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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필(一筆)의 서재입니다.

파락공자(擺落公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일필(一筆)
작품등록일 :
2013.09.07 00:33
최근연재일 :
2014.03.02 23:43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843,681
추천수 :
50,583
글자수 :
603,628

작성
13.11.21 21:08
조회
10,427
추천
242
글자
22쪽

80. 이황 (二皇)

DUMMY

같은 시각 기련산에는 벌써 전투가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나고 있었다. 마교도들이 쳐놓은 방어진은 몽정원의 정보 그대로였기 때문에 최초의 방어진은 쉽사리 부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정으로 올라서자 제갈세가의 진법이 이차로 두터운 방어막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멋모르고 다가간 선발대 이백 명은 진법에 빠져 허무하게 비명횡사를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희생이 의미 없지는 않아서 그것을 기화로 진법의 허실을 파악한 소림의 백팔 나한이 나서게 되었다. 소림사의 대표적인 고수 집단인 나한들이 백팔 나한진을 펼치며 강력한 힘으로 진법을 해체하기 시작하자 제갈세가의 진법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을 했고 한 시진 만에 이차 방어진을 해체하는 데 성공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련산에 올라 온 것이 바로 어제였다. 하루동안 쌍방은 밀고 밀리는 양상 속에서 서로 지리한 병력의 손실을 입고 있었다. 새로운 병력이 추가 되는 쪽에서 한 시진 정도의 득을 보면 다시 상대 쪽에서 다시 새로운 병력들을 추가하여 한 시진 정도의 득을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 만에 양측은 거의 천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내면서 점점 더 깊은 원한의 칼들을 찔러대고 있었다. 다시 하루가 더 지나고 양 측의 병력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 되자 이제 서서히 고수들이 등장을 하고 싸움의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을 했다.

혼잡한 전면전이 멈춰지고 소수단위의 일기토 형식의 싸움으로 바뀌었는데 먼저 하북 팽가주 팽동우가 세가의 정예 오백 명을 이끌고 나서자 상대에서는 묵천대 사백 명을 지휘하며 마교주의 셋째 아들 사도걸이 나섰다.


쌍방의 무사들이 격돌하는 가운데 맞선 하북 팽가주는 처음에는 팽팽히 맞서더니 이십 초가 지나자 서서히 밀리기 시작을 했고 팽가의 병력들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사도걸의 일도에 옆구리를 크게 베인 팽동우가 쓰러지자 황보세가주가 구원을 하기 위해 세가의 병력들을 데리고 나섰다. 팽동우는 황보강의 도움으로 겨우 생환하였으나 더 이상 싸움에 참여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하북 팽가의 무사들도 태반이 죽었고 그 자리에 들어선 황보세가의 무사들에 기대어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졸전을 보였다. 그런데 다시 투입된 황보세가의 무사들마저 묵천대에 무너지고 있었다. 묵천대의 무위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구원을 위해 당당히 달려 나갔던 황보강마저 이십여 초 만에 왼팔이 잘리는 수모를 겪으며 겨우 물러섰다.


이에 보다 못한 남궁세가주 창궁검왕이 나서기에 이르렀다. 물론 남궁세가의 정예 오백 명도 동시에 투입이 되었다. 창궁검왕은 역시 육제의 일인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의 창궁무애검법(蒼穹無涯劍法)은 이미 십성을 넘어 선 상태였으므로 화경을 넘어 현경을 바라는 상황이었으니 사도걸은 단 오초 만에 가슴에 긴 검상을 당하며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그와 함께 연전으로 지친 묵천대도 많은 손실을 입고 물러섰다. 그러자 바로 뒤를 이어 마성단 오백 명을 이끌고 백마 서열 제 사위인 서천마왕이 전장으로 나섰다. 창궁검왕과 서천마왕은 둘 다 현경의 경지를 바라보는 고수들이라서 무지막지한 강기들이 난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의 싸움은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결국 일대일 대결을 몇 천의 병력들이 양쪽에 물러서서 관전하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둘의 대결은 백여 초가 지나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그 와중에 성질 급한 유운대사가 전장으로 날아 내렸다. 하지만 그에 대응하여 소교주 사도묵이 나섰으니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을 갓 넘긴 젊은 자가 나서자 유운대사는 분통을 터트렸다.


“네 이놈! 감히 나를 상대하기 위해 네깟 놈이 나섰다는 말이냐?”

