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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의 계승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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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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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람의 계승자 - ep.3 - 남작 영애와 그 수행원들(11)

DUMMY

출항에 성공한 뒤에도 일행은 바삐 움직였다. 디리터와 루도는 랄프의 지시에 따라 돛을 조정했고, 에레이시아는 마리네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이칼롯과 제리온은 선미에 선 채 따라붙는 선박들을 관찰했다.


“하, 하하! 배를 띄웠다고 자만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이런 강아지만한 배로 해군을 따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잔뜩 움츠러든 목소리로 경비대장이 말했다. 그는 애써 호쾌하게 웃었지만, 여전히 눈동자는 자신의 목에 겨눠진 검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칼롯은 그의 비아냥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신경 쓰이는 것은 멀리 보이는 경비대의 움직임이었다.


“...당신 꽤 쓸모없는 사람이군.”


그는 경비대장을 보며 낮게 한숨지었다. 경비병들은 등대에 집결하여 활이며 슬링을 겨누는 모습이었다. 그들뿐 아니라 따라붙은 세 척의 갤리선도 사격을 준비하긴 마찬가지였다. 배는 모두 세 척으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래도 척마다 50여 명의 해병이 탑승하고 있었다. 갑판을 가로지르던 루도도 경비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느끼고 둘의 옆에 멈춰 섰다.


“어, 쏘려는 건가? 이 아저씬 어쩌고.”


“나라면 하극상이든 뭐든 쏘고 6천 골드 챙기겠다.”


제리온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일개 무뢰한도 아니고 전범 급 현상금이 눈앞에 있는데, 인질 하나 때문에 놓치기엔 너무 아까울 것이다. 경비대장도 그의 말뜻을 알아채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적은 적대로, 아군은 아군대로 자신의 목숨은 개의치 않고 있으니 뜨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의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제리온은 이칼롯에게 그를 풀어주라고 지시하고 나서 말했다.


“이봐, 형씨. 옷 벗어.”


“...뭐라?”


“갑옷 입고 빠지면 가라앉을 거 아냐. 그게 맘에 들면 그렇게 하든가.”


경비대장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루도는 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쭈뼛거리자 대신 헬름을 벗겨주며 말했다.


“풀어준다고요. 아까는 미안하게 됐어요. 우리도 워낙 사정이 좋지 않아서...그럼 잘 가세요.”


루도는 고개를 한 번 꾸벅해 보이고는 그대로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뿐 아니라 이칼롯과 제리온도 이미 그에게서 관심을 놓은 상태였다. 이미 무기를 뺏은 이유도 있고 여차하면 경비대장 정도는 단숨에 제압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때문이었지만, 경비대장 본인은 돌아가는 상황이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 눈치였다.


“라비, 에레이시아랑 같이 선실로 들어가 있어. 영감님도 웬만하면 숨어 계시죠.”


“선장이 갑판 말고 어디로 가라는 게냐? 고얀 것.”


랄프는 화살이든 투석이든 갑판을 떠날 수 없다며 한사코 버텼다. 결국 라비와 에레이시아, 마리네만이 선실로 몸을 숨기고, 남은 사람이 선미에 모여 방어태세를 취했다.

갑판 위는 육지와 달리 배가 이리저리 흔들려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루도는 근처에 걸린 통발을 지지대 삼아 몸을 지탱했다. 해군은 이제 뱃전에 모인 해병들의 육안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루도는 다가오는 갤리선을 보며 살짝 이마를 찡그렸다. 육지에서 군마가 달려오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속도감의 차이가 있었으나, 그것들은 파도 위를 미끄러지며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따라잡힐 수밖에 없는 상대를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그에겐 세 척의 갤 리가 세 마리의 괴물로 보였다.

목소리가 들릴 지점까지 오자 정중앙에 있던 갤리에서 함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혹시나 모를 원거리 공격에 대비해 얼굴만 빠끔 내민 채 외쳤다.


