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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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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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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람의 계승자 - ep.6 - 제리온이 있음이라(1)

DUMMY

공성전이 시작되고 6일째, 여유만만하던 스벤달의 얼굴이 차츰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10배가 넘는 병력을 밤낮으로 밀어붙였건만 함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시간의 제약이 없다면 아예 포위전으로 전환해 도시의 물자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작전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중부전선에서 이탈한 왕실기사단이 시시각각 접근해오고 있었고, 스벤달 본인의 단독행동으로 인해 언제 본국에서 심판관이 파견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내일이면 일주일째에 접어드는데, 고작 병력 2천의 도시를 상대로 이렇게 시간이 소요되리라고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멀리 불을 밝히고 있는 성곽 아래로 무너진 공성탑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게 보였다.


“자, 장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하루만, 하루만 더 기회를 주시면 어떻게든...!”


서걱.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천인대장의 목을 스벤달은 아무 망설임 없이 베어버렸다. 공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벌어진 즉결처분이었다. 그는 피가 묻은 검을 멀리 집어던지며 말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녀석 같으니. 휘하 병력의 반수를 잃고서도 뻔뻔하게 본영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다니.”


곧 위병이 들어와 시체를 싣고 나갔다. 미리 소집되어 있던 다른 천인대장들도 그 광경을 보고 숨을 죽였다. 스벤달이 말했다.


“너희가 살아 있는 게 결코 저것보다 잘나서가 아니다. 무슨 뜻인지 알고 있겠지?”


“예...옙! 장군!”


“이제 장난은 끝났다. 내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시를 함락시켜라. 만약 내일도 내가 이 더러운 막사에서 저녁을 먹는 일이 생긴다면, 직접 너희 목을 차례로 쳐주겠다.”


“명심하겠습니다 장군!!”


소집이 끝나자 천인대장들은 창백한 낯빛이 되어 우르르 막사를 빠져나갔다. 바닥에는 아직도 죽은 자의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짜증스럽게 책상의자에 걸터앉은 그는, 다시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지 미간을 꾹꾹 주물렀다. 아마 막사 안에 혼자 남아 있었다면 의자를 뻥 걷어차 버렸을지도 몰랐다.


“소문의 흑연기사단도 별거 아니로군.”


“...뭐라고?”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이었다. 그러나 스벤달이 무섭게 고개를 치켜들었음에도 그 중년 남성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막사 한구석에 목석처럼 굳어있는 그의 모습은 신경 쓰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스벤달은 늘 그 남자의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안개송곳니의 멤버. 레이시가 파견한 그 남자는 말이 좋아 보좌지, 언제나 몇 발자국 뒤에서 스벤달을 감시하고 있었다. 수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는 스벤달로서는, 고작 몇 명밖에 되지 않는 집단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게 더할 수 없이 불쾌했다.


“지금 감히 나를 도발하는 건가?”


“별로. 당신은 지금까지 쭈욱 안개송곳니의 지원을 거절해왔소. 뭐 그쪽의 꿍꿍이는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나로서는 임무만 완수하면 되기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거요. 하지만 엿새가 지나가는 지금, 아무래도 레인스터가 함락되기란 요원해 보이는군.”


“큭...네놈...!”


스벤달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졌다. 그 남자의 말대로, 스벤달은 레이시의 지원을 끝끝내 거부해왔다. ‘빚을 졌다’ 라든지, ‘힘을 빌렸다’ 따위의 고름을 만들어 차후의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의 야망에 있어 안개송곳니는 밟고 올라가야 할 밑거름일 뿐이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신의 아이...베릴의 아이를 독점할 수 있다면!

그러나 일은 생각대로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가장 근본적인 협상카드인 '레인스터 함락‘조차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 걸까? 즉각 뇌리에 떠오른 단어에 스벤달은 이를 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남자가 말했다.


“내일은 나도 움직이도록 하겠소. 부디 발목을 붙잡지 않았으면 좋겠군.”


“무슨 소리, 버러지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 게다가 고작 단기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그 남자는 스벤달의 의사 따위 처음부터 신경 쓰지 않았다는 듯, 표표히 막사 문을 나서며 말했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제르카엘시온 멜피드를 죽일 거요. 그게 레인스터를 끝장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걸, 당신이 모르진 않을 텐데?”


