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일필(一筆)의 서재입니다.

파락공자(擺落公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일필(一筆)
작품등록일 :
2013.09.07 00:33
최근연재일 :
2014.03.02 23:43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843,654
추천수 :
50,583
글자수 :
603,628

작성
13.11.19 17:39
조회
9,982
추천
231
글자
22쪽

73. 사도옥

DUMMY

수련은 조강지처답게 당서화의 전각을 따로 마련해주고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서 상유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그간 보지 못했던 미소와 소희도 위로해 주고 며칠을 편하게 쉬었다. 그리고 상유는 신투와 단 둘이 전에 얘기하던 검치 어르신을 만나러 겨울 여행을 떠났다.


나희가 그랬던 것처럼 수련과 서희도 엄청나게 걱정을 했지만 상유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 가는 길이 수로여서 어차피 호강단을 대동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참에 호강단은 나희가 알려준 제련법에 따라 이십여 가지의 독을 배합해 만든 대형 독혈담에 단련을 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신투가 전에 말한 강소성 운태산(雲台山)에 은거하고 있는 검치 어르신을 만나야 할 이유가 상유에게는 있었다. 그것은 이미 화경에 든 지 오래고 이번에 조화선을 연구하며 어검술에 대한 단초도 마련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현경의 경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구름과 같아서 누군가의 한 마디가 절실했던 것이다.


물론 무림맹주인 정천무황 위지천 또한 현경의 고수로 인정을 받고 있으니 그를 만나 도움을 청해 볼까도 했지만 그보다는 원래 만나고 싶었고 운명처럼 끌리는 검치 어르신을 만나고 싶었다. 일행이 둘 뿐이라 상유는 가장 아끼는 수련호를 띄워 장강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라 강이 언 곳도 있었지만 그것은 작은 지류일 뿐 도도한 장강의 넓은 강물을 얼릴 수는 없었다. 배는 호북을 지나 삼일 째 강서성 포양호의 입구 호구단에 도착을 하였다. 오랜만에 문주가 직접 호구단을 방문을 하자 단주 이하의 몽월문 무사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상유와 신투를 반겼다.


사흘간 배에서 지내며 다소 피곤했던 몸을 충분히 추스르고 아침 일찍 항구로 향하는데 항구의 주변에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다름 아닌 웬 노파가 수련호의 선장과 입씨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이리도 소란한 것이냐?”

상유가 나타나 선장에게 묻자 선장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아니 저 노파가 우리 배를 무슨 여객선으로 알고는 태워 달라고 생떼를 쓰지 뭡니까?”

“하하하. 아마도 날이 추워져 강이 얼어서 일반 여객선들의 출항이 쉽지 않아서 일게다.”

“그렇다고 신분도 모르는 일행을 문주님의 행로에 함부로 태울 수도 없어서 안 된다고 잘 타일렀는데도 저렇게 행패를 부리지 않습니까?”


상유가 둘러보니 정말 노파의 주변에는 수련호 선원들이 적잖게 상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크게 다친 이는 없지만 호되게 당한 모습이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신투가 나서더니

“에이 고얀 할망구 같으니라고. 내가 쫓아내마.”

신투가 그 노파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고 하자 상유는 손을 들어 말리면서 먼저 노파에게 다가섰다.


노파는 상유가 마치 이형환위와 같은 모습으로 순식간에 다가서자 놀라서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러고 보니 노파의 뒤에는 네 필의 말이 끄는 고급 마차가 한 대 서 있었다.

“저희는 특별한 볼 일이 있어서 급히 가야 하니 강안이 녹기를 기다려 일반 여객선을 이용하시지요?”

상유의 정중한 말에 노파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상유를 다그쳤다.


“아니. 배에 빈자리도 많은데 여자 셋이 더 탄다고 축이라도 나나? 인정머리라고는!”

“하하하. 어디로 가시는데요?”

“우린 강소성으로 간다네. 그러지 말고 내가 배 삯은 넉넉히 치를 테니 좀 태워주시게.”

“배 삯을 얼마나 치르시려고요?”


