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폭풍 전야 -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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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합랍달합택산(雅合拉達合澤山). 이곳은 청해성에 위치한 마교의 제 이 본산이었다. 마교의 본산은 신강성(新疆城) 천산(天山)임은 이미 알려진 그대로인데 이곳에 마교의 전진기지가 마련이 되어 있었다. 가까운 곤륜산에서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이 청해성은 북서쪽은 신강(新疆), 북쪽과 동쪽은 감숙성(甘肅省), 남동쪽은 사천성(四川省), 남서쪽은 티베트라고 하는 서장에 접한다.
티베트 고원지대는 북동쪽에 곤륜산맥(崑崙山脈)으로 이어지는 높고 험한 산맥이 뻗어 있는 그 끝자락에 위치한 산이 바로 마교의 제 이 본산인 아합랍달합택산(雅合拉達合澤山)이다. 마교는 천년을 이어온 마(魔)를 대표하는 마도의 중심이다. 마(魔)란 무엇인가! 그들은 그야말로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식인을 하며 못된 짓만 골라 하는 악인들인가?
그 본질적인 물음에 답하기 이전에 이들도 엄연한 사람들이었다. 가족이 있고 부모형제가 있으며 행복이 무엇인지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 중에 악한 자들이 있다. 좀 더 많을지는 몰라도 그런 악한 자들은 정도 문파나 사파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들에게 확연하게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주도권이다.
정도가 쥐고 있는 강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이들은 천년의 세월 동안 노력해 왔다. 주도권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옆집 사람이 갑자기 땅을 사기만 해도 내가 손해 보는 것이 딱히 없어도 속이 안 좋은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은 단지 종교적인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죽여야 하고 분리되어야 하는 사람들로 치부되며 척박한 땅으로 쫓겨 와 거친 음식과 비루한 옷을 걸치고 고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이 중원을 노리는 것은 이들에게는 잘못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억눌린 감정과 원한이 쌓여 반대로 억압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큰 것이 문제이다. 그런 그들의 마음과 생각을 아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게 이들은 과연 무서운 적일 수밖에 없다. 마교는 지난 천년 동안 네 번에 걸쳐 대대적인 중원 침략을 시도 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다. 엄청난 사람이 죽고 희생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그나마 마교가 위치한 천산이 대단한 천혜의 요새와 같은 산이라는 것이었다. 매번 지고 후퇴하는 마교도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항쟁과 지리적 여건을 이용한 기습으로 추격하는 정파인들에 대항을 한 것이다. 이미 승리가 확정된 이후 손해를 감수할 만한 희생적인 정도문파는 많지 않았다.
추격의 선두에 나서는 족족 엄청난 손실을 보니 매번 정도 문파들은 신강에 들어서기를 꺼리고 단지 신강으로 밀어 내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가장 최근의 중원 침탈은 백여 년 전에 있었다. 폭풍과 같은 기세로 서쪽의 육 개성을 장악하며 진군하였지만 마교는 내부의 분열로 눈물을 머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의 혈마교도들의 반란 때문이었다.
혈마교도들의 반란은 마교 내에서 소외된 자들이 일으킨 일종의 봉기였다. 그 반란으로 당시 마교 수뇌부는 일시에 큰 타격을 입고 중원 정복의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혈마교는 그 당시 혈마당이라는 마교의 일개 분당이었다. 그들은 주로 환술과 독술, 강시술을 익힌 자들이었는데 역대로 힘만을 숭상하는 마교인들은 혈마당의 무공을 무시하고 면전에서 모욕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그래서 그 당시 혈마당주였던 암천독후 상희라는 두 명의 부교주중에 하나였던 암혈마제를 앞세워 수뇌부에게 독을 사용하고 무리를 이끌고 지금의 절강성 남안탕산(南雁蕩山)으로 들어와 혈마교를 개창하였던 것이다. 그랬던 아니 그랬기에 마교의 힘은 아직도 건재하였다. 아니 이제 곧 터질 것 같이 넘쳐나서 분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지금의 마교 지도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합리적인 자들이었다. 그들은 십년 전부터 차근차근 무림 정복의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다.