“....”


그 남자가 떠나간 자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그는, 마침내 분노가 폭발한 듯 책상을 콰앙 내리찍었다. 정돈되어 있던 서류뭉치가 흩날려 막사 곳곳에 떨어졌다. 그렇게 한참을 씩씩대던 그는,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는 말했다.


“코로니어스, 나와라.”


그러자 허공 속에서 로브를 입은 남자가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짧게 목례를 건네는 그 마법사에게 스벤달은 대뜸 이렇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 호위임무를 해제하겠다. 내일 전투에 참가하여 제르카엘시온 멜피드를 죽여라. 너 정도 실력이면 충분하겠지?”


“그 말은 안개송곳니와 협력하라는 의미입니까?”


“그럴 리가. 무조건 저자보다 먼저 해치워라. 레이시가 이 전쟁에서 얻어갈 콩고물 따위 없다는 것을 알려줘라.”


스벤달의 협박에 가까운 명령에 코로니어스는 말없이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그의 담청색 로브가 램프의 불빛을 반사해 을씨년스럽게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머뭇거리다 이윽고 입가에 미소 가까운 것이 지어졌을 때, 코로니어스는 희열을 감추려는 듯 입을 가리며 말했다.


“분부대로 하지요. 하지만 제르카엘시온 멜피드의 생존여부는 그리 전황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입니다. 레인스터는 내일 종말을 맞게 되겠지요. 장군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게 무슨 뜻이지?”


“레인스터의 성벽 중 일부가 거의 붕괴하기 직전이라고 하더군요. 남은 투석기를 전부 그쪽에 집중시키면, 내일은 구차하게 사다리를 타고 오를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러자 비틀려있던 스벤달의 표정이 일순 급변했다. 전황판을 내려다보며 가감을 따지던 그는, 급기야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함락한 레인스터의 시민들을 학살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건...생각지도 못한 희소식이로군.”


그날 밤, 흑연기사단은 지금까지 지속해오던 야간견제를 포기하고 모든 병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이튿날에 모든 힘을 쏟아 붓겠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병사들은 모닥불 가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다가올 최종결전을 준비했다.

엿새간의 전투로 병력의 2할을 잃었으나 여전히 레인스터의 10배가 넘는 숫자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 이제는 함락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병사들은 7일째의 전투가 패배로 끝났을 때 그 후폭풍이 비단 지휘관의 분노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



또다시 동이 터오고 있었다. 어깨에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며 아침을 맞이한 게 몇 번째던가. 닳을 대로 닳은 방패는 이제는 고철덩어리라고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손상이 가 있었다. 장갑에 엉겨 붙은 피는 자신의 것인지, 자신이 죽인 병사의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단지 시큼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를 뿐이었다.


“7일차다.”


“알아.”


숨을 내쉴 때마다 희뿌연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이칼롯은 갤러리 한편에 웅크리고 앉은 제리온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훨씬 짙어진 다크서클과 퀭한 눈동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이 비틀거리는 어깨. 외관으로만 보아도 그가 한계상태에 왔다는 것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얼마나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는지 모른다. 레인스터 공방이 시작된 이후 사용한 마법의 횟수가 델키아를 떠나고 반년 동안 사용한 마법 횟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지원군은 좀 늦으려나 보다.”


“아아...길이 얼어붙었잖아. 천천히 오고 있겠지.”


지난밤은 고막을 찢는 투석기도, 방패를 두드리며 배회하는 분견대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폭풍전야라는 것이겠지. 흘깃 쳐다본 병사의 표정에서 이제 공포니 분노니 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초연하게, 전투를 준비하며 활시위를 묶고 있다. 이제 구차한 연설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키득 웃음이 터졌다.

실로 간만에 찾아온 고요한 한 때. 이른 아침의 향기가 사람을 절로 몽환적이게 만들었다. 제리온은 모포를 두른 채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르디푸른 청명한 12월의 하늘. 하늘이 보여주는 풍경에는 여름도, 겨울도, 전쟁도 평화도 없었다.


“일주일...정말 용케도 버텼군...용하다 용해 정말이지....”


