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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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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6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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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6쪽

람의 계승자 - ep.6 - 갈림길(5)

DUMMY

그람은 쭈뼛거리는 루도에게 대뜸 말했다.


“가라.”


“...어?”


“도시 밖 숲길과 링크되어 있는 포탈이다. 타라.”


루도는 그가 왜 갑자기 자신을 돕는지 몰라 행동을 망설였다. 그러나 고민도 여유가 있을 때나 부릴 수 있는 사치다. 이미 연기가 시야를 가릴 정도로 퍼져 있었다. 루도는 포탈을 향해 뛰다가 문득 생각이 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람은 포탈이 아닌, 도서관 정문을 향해 걷고 있었다.


“당신은?”


“바깥의 쓰레기들을 정리해야겠지. 이곳에 불을 지른 행위만은 용서할 수 없다.”


이미 죽은 몸이라서 그런 것인지 그람은 매캐한 연기 속인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루도는 마뜩잖았지만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


“일단 고맙다는 말은 해둘게.”


그러자 그람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널 봉인하지 않은 것도, 이 자리에서 구해주는 것도 네 이용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만약 네가 저주가 아니라면, 그땐 진짜 펠아람의 저주를 상대할 미끼가 되어주어야 할 테니 말이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를 칼같이 이해타산의 문제로 결부시켰다. 예전 레미나를 도울 때에도 그는 봉인마법의 임상실험을 한다며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루도는 그의 냉소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그의 행적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루도는 포탈에 몸을 날리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두고 보라고. 예토의 유산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말 거야. 그때 가선 잘못했다며 내 발밑에 무릎 꿇으라고.”


그람은 그의 호언장담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자 예상대로 일단의 암살자 무리가 도서관을 에워싸고 있었다. 루도를 잡기 위해 달려들던 그들은, 그러나 건물 안에서 나온 인간이 뼈밖에 남지 않은 해골이라는 걸 깨닫고 기겁했다.

고대의 리치, 이단의 총체, 업솔루트 마법사, 마법협회가 규정한 S급 위험대상 -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끝도 없었다. 그가 손을 들자 흙빛의 오오라가 물결 치며 뻗어 나왔다. 그것이 단죄의 시작임과 동시에 종결이었다.



***



마리네와 디리터는 골목길 사이사이를 누비며 말을 달렸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뿐인데도 거리의 분위기는 180도로 바뀌어 있었다.

도시가 함락됐다. 동문이 뚫리자 훼창기사단은 말 그대로 물밀듯이 라키시아를 뒤덮어갔다. 대열이 흐트러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오로지 기동성만을 중시하는 그들의 움직임은 실로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외성을 지나 내성 안쪽으로 들어섰을 때 디리터는 이미 도시 심층부를 점거한 적군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속도면 점령이 아니라 행군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정도였다.

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까지 모습을 들키지 않고 으슥한 길만을 택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미 사방팔방에서 적군의 병장기 소리가 가득했다. 마리네가 흥분한 말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생각했던 것보다 적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이건 점령이 아니야.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찾아? 누굴?”


“...글쎄. 여하튼 서둘러야겠어.”


그러나 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그들이 마주친 것은 2인으로 이루어진 훼창기사단의 정찰병이었다. 일행도, 적도 갑작스런 조우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일순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았다.

대응은 디리터가 가장 빨랐다. 그는 지체 없이 말목을 짚고 도약해 앞쪽의 병사를 일도양단했다. 너무 눈 깜짝할세라 적은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나머지 한 명은 마리네가 처리했다. 그는 경악하여 비명을 지르려는 병사의 입을 틀어막고는, 오른손으로 단검을 뽑아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버둥거리던 병사는 몇 초 뒤 흰자위를 뒤집으며 숨이 끊어졌다.

그러나 마리네는 이미 죽은 병사의 목을 두어 차례 난도질해 확실하게 뒤처리를 했다. 아마 디리터가 그만 됐다고 말리지 않았으면 아예 시체의 목을 잘라버렸을 것이다.


“됐어. 아직 안 들켰어. 시체 숨기고 다시 움직이자.”


“응?...어..아.”