“현상금 수배자 로샤단 일당! 순순히 항복하라! 너희들은 결코 이 해역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어느샌가 경비대장에 관한 사안은 슬그머니 빠진 채였다. 루도는 왠지 가련한 기분이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허겁지겁 갑옷의 이음매를 푸는 중이었다.


“떠나려면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은데요.”


일행은 해군 함장의 말을 가볍게 무시했으므로, 곧이어 사격 태세가 갖춰졌다. 신호가 오자 갤리선에서, 그리고 등대에 모인 경비대 사이에서 일제히 활시위가 당겨지기 시작했다.


“온다.”


사격은 경비대장이 막 바다에 몸을 던짐과 동시에 실시됐다. 까라라라락! 수십 개의 화살이 바닷바람을 헤치며 쇄도해 들어왔다. 일행은 각자 몸을 숙인 채 날아오는 화살을 피했다. 화살 꽂히는 소리가 갑판에 즐비했다. 루도는 경비대장에게서 빼앗은 헬름을 머리에 쓴 채로, 살짝 고개를 내밀고 해군들의 상황을 살폈다. 해병들은 다시 화살을 재는 모습이었다.

루도는 엎드린 채 일행의 안위를 살폈다.


“난 살아있는데, 죽은 사람?”


“나도 살아있는데.”


“어? 나돈데.”


아무도 질문의 오류를 지적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들 그럭저럭 무사한 모양이었다. 첫 번째 공격이 지나가자 이칼롯은 몸을 일으켜 해군과의 거리를 쟀다. 막 순풍을 타기 시작한 때라 더 이상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해군의 화망 안이었다. 마침 그를 노리고 해병 하나가 석궁을 발사했는데, 이칼롯은 재빨리 검을 휘둘러 쿼럴(quarrel)을 떨어뜨렸다. 루도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우와, 디리터! 방금 봤어? 이칼롯이 날아오는 화살을 쳐냈어!”


“나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어. 그냥 막거나 피하는 게 더 편해서 그렇지.”


“당연한 거 아냐? 수그리고 있는 게 훨씬 안전하구만!”


실없이 농담도 주고받았지만 상황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었다. 기함에서 사격을 개시하자 다른 선박에서도 연이어 화살이 날아왔고, 공격은커녕 섣불리 고개를 드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랄프의 배가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 몸을 숨길만한 공간이 많다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루도는 마스트 뒤편에 몸을 웅크린 채 공격을 피하고 있었는데, 화살이 귓전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머리털이 바짝 곤두섰다. 갑판은 이제 쉽사리 발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화살이 즐비하게 꽂혀가고 있었다. 돛은 이미 화살에 뚫려 구멍이 숭숭 난 상태였다.

화살 세례가 그칠 줄 모르자 디리터가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으아, 더럽게 쏴대네. 영감! 좀 어떻게 해봐요! 이러다 벌집 되겠어!!”


하지만 랄프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키 뒤에 숨어 있다가 냅다 고함을 질렀다.


“바람 탓을 해야지 내 탓을 하냐, 이놈아! 애초에 일이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사실 최악의 상황은 배가 따라잡혀 해군이 난입하는 것이었지만, 다행히 순풍이 조금씩 힘을 받기 시작해 양측 간의 거리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해군도 그걸 아는지 끊임없이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특히 조금 전 등대에서 발사된 발리스타는 루도가 잡고 있던 통발을 산산이 부서뜨리며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루도는 발리스타의 충격에 그대로 갑판 위에 나동그라졌다. 조금만 궤도가 어긋났더라면 자신의 손목이 통발처럼 됐을 거란 생각에 그는 치를 떨었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protect from normal missile)!"


그즈음 제리온이 힘찬 함성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내색은 안 했어도 다들 그가 뭔가 해주기를 이제나저제나 하며 고대하던 참이었다.

표적이 순순히 모습을 드러냈으니 해병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제리온을 노리고 일제히 활을 쏘았다. 수십 개의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온 순간, 마법의 효과를 알 리 없는 루도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아니, 마법을 아는 디리터도 마찬가지였다.


“엎드려어어!!”


