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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一筆)의 서재입니다.

파락공자(擺落公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일필(一筆)
작품등록일 :
2013.09.07 00:33
최근연재일 :
2014.03.02 23:43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841,830
추천수 :
50,582
글자수 :
603,628

작성
13.11.2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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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9
추천
241
글자
22쪽

78. 나 위상유가 왔다

DUMMY

반각마다 지마대원 한 명씩이 주검으로 변해갔다. 이각이 지나자 지마대는 반 토막이 나기 시작했고 그 여세는 호천당의 무사들에게도 전해져 지마대의 백마들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또한 이백오십 명 정도 되는 새로 충원된 병력들은 마천단의 후미를 치며 전후에서 협공을 하는데 그 무위가 마천단에 맞먹었으니 이미 지친 마천단도 금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경악하는 사이 호접검후의 앞에 일남 일녀가 떨어져 내렸다. 바로 천고 미남인 상유와 천애 요염한 염나희였다. 상유는 이제 전장의 상황이 확실히 유리해진 것을 확인하고는 큰 사자후를 터트렸다.

“나 위상유가 왔다. 모두들 자신의 생명을 아껴라! 지치고 힘든 자들은 뒤로 빠져서 운기조식을 취하고 주변의 위험한 동료를 절대 버려두지 마라!”


몽월문주가 왔다는 한마디는 그야말로 천군만마가 온 것보다 더한 격려의 말이었다. 지친 병사들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를 힘이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주변 동료들과 소몽월진을 이용해 연수 합격을 하기 시작했다. 일거에 전세는 역전되어 마교도들은 죽음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호접검후는 퇴각하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앞을 가로 막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죽었다고 믿었던 몽월문주였다. 호검검후는 앞에 상유를 두고도 믿지 않았다.

“퇴각하려고?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단 너부터 이곳을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어디 새파란 놈이 파락공자 흉내를 내는 것이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떠드는구나.”

“미친 할망구 같으니라고. 뜨거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상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느새 빼어 든 소청검에서 검은 색의 강기 다발이 회오리치듯이 호접검후의 전신 대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상유가 실전에서는 처음 펼치는 복천 검법의 제 삼식 풍검이었다. 호접검후는 성명절기인 흑천마라도법으로 역시 검강을 끌어 올려 맞받아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무리한 시도였다.


같은 검강이라도 그 질과 경지가 현격한 차이가 있었음이니 호접검후의 검강은 상유가 날린 십여 개의 강기 다발 중 하나와 부딪치고 그냥 튕겨졌다. 나머지 검강들은 그대로 그녀의 전신에 처참하게 파고들었다. 단 일수에 호접검후는 전신에 수많은 구멍이 나며 허물어졌다. 그녀의 치켜 뜬 두 눈은 불신의 강한 빛이 떠올라 있었지만 사방이 꿰뚫린 신형은 그대로 그 자리에 폭삭 무너져 버렸다.


뒤에 호위를 맡고 있던 두 마인은 그 모습에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아래가 축축해지며 발이 땅에 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염나희의 두 손에서 강한 혈장이 그들의 몸에 날아들었고 둘은 채 자신들의 절기는 펼쳐보지도 못하고 나희의 손에서 시전된 혈마소수에 죽음을 맞이했다. 전장은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져 일방적인 학살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말릴 명분이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를 잃은 그들의 분노는 똑같은 목숨으로 갚을 수밖에는 없었음이니 그대로 두고 보는 도리 밖에는 없었다. 지마대의 고수와 싸우던 만화독수 당문성은 자신이 맡은 놈을 만천화우로 잠재우고 한 숨에 달려 상유의 앞에 날아 내렸다.

“아! 자네 왔는가?”


상유는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당문에서 자신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음을 떠올리며 급히 포권을 취하며

“장인어른. 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서둘러 오긴 왔지만 피해가 너무 극심하군요.”

