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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연 님의 서재입니다.

람의 계승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저스연
작품등록일 :
2015.03.21 02:01
최근연재일 :
2015.09.01 03:28
연재수 :
3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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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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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8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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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DUMMY

아이들 칭찬에 람카디스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심성은 착한 아이들이야. 요번처럼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칠 때가 있어서 문제지만.”


그는 자신이 칭찬받은 것보다 더 쑥스러워했다. 데루루피아가 그의 반응을 보고 짓궂게 턱을 내밀었다.


“저기, 난 당신이 제자를 키운다는 게 믿어지지 않거든? 뭐 하는 애들이야? 루도랑 마리네. 그냥 어디서 주워다 기르는 건 아닐 거 아냐.”


“어디서 주워와 기르는 게 맞긴 맞다만....너한테 뭘 숨기겠냐. 가린워드 사건 알지? 루도가 그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야.”


“어머? 가린워드라면 분명 펠아람의...그럼 루도를 데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야?”


람카디스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볼을 꼬집었다.


“처음엔 그랬지. 하지만 얼마 안 가 깨달았어. 저 녀석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니 알 필요도 없는 평범한 꼬마일 뿐이라고. 지금은 저 꼬마들이랑 그럭저럭 재밌게 지내고 있지.”


“헤에...역시 거짓말 같아. 뭐 당신이 니암을 데려왔을 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니암의 이야기가 나오자 람카디스의 눈썹이 약간 찡그려졌다.


“니암...아까 그 폭발은 분명 각성의 징후였지? 어찌 된 영문인지 도로 들어가 버린 모양이지만.”


데루루피아는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들 내색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마터면 도시 전체가 날아갈 수도 있었을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쓰다듬는 람카디스의 손을 말없이 감쌌다. 람카디스는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했다.


“어릴 때 받았던 충격이 영향을 끼친 걸까? 그 아이를 마드리고에서 처음 발견했을 땐 그저 겁쟁이 꼬마일 뿐이었는데...세상사 참 얄궂어. 니암이 루도를 만나게 되다니 말야.”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왕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마드리고 공방전, 그리고 그 승리를 위해 행해진 처절한 살육. 람카디스는 그 생지옥 속에서 한 어린아이를 구출해냈었다. 니암은 아직 그때의 참상을 기억하고 있을까? 만약 그 일로 말미암아 니암이 각성하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자초한 비극일 것이다.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 그뿐 아니라 니암은 최근 큰 충격을 너무 많이 받았었어. 그게 결국 심지에 불을 붙인 걸 거야. 어쩌면 그게 그들이 노리던 진짜 목적일지도 몰라.”


람카디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역시 이번 사건에 의문점을 제기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이간책 말이지? 나도 위릭 경에게 들었지만, 솔직히 섬뜩할 정도더군. 아무런 단서조차 잡지 못하다니.”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 마리네가 그들이 하던 대화를 하나 잡아냈거든.”


그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내 제자들에게 그런 위험한 일을 맡긴 거야?”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단 말야! 그리고, 난 위험해지면 절대로 도망치라고 말했네요. 어이없을 정도로 무모한 당신 애들을 탓해야지!”


람카디스는 기가 막혀 입만 뻐끔거렸다. 운이 없는 거랄까, 아니면 위험을 자초하는 거랄까. 루도가 가는 길엔 항상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데루루피아를 타박하려다가, 이내 포기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건 교육 잘못시킨 내 문제지. 그래서 그 단서라는 게 뭔데?”


그녀는 그의 그런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생글거리며 말했다.


“안개송곳니. 혹시 들어봤어?”


람카디스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는 이름이야. 너는?”


“나 역시 처음 들었어. 자랑 같지만, 이 나라에서 나보다 신의 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 말은 놈들은 적어도 리크나이츠 사람은 아니라는 거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작게 낮추었다. 아무도 없는 서재였지만, 행여 누가 듣기라도 할까봐 둘은 소곤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아스트리카 왕국?”


“브리토리스도 배제할 수 없어. 그들이 건재하다는 건 이미 많은 마법사들이 확인한 바니까. 폭풍협곡 쪽은 어때? 결계는 아직도 잘 돌아가?”


“알다시피.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그대로 비명횡사잖아. 일단 교단 쪽에서 사람을 보내 항시 정찰은 하고 있을 거야.”


“다시 바빠지겠네.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여기저기 들러봐야 할 것 같아. 뭣하면 에메랄드 섬에라도 가서 알아봐야겠지.”


여기저기 행선지를 늘어놓는 그녀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들떠 있었다. 또다시 예의 방랑벽이 도진 모양이었다. 람카디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니암은 어떻게 할 건데?”


