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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조회수 :
359,143
추천수 :
10,757
글자수 :
2,844,987

작성
15.05.21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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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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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22쪽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DUMMY

“퀴즈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이죠.”


“어...그래요? 우리가 몇 번째인데요?”


“두 번째입니다.”


‘이 새끼 봐라?’


소년의 금빛 머리칼이 샹들리에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뿐만 아니라 말끔하게 다린 넥타이와 정장 위로는 윤기까지 흐르고 있었다. 몇 날 며칠을 씻지 못해 꾀죄죄한 몰골을 한 일행과 부티 넘치는 소년의 모습은 극히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기소개부터 할까요? 제 이름은 루이즈라고 합니다.”


“어, 음, 루도요.”


“레미나라고 해요.”


꼬마의 살가운 태도에 둘은 엉겁결에 이름을 댔다. 루이즈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두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루도는 악수를 받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내실에는 루이즈를 제외하곤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당신은 누구세요?”


루이즈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이름이라면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그러니까...나타니엘이랑 잘 아는 사인가 해서.”


“당연히 잘 알죠, 암.”


루이즈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대답하기에 앞서 일단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복도는 끝자락에 보이는 둥그런 석문을 향해 뻗어 있었는데, 양 사이드에는 갖가지 부조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루도는 복도를 걷는 와중에 슬쩍 부조를 살펴보았는데, 대부분이 헐벗은 여성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것들은 전부 케리아돌을 닮아 있었다.

루이즈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의 질문은 이거군요. 수백 년간 잠들어있던 이 장소에 왜 저 같은 수려한 미소년이 있느냐 그거죠?”


뭔가 거슬리는 단어가 있었지만 루도는 대충 넘어갔다.


“일단은...”


“그야 저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전 나타니엘이 만든 마법입니다.”


놀라는 정도는 레미나 쪽이 훨씬 컸다. 루도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몰라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루이즈는 그의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입을 삐죽이 내밀며 말했다.


“저는 나타니엘의 기억을 토대로 창조된 인공인격입니다. 이곳에 머물며, 방문하는 신의 아이에게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 존재 이유지요.”


“그, 그럼 나타니엘은 어디 있는데요?”


“당연히 죽었죠. 500년 전의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나타니엘 본인은 이미 죽어 없고, 루이즈가 그가 남긴 일종의 대리인인 셈이다. 더불어 일행은 그가 생전 나타니엘의 기억과 성격, 외관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전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어린아이의 모습이냐는 루도의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여성에게 인기 있었을 때가 이 나이대였으니까요.”


“아....”


문득 케리아돌에게 되지도 않는 구애를 일삼던 그의 얼굴이 떠올라 루도는 나직이 동정의 탄성을 내질렀다. 어쩌면 나타니엘은 루이즈를 만들며 자신의 한(恨)까지 불어넣은 모양인지도 몰랐다. 그 증거로, 그는 복도를 걷는 내내 레미나에게 찰싹 달라붙어 얼굴을 부비대고 있었다. 레미나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진 않았다. 그가 말한 대로 유년기의 남자아이는 시대를 불문하고 여자의 모성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거듭된 그의 스킨십에 심기가 불편한 쪽은 오히려 루도였다.

그렇게 복도 끝에 다다르자 둥그런 석문이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루이즈는 문을 열기에 앞서 말했다.


“자, 이제 진지해질 시간이로군요. 앞서 통행퀴즈를 통과하셨으니, 여러분이 이 연구소의 존재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도 되겠지요? 이곳은 나타니엘의 마법이 보존된 장소입니다. 마법의 효능은 신의 아이와 숙주의 영혼을 연결하여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지요. 또한 부차적으로 이 마법은 강제 각성이라는 효과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계십니까?”


루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설명은 케리아돌이 보여주었던 과거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경박한 태도에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 어쩌면 이곳이 루도의 마지막 종착역일지도 몰랐다. 때문에 루도는 마침내 도착했다는 성취감보다는, 이제 끝이라는 다소 허탈한 감정을 느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제 추측으로는 두 분 중에 신의 아이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맞습니까?”


“네. 제가 바로 펠아람의 아이입니다.”