“아닐세. 이만하면 다행이지. 그럼 다행이고말고. 난 오늘 당문이 마교도들의 손에 치욕을 당하는 줄 알았네.”


“저, 여기가 마무리 되는대로 일부 병력들을 돌려 청성산을 기습할까 합니다.”

“그 길은 나도 따라 나서겠네. 마교 놈들 뿌리를 뽑아야지.”

“아닙니다. 장인어른. 일단 청성산을 되찾은 후에 전체적인 마교와의 결전이 남았으니 그 대를 위해 당문의 전력을 재정비 하시는 것이 급선무이옵니다. 현재 소림과 무림맹이 각기 화산과 무당산을 향해 진군을 하고 있으니 곧 최후의 결전이 다가올 것입니다.”


“그런가? 드디어 1년여의 전쟁의 끝이 보이는 것인가?”

반 시진이 지나자 그야말로 당문의 내당은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오백 명이 넘는 병력이 기세 좋게 쳐들어와 겨우 이백 명이 달아나기는 했지만 그들의 뒤를 악착같이 쫓아가는 무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꿈에도 나타날까 무서운 호강단이었다.


강시들은 상유의 명에 따라 일인당 한 명씩 처치하고 오라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으니 마교도들은 아마 오십 명도 채 살아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반각 후 돌아 온 호강단은 정확히 백육십 기였으니 말이다. 후위를 치며 바로 승기를 잡아서 그런지 마황시는 이십 기 모두 무사했고 백육십 기의 혈왕시 중에 지마대의 손에 단 열두 기가 소멸된 것이다.


상유는 남은 몽월문의 병력들을 점검하여 보고 하라 명했다. 각 대장들은 급속히 대원들의 상황을 파악하여 보고 했다. 전투 가용인원이 사백오십 명 정도였다. 백여 명이 죽고 나머지는 부상으로 인해 장거리 이동 후 전투가 불가능했다. 상유는 사백오십 명의 전투 전단과 호월단 사십 명 그리고 호강단을 이끌고 바로 청성산으로 향했다.


가다가 바로 청성산에서 퇴각한 사천 연합 병력 중 전투 가능 인원 이백 명을 합한 전투 진영은 강력하고 알찼다. 이미 밤이 다 지나고 새벽이 밝아 올 무렵 청성산을 점령한 혈봉염희가 지휘하는 흑천대는 지친 몸을 뉘이고 부상 치료를 하면서 일구어 낸 작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현 듯 찾아 든 강시들로 인해 그들의 휴식은 갈가리 찢기고 있었다.


사방으로 조를 나눈 여덟 개의 호강단은 닥치는 대로 흑천대를 죽이기 시작하였으니 인간도 아닌 섬뜩한 강시들의 습격을 받은 흑천대는 우왕좌왕하였다. 그런 그들의 삼면에서 일제히 거대한 함성과 함께 칠백 명의 병력이 들이 닥쳤으니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흑천대원 중 청성산에 남은 자들이 없었다.


그런 강행군을 했지만 상유는 다시 사천 연합군에게 청성산을 넘기고 병력들을 추슬러 아미산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계획이 있었기에 몽월문도들은 청성산에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호강단을 전면에 내 세운 것이었다. 다만 퇴각하는 적들을 효과적으로 추살하는 것이 임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십 여명은 청성산에 남아 다친 몸을 추슬러야 했다. 저녁 무렵이 되자 경공을 이용해 달리던 상유 일행은 아미산 자락으로 들어섰다. 같이 출발한 이후 무려 하루가 지났으니 어떠한 형태로든 결판이 났을 것이다. 이미 아미산은 조용했다. 하지만 상유는 순간 일식천리신행을 운용하여 미리 아미산에 올랐다.


그런데 걱정과는 다르게 아미산은 조용히 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상유는 기억에 전혀 없음에도 바로 주요 회의실인 집성전으로 달려갔다. 문 앞을 지키던 제자들이 그제야 상유를 발견하고 희색을 띠며 반겼지만 상유는 엄청난 속도로 집성전으로 달려 들어갔다.

