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세트라티 : 출정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왕과 공주 그리고 시중들이 나타났다.
공주의 표정은 왠지 매우 어두워 보였다.
왕이 자리에 앉자 주위를 둘러 보며 말을 시작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을 할 것이다··· 지금 그 곳은 우리를 배신하고 약탈했으며 굶주리게 했던 자들이 우리의 집과 농장과 삶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다··· 여기 있는 자들 중에 두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들은 지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
왕은 말을 끊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오늘 당한 공격으로 전의에 불타고 있었으며 더이상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노인과 아이 그리고 여자를 제외한 성인 남성 전체일 것이다.
“아드리안··· 지금 우리가 성을 공격한다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뭔가···”
왕이 아드리안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드리안이 왕의 앞까지 나와 서서 말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 안까지 들어가는 것입니다··· 저희는 지금 수 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공성전을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성 안으로 들어가는 데에 피해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번 달에 우리가 침입했던 비밀 출입구는 어떻게 되었나?”
왕의 옆에 서 있던 나이든 시중이 물었다.
“그건 저희의 침입이 있은 후로 폐쇄 되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아드리안의 보고에 왕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성으로 들어 갈 수있는 문이 더 이상 없는 건가요?”
보다 못해 은율이 아드리안에게 물었다.
“성에는 밖과 통할 수 있는 문이 앞과 뒤에 철로 만들어진 게 하나씩 있고, 비밀 문은 이미 폐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없습니다···”
“그럼 성 벽의 높이는 얼마나 되나요?”
은율은 성벽을 넘어 간다는 것이 공성전을 뜻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성에 대한 모든 걸 알아야 어떻게든 방법이 생각 날 듯 하여 조목조목 물었다.
“음··· 대략 사람 키의 세 배정도 될 것 같습니다···”
아드리안이 말을 마치자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아 중앙 광장은 적막에 휩싸였다.
그러다 무리 속에 있던 한 병사가 말했다.
“저기··· 성 오른편에 사람이 드나 들 수 있는 배수로가 하나 있긴 합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그 병사에게 집중되었다.
“그런데··· 거기도 쇠창살로 막혀 있기는 합니다···”
그 병사는 기어들어가는 말로 말했다.
“맞아요··· 그런 배수 구멍이 있기는 합니다만 굵은 쇠창살로 막혀 있어서 그걸 잘라내지 않는 이상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아드리안이 그 병사의 말에 보태어 설명을 했다.
“쇠창살 굵기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은율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드리안에게 물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대략 손가락 두 개 정도 굵기일 겁니다···”
그 말에 은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자신감에 찬 듯 모두에게 말했다.
“그럼 거기는 제가 뚫어 보겠습니다··· 잠깐만 시간을 주시면 그 쇠창살을 뚫고 그 성에 있는 괴물들을 혼란스럽게 할 도구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차팀장은 은율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쩌려고 그러냐는 듯한 몸짓을 했다.
은율은 그런 차팀장에게 미소를 띄우며 고개로 정우를 가리켰다.
지목을 당한 정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은율을 바라봤다.
“그럼 아드리안··· 너는 병사 몇을 이끌고 성 앞으로 먼저 가서 성의 상태를 우선 파악하고 있어라··· 우리는 준비가 되는 대로 출발하여 합류 할 것이다···”
왕이 명령을 내리자 아드리안은 무릎을 꿇고 예를 표한 뒤 병사 둘과 성을 향해 출발했다.
“한실장님··· 실장님은 여기 병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총을 나눠 주시고 은으로 만든 실탄을 넉넉히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우리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대기해 주세요··· 금방 끝날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한실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뭐··· 쇼핑몰에 있는 걸로다 해결 해야죠···”
은율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염려하지 말라는 표현을 했다.
숙소로 돌아 온 차팀장은 윤이사의 상태부터 살폈다.
윤이사의 심박수는 여전히 0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니터링 룸에는 연락 했어요?”
“네··· 연락은 했는데··· 반응을 하려면 이 안에선 한참 걸릴거예요···”
“그러겠네요··· 장대표님은 상태가 어떠세요?”
“HP, SP 둘 다 채워는 놨고··· 심박수나 혈압들도 다 정상이세요···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깨어나실 거예요···”
은율도 차팀장과 함께 윤이사와 장대표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그나저나 어쩌려고 그래요? 저 사람들 목숨이 걸린 일인데··· 잘 생각해 보고 한 말 맞죠?”