루이즈의 눈동자가 일순 이채롭게 빛났다. 이는 그가 나타니엘의 기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까닭이었다. 과거를 살던 이들에게, ‘펠아람’이라는 단어는 결코 긍정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손가락을 들어 석문에 파여진 홈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문 전체에 빛이 감돌더니 이내 빙글빙글 돌며 열리기 시작했다.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의 빛이 반겨주던 내실과 달리, 석문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들어오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가 느껴져 일행은 흠칫 상체를 뒤로 뺐다. 루이즈가 말했다.


“이 안쪽에 마법 ‘소울링크(Soul Link)'가 있습니다. 오로지 신의 아이만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이지요. 때문에 신의 아이를 제외한 일반인의 출입은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제법 목소리를 낮게 깔며 경고했다. 이 안쪽에, 그렇게 찾아 헤매던 그 마법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레미나가 울상이 되어 손을 들었다. 루이즈의 설명대로라면 일반인인 그녀는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저기...그럼 저는 여기부터는 못 들어가는 건가요?”


루도는 조금 전 루이즈의 진중한 어투로 미루어 당연히 안 된다는 말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그녀가 안쓰럽게 말하자, 루이즈는 오히려 입을 헤벌쭉 벌리며 말했다.


“아, 물론 예외는 있는 법이죠. 아가씨는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뭐야, 조금 전엔 대단한 규율처럼 말하더니.”


레미나만 보면 유화적이 되는 그를 보곤 루도가 심통이 나 물었다. 그러자 루이즈는 레미나를 향해 감탄의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제 취향입니다. 당신은 클라리스 텔슈피드와 외관이 73% 일치하시는군요. 나타니엘은 생전 그녀를 친딸처럼 아끼곤 했지요. 혹시 그녀의 자손이십니까?”


“아, 그런 말 종종 들어요.”


그러고 보니 그람이 그녀를 클라리스로 착각한 적도 있었지. 나타니엘 역시 그녀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으니, 그의 기억을 물려받은 루이즈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납득할만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루도는 그에게 남자로서 본능적인 경계심을 느꼈다. 이 녀석은 진짜다. 어디서 그럴듯한 레퍼토리만 가져왔을 뿐, 녀석은 그냥 예쁜 여자라면 앞뒤 안 보고 달려드는 족속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와 닮지 않은 27%가 더욱 매력적이시군요. 특히 그 풍만한 가슴은....혹시 만져 봐도 되나요?”


‘이 새끼가...’


석실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빈 촛대에 불이 밝혀졌다. 루이즈 자체도 마법인 것처럼, 연구소 자체가 전부 마법으로 가동되는 모양이었다. 일행이 지나갈 때마다 그 자리엔 속속들이 불이 켜졌다. 한참을 걸어가던 루이즈는 구석에 놓인 단출한 흔들의자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촛불이 있다곤 해도 방안의 명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어두침침한 공간 안에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을 보자니 왠지 고문실이 떠올라 루도는 숨을 들이 삼켰다. 수없이 마음속으로 다짐을 해왔건만, 정작 이 앞에 서고 나니 심장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루이즈 역시 어느새 표정이 진중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곳에 들어선 후부턴 그도 시답잖은 농담을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는 루도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루도 씨. 당신이 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굳이 그걸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왜인지 아십니까? 소울링크는 그 자체로도 신의 아이를 판별해내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네, 뭐 그건 곧 밝혀지겠지요. 이건 애초에 ‘두 개의 영혼’을 위해 만들어진 마법입니다. 때문에 일반인이 마법의 영향을 받으면, 자아가 붕괴해버리고 말죠. 그리고, 이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당신이 육체의 소유권을 펠아람의 아이에게 넘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신은 그럴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억울하다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지난 1년의 세월을 되새길 시간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람카디스가 죽고, 안개송곳니에게 쫓기고, 에메랄드 섬에 가고, 다시 돌아와 국왕을 구하고. 함께 해줬던 동료들, 그리고 레미나. 레미나는 이제 그에게 단순한 동료 이상의 존재였다. 그는 자신이 사라진다는 사실보다, 이후에 슬퍼할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눈물이 흐르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자신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초연한 척하고 있는 것이다. 저렇게 다 티가 나건만.


“나는...내가 펠아람의 저주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자리에 가 앉아주십시오.”