“얘기하던 문주가 오는 모양이다. 소화야.”


“흥! 기억을 다 잃었다면서요. 날 알아보기나 할까요? 괘심한 놈!”

“소화 누이, 우리 문주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소, 누이가 좀 잘 다독여 주시오.”

위청천과 소화 사태 그리고 신투가 한 마디씩 던지고 있는 사이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 온 상유는 단번에 상전에 나란히 둘러 앉아 얘기를 나누는 세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위청천과 신투는 아는데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같이 있었다.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을 한 바 있지만 언젠가 위 사부가 소청검을 건넬 때 떠오른 그 할머니였다. 상유는 천천히 걸어서 소화사태에게 가더니 그만 가만히 절을 올렸다.

“할머니, 소손 상유 돌아왔습니다.”

상유는 뭐라고 해야 할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절로 그와 같은 말이 튀어 나왔다. 그 말에 소화사태는 얼른 의자에서 일어나 상유를 부둥켜안으며

“뭐예요? 멀쩡하구만. 더 듬직해져서 아주 좋아 뵈는데요.”


위청천과 신투도 상유의 그런 모습이 신기하기는 했다. 기억을 잃었지만 자신을 사랑하던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한쪽에 앉아서 보고 있던 화정신니도 상유를 보러 다가왔다. 고개를 들던 상유는 역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사부님. 저 돌아 왔습니다. 무고 하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위청천이 도착하기 전 아미파는 엄청나게 밀리고 있었다. 무려 삼백 명의 제자가 죽어 나갔고 몇 시진만 더 지나면 전멸이 우려되어 소화사태는 퇴각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의 후방에 난데없는 검강이 날아다니며 거대한 일대일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 엄청난 굉음과 파괴력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십 장 밖으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마교 부교주인 염라수라와 먼저 달려온 위청천과의 생사 대전이었다.


신투는 같이 오기는 했지만 먼 나무 위에서 관망할 노릇 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천마대의 무위가 너무도 강대했기 때문이다. 위청천은 달려오면서 바로 단 일 검에 염라 수라의 뒤를 방비하던 백마 서열 십오 위인 철정도객을 갈라버렸다. 어느 누가 그런 무위를 선보일 수 있단 말인가! 깜짝 놀란 염라수라가 직접 상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둘의 싸움은 너무도 대단하여 감히 누가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


염라수라의 천마적룡도법은 마교주도 인정하는 현경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그의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강기들은 마치 지옥의 꺼지지 않는 불 인양 타올랐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위청천의 묵천 검법에 번번히 밀리는 수모를 당하자 이윽고 염라수라는 도를 이용한 이기어도를 펼쳤다. 도를 따라 사방 일장의 강기가 휘몰아치며 염라수라의 염라도는 위청천에게 날아들었다.


아직 십여 수도 나누지 않았건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이었다. 위청천은 검을 위로 가만히 들어 올렸다.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검은 위청천의 손을 떠나 일장의 높이까지 치솟았고 그 순간 검에서는 검은 뇌성이 일기 시작했다. 염라도가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의 검은 그대로 하늘에 떠있더니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처럼 순식간에 날아오는 도를 향해 날기 시작했다.


그러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에 보이지도 않게 빠르게 염라도의 회전축을 향해 맞부딪쳐갔다. 붉은 혓바닥을 내밀며 달려들던 염라도의 강기들을 마치 솜처럼 찌르고 들어간 위청천의 검은 그대로 강기막을 쩍하고 찢더니 더 빠른 속도로 염라수라의 가슴을 향해 쏘아져갔다. 이미 위청천의 검에 의해 산산이 부셔져 내리는 염라도는 이미 염라수라의 손에 없었다. 다가오는 검을 보며 할 수 있는 최선은 두 주먹을 내밀며 마황장을 펼치는 것이 다였다.


