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안에서 3만년을 살 수 있다니 : 에덴 더 비기닝

Ep 3. 라드가니아 : 인간과 엘프

“지금 동쪽 방향에서 오크들이 이 쪽으로 병사를 일으켜 쳐들어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동쪽 방향에 있던 드워프의 척후병들이 연기를 피웠거든요··· 그리고 드워프는 그 오크들이 엘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실장이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나서 티알렌을 쳐다 보았다.

“그건 사실이 아니오··· 우리는 오크와 전혀 관련이 없소··· 우리야 말로 오크들을 끔찍히도 싫어 하는 종족이란 말이오···”

티알렌은 펄쩍 뛰며 한실장에게 강하게 거부를 하였다.

“아니 너네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시간에 딱 맞추어 오크가 우리를 향해 쳐들어 오냔 말이야··· 너희들하고 사전에 뭔가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절대 그럴 수가 없잖아···”

“아··· 잠시만요··· 티알렌,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그런 전략을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은율이 퓨멀을 말리며 티알렌에게 거꾸로 물었다.

“아니오··· 절대 그럴 수 없소··· 난 다리우스 사령관을 최 측근에서 모시고 있는 참모 장교요··· 내가 모르는 작전은 절대 있을 수 없소···”

티알렌은 답답한 듯이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

“그렇다면 엘프도 모르는 오크들이 이 쪽으로 온다는 말이군요···”

“아니야··· 절대 그럴리가 없어··· 지금 저 놈들에게 속고 있는 거라구··· “

은율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퓨멀은 펄펄 뛰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은율은 화가 나 흥분해 있는 퓨멀을 말리며 말했다.

“만일 엘프에서 만든 작전이 아니라면 이것은 엘프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티알렌은 지금 바로 사령실로 가서 이 사실을 사령관님께 알리시고 지금 계곡에서 농성 중인 병력을 숲으로 빼십시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계곡에 병력을 놔 두는 것이야 말로 오크들이 공격하기 가장 좋은 타겟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오크의 동태를 파악할 척후병을 보내 상황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소식을 빨리 사령관님께 알려야겠소···”

티알렌은 은율의 말에 수긍을 하며 떠날 채비를 하였다.

“퓨멀님··· 만일 엘프가 계곡에서 병력을 철수 한다면 이는 엘프와 오크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인정하시나요?”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우리 왕이 결정할 문제일 뿐이다···”

퓨멀은 한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네··· 그리고 제가 전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 대한 중요한 내용입니다··· 지금 저희를 전하께 안내해 주실 수 있을까요?”

“뭐··· 그건 어렵지 않지··· “

퓨멀의 말에 은율은 일행을 바라 보며 물었다.

“그럼 정우하고 장대표님은 엘프의 진영으로 저들과 함께 움직여 주세요··· 그리고 거기서 차팀장님을 잘 보살펴 주시고··· 그 쪽 상황을 저희에게 전달해 주세요···”

은율은 윤이사를 들것에 들어 옮기고 있는 엘프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대표님··· 제 지팡이가 지금 드워프의 성에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서 제 지팡이를 찾아야 합니다··· “

“아··· 맞다··· 성에 가서 할 일이란 것이 그거니?”

은율은 아까 정우가 은율은 쫓아 드워프의 성으로 가서 할 일이 있단 얘기가 생각이 났다.

“네··· 맞아요··· 그게 있어야··· 저희들이 싸우다가 SP가 소모되어도 충전 할 수 있고··· 저도 같이 싸울 수도 있어요···”

“그래 알았다··· 그럼 장대표님··· 장대표님이 혼자 저들과 같이 가 주셔야 하겠어요···”

“알았어요··· 어두컴컴한 드워프의 성보다는 엘프들과 같이 있는 것이 좀 더 낫겠지···.”

장대표의 말을 퓨멀이 들었는 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장대표를 쏘아 보았다.

그 모습을 본 한실장이 아무 말 없이 장대표에게 눈치를 주었다.

“자! 그럼 우리도 어서 성으로 출발을 하시죠···”

은율은 재빨리 시선을 옮기며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막에 갇힌 듯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된 차팀장은 점점 불안해 졌다.