루도는 조용히 의자에 몸을 맡겼다. 등받이가 한껏 뒤로 젖혀진 흔들의자는 푹신한 쿠션을 깔아놓아서인지 더할 나위 없이 아늑했다. 그가 힘을 주자 의자는 기분 좋게 삐걱거렸다. 이런 무덤이라면 그렇게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의자에 앉아 곧 천정에 빛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들어올 땐 몰랐는데, 방의 벽 곳곳에 수많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하나의 마법진이 떠오르면, 이어 근처의 마법진이 연쇄적으로 루도를 향해 빛을 뿜었다. 자신을 향하는 수십 줄기의 빛의 향연에 루도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레미나를 보고 싶었지만, 실눈 속에서 그는 단지 두 손을 꼭 모아 쥔 그녀의 실루엣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이즈가 말했다.


“저 역시 마법이듯이, 이 방 전체가 ‘소울링크’를 이루는 매개체입니다. 발동조건은 누군가가 의자에 앉았을 때이고요. 이제 곧 마법이 시전될 겁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주십시오.”


“만약 제가 펠아람의 저주가 맞다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


그의 질문에 루이즈는 길게 눈을 감았다 뗐다. 그도 이미 루도와 레미나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선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애달픈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루이즈는 굳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소울링크가 끝나자마자 당신의 감정 상태를 체크할 겁니다. 만약 분노와 파괴욕이 기준치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이 연구소에 설정된 9가지의 마법이 발동됩니다. 마법은 전부 9클래스의 원소계로, 설령 신의 아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사망하리라는 것을 보장하죠.”


그의 설명에 루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 정도면 적어도 펠아람의 아이가 폭주해 레미나를 죽이는 꼴은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루도는 눈을 감았다. 어느새 빛은 그의 전신을 감싸 돌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빛의 향연 속에서, 그는 그리운 인물의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그를 향해 걱정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사라져갔다.


‘람...’


화악! 마법이 발동한 그 순간, 머릿속이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정확히는 ‘다른 이의 것이었던’ 기억이 폭포수처럼 흘러들기 시작했다.


***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의 영상이었다. 레미나가 중상을 입고, 레오문드의 훼창기사단과 대치했을 때의 기억. 그때 ‘그’는 힘을 해방해 수십 명의 기사들 단 하나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도륙했다. 고깃덩어리가 되어 찢겨나가는 기사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튀는 피, 그 핏빛과 극히 대조되는 순백의 눈발.

그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아케니온과의 전투 때였다. 제랄드에게 붙잡힌 그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을 개방했다.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아케니온은 셋이 죽고 제랄드가 중상을 입는 타격을 받았다.

그다음은, 루도도 이야기로 들어 알고 있는 꽤나 긴 기억의 단편이었다. 레이시에 의해 바질리스크의 독에 중독되었을 때, 그는 안젤리카의 힘을 빌려 독을 중화하고, 갑자기 들이닥친 그람과 교전을 벌인 끝에 반강제로 그와 협상을 맺는 데에 성공했다.

그다음은 10년도 더 된 기억. 안젤리카의 유해를 업고 달아나다, 마침내 그는 쫓아온 슬라크에게 중상을 입었다. 직접적인 권능의 발현은 없었지만, 그는 오오라를 뿜어 그 기백으로 슬라크를 압도시켰다. 슬라크는 패기에 질려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고, 그사이 쫓아온 람카디스 일행이 그를 구출해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것이 시작된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넌 누구야?”


가린워드 마을의 어귀에서, 루도는 그를 보며 물었다. 그래, 확실히 그때 루도는 그를 ‘보고’ 있었다. 분명 보여선 안 되는 존재임에도.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불과 몇 분 전 괴한들에게 살해당한 후, 인과의 굴레를 피해 절박하게 영혼 상태로 떠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는 세상이 두려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살고 싶었다. 그는 곧장 루도에게 매달렸다. 그에게 있어 루도는 생각지도 못한 기적이었다. 그는 자신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너...내가 보여?』


“보이는데, 왜?”


그때는 루도도, 그도 너무 어렸다. 루도는 모친을 포함해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귀신들린 아이처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 역시 전후사정 따지지 않고 무작정 루도에게 사정했다.


『도와줘! 아니, 살려줘! 제발, 난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아.』


물론 육체의 존재유무를 따지면 그는 이미 죽은 상태였으나, 루도는 그런 시시콜콜한 문제를 따지고 넘어가진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에게 매달리는 간절한 목소리에 답하여 말했다.


“응.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데?”


