 밤중에 황궁 안으로 들어가려면 성벽을 타고 오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성벽 위를 순찰하는 위병부터 조용히 처리하는 게 관건이다. 일격즉사로 끝내지 못하면 침입자를 알리는 나팔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게 된다.

이미 라키시아에서 한 번 겪었던 일이기에 긴장된다거나 두렵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다. 이칼롯은 황궁에서 가장 가까운 성벽을 골라 그 아래 걸터앉았다. 아렌베일 의적단은 내성에서 가장 가까운 여관을 잡고는 알룬도와 함께 작전을 구상하는 중이었다.

자정까지는 조금 시간이 남아 있었다. 아직까지 안경에 포착되는 악마의 움직임은 없었다. 타지에서 올려다보는 윤달은 이지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러웠다. 이따금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빼면 주위는 고요했다.

자박자박. 이제는 익숙해진 좁은 보폭의 걸음걸이였다. 또 무슨 귀찮은 짓을 할까 싶어 짜증을 내면서도 이칼롯은 순순히 드뷔사가 앉을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위험하니까 빠지라고 했소만.”


“숙소를 여기로 옮겼잖아요. 그냥 밤공기가 좋아 산책 나온 거예요.”


“후우...말이나 못하면.”


드뷔사는 늘 그렇듯 이칼롯의 바로 옆에 무릎을 모아 앉았다. 어깨에 두른 카디건의 감촉이 이칼롯에게도 전해졌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다소 떨고 있었다.


“그 안경 말인데요. 식별범위가 얼마나 되죠?”


“...100m 정도.”


“어머, 정말 넓네요. 여기서 100m면 대편전까지도 닿겠는데요.”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이칼롯은 이번만은 그녀가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준비해 왔음을 감지했다.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싸늘한 밤이었다. 드뷔사는 발갛게 익은 귓불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사실은 아까 숙소에서 얘기하지 않은 게 있어요. 아렌베일이나 알룬도 씨에게 알려도 좋은 것인가 싶어서...”


“말해보시오.”


“그 남자, 드라칸의 수하가 황제를 납치하려는 이유요. 그 남자는 베릴의 아이를 찾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이칼롯의 동공이 살짝 커졌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4번째 신의 아이다. 악마와 신의 아이. 이전번 아루의 수정을 놓고 벌였던 전투를 생각하면 이제 와서는 악마의 행보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물론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지만 말이다.

드뷔사가 말했다.


“또한 그자는 납치란 최선책이 아닌, 세실이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아 차선책으로 택한 것임을 분명히 했어요. 여기서 도출되는 결론은 무엇일까요?”


“...세실과 지그문트 황제는 베릴의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


“여억시 똑똑하시네요. 거기서 좀 더 생각해 봤는데요. 제르비안씨의 계획대로 황제를 구해내면, 그러니까 마인드컨트롤을 해제한다면 황제는 베릴의 아이를 찾을까요, 찾지 않을까요?”


반드시 찾는다. 단순히 국가소유적 관점에서 보면 브리토리스가 아반케즈의 아이를, 리크나이츠가 펠아람과 루프리모의 아이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스트리카가 베릴의 아이를 포기해 스스로 열세에 빠질 리 없다. 게다가 세간에 알려진 지그문트는 철저한 군국주의자였다.

하지만 이칼롯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다잡았다. 현재 그에게 정전협정서보다 중요한 과제는 없었다.


“지금 신경 써야할 문제는 아니오.”


“...하긴 그러네요.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


당장 전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드뷔사는 이칼롯이 경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잠시 침묵을 지켰다. 당차게 따라오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칼부림이 두려웠다. 설령 승리한다 해도 이칼롯과 알룬도가 피묻은 얼굴로 돌아오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밤은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어둠, 그리고 정적. 눈을 아무리 크게 떠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스름 짙은 도시의 실루엣 뿐이었다. 사위는 너무나도 고요하여 옆에 앉은 이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밤공기는 찼으나, 서로가 바람막이가 되어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 구름에 가렸다 나오기를 열 번은 넘었다고 판단될 즈음이었다. 드뷔사는 이칼롯이 혹시 잠든 게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그 세실이라는 악마 말인데요...”


그때 이칼롯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드뷔사는 쓸데없이 그의 신경을 건드린 것인가 싶어 얼른 입을 다물었다. 안경이 없는 그녀로서는 이칼롯의 시야에 번쩍이는 각양각색의 빛줄기가 보일 리 없었다.


