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응징(膺懲) -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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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화살과 같은 강기가 그대로 남천마왕의 전면으로 다가서자 상대도 신형을 솟구치며 도강을 만들어 맞서왔다. 채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다시 격돌이 일어나자 주변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폭풍이 불어 닥친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앞이 가려져 일순 전투가 멈췄으나 인간처럼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 생기로 적들을 감지하는 호강단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흙먼지 속에서 호강단의 공격을 받은 마교 단주들과 대주들이 쓰러지는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미 전세는 확연히 기울어 거의 일방적인 도살이 되고 있었다. 양측이 동일한 조건에서 격돌을 했다면 병력의 수는 무림연합군이 많지만 전체적인 무공의 수준은 마교의 전단들이 다소 높아서 팽팽한 접전 이었을 것이다.
적들의 패인은 삶을 도외시하는 호강단의 난전이 적들을 전술적으로 싸우게 하는데 큰 장애가 되었다는 것과 수뇌부가 요소요소에서 전황에 따라 적절한 지휘를 해야 했는데, 수뇌부가 상유의 공격에 발이 묶여 꼼짝도 못한 것이었다. 먼지 속에서 피아 식별이 어려워지자 남천마왕은 아예 뒤로 멀리 물러났다.
먼지가 걷힌 삼청궁의 뜰에 살아서 서 있는 마교 수뇌부 인물은 단지 여섯 명 뿐이었다. 주위를 둘러 본 사도진은 분노에 치를 떨면서 진기를 가득 담아 상유에게 소리쳤다.
“일단 싸움을 멈추고 일대일 대결을 원한다!”
이에 상유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음을 가득 담아 장내의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소리를 쳤다.
“이런, 이런 쓰레기보다도 못한 놈! 아미산에서도 꼬랑지를 말고 도망을 치더니 이제 다 죽게 생겼으니 일대일 대결을 하자? 차라리 항복을 해라!”
“뭐라고? 이, 이... 일대일 대결에서 진다면 항복을 하겠다!”
“그래? 좋다. 모두 싸움을 멈춰라!”
상유의 사자후가 터지자 청성파 전역에서 벌어지던 싸움이 일제히 멈추었다. 살아남은 마교 무사들은 삼청궁의 뒤로 빠져 도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적들은 태반이 죽었는지 도열한 무사의 수는 칠백 명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온전한 자가 별로 없었다. 무림연합군도 피해는 상당했지만 마교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무림 연합군도 청성파의 전면과 좌우측을 장악하고 정열을 한 후 지휘부가 모여 들었다. 나희와 무상 그리고 석대선생, 남해어옹, 생사집혼, 무영추혼 몽월문의 장로들은 모두 무사했다. 그리고 독심귀의 태상도 무사히 무맹 감찰대를 점검하고 있었고 청성파의 문주와 장로들, 당문과 아미파의 이화대주 소해린 그녀도 무사했다.
두 세력이 대치한 가운데 상유와 사도진이 앞으로 나섰다. 상유가 져도 무림연합군은 항복할 이유가 없지만 사도진은 패배를 하면 항복하겠다고 천명 하였다. 어차피 이대로 싸움이 계속된다면 삼 면이 포위당한 상황에서 산정으로 퇴각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적들에게 너무 쉬운 추격을 허락하는 것이라 결국 자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둘이 오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혈문주 생사혈왕과의 팽팽한 대결로 이미 명성을 얻은 신흥고수 사도진과 정파의 떠오르는 신성 위상유의 결전에 주변에 모인 삼천여 명의 시선이 모여 들었다.
“난 흑천마황 사천휘 마교주의 삼제자 사도진이다. 그대가 몽월문주인가?”
“...인가? 버르장머리 없는 놈! 네 애비가 일문의 지존에게 그리 말하라고 가르치더냐?”
“뭐! 뭐라고? 이런...”
일부러 상대를 도발하여 마음을 흩트려 놓으려는 상유의 수작이었으나 사도진은 다소 당황은 했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상유는 웃으면서
“제법 수양을 많이 했구나. 마교 놈들은 인간성들이 글러 먹어서 조금만 도발을 해도 난리를 피더구만. 하하하”
사도진은 이제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도를 들어 상단세를 취하며 진기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도에는 붉은 색의 강기가 피어나며 도를 감싸기 시작했다. 상유도 말을 하면서도 이미 진기를 모으는 중이었다. 이제 무당이 적도들로 확인이 되었으니 상유가 구성의 경지에 이른 태청풍뢰검을 써도 뭐라 할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상대는 결코 쉽지 않은 화경의 고수이다. 이런 고수와 직접적인 싸움은 처음이었다. 결코 방심할 상대가 아닌 것이다. 사도진이 도를 천천히 내리 그었다. 그 느린 도의 움직임에서 살며시 피어난 도강이 상유를 향해 날아오는 데 처음에는 아지랑이 같던 도강이 점점 빨라지면서 커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지렁이 같더니 붉은 뱀 같은 모양으로 그리고는 구렁이처럼 성장한 기운이 순식간에 상유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 같았다.
상유의 소청검도 움직였다. 사도진처럼 천천히 우상에서 좌하로 그어졌다. 그러자 전면에 시퍼런 번개가 작렬하기 시작했다. 상유의 앞에서 시작된 뇌전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빛을 뿌렸다. 그리고는 달려들던 구렁이의 몸통에 그대로 떨어졌다. 순간 구렁이의 몸통이 산산이 갈라지며 도강이 깨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청풍뢰검법?”
