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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一筆)의 서재입니다.

파락공자(擺落公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일필(一筆)
작품등록일 :
2013.09.07 00:33
최근연재일 :
2014.03.02 23:43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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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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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83
글자수 :
603,628

작성
13.11.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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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8
추천
375
글자
22쪽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DUMMY

십만대산이라 불리는 천산을 짓쳐 올라가는 사백 명의 무리가 있었다.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이라 천산의 마교도들도 밥을 짓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모여드는 그 시간, 별안간 정문을 돌파한 무시무시한 강시들에 의해 마교의 성지에는 끊임없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마교의 본산에는 지금 전투 가능 병력이 천 명, 그리고 일반 마교도들 중에 고위급 인사들이 오백여 명 상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태 이렇게 본산을 직접 공격당해 본 적이 없었기에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이미 호강단은 마교의 외당을 넘어 내당으로 짓쳐 들고 있었다.


간혹 앞을 막아서는 무사들이 있었지만 외당 소속의 무사들이 호강단을 감당하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던 것이다. 이윽고 내당으로 접어들자 이제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춘 마교의 호마대들이 체계적으로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육백 명의 호마대는 마교의 성지를 지키는 마교의 최후 보루였기에 대부분 초일류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당의 적절한 지형지물을 이용하다 보니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들이 휴대하고 있는 무기들은 오랜 역사와 함께하는 마병들이었기에 혈왕시들의 재생력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붙이던 호강단이 피해를 입으며 주춤하는 사이 상유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혈왕시들을 보조하고 있었다.

양쪽으로 돌아 들어가던 좌우군들은 생각지도 못한 고대 진법에 휘말려 상당수의 손실을 입고 겨우 좌우의 담을 넘을 수 있었다.


담을 넘기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거의 일 할에 해당하는 병력 손실을 입자 이들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진법을 해체하기 위해 거의 살신성인한 동료들을 생각하며 마교도들이 눈에 보이는 족족 죽음을 선사했다. 생각보다 좌우군이 늦어지는 바람에 주춤하던 호강단도 이들이 합류를 하자 다시 선기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밀리는 와중에도 마교의 호마대는 조직적으로 퇴각을 하며 최대한 시간을 지연하고 상대에게 피해를 주려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좌우 기습군은 진법에서 일부 손실을 입었고 다시 안에서의 치열한 전투로 인해 피해를 입으며 이백 이하로 줄었다. 혈왕시들도 마병에 의해 오십 기가 피해를 입어 이젠 호강단도 백 여기로 줄어 든 상황이었으나 결국 내당의 입구를 뚫고 안으로 접어들었다.


육백 명에 달하던 적 호마대 없이 이젠 절반도 채 남지 않았으니 이제 끝이 보이고 있었다. 서서히 적들이 줄어드는 것에 그나마 위안을 하고 있던 순간 엄청난 호곡성이 울리며 공격해 들어가던 정파의 무사들은 주춤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린 듯한 경공을 선보이는 세 명이 장내에 날아 내렸다.


그들이 나타나자 남아있던 호마대는 바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는데 그들의 입에서 일제히 이런 소리가 들렸다.

“태상 교주님을 뵙습니다!”

상유는 누군가 뒤통수를 한 대 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태상 교주라니! 그러면 지금 나타난 이가 바로 전대 교주인 사천휘의 아비 사궁인이란 말인가!


바로 염나희의 아비인 암혈마제 염대철의 사형인 것이다. 족히 백사십 세가 넘어 썩어 문드러졌어야 할 양반이 아직도 살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고령의 나이로 마교의 성전으로 들어간 지 오래라고 알려진 사궁인이 아직 버젓이 살아 있었던 것이다. 늙어서 축축 늘어지는 잔주름이 온통 얼굴을 덮고 있지만 몸까지 그렇지는 않았다.