하지만 유운대사는 자신을 상대하기 위해 나섰던 그 자를 그렇게 만만히 보지 말았어야 했다. 분노로 내지른 소림오권의 용권연신(龍拳練神)의 수는 턱없이 부족한 한 수였다. 사도묵은 그것을 꿰뚫고 있었는지 미리 내력을 모은 상태에서 준비한 마황현세도법으로 강력한 도강을 쏟아 낸 것이었다.


차분하게 관전하던 정천무황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오고 이었다. 유운대사의 권강을 단 번에 갈가리 찢으며 파고드는 사도묵의 도강을 유운대사가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급히 자신의 절기인 백보신권을 끌어 올렸지만 도강은 이미 그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간 후였다. 무림에서 사제(四帝)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항마권제 유운대사는 그렇게 단 일 수만에 허무하게 패배를 하고 말았다.


몸을 감싸고 있던 호신강기가 워낙 절후한 탓에 절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사도묵은 마무리를 하려는지 다시 강력한 도강을 줄기줄기 유운대사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그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다가서던 도강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는데 그것은 유운대사의 앞에 고고히 떠 있는 한 자루의 검이었다.


바로 정천무황을 상징하는 정무검이 찬연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기어검으로 서 있는 검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무황이라 칭송을 받는 정파의 최고수 위지천이었다. 그가 자신의 검으로 다가가 검을 손에 쥐자 소림의 사대 금강이 나서서 유운대사를 모셔 들어갔다. 소림의 소환단이 먹여지고 급히 추궁과혈을 통해 흩어지고 있는 그의 진기들을 바로 잡느라고 분주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정천무황이시군요. 저는 마교의 소교주 사도묵이라고 합니다.”

“음, 자네가 사천휘의 장자로구만. 그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는가?”

“교주께서는 아합랍달합택산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전장을 저에게 맡기셨지요.”


“......”

“저 혼자로서는 부족할 터이니 두 분을 더 모시겠습니다.”

“......”

위지천은 아쉬움에 말을 잊고 그냥 사도묵이 하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다. 어차피 모두 자신이 맡아서 처리해야 할 자들이니 두고 보는 것이었다.


사도묵의 말과 함께 엄청난 마기를 풍기는 두 노인이 전장으로 날아 내리며 사도묵의 좌우에 포진을 했다. 그들은 전대의 마교 좌우호법인 흑백 쌍노라는 자들 이었다. 기이한 대비를 이루는 둘은 신장부터 덩치 그리고 입고 있는 복색까지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우측의 팔 척 거인은 깡마른 몸매에 형형한 안광을 뿌리며 흑색 복색이었는데 강한 음기를 흘리고 있었다.


좌측은 오 척 단신이지만 마치 공처럼 거대한 살덩어리가 뭉쳐진 듯하며 하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강한 양기를 풍겨내고 있었다. 둘은 오 갑자의 막강한 내공을 바탕으로 하는 마교의 호법 무공인 음양마라도법을 극성으로 익힌 자들이었다. 현경에 든 고수는 아니고 화경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지만 그들 둘이 동시에 펼치는 합격술은 마교주라고 하더라도 쉽게 굴복시키기 힘든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위지천의 앞에 선 셋이 서로의 간격을 벌리며 위지천을 포위하려는 순간 위지천의 검이 그의 손을 떠나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기어검이 시전되고 있는 것이었다. 쌍방에서 관전하고 있는 무사들의 가슴은 크게 뛰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현경의 경지를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위지천은 그들의 합격술이 시작되기 전에 기세를 제압할 필요를 느끼고 매화삼십육신검형을 펼쳐든 것이다.


이에 급해진 사도묵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강의 도법인 마황현세도법을 극성으로 뽑아 올리며 강력한 초식인 마황군림의 수로 애도를 날렸다. 이기어도의 수를 펼친 것이다. 그와 때를 같이한 흑백 쌍노의 마라도법들도 위지천의 좌우로 날아들었다.