그 말에 대답은 뒤에 있던 마차 안에서 흘러 나왔다. 간드러진 젊은 여인의 목소리였다.

“원하시는 만큼 치르겠어요.”

상유는 마차를 한 번 휙 보더니

“알겠소이다. 하하하. 황 선장 이들에게 빈 객실 하나 내 주게.”


“네? 저 할망구를 태워 줍니까?”

“배 삯을 넉넉히 낸다고 했으니 그걸로 선원들 강소성에 도착하면 술이나 한 잔 하시게. 하하하”

말을 마친 상유는 신투와 승선을 했다. 뒤에 노파의 일행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이. 그런데 마차의 문이 열리고 시비가 먼저 내린 후 발 받침대를 놓자 하늘색의 화려한 궁장 차림의 여인이 내리는데 보고 섰던 선원들은 눈을 껌벅이며 쳐다보기에 바빴다.


작지 않은 체구에 옥처럼 뽀얀 피부, 그렁대는 큰 눈, 붉고 앙증맞은 입술은 뇌쇄적이기까지 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수련호는 선원들을 제외하고도 백여 명의 전투 병력을 탑승시킬 수 있는 중형 전선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호위 무사들은 전혀 없었고 식사준비를 위한 일반 하인과 시비들만 십여 명 타고 있었으니 빈 객실이 많음은 당연했다.


선장은 노파와의 실갱이 한 것도 잊고 월궁항아와 같은 미녀가 배에 오르자 입이 함지막 해 졌다. 거기다 시비를 통해 건네는 배 삯은 무려 금자 석 냥이었으니 이거면 강소성에 도착해서 온 선원들이 좋은 곳에 가서 밤새도록 퍼 마셔도 남을 넉넉한 돈이었다. 당연히 그 세 여자들에게는 좋은 객실이 배정이 되었다.


이제 운태산에 가까운 홍택호(洪澤湖)의 홍택단까지 삼 일이면 도착을 하기에 바로 쉬지 않고 가기로 하였다. 강바람이 워낙 매섭긴 하지만 상유정도 되는 고수에게 추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객실에서 조화선의 수련을 하다가 잠깐씩 나와 신선한 바람을 쐬고는 하였는데 어두운 밤에 선미에 홀로 서 있는 여인이 보여 호기심이 일었다.


상유는 마차안의 여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이미 안에 타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마차의 나무 벽 정도는 의식하고 본다면 얼마든지 뚫어 볼 능력이 되는 상유였다. 굉장한 미인이기는 하지만 상유가 어디 미인을 못 봤거나 품어 보지 못한 사람이던가! 그런데 한밤중에 어두운 선미에 홀로 나와 있는 그녀를 보자 괜한 호기심이 발동을 한 것이다. 상유는 마른기침을 하여 일단 자신이 왔음을 알리며 다가섰다.


“흐흠! 강바람이 살을 에어 낼 듯이 찬데 어찌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오?”

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살포시 인사를 했다. 바람에 그녀가 입은 궁장이 펄럭이고 있었다.

“소녀는 몽월문주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를 안다는 말이오?”


“네. 문주님인 줄 알고 일부러 접근을 하였습니다. 부디 너그러히 용서를 바라옵니다.”

“하하하. 당돌한 소저이구만. 그럼 그리 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녀는 잠시 머뭇대다가 이내 결심을 굳혔는지 조금 다가서면서

“소녀가 저간의 사정을 말씀을 드리기에는 이곳이 적절치 않사오니 어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면 아니 되겠습니까?”


“그럽시다! 소저의 객실이 아무래도 편할 듯 하니 그리 갑시다.”

“고맙습니다. 문주님.”

그리고는 그녀는 앞장서서 자신의 객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뒤를 따르는 상유의 시선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 아래 실룩거리는 둔부를 향하는 것은 그녀가 의도한 바인가?