뒤에서 격돌을 지켜보던 청성파 장문인의 입에서 상유가 펼치는 검법의 명칭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주변에서 이 놀라운 화경의 고수들의 격돌을 넋을 잃고 쳐다보던 사람들의 정신을 깨웠다. 아니 태청풍뢰검법은 무당의 비전 검법이 아닌가! 그것도 무림 오대 검법 안에 속하는 검법이다. 그것이 몽월문주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알 수 없는 의혹과 더불어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미 무당이 적의 앞잡이로 돌변한 상황에서 그나마 무당의 정기가 담긴 검법을 정파를 대표하는 몽월문주가 펼친다는 것이 이채로운 흥분을 주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아앙!”
두 번째 격돌이 일어났다. 역시 도강과 검강의 격돌이었다.
둘은 어느새 뒤로 일장 씩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의 힘에 비슷하게 밀리고 있는 것이다. 화경의 고수에게 이 정도의 거리란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다. 서로 어느 정도 상대의 무공을 확인하자 이제 자신의 최고 무공들을 꺼내야 했다. 사도진이 여태 펼친 천마적룡도법은 육성의 경지였다.
그래서 용이 아닌 뱀과 구렁이의 모습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상대가 어렵지 않게 막아 내자 자신이 익힌 검법 중 가장 자신이 있고 성취가 높은 흑천마라도법을 준비했다. 상유도 태청풍뢰검법의 전 오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후 오식을 준비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검을 천단세로 높이 치켜들었다. 사도진의 도 끝에서 검은 색의 도기가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검은 기운은 삽시간에 사도진의 주변을 가리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사도진의 도에서 검은 강기가 솟구치더니 검은 기운을 몰고서는 상유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사도진이 최대한 펼칠 수 있는 흑천마라도법의 십성의 경지였다.
상유 역시 치켜 든 검에서도 뇌성이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구름 속에서 끌어 온 듯한 뇌기가 바람을 몰고 왔다. 상유의 주변에는 거센 바람이 불어 십 장 뒤에 있던 사람들은 부는 바람에 뒤로 밀리기까지 했다. 소청검이 그대로 앞으로 내려지며 검 끝이 사도진을 향하자 하늘에서 떨어지던 뇌기가 번개가 되어 사도진의 도기를 향해 폭사되었다.
한 줄기가 아니었다. 떨어졌다 싶은 순간 뒤를 이어 계속 뇌기가 순차적으로 검은 기운들을 부수고 점점 더 사도진의 근처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사도진의 도기는 벼락을 맞으며 흩어지더니 결국 벼락이 사도진의 도에 떨어졌다. ‘번쩍’하는 벼락이 사도진의 몸에 뇌기를 폭사시킨 순간 주위는 눈이 부셔서 볼 수 없을 빛이 터지고 그 후에는 일순 어두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뇌기에 휩싸인 사도진은 심하게 몸을 떨더니 결국 도를 떨어뜨렸다. 그의 몸은 정말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옷은 시꺼멓게 타 버렸다. 머리는 산발이 되어 흩어져 버리고 몸에서는 허연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털썩!’
사도진은 신형이 무너지며 무릎이 꿇려졌다. 그의 동공은 제자리를 잃었는지 눈동자는 하얗게 돌아가 있었다. 명백한 승패가 갈리자 무림연합군의 함성이 청성산이 떠나가라 울렸다.
“몽월문주 만세!”
“무림맹 만세!”
“파락공자 만세!”
상유의 오른손이 들리자 함성은 곧 잦아들었다. 상유의 시선은 남천마왕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다음 행동을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사도진의 말처럼 항복할 것인가? 그런 상유의 시선을 그대로 받고 있는 남천마왕은 머뭇거리더니 일순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손호각을 크게 불었다. 그것은 결코 항복하는 자의 몸짓이 아니다.
사도진이 천명한 항복명령은 마교도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차라리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음 지휘자인 남천마왕은 퇴각을 명한 것이다. 그것을 재빨리 눈치 챈 상유는 빠르게 소리쳤다.
“적들을 격살하라! 놈들이 퇴각한다. 끝까지 추격하여 격살하라!”
상유의 명령에 따라 무림연합군의 공격이 일제히 산정을 향해 도망치는 마교도들에게 시작되었다. 마인들은 처절한 생존의 퇴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각을 하던 마교의 병력들이 앞뒤로 엉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보이지 않던 호강단과 호월당의 무사들이 이미 그들의 퇴각로인 산정의 양 옆에 매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이럴 것을 예상한 상유의 조치였다. 이젠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는데다가 사도진이 무참하게 패배한 것을 본 마교의 무사들은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특히나 흑천대는 마교가 자랑하는 특수 무인 집단임에도 그들은 갈피를 못 잡고 죽어 나갔다. 그나마 숨어 있던 비천혈마가 혼란을 틈 타 사도진을 업고 달아난 것이 마교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이미 해는 중천에 높았다. 청성산의 전투는 양측 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내며 끝이 났다. 퇴각에 성공한 마교도들은 백 명도 되지 않았으니 마교 무사들의 시신만도 모아 놓으니 작은 산을 이뤘다. 그들의 시신을 화장시켰는데 시신이 다 타는데 걸린 시간만도 사흘이었으니 그 매캐한 시체 태우는 냄새가 사방 이백 리를 넘어섰다고 한다. 무림연합군도 그 절반이긴 하지만 거의 칠백 명의 무인이 죽었다.
- 작가의말
퇴고한 것을 다시 올리기는 했는데...
오탈자가 걱정이네요^*^ 2013.12.1.
70화부터 81화는 퇴고후 다시 일괄적으로 올린 것입니다.
조횟수가 모두 7천이상이었던 것인데......ㅠ.ㅠ
다시 올리며 다시 시작하니 아깝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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