후욱-하고 한숨을 토해내자 부연 입김이 허공에 녹아들었다. 혹시 그대로 상승해 구름에 더해지진 않을까, 유치한 착각이 들 정도로 맑은 아침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이란 언제나 그렇듯 눈 깜짝할 사이에 떠나가 버리고 만다. 일렬로 늘어선 병사들이 긴장된 얼굴로 자세를 바로잡자 제리온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리터가 얼음을 띄운 레몬즙을 건네며 말했다.


“오늘도 한마디 해야지, 지휘관 나리.”


“지휘관은 얼어죽을...”


차고 신 레몬즙을 마시자 잠에 취해있던 의식이 순식간에 정상을 되찾았다. 제리온은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병사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머리를 벅벅 긁다가 말했다.


“뭐...이제 와선 딱히 닦달 안 해도 알아서 잘 싸우란 걸 알겠지만...”


일주일간의 혈투. 죽은 사람은 사라지고 산 사람만이 이 성곽 위에 남았다. 그 생지옥을 건너 지금 이곳에 선 것이다. 경험이 없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었다. 여기까지 온 천여 명의 병사들은, 어디에 내놓아도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정예 군대였다.


“그동안 싸워봤으니 알 겁니다. 우리가 저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그러니 숫자만 믿고 으스대는 아스트리카 쓰레기들을, 오늘도 신나게 찍어 내려줍시다.”


“와아아아!”


쏟아지는 박수와 함성을 등에 업고서 제리온은 다가올 일전을 준비하러 지휘탑으로 향했다. 대충 껴입은 그의 트렌치코트가 삭풍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뒤를 따르던 디리터가 뭔가 이상을 감지하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제리온의 어깨가 일순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성벽 아래로 곤두박질칠 것처럼 휘청거린 것이다.

물론 이 헤프닝은 제리온이 재빨리 자세를 다잡으며 끝났지만, 디리터는 그것이 피로가 쌓이고 쌓인 결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야 너...몸이...”


“조금 피곤해서 그래. 신경 쓰지 마라.”


“신경 안 쓸 수가 있냐? 역시 좀 쉬는 게 낫지 않겠냐.”


“킥킥킥...적이 몰려오는데 쉬긴 뭘 쉬어. 아침이라 좀 멍한 것뿐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으음...”


누구도 전투의 기한을 일주일로 정해놓지 않았건만, 양 진영의 병사들은 오늘의 싸움이 마침내 서로의 운명을 갈라놓으리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3교대로 공격에 나섰던 흑연기사단의 전방돌격대가, 이날은 처음부터 좌익과 본대를 동원해 집중공략에 나섰다.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병력만 만여 명으로, 곳곳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7일차의 감상은 어떠냐? 디리터.”


“감상?! 이젠 지겨워.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흑연기사단의 돌격대는 남문에서 병목현상을 벌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좌우로 병력을 나누어 서문과 동문, 심지어 북문으로까지 공격을 확대해나갔다. 그 신속한 용병술에 레인스터도 병력을 양분하여 방어에 나섰다. 이제 ‘신병은 후방지원을 맡는다’라는 방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성벽 위에 올라 화살을 쏘며, 기름을 부으며, 돌을 던지며 수성에 참가하고 있었다. 북문의 백천기사단 소대는 수십 배에 달하는 적을 맞아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좋아, 이대로 계속 밀어붙여라. 다소의 사상자는 신경 쓰지 마라. 동료를 부축할 힘이 있으면 사다리를 타고 오르라고 해.”


“예, 장군!”


스벤달은 이전과는 달리 직접 최전선까지 나와 전술을 지시했다. ‘단장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에 흑연기사단의 병사들은 등 떠밀린 사람처럼 앞다투어 사다리를 기어올랐다. 그 본질이야 어찌 됐든 스벤달의 존재는 흑연기사단의 공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리고 공병부대에게 전해라. 남문에서 우측 50m정도 떨어진 지점에 성벽이 반파되어 있다. 그곳에 모든 투석기의 화력을 집중하도록 지시해라. 또한 성벽이 무너지자마자 돌입할 수 있게 제3,4직영대대의 중장기병대를 준비시켜 놔라.”