권강이 두 줄기 뻗어 나와 이기어검을 막을 듯 하였으나 어림도 없었다. 위청천의 검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두 강기의 사이를 교묘하게 비껴나며 그대로 염라수라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이미 싸움을 멈추고 지켜보던 아군과 적군은 모두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이기어검을 보며 일순 말을 잃었다.


마교의 부교주가 누군지도 모르는 장년인에게 십여 초 만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어느새 위청천의 손으로 돌아 온 검은 쉬지 않고 다시 날았다. 그리고 쳐다보던 천마대의 고수들에게 날아들었는데 개중에는 화경을 이룬 고수들이 상당 수 있었으므로 각각의 병기를 들어 검강이나 도강을 펼쳐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위청천의 검은 그들의 공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피하며 백마 서열 십이 위인 고루천마의 목을 잘라내고야 말았다. 이 뼈 속까지 송연한 무공을 접한 마교도들은 온 몸에 힘이 빠지는 착각에 젖어 들었다. 위청천의 이기어검은 쉬지 않고 천마들만 골라서 일수에 한 명씩 죽음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미 치열했던 전투는 없었고 모두는 검은 강기에 휩싸인 위청천의 검에 시선을 두고만 있었다. 혹시 저 검이 나에게 날아오지는 않을까하는 두려움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소화사태는 멀리서 위청천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급기야 사자후를 터트렸다.

“아미파의 모든 제자들은 들어라!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마교 놈들을 철저히 추살하라!”


조금 전과 똑같은 전력임에도 싸움의 양상은 대번에 바뀌었다. 죽이려던 자는 살기에 바빠졌고 살려던 자는 악착같이 죽이려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몽월문의 지원병들이 도착했다. 무상 가득인과 신투가 앞장서서 적들의 진영을 세 갈래로 갈라쳤다. 이미 승기를 빼앗긴 마교도들은 천마대라는 엄청난 고수들이 있었지만 감히 달려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언제 허공을 떠도는 검이 자신의 목을 벨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악하고 뒤로 숨어들었던 천마대주 흡혈천마는 급기야 퇴각의 호각을 불었다.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살아남은 삼십여 명의 천마대 고수들부터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적진 깊숙이 있던 마천대원들은 허둥대며 달아나려다 허무한 죽음을 당하는 자가 많았다. 그 와중에도 위청천의 비검은 쉴 새 없이 달아나는 천마대 고수들의 목을 날리고 있었다.


아미산에서 도주에 성공한 것은 천마대 이십 명과 마천대 백여 명에 불과했다. 그들의 시체를 모아 불을 질렀는데 그 시체는 하루가 지난 지금도 계속 매스꺼운 냄새를 풍기면 타고 있었다. 상유가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아미파는 죽은 제자들을 옮겨 입관을 하고 다친 자들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이제야 상유를 따라 남은 병력들이 아미산에 도착을 하였다. 하지만 적은 물러난 상황이었다.


화정 신니는 상유를 보자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그 마음이 굳건하기로 소문난 화정 신니도 수련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상유의 안부가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아미산을 구원하러 멀쩡히 달려왔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좀처럼 감정 표현이 없던 화정 신니는 상유의 몸을 얼싸안더니 한동안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어디 보자. 내 새끼! 그 마교주의 딸이라는 년이 도대체 누군데 너를 그리도 악착같이 죽이려 했단 말이냐?”

사부의 갑작스런 욕에 상유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겨우 말했다.

“사도옥이라는 처자입니다. 제가 반드시 원수를 갚을 것이니 사부님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여자라고는 늘 네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는데 이번에 아주 된통 당했구나. 내 그래서 뭐랬냐? 항상 그 불알 두 쪽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냔 말이다!”

화정 신니의 화끈한 말투에 주변에 사람들은 마른기침을 하고야 말았다.

“됐다. 됐어 화정아. 그래도 이렇게 멀쩡히 돌아 왔으니 다행 아니냐!”