그 정도 나이면 허리가 꾸부정할 만도 하건만 그의 신체는 어느 중년인 못지않았다. 그의 형형하게 빛나는 눈동자에는 검은자위가 없어서 더욱 가공한 모습이었다. 등에 오 척 장도를 둘러맨 그의 모습은 기괴하여 꿈에 나타날까 겁나는 모습이었다. 그의 양 옆에 있는 노인 둘도 기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마 전대 교주인 사궁인을 모시던 최측근 마물이었을 것이다. 상유가 판단하기에 그들도 화경의 경지에 들어선 자들 같았다. 사궁인은 사방에 죽어있는 마교도들과 침입자들을 훑어보더니 드디어 상유를 바라보았다. 그 동공은 어디를 보는 것인지 알기 힘들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내 생전에 이런 꼴을 다 보다니, 감히 마교의 성지를 더럽히는 네 놈들은 누구냐?”

“기가 차네. 그나저나 당신은 이미 죽을 때가 지나지 않았소?”

“뭐, 뭐라고? 네 이놈!”

“놈, 놈 하지 마시오. 듣는 놈 기분 별로 안 좋으니까.”


“내 이놈을 그냥”

상유의 안하무인에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진 사궁인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옆에 있던 적의를 입은 노인이 먼저 나서며 말을 했다.

“태상, 이놈은 제가 버릇을 고치겠습니다. 진정 하십시오.”

그렇게 말을 하며 앞으로 나서며 들고 있던 도를 일도양단의 수로 내리쳐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도를 막아 선 자는 장가장주 임호였다. 임호 역시 화경에 들어선 지 오래이기에 그의 검에서는 굵은 검강이 줄기줄기 뻗쳐 나와 적의 노인의 도를 어렵지 않게 걷어냈다.

“노망 든 노친네 버릇은 제가 고치겠습니다. 문주.”


비슷한 어투로 임호가 따라서 나서자 적의 노인은 얼굴이 벌개져서는 도강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마교 비전의 흑천마라도법이었으나 임호 역시 상유에게서 사사 받은 복호대라검법으로 당당히 맞서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호각세를 이루자 사궁인을 보필하던 흑의 노인이 나서며 끼어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를 막아선 자는 무상 가득인이었다.


그도 역시 상유에게 사사 받은 포옥검과 멸절검을 섞어가며 흑의 노인을 무난히 상대하고 있었다. 상유는 그래도 혹시나 자신의 수족들이 다칠까 불안하여 뒤에 대기 중이던 마황시 넷에게 명을 해 각기 둘씩 합공을 시켰다. 상대들도 더 나서려고 했으나 이미 수에서 밀리지 않는 이쪽에서 합세하려고 하자 사궁인이 손을 들어 만류를 하며 내력을 돋우기 시작했다.


등에 매달려 있던 그의 오 척 장도가 이기어도의 수법으로 그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상유도 하는 수 없이 소청검을 빼들었다. 자신도 이기어검의 수법인 비검을 시전 할 수 있었으나 적을 방심시키기 위해 비검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들고 있는 소청검에 진기를 주입하였다. 그리고 회심의 조화선을 왼손에 꺼내 들었다.


사궁인은 앞으로 달려 나오며 머리위에 있는 자신의 도를 상유에게 쏘아 보냈다. 상유도 마주 달려 나가며 검을 들어 올렸다. 도강은 순식간에 상유의 전면에 날아들었는데 묵천 검법의 유검의 식으로 비껴내고 있었다. 워낙에 강력한 도강이었으나 상유의 소청검에도 이미 그에 못지않은 강기를 두르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파헤쳐 나가고 있었다.


이기어검을 펼치지 못함에도 자신의 도강을 비껴내는 상유를 보며 사궁인은 마왕현세도법의 마왕군림의 수로 세 가닥의 도강과 함께 자신의 도를 상유에게 날렸다. 도강만 해도 쉽지 않을 것인데 직접 도가 날아오자 상유는 자신도 소청검을 같이 날릴 수밖에 없었다.