그녀에게 배정된 객실은 작은 곳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먼저 작은 거실이 있고 좌우로 이인용 침실이 따로 있는 제법 좋은 객실이었다. 그녀와 상유가 들어서자 탁자에 앉아 있던 노파는 무슨 일인가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파파. 소아는 자나 보군요! 파파도 이제 좀 들어가 쉬세요. 제가 공자님과 나눌 이야기가 있어요.”


노파는 나름 눈치가 있는지 바로 시비와 같이 쓰는 우측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탁자의 자리를 권한 그녀는 탁자위에 있던 차를 한 잔 따라서 건네며 말을 시작했다.

“저는 일반 여염집 아낙이 아닙니다. 저는 안휘성 청양(靑陽)부 지부 대인인 홍사성의 여식 홍연희라고 하옵니다.”

“그렇소이까? 그런데 어이해서 나를 찾아 온 것이오?”


“사실은 지금 저희 아버지께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의 손에 억류 되어 있습니다.”

“아니 대명 천지에 누가 감히 지부 대인을 억류한다는 말이오? 안휘성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나 주변의 위지휘사사(衛指揮使司)에 통지를 하면 될 일 아니오?”

“그런데 그것이 연락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발각이 되어 연락을 하러 간 관원들이 죽거나 보복을 해오는 통에 쉽게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낭자는 이렇게 멀리까지 나올 수 있었던 것이오?”

날카로운 상유의 질문이 이어지자 그녀는 금새 눈가에 습기가 차기 시작하더니

“저희 집안의 본가는 강서성 옥화산(玉化山) 아래 장수현(樟樹縣) 이온데 거기 사시는 백부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듣고 집안을 대표해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저희는 아버지를 억류한 자들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던 중 선원들의 말을 통해 문주님이 근처를 방문하신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실례를 무릎 쓰고 이와 같이 배에 오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일단, 감시를 피하겠다 이거로군요.”

“네. 그런데 이제 막상 감시를 벗어나니 어디를 찾아 가야 할 지 막막합니다.”


“이제라도 도지휘사사를 찾는 게 맞지 않겠소?”

“그런데 그것이, 그들마저 믿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그들 전부는 아니겠지만 저들 중 적의 간세가 있다는 것은 이미 전에 우리의 관원들의 발각을 통해 의심하던 바거든요.”

“그럼 어쩐다?”


안타깝고 슬픈 표정을 보이던 홍연희라는 여자는 입술을 깨물더니 갑자기 상유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문주님. 제발 저의 부친을 구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어떤 대가라도 치를 터이니 제발 소저의 청을 들어 주세요. 네 문주님!”


상유는 그녀의 하는 양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이것은 너무도 어설픈 연기였다. 어설프다는 사실을 홍연희라는 여자 본인도 알 것 같은데 도대체 이와 같이 어설픈 연기를 펼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친이 억류된 것이 어디오?”


“안휘성 동릉현(銅陵縣)의 석류장이라는 곳이옵니다. 바로 지금 가고 있는 수로에 붙어 있는 마을이옵니다.”

“내 오늘 생각해 보고 아침에 말을 해 주겠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오.”

상유가 일어서 나가자 홍연희는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도 자신의 연기가 어설펐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상유가 걸려들 거라고 믿었다.


상유는 자신의 객실로 돌아오며 잠시간에 있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백부의 문상에 가며 하늘색 궁장 차림부터 이치에 맞지가 않았고 관과 무림은 서로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데 어느 세력에서 감히 일개 부(府)의 지부대인을 억류한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관인이 자리를 이탈한다면 그 자체가 의심을 받을 일이라 지휘 계통에서 가만있지 않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이 자신을 꼬여내는 홍연희라는 여자가 우습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상유는 그녀에게 같이 가보자고 하였으니 그것은 뭔가 음모를 꾸미는 그녀의 주변을 뿌리 채 뽑으려는 상유 나름의 계책이었다. 그녀의 어설픔을 보며 상대를 낮게 평가한 것이 첫 번째 상유의 실책이었다. 그것마저도 상대가 의도한 것임을 알지 못했으니.


