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타린 : 승리... 하지만
은율의 설명에 한실장도 꽤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장대표와 텔레파시를 주고 받았다.
“한실장님. 그렇게 인상을 쓰시면서 하지 않아도 되요···ㅎㅎ”
은율이 한실장을 놀리듯 말했다.
한실장도 멋쩍은 지 고개를 돌려 먼 곳을 바라보았다.
“박대표님. 저거···”
한실장이 말을 잇지 못하고 멀리 성 밖 마을 너머를 가리켰다.
은율이 한실장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마자 성문 위에 있는 나팔수들이 일제히 나팔을 불어 댔다.
“뿌우우~웅, 뿌우우~웅”
한실장이 가리킨 곳에서는 자세한 형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뿌옇게 흙먼지가 일고 있었다.
그 흙먼지가 성 밖 마을을 덮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간혹 흙먼지 사이로 뭔가 자잘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것들은 마치 들짐승들 처럼 이리저리 달리며 보이는 민가를 닥치는 데로 휩쓸고 다녔다.
성 벽 위에 있는 병사들은 할 말을 잃은 채 그것들이 여기저기 활개치고 다니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은율과 한실장도 바싹 긴장 한 채 그것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괴물들이 성벽 앞에 올 때까지 절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마세요! 그것들을 한번에 물리치려면 때를 잘 기다려야 합니다···”
은율이 월터 경을 향해 외쳤다.
패트릭을 비롯한 성벽 위에 궁수들도 이 외침을 듣고는 겨누던 활을 내려놓고 전방을 노려 보며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이미 마을 전체는 쑥대밭이 되었고 먹이를 찾지 못한 괴물들이 하나, 둘 성을 향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그것들은 이미 인간의 모습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듯 했다.
병사의 옷을 입은 것도 있었고,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있었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온 몸 여기저기가 피로 물들어 있었고 배고픔에 굶주린 듯 눈에 초점을 잃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빨랐다.
성 밖 마을들을 덮친 지 채 30분이 되지 않았는 데도 이미 거의 모든 집들을 헤집어 놓은 듯 했다.
이제 그것들의 목표가 성으로 바뀐 듯 했다.
하나 둘 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 모두들 준비해 주세요... 이것들이 다리 앞까지 닥치면 먼저 다리 위에 장작 더미에 불을 붙여 길을 막을 겁니다. “
은율이 패트릭과 궁수들을 향해 외쳤다.
“그러면 그것들은 더이상 앞으로 오지 못하고 다리 건너편 장작더미 안으로 모여 들 겁니다. 여기에 다 모여들었을 때 한꺼번에 불을 질러 다 태워버려야 합니다!!”
은율의 외침에 모두들 긴장하며 달려오는 괴물들을 노려 보았다.
드디어 다리 건너편의 장작더미에 괴물들이 도달했다.
그런데 그것들이 장작더미 앞에서 뭔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매캐한 신너 냄새가 익숙지 않아서 인 듯 했다.
괴물들은 코를 킁킁거리며 이제까지 달려오던 기세와는 달리 조심스럽게 장작더미 사이를 가로질러 조금씩 다가 오기 시작했다.
그 것을 보던 은율은 있지도 않은 심장이 쪼그라 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저것들이 이 안 쪽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세워 놓은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괴물들은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분명히 다리 앞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다리 안으로 몇이라도 들어오면 바로 불을 붙일 수 있도록···”
은율의 이 말에 패트릭과 궁수들은 저마다 화살촉 끝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다리 건너편에는 불이 붙지 않도록 신중을 다해 주세요···”
다리 너머와 다리 위의 사이에는 간격이 좀 있긴 했지만 자칫 화살이 잘못 날아가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제 셋 정도의 괴물이 다리 위로 올라왔다.
은율의 입술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셋 뒤로 둘 정도가 더 다리위로 올라오자 은율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소리를 외쳤다.
“발사!!!”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십여 발의 불화살이 다리 위를 향했다.
다리는 화살이 꽂힘과 동시에 거센 불기둥이 솟았다.
“캬아~악 크~ 크~ 캬악~”
다리 위에 있던 괴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
온 몸을 비틀던 괴물들은 이내 잠잠해지며 그 형체를 잃어갔다.