실전에서는 처음으로 이기어검을 시현하는 것이었다. 소청검에서는 번쩍이는 뇌기가 뻗쳐 나오며 다가서는 도강에 맞춰서 같은 개수의 검강이 발출 되었다. 그리고 검 역시 사궁인의 도를 향해 날아갔다. 사궁인은 젊은 상대가 이기어검을 펼치기 시작하자 깜짝 놀랐다. 자신은 육십이 넘어서 겨우 터득한 경지를 이제 서른이나 되었을까 싶은 상대가 보이고 있으니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팔성의 경지로 펼친 사궁인의 도강은 상유의 검강에 무참히 박살이 나고 살아남은 기운이 사궁인의 몸을 향해 움직였다. 이미 자신의 도는 상대의 검과 어울리고 있었으니 급히 도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양 손을 들어 자신의 성명 절기 중에 하나인 마황혈옥장을 펼쳐 검강을 상대하였다. 역시 이미 한 번의 충격을 입은 상유의 검강은 그의 장강에 무참히 부서졌다.


다행이라 여기며 상대를 만만히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먹는 순간 느닷없이 날카로운 미세한 기운 하나가 자신에게 폭사되어 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상유가 조화선을 이용해 펼치는 쾌선강이었다. 마치 벼락과 같이 날아든 조화선의 강기는 사궁인이 피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여지없이 그의 왼쪽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웬만한 무기로는 상처를 내지도 못하는 그의 호신 강기를 뚫고 어깨의 살을 한 줌이나 덜어 낸 조화선의 쾌선강은 정말 대단했다. 사궁인이 오른 손을 들어 지혈을 하는 사이 이번에는 조화선이 상유의 손을 떠나 엄청난 회전을 하면서 사궁인에게 날아들었다. 상유는 양심공이 있으니 소청검의 내력을 유지하면서도 조화선을 자연스럽게 통제할 수 있었으나 사궁인의 입장은 달랐다.


이기어도를 펼치고 있는 자신의 도를 통제하면서 상유의 비선술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도를 뺄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을 받은 꼴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없이 사궁인은 다시 마황혈옥장을 펼쳤지만 이미 왼손의 타격은 심각해서 균형 있는 공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궁인은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자위하고 있었는데 자신의 장강은 조화선에 의해 무참히 박살이 났다. 그리고 전혀 기세가 죽지 않은 조화선이 엄청난 강기를 뿜어내며 짓쳐 드는 것이었다. 사궁인은 급한 대로 뒤로 물러서며 구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상대가 어리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에 후회가 물밀듯이 찾아들었다.


그 와중에 흩어진 진기에 의해 그의 도는 소청검에 의해 반토막이 나며 부러지고 말았다. 천 년을 이어 온 보도가 잘린 것이다. 구르는 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구르는 자신을 비웃 듯 조화선은 끈질기게 쫓아오는 것이었다.

몇 바퀴를 굴렀는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갑자기 옆구리가 허전해지며 피가 튀었다.


어느새 날아온 소청검이 그의 옆구리를 관통하며 지나간 것이다. 그 신경을 쓰는 찰나 또다시 조화선은 그의 단전을 길게 배고 지나갔다. 사방으로 빠르게 흩어지는 진기를 감당할 수 없던 사궁인은 마지막 수단을 동원했다. 그것은 인체 내의 마지막 힘을 격발 시키는 자폭에 가까운 역천마법이었다.


그의 몸에서 검붉은 연무가 무럭무럭 피어나기 시작했다. 상유는 직감적으로 그가 마지막 역천의 술법을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 볼 상유가 아니었다. 상유는 소청검으로 묵천 검법의 최후의 초식인 천지조화의 수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고 동시에 조화선의 쾌선강을 이용해 그의 다리를 잘라내었다.


