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타린 : 두 번째 공격
“그럼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하죠?”
윤이사가 은율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새로운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한 번의 승리로 괴물 모두를 물리친 것처럼 방심하고 있는 마음을 바로 잡는 게 먼저 필요합니다. “
은율의 말을 듣고 성주는 살짝 짜증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자네가 말한 것처럼 톨렌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네.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쳐들어 왔던 괴물들의 옷차림을 봤을 때 병사로 보이는 것들도 상당히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톨렌은 이 괴물들을 막아내지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곳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남아 있었다면 이렇게 대규모로 저희 성 쪽으로 향하진 않았을 거예요. “
이렇게 은율의 긴 설명에 아무도 반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두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엔 손도 대지 못한 채로 적막 속에 있었다.
그 때 은율의 머리 속에 한실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대표님. 여기로 다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빨리요!!’
한실장의 목소리를 들은 은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모두 깜짝 놀라며 은율을 쳐다 보았다.
“성 벽에 다시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요. “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은율의 갑작스런 행동에 성주가 영문도 모른 채 뭔가 말을 하려 했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나팔 소리에 할 말을 거두고 말았다.
“뿌우우~웅 뿌우우~웅”
“그것들이 정말로 다시 나타난 거 아냐? 박대표?”
나팔 소리에 놀란 장대표가 갈 채비를 하는 은율에게 물었다.
“일단 가 봐야 알 것 같아요. 차팀장님, 그리고 정우야 만일을 대비해서 그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줘··· 난 최선을 다해 시간을 벌고 있을테니까··· 알았지?”
이렇게 말하고 은율은 월터 경과 함께 성 벽으로 떠났다.
성 벽에 도착한 은율은 한실장을 찾았다.
한실장은 성 벽 위에 있는 병사들과 함께 신너를 성 벽 아래로 뿌리고 있었다.
“한실장님. 어떻게 된 거에요?”
한실장을 보자마자 은율이 물었다.
“저 쪽에 흙먼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숲 쪽으로 들어 간 것 같구요. “
한실장이 톨렌 성 방향 숲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실장의 말을 들은 은율은 성 밖에 있는 타고 있는 불을 바라 보았다.
“아직 불이 있네요. “
“얼마 버티지 못할거예요. 아까 성 안으로 가실 때 보다 규모가 상당히 줄었어요. “
한실장이 모아 놓은 신너를 나르며 말을 이었다.
“신너도 더 필요하겠네요. 월터 경님. 병사들을 저희가 묵던 방에 좀 보내 주시겠어요? 거기에 이 물이 더 있을거에요. “
은율의 부탁을 받은 월터 경은 성 벽 아래에 대기 중이던 시중을 불렀다.
은율도 정우에게 신너를 더 준비해 달라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한실장님. 아까 보신 괴물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였나요?”
“글쎄요. 잘은 몰라도 오전에 왔던 것보다는 많아 보였습니다. “
은율은 성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계속 성 밖 마을 쪽을 응시했다.
“여기 성문 쪽은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자칫 성문에 불이라도 붙게되면 성문이 뚫릴 수도 있으니까···”
월터 경도 알았다는 듯 신너를 뿌리고 있는 병사들에게 지시를 했다.
그 때 갑자기 성문이 열리며 몇 몇 사람들이 타고 있는 불길을 향해 달렸다.
안토니를 비롯한 성 안 쪽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장작더미를 짊어진 채 다리를 향해 달려간 뒤 꺼져가는 불길에 힘을 보탰다.
은율은 그들이 걱정스러웠던 지 연신 성 밖 마을 쪽을 바라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성 안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얼마간의 시간을 더 벌 수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길이 사그라 들 것이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성 벽 위에서 뿌리는 신너도 별도로 탈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금방 꺼져 버리기에 오래 버틸 수는 없을것이다.
이 때 신너를 뿌리던 한실장이 은율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박대표님. 그것들이 몰려 옵니다!!”
한실장의 외침을 들은 은율은 마을 쪽을 바라봤다.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는 지 수많은 괴물들이 성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안토니!! 어서 사람들을 성 안으로 대피시키세요.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은율은 장작을 나르고 있는 안토니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은율의 목소리를 들은 안토니는 들고 있던 장작을 내 던지고 사람들을 성 안 쪽으로 빠르게 대피 시켰다.
사람들이 다 대피하자 성문은 또 굳게 닫아 걸렸다.