아무리 은율이라고 해도 전쟁 중에 있는 두 종족을 설득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언제 그 인간의 왕이 용을 데리고 와서 공격을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차팀장의 불안감은 가시지가 않았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차팀장을 자신의 숙소로 데리고 온 트로넬라라는 엘프가 잔에 담긴 음료을 주며 말했다.

차팀장은 그녀의 말에 주저하며 잔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희 성에 있는 꽃으로 만든 차입니다··· 혼란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효능이 있죠··· “

이렇게 말하며 차팀장의 마음을 읽었는 지 잔에 있는 차를 조금 마셔 보였다.

“아··· 네···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이렇게 인간을 보는 것은 처음이예요··· 저는 이 전에 저희 엘프의 성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름다우시네요···”

그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니 차팀장은 정말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엘프라 그런 지 정말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 개발자 놈들··· 아무리 엘프라도 그렇지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예쁘게 만들어 놓으면 게임하는 여자 유저들은 기가 죽어 게임 할 맛이 나겠나··· 하여튼 마케팅을 몰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직도 많이 걱정이 되세요?”

“아니에요··· 이렇게 차를 마시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 지네요···”

차팀장도 최대한 예쁜 척을 하며 말했다.

“기다리기 지루하실테니 얘기나 해주세요··· 인간들의 세상 얘기···”

차팀장은 자신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며 얘기하는 트로넬라를 바라보며 참 예쁜 소녀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넬라님은 지금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요? 음··· 같은 계절을 몇 번이나 경험 했는지··· 뭐 그런거죠?”

트로넬라는 엘프라서 나이의 개념이 잘 없는 듯 했다.

“네··· 맞아요···.”

“글쎄요··· 추운 겨울을 한··· 300번 정도?”

트로넬라의 말에 차팀장은 말이 턱 막혔다.

자신 보다 10배는 더 많이 살아 온 그녀를 어린 소녀처럼 보다니, 더 이상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아··· 많이 사셨구나···”

“저희 성에 사는 엘프 중에는 어린 편에 속해요··· 그래서 저보다 오래 지내 온 다른 엘프들에게 많은 얘기들을 들었는데··· 이젠 너무 지루해져서요··· 거의 똑같은 얘기들이라···”

하긴 그럴만도 했다.

엘프 성에서 몇 백년을 살아 본들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테니··· 무슨 일이 재미가 있었을까···

차팀장은 그녀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럼 인간들의 세상 얘기 중 어떤 얘기를 해 드릴까요?”

“음··· 가족이요··· 인간들은 가족과 함께 한 집에서 산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가족에 대하여 말해 주세요···”

트로넬라의 말에 차팀장은 순간 당황했다.

인간 세상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를 이렇게 궁금해 할 지 몰랐다.

“아··· 가족이요··· 음··· 저희 가족은 부모님··· 그리고 오빠가 하나 있어요···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가 하나 있구요···”

“아~ 결혼··· 인간들은 다들 그렇게 결혼을 하나요?”

그녀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차팀장은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통증을 느꼈다.

그렇게 다들 결혼을 하는데··· 벌써 서른 여섯이 지난 자신은 그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 아~ 그렇게 다들 결혼을 하는 건 아니에요··· 하기 싫어서 안하는 사람도 있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럼··· 지현님은 결혼을 하셨어요?”

아니··· 이 여자가 자꾸 뼈를 때린다.

“아뇨··· 저는 아직 안했어요··· 일이 바빠서···”

“그럼 결혼 보다는 그 일이란 것이 더 좋은 건가요?”

차팀장도 그녀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이 좋아서 결혼을 안한 건지··· 아니면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일이 좋아졌는지···”

“어렵네요··· 인간들의 세상은 참 복잡하네요··· 계절이 100번이 바뀌는 것도 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는 지도 잘 모르고··· 나라면 그렇게 짧은 시간을 산다면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만 하며 살텐데···”

그녀의 말에 차팀장은 잠시 멍해졌다.

그녀는 마치 가족이란 말처럼 인간들에게는 아주 당연하지만 무심코 지나쳐 버린 명사처럼 인간의 삶의 존재 가치를 잊고 살고 있던 차팀장 자신을 깨우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