소청검이 그의 심장을 뚫은 것은 어차피 온 몸의 잠력을 끌어 올린 상황에서는 효과가 없었지만 다리를 자른 것은 주효했다. 아무리 대단한 역천의 마공이라고 하더라도 신형을 바로 설 수가 없으니 그 위력은 대단치 못했다. 사공인의 두 손에서 검은 기운이 직경 일장의 크기로 밀려들었지만 위력이 반감이 되어 상유는 가볍게 무영무음보로 피할 수 있었다.


다시 날아 든 소청검은 그의 양팔을 잘라냈고 종지부를 찍는 그의 머리는 조화선에 의해서 잘려 나갔다. 그의 신형은 그냥 쓰러지지 않고 펑하고 터지며 사방으로 육신의 덩어리들이 비산을 했다. 일대를 풍미한 전대 마교주의 죽음치고는 실로 허망한 것이었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후 주변의 상황을 보니 이미 임호와 가득인도 각기 맡은 자들을 깨끗하게 도륙 낸 후였다. 일대일로도 충분한 싸움이었는데 엄청난 마황시가 둘이나 도왔으니 질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도 맡은 상대를 무참하게 죽여 놓고 상유의 수법을 보며 기가 질려 하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그 둘은 상유가 상대의 두 발과 두 팔을 자르고 급기야 몸까지 폭사시켜 그 시체마저 없애버린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상유는 그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으나 그럴 때가 아니었다.

“모두 척살하라! 반항하는 자들은 모두 죽이고 무공은 없는 자들은 제압하여 중앙광장에 모으라!”


이미 기세가 꺾인 마교도들이지만 도망가는 자들은 거의 없었고 끝까지 항전을 했다. 상유는 쉬려다가 그런 지독한 모습에 수하들을 잃지 않기 위해 하는 수없이 직접 마무리에 참여를 했다. 무공을 아는 자들은 하나같이 순교하듯이 덤비는 통에 모두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공을 모르는 자들은 혈도를 짚어 중앙광장에 모았는데 무려 사백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한 동안 보이지 않던 염나희가 머리가 유독 큰 노인 한 명을 데리고 나타났다. 복색이나 낯빛을 보건데 상당한 직위에 있는 자로 보였다.

“이 두더지 같은 놈이 몰래 도망치려는 것을 내가 숨어 있다가 잡아 왔지요. 유랑!”

나희가 문사차림의 그를 상유 앞에 꿇어앉히자 상유는 그가 단번에 누군지 꿰뚫어 보았다.


“이게 누구신가? 마교의 군사이신 마뇌자 어른께서 어찌하여 이런 몰골로 앉아 계시오. 그러지 말고 이리 와 편치 앉으시오.”

하지만 마뇌자 사마곤은 여전히 상유의 눈치를 보며 어찌할까 고민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난 마뇌자께서 그냥 허망하게 여기서 생을 마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냥 고통 없이 보내 드릴까요?”


“아! 아니오, 아닙니다. 위 문주님.”

그는 일어서지도 않고 무릎걸음으로 상유의 앞으로 걸어와 머리를 숙였다. 죽음 앞에 장사가 없다고는 하지만 이 자는 특히 생에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게는 마교도로서의 자긍심이나 신앙 같은 것은 애당초 없어 보였다. 혹시 계략일지는 모르겠지만 상유에게 그런 것이 통할 리가 없었다.


“마뇌자께서 어떻게 생각 할지 모르지만 난 이미 기련산과 아합랍달합택산에서도 여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오. 마교주는 어디로 출병을 했소?”

“교주님은 아합랍달합택산으로 가셨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살아 돌아오기 힘들 것이오!”


“네? 문주께서 여기 있는데 거기서 누가?”

“혹시 태상교주와 나의 싸움을 보았소?”

그 말에 마뇌자 사마곤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는 태상교주가 이길 줄 알고 느긋하게 숨어서 관전을 하였는데 사궁인이 피륙이 터지며 죽는 광경을 보고 몰래 비상문을 통해 달아나다가 잡힌 것이다.


“네. 보았습니다.”

“그럼, 태상 교주와 교주의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요?”