“왔소! 알룬도! 아렌베일!”


그와 동시에 여관에서 아렌베일 의적단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로 오늘 밤 오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아렌베일이 이를 갈며 말했다.


“나도 느꼈다! 지금 막 황궁 주위에 결계가 쳐졌어.”


“무슨 결계지?”


“사일런트 에리어(Silent Area). 지금 황궁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이 차단되고 있어. 뿔나팔이나 경종 같은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는 거지.”


한편 알룬도는 나오자마자 이칼롯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는 한 손으로 안경테를 붙잡고는 주의 깊게 악마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


“뭐가 보여?”


“...많은 수의 슬러터.”


“제에엔장.”


위치파악이 끝나자 이칼롯은 곧장 내성 성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알룬도와 아렌베일 의적단이 그의 뒤를 따랐다. 생각보다 악마들의 진격속도가 엄청났다. 분명 근위대가 배치되어 있을 텐데도, 놈들은 텅 빈 정원을 질주하듯 황제가 있는 편전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드뷔사는 멀어지는 이칼롯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



‘황제’는 옥좌에 앉은 채 가만히 문밖을 응시했다. 그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드라칸의 수하들. 아마 근위대만으로는 막기 힘들 것이다. 그들은 지그문트가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저 충직하게 자신의 본분을 다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 같아 그는 마음이 아팠다.


“르웨노 경. 경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군요.”


“예? 괘, 괜찮습니다 폐하. 그런데 갑자기 저 같은 자에게 경어를....”


호명된 기사는 영문을 몰라 무릎을 꿇었다. 황제는 그의 성실함과 근면함을 좋아했다.


“르웨노 경, 테론 지그문트는 어떤 사람입니까?”


“폐, 폐하?”


“제가 아는 지그문트는 아주 잔인하고, 탐욕스럽고, 끝없는 진화를 꿈꾸는 자입니다. 또한 지나칠 정도로 힘에 집착하죠.”


“아닙니다 폐하! 만인의 아버지이신 폐하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그는 조금 지쳐 있었다. 가장 증오하는 인간을 흉내 내는 일은 기나긴 그의 인생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불쾌한 경험이었다. 그뿐 아니라 레이시의 지령에 따라 리크나이츠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장병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이제는 황궁근위대도.

그는 이것이 정녕 옳은 선택인지 끊임없이 고뇌하곤 했다. 결과는 늘 지독한 자기합리화로 끝이 났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그가 말했다.


“...하지만 황제가 죽는다고 이 광기가 사그라지진 않겠지요. 저는 제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르웨노 경, 곧 적의 습격이 있을 겁니다. 근위대는 전원 무장한 채 자리를 지키세요.”


기사들이 어리둥절해할 틈은 없었다. 황제가 말을 마치자마자 황궁 입구 쪽에서 비명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맹렬히 무기를 뽑아들었다.


“암습이다! 전원 위치로!”


황제는 문을 막아선 기사들의 면면을 찬찬이 훑어보았다. 모두 20~40대 사이의 젊은 남성들이다. 그야말로 이제 막 만개한 푸른 꽃들. 황제는 그들을 좋아했다. 또한 황제는 그들을 존경했다. 비명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자신의 아집 때문에.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르웨노 경, 나를 지켜주시겠습니까?”


이름이 불리자 기사는 기쁜 얼굴로 경례자세를 취했다.


“당신의 뜻대로, 폐하.”


황제는 싱긋 미소 짓고는 옥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대다수의 근위대가 입구 쪽으로 몰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황제가 선 옥좌 쪽은 공간이 남아 휑한 느낌이었다. 황제는 무의식적으로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천장을 향해 동전 하나를 튕기며 말했다.


“제스터, 당신 차례입니다.”


그러자 천장에서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뛰어내렸다. 제스터. 제리온과의 일전에서 아티팩트(투명화의 가면)를 잃은 그는 그 후로 줄곧 붕대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다가왔다.


“어이쿠, 저를 이리 불러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폐하.”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안개송곳니? 아니면 드라칸?”


제스터는 과장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자신을 흘겨보는 기사들의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이래 봬도 제가 정에 약해서...일단은 안개송곳니라고 해두지요.”


그 정도면 지금 상황에서는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그는 제스터를 신용하지 않았으나, 그의 실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럼 가서 싸우세요. 그게 당신의 사명입니다.”


제스터는 조금 전 르웨노를 흉내 내 우스꽝스럽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대답했다.


“당신의 뜻대로, 세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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