“예? 예...알겠습니다 장군. 하오나 그 지점은 현재 우리 측 병사도 다수 포진되어 있는데 그럼 투석 공격에 노출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는 부관을 스벤달은 흡사 벌레라도 대하듯이 쳐다보았다. 그 경멸에 찬 시선에 부관은 소스라치게 놀라 입을 다물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다소의 사상자는 상관없다. 그딴 것보다, 레인스터를 점령하는 게 먼저란 말이다!”


“예...옛!”


지금까지 스벤달은 이 전쟁을 그저 유희용으로, 자기 자신의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밖에 여기지 않았다. 이런 보잘것없는 도시에서 발목을 잡히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도 이제 끝이 났다. 흑연기사단도 온 힘을 다해 도시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찍질 당한 병사들의 공세는 확실히 이전보다 눈에 띌 정도로 매서워져 있었다.

늘어난 사다리와 공성탑의 수만큼이나 피 튀기는 접전이 도시 곳곳에서 벌어졌다. 총력전에 나선 흑연기사단에 맞서 레인스터의 병사들은 꿋꿋하게 검을 찔러댔다. 창살이 부러지면 창대라도 휘둘렀고, 허벅지에 화살이 꽂히면 그걸 뽑아 활줄에 걸었다. 밤낮으로 끓여댄 솥단지는 이미 본래 색이 어땠는지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시커멓게 타버린 뒤였다.

오늘만 버티자, 아니 지금 이 순간만 버티자. 지금 이 순간에, 성벽을 타고 올라오는 눈앞의 저 병사만 막아내자. 내 손으로.


“로이니스, 노포탑 쪽이 뚫리려고 한다. 어서 지원 병력 보내.”


“보낼 병력이 없습니다. 전부 최전선에 배치되어 있다고요!”


“아아-젠자아앙! 디리터! 이 새끼 어디 갔어, 당장 동쪽 노포탑으로 달려가!”


디리터는 자기가 싸우는 곳도 위태위태한 상황이었지만, 제리온의 명령을 받자마자 즉각 대열을 이탈해 노포탑 쪽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곧 원래 있던 자리에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지금으로선 그저 병사들이 수적 열세를 극복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당 셋, 아니 넷 정도일까? 엄청난 기세로 밀어붙이는 적의 공세에 레인스터는 막 무너지기 전의 댐처럼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위태위태한 균형은, 적 투석기의 공격이 무너져가던 성벽에 집중되면서 일순간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이는 이칼롯이었다. 그는 너덜너덜해진 성벽이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고는 즉시 성벽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성벽 안쪽에는 미리 나무말뚝을 박아놓긴 했으나, 적의 돌격대에 대비한 방어군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


콰앙, 쾅! 쉴 새 없이 두드려대는 투석 공격에 고막이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주위의 병사들도 머지않아 다가올 참극을 예상했는지 부산하게 눈동자를 굴려대고 있었다.

어서 요격부대를 편성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병력차출은커녕, 굳이 성벽이 무너지지 않아도 도시가 함락될 판이었다. 하지만 막아야 한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심장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늘 평정을 유지하는 그로서는 실로 드문 경우였다. 호흡이 가빠지고, 방패와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문득 올려다본 지휘탑에서 마침 자신을 찾던 제리온과 공교롭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무너져가는 성벽 아래 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 모든 상황을 이해한 것인지 제리온이 정색하며 외쳤다.


“이칼롯! 지금 무슨...!”


심장박동이 더욱 빨라졌다. 굳이 땅을 울리는 투석기 소리가 아니라도, 그 순간 이칼롯의 왼손은 요지부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이제 더 차출할 병력도 없다. 이곳은...내가 막겠어.”


“미친 소리 하지 마! 자살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조금 실력이 있다고 불세출의 영웅이라도 된 줄 알아?!”


“그리고 도시가 함락되면 모두 죽고. 네가 한 말이잖아.”


“말꼬리 잡지 마! 지금 당장 지휘탑으로 복귀해. 이건 명령이야!”


"따를 수 없군. 로샤단의 대장은 나지 네가 아니야."


콰앙, 쿠르르릉! 허물어져 가던 성벽에 마지막 결정타가 꽂히자, 천지를 흔드는 굉음과 함께 한 축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대리석 더미가 땅에 떨어지며 엄청난 규모의 흙먼지를 만들어냈고, 곧 이칼롯의 모습은 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게 되어 버렸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스벤달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끝났다. 이 지겨운 도시도 마침내 자신의 손아래 들어왔다. 가끔은 이런 난관도 괜찮다고 자축하면서, 그는 부관에게 마지막 돌격을 명령했다.