마황전! 그렇게 이름 지어진 대전에는 지금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전면의 태사의에는 오십대의 호걸풍의 장년인이 앉아 있었다. 실제 나이가 칠순인 바로 마교주 흑천마황 사천휘였다. 그는 전혀 마인과 같은 마기를 뿜어내고 있지 않았다. 마치 오랜 수도를 한 학자와 같은 기품이 서려 있는 자였다. 하지만 간혹 좌중을 훑어보는 그의 동공에서 폭사되는 눈빛을 감히 마주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에 이른 자였으니 마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한 자였다. 그의 좌우에는 그의 호위인 마황단이 쉴 새 없이 마황전의 구석구석을 감시하고 있었다. 태사의가 있는 상단의 아래에는 백 명의 마인들이 그 직위에 맞게 자리를 하고 있었다. 이른 바 백마(百魔)라고 지칭되는 마교의 절대 고수들이었다. 이들은 힘을 숭상하는 마교 내에서 끊임없는 경쟁과 사투를 거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들이었다.
침묵이 모두의 뇌를 터트리기 직전, 앞에 앉아 있던 다소 머리가 커서 기이하게 보이는 노인이 일어서더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이에 맞춰 커다란 상황판을 들고 오는 자들이 있었다. 그는 마교의 군사 마뇌자라는 자였다. 성명이 사마곤인 것을 보니 위나라 조조의 책사였던 사마의의 후손인가? 여하튼 그는 십만 마교도들을 머리 하나로 좌지우지 하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그는 마교주 흑천마황 사천휘의 총애를 받아 마교 내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었다. 상황판이 정리되자 그는 교주에게 인사를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중원회복성전의 제 일단계인 ‘소리 없는 밤’은 이제 완벽히 마무리 되었습니다.”
선언과도 같은 이 보고에 박수소리가 장내를 메우며 울려 퍼졌다. 이들은 강호를 침탈하는 것을 회복성전 이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그 전쟁을 성전(聖戰)이라 칭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의 일 단계 작전이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무엇이었을까? 내용은...
“제일 먼저 신강의 마니교도들을 복속시켰고, 두 번째로 서장의 포달랍궁(布達拉宮)과 천축의 뇌음사(雷音寺)를 휘하에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곳과 감숙성 기련산(祁連山) 두 곳에 전진기지를 마련하였습니다.”
대전 안에 있는 많은 마인들은 자신들이 일군 이 놀라운 성과에 스스로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제 두 번째 계획인 ‘새벽의 습격(襲擊)’을 준비 중입니다. 이미 사전에 통지해 드린 대로 사대마왕께서는 감숙성의 설산파와 청해성의 곤륜파, 운남의 점창파 그리고 사천성 청성파를 지휘 중인 전단을 적절히 이용하셔서 일시에 점령하시면 됩니다. 다만 그 일시를 지금 교주님께서 택일 중이시니 우선 만전을 기해 병력들을 이동시키시면 되겠습니다.”
앞에는 정확히 열 명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열 줄 이었다. 그렇게 백마였다. 제일 앞줄에 앉은 사람 중 넷이 손을 들어 알아들었음을 알렸다. 제 일마 부교주 염라수라를 제외한 이위부터 오위까지의 백마들이 바로 사대 마왕인 동, 서, 남, 북천마왕들이었다. 이들까지가 화경의 고수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실제는 화경의 고수가 그 이상이라는 것을 백마들은 다 알고 있었다.
백마대전이 펼쳐졌을 때 자신의 화후를 상대가 안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마교도들은 자신의 경지를 드러내지 않는 특징이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던 자들은 매년 한 번씩 열리는 백마대전에서 거의 죽음을 당하거나 폐인이 되는 것을 무수히 보아 온 것이었다.
이들은 확실히 이전의 강호 침략 전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마도인들의 특성상 귀계와 음모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힘을 숭상하고 힘에서 앞선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들이 승전하지 못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은 내부의 분열과 적들의 연합이었다.
위험이 닥칠 때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강호의 정파인들에 비해 항상 마교는 내부의 분열이나 적의 귀계에 넘어가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러한 분석을 정확히 한 교주와 군사는 가장 먼저 일사 분란한 지휘체계를 만드는데 최우선 역점을 두었고 다음으로는 적들이 뭉칠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작전을 연구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차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였던 것이다. 최소 일 년 가까이 시간을 번 것이었다. 그 계획이 완벽하게 보안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강호인들의 경계심을 자극하지 않았으니 성공적인 계획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강호는 그야말로 폭풍전야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강호인들은 너무 쉽게 보고 있었다.