흑노의 흑마라도법은 주변의 공기를 쩍쩍 얼리는 냉기를 품어내며 위지천의 좌측을 향해 검은 도강을 뿌려 댔고 백노는 화염 덩어리를 뚝뚝 떨구는 새하얀 용암같은 도강을 위지천의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삼면에서 강력한 공격을 받는 정천무황 위지천은 입가를 살짝 꼬며 미소를 짓는 듯 하며 정무검에 내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자 이 장 높이 위에 있던 그의 검에서 세 줄기의 검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작고 하얀 강기덩어리들은 일순 매화의 꽃을 피우더니 어른 머리만한 크기로 성장을 했고 사방에 그윽한 매화향을 풍기며 다가서는 공격들에 맞서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엄청난 폭음이 들리며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세 군데서 동시에 강기의 충돌이 일어났으니 그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가까운 곳에 있던 자들 중에 내공이 약한 자들은 고막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 흙먼지 자욱한 그 먼지의 안개 속에서 다시 보이지 않는 충돌이 있는지 다급한 비명성이 터져 나온 것을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너무도 궁금했는데 때마침 불어온 바람으로 인해 전장의 결과가 서서히 드러났다. 정천무황 위지천은 원래의 그 자리에 담담하게 서있었고 날리던 먼지들도 그의 근처에는 강력한 호신강기에 의해서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도묵은 삼 장이나 뒤로 밀려 서있었는데 그의 창백한 낯빛은 적잖은 내상을 입은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좌우로 흩어졌던 흑백 쌍노 중에 흑노는 온갖 먼지를 뒤집어쓰고 입가에 붉은 선혈을 흘리고 겨우 서있었다. 그런데 백노는 무사하지 못했다. 바로 위지천의 전면에 떠있던 정무검이 백노의 심장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위지천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정무검은 백노의 심장을 관통하여 위지천의 손으로 다시 회수가 되었다.


그리고 그 단단해 보이던 백노의 신형은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먼지로 시야가 가린 그 사이 위지천은 검을 날려 백노를 제거한 것이다. 시각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음이니 그가 왜 무황이라는 칭송을 받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한 수였다. 정도문파인들은 크게 함성을 지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위지천의 정무검은 서서히 전면으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위지천의 눈은 사도묵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공격을 할 것 같은 위지천의 기세에 눌린 사도묵은 두 발이 꼼짝도 못하고 박혀있었는데 급기야 위지천의 검에서 이젠 다섯 송이의 매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을 발하며 순차적으로 사도묵을 향해 빛과 같이 쏘아져 들어갔다.


당하는 사도묵은 물론 자신이 끌어 올릴 수 있는 최대한의 내력을 모아 아직 불완전한 마황현세의 수를 발현했다. 사도묵의 뒤로 거대한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마황의 형상이 그려지고 그 형상은 그대로 전면에 달려들고 있는 매화문양의 검강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에 합공을 펼치려던 흑노 또한 자신의 최후 절기를 펼쳐 위지천에게 도기 합일의 모양으로 도와 함께 달려들었다.


이미 위지천의 검은 사도묵을 상대하고 있었으니 자신의 이번 공격은 위지천에게 치병적인 일격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마황 형상과 부딪쳐 가던 매화의 검강 중 세 개는 마황과 힘겨루기를 하는데 뒤를 따르던 두 개의 강기가 급속히 방향을 틀더니 흑노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미 위지천은 처음부터 이런 양상을 의식하였나 보다.


그의 경지는 발출한 완벽하게 제어하는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었다. 거기다가 위지천의 두 손이 앞으로 들려지며 그의 손에서 화산의 절기인 복호권(伏虎拳)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위력이 아닌 엄청난 위력을 내포한 권강이었으며 한 번의 발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 세 번의 권강이 물밀듯이 흑노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미 기호지세인 흑노는 자신의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좌측의 검강 두 개를 막는데 이미 전력이 거의 소모되었고 이어서 달려드는 여섯 개의 권강을 막기 위해 재차 음마라도법을 시전 하였으나 그 위력은 미미했다. 검은 색의 도강은 바로 처음 달려들던 위지천의 권강 두 개에 산산이 부서졌다. 이어서 날아오는 권강은 흑노의 신형을 무지막지하게 두드렸다.


양쪽 어깨가 완전히 부서져 내리며 들고 있던 도를 떨어뜨렸으며 뒤를 이은 권강이 가슴을 진탕 시킨 후 마지막 권강은 흑노의 단전을 완전히 부수면서 몸을 관통하였다. 순간 그의 배를 통해 뒤쪽의 빛이 언듯 보이기까지 했으니 허물어지는 그의 신형을 막을 방도는 더 이상 없었다. 사도묵의 최후 절기는 그래도 위지천의 이기어검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을 하였다.