“끝났군. 3,4직영대대를 돌입시켜라. 지금부터 한 시간 안에 도시 전체를 접수한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기병대가 명령을 받자마자 무너진 틈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 노도와 같은 기세에 제리온도 놀라 고개를 치켜들어야 했다. 저런 걸 단기로 어떻게 막겠단 말인가! 레인스터의 병력을 전부 끌어모아도 저 말발굽에 짓밟히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칼롯은 끝끝내 제리온의 명에 따르지 않았다. 대신 그는 덧없는 조소를 띄우고는, 그대로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짙은 흙먼지가 전장을 뒤덮자 이내 무너진 성벽 주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제리온은 신경질적으로 숏소드를 들고는, 성벽 아래로 내달릴 준비를 했다.


“로이니스, 지휘를 맡긴다.”


“예?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지금 전황이 얼마나 급박한데...”


“그러니까 가는 거야! 나랑 이칼롯, 둘이서 무너진 부분을 틀어막을 테니 넌 갤러리가 점거되지 않도록 해.”


“말은 쉽지만...엇, 멜피드 경, 위험...!!”


퍼석, 하는 금속 뚫리는 소리와 함께 살점 같은 것이 목덜미를 때리고 지나갔다. 이변을 느끼고 등을 돌렸을 땐, 자신을 감싸던 로이니스가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허물어지는 그의 머리 위로 싯싯거리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뱀의 머리가, 그 남자가 있었다.


“너 이 자식...”


제리온은 순간적으로 그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스벤달의 오른팔이라도 된 양 거드름을 피우고 있던 녀석! 처음 봤을 때부터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던 남자, 그 이질감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언제 나타나나 궁금하던 차였지. 그런데 하! 빌어먹을, 악마 찌끄레기였을 줄이야.”


그 남자의 왼쪽 팔은 커다란 구렁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오른팔은 제스터의 촉수와 비슷한 형태였는데, 로이니스가 쓰러지던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아 매우 날카롭고, 자유롭게 수축이 가능하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었다.


“내 정체를 알고 있다면 이야기는 빠르지. 내 이름은 이그제큐터(Executor), 제스터를 쓰러뜨린 실력을 한 번 보도록 할까.”


그는 제스터처럼 상대를 깔보고 가지고 노는 성격이 아니었다. 일단 적과 대면하자, 그 악마는 곧장 본래의 형태로 변이하기 시작했다. 곧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며 이그제큐터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촉수로 된 오른팔과 구렁이의 형상을 한 왼팔, 유달리 발달해 있는 대퇴부는 트롤의 하반신과 닮아 있었고, 피부는 파충류를 연상케 하는 검은 비늘로 가득했다. 얼굴은 사람이었으나 입이 없고 코 부분이 뚫려 있었으며, 눈동자는 불씨를 박아 넣은 듯 진홍색이었다.


“너 이 새끼, 로이니스는 이런 데서 죽기에 아까운 녀석이었단 말이다!!”


제리온은 무영창으로 만들어낸 다섯 발의 매직미사일을 곧장 이그제큐터를 향해 발사했다. 사방에서 덮쳐 오는 녹색의 구체를 이그제큐터는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적중당하기 직전 발을 차 도약했다. 그 점프력이란 실로 어마어마해서, 제리온이 표적을 쫓기 위해 목을 치켜세워야 할 정도였다.


“미안하지만 탐색전은 없다. 죽어라.”


이그제큐터는 오른팔을 길게 늘이더니 그대로 제리온을 향해 쏘았다. 기다란 마상랜스의 형상을 한 그것은, 허공에서 떨어지는 와중인데도 정확하게 제리온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았다. 표적을 확인하자 그는 즉각 목표 잃은 매직미사일의 좌표를 재수정했다. 급선회한 매직미사일은 단 한 발의 예외도 없이 이그제큐터의 어깨에 직격했다. 녀석의 상체가 측면으로 크게 기울어지는 게 보였다.


“과연, 제법이군.”