“네, 사부님. 제가 잠시 감정이 격해져서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상유는 이들의 따스한 감정에 자신의 마음도 따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으로 오며 얼마나 많은 피를 봤는지 먹먹했던 마음이 두 명의 가족에 의해 녹고 있었다. 신투는 상유를 오라 부르더니 아미산의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을 했다.


마교의 무리들이 사천성에서 완전한 퇴각을 한 시점, 화산은 소림과 황보 세가의 병력들이 들이닥쳐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화산에는 서천마왕이 지휘하는 마성단 천 명과 백마 서열 육위인 서시독후가 지휘하는 마병단 팔백 명이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소림의 정예를 막기에는 충분치가 않았다. 다만 방어를 하는 입장이었기에 그나마 버티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양측 다 심각한 타격을 입고 돌이키기 힘든 난전으로 접어들고 있었으나 소림은 고수들의 수에서 앞서고 있어서 점차 마교도들의 희생이 더욱 늘어갔다. 사대금강이 이끄는 백팔 나한들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여 그들이 진군하는 방향에서부터 방어진이 균열이 일어나며 전체 방어진이 허물어진 것이다. 그리고 소림의 무공은 철저히 항마의 능력이 있었음이니 결국 서천마왕은 퇴각을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무당산도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무당 오걸을 중심으로 막강한 무공을 선보이는 무당과 진법을 내세워 방어진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무림맹의 정예와 남궁세가의 정예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했다. 거기에 정천무황의 장남 위지룡이 이끄는 무황친위대 오백 명은 가히 단일 무력집단으로 최고의 무위를 선보였다. 그들의 앞을 막아서는 족족 절단이 나고 있었으니 전투의 향방은 의외로 금방 기울어졌다.


끝까지 비겁한 모습을 보이며 무당 오걸은 뒤에 숨어서 관망하다가 결국 퇴각을 명하였다. 장문인 무당호검, 무당 제일검 태극검제, 장로원장인 일진도장, 무림맹 파견 장로인 무진도장, 무당의 살림을 맡은 만박도장 이 다섯은 반드시 죽이려고 마음을 먹고 나선 정천무황은 그들의 꼬리를 자르는 교활함에 속아 결국 놓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로서 섬서와 호북을 끊는 쾌거를 이루었다.


화산과 무당산이 정도에 의해 점령이 되자 이것은 산서성의 공동파를 공격하던 동천마왕에게도 영향을 주어 결국 다 잡은 공동파를 놔두고 우회하여 퇴각하게 만들기에 이르렀다. 또한 몽월문의 주도하에 사천성을 무사히 지켜냈다는 기쁜 소식과 연이은 승전보는 온 강호를 들뜨게 하였다. 결국 마교는 감숙과 청해로 물러나 패전에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결국 사천성과 섬서성의 경계인 광원(廣元)에서 무림맹의 모든 지휘부가 참석하는 회의가 개최가 되었다. 수많은 문파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리게 되었는데 회의의 상석에는 단 네 명만이 오를 수 있었다. 무림맹주 정천무황 위지천, 현 소림의 최고수 항마권제 유운대사, 아미파의 소화사태, 그리고 검치 위청천이었다.


이미 위청천이 마교의 부교주 염라수라를 죽인 현경의 고수라는 사실은 전 강호에 금방 알려졌다. 그의 위상은 무림맹주 못지않았으니 무림맹주가 직접 자리를 권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전대의 고수이며 현 마교의 침공에 혁혁한 공을 세운 자들이다. 여기에 몽월문주도 자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상유는 조용히 사양을 한 상태였다.


상석의 바로 앞좌석에는 공동파 장문인 현무 도인, 남궁세가주 창궁검왕, 하북 팽가주 팽동우, 황보세가주 황보강, 점창파 장문인 적룡도객, 개방주 만취걸개, 당가주 만화독수 당문성, 그리고 몽월문주인 위상유가 자리를 하고 있었다. 구파일방과 오대 세가 중 배반한 무당과 제갈 세가를 제외한 문주들이 앉아야 할 자리였는데 이미 본산을 침탈당해서 타 문파의 도움을 받은 장문인들은 스스로를 낮춰 다음 줄에 앉아있었다.