하지만 위지천이 담담히 서있는 것에 비하면 사도묵은 두 발이 땅 속으로 무릎까지 파고 들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 입가에는 이미 내상의 흔적인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교의 진영에서는 감히 누구도 나서지를 못하고 있었다. 정천무황의 어마어마한 무위에 완전히 압도를 당한 것이다.


위지천은 전면에 떠 있던 자신의 애검에 마지막 한 수를 시전하며 사자후를 동시에 터트렸다.

“마교도를 척살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섬멸하라!”

기세가 오른 소림과 정도 문파들의 무사들은 일제히 날아오르며 마교도들을 추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무검이 직접 날아가 사도묵을 끝장내고 있었다.


같은 시각 마교의 또 다른 전진 기지인 아합랍달합택산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쌍방의 지리한 소모전에 이어 고수들이 격돌을 하고 있었는데 그야말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백마들 중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아미파와 공동파의 고수들과 사천 당문주가 차례대로 나서서 해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백마 서열 이 위인 동천마왕이 나서자 만화독수 당문성은 급격히 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선 사람은 기대와 다르게 소화사태였다. 몽월문주가 나서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의외로 가만 위청천의 옆에서 전황을 구경하고만 있었다. 하지만 소화사태 역시 사천일검이라는 별호에 맞게 동천마황과 맞서기에 충분한 무위를 보이고 있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양심공의 위력에 동천마황은 쉽사리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력을 다한 공세에서는 분명히 압도를 하는데 그러던 중에 느닷없이 들어오는 소화사태의 제 이의 공격에 번번히 물러서고야 말았다. 멀리서 의자에 앉아 미소를 머금고 싸움을 지켜보던 마교주 사천휘는

“소화사태라는 저 노파가 아주 묘한 무공을 보이는구나.”


“네. 그렇게 보여요. 저게 무엇이지요?”

마교주의 옆에는 상유를 거의 죽음으로 몰고 갔던 막내 딸 사도옥이 서서 대꾸를 하고 있었다.

“두 개의 무공을 동시에 펼치는구나. 저게 가능한 것인지... 여하튼 지금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가능한 것이겠지.”

“동시에 두 개의 무공을요?”


“그나마 아직 현경에 들지 못해서 그렇지, 저런 무공을 익힌 자가 현경의 고수였다면 나로서도 결코 상대하기가 수월치 않을 것 같구나.”

“그래도 그렇지 백마 서열 이위라는 양반이 저렇게 늙은 할망구 하나 처치를 못하다니 한심한 거 아니에요?”

“하하하. 그렇지. 아직 저 놈들의 최후 수단이라는 저기 저 두 놈이 남아 있으니.”


사천휘가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는 바로 검치 위청천과 몽월문주 위상유가 나란히 서서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같이 그 쪽을 바라보던 사도옥은 상유를 보더니 이를 갈았다.

“아! 저 놈을 그 때 꼭 죽였어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 그리고 우리의 이목을 그리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는지 정말 얄미운 놈이에요.”


“잘난 놈임은 분명하구나. 저런 놈이 내 밑에 하나만 있었어도 이렇게 밀리는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참으로 아쉽구나. 하지만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야. 아무래도 내가 나설 때가 된 것 같구나.”

그리고 일어선 사천휘는 진기를 실어 낮은 음성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목소리임에도 사방에 흩어져 있던 수천 명의 귀에 또렷하게 전달이 되는 엄청난 이기전성의 수였다.


“이제 모두 물러서라. 이제 본 좌가 나설 것이다.”

말과 함께 마교주 사천휘의 신형은 일체의 다리의 움직임이 없음에도 서서히 움직이더니 마교도들의 진영 앞에 바로 섰다.

“난 사천휘다. 죽고 싶은 자는 앞으로 나서라.”


그의 말에 정파에서는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위청천과 위상유에게 몰려들었으나 그들 역시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마교주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러다 위상유가 한 걸음 나서면서 서서히 역용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늙그수레한 신투 최익성이 나타났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날 죽여주실 분 나서라고 해야지. 죽을 사람 나서라면 누가 나서냐? 저런 멍청한 놈이 교주랍시고 있으니 망하지 않고 배기겠느냐?”


그가 몽월문주가 아닌 천면신투라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아주 호탕하게 상대를 도발하는 말을 하자 정도 문파의 사람들은 속이 다 시원했다. 그리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모두가 비웃으며 웃기 시작을 했다. 멋지게 나서서 정파의 기를 죽이려던 마교주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그걸 보며 천면신투는 한 마디를 덧 붙였다.