그러나 1클래스 마법 정도론 경상조차 입지 않는 것인지 녀석은 바로 태세를 정비하고는 왼팔 - 뱀의 머리가 달린 - 을 지렛대 삼아 지붕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쳇! 원숭이도 아니고.”


제리온은 곧장 다음 마법을 준비했으나, 요리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이그제큐터의 움직임 때문에 번번이 캐스팅을 취소해야만 했다. 궁수 몇 명이 제리온을 지원하기 위해 달려왔으나 그들 역시 활시위를 겨눌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완전히 기가 질려 허둥대는 그들을 조롱이라도 하듯 이그제큐터는 더욱더 속도를 내어 건물을 뛰어다녔다.


“눈으로도 쫓기 힘들겠지. 그게 너희 인간의 한계라는 거다.”


제리온은 일단 눈대중으로라도 활을 쏘도록 지시하고는, 틈을 타 아예 녀석이 착지하는 지점을 통째로 날려버릴 생각으로 원소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녀석의 대퇴부가 일순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땅을 박차고 도약해 제리온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으큭...!”


설마 30m정도 되는 거리를 일순간에 좁히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제리온은 당황하여 캐스팅을 멈추고 몸을 숙였다.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간 녀석의 오른팔이 대리석벽을 박살내는 소리가 들렸다.


“자, 끝이다 마법사.”


이그제큐터는 그대로 제리온을 집어삼킬 요량으로 왼팔을 내리꽂았다. 그러나 머리통이 씹히기 직전, 제리온은 검을 수평으로 들어 몸을 보호했다. 뱀의 이빨과 숏소드의 칼날이 불꽃을 튀기며 부딪쳤고, 제리온은 그 압력에 못 이겨 넘어지고 말았다.


“빌...어먹겠군...정말이지.”


“좋은 반응이군. 육체 수련이 부족한 마법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야. 하지만 제스터를 쓰러뜨릴 정도의 실력은 아니군.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이 더러운 원숭이가 뭐라고...씨부리는 거야!”


제리온은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 했으나 밀어붙이는 뱀 머리의 압력이 엄청났다. 조금만 검을 쥔 손의 힘을 빼면, 검째로 잡아먹힐지도 모르는 판이었다. 이그제큐터는 다시금 오른팔을 사용해 무방비해진 제리온을 끝장내려 했으나, 이번에는 주위의 병사들이 그를 방해했다. 병사들은 눈앞의 괴물이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정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했으나 오직 제리온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었다.


“저 괴물을 막아! 지휘관이 당한다!”


“화살은 안 돼. 제리온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모두 창을 들어라!”


“...귀찮게 구는군.”


이그제큐터는 왼팔로는 여전히 제리온을 압박한 채, 오른팔을 뻗어 차례차례 병사들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그의 오른팔은 대체 관절이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있는 것인지, 허공에서 수십 차례나 방향을 바꾸어가며 병사들의 가슴을 꿰뚫고 다녔다. 그 변화무쌍한 공격에 병사들은 변변한 반격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 자시익!”


총 7명의 병사가 쓰러지기까지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1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제리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찍어 누르는 뱀의 압력에 안간힘을 쓰면서,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캐스팅에 들어갔다. 이그제큐터는 그가 무영창을, 그것도 불안정한 자세에서 성공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모든 병사를 처리하고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제리온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십 가닥의 거미줄이었다.


“스파이더 웹(Spider Web)”


“아닛?!”


회색의 실타래가 순식간에 악마의 육체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거미줄의 접착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이그제큐터가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깊숙이 몸을 파고들었다. 이윽고 녀석이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할 정도로 거미줄에 휘감기자 제리온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널브러져 있는 병사들의 시체를 훑어보더니, 곧장 이그제큐터의 목을 짓밟았다.


“...!”


“어떠냐 이 개새끼야. 고르딘도 헤어 나오지 못했던 마법이다. 이대로 천천히 대갈통을 박살 내주지.”


녀석은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오른손을 이리저리 늘였다. 그러나 촘촘하게 엮인 거미줄 가닥은 탈출의 여지조차 남겨놓지 않았다. 단 한 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결과. 이그제큐터는 자신의 실수에 자책하면서도 몸을 비틀며 말했다.


“대단하군. 설마 그 상태에서 마법을 쓸 줄이야. 하지만 여전히 제스터를 쓰러뜨릴 수준은 아니야.”