몽월문은 무림맹에서 일급의 문파로 인정을 받으며 몽월문은 장로원의 한 자리를 얻었다. 그 자리에는 독심귀의를 추천하였고 일체의 반대 없이 의결되었다. 그리고 맹내의 보직을 결정하기 위해 새로운 전투전단이 하나 신설되었다. 그것은 무맹 감찰대라는 것으로 기존 네 개의 전투전단과 같이 백 명으로 구성된 다섯 개의 분단을 공식적으로 꾸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규정상 전체의 삼 할의 범위 내에서 몽월문이 병력의 배치권을 갖고 나머지 칠 할은 다른 문파에서 지원을 받아 만들게 되어 있었다. 물론 분대장급의 지휘자는 전대장의 고유권한이었다. 즉 무림맹 내에 몽월문의 지휘를 받는 공식적인 전단을 꾸릴 수 있는 것이다. 칠 할의 병력이 다른 소속 문파가 있기에 완전히 몽월문의 것은 아니지만 몽월문이 유리한 입장에서 운용할 수 있는 부대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비공식적인 소문이지만 새로 모집되는 무맹감찰대원은 정해진 녹봉보다 그 배가 되는 특근 수당이 있다는 소문이 확인되지 않고 조용히 퍼지고 있는 것이었다. 황금공자라는 몽월문주가 사석에서 농담처럼 한 말이 사실 일거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결과 모집공고가 붙은 이후 무맹 감찰대의 접수창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삼백오십 명 모집에 육천 명이나 되는 응시자가 모인 것이다. 새로 생기는 조직은 아무래도 열악하여 대부분 지원을 안 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할 시 기존 조직에서는 무조건 보내주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였다. 그래서 무맹 감찰대는 여타 전투전단보다 좋은 재원들을 골라서 뽑을 수 있었다. 직급이 다소 내려가기는 하지만 연공서열은 그대로 인데다 첫 날부터 남다른 대우를 받아서 이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기존 맹에서 지급하던 개인 관물들 즉, 의복과 신발, 무기 그리고 훈련 장비들이 그대로 지급이 되었음은 물론 최고급품으로 추가 지급이 된 것이다. 공식적인 의복은 크게 두 종류 동절기와 하절기만 지급이 되었는데 중간에 춘추복이라는 것이 있었고 훈련용과 의장용 말고 평상용이라는 비품들이 지급이 된 것이다. 이십일이 지나 녹봉을 받을 때 이들은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기존 것과 같은 녹봉에 전표가 하나씩 더 들어 있은 것이었다.
정말 특근 수당이라고 쓰여 있는 황금전장의 전표였다. 그리고 애초에 있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분대장에게 특별 지시가 내려왔다. 특별 수당에 대한 비밀 준수 지시였다. 어길 시 이후 수당은 없다는 것이 요지였기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모를 리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들의 얼굴에 다 쓰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감찰대를 금찰대라는 공공연히 부르고 있었다.
이제 상유는 남은 네 개의 장강수채들을 정리해야 했다. 거의 이 년을 끌고 온 일이었다. 일단 남은 강소성에는 홍택호(洪澤湖)에 홍택채, 태호(太湖)에 태호채, 강음(江陰)의 강음채 그리고 해문(海門)에 해문채가 있었다. 문상을 통해 각 수채에 복속을 권하는 전갈을 보냈다. 반응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홍택채와 태호채는 순순히 응했으나 강음채와 해문채는 강하게 반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문상을 대표로 복속한 두 개 문파를 정리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무상을 전단장으로 호무당 세 개 전단 육백 명과 무맹 감찰대 두 개 전단이 몽월호와 중형 전선 여섯 척을 이끌고 먼 원정을 떠났다. 두 개의 수채를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늦게 전해들은 천면신투가 찾아왔다. 그는 다소 다급한 표정으로 상유에게 물었다.
“강소성으로 출병을 했다던데 맞는가?”
“네. 어제 오후에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게 아무래도 불안한 전조가 있어서 말이네.”
“네? 다행히 두 개의 수채는 자발적으로 복속을 한다하여 강음채와 해문채 두 곳만 정리하면 되어서 수월하리라 봅니다. 그런데 불안한 전조라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말이야. 내가 알기로 해문채 말일세. 그게 문제인데 내가 파악하기로 해문채는 그냥 다른 장강의 수채들과는 다르거든. 그놈들은 동영에서 건너 온 자들이라네. 그러니까 그냥 수적이 아니라 해적이라고 봐야하네. 아니 동영의 인자 집단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거야. 그들은 그동안 중원의 견제를 받을까봐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그들의 세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그들의 뒤에는 동영이라는 나라가 버티고 있다네. 아무래도 내가 가봐야 할 것 같아.”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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