“내가 몽월문주가 아니라서 실망했느냐? 우리 문주가 지금 어디 있을까? 그 돌대가리로 한번 생각해 봐라!”

말은 우스꽝스럽게 하고 있지만 내용도 우스운 것은 아니었다. 얼굴이 붉어진 사천휘는 이어 당황한 기색이 연연해서는

“그 죽일 놈이 어디로 갔다는 말이냐?”


“아마 지금쯤은 너희 집 안방에 누워 있지 않을까?”

“뭐! 뭐라고?”

“우리 문주는 지금 천산을 기습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 온통 불바다를 만들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 바로 위청천이 서서히 허공을 밟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능공허도(凌空虛道)의 지고한 경지의 경공을 선보이며 허공을 밟아 천천히 사천휘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위청천은 단지 경공 하나로 정파인들의 기세를 올려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를 지켜보는 사천휘는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물론 자신도 그와 같은 허공답보를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저와 같이 자연스럽게 펼치는 것은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천면신투라는 놈의 말에 의하면 몽월문주라는 놈이 마교의 본산인 십만대산으로 기습하러 갔다지 않은가!

“당신이 검치 위청천이라는 자인가?”

“그렇다. 오늘 천 년을 이어 온 악의 뿌리를 내가 직접 뽑을 것이다.”


실로 엄청나게 광오한 말을 뱉어 내고 있었다. 사천휘는 마음속에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지만 그 역시 현경의 고수이며 천 년을 이어 온 마교의 교주였다. 이내 신색을 바로 한 사천휘는 도를 뽑아 올리며 바로 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위청천 역시 먹물이라도 칠한 듯 짙은 검은 색을 띤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고 내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제 누구 하나 떠들고 있지 않았다. 숨소리마저 크게 내는 사람 없이 둘의 대결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검과 도는 거의 동시에 둘의 손을 떠났다. 어차피 둘은 쓸데없는 정탐이 필요치 않았다. 바로 상대를 죽여야 하는 절대절명의 순간이었기에 바로 자신들의 최후 절기 중 일부를 꺼내 든 것이다. 단지 발검을 하는 단계임에도 서로의 전신에서 뻗어나오는 기세로 인해 둘의 가운데 공간에서는 간혹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서로의 거리는 십장, 서로의 손을 떠나 허공에 대치한 검과 도의 거리는 오장이었다. 사천휘의 도는 지옥불의 붉은 혓바닥 같은 강기들이 넘실거리며 둘러싸고 있었고 위청천의 검에는 짙은 묵색의 강기가 둘러져 검신의 두께와 길이를 두 배로 키워놓은 상태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개의 무기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람은 버젓이 뒤에 서 있건만 무기들만 홀연히 서로의 사이 공간에서 서로 부딪치며 공방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두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거대한 폭음과 진동이 사방으로 번져 나와 관전을 하던 이들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사천휘의 무공은 천 년 이상을 이어 온 마교 최강의 교주 무공이었으니 그 대단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한 치도 밀리지 않는 검치 위청천의 무공은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 마교주의 마황현세도법은 비록 마교의 무공이지만 강호 일절이라 칭송 받아 왔던 무공이다. 그 무공에 얼마나 많은 정파의 고수들이 목숨을 잃고 스러져 갔던가! 매번 정파는 단독 무공만으로는 항상 이 경지를 넘지 못해 번번히 합격으로 물리쳐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껏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위청천의 무공은 당당히 이에 맞서서 오히려 차고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강호의 무공 서열은 다시 매겨져야 할 판이었다. 이기어검! 바로 현경의 경지를 나타내는 기준이었는데 현 정도무림에 이와 같은 경지는 오로지 무림맹주 정천무황 외에는 없었다.


그러니 이 싸움을 지켜보는 자들의 마음에는 피아를 떠나 한 무인의 성취에 대한 존경심이 자리하는 것은 당연했다. 마교주는 점점 더 심후한 내력으로 마황을 현세 시켰으나 그 악마의 형상을 띤 도강은 번번히 위청천의 검강에 부서지고 있었다.