곤륜파 장문인 적미도장, 청성파 장문인 청수도장, 전사한 화산파 장문인을 대신한 구궁검노 장로, 종남파 장문인 태을검로가 그들이었다. 본 산이 불타고 수많은 제자를 잃은 지금 상황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앞으로의 행로에 좋다는 판단이었다. 그 뒤로는 이급, 삼급의 문파의 문주나 가주들 이백여 명이 침중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림맹주의 둘째 아들이자 정무원인 위지궁이 나서서 회의의 사회를 맡았다.


“그 동안 마교의 침공에 맞서서 피를 흘리며 무림의 안녕을 지켜 오신 동도 여러분께 맹주님을 대신하여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서로들 주위를 둘러보며 서로 인사도 하고 격려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일단은 살아 있다는 안도감과 주변에 죽어서 없는 인물들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먼저 이 자리를 빛내 주신 주빈 세분을 먼저 소개하고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현 소림의 최고수이신 항마권제 유운대사님과 아미파의 사천일검 소화 사태님은 다들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다만 그 동안 이런 공적인 자리에는 한 번도 참석하시지 않으시던 검치 위청천 어른을 모시게 되어 여러분께 소개를 올리려 합니다. 그나마도 안 오시겠다는 것을 몽월문주께서 설득하여 자리를 하셨으니 여러분들께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며 인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사천 전투에서 단신으로 마교 부교주와 천마대의 고수 이십여 명을 추살한 전적은 이미 강호에 널리 퍼진 상황이었다. 이에 무림맹주 위지천이 먼저 일어서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하자 장내의 모두가 일어서서 위청천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에 위청천도 일어서서 사방을 보며 포권지례를 올려 인사에 답을 했다. 그리고는 묵묵히 자리에 앉았다. 그의 담담한 기도에 누구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상유는 빙긋이 웃으며 그런 무뚝뚝한 사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감숙성의 기련산(祁連山)으로 물러난 병력들과 아합랍달합택산(雅合拉達合澤山)으로 물러난 마교의 병력들을 어떻게 분쇄하느냐의 문제였다.

“먼저 본 맹의 무영각에서 파악한 바에 의하면 퇴각한 마교도들은 현재...”


위지궁이 두 곳을 중심으로 주둔하고 있는 병력들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그런데 보고를 하던 와중에 상유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청했다. 여태껏 전면에 나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상유지만 이미 마교의 침공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이 몽월문과 그라는 것을 이 자리에 참석한 모두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엄연한 정도 무림의 연합체인 무림맹의 주도하에 개최되고 있어서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잘못된 판단만은 막아야 하겠기에 할 수 없이 나서게 된 것이다.

“현재 두 곳에 대한 무영각의 판단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됩니다. 무릇 적정을 잘못 살피는 것은 모르는 것 보다 더 위험하다는 생각입니다.”