“제가 알기로 두 분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한 현경의 고수입니다.”

“그런데 태상이 내게 죽지 않았소? 그러니 나보다 더 높은 경지를 이루고 계신 나의 사부님이 마교주에게 설마 지겠소이까?”


“네? 문주님보다 더 강한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그건 분명한 사실이오. 기련산도 정천무황에 의해 정리가 되었을 것이오.”

사마곤은 문사답게 빠르게 머리를 굴러봤다. 전 같으면 믿지 않았겠지만 오늘 태상 교주가 몇 초식 만에 죽는 것을 보며 상유의 말에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은 지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는 투항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일단 살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머리만 무겁고 가슴이 뜨겁지 못한 자들의 변명이었다. 그것을 적당히 이용하는 상유였다.

“어떻소? 이제 내게 적극적으로 협조할 마음이 드시오?”

“아! 물론, 물론입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내 별호가 혹시 무언지 아시오?”

“파락 공자 아니십니까?”

“그렇소. 파락호(破落戶)의 파락이 아니고 파락(擺落)이오.”

“그렇다면 그 말씀은 여기 마교를 털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소. 하하하. 한 푼도 남기지 않고 탈탈 털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마뇌자가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그 도움은 내가 꼭 마음 깊이 새기리다.”

마뇌자만큼 마교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는 단연코 없었다. 설사 교주라도 하더라도 세세한 재산과 현황을 마뇌자 만큼 알 리가 없는데 그런 마뇌자가 복덩이처럼 굴러 들어왔다.


상유는 역시 재신이 나와 함께 한다는 착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뇌자의 조언에 따라 알뜰하게 챙기기 시작했다. 천년을 이어 온 전통과 역사가 그대로 털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백여 대의 마차에 가득 보물과 재화들을 싣고 돌아오는 상유의 뒤로 불타고 있는 십만대산이 보이고 있었다.


기름을 쏟아 부어 웬만한 노력으로는 끌 수 없도록 확실하게 지른 불은 몇 백리 밖에서도 볼 수 있었다. 열아홉에 호남성 혈사장을 불태울 때와 상황은 비슷했지만 그 규모와 내용은 엄격히 격이 달랐다. 상유가 천산을 내려 온 것은 쳐들어간 지 이틀 후였다. 마교의 온갖 재화와 보물들을 마차에 싣는데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린 것이다.


돌아오는 마차에는 백오십 개의 관도 있었다. 바로 마교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는 영광스런 전투에서 전사한 자들의 주검이었다. 그 값진 죽음은 상유에 의해서 넉넉하게 보상을 받을 것이며 대접을 받을 것이다. 명예뿐 아니라 족히 삼대는 놀고먹을 만큼의 금자가 위로금으로 주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유가 마교를 털어내고 얻은 것에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만.


상유가 몽월도로 돌아오는 시기, 이미 기련산과 아합랍달합택산의 결과가 상유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기련산의 전투는 정천무황의 무위가 다시 한 번 부각된 일전이었다. 엄청난 사상자를 내며 값비싼 대가를 치룬 승전으로 기록되었다. 그에 비해 아합랍달합택산의 전투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검치 위청천에 패해 오른팔을 잃은 마교주 사천휘는 엄청난 부하들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서 달아났지만 그가 돌아갈 곳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식에 강호는 열광했다. 그것은 바로 몽월문주 위상유가 십만대산을 완전히 털어버렸다는 낭보였다.


마교의 건물들은 완전히 재가 되어 없어졌고 황량한 바람소리만이 죽은 자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공동묘지로 화했다는 것이었다. 천년을 이어 오던 앓던 이가 빠졌으니 강호인들의 뇌리에는 이 보다 좋은 소식은 없었다. 이제 강호는 새로운 강자들에 의해 일대 변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내용을 보면 이황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것은 이황 중에 하나였던 마교주 흑천마황 사천휘를 패퇴시킨 위청천이 그를 대신해 이황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사제 중에 항마권제 유운대사가 더 이상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이 되면서 그 자리에 몽월문주인 상유가 사제의 한 명으로 자리를 한 것이었다.