라키시아를 크게 동서남북으로 나누었을 때 동쪽과 남쪽은 이미 적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다. 일행이 당면한 과제는 북문이 점거당하기 전에 어떻게든 루도를 데리고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서둘러 궁성의 격자형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길 지나면 왕실도서관까지는 일직선 거리였다.

그런데 궁성 내부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곳곳에는 누구에게 당한 것인지 시체가 흩어져 있었고, 도서관 쪽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설마, 불이 난 건가?”


“뭐? 맙소사!”


이쯤 되면 적에게 들키고 말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곧장 전속력으로 말을 몰기 시작했다. 도서관은 궁전을 기준으로 좌측 안쪽으로, 편전을 돌아 공터를 가로지르면 바로였다.

그런데 그 공터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이 발견한 것은 사방에 형체를 알 수 없게 흩뿌려진 시체와, 그 중심부에서 표표히 걸어오고 있는 한 마법사였다. 그 엄청난 위압감에 놀란 말이 투레질을 해댔다. 마치 그의 간격 안으로 발을 넣으면 그 순간 온몸이 갈가리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그 싸늘한 살기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선 결코 볼 수 없는 종류였다. 마리네는 그 남자를 알고 있었다.


“그람...!”


“뭐? 죽지 못하는 그람? 왜 여기 있는 건데!”


디리터는 무작정 검을 뽑았다. 하지만 20명은 족히 되는 인원을 간단히 해체해버린 남자다. 검이 과연 제 역할을 할지, 아니 그에게 접근이나 할 수 있을지부터가 미지수였다.

그러나 일행을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인지 그람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그 역시 마리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펠아람의 아이의 동료인가.”


그러자 마리네의 표정이 대번에 사나워졌다. 그는 자신이 눈앞의 마법사에게 상대도 안 된다는 사실도 잊은 채 표독스럽게 말했다.


“당신, 루도에게 무슨 짓을 했어!”


“무슨 짓?”


“루도에게 손 하나만 댔어봐. 아루에게 맹세코 당신을 날려버리겠어!”


마리네는 금방이라도 달려나갈 것처럼 검을 바로잡았다. 그람은 대답하기에 앞서 그와 만났던 도서관을 한번 훑어보았다. 불을 끄긴 했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마리네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펠아람의 아이라면 이미 이곳을 빠져나갔다.”


“이 자식! 에...뭐?”


“지금쯤 라키시아 북쪽 숲을 헤매고 있을 거다.”


구차한 부연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더 귀찮게 한다면 발밑의 암살자들처럼 없애버리면 그만이니까. 마리네 역시 루도가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제일 중요했으므로 그에게 더는 역정을 내지 않았다. 왜? 언제? - 이런 문제는 일단 위기를 넘긴 뒤에 고려해도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지는 몰라도 루도의 안전이 확보된 이상 이곳에 더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두 사람은 곧장 북문 방향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막 발을 차기 전, 마리네는 조금 전의 무례를 사과하기 위해 그람을 찾았다. 그러나 이 뼈만 남은 마법사는 어찌나 발이 빠른지 어느새 새끼손가락만 하게 보일 정도로 멀어져 있었다. 외쳐본들 그가 들은 체할 것 같지도 않았지만, 일단 마리네는 꾸벅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해요! 너무 경황이 없어서 흥분했어요!”


예상대로 그람은 반응하지 않았다. 마리네도 더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즉시 북쪽을 향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서두른다면 해가 지기 전에 루도와 만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한겨울의 태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져버리고 말았다. 늘 곁에 있던 것마저도 찾지 못할 정도로 어둠은 신속하게 다가왔다. 시리디 시린 계절이었다.



***



기대했던 것과 달리 카이안과 레미나를 태운 마차는 돌아오지 않았다. 중간에 붙잡혔든지, 아니면 너무 멀리 나간 것인지도 몰랐다. 일선이 정리되자 이칼롯은 왕실기사단과 함께 떠나간 마차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장 한복판에서 홀로 이탈한 표적을 찾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추적 자체는 차치하고라도 끊임없이 밀려드는 적군 때문에 맘 편히 숨을 돌릴 시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훼창기사단은 어느새 라키시아 전체를 뒤덮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호위는커녕 군 전체가 고립되어 적에게 붙잡힐 위험이 있었다.