상유의 말은 틀린 것이 전혀 없었다. 무영각주인 현천도장이 공동파의 전장에서 죽고 무영각의 주요 정보선들이 제갈 세가에 의해서 혼란을 겪다보니 제대로 된 정보 취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방만한 상태에서 취합된 정보로 마교와의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래서 피치 못하게 상유가 나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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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발본색원(拔本塞源) - 1화 +17 13.12.10 12,605 372 11쪽
88 새로운 파국(破局) - 3화 +15 13.12.05 11,775 411 11쪽
87 새로운 파국(破局) - 2화 +10 13.12.01 11,258 364 11쪽
86 새로운 파국(破局) - 1화 +12 13.11.29 11,565 294 12쪽
85 서문 세가 - 2화 +12 13.11.27 11,320 331 11쪽
84 서문 세가 - 1화 +10 13.11.25 11,207 382 11쪽
83 새로운 도약 - 2화 +9 13.11.23 11,639 373 11쪽
82 새로운 도약 - 1화 +10 13.11.22 11,262 339 11쪽
81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9 13.11.21 11,814 375 22쪽
80 80. 이황 (二皇) +4 13.11.21 10,412 242 22쪽
79 79. 역습(逆襲) +3 13.11.21 9,503 217 23쪽
» 78. 나 위상유가 왔다 +4 13.11.21 10,160 241 22쪽
77 77. 금선탈각지계 +1 13.11.21 10,083 210 23쪽
76 76. 문주의 귀환 +5 13.11.21 10,424 206 24쪽
75 75. 검치 위청천 +4 13.11.20 10,448 231 22쪽
74 74. 천애곡 +6 13.11.20 10,383 220 22쪽
73 73. 사도옥 +5 13.11.19 9,968 231 22쪽
72 72. 당서화 +4 13.11.19 11,205 275 23쪽
71 71. 조화선(調和扇) +6 13.11.18 11,423 261 23쪽
70 70. 삶의 무게- 여기부터 리메이크. +6 13.11.18 11,386 291 21쪽
69 69. 응징(膺懲) - 4화 +28 13.10.07 15,942 471 11쪽
68 68. 응징(膺懲) - 3화 +15 13.10.06 15,651 474 11쪽
67 67. 응징(膺懲) - 2화 +15 13.10.06 15,264 462 11쪽
66 66. 응징(膺懲) - 1화 +19 13.10.05 16,197 475 12쪽
65 65. 동맹과 배신 - 4화 +19 13.10.04 16,532 437 11쪽
64 64. 동맹과 배신 - 3화 +27 13.10.03 16,016 480 13쪽
63 63. 동맹과 배신 - 2화 +15 13.10.03 16,969 489 15쪽
62 62. 동맹과 배신 - 1화 +19 13.10.02 16,355 484 13쪽
61 61. 혈마교(血魔敎) - 4화 +21 13.10.02 16,850 470 12쪽
60 60. 혈마교(血魔敎) - 3화 +20 13.10.01 17,123 493 12쪽
59 59. 혈마교(血魔敎) - 2화 +25 13.10.01 16,751 490 13쪽
58 58. 혈마교(血魔敎) - 1화 +19 13.09.30 17,217 496 13쪽
57 57. 전장(戰場)속으로 - 4화 +19 13.09.30 19,520 574 13쪽
56 56. 전장(戰場)속으로 - 3화 +30 13.09.30 17,444 497 13쪽
55 55. 전장(戰場)속으로 - 2화 +14 13.09.29 18,586 475 13쪽
54 54. 전장(戰場)속으로 - 1화 +18 13.09.29 18,243 498 14쪽
53 53. 반가운 만남 - 3화 +19 13.09.28 18,517 508 13쪽
52 52. 반가운 만남 - 2화 +18 13.09.28 17,107 513 11쪽
51 51. 반가운 만남 - 1화 +16 13.09.27 18,803 488 14쪽
50 50. 폭풍 전야 - 3화 +11 13.09.27 17,844 504 13쪽
49 49. 폭풍 전야 - 2화 +19 13.09.26 19,014 507 11쪽
48 48. 폭풍 전야 - 1화 +24 13.09.26 20,585 496 14쪽