사천휘는 자신이 나서기만 하면 확실히 모두를 제압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단지 검에 미친 자라는 검치라는 별호를 가진 일개 무인이 이런 엄청난 무위를 보이자 기가 막혔다. 부교주 염라수라가 위청천에게 당했다고 했을 때도 자신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위청천은 사천휘의 예상을 확실히 넘는 그것도 전혀 겪어보지 못한 무공으로 자신의 도를 막는 것을 보니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퇴고하면서 다시 올린 부분이 거의 다시 채워져가고 있네요^*^

새 연재분을 기다리시는 분들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사.....ㅎㅎ

다른 글과 연결되어야 하겠기에

피치 못할 사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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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새로운 파국(破局) - 2화 +10 13.12.01 11,269 364 11쪽
86 새로운 파국(破局) - 1화 +12 13.11.29 11,577 294 12쪽
85 서문 세가 - 2화 +12 13.11.27 11,335 331 11쪽
84 서문 세가 - 1화 +10 13.11.25 11,218 382 11쪽
83 새로운 도약 - 2화 +9 13.11.23 11,650 373 11쪽
82 새로운 도약 - 1화 +10 13.11.22 11,274 339 11쪽
81 81. 불타는 십만대산 - 새연재분 포함^^ +9 13.11.21 11,828 375 22쪽
» 80. 이황 (二皇) +4 13.11.21 10,428 242 22쪽
79 79. 역습(逆襲) +3 13.11.21 9,519 217 23쪽
78 78. 나 위상유가 왔다 +4 13.11.21 10,173 241 22쪽
77 77. 금선탈각지계 +1 13.11.21 10,097 210 23쪽
76 76. 문주의 귀환 +5 13.11.21 10,437 206 24쪽
75 75. 검치 위청천 +4 13.11.20 10,459 231 22쪽
74 74. 천애곡 +6 13.11.20 10,396 220 22쪽
73 73. 사도옥 +5 13.11.19 9,983 231 22쪽
72 72. 당서화 +4 13.11.19 11,220 275 23쪽
71 71. 조화선(調和扇) +6 13.11.18 11,440 261 23쪽
70 70. 삶의 무게- 여기부터 리메이크. +6 13.11.18 11,405 291 21쪽
69 69. 응징(膺懲) - 4화 +28 13.10.07 15,965 471 11쪽
68 68. 응징(膺懲) - 3화 +15 13.10.06 15,668 474 11쪽
67 67. 응징(膺懲) - 2화 +15 13.10.06 15,287 462 11쪽
66 66. 응징(膺懲) - 1화 +19 13.10.05 16,211 475 12쪽
65 65. 동맹과 배신 - 4화 +19 13.10.04 16,550 437 11쪽
64 64. 동맹과 배신 - 3화 +27 13.10.03 16,030 480 13쪽
63 63. 동맹과 배신 - 2화 +15 13.10.03 16,985 489 15쪽
62 62. 동맹과 배신 - 1화 +19 13.10.02 16,377 484 13쪽
61 61. 혈마교(血魔敎) - 4화 +21 13.10.02 16,868 470 12쪽
60 60. 혈마교(血魔敎) - 3화 +20 13.10.01 17,137 493 12쪽
59 59. 혈마교(血魔敎) - 2화 +25 13.10.01 16,785 490 13쪽
58 58. 혈마교(血魔敎) - 1화 +19 13.09.30 17,233 496 13쪽
57 57. 전장(戰場)속으로 - 4화 +19 13.09.30 19,535 574 13쪽
56 56. 전장(戰場)속으로 - 3화 +30 13.09.30 17,462 497 13쪽
55 55. 전장(戰場)속으로 - 2화 +14 13.09.29 18,603 475 13쪽
54 54. 전장(戰場)속으로 - 1화 +18 13.09.29 18,259 498 14쪽
53 53. 반가운 만남 - 3화 +19 13.09.28 18,531 508 13쪽
52 52. 반가운 만남 - 2화 +18 13.09.28 17,121 513 11쪽
51 51. 반가운 만남 - 1화 +16 13.09.27 18,820 488 14쪽
50 50. 폭풍 전야 - 3화 +11 13.09.27 17,865 504 13쪽
49 49. 폭풍 전야 - 2화 +19 13.09.26 19,034 507 11쪽