다른 사제 중의 하나인 태극검제는 기련산에 있었으나 사도묵이 패퇴하자 소리 소문 없이 무당 오걸과 사라졌는데 그로인해 아직 비겁한 이름이 그대로 올라 있는 상황이었다. 특이한 것은 위청천이 이황에 오르며 비어 버린 팔기의 한 자리는 바로 상유의 둘째 처 염나희가 자리를 하였는데 그녀에게 붙여진 별호는 냉염서시였다. 아름답지만 그녀의 호강단에 의해 정사대전의 향방이 바뀌었다고 할 정도였다.


이로서 이황에 스승인 위청천, 사제에는 자신과 빙부인 혈마교주 암혈마제, 육왕에는 사천일검 소화사태, 그리고 팔기에는 처 염나희와 의모인 환희문주, 다른 빙부인 당문주 만화독수 당문성, 몽월문의 두 태상인 독심귀의와 천면신투까지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이 무려 아홉 명이나 되었다. 이황 사제 육왕 팔기라고 일컬어지는 고수 이십 명중에 거의 오 할이 자신의 측근들인 것이다.


이제 무림은 새로운 질서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십파 일방과 오대 세가로 대표되던 정도의 체계가 이제는 몽월문, 소림사, 아미파, 화산파, 공동파, 점창파, 개방과 남궁세가, 하북 팽가, 황보 세가, 사천 당문의 육파일방과 사대세가로 줄어들었다. 무림맹에서 일 급 문파가 이와 같이 열하나로 줄어든 것이다. 기존 세력 중에 배신을 한 무당과 제갈 세가는 완전히 배제가 되었고 본산을 침탈당하여 재기하기 힘들만한 타격을 받은 곤륜파, 청성파, 종남파는 이급으로 내려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은 앞으로 최소 십년간은 다른 문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몸을 낮추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마교의 침공으로부터 중원을 지키고 승리를 하였지만 각 문파들은 이 년여에 걸친 전쟁으로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반드시 해야 하는 중차대한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교를 뿌리 뽑았다고는 하지만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은 또다시 어딘가에서 다시 재기를 꿈꿀 것이기 때문에 그 싹을 자르기 위한 토벌대를 운용해야 하는 것이었다. 강력한 무력과 지원이 필요한 이 일은 감히 단일 문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일 후 무림맹에서 이를 위한 장로 회의가 열리게 됨이 공지 되었다.


이 회의에는 몽월문의 장로인 무산일화가 몽월문을 대표해 참석하였다. 그리고 토벌대를 위한 물적 지원을 몽월문이 일체 감당하겠다는 엄청난 제안을 함으로서 실제 중원의 실세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병력은 각 문파의 등급에 맞게끔 균등하게 분배를 하였다. 그리고 그 지휘는 몽월문에 배정이 되었으나 사양함으로 무황친위대장인 위지룡이 맡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몽월도로 귀환한 상유는 단 며칠 만에 잃었던 기억을 거의 다 찾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나희로부터 전수 받은 양음조화심법에 의한 것이었으니 세상에 남녀의 조화보다 위대한 것은 없지 않은가! 상유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 동안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문도들을 위로하고 챙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몽정원을 대폭 확대하며 환희문과 정보력을 일원화 시켰는데 그 최우선 과제는 사부 위청천의 가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였다.