47 47. 몽월문 날다 - 3화 +25 13.09.26 18,976 524 16쪽
46 46. 몽월문 날다 - 2화 +21 13.09.25 19,100 551 13쪽
45 45. 몽월문 날다 - 1화 +24 13.09.25 19,023 545 15쪽
44 44. 천면신투(千面神偸) - 4화 +15 13.09.25 20,695 598 27쪽
43 43. 천면신투(千面神偸) - 3화 +14 13.09.25 19,852 488 12쪽
42 42. 천면신투(千面神偸) - 2화 +27 13.09.24 21,292 567 11쪽
41 41. 천면신투(千面神偸) - 1화 +15 13.09.24 21,716 563 16쪽
40 40. 빨간 완장 - 4화 +19 13.09.24 21,961 686 15쪽
39 39. 빨간 완장 - 3화 +18 13.09.23 21,568 593 12쪽
38 38. 빨간 완장 - 2화 +24 13.09.23 20,183 637 12쪽
37 37. 빨간 완장 - 1화 +14 13.09.23 22,395 614 14쪽
36 36. 무림맹(武林盟) - 4화 +20 13.09.22 19,913 575 12쪽
35 35. 무림맹(武林盟) - 3화 +22 13.09.22 19,438 549 12쪽
34 34. 무림맹(武林盟) - 2화 +12 13.09.21 20,856 571 13쪽
33 33. 무림맹(武林盟) - 1화 +24 13.09.21 21,430 601 17쪽
32 32. 아! 몽월문(夢月門) - 5화 +18 13.09.21 20,268 635 14쪽
31 31. 아! 몽월문(夢月門) - 4화 +18 13.09.20 21,639 625 15쪽
30 30. 아! 몽월문(夢月門) - 3화 +16 13.09.20 22,857 611 12쪽
29 29. 아! 몽월문(夢月門) - 2화 +14 13.09.19 23,169 617 12쪽
28 28. 아! 몽월문(夢月門) - 1화 +16 13.09.18 24,815 637 16쪽
27 27. 몽월도(夢月島) - 4화 +19 13.09.18 21,778 586 13쪽
26 26. 몽월도(夢月島) - 3화 +14 13.09.17 22,795 729 15쪽
25 25. 몽월도(夢月島) - 2화 +13 13.09.17 23,834 625 14쪽
24 24. 몽월도(夢月島) - 1화 +18 13.09.16 24,443 648 12쪽
23 23. 불타는 혈사장 - 3화 +17 13.09.16 27,513 710 15쪽
22 22. 불타는 혈사장 - 2화 +12 13.09.16 25,877 742 12쪽
21 21. 불타는 혈사장 - 1화 +16 13.09.15 26,147 733 12쪽
20 20. 환희문 - 4화 +23 13.09.14 25,300 663 13쪽
19 19. 환희문 - 3화 +11 13.09.14 27,090 714 13쪽
18 18. 환희문 - 2화 +14 13.09.13 27,665 725 11쪽
17 17. 환희문 - 1화 +8 13.09.13 27,050 699 12쪽
16 16. 나의 밥, 혈문 - 2화 +24 13.09.13 28,526 867 12쪽
15 15. 나의 밥, 혈문 - 1화 +11 13.09.12 29,321 777 11쪽
14 14. 강호 출도 - 3화 +16 13.09.12 31,113 796 12쪽
13 13. 강호 출도 - 2화 +17 13.09.12 27,881 816 12쪽
12 12. 강호 출도 - 1화 +22 13.09.11 26,176 764 12쪽
11 11. 파락공자(擺落公子) - 3화 +23 13.09.11 25,613 779 11쪽
10 10. 파락공자(擺落公子) - 2화 +14 13.09.11 27,402 817 12쪽
9 9. 파락공자(擺落公子) - 1화 +18 13.09.10 27,343 778 12쪽
8 8. 성장의 아픔 - 3화 +22 13.09.10 25,976 736 12쪽
7 7. 성장의 아픔 - 2화 +14 13.09.09 26,651 724 11쪽
6 6. 성장의 아픔 - 1화 +17 13.09.08 30,103 796 11쪽
5 5. 아미산은 나의 천국 - 3화 +21 13.09.07 30,779 807 12쪽
4 4. 아미산은 나의 천국 - 2화 +13 13.09.07 29,907 797 12쪽
3 3. 아미산은 나의 천국 - 1화 +25 13.09.07 29,267 728 12쪽
2 2. 진짜 크네요? - 2화 +16 13.09.07 33,449 800 12쪽
1 1. 진짜 크네요? - 1화 +21 13.09.07 43,982 7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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