“아까부터 제스터, 제스터. 너 그 말미잘한테 열등감이라도 있냐? 꼴에 악마라고...”


제리온은 패배자의 주절거림이라 여기고 대충 넘기려 했으나, 불현듯 잊고 있었던 의혹이 떠올라 잠시 캐스팅을 멈췄다. 그는 이그제큐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부터 궁금했었지. 너희 악마새끼들은 왜 레이시를 돕고 있는 거냐?”


“...쿡쿡쿡.”


“뭘 또 쪼개 이 새낀. 어차피 뒤질 건데 빨리 불어라. 네놈들의 목적이 뭐냐. 니깟 놈들이 에센스를 모아봤자 어디다 쓴다는 거야?”


“...머지 않았다.”


“뭐?”


“우리 악마의 오랜 염원이 이루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안개송곳니도 그저 우리의 야망을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그때가 되면 너희 인간도 아루가 얼마나 아둔한 자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겠지.”


이그제큐터는 자신의 죽음 따위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 자신만만한 태도에 제리온은 일순 머리가 멍해지고 말았다.

악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이 안개송곳니에 협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금만 유추해보아도 그 접점에 신의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신의 아이 정도 되는 존재가 고작 슬러터급의 악마에게 휘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인간세계의 파탄을 노렸다면, 아반케즈의 아이보다 훨씬 ‘저주’에 가까운 루도에게 접근했어야 맞다.

그렇다면, 신의 아이가 아닌 아루의 수정은 어떠한가? 만약 녀석들이 에센스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면...

추론은 거기서 끝이 났다. 흙먼지가 걷히면서 무너진 성벽 부근의 교전상황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이칼롯이 홀로 수십 명의 병사를 막아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기마대의 말발굽에 여지없이 짓밟힐 줄 알았는데, 미리 박아놓은 나무말뚝과 석재파편이 나름 훌륭한 바리케이드 역할을 해준 모양이었다.

제리온은 영양가 없는 대화를 그만두고 곧장 캐스팅에 들어갔다. 지금은 눈앞의 악마를 끝장내고 한시라도 빨리 이칼롯을 구하러 가야 할 때였다. 그의 손 위로 거대한 불덩어리가 떠올랐다.


“묻고 싶은 게 많다만 이제 그만 꺼져줘야겠다. 나도 멍청한 대장 때문에 고생이 많거든.”


“큭...잠깐...”


제리온은 준비된 마법을 발사하려고 높이 팔을 치켜들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얼음송곳이 그의 왼쪽 쇄골을 꿰뚫고 지나갔다.


“컥...?”


갑작스런 충격에 순간적으로 의식이 아득해졌다. 게다가 관통의 충격으로 들어 올렸던 왼팔이 늘어지며 발밑을 향하고 말았다. 그러자 이미 완성되어있던 불덩어리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콰아앙-.


“끝났군.”


코로니어스는 폭압의 여파를 즐기며 가볍게 로브자락을 가다듬었다. 그의 어깨 위로 아직 발사하지 않은 얼음송곳이 빙그르 돌아갔다. 그는 쓸모없어진 마법을 소거하고는 곧장 진지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마음에 안 드는 악마를 포함해 표적까지 어부지리로 소탕하다니, 실로 간단한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화염의 잔해 속에서 무언가가 도약하더니 순식간에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그제큐터였다.


“네놈...나까지 죽일 생각이었나?”


“이런, 무사했던 모양이군. 그런데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코로니어스는 능청스럽게 대답했으나 눈빛에 떠오른 아쉬운 기색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화염에 거미줄이 전부 녹아버린 모양이다. 일부러 연쇄폭발을 일으키려고 표적의 심장이 아닌 어깨를 노린 것인데, 이렇게 멀쩡히 나타나다니 김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오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화염을 뚫고 날아온 숏소드가 이그제큐터의 허벅지에 꽂혔을 때, 둘은 소스라치게 놀라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아닛, 어떻게?!”


같이 마법에 휩쓸린 이그제큐터조차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의 신체라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정도의 폭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문이 어찌 되었든,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폭염의 중심지에서, 씩씩거리며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킥킥...후욱! 오늘은 아주 기분 째지는 날이로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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