상유는 그 여자가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더 강했다. 또한 어떠한 상태에서도 자신은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자신도 있기 때문이었는데 그런 과신이 상유의 두 번째 실책이었다. 동릉현이 가까워지자 상유는 선장에게 그곳 나루에 배를 댈 것을 지시했다.


이유를 모르는 신투는 상유에게 다가오는 홍연희를 보며 그냥 남녀 간의 일인 줄 알고 그냥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객실로 돌아 들어갔다. 상유는 세 여인과 함께 동릉현 나루에 하선을 했다. 그녀가 타고 왔던 마차를 같이 내려 마차에 오르자 노파가 마차를 몰고는 석류장이라는 장원으로 말을 몰아갔다. 묘한 시선이 엇갈리며 앉아 있는 상유와 홍연희는 마치 무슨 내기라도 하는 진지한 눈빛이었다.


“몽월문주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시네요. 호호호.”

“그렇게 말하는 소저 또한 대단한 여자인 것 같소. 하하하.”

내용이 없는 칭찬들을 서로 하며 상유는 홍연희가 주는 차도 아무 의심 없이 받아 마셨다. 상유는 이미 환골탈태를 하며 웬만한 독이나 약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몸이다.


거기다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차는 상유의 내공에 의해 형체나 성분이 완전히 분해되어 피부를 통해 방출이 되고 있으니 자신만만한 것이었다. 이각 정도 지나자 마차는 어느 장원 안에까지 들어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차의 바퀴가 일단 관도와는 다른 작은 돌들이 깔린 보통 장원의 내부임을 말해 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소저가 누군지 밝혀도 되지 않겠소?”

“그 자신감만은 저도 정말 크게 사고 싶네요. 물론 외모도 마음에 들지만. 호호호”

그녀는 바로 대답을 해주려 듯하다가 마차의 문이 열리며 시비가 먼저 내리고 나자 그제야 차가운 목소리로 상유에게 말했다.

“전 사도옥이라고 해요. 바로 당신이 반병신을 만든 사도진이 제 둘째 오빠지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신형은 꺼지 듯 사라졌다. 그리고 사방에서 엄청난 마기를 담은 살기가 마차로 날아들었다. 무영무음보를 시전하며 마차의 위로 피하는 상유는 등골이 오싹했다.

“마교란 말인가? 이 안휘성까지 그들이?”

상유는 무사히 마차를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미처 주변을 둘러 볼 여유도 없이 거센 공격이 밀려들었다.


상유는 그 공격이 최소한 초절정 이상인 무사들이 펼치는 합격진임을 알 수 있었다. 소청검을 빼어 든 상유는 바로 태청풍뢰검법으로 주위에 밀려드는 검기의 막을 잘라냈다.

‘퍼퍼퍼펑!’

검기의 막이 찢어지며 상당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강력한 검경이 뻗쳐 나와 몇 겹으로 쳐진 검기의 막을 찢어 낸 것이다. 하지만 쉴 여유는 없었다.


바로 그들의 뒤에서 다시 비슷한 형태의 검막이 덮쳐들고 있었다. 상유는 몸을 솟구치면서 일단 여유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검강을 뽑아내면서 태청풍뢰검법의 ‘풍뢰만화’의 수로 사방에 검강을 폭사시켰다. 그러자 공격하는 적들이 있는 다섯 개의 방향으로 뇌기를 머금은 검강이 날아갔다. 십성의 경지에 오른 상유가 펼친 태청풍뢰검법이 펼쳐진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공격을 하던 다섯 명 뿐 아니라 그들의 뒤에 서있던 자들까지 검강에 휩쓸려 날아가는데 그들의 몸은 이미 시커먼 재가 되어 있었다. 잠시 둘러보니 공격을 하는 자들은 남자가 아닌 붉은 경장을 단단히 입은 여자무사들이었다. 바로 사도옥이 이끄는 마교의 특수 부대인 홍화대였다. 이미 몇 겹으로 둘러쳐진 포위망의 중앙에 자신이 있음을 확인한 상유였다.