서문에 도착하자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그곳에서 합류한 정찰병이 충격적인 소식을 들려주었다.


“서쪽 그랑레이든 관문은 이미 훼창기사단에게 점령당했습니다. 이제 그곳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겁니다.”


“뭐? 이게 무슨?!”


란돌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그랑레이든 관문이 막혔다! 주 전투가 라키시아 동쪽에서 일어났었던 것을 고려하면 훼창기사단은 처음부터 대규모의 별동대를 서문 방면에 파견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패주하는 병력의 퇴로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면 서쪽이 아닌 북쪽 관문을 점거했어야 맞다. 조넬러스가 이끄는 왕실기사단 본대가 루비크를 지나 남하 중인 것을 생각해 볼 때 훼창기사단의 선택은 악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로샤단을 대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애초에 카이안을 태운 마차는 메르실로 향할 계획이었고, 그러려면 그랑레이든 관문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 혹시 적들은 미리 경로를 차단해 카이안을 붙잡으려던 게 아닐까? 암살자의 실토를 들은 시점에서 이러한 가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었다.


“혹시 서문을 빠져나가는 마차는 없었소?”


“예? 글쎄요...일단 그랑레이든 관문으로 향하는 인원은 없었습니다.”


마차는 서문을 통과하지 않았다. 이는 레미나 일행이 아직도 도시 내부를 배회하고 있거나, 아니면 기수를 돌려 북문으로 향했다는 뜻이었다. 훼창기사단의 수색대는 여전히 부산하게 거리를 헤집고 있었다. 이는 아직까진 카이안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이칼롯은 도박을 하기로 했다. 그는 지금까지 봐왔던 레미나의 판단력에 기대를 걸었다.


“북문으로 갑시다. 루도 쪽도 지금쯤 그리로 향하고 있을 테니.”


“예? 하지만...”


란돌은 아직 마차의 위치가 확보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도시를 빠져나가자는 그의 의견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칼롯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마차가 이미 사로잡혔다면 현재의 전력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구출이 요원하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은 아예 배제하고, 레미나의 이동 경로를 예측하여 움직이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일행은 서문의 수비대를 규합하여 이동하기 시작했다. 말을 모는 와중에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훼창기사단의 깃발이 도시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뒤를 돌아볼 때마다 깃발의 수는 더욱 많아져만 갔다. 마치 훼창기사단이라는 홍수가 차례차례 도시를 덮쳐가는 것만 같았다.

이칼롯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자책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도박이 들어맞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결과적으로 ‘레미나가 무언가를 해줄 것이다’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비록 그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나타났지만 말이다.



***



대륙최강, 불패의 기사단, 질주하여 가로지르는 자들 - 훼창기사단은 수식하는 칭호는 많았다. 창설된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리크나이츠에 비해 물자도, 인구도 부족한 아스트리카가 대륙 최강의 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 무패의 군대에 있었다.

총원 3만, 그중에서도 양익을 담당하는 중장기병대는 절대 멈추지 않는 돌격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오죽하면 훼창기사단 하나로 리크나이츠의 모든 군대를 상대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성 마르세아 기사단? 아니면 스벤달 오빌리크가 이끄는 흑연기사단? 프라이드가 강한 훼창의 기사들은 ‘그런 잡군들’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당하는 것만으로도 모욕감을 느꼈다.

그렇다. 선대부터 쌓아올려진 전설만큼이나 훼창기사단 병사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이러한 자부심은 곧 사기의 진작으로 이어지니만큼 전쟁에서 결코 얕볼 수 없는 요소다.

그렇기에 상부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 레오문드는 군말 없이 받들기보다는 일단 회의적인 반응부터 보였다.


“어떻게 생각하나? 올란도.”


천인대장 올란도. 훼창기사단의 최고 실력자이자 젊은 시절부터 레오문드와 함께 한 전우였다. 애매한 질문이었지만 올란도는 곧 그의 의중을 파악하고 말했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습니다. 명령은 명령이니까요. 고민은 명령을 완수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자로 잰 듯한 강직한 대답에 레오문드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대로 상명하복이 군인의 도리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사령부의 이번 명령은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우린 기사지 사냥꾼이 아니라네.”