그녀는 잠시 멈칫거렸으나, 다시 배시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아낸 게 있지. 교단 내에 내통자가 있다는 거. 사실 니암을 교단에서 보호하던 것 자체가 위험을 자초한 거였어. 그 아이는 교단과도, 수도회와도 상관없는 곳에 맡길 거야. 니암은 이제 아무 고민도 없이 평범한 남자아이로 살아가면 되는 거지.”


“널 매우 따르는 모양이던데, 데리고 가지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난 너무 얼굴이 팔렸잖아. 나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해.”


그녀는 자신의 하늘색 머릿결을 머쓱하게 매만졌다. 하늘을 녹여 담은 듯한 그녀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그녀를 한 번 본 사람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게 만든다. 멀리서 봐도 단박에 알아낼 정도로 그녀의 특징은 강렬한 것이었다. 그녀는 어딜 가나 이목을 끌 것이고, 또 그만큼 감시도 따라붙을 것이었다.

람카디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예 신분을 위조할 생각이라면, 루시올라 경에게 맡겨보는 게 어때? 몇 번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괜찮은 사람이야. 소신도 있고. 니암은 사내아이니까 어쩌면 궁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분이 적격이긴 해. 니암의 존재를 알면서도, 교단과 수도회 쪽에 연고가 없는 사람 중 하나니까. 하지만 당신이 루시올라 경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일 줄은 몰랐는데? 무슨 관계야?”


람카디스는 턱을 괸 채 루도가 있는 복도를 바라보았다. 루도가 크리드를 만나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었을 지가 자못 궁금해졌다. 5년 전 있었던 사건은 여러모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 오랜만에 만난 크리드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와 루도는 아직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루도의 친한 친구가 사건에 휘말려 죽은 일이 있었지. 루시올라 경이 죽은 친구의 아버지고. 그냥 불현듯 떠올랐을 뿐이야. 니암은 착한 아이니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야.”


“서로가 서로의 행복이 된다라...나쁘지 않네. 후훗, 당신 방금 꽤 멋있었어.”


데루루피아는 생긋 웃으며 람카디스의 팔을 껴안았다. 그녀의 기억대로 람카디스는 여전히 사려 깊고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 니암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은신처가 아니었다. 그가 받은 상처를 치료받을 수 있는, 일상의 작은 행복에 미소 지을 수 있는 곳이었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라고 느낄 수 있게.

뭔가 포근한 분위기가 조성되려 하는데, 갑자기 케이달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람카디스님, 아까 있었던...헉.”


그다지 놀란 것 같지도 않은 중저음의 단말마였다. 그는 찰싹 붙어 있는 두 남녀를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데루루피아도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 람카디스에게서 떨어졌다.

케이달이 떠듬거리며 말했다.


“아..죄...죄송합니다. 제가 눈치 없게. 그...아까 있었던 폭발 건은 미쳐버린 마법사의 소행으로 처리했습니다. 저...중요한 건 그냥 제가 알아서 손쓰겠습니다. 그럼, 좋은 시간되시길...”


그는 그렇게 말하며 후다닥 문을 닫고 나가려 했다. 머쓱하게 웃던 람카디스가 문득 생각난 듯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 위릭 경!”


“아, 예. 무슨 일이십니까?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라도 제가 지금 본 것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는 일은 결코...”


람카디스는 크게 헛기침을 하여 그를 막았다.


“그게 아니라, 밖에 벌서고 있는 꼬맹이들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들한테 이제 됐으니 쉬라고 전해주십시오.”


들은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이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그의 의아한 표정에 둘 역시 불안한 낌새를 느꼈다. 케이달이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들이라면 한참 전에 상업 지구로 뛰어갔습니다만?”



***


사위는 한 발자국 앞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어두웠다. 빛이 차단되었다기보다는 어둠이 사방을 휘감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짙게 깔린 어둠은 살아있는 안개처럼 흐늘거리며 공기 중에 떠돌았다. 그 가운데 켜진 촛불 하나만이 빛이 아직 존재하고 있음을 미약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말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단지 작은 촛불 빛에 의지하는 것뿐인데도, 불편하다던가 하는 기색은 어디에도 없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불빛에 다가옴에 따라 차츰 그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명은 창백한 피부에 쭉 찢어진 입을 한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투구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투구를 쓴 남자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임무, 확실히 수행했다.”


남자는 천천히 책을 덮었다. 그가 읽고 있던 책은 지나치게 두꺼워서, 책을 덮는다기보다 상자를 잠근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았다. 그는 깍지를 끼며 나직이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일은 여러모로 얻은 게 많았습니다. 듣자하니 루프리모의 아이가 각성할 뻔했다고 하더군요.”


안다바리엘의 입이 헤벌쭉 비틀어졌다. 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키..키키...맞아. 오싹오싹하더군. 살아서 그걸 또다시 보게 될 줄이야. 난 일찌감치 도망쳤었지만, 이 녀석이 나중에 알려주었지. 각성이 멈추었다고.”