핑핑핑핑! 해병들도, 루도도 기적 같은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화살은 모두 제리온의 전방에 펼쳐진 반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힘없이 바다에 떨어졌다. 제리온이 무사한 걸 확인하자, 루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옆에선 디리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저 새낀 신이야!”


해병들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지만 함장의 명령에 따라 다시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살은 여지없이 제리온에 의해 가로막혔다. 자신들의 공격이 연이어 무위로 돌아가자 병사들은 눈에 띄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특히 발리스타에서 발사된 쇠뇌가 마법 장벽에 부딪혀 튕겨 놔왔을 땐 다들 활시위를 놓은 채 허탈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제리온이 그런 그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화살 값이 아깝다, 머저리들아.”


그 순간만큼은 제리온이 최고의 구원자였다. 루도와 디리터는 재빨리 그가 만든 마법 장벽 뒤로 모여 그를 찬양하기 시작했다.


“제리온이 최고~. 제리 제리 제리온!”


“니가 그냥 신의 아이 해라. 더럽게 멋있네.”


“아, 좀 비켜, 이것들아!”


그의 마법 덕에 어느 정도 숨 돌릴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래도 아직 추격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칼롯은 마법 장벽의 지속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갤리선 중 하나가 배의 측면을 노리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화살이 통하지 않으니 직접 승선하여 공격할 속셈인 모양이었다. 이칼롯은 제리온의 뒤에 선 채 경비대의 동태를 살폈다. 랄프의 배는 순조롭게 전진해 등대의 화망에서는 이미 벗어난 상태였다. 거기다 세 척의 갤리선 중 두 척은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으니, 지금 접근하는 한 척만 잘 따돌리면 그럭저럭 포위를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접근하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리온, 저 배의 마스트 부러뜨릴 수 없나? 그럼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할 텐데.”


“음, 까짓 거 못할 거 없지.”


제리온은 몇 차례 손가락을 꺾더니 천천히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가 주문을 외워감에 따라 전방에 불덩어리가 차츰 생성되었는데, 루도가 그걸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거, 언젠가 본 기억이 있는데...”


화르르륵. 제리온의 손 위로 사람 머리통만 한 불덩이가 이글거렸다. 그 투박하면서도 야만적인 원형의 구체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태워버릴 것 같은 열기가 느껴졌다. 캐스팅이 완료되자 제리온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외쳤다.


“파이어 볼(Fire ball)!"


불덩이는 전방의 공기를 태우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루도는 그때서야 그람이 그와 비슷한 마법을 쓴 적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어, 잠깐....”


퍼어엉! 엄청난 폭압에 선체가 기우뚱거렸다. 불덩이는 정확히 표적을 강타했고, 마스트는 불길에 휩싸인 채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다. 마법을 맞은 갤리선의 선원들은 금세 아비규환이 되었다.


“으악! 마법, 마법이다!!”


“물, 물 가져와! 어서 불을 꺼라!!”


두 동강 난 마스트는 허공에 잠시 멈춰서 있다가, 그대로 바다로 곤두박질쳤다. 기둥에 붙은 불은 삽시간에 돛, 망루, 그리고 창고에까지 옮겨 붙기 시작했다. 마법을 맞은 배의 선원들은 일행의 추격은 고사하고 배에 붙은 불을 끄느라 항해 자체가 불가능해져 버렸다.


“.....”


갤리선 사이에서 갖가지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안, 랄프의 배 위에서는 싸늘한 적막이 맴돌았다. 표적을 지시한 이칼롯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제리온을 바라보다가, 이내 포기한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곧이어 디리터와 루도가 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야, 이 미친놈아!!”


퍼억.


“아, 썅! 왜 머리를 때리고 지랄이야!”


“사람 잡을 일 있냐? 저런 말도 안 되는 걸 날리면 어떻게 해!”


“마스트 부러뜨리래서 부러뜨렸구만 왜 난리야! 난 시키는 대로 한 죄밖에 없다.”