작가의말

휴우~~ 힘드네요^*^

퇴고하느라 새 연재 분량에 여유가 별로 없어서

고민이지만 부지런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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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새로운 파국(破局) - 1화 +12 13.11.29 11,577 294 12쪽
85 서문 세가 - 2화 +12 13.11.27 11,335 331 11쪽
84 서문 세가 - 1화 +10 13.11.25 11,218 382 11쪽
83 새로운 도약 - 2화 +9 13.11.23 11,650 373 11쪽
82 새로운 도약 - 1화 +10 13.11.22 11,274 339 11쪽
»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9 13.11.21 11,829 375 22쪽
80 80. 이황 (二皇) +4 13.11.21 10,428 242 22쪽
79 79. 역습(逆襲) +3 13.11.21 9,519 217 23쪽
78 78. 나 위상유가 왔다 +4 13.11.21 10,173 241 22쪽
77 77. 금선탈각지계 +1 13.11.21 10,097 210 23쪽
76 76. 문주의 귀환 +5 13.11.21 10,437 206 24쪽
75 75. 검치 위청천 +4 13.11.20 10,459 231 22쪽
74 74. 천애곡 +6 13.11.20 10,396 220 22쪽
73 73. 사도옥 +5 13.11.19 9,983 231 22쪽
72 72. 당서화 +4 13.11.19 11,220 275 23쪽
71 71. 조화선(調和扇) +6 13.11.18 11,440 261 23쪽
70 70. 삶의 무게- 여기부터 리메이크. +6 13.11.18 11,405 291 21쪽
69 69. 응징(膺懲) - 4화 +28 13.10.07 15,965 471 11쪽
68 68. 응징(膺懲) - 3화 +15 13.10.06 15,668 474 11쪽
67 67. 응징(膺懲) - 2화 +15 13.10.06 15,288 462 11쪽
66 66. 응징(膺懲) - 1화 +19 13.10.05 16,211 475 12쪽
65 65. 동맹과 배신 - 4화 +19 13.10.04 16,550 437 11쪽
64 64. 동맹과 배신 - 3화 +27 13.10.03 16,030 480 13쪽
63 63. 동맹과 배신 - 2화 +15 13.10.03 16,985 489 15쪽
62 62. 동맹과 배신 - 1화 +19 13.10.02 16,377 484 13쪽
61 61. 혈마교(血魔敎) - 4화 +21 13.10.02 16,868 470 12쪽
60 60. 혈마교(血魔敎) - 3화 +20 13.10.01 17,137 493 12쪽
59 59. 혈마교(血魔敎) - 2화 +25 13.10.01 16,785 490 13쪽
58 58. 혈마교(血魔敎) - 1화 +19 13.09.30 17,233 496 13쪽
57 57. 전장(戰場)속으로 - 4화 +19 13.09.30 19,535 574 13쪽
56 56. 전장(戰場)속으로 - 3화 +30 13.09.30 17,462 497 13쪽
55 55. 전장(戰場)속으로 - 2화 +14 13.09.29 18,603 475 13쪽
54 54. 전장(戰場)속으로 - 1화 +18 13.09.29 18,259 498 14쪽
53 53. 반가운 만남 - 3화 +19 13.09.28 18,531 508 13쪽
52 52. 반가운 만남 - 2화 +18 13.09.28 17,121 513 11쪽
51 51. 반가운 만남 - 1화 +16 13.09.27 18,820 488 14쪽
50 50. 폭풍 전야 - 3화 +11 13.09.27 17,865 504 13쪽
49 49. 폭풍 전야 - 2화 +19 13.09.26 19,034 507 11쪽
48 48. 폭풍 전야 - 1화 +24 13.09.26 20,606 496 14쪽
47 47. 몽월문 날다 - 3화 +25 13.09.26 18,997 524 16쪽
46 46. 몽월문 날다 - 2화 +21 13.09.25 19,121 551 13쪽
45 45. 몽월문 날다 - 1화 +24 13.09.25 19,044 545 15쪽
44 44. 천면신투(千面神偸) - 4화 +15 13.09.25 20,716 598 27쪽