투구를 쓴 남자가 말했다.


“난 그저 시키는 일을 할 뿐이지만,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결국 수호기사단과 광휘의 결사는 전투를 멈추었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충분히 둘 모두를 전멸시킬 수 있었는데 말이야.”


남자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불빛에 음영이 드리워진 그 얼굴은 상대방을 비웃는다고까지 생각될 정도였다.


“그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은 그간 베일에 싸여있던 자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하나의 미끼였을 뿐이죠. 루프리모의 각성은 의외였지만, 그건 그냥 사소한 헤프닝으로 여겨도 될 겁니다.”


“베일에 싸여 있던 자들?”


“직접 보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죽지 못하는 그람과 데루루피아 아망초를.”


안다바리엘이 그 말에 폭소를 터뜨렸다. 그는 기괴하게 허리를 꺾으며 웃어 재꼈다.


“킥킥킥킥! 우리 고매하신 단장님 말인가? 그 썩은 해골바가지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지?”


“그람은 여전히 요주의 인물입니다. 그가 만든 결계는 아직 그 누구도 깨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 젊은 남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는 붉은색 머리에 약간 처진 눈을 가진, 평범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그 범상한 얼굴은 오히려 이 음울한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안다바리엘과 눈이 마주치자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발렌스 상회의 궤멸을 확인했습니다. 아케니온 녀석들,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더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안다바리엘을 응시한 채였다. 그 역시 키들거리며 그 시선을 받았다. 남자가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알룬도. 뭐 특이할 만한 점이라도 있었습니까?”


“아아, 있었죠. 루프리모의 아이 쪽을 확인하러 갔었는데.”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안다바리엘을 가리켰다. 촛불이 위태롭게 일렁거렸다. 그 빛마저 사라지고 나면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알룬도라 불린 청년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레인스터에서 사람이 떼로 죽은 사건이 발생했더군요. 모두 38명이라는 인원이. 사인(死因)은 몸에 있는 수분이 전부 빨려서. 그런 잔혹한 마법을 쓸 만한 자는 제가 알기로 한 명뿐이죠.”


“크하핫!”


안다바리엘이 방안이 떠나갈 듯 폭소하기 시작했다. 그 기다란 입술이 기묘하게 날뛰는 모습에 알룬도는 더는 참기 힘든 듯 벽을 쾅 걷어찼다. 의자에 앉은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안다바리엘님, 알룬도가 말한 사건이 당신이 저지른 것입니까?”


안다바리엘이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키키킥...맞아, 내가 했지. 굳이 보고할 필요도 없었기에 잠자코 있었던 건데.”


“보고할 필요도 없었다고? 자그마치 38명이 죽었는데?!”


알룬도가 분통을 터뜨리며 그의 멱살을 낚아챘다. 그는 처음부터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청난 마법사라든지, 수백 년을 살아온 존재라든지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을, 그것도 수십 명이나 되는 인원을 죽여 놓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건가!

안다바리엘은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그건 저항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알룬도가 내는 분노조차 우스갯거리로 생각하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남자가 깍지를 풀며 말했다.


“어째서 보고하지 않으셨습니까?”


“킥킥! 수도회 녀석들을 죽일 때 목격자가 있었거든. 그래서 죽이긴 죽여야겠는데, 술집으로 도망가 버리더란 말이야. 그러니 어쩌겠어? 다 죽여 버리는 수밖에.”


“다음번엔 좀 더 신중해 주십시오. 자칫 우리 모습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지, 흐흐.”


알룬도는 기가 막혀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 남자 역시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일이 잘 처리되었는지, 어째서 계획에 오차가 발생했는지에만 정신이 쏠려 있었다. 투구 쓴 남자 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이 정상이 아닌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이 방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미쳐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결국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방을 뛰쳐나갔다. 안다바리엘이 킬킬거리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래 살기 힘든 타입이지, 큭큭. 그래, 이젠 어떻게 할 거지? 단장님을 죽이러 가면 되는 건가?”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당분간 활동은 없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패를 다듬을 때입니다. 확실한 처리를 위해 그 ‘마법’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그녀가 각성하길 기다려야 하기도 하고요.”


“얼마나 걸리지?”


“5년쯤 예상하고 있습니다.”


“킥킥킥! 결행까지 5년이라...즐겁게 기다리고 있겠다.”


그는 히죽거리며 방을 나갔다. 투구를 쓴 남자는 그때까지도 말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양초에선 촛농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건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웃음기 비슷한 것이 서렸다.


“내가 바라는 게 뭔지는 알고 있겠지? 죽지 못하는 그람, 데루루피아 아망초, 그다음은 뭐지?”