『나를, 나를 네 몸에 들여보내 줘. 그럼 난 되살아날 수 있어.』


그러자 루도는 곤란하다는 듯이 대답을 망설였다. 오히려 어른이었으면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정보를, 그는 단박에 파악해냈다. 그는 ‘들여보낸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사이 루도의 모친이 다가왔다. 그녀는 아까부터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외치는 아들을 다그치며 말했다.


“얘, 너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하는 거니? 어서 가자꾸나. 삼촌이 기다리시겠다.”


“잠깐만요, 엄마. 지금 누가 저한테 도와달라고 하고 있어요.”


그 짧은 지연 사이에도 그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답을 주저하는 루도를 보며 그는 속이 타들어갔다. 이윽고 루도가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이 몸은 내 몸인걸.”


그러자 그는 곧장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육체의 소유권 따위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살고 싶었다.


『그, 그래. 네 몸은 네 것이지. 난 네게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을게, 응? 그냥 날 들여보내기만 해줘.』


“...약속할 수 있어?”


『약속할게!』


그는 루도에게 맹세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아이가 생각 없이 읊었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마는 그런 경박한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가 맹세를 입에 담은 그 순간, 그것은 강력한 족쇄가 되어 그를 옭아맸다. 이는 결코 깰 수 없는 일생일대의 계약이자, 존재의 이유였다.


『약속할게. 설령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육신은 오롯이 너의 것이야. 나는 절대 네 몸을 소유하려 하지 않을 거야. 절대로, 죽기 직전만 아니라면.』


루도는 그제야 환한 웃음을 되찾았다. 그것으로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루도는 양팔을 활짝 펼치며 말했다.


“그렇다면, 좋아. 널 받아들일게.”


빛이 시야를 뒤덮는다. 진하다 못해 탁하게까지 보이는 보랏빛이. 하늘이, 땅이, 가린워드 마을이 보랏빛의 홍수에 파묻혀간다. 빛은 그에게서 시작되어 루도에게서 끝이 났다.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던 보랏빛의 광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삽시간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루도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모친과 함께 친척의 집으로 향하던 와중에 루도는 노상강도의 습격을 받았다. 모친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루도 역시 달아나던 와중에 배를 깊이 찔렸다. 그러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그’가 오오라를 폭발시켰다. 부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생명의 위협을 받은 그는, 극도의 공포와 인간불신으로 자제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였다. 또 다시 죽으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그는 미친 듯이 오오라를 방출했다. 그리고 그 결과, 가린워드 마을에 존재하던 생명체는 벌레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소거’됐다.

그 후 그는 혼자 마을에 머물며 2주가량을 보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치료법도 알지 못하던 어린아이에게 부상을 입고서 보낸 2주의 시간은 지옥 그 자체였다. 결국 상처가 벌어져 피가 흠뻑 새어나왔고, 그는 기력이 다해 마을 골목가에 쓰러졌다. 람카디스를 만난 것은 그 직후였다.



***



“더헉!!”


루도는 비명을 지르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워낙 많은 정보가 흘러들어서인지 지금 눈앞의 상황이 현실인지 상상인지도 제대로 분간이 가지 않았다. 손으로 이마를 훑자 땀이 후두둑 떨어졌다. 마법이 발현되고 시간이 얼마나 흐른 것일까? 그는 우선 레미나를 찾았다. 그녀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눈물 맺힌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두려움과 기대가 반반씩 섞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한 부담감을 느끼게 했다. 만약 장난으로라도 펠아람의 저주라고 했다간 그 자리에서 졸도해버리고 말겠지.

마침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루이즈가 깎듯이 허리를 굽히며 말을 걸어왔다.


“축하합니다, 펠아람의 아이. 당신의 감정에서는 어떠한 분노나 파괴욕구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당신은 저주가 아니라는 것이죠.”


“어어....그건 다행이긴 한데...”


루도는 예상치 못한 현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펠아람의 아이의 기억이 흘러들어온 것으로 보아 소울링크가 발동된 것은 확실한 모양인데, 의아한 점은 자신이 여전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법의 부차 효과가 강제각성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럼 당연히 자신의 의식은 심연으로 떨어지고, 펠아람의 아이가 육체를 지배하는 게 맞을 텐데, 아무리 몸을 더듬어보아도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루도는 주먹을 쥐어 자신의 턱을 세게 쳐보았다.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자신의 의지였다.