제리온은 잡힌 팔소매를 휙 쳐내고는 당당하게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 디리터가 기가 막혀 뭔가 말하려 했으나, 이칼롯이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방법이 기절초풍할 정도여서 그렇지, 어쨌든 마스트를 고장 내 항해를 불가능하게 하려던 이칼롯의 목적은 완벽하게 달성됐다. 해군은 불이 난 갤리선뿐만 아니라 다른 두 척의 함정도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 선원들은 화살 공격은 고사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장애물 뒤로 숨어버렸고, 그런 그들을 질책해야 할 함장마저 황급히 모습을 감췄다.

물론 몇몇 선원들이 용기를 내 다시 활을 겨누기도 했다. 하지만 제리온이 그들을 향해 팔을 뻗자 그들은 괴성을 지르며 바다로 몸을 던졌다.


“...누명이고 자시고 이젠 진짜 범죄자가 되어버렸어...”


루도는 불길을 바라보며 망연히 중얼거렸다. 경비대장을 인질로 잡은 시점에서 반쯤 포기했었지만, 제리온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쐐기를 박아준 것이다. 이제 어디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무리였다.


“자식들, 거 무진장 소심하네. 불이 났다 뿐, 아무도 안 죽었잖아? 살다 보면 배 한 척 태울 수도 있는 거지 뭐.”


제리온은 뭐 그리 대수냐는 듯 혀를 날름거렸다. 디리터는 이제 역정 내기도 지친 듯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너, 군선이 얼만지 알고 하는 소리냐?”


“적어도 6천 골드는 안 한다.”


“으이구, 입이나 다물고 있으면 밉지나 않지!”


제리온의 마법으로 해군은 추격의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배 한 척이 완파된 상황에서 추격을 계속하자니 제리온의 마법이 버티고 있었고, 무엇보다 슬슬 바람이 범선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움직임이 멈춘 갤리선들과 달리, 랄프의 배는 점점 탄력을 받아 이젠 부둣가가 손톱 만하게 보일 정도로 멀어진 상태였다.

숨통이 트이자 루도는 멀리 부둣가의 정경을 살폈다. 점점이 보이는 구경꾼들 사이에서, 루도는 제랄드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이미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리였지만 루도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디리터도 그를 발견한 모양인지, 입술을 비죽거리며 말했다.


“저 자식, 우릴 봤으니 안개송곳니에게 알리겠지? 변장한 게 다 수포로 돌아갔네.”


“글쎄...”


루도는 제랄드의 자조 어린 미소가 쉽게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 아케니온은 안개송곳니의 하수인에 불과할 텐데도, 제랄드는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었다. 술집에서 말했던 아루의 수정에 관한 사안과, 안개송곳니를 배신해서라도 자신과 손을 잡고 싶다는 발언 등은 그가 레이시의 부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랄드는 안개송곳니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건지, 레이시는 어디에 있는 건지, 그리고 다른 신의 아이들은 어떻게 된 건지 - 베일에 싸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군함들은 이제 추격을 포기하고 뱃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물론 한 척은 아직도 진화를 하지 못해 시커먼 연기가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야, 저거 곧 침몰할 거 같은데...”


“에이, 설마....”


참사의 장본인은 일찌감치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으니 남은 동료들만 죄책감을 느끼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걸 어찌하랴. 그렇다고 배를 대고 불 끄는 걸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마리네와 디리터, 이칼롯은 선미에 나란히 선 채 점차 기울어가는 갤리선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디리터가 귀를 후비며 말했다.


“...화살이나 뽑자.”


시간이 지날수록 일이 커지는 느낌이지만, 수습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셋은 배에 꽂힌 화살이며 돌멩이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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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7 32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90 26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91 26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84 28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28 26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9 33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98 29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52 27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50 30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80 32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72 35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52 34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16 34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24 36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54 35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84 32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19 38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88 34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25 37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28 39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45 34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24 40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30 34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53 34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50 35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7 39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93 35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26 44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7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5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4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2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0 36 13쪽
64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8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1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3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4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3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3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9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4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3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9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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