「갈색 머리의 10대 중반 소년을 죽여라. 마차를 타고 있으며, 곧 라키시아 인근을 지나갈 것이다.」 처음 지령을 받았을 때 레오문드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 도시를 공략하라는 것도 아니고, 적의 군대를 분쇄하라는 것도 아니다. 3만에 달하는 군대더러, 일개 소년을 죽이라는 명령이 상부로부터 떨어진 것이다.

그는 즉각 반발했다. 대륙최강의 기사단이 왜 이런 쓸데없는 임무에 투입되어야 하는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사령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어 그는 명을 따를 테니 하다못해 그 소년이 누구인지, 왜 죽여야 하는지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청했다. 그러나 이 당연한 요구조차도 묵살되고 말았다.


“나는 자랑스러운 조국을 위해, 그리고 신음하는 백성들을 위해 기사가 되었다네. 뼛속까지 썩어 문드러진 귀족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고해보면 시작부터 이상한 전쟁이었다. 그는 아스트리카 왕실이 왜 겨우 화해일면으로 접어들던 리크나이츠와 전쟁을 재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병력의 우위를 점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압도할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니었다. 특히 좌천되었던 천정기사단이 돌아오면 양측에 막대한 사상자가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이번 흑연기사단의 기행(奇行)과 상부의 일방적인 명령까지.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그라도 이번만큼은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의혹은 어느새 이 전쟁 자체가 거짓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커져 있었다.

군대조차도 미끼가 될 정도의 거대한 흐름이. 올란도가 말했다.


“장군, 혹시 신의 아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그 소문 말이로군. 자네가 그런 걸 믿는 사람이었던가?”


“물론 소문의 진위 따위 제 알 바가 아닙니다만, 장군께서 괴로워하시는 것 같아 말씀드리는 겁니다.”


신의 아이. 물론 레오문드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500년마다 신의 권능을 받아 이 땅에 강림하는 자들. 그들이 있다면 세계정복도 꿈이 아니라고 했던가. 신의 아이 전설은 고위귀족들, 특히 종교를 가진 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하지만 뼛속부터 무인인 레오문드는 그런 헛소문 따위는 믿지 않았다. 그는 본디 힘이라는 것은 오직 철저한 수련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결실이라고 믿었다. 권능이니 에센스니 하는 건 전부 노력하지 않는 자들의 망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란도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일에 신의 아이를 대입시키면 이상하게도 앞뒤가 들어맞더군요.”


“올란도, 자네...”


“들어보십시오 장군. 지금 우리가 쫓고 있는 정체불명의 소년 말입니다. 그게 혹시 신의 아이인 것은 아닐까요? 신의 아이라는 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대군을 투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요.”


그럴 듯한, 아니 꽤나 설득력 있는 가설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현재 병사들이 찾고 있는 10대 중반의 소년이 범상치 않은 내력을 지니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였다.

정말로 신의 아이가 맞는 걸까? 그를 죽이라는 건, 다른 나라에 넘어가기 전에 처치하라는 뜻인가? 평생 이능(異能)은커녕 마법과도 가까이 한 적 없는 그로서는 생소한 자문이었다.

막 근심에 잠겨 있을 때였다. 전방에 투입되었던 정찰병 하나가 보고를 위해 레오문드를 찾았다. 급하게 말을 달려온 것인지 투구를 벗자 한겨울인데도 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는 지친 기색도 없이 말끔한 태도로 말했다.


“라키시아 공략은 차질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시 근위대는 현재 병력을 유지한 채 북문 방향으로 퇴각 중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패주하는 병력을 추격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병사가 뜻 모를 임무에 투입되어 있는 까닭에 추격대를 꾸릴 형편은 없었다. 정찰병도 그의 의중을 헤아렸는지 곧장 다음 보고로 넘어갔다.


“그리고 도시 안쪽에서 말씀하신 마차를 발견했습니다.”


“그래? 표적은 확인했나?”


“그게 전속력으로 달리는 중인데다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기마대를 따라붙였고, 나머지 보병대는 눈에 보이는 갈색머리를 한 10대 소년을 전부 잡아 죽이도록 명령했습니다.”


“흠...”