등에 찌릿한 느낌이 다시 전해져왔다. 위험 신호였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상유는 바로 무영무음보와 일식천리신행을 동시에 펼치며 신형을 포위망의 밖으로 빼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엄청난 암기들이 사방에서 상유가 움직이려는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암기들을 바로 날리며 나갈 수는 있지만 워낙 암기들이 많고 색이 퍼런 것이 독마저 묻혀둔 것 같아 탈출이 용이치 않았다.


이미 홍화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물을 쳐 놓았는데 상유는 어이없게도 스스로 자기 발로 그물의 안쪽에 떡하니 들어 선 것이었다. 이미 상유의 경공이 독보적이라 그것을 막기 위해 마교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각종 암기들을 특별히 준해 온 사도옥이었다. 멀리서 상유가 싸움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사도옥은 침착했다. 이미 완벽하게 그물을 쳐 놓았지만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집중을 하는 것이었다.


상유는 일단 쉽지 않게 쳐진 그물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들의 빈틈을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거의 백 명에 이르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내력을 아끼며 효율적으로 상대를 해야 함을 자각하고 일수에 한 명씩 확실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가급적 내력이 최소한으로 소요되는 복호대라검(伏虎大羅劍)과 대라수미혜검(大羅須彌慧劍)을 유효 적절히 섞어가며 확실하게 홍화대 무사들의 목숨을 취했다.


처음에 태청풍뢰검법의 검강을 쓰며 열 명을 죽인 이후 상유는 일부러 적들을 잔인하게 죽이며 숫자를 크게 외쳤다.

‘열하나, 열둘, 열셋,......’

일각이 흐르자 그 숫자는 ‘서른 둘’로 크게 늘어나 있었고 악착같이 달려들던 홍화대도 잠시 주춤했다.


아무리 고련을 받았어도 당장 숫자와 더불어 목이 잘려 나가는 동료를 보며 동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것을 눈치 챈 사도옥의 날카로운 명령이 떨어졌다.

“소환음멸진!”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 앞에 있던 무사들은 단단히 입었던 경장을 풀어 헤쳤다. 그랬더니 바로 경장의 안에는 얇은 나삼만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환락무와 같은 환술로 상유를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상유가 그런 공격을 좋다고 받아 줄 상대가 아니었다.

“에이! 미친년들아. 한 겨울에 감기 걸린다!”

말과 함께 벗은 년이든 말든 바로 복호단혼의 수로 목을 단호히 찔러 그어 버렸다. 그리고

‘서른 셋’


보통의 남자라면 어리둥절하면서 걸려들었겠지만 그런 면에서는 상유가 더 고단수였다. 바로 염나희가 전수한 양음조화심법은 어떠한 환술에도 현혹되지 않는 부동심도 수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으니 환술을 펼치려다 오히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홍화대였다. 다시 일각이 지나기도 전에 상유의 입에서는 ‘쉰일곱“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각 만에 홍화대 일 개 전단의 육 할에 해당하는 무사들이 죽은 것이다.


어차피 몽월문주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희생이 불가피 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 했다. 확실히 몽월문주라는 자는 자신의 오빠 사도진을 넘어서는 무공의 경지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 그대로 자신이 나선다면 승률이 일할도 되지 못할 것이니 수하들의 희생을 각오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독하게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사도옥은 목에 두른 피리를 꺼내어 불었다. 그러자 장원 밖에 대기하던 일 개 전단 백 명이 더 달려 들어왔다. 상유 하나를 잡는데 설마 홍화대 두 개 전단이 필요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남은 한개 전단마저 데려 오지 않은 것이 후회가 드는 사도옥이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는 절호의 기회이다. 반드시 몽월문주의 목을 취해야 한다.


홍화대는 이제 악에 받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며 두려움보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그들이 익힌 마공의 잔악성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빠르게 증가하던 상유의 입에서 나오던 숫자가 느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번에 죽이기 힘든 상황이 생겨났다. 홍화대의 무사들이 상유의 공격 방식에 적응을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백이십 명이나 남았는데 이제는 내력을 쓰지 않으면 적을 죽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상유도 얼마나 죽였는지 세지 않았다. 그것이 주는 공포감이 없는 존재들에게 무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보이는 대로 검기나 검경을 날려 죽이고 있었다.