괴물들은 다리 건너 편에서 아직도 타고 있는 불 앞에 하나 둘 모여들었다.
다행히도 불 앞에서 서성일 뿐 그 곳을 통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곳에 모인 괴물의 수는 처음 공격했던 수의 두 배 이상은 되어 보였다.
“대표님! 저기 뒤에 마을 입구 쪽 좀 보세요!!”
한실장이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외쳤다.
검은 색 말을 타고 있던 사람이었다.
역시 괴물들과 연관이 있었던 듯 했다.
마치 괴물들을 진두 지휘라도 하는 듯 그들의 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만일 저 사람이 좀비들과 관련이 있다면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은율이 말을 탄 자와 좀비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들에게 명령체계가 생긴다면 여러 모로 저희의 작전이 잘 먹히지 않을 거예요···”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은율이 말했다.
다리 앞에 모인 괴물들은 성 쪽을 향해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서성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좀비 하나가 불 속을 돌파라도 하려는 듯 불을 향해 뛰어 들었다.
성 벽 위에는 일순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괴물은 채 다리 위를 지나가기도 전에 휩싸인 불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더 이상 그런 돌파는 없었다.
은율을 포함한 성 벽 위의 사람들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차팀장은 당췌 자리에 앉아 있지를 못했다.
방 안 여기저기를 빙빙 돌며 뭔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좀비의 약점은 불, 물··· 그리고··· 뭐가 있지?”
손으로 머리를 톡톡 치면서 생각을 짜내려고 하고 있었다.
“음··· 영화에서 보면···어··· 아! 햇빛!! 그쵸 이사님. 좀비는 햇빛을 무서워 하네···영화에서 보면 낮에는 어두컴컴한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야만 슬슬 기어나오잖아요?”
차팀장은 윤이사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려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여기는 항상 낮인데? 밤엔 시스템이 멈추고···”
윤이사의 이 한마디에 차팀장은 실망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 맞네··· 아까도 벌건 대낮에 씩씩하게 쳐들어 왔었지··· 그럼 도대체 어떻게 죽여야 하나?”
차팀장도 이제 한계가 왔는 지 장대표와 정우를 번갈아 쳐다 보았다.
“나도 차팀장 생각하는 것 정도 밖에는 없지 뭐··· “
장대표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자 차팀장은 체념한 듯 정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우도 차팀장과 눈이 마주치자 무안한 듯 시선을 천정으로 확 돌려 버렸다.
그러자 차팀장은 장대표와 정우를 번갈아 쏘아 보면서 말했다.
“누구는 지금··· 어···우글거리는 좀비들과 답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데··· 생각들 좀 해봐요···들!”
그러자 시선을 천정으로 둔 채로 정우가 입을 열었다.
“하나 있긴 한데···”
정우의 말에 화색이 돈 듯 차팀장이 물었다.
“뭐?”
“전기요···”
“전기?”
차팀장이 되 물었다.
“네 어제 저희 좀비 처음 만났을 때요··· 그때 제가 좀비에게 제 마법막대기로 전기를 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바로 기절해 버리던데요?”
“맞다. 그랬네··· 내가 바로 옆에서 봤잖아··· 그래서 안토니가 물리지 않고 바로 죽여 버렸잖아요···”
장대표도 어제의 일을 기억해 내고 덩달아 좋아했다.
“근데 전기를 어디서 구해? 여기 벽에 콘센트도 없는데?”
차팀장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러니까요···”
정우가 다시 풀이 죽은 듯 말을 흐렸다.
“맞다. 발전기! 쇼핑몰에 휴대용 발전기 팔텐데?”
장대표가 외쳤다.
장대표의 말에 정우가 쏜살같이 쇼핑몰에서 검색을 했다.
차팀장도 어느샌가 정우 옆으로 다가와 머리를 맞대고 화면을 쳐다 보았다.
분명히 있었다. 캠핑이나 야외에서 전기를 사용 할 수 있도록 판매되고 있는 간이용 발전기였다.
차팀장은 순간 만세를 불렀다.
마치 좀비들을 몰살시키는 방법을 찾아낸 듯 기뻐했다.
“그런데···”
윤이사가 기뻐하고 있는 차팀장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그거 휘발유가 있어야 동작 할꺼야 아마. 그리고 만약 전기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그걸로 어떻게 좀비한테 통하게 하려구? 가까이 가지 않으면 어려울텐데?”
윤이사의 말은 찬물이 되어 차팀장에게 끼얹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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