43 43. 천면신투(千面神偸) - 3화 +14 13.09.25 19,871 488 12쪽
42 42. 천면신투(千面神偸) - 2화 +27 13.09.24 21,311 567 11쪽
41 41. 천면신투(千面神偸) - 1화 +15 13.09.24 21,738 563 16쪽
40 40. 빨간 완장 - 4화 +19 13.09.24 21,978 686 15쪽
39 39. 빨간 완장 - 3화 +18 13.09.23 21,585 593 12쪽
38 38. 빨간 완장 - 2화 +24 13.09.23 20,201 637 12쪽
37 37. 빨간 완장 - 1화 +14 13.09.23 22,415 614 14쪽
36 36. 무림맹(武林盟) - 4화 +20 13.09.22 19,933 575 12쪽
35 35. 무림맹(武林盟) - 3화 +22 13.09.22 19,457 549 12쪽
34 34. 무림맹(武林盟) - 2화 +12 13.09.21 20,875 571 13쪽
33 33. 무림맹(武林盟) - 1화 +24 13.09.21 21,451 601 17쪽
32 32. 아! 몽월문(夢月門) - 5화 +18 13.09.21 20,291 635 14쪽
31 31. 아! 몽월문(夢月門) - 4화 +18 13.09.20 21,665 625 15쪽
30 30. 아! 몽월문(夢月門) - 3화 +16 13.09.20 22,883 611 12쪽
29 29. 아! 몽월문(夢月門) - 2화 +14 13.09.19 23,192 617 12쪽
28 28. 아! 몽월문(夢月門) - 1화 +16 13.09.18 24,838 637 16쪽
27 27. 몽월도(夢月島) - 4화 +19 13.09.18 21,799 586 13쪽
26 26. 몽월도(夢月島) - 3화 +14 13.09.17 22,822 729 15쪽
25 25. 몽월도(夢月島) - 2화 +13 13.09.17 23,854 625 14쪽
24 24. 몽월도(夢月島) - 1화 +18 13.09.16 24,478 648 12쪽
23 23. 불타는 혈사장 - 3화 +17 13.09.16 27,535 710 15쪽
22 22. 불타는 혈사장 - 2화 +12 13.09.16 25,898 742 12쪽
21 21. 불타는 혈사장 - 1화 +16 13.09.15 26,172 733 12쪽
20 20. 환희문 - 4화 +23 13.09.14 25,329 663 13쪽
19 19. 환희문 - 3화 +11 13.09.14 27,113 714 13쪽
18 18. 환희문 - 2화 +14 13.09.13 27,685 725 11쪽
17 17. 환희문 - 1화 +8 13.09.13 27,076 699 12쪽
16 16. 나의 밥, 혈문 - 2화 +24 13.09.13 28,552 867 12쪽
15 15. 나의 밥, 혈문 - 1화 +11 13.09.12 29,346 777 11쪽
14 14. 강호 출도 - 3화 +16 13.09.12 31,135 796 12쪽
13 13. 강호 출도 - 2화 +17 13.09.12 27,904 816 12쪽
12 12. 강호 출도 - 1화 +22 13.09.11 26,199 764 12쪽
11 11. 파락공자(擺落公子) - 3화 +23 13.09.11 25,636 779 11쪽
10 10. 파락공자(擺落公子) - 2화 +14 13.09.11 27,426 817 12쪽
9 9. 파락공자(擺落公子) - 1화 +18 13.09.10 27,367 778 12쪽
8 8. 성장의 아픔 - 3화 +22 13.09.10 26,001 736 12쪽
7 7. 성장의 아픔 - 2화 +14 13.09.09 26,675 724 11쪽
6 6. 성장의 아픔 - 1화 +17 13.09.08 30,128 796 11쪽
5 5. 아미산은 나의 천국 - 3화 +21 13.09.07 30,804 807 12쪽
4 4. 아미산은 나의 천국 - 2화 +13 13.09.07 29,937 797 12쪽
3 3. 아미산은 나의 천국 - 1화 +25 13.09.07 29,294 728 12쪽
2 2. 진짜 크네요? - 2화 +16 13.09.07 33,475 800 12쪽
1 1. 진짜 크네요? - 1화 +21 13.09.07 44,027 7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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