다만 워낙 보법이 출중해서 상대의 공격에 당하지 않을 뿐이지 서서히 내력의 절반이 소진 된 상태였다. 이제는 적들의 수도 눈에 띠게 줄었다. 그런데도 사도옥은 나서지 않았다. 더 확실한 기회를 잡으려는 것이다.


이각이 더 흘렀다. 이제 이백 명이던 홍화대는 칠십 명으로 줄어 있었고 그녀들은 차륜전을 펼치고 있음에도 다들 지친 기색이 확연했다. 문제는 상유도 몇 군데 자상을 입어 옷이 군데군데 찢기고 피도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유는 마지막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달려들던 두 명과 동시에 검을 부딪친 순간 상유는 뒤로 튕기며 포위망의 일부를 뚫어내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사도옥은 알아 챌 수 있었지만 싸움에 지친 홍화대 무사들은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그냥 무수한 암기만 날릴 뿐이었다.

“뭘 해! 쫓아라! 추격하라!”

사도옥의 명령에 홍화대 무사들은 일정한 방향을 점하며 상유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상유는 이미 자신이 가진 내력의 팔 할을 쓴 상태였다.


워낙에 일식천리신행이 내력을 최소로 쓰는 신법이기에 그나마 버티는 것이었다. 이대로 방해만 없다면 탈출에 성공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전면에서 강력한 도경이 쏟아져 들어왔다. 공격을 하는 사람은 바로 사도옥이 파파라고 부르던 노파였다. 그녀는 마교의 백마에 속하지는 않지만 교주에 의해 사도옥의 호법으로 지명이 된 사람이었으니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지팡이는 바로 숨겨진 도였던 것이다. 상유는 그녀의 도경이 피하기에는 너무 늦어 대라수미혜검으로 흘러내려 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 노파라고 쉽게 본 그녀의 공격은 흘려내기에는 너무도 강력했다. 일부는 흘려냈지만 일부 기운이 검을 통해 상유의 몸으로 파고들며 내부를 진탕 시킨 것이다.


