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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一筆)의 서재입니다.

파락공자(擺落公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일필(一筆)
작품등록일 :
2013.09.07 00:33
최근연재일 :
2014.03.02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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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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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3. 무림맹(武林盟) - 1화

DUMMY

시간은 유수와 같이 흘렀다.

상유가 열아홉에 세운 몽월문이 상유가 폐관 중임에도 서서히 호남성을 대표하는 정도 문파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환희문과 아미파의 절대적인 지원과 두 호법인 문상 이진명과 무상 가득인의 공이 컸다. 그리고 임호가 이끄는 호월원도 눈부신 성장을 하며 중심축을 잡고 있었다.


상유는 오랜 폐관을 끝내고 나왔다. 이제 그의 스물넷이었다. 폭포 뒤에 만들어진 문주 전용 연공관의 문이 열리며 눈부신 햇살에 적응가기 위해 천천히 눈을 뜨는 상유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침 햇살에 비친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어리다는 표현을 쓸 수 없었다. 일단 신장이 육척을 훨씬 넘어 건장한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정리하지 않아 허리까지 내려 온 머리카락은 질끈 묶어 동여 맨 상태였다. 곧고 넓은 이마는 그의 넓은 품성을 보이듯 굳건했다. 그리고 강건하게 내리선 콧대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여자의 입술마냥 붉은 입술은 고집스럽게 닫혀있는데 그것만은 어릴 때와 그나마 가장 닮은 모습이었다.


각진 턱은 진한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었고 서서히 햇빛에 적응하며 뜬 두 눈은 흑백이 분명했다. 강한 눈빛이 감히 마주하기 어려우면서도 다정다감한 느낌도 들어 묘한 불일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 동공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모를 것들이 침잠된 깊은 눈빛이었다. 오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그런데 성장한 신체와는 다르게 그의 모습은 전혀 무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반박귀진(返撲歸眞)의 경지라도 이룬 것인가!


미리 통보를 받은 주요 인사들이 문주 앞에 도열해 오랜 기다림의 끝을 보고 있었다. 이십여 명의 좌중을 둘러 본 상유는 드디어 입을 뗐다.

“다들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우리 몽월전으로 듭시다.”

상유에게도 오년의 시간은 길고 긴 고행이었다. 무엇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수련 사저가 있었다면 물었겠으나 그녀는 본문의 명령에 따라 아미산으로 돌아간 지 오래였다. 문주의 안부를 확인한 사람들은 이제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몽월문이 어떻게 변하였는지 또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아뢰기 시작했다. 문상은 먼저 지난 오년동안 성장한 몽월문의 중요한 일들을 순차에 맞게 소상히 보고 하였다.


“문상은 제게 큰 은인이시오. 그 날 그곳에서 문상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몽월문은 그 전 몽월 수채와 같은 모습을 벗어나는데 훨씬 오래 걸렸을 겁니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동정호의 모든 부속 섬들은 이제 완전히 몽월문의 소유가 되었다. 각 섬에는 특성에 맞게 적당한 관광사업과 농업 내지는 목축업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것은 몽월문 재정의 기반이 되었다. 무력을 갖추지 못한 일반 소속 문도들은 이제 만 명에 이르고 있었다.


문상의 보고가 끝나자 무상 가득인이 보고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상유는 그를 보며

“우리 가 호법께는 축하부터 드려야겠소이다. 이제 초절정의 경지에 드셨습니다 그려?”

“네? 그것을 어찌? 요 근래에 조금 발전이 있었습니다. 다 문주님의 가르침 덕분이지요. 제가 맡고 있는 호월당과 훈련원에 대해보고 드리겠습니다.”


호월당은 기존 세 개의 전단이 이제 다섯 개의 전단으로 확대 구성 되었다고 한다. 백 명으로 구성된 각 전단은 각기 열 개조로 구성이 되는데 전단장들의 무공은 절정, 조장과 부조장은 일류급, 그리고 일부 신입을 제외한 조원들은 이류급의 성취를 이루어 어느 문파와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전력을 구성하게 되었다. 초기에 상유와 수련이 머리를 맞대고 재구성한 무공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임호가 나섰다. 임호 역시 초절정의 초입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정도면 구대문파의 장로급 무위이니 얼마나 큰 성취를 이룬 것인지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저희 호월원은 기존 네 개 조 십팔 명이었으나 문도들 중에 특출한 이들을 선별하여 수련을 한 결과 지금은 팔 개조 사십 명으로 확대 편성 되었습니다. 기존 십팔 명은 현재 조장과 부조장으로 편성되었고 대다수 절정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새로 충원된 조원들도 일류급의 고수들이라 감히 단언 드립니다.”