“각성 안 한 거 같은데요?”


“네?”


그러자 루이즈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띠었다. 당연히 이러한 상황은 상정되지 않았기에,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굴렀다.


“어...이럴 리가 없는데? 아하!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이번 펠아람의 아이는 아주 위트가 넘치시는군요."


"아니, 나 루도 맞다니까 그러네.“


그즈음에야 레미나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그녀는 연달아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는 루도에게 가슴 졸이며 물었다.


“너...루도...맞아? 펠아람의 아이가 아닌 거야?”


그녀와 눈을 마주치자 루도도 일순 목구멍이 울컥 차올랐다. 아아, 어쩌면 저리 애절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실바람 한 줄기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그녀의 모습에 루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중에 고민해도 될 문제다. 지금은 자신이 펠아람의 저주가 아니라는 사실과, 아직 육체를 소유하고 있음을, 그래서 그녀를 껴안을 수 있는 영광을 마음껏 누릴 때였다.


“네. 저는 루도 클로람이 맞습니다. 공주님.”


“으아아아앙!!”


결국 그녀는 눈물을 흩뿌리며 루도에게 달려들었다. 내색하지 않았을 뿐 지금까지 이별을 준비하느라 그녀도 마음고생이 심했던 차였다. 루도 역시 품에 안긴 그녀를 뼈가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옆에서 루이즈가 오만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는 게 보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가 함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혼자 이곳에 왔다면 이 기쁨을 분출할 곳도 없이 서먹하게 산을 내려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에겐 레미나가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의 포옹은 길게 이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지금의 행복이 끝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가슴 닿는다 야.』


“!!!”


루도는 대경실색하여 레미나를 밀쳐냈다. 그의 사정을 알 리 없는 레미나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뜰 뿐이었다. 루도는 석실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루이즈가 빈정대고 있긴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분명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목소리는 귓가에 울리는 게 아닌, 마치 환청처럼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루도의 반응에 놀랐는지 ‘그’ 역시 잠시 숨을 죽였다.


『....?』


“...?”


『....』


“...누구세요?”


『여보세요?』


“으아아아!!”


루도는 등에 거대한 벌레라도 붙은 사람마냥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석실 문에 거대한 둔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결국 발이 걸려 시원하게 땅바닥에 얼굴을 찧고 말았다. 비명소리는 ‘그’의 쪽이 훨씬 더 컸다.