정말로 사령부가 예견한 대로 마차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 추격하는 병력을 이리저리 따돌리며 달아나는 중이었다. 그 안에 타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레오문드는 명령을 위반할 생각은 없었으나 한 번쯤 마차의 주인을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휘하 친위대를 이끌고 온 올란도가 말했다.


“제가 가지요. 성곽을 가로지르면 금방입니다.”


“...자네가 직접 말인가? 그럴 필요까지는...”


“생포해오겠습니다. 그럼 되겠지요?”


레오문드는 말없이 웃었다. 단번에 생각을 읽힐 줄이야, 역시 수십 년을 함께한 전우라고 할만 했다. 그도 더는 올란도를 붙잡지 않았다. 옆자리가 허전해지자 그는 다시 라키시아의 성벽으로 눈을 돌렸다. 공성전에 들어간 지 한나절, 굳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점령은 순조로웠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리크나이츠의 수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무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레오문드는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 전쟁에는 분명히 자신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 -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



급출발한 마차는 쉬이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폭발에 놀란 탓인지 말들은 진정시키는 마부의 손짓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발을 놀려댔다. 덕분에 교전 중인 이칼롯 일행과의 거리는 순식간에 벌어지고 말았다.


“꺄악, 꺄아아?!”


부서질 듯 덜컹대는 마차 안에서 메이드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비명을 질렀다. 레미나는 그녀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극도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린 아가씨도 있었다.


“진정해요. 모두 무사하잖아요. 이제 다 끝났어요.”


레미나는 오열하는 메이드를 진정할 때까지 차분하게 다독여주었다. 다행히 메이드는 곧 눈물을 훔치고는 잠잠해졌다. 문제는 마차였다. 출발한 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을 터인데 마차의 속력은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말이 놀랐다곤 해도 납득하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보다 못 한 레미나가 마부를 닦달하기 위해 마부석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마파람에 그녀의 고개가 뒤로 휙 젖혀졌다.


“이봐요! 어디까지 가려는 거예요. 어서 마차 좀 세워 봐요!”


그러나 마부는 대답이 없었다. 마치 명상이라도 하듯 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마차가 요동칠 때마다 이에 반응하듯 어깨가 좌우로 흔들릴 뿐이었다. 이상을 느낀 레미나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저기, 괜찮아요? 앗...!”


그러자 살짝 민 것뿐인데도 마부의 상체는 허수아비처럼 휙 넘어갔다. 그가 마차 밑으로 굴러떨어지기 전, 레미나는 그의 목에 화살이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마차를 출발시키던 그 시점에 이미 당했던 것이리라.

레미나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아 비명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았다. 뒤이어 마차 바퀴에 마부의 시체가 걸렸는지 마차 한쪽이 덜컹 흔들렸다. 카이안이 덜덜 떠는 그녀를 보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괜찮으세요 공주님? 마부석에 무슨 일이라도...”


레미나의 크게 확대된 동공이 그를 향해 도르륵 굴러갔다. 그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자리를 꽉 채운 메이드들 덕에 시야가 가려 마부석에서 무슨 사고가 벌어졌는지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혼란스럽던 머리가 거짓말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땀으로 젖은 앞머리를 쓰윽 넘기고는 곧장 마부석으로 건너갔다.

일단은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 어서 마차를 세우지 않으면.


“카이안 루시올라. 그쪽 아가씨들을 부탁할게요. 남자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죠?”


“예....예?”


일국의 공주가, 그것도 전장 한복판에서 마차를 몰다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가 워낙 단호했기 때문에 카이안은 채 이의를 제기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레미나는 일단 말고삐를 천천히 잡아당겨 놀란 말들을 진정시켰다. 마차가 어느 정도 속력이 줄자 이어 그녀는 주변정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텅텅 비어 황망한 느낌까지 들지만 분명 서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저잣거리였다. 처음 마차가 서 있던 게 남문 근처였으니, 대체 얼마나 멀리 달려온 것인지 기가 막힐 정도였다. 이대로라면 이칼롯과 합류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게 틀림없었다.