“호오! 우리 임호 호월원주께서 농땡이 치지 않고 열심히 하신 모양입니다. 하하”

“네? 아~ 제가 문주님이 안계신데 어찌 딴 짓을 한단 말입니까? 크크”

임호와는 전에도 워낙 격의 없이 어울린 탓에 편하게 농담이 나왔는데 다들 크게 웃으며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향기, 소향을 비롯한 호월원의 여덟 명은 이제 이십대에 들어서며 활짝 핀 꽃들이 되어 상유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이어서 외당과 훈련원에 대한 보고가 이어지며 상유는 오년의 공백동안 몰랐던 문내의 사정들을 파악하게 되었다. 워낙에 명석한 상유는 한 번의 보고만으로도 충분히 몽월문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회의가 마무리 되자 다들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한 식구인 것이다. 두 호법과 외당주 이영후, 호월원주 임호와 이급 이상의 간부들까지 모두 이십이 명이었다.


이 사람들이 있기에 든든하고 또 남모르게 자기의 직분을 다하는 문도들이 있기에 행복해지는 파락공자 상유였다. 식사를 하는 분위기는 아주 즐거웠다. 그러다 문상이 갑자기

“참! 제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재작년부터 무림맹에서 문주님이 입맹하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본 문의 무림맹 가입과 관련해 무림맹 내의 직위를 하사하려는 것 같습니다.”


“무림맹이라... 이제 우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모양이군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문상께서는 제가 무림맹에 입조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정도 문파들은 무림맹의 가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독불장군보다는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적당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종의 보험인 것이죠.”


“그런가요? 그럼 그들이 휘하의 문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문파 수입의 일할 가량을 맹에 기부금 형태로 납부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맹에서의 직책이나 권한을 부여 받고 있습니다.”

“일할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군요. 자세한 내용은 저와 따로 상의를 하셔야겠습니다.”


개파 대전에서 보여준 강력한 힘 때문인지 초창기부터 몽월문의 사업은 별반 어려움이 없었다. 워낙에 동정십팔채가 기존에 영향력이 컷 던 탓도 있고 기본적으로 몽월문이 시작부터 문파의 규모가 웬만한 중소 문파의 수준을 넘으면서 감히 적대시 하는 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걱정이 되던 곳이 호남 사황장이었는데 그들은 묵은 은원이 있음에도 가급적 충돌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유의 판단으로는 벗이 된 나한걸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환희문이 기존과는 다르게 서서히 힘을 키워 몽월문과 한통속으로 움직이다 보니 그 두 세력은 은근한 거대 세력으로 비쳐지는 것도 영향이 있었다. 환희문의 재력은 가히 무시할 수 없었고 특히나 환희문주 천면음희는 몽월문의 등장 이후 확연히 다른 경영을 하고 있었다. 늘 받아주던 작은 행패들도 철저히 응징을 하고 도전하는 행위들을 일절 용서하지 않았다.


상유는 당장 다음 날부터 이진명과 머리를 맞대고 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 첫 번째 사업이 호남성 동정호에서 시작하여 호북성의 동호, 강서성의 포양호, 안휘성의 소호, 강소성의 홍락호와 태호를 포함하여 바다에 이르는 장강 유역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 다섯 개의 성과 호수들을 잇는 장강은 중국 남부를 잇는 젖줄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장강의 제일 안쪽이 바로 동정십팔채가 장악하고 있다가 몽월문이 접수한 동정호였다. 동정호를 나서서 장강을 따라 바다로 나가면서 이어지는 지역은 현재 장강 십이채가 장악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험난한 장강의 역사와 흐름처럼 오랜 전통과 더불어 힘을 갖추고 있었는데 그들의 힘은 동정 십팔채와는 비교할 수 힘들 만큼 거대하다고 할 수 있었다.


구대문파들 마저도 그들을 녹림이라 하여 그 세력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줄 정도이니 어찌 보면 상유의 사업 계획은 망상에 불과한 계획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상유는 몽월문을 개파 하던 초기부터 이것을 염두에 두고 문상과 협의를 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상은 그들의 힘이 어느 정도나 된다고 판단하시오?”


“저희가 기존 동정 십팔채를 흡수하면서 인원은 그 당시의 이 할로 줄었지만 실제 전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오히려 배로 늘었다고 봅니다.”