48 48. 폭풍 전야 - 1화 +24 13.09.26 20,606 496 14쪽
47 47. 몽월문 날다 - 3화 +25 13.09.26 18,996 524 16쪽
46 46. 몽월문 날다 - 2화 +21 13.09.25 19,121 551 13쪽
45 45. 몽월문 날다 - 1화 +24 13.09.25 19,044 545 15쪽
44 44. 천면신투(千面神偸) - 4화 +15 13.09.25 20,716 598 27쪽
43 43. 천면신투(千面神偸) - 3화 +14 13.09.25 19,871 488 12쪽
42 42. 천면신투(千面神偸) - 2화 +27 13.09.24 21,310 567 11쪽
41 41. 천면신투(千面神偸) - 1화 +15 13.09.24 21,738 563 16쪽
40 40. 빨간 완장 - 4화 +19 13.09.24 21,978 686 15쪽
39 39. 빨간 완장 - 3화 +18 13.09.23 21,585 593 12쪽
38 38. 빨간 완장 - 2화 +24 13.09.23 20,201 637 12쪽
37 37. 빨간 완장 - 1화 +14 13.09.23 22,415 614 14쪽
36 36. 무림맹(武林盟) - 4화 +20 13.09.22 19,933 575 12쪽
35 35. 무림맹(武林盟) - 3화 +22 13.09.22 19,457 549 12쪽
34 34. 무림맹(武林盟) - 2화 +12 13.09.21 20,875 571 13쪽
33 33. 무림맹(武林盟) - 1화 +24 13.09.21 21,450 601 17쪽
32 32. 아! 몽월문(夢月門) - 5화 +18 13.09.21 20,290 635 14쪽
31 31. 아! 몽월문(夢月門) - 4화 +18 13.09.20 21,664 625 15쪽
30 30. 아! 몽월문(夢月門) - 3화 +16 13.09.20 22,883 611 12쪽
29 29. 아! 몽월문(夢月門) - 2화 +14 13.09.19 23,192 617 12쪽
28 28. 아! 몽월문(夢月門) - 1화 +16 13.09.18 24,838 637 16쪽
27 27. 몽월도(夢月島) - 4화 +19 13.09.18 21,799 586 13쪽
26 26. 몽월도(夢月島) - 3화 +14 13.09.17 22,822 729 15쪽
25 25. 몽월도(夢月島) - 2화 +13 13.09.17 23,854 625 14쪽
24 24. 몽월도(夢月島) - 1화 +18 13.09.16 24,478 648 12쪽
23 23. 불타는 혈사장 - 3화 +17 13.09.16 27,534 710 15쪽
22 22. 불타는 혈사장 - 2화 +12 13.09.16 25,898 742 12쪽
21 21. 불타는 혈사장 - 1화 +16 13.09.15 26,172 733 12쪽
20 20. 환희문 - 4화 +23 13.09.14 25,329 663 13쪽
19 19. 환희문 - 3화 +11 13.09.14 27,113 714 13쪽
18 18. 환희문 - 2화 +14 13.09.13 27,685 725 11쪽
17 17. 환희문 - 1화 +8 13.09.13 27,075 699 12쪽
16 16. 나의 밥, 혈문 - 2화 +24 13.09.13 28,552 867 12쪽
15 15. 나의 밥, 혈문 - 1화 +11 13.09.12 29,346 777 11쪽
14 14. 강호 출도 - 3화 +16 13.09.12 31,135 796 12쪽
13 13. 강호 출도 - 2화 +17 13.09.12 27,904 816 12쪽
12 12. 강호 출도 - 1화 +22 13.09.11 26,199 764 12쪽
11 11. 파락공자(擺落公子) - 3화 +23 13.09.11 25,636 779 11쪽
10 10. 파락공자(擺落公子) - 2화 +14 13.09.11 27,426 817 12쪽
9 9. 파락공자(擺落公子) - 1화 +18 13.09.10 27,367 778 12쪽
8 8. 성장의 아픔 - 3화 +22 13.09.10 26,001 736 12쪽
7 7. 성장의 아픔 - 2화 +14 13.09.09 26,675 724 11쪽
6 6. 성장의 아픔 - 1화 +17 13.09.08 30,128 796 11쪽
5 5. 아미산은 나의 천국 - 3화 +21 13.09.07 30,804 807 12쪽
4 4. 아미산은 나의 천국 - 2화 +13 13.09.07 29,937 797 12쪽
3 3. 아미산은 나의 천국 - 1화 +25 13.09.07 29,294 728 12쪽
2 2. 진짜 크네요? - 2화 +16 13.09.07 33,475 800 12쪽
1 1. 진짜 크네요? - 1화 +21 13.09.07 44,026 7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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