차팀장은 걱정 반, 타박 반을 섞어 은율에게 물었다.
“글쎄요··· 전 정우만 믿고 있는데요···”
은율의 말에 차팀장의 손이 또 은율의 등짝을 향했다.
“아~ 참··· 차팀장님··· 이래봤자 아프지는 않고 SP만 닳아요··· 그리고··· 정우는 알아서 눈치 것 잘 하고 있잖아요···”
은율이 자신의 등짝으로 향하던 차팀장의 손을 잡고서는 정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우는 숙소에 돌아오자 마자 은율이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모니터를 열어 뭔가를 찾고 있었다.
“대표님··· 수동 쇠톱은 많이 있기는 한데··· 쇠창살을 자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전동 금속 절단기라고 있는데··· 이건 전기를 꼽아야 해요···”
정우의 말에 은율은 차팀장에게 거 보라는 듯 표정을 짓고 정우가 보고 있는 모니터로 향했다.
“밧데리로 동작을 하는게 있을거야 아마···”
“음··· 이거 어떠세요?”
정우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쇠톱이 너무 얇은데··· 다른 건 없니?”
“잠시만요··· 이거··· 이건 쇠톱이 이 좀 크네요···”
정우가 찾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괜찮네··· 어때 금방 만들 수 있을까?”
“이젠 하도 많이 하다보니 금방 만들 수 있게 따로 배치 프로그램을 만들어 놨어요··· 한 10분 정도 걸릴 거예요···”
정우의 말에 은율은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런데 대표님··· 이거 사용하면 엄청 시끄러울텐데··· 아마 성 안에 괴물들 다 깨울텐데요··· 괜찮겠어요?”
“그러게 나도 이런거 몇 번 봤는데··· 엄청 시끄럽던데··· 성 안에다 ‘나 여기 왔소’ 하며 초인종 누르는 거나 다름없겠는데요?”
차팀장도 걱정하며 거들었다.
“음··· 다 작전이 있지··· 정우야··· 그거 다 만들거든 이것도 좀 만들어 주라··· 성능 좋은 걸로다···”
은율은 씨익 웃으며 정우의 모니터 검색창에 뭔가를 쳐 놓고는 말했다.
총을 지급 받은 사람들은 각자의 총에 불꽃을 내는 총알과 은으로 만들어진 총알 두가지를 지급 받았다.
한실장은 잠깐이라도 짬이 날 때 훈련을 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훈련장으로 향했다.
‘한실장님··· 들리시나요?’
은율의 목소리가 머리 안에서 들렸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거기 있는 일반인 분들 중에 성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지 확인 한 번 부탁해요···’
은율의 부탁에 한실장은 모여 있는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혹시 여기 계신 분 중에서 성 문을 열어 보신 적이 있거나 여는 방법을 알고 계신 분이 있나요?”
한실장의 질문에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대답응 하지 못했다.
그러다 한 사람이 주저하며 말했다.
“성의 문은 주로 병사들이 관리를 했어요··· 그래서 백성들은 문을 열 줄 아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 사람의 말에 한실장은 그대로 은율에게 전달했다.
‘그래요? 이건 좀 문제네··· 알았어요··· 일단 이 문제는 성에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하죠···’
‘네··· 그 쪽 일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한실장도 초조했는 지 은율에게 상황을 물었다.
‘네··· 잘 진행되고는 있는데··· 그 쪽에 있는 사람들의 사기가 좀 걸리네요··· 싸움을 해 본 적들이 없던 사람들인데··· 중요한 일을 맡아야 하는데···’
은율의 걱정스런 표정이 한실장에게 까지 보이는 듯 했다.
‘다들 성 안의 괴물들에게 원한이 많았던 사람들이라··· 그리고 새로운 무기를 보고는 사기가 많이 올라갔어요··· 이번에는 다들 성을 꼭 되찾자는 말을 하네요···’
‘그럼 다행이네요··· 제가 출발할 때 생각하고 있던 작전을 설명해 줄께요··· 준비 잘 시켜 주세요···’
은율은 한실장에게 당부를 하고 연락을 끊었다.
한실장은 무슨 작전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의 역할이 크다는 말에 사람들을 한 번 둘러 보았다.
다행히 다들 열심히 사격 연습을 하며 다가 올 싸움에 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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