“하하. 그렇소. 특히나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 수전을 기본으로 할 터이니 실제로는 배가 아니라 세 배는 된다고 봐도 무방하오.”

“네. 수전에 한해서는 그것보다 더 높게 봐도 되리라 판단되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의 힘이 그들 전체의 오할 정도는 된다고 판단합니다.”


“오 할이라. 냉정한 말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군. 그들이 우리처럼 뭉쳐 있다면 가히 굉장한 힘이지. 그들은 엄청난 외부의 압력이 닥칠 때마다 항상 연합을 해 왔으니까.”

“그렇습니다. 문주님. 승패의 요는 그들이 연합하기 전에 얼마나 각개 격파 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상유는 문상의 말을 듣고는 가만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래! 장강을 먹으려면 무림맹이 적절한 역할을 해주어야 하겠군!”

“네? 무림맹 말입니까?”

“그렇소. 내가 몇 가지 준비할 것이 있는데 문상이 좀 도와주시오.”

무림맹은 멀지 않았다. 호남성과 바로 인접한 호북성 무한(武漢)에 위치해 있었다. 동정호를 벗어나 뱃길로 천천히 가도 나흘이면 도달하는 거리였다.


새로 건조한 중형 전선 ‘수련호’에 호월단 전원인 사십 명을 태우고 상유는 호북으로 가기 전에 환희문 본원이 있는 군산으로 먼저 발길을 돌렸다. 의모인 환희문주와 누이들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조된 중형 전선 열 척은 각기 상유가 이름을 지었는데 그중 제일 좋은 배의 이름을 수련의 이름을 딴 것이었다. 오랜만에 동정호를 거슬러 군산으로 가는 상유는 문득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적호문 호법으로 있을 때 비봉마을 아줌마들의 소식을 알려는 의도를 갖고 군산을 찾은 것이 어제 일 같은데 육년이 지난 지금, 몽월문의 문주로서 또 환희문주의 의자로서 찾는 군산은 여전히 아름다운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수련호의 늠름한 기운과 운명을 헤치고 미지의 세계로 달려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오랜만에 찾았지만 의모는 여전했다. 상유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그녀는 다가와 포근히 안아주었다.


“드디어 폐관을 끝내고 출관 하였구나! 이거 이젠 정말 멋드러진 사내가 되었네. 어이구 저기 네 누이들 좀 봐라! 이것들아, 침 좀 닦고 봐라! 내가 십년만 젊었어도... 호호호”

의모와의 인사가 끝나자 의모의 그런 말에 시큰둥도 하지 않는 네 누이들이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어 상유에게 매달리는데, 네 명은 교묘하게도 서로 엇갈리며 모두 동시에 상유를 안는 신기를 보여 주었다.


누이들의 사랑과 관심보다도 온 몸에 가득 느껴지는 풍만한 여체의 느낌과 체향이 오래 굶주린 상유에게 심한 자극이 되었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아쉬운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래. 무림맹으로 간다고? 그 호랑말코 같은 놈들이 무슨 수작들을 부리려고 우리 아들을 부른단 말이냐?”

“글쎄요. 그들이야 말 잘 듣는 강아지 한 마리 원하지 않을까요?”


“말 잘 듣는 강아지라. 호호호. 그런 마음이겠지. 그러다 그 영감들 큰 코 다칠 텐데.”

“그럼요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그런데 제가 전에 말씀 드린 장강 관련 계획을 성사시키려면 그 노친네들을 잘 삶아야 할 것 같아서 귀찮더라도 꼬리 좀 흔들어 줄 계획입니다.”

“그래? 그럼 내가 고 영감들 살쿠는 데 즉효인 것들을 좀 내주마. 아마 직방일 것이다.”

“직방이라니요? 뭔데 그러십니까?”


“자고로 남자들이란 젊으나 늙으나 정력이라면 사족을 못 쓰지 않느냐? 내가 이번에 서역 상인들과 거래를 하면서 해구신을 좀 확보해 놨느니 그걸 좀 챙겨 가거라. 너도 좀 쓰고.”

“해구신이요? 하하하. 저는 안 그래도 끓어 넘치니 사양합니다만 일을 하는데는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그럼 좀 챙겨 가겠습니다.”

“너, 자꾸 그렇게 내외하면 이 어미 섭섭하다? 염치니 뭐니 그런 말 말거라.”