문제는 그때까지 어떻게 안전을 확보하느냐였다. 둔감한 그녀도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도시 곳곳에서 병사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훼창기사단이든 정체불명의 암살자든 그들의 목적이 같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적들이 활보하는 거리를 되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원래 이동하기로 했던 서문으로 미리 가 있을 것인가. 어느 쪽이든 적지 않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엇...저거 아닌가? 찾았다! 마차야!”


그러나 그녀에겐 망설일 시간조차 모자랐다. 어느새 마차를 발견한 병사들이 삼삼오오 접근하고 있었다. 레미나는 즉시 마차를 출발시켰다. 일단 적과 조우한 이상 선택은 한 가지였다. 도시는 위험하다. 어서 성문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면.

하지만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그녀의 시선을 끄는 한 가지가 있었다. 멀어져가는 마차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병사들. 그들은 레미나 자신이 아닌, 마차 안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되새겨보니 처음 병사의 한 마디도 ‘그녀’가 아닌 ‘마차’였다.


“설마...!”


혹시 처음부터 표적이 달랐던 것은 아닐까. 고삐를 쥔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카이안을 불렀다.


“카이안, 이리 와요. 잠깐 마차 좀 운전해주세요.”


“아...넵.”


가능하면 그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말을 타본 적도 없는 메이드들에게 말고삐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손이 자유로워지자 레미나는 즉시 캐스팅에 들어갔다. 마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상황이었으나 그녀의 극한의 집중력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일루젼(Illusion), 사이트 링크(Sight link)"


날개 달린 뱀이 즉시 마차지붕을 딛고 뛰어올랐다. 이미 바람은 충분했기 때문에 녀석이 활강하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그녀는 착지한 일루젼을 곧장 조금 전에 뒤따라붙던 병사들을 향해 나아가게 했다. 병사들은 마차의 속력을 따라잡지 못해 제각각 울타리며 담장에 기댄 채 헉헉대는 중이었다. 레미나는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거리까지 일루젼을 접근시켰다.

한 병사가 말했다.


“후욱, 허억-! 저거 맞지 않습니까? 라키시아를 통과하는 대형마차.”


그러자 분대장처럼 보이는 자가 말했다.


“맞긴 맞는 것 같은데....이거야 원, 우리가 기병도 아니고 저걸 무슨 수로 따라잡아.”


“정말 웃기는 명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갈색 머리의 10대 소년이라니, 그런 게 한두 명도 아니고. 하물며 진즉 어딘가에서 내렸을지도 모르는데, 저 마차 안에 있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답니까?”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역시 적의 표적은 카이안이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정보가 샌 것일까? 그 안개송곳니조차 찾지 못하던 것을...

일단 그녀는 의혹을 접고 병사들의 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뭐, 우리 역할은 여기서 끝이지. 다음 일은 6직영대 친구들에게 맡기자고.”


“별동대 말씀하시는 거죠? 지금쯤이면 그랑레이든 관문을 점거했겠군요.”


“그래. 마차가 사라진 쪽으로 보아 서문을 빠져나갈 모양인데, 그랬다간 바로 끝장이지. 자아, 우린 이만 돌아가자!”


레미나는 즉시 일루젼을 해제했다. 서둘러 카이안을 마차 안쪽으로 숨기고서 그녀는 말고삐를 오른쪽으로 크게 틀었다. 서문으로는 갈 수 없다. 이대로 도시 심층부를 가로질러 북문으로 빠져나가야만 한다. 에메랄드 섬으로 보낸다는 계획은 산산이 부서진 지 오래였다. 일단은 그를 안전하게 보호해야만 했다.

그런데 누가? 이칼롯도, 유미르네도, 디리터도 없다. 따라오던 호위대도 이젠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메이드들? 설마. 그들은 짐이 되면 됐지 카이안의 보호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직 자신뿐이었다. 늘 보호만 받아오던 자신이, 지금은 누군가를 보살피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그 반전된 입장이 막대한 책임감으로 변해 레미나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녀는 덜덜 떨리는 어깨를 할퀴듯이 쥐어 진정시켰다.


“나도...할 수 있어. 아니, 내가 해야만 해...!”


강제된 사명감 사이에서 그녀는 특이하게도 자그마한 희열까지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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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5) +3 15.05.20 930 27 21쪽
284 람의 계승자 - ep.6 - 토벌(4) +3 15.05.20 909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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