『아으으윽...』


그제야 펠아람의 저주에 정신이 팔려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애초에 이 마법의 근본적인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신의 아이와 숙주를 정신적으로 연결하는 것. 이제 펠아람의 아이가 내는 목소리는 여과 없이 루도에게도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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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람의 계승자 - ep.7 - 바이올렛(1) +11 15.07.26 1,181 39 22쪽
34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4) +23 15.07.20 1,216 40 11쪽
34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3) +26 15.07.13 1,132 53 16쪽
33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2) +35 15.06.12 1,401 51 11쪽
33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1) +11 15.06.10 1,014 42 11쪽
337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0) +12 15.06.03 1,015 36 19쪽
336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9) +6 15.06.02 1,094 32 17쪽
335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8) +6 15.06.02 953 31 15쪽
334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7) +2 15.06.02 970 27 16쪽
333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6) +3 15.06.02 973 28 20쪽
332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5) +2 15.06.02 925 25 15쪽
331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4) +3 15.06.02 991 25 19쪽
330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3) +7 15.06.01 915 33 18쪽
329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2) +2 15.06.01 930 27 22쪽
328 람의 계승자 - ep.7 - 이 추하고 아름다운 세상(1) +3 15.06.01 878 26 23쪽
327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5) +5 15.05.31 935 29 13쪽
326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4) +1 15.05.31 852 23 19쪽
325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3) +2 15.05.31 918 25 22쪽
324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2) +2 15.05.31 950 24 19쪽
323 람의 계승자 - ep.7 - 후회없는(1) +1 15.05.31 782 21 20쪽
322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5) +10 15.05.30 980 34 21쪽
321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4) +5 15.05.30 877 26 19쪽
320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3) +6 15.05.27 1,022 30 18쪽
319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2) +2 15.05.27 748 28 15쪽
318 람의 계승자 - ep.6 - 사자의 심장(1) +3 15.05.27 769 29 14쪽
317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4) +1 15.05.27 901 26 18쪽
316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3) +8 15.05.26 898 23 27쪽
315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2) +2 15.05.26 773 24 23쪽
314 람의 계승자 - ep.6 - 시간싸움(1) +3 15.05.26 866 20 28쪽
313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5) +2 15.05.26 846 26 21쪽
312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4) +1 15.05.26 892 25 18쪽
311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3) +3 15.05.26 1,089 24 25쪽
310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2) +3 15.05.25 875 25 28쪽
309 람의 계승자 - ep.6 - 세실(1) +2 15.05.25 971 22 18쪽
30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1) +2 15.05.25 725 26 23쪽
307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0) +1 15.05.25 750 20 22쪽
306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9) +1 15.05.25 769 20 14쪽
305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8) +4 15.05.25 807 27 17쪽
304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7) +2 15.05.24 935 26 19쪽
303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6) +3 15.05.24 867 22 13쪽
302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5) +2 15.05.24 944 28 19쪽
301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4) +1 15.05.24 844 21 16쪽
300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3) +2 15.05.24 884 23 24쪽
299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2) +2 15.05.24 1,031 29 18쪽
298 람의 계승자 - ep.6 - 봄은 기다리지 않는다(1) +2 15.05.24 911 25 21쪽
297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5) +6 15.05.23 1,107 21 29쪽
296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4) +1 15.05.23 847 23 20쪽
295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3) +1 15.05.23 950 22 20쪽
294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2) +3 15.05.23 1,137 20 21쪽
293 람의 계승자 - ep.6 - 남매(1) +2 15.05.23 1,081 27 17쪽
292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3) +3 15.05.23 1,141 25 19쪽
»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2) +10 15.05.21 1,054 28 22쪽
290 람의 계승자 - ep.6 - 하나의 몸, 두 개의 영혼(1) +2 15.05.21 1,111 26 19쪽
289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6) +2 15.05.21 1,080 26 25쪽
288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6) +3 15.05.21 938 24 27쪽
287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5) +1 15.05.21 1,002 26 25쪽
286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4) +5 15.05.20 1,018 29 21쪽
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283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3) +1 15.05.20 1,045 27 24쪽
282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2) +3 15.05.20 750 23 19쪽
281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1) +1 15.05.20 993 28 22쪽
280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3) +11 15.05.19 1,011 31 30쪽
279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2) +3 15.05.19 1,224 28 17쪽
278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5) +9 15.05.18 1,137 24 18쪽
277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4) +2 15.05.18 809 24 17쪽
276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3) +4 15.05.18 942 22 24쪽
275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2) +3 15.05.18 931 23 23쪽
274 람의 계승자 - ep.6 - 삼파전(1) +2 15.05.18 1,031 25 19쪽
273 람의 계승자 - ep.6 - 겨울, 설산, 그리고..(1) +2 15.05.18 974 22 19쪽
27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3) +1 15.05.18 1,223 25 25쪽
27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2) +2 15.05.17 1,011 29 25쪽
27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1) +1 15.05.17 868 20 22쪽
269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0) +1 15.05.17 968 23 23쪽
268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9) +1 15.05.17 1,040 23 20쪽
267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8) +6 15.05.17 907 25 22쪽
266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7) +5 15.05.16 993 26 22쪽
265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6) +1 15.05.16 889 22 26쪽
264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2 15.05.16 1,031 29 26쪽
263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4) +1 15.05.16 1,001 24 24쪽
262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3) +3 15.05.16 859 23 25쪽
261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2) +2 15.05.16 926 23 26쪽
260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1) +3 15.05.16 1,061 31 31쪽
259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6) +8 15.05.14 1,064 29 22쪽
258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5) +7 15.05.14 914 22 11쪽
257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4) +4 15.05.14 1,033 21 20쪽
256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3) +3 15.05.14 894 22 31쪽
255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2) +5 15.05.14 1,000 24 27쪽
254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6 15.05.13 904 24 30쪽
253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10) +3 15.05.13 944 22 24쪽
252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9) +1 15.05.13 996 21 27쪽
251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8) +1 15.05.13 898 18 27쪽
250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7) +4 15.05.12 1,088 26 27쪽
249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6) +5 15.05.12 995 25 27쪽
248 람의 계승자 - ep.6 - 레인스터 방어전(5) +3 15.05.12 1,104 25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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