“네. 어머님. 하하하”


“그런데 네 누이들 저 기대에 찬 모습들을 봐라. 아무래도 네가 하루 쉬었다 가야 하겠다. 무림맹이야 하루 늦게 간다고 별일이 있겠냐?”

“네. 알겠습니다. 저도 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요. 하하. 이번에 건조한 배들이 워낙 좋아서 하루 정도는 앞당기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의모의 말에 네 누이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문주의 배려에 고마워했다. 상유라고 싫을 이유가 없었다.


네 누이야말로 그냥 알아서 다 해주는 최고의 여자들이니 말이다. 하루 낮밤을 넷이서 공평하게 나눈 모양이었다. 문주를 배알하고 나오자마자 다음날 아침까지의 주어진 시간은 열 시진. 두시진 반씩 공평하게 서열에 따라 미령 누이부터 상유와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이 네 누이들도 취향이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흔히들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그것에 이르는 단계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유였다. 때로는 차를 마시며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원하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과정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나눠야 함을 거의 본능적으로 아는 상유는 소중하게 누이들과의 시간을 보냈다. 모두들 좋아하는 분위기와 체위 또한 다르고 그 느낌마저 다르니 기묘한 신의 조화였다.


본의 아니게 오래 굶주린 상유도 그 간에 못한 숙제를 하듯이 정열적인 하룻밤을 보냈다. 네 누이와 밤을 꼬박 새우고도 거뜬하게 아침을 의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나누고는 수련호에 올랐다. 잘 포장된 해구신 스무 개가 들어있는 상자를 챙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배에 오르기까지 의연하던 상유는 배에 도착하자마자 내리 하루 밤낮을 잤으니 결국 무공의 경지와 남녀의 오묘한 이치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는가 보다.


배가 속력을 내기 시작하자 금방 동정호를 벗어나서 장강 줄기에 접어들었다. 동정호는 알려진 대로 중원에서 가장 큰 호수였지만 장강 역시 중원의 젖줄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는 강이었다. 강폭이 넓은 곳은 삼백 장에 이르다 보니 마치 호수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으나 다른 점이 있다면 호수와는 달리 유속(流速)이 있어서 배의 흔들림이 많았다.


하루 밤낮을 자고 난 상유는 뱃전에 나와 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명상에 잠겨 있었다. 가을의 신선한 바람이 얼굴에 부딪치고 강변을 둘러싼 산들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정취를 더하고 있었다. 소향이는 어느새 거문고를 가지고 나와 호젓한 강가의 시상에 맞는 곡을 연주하여 상유의 무료한 뱃길에 즐거움을 더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유로움을 찢는 소리가 배 위의 전망대에서 들려왔다.


‘삐, 삐, 삐이익’ 이런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항해사를 맡고 있는 문도가 급히 다가오더니 불안한 기색으로 내용을 보고했다.

“수적들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깃발을 보니 노학수채로 보인다 합니다. 어찌할까요?”

“이놈들이 우리 무료할까봐 재롱떨러 오나보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니 그냥 모른 척하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지나치도록 하거라!”


항해사가 신호를 내리자 수련호는 속도를 높이더니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돗대 말고 배의 좌우로 숙련된 전문 키잡이들 삼십 명이 노를 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다가오던 수적들의 배는 몽월문의 중형 전선인 수련호의 절반 정도의 크기였다. 거기다 오래 되어서 기동력도 떨어지는 배였는데 갑판을 강철로 두른 강력한 수련호가 빠르게 다가서자 적선(敵船)은 오히려 놀라 부딪칠까봐 급히 선회를 했다.