순간 내부 장기들이 신한 충격을 받으며 입을 통해 어혈이 울컥 쏟아졌다. 땅에 내려서자 순식간에 홍화대의 무사들이 뒤쫓아 왔다. 정말 끝장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순간 오른손으로 복호대라검을 펼쳐 노파를 공격함과 동시에 왼손에 조화선을 꺼내 들었다. 더 이상 무기력해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노파는 상유의 맥빠진 복호대라검을 여유 있게 쳐내며 연격으로 상유의 옆구리를 베어가려고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번쩍 하더니 눈이 부셨다. 그리고 도망치는 상유를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다. 쫓아가거나 뒤를 공격해야 하는데 마음만 있을 뿐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빙글 도는 것 같더니 땅이 번쩍 튀어 올라와 얼굴 전체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노파의 목이 잘리며 떨어지는 그녀가 본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락공자(擺落公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5 몽월 천하 - 3화 - 완결~~!!! +51 14.03.02 11,402 341 17쪽
94 몽월 천하 - 2화 +12 14.02.20 9,685 323 11쪽
93 몽월 천하 - 1화 +13 14.02.16 10,510 336 13쪽
92 발본색원(拔本塞源) - 4화 +11 14.01.25 10,735 326 12쪽
91 발본색원(拔本塞源) - 3화 +14 14.01.16 11,169 343 12쪽
90 발본색원(拔本塞源) - 2화 +12 13.12.18 11,901 365 12쪽
89 발본색원(拔本塞源) - 1화 +17 13.12.10 12,619 372 11쪽
88 새로운 파국(破局) - 3화 +15 13.12.05 11,795 411 11쪽
87 새로운 파국(破局) - 2화 +10 13.12.01 11,268 364 11쪽
86 새로운 파국(破局) - 1화 +12 13.11.29 11,576 294 12쪽
85 서문 세가 - 2화 +12 13.11.27 11,335 331 11쪽
84 서문 세가 - 1화 +10 13.11.25 11,218 382 11쪽
83 새로운 도약 - 2화 +9 13.11.23 11,650 373 11쪽
82 새로운 도약 - 1화 +10 13.11.22 11,274 339 11쪽
81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9 13.11.21 11,828 375 22쪽
80 80. 이황 (二皇) +4 13.11.21 10,427 242 22쪽
79 79. 역습(逆襲) +3 13.11.21 9,519 217 23쪽
78 78. 나 위상유가 왔다 +4 13.11.21 10,173 241 22쪽
77 77. 금선탈각지계 +1 13.11.21 10,096 210 23쪽
76 76. 문주의 귀환 +5 13.11.21 10,437 206 24쪽
75 75. 검치 위청천 +4 13.11.20 10,459 231 22쪽
74 74. 천애곡 +6 13.11.20 10,395 220 22쪽
» 73. 사도옥 +5 13.11.19 9,983 231 22쪽
72 72. 당서화 +4 13.11.19 11,220 275 23쪽
71 71. 조화선(調和扇) +6 13.11.18 11,440 261 23쪽
70 70. 삶의 무게- 여기부터 리메이크. +6 13.11.18 11,405 291 21쪽
69 69. 응징(膺懲) - 4화 +28 13.10.07 15,965 471 11쪽
68 68. 응징(膺懲) - 3화 +15 13.10.06 15,668 474 11쪽
67 67. 응징(膺懲) - 2화 +15 13.10.06 15,287 462 11쪽
66 66. 응징(膺懲) - 1화 +19 13.10.05 16,211 475 12쪽
65 65. 동맹과 배신 - 4화 +19 13.10.04 16,550 437 11쪽
64 64. 동맹과 배신 - 3화 +27 13.10.03 16,030 480 13쪽
63 63. 동맹과 배신 - 2화 +15 13.10.03 16,984 489 15쪽
62 62. 동맹과 배신 - 1화 +19 13.10.02 16,377 484 13쪽
61 61. 혈마교(血魔敎) - 4화 +21 13.10.02 16,868 470 12쪽
60 60. 혈마교(血魔敎) - 3화 +20 13.10.01 17,137 493 12쪽
59 59. 혈마교(血魔敎) - 2화 +25 13.10.01 16,785 490 13쪽
58 58. 혈마교(血魔敎) - 1화 +19 13.09.30 17,233 496 13쪽
57 57. 전장(戰場)속으로 - 4화 +19 13.09.30 19,535 574 13쪽
56 56. 전장(戰場)속으로 - 3화 +30 13.09.30 17,462 497 13쪽
55 55. 전장(戰場)속으로 - 2화 +14 13.09.29 18,603 475 13쪽