의자에 앉은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가 손짓하자 미약한 촛불은 여지없이 꺼져버리고 말았다. 이제 방 안에는 완벽하게 어둠이 깔렸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깊은 심연은 차라리 묘한 희열을 느끼게 만들었다. 남자는 책을 허리에 끼고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발렌스 상회를 조사하다 우연히 알게 되었지요. 아케니온 용병단의 도움이 없었다면 미처 알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델키아의 작은 레인저 길드가 류이너스 교단과 깊게 닿아있다는 것을.”


철그럭거리는 갑옷 소리가 그가 느끼는 흥분을 대신했다.


“레인저...무인(武人)들이로군.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할 거지?”


투구를 쓴 남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직접 결단하기보다는 명령을 받길 더 좋아하는 부류였다. 그는 상대방에 입에서 대답이 나오길 기대하며 작게 몸을 떨었다. 그 남자는 잠시 멈칫거렸지만, 이내 주저 없이 문고리로 손을 가져갔다.


“물론 죽여야지요. 언제가 될 진 알 수 없지만.”




***


작가의말

에피소드 2 종료! 사실상 여기까지가 서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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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5) +1 15.04.05 890 31 11쪽
103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4) +2 15.04.05 805 29 15쪽
102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3) +4 15.04.05 996 28 13쪽
101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2) +1 15.04.05 797 30 12쪽
100 람의 계승자 - ep.3 - 루도의 비밀(1) +1 15.04.05 1,033 29 12쪽
9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1) +5 15.04.04 973 34 11쪽
98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0) +3 15.04.04 947 32 14쪽
97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9) +2 15.04.04 890 26 12쪽
96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8) +1 15.04.04 1,091 26 14쪽
95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7) +1 15.04.04 984 28 15쪽
94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6) +3 15.04.04 1,028 26 15쪽
93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5) +2 15.04.03 1,149 33 11쪽
92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4) +2 15.04.03 798 29 18쪽
91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3) +2 15.04.03 952 27 13쪽
90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2) +2 15.04.03 750 30 13쪽
89 람의 계승자 - ep.3 - 펠아람의 저주(1) +2 15.04.03 1,080 32 11쪽
8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1) +2 15.04.02 972 35 11쪽
87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0) +1 15.04.02 952 34 13쪽
86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9) +2 15.04.02 1,016 34 17쪽
85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8) +1 15.04.02 924 36 15쪽
84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7) +2 15.04.02 854 35 16쪽
83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6) +2 15.04.01 1,084 32 14쪽
82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5) +1 15.04.01 1,019 38 16쪽
81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4) +3 15.04.01 1,088 34 18쪽
80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3) +1 15.04.01 1,125 37 14쪽
79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2) +2 15.04.01 928 39 19쪽
78 람의 계승자 - ep.3 - 추격자(1) +1 15.04.01 945 34 18쪽
77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6) +3 15.03.31 1,124 40 17쪽
76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5) +1 15.03.31 1,030 34 14쪽
75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4) +4 15.03.31 1,053 34 13쪽
74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3) +2 15.03.31 950 35 14쪽
73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2) +1 15.03.31 877 39 13쪽
72 람의 계승자 - ep.3 - 일어서다(1) +4 15.03.31 893 35 15쪽
71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7) +7 15.03.30 1,026 44 23쪽
70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6) +4 15.03.29 897 40 16쪽
69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5) +2 15.03.29 945 35 17쪽
68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4) +1 15.03.29 1,127 36 20쪽
67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3) +1 15.03.29 1,124 33 16쪽
66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2) +2 15.03.29 1,092 39 14쪽
65 람의 계승자 - ep.3 - 어느 좋았던 봄날(1) +4 15.03.29 1,300 36 13쪽
»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完) +7 15.03.28 1,179 45 17쪽
63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8) +3 15.03.28 1,261 36 14쪽
62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7) +2 15.03.28 1,083 40 12쪽
61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6) +4 15.03.28 1,147 38 15쪽
60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5) +2 15.03.28 1,131 39 16쪽
59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4) +2 15.03.28 1,074 35 14쪽
58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3) +3 15.03.28 1,023 36 17쪽
57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2) +3 15.03.27 1,127 40 10쪽
56 람의 계승자 - ep.2 - 소년과 라즈베리 파이(1) +5 15.03.27 1,133 46 10쪽
55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2) +2 15.03.27 1,073 47 15쪽
54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1) +4 15.03.27 1,059 42 20쪽
53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10) +2 15.03.27 1,114 45 17쪽
52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9) +2 15.03.27 1,163 51 15쪽
51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8) +4 15.03.27 1,243 39 16쪽
50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7) +2 15.03.27 1,082 42 12쪽
49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6) +3 15.03.26 1,151 46 9쪽
48 람의 계승자 - ep.2 - 루프리모의 아이(5) +3 15.03.26 1,129 4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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