그런데 부딪치지 않고 바로 하류를 향해 달려가자 방향을 틀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간격은 점차 벌어지게 되어 이내 포기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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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새로운 도약 - 1화 +10 13.11.22 11,274 339 11쪽
81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9 13.11.21 11,828 375 22쪽
80 80. 이황 (二皇) +4 13.11.21 10,428 242 22쪽
79 79. 역습(逆襲) +3 13.11.21 9,519 217 23쪽
78 78. 나 위상유가 왔다 +4 13.11.21 10,173 241 22쪽
77 77. 금선탈각지계 +1 13.11.21 10,097 210 23쪽
76 76. 문주의 귀환 +5 13.11.21 10,437 206 24쪽
75 75. 검치 위청천 +4 13.11.20 10,459 231 22쪽
74 74. 천애곡 +6 13.11.20 10,396 22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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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몽월문 날다 - 3화 +25 13.09.26 18,996 524 16쪽
46 46. 몽월문 날다 - 2화 +21 13.09.25 19,121 551 13쪽
45 45. 몽월문 날다 - 1화 +24 13.09.25 19,044 545 15쪽
44 44. 천면신투(千面神偸) - 4화 +15 13.09.25 20,716 598 27쪽
43 43. 천면신투(千面神偸) - 3화 +14 13.09.25 19,871 488 12쪽
42 42. 천면신투(千面神偸) - 2화 +27 13.09.24 21,310 567 11쪽
41 41. 천면신투(千面神偸) - 1화 +15 13.09.24 21,738 563 16쪽
40 40. 빨간 완장 - 4화 +19 13.09.24 21,978 686 15쪽
39 39. 빨간 완장 - 3화 +18 13.09.23 21,585 593 12쪽
38 38. 빨간 완장 - 2화 +24 13.09.23 20,201 637 12쪽
37 37. 빨간 완장 - 1화 +14 13.09.23 22,415 614 14쪽
36 36. 무림맹(武林盟) - 4화 +20 13.09.22 19,933 575 12쪽
35 35. 무림맹(武林盟) - 3화 +22 13.09.22 19,457 549 12쪽
34 34. 무림맹(武林盟) - 2화 +12 13.09.21 20,875 571 13쪽
» 33. 무림맹(武林盟) - 1화 +24 13.09.21 21,451 601 17쪽
32 32. 아! 몽월문(夢月門) - 5화 +18 13.09.21 20,291 635 14쪽
31 31. 아! 몽월문(夢月門) - 4화 +18 13.09.20 21,665 625 15쪽
30 30. 아! 몽월문(夢月門) - 3화 +16 13.09.20 22,883 611 12쪽
29 29. 아! 몽월문(夢月門) - 2화 +14 13.09.19 23,192 617 12쪽
28 28. 아! 몽월문(夢月門) - 1화 +16 13.09.18 24,838 637 16쪽
27 27. 몽월도(夢月島) - 4화 +19 13.09.18 21,799 586 13쪽
26 26. 몽월도(夢月島) - 3화 +14 13.09.17 22,822 729 15쪽
25 25. 몽월도(夢月島) - 2화 +13 13.09.17 23,854 625 14쪽
24 24. 몽월도(夢月島) - 1화 +18 13.09.16 24,478 648 12쪽
23 23. 불타는 혈사장 - 3화 +17 13.09.16 27,534 710 15쪽
22 22. 불타는 혈사장 - 2화 +12 13.09.16 25,898 742 12쪽
21 21. 불타는 혈사장 - 1화 +16 13.09.15 26,172 733 12쪽
20 20. 환희문 - 4화 +23 13.09.14 25,329 663 13쪽
19 19. 환희문 - 3화 +11 13.09.14 27,113 714 13쪽
18 18. 환희문 - 2화 +14 13.09.13 27,685 725 11쪽
17 17. 환희문 - 1화 +8 13.09.13 27,075 699 12쪽
16 16. 나의 밥, 혈문 - 2화 +24 13.09.13 28,552 867 12쪽
15 15. 나의 밥, 혈문 - 1화 +11 13.09.12 29,346 777 11쪽
14 14. 강호 출도 - 3화 +16 13.09.12 31,135 796 12쪽
13 13. 강호 출도 - 2화 +17 13.09.12 27,904 816 12쪽
12 12. 강호 출도 - 1화 +22 13.09.11 26,199 764 12쪽
11 11. 파락공자(擺落公子) - 3화 +23 13.09.11 25,636 779 11쪽
10 10. 파락공자(擺落公子) - 2화 +14 13.09.11 27,426 817 12쪽
9 9. 파락공자(擺落公子) - 1화 +18 13.09.10 27,367 778 12쪽
8 8. 성장의 아픔 - 3화 +22 13.09.10 26,001 736 12쪽
7 7. 성장의 아픔 - 2화 +14 13.09.09 26,675 724 11쪽
6 6. 성장의 아픔 - 1화 +17 13.09.08 30,128 796 11쪽
5 5. 아미산은 나의 천국 - 3화 +21 13.09.07 30,804 807 12쪽
4 4. 아미산은 나의 천국 - 2화 +13 13.09.07 29,937 797 12쪽
3 3. 아미산은 나의 천국 - 1화 +25 13.09.07 29,294 728 12쪽
2 2. 진짜 크네요? - 2화 +16 13.09.07 33,475 800 12쪽
1 1. 진짜 크네요? - 1화 +21 13.09.07 44,026 7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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