54 54. 전장(戰場)속으로 - 1화 +18 13.09.29 18,258 498 14쪽
53 53. 반가운 만남 - 3화 +19 13.09.28 18,531 508 13쪽
52 52. 반가운 만남 - 2화 +18 13.09.28 17,121 513 11쪽
51 51. 반가운 만남 - 1화 +16 13.09.27 18,820 488 14쪽
50 50. 폭풍 전야 - 3화 +11 13.09.27 17,864 504 13쪽
49 49. 폭풍 전야 - 2화 +19 13.09.26 19,033 507 11쪽
48 48. 폭풍 전야 - 1화 +24 13.09.26 20,605 496 14쪽
47 47. 몽월문 날다 - 3화 +25 13.09.26 18,996 524 16쪽
46 46. 몽월문 날다 - 2화 +21 13.09.25 19,121 551 13쪽
45 45. 몽월문 날다 - 1화 +24 13.09.25 19,044 545 15쪽
44 44. 천면신투(千面神偸) - 4화 +15 13.09.25 20,715 598 27쪽
43 43. 천면신투(千面神偸) - 3화 +14 13.09.25 19,871 488 12쪽
42 42. 천면신투(千面神偸) - 2화 +27 13.09.24 21,310 567 11쪽
41 41. 천면신투(千面神偸) - 1화 +15 13.09.24 21,738 563 16쪽
40 40. 빨간 완장 - 4화 +19 13.09.24 21,978 686 15쪽
39 39. 빨간 완장 - 3화 +18 13.09.23 21,584 593 12쪽
38 38. 빨간 완장 - 2화 +24 13.09.23 20,201 637 12쪽
37 37. 빨간 완장 - 1화 +14 13.09.23 22,414 614 14쪽
36 36. 무림맹(武林盟) - 4화 +20 13.09.22 19,933 575 12쪽
35 35. 무림맹(武林盟) - 3화 +22 13.09.22 19,457 549 12쪽
34 34. 무림맹(武林盟) - 2화 +12 13.09.21 20,874 571 13쪽
33 33. 무림맹(武林盟) - 1화 +24 13.09.21 21,450 601 17쪽
32 32. 아! 몽월문(夢月門) - 5화 +18 13.09.21 20,290 635 14쪽
31 31. 아! 몽월문(夢月門) - 4화 +18 13.09.20 21,664 625 15쪽
30 30. 아! 몽월문(夢月門) - 3화 +16 13.09.20 22,883 611 12쪽
29 29. 아! 몽월문(夢月門) - 2화 +14 13.09.19 23,192 617 12쪽
28 28. 아! 몽월문(夢月門) - 1화 +16 13.09.18 24,837 637 16쪽
27 27. 몽월도(夢月島) - 4화 +19 13.09.18 21,798 586 13쪽
26 26. 몽월도(夢月島) - 3화 +14 13.09.17 22,822 729 15쪽
25 25. 몽월도(夢月島) - 2화 +13 13.09.17 23,854 625 14쪽
24 24. 몽월도(夢月島) - 1화 +18 13.09.16 24,477 648 12쪽
23 23. 불타는 혈사장 - 3화 +17 13.09.16 27,534 710 15쪽
22 22. 불타는 혈사장 - 2화 +12 13.09.16 25,898 742 12쪽
21 21. 불타는 혈사장 - 1화 +16 13.09.15 26,171 733 12쪽
20 20. 환희문 - 4화 +23 13.09.14 25,328 663 13쪽
19 19. 환희문 - 3화 +11 13.09.14 27,113 714 13쪽
18 18. 환희문 - 2화 +14 13.09.13 27,685 725 11쪽
17 17. 환희문 - 1화 +8 13.09.13 27,075 699 12쪽
16 16. 나의 밥, 혈문 - 2화 +24 13.09.13 28,550 867 12쪽
15 15. 나의 밥, 혈문 - 1화 +11 13.09.12 29,345 777 11쪽
14 14. 강호 출도 - 3화 +16 13.09.12 31,134 796 12쪽
13 13. 강호 출도 - 2화 +17 13.09.12 27,904 816 12쪽
12 12. 강호 출도 - 1화 +22 13.09.11 26,199 764 12쪽
11 11. 파락공자(擺落公子) - 3화 +23 13.09.11 25,636 779 11쪽
10 10. 파락공자(擺落公子) - 2화 +14 13.09.11 27,426 817 12쪽
9 9. 파락공자(擺落公子) - 1화 +18 13.09.10 27,367 778 12쪽
8 8. 성장의 아픔 - 3화 +22 13.09.10 26,001 736 12쪽
7 7. 성장의 아픔 - 2화 +14 13.09.09 26,675 724 11쪽
6 6. 성장의 아픔 - 1화 +17 13.09.08 30,128 796 11쪽
5 5. 아미산은 나의 천국 - 3화 +21 13.09.07 30,803 807 12쪽
4 4. 아미산은 나의 천국 - 2화 +13 13.09.07 29,936 797 12쪽
3 3. 아미산은 나의 천국 - 1화 +25 13.09.07 29,294 728 12쪽
2 2. 진짜 크네요? - 2화 +16 13.09.07 33,475 800 12쪽
1 1. 진짜 크네요? - 1화 +21 13.09.07 44,026 759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