뒤따라 오던 괴물들도 갑자기 일어난 불꽃에 뒷 걸음을 치며 당황해 했다.
그리고는 성을 향해 달려오던 괴물들이 전진하지 못하던 앞 쪽의 괴물들로 인해 다리 건너편 반원 모양의 장작 더미 위에 차곡차곡 쌓였다.
성 벽 위에 궁수들은 다시 한번 기회를 노리며 화살촉에 불을 붙여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마을 쪽에서 달려오고 있던 괴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뭉쳐져 있는 괴물들의 혼란 속으로 뛰어 들었다.
어떤 괴물은 다른 괴물에 밀쳐져 다리 밑 강 속으로 밀려 떨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에서 봤던 것 처럼 그 괴물들은 물을 꽤나 싫어 하는 듯 보였다.
그도 그런 것이 이 괴물의 창조 역시 현실의 개발자들이 다양한 영화를 참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괴물들이 장작더미 위로 올라 온 듯 했다.
대략 1,000에서 2,000정도의 수로 보였다.
은율은 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을 넘어 마을 쪽을 바라 보았다.
이제 마을 쪽에서 뛰쳐 나오는 괴물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듯 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발사!!! 발사!!!”
다리 건너 편의 장작더미로 십 여개의 불화살이 또 날아들었다.
괴물들은 날아든 화살이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 줄 모른 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확~ 화르르륵”
장작더미에 불이 붙었다.
신너의 위력은 대단했고, 그 위력으로 괴물들은 피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이 단숨에 화마에 휩싸였다.
“캬~악 캭~ 캭~”
여기저기 괴물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고, 불이 붙은 채로 그 곳을 벗어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괴물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 조차도 얼마 가지 못해 쓰러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장작더미와 함께 불에 타버린 괴물 때문에 성 위에서 까지 고기 타는 냄새가 역겹게 올라왔다.
성 벽 위에서 이를 내려다 보고 있는 은율과 병사들은 숨도 멈춘 채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긴장을 놓지 않고 있는 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불에 탄 몸으로 여기저기로 뛰고 있는 괴물을 놓치지 않고 쏘아 보고 있었다.
불길이 오른 지 20여 분이 지나자 괴물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직 불꽃은 검은 연기와 함께 기세가 줄 지 않은 채로 타오르고 있었다.
혹시 마을 쪽에서 늦게 나와 아직 살아있는 괴물이 있을까 확인을 하고 싶었지만 신너로 인해 내 뿜어진 검은 연기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가 흘렀을까.
성 밖에서 타오르던 불로 인해 생긴 매캐한 연기는 성 안 쪽으로 들어와 다들 눈을 비비며 기침을 했다.
그래도 은율은 성 밖의 움직임을 놓칠 수가 없었다.
월터 경은 연기 때문인 지 기침을 심하게 했다.
“월터 경님. 잠시 자리를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는 저희가 지키고 있다가 상황이 좀 확인이 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
“아니요··· 콜록! 괜찮습니다. 큼~큼~ 제 일입니다. 아직 버틸만 합니다··· 콜럭~”
월터 경은 연신 기침을 쏟아내면서도 자리를 지키겠다 고집을 피웠다.
“그나저나 괴물들은 대충 다 불에 타 죽은 것 같은데요···”
옆에 있던 패트릭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대충 없애서는 안됩니다. 하나라도 남으면 그게 또 새로운 씨앗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은율의 말에 머쓱해진 패트릭은 비비던 눈을 부릅뜨고 성 밖을 주시했다.
이제 신너로 인한 불은 다 타버렸는 지 연기의 색이 점차 흰색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한결 시야 확보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장작더미에 붙은 불은 아직 기세가 거셌다.
그리고 불이 난 주위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성문 안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궁금했는 지 연신 궁수들에게 바깥의 상황을 물었다.
궁수들이 전한 소식에 성 안은 조금씩 소란스러워 졌다.
그 때 누군가 소리를 쳤다.
“우리가 괴물들을 다 물리쳤다!!”
“괴물들이 다 타 죽어 버렸어!!!”
그 말에 성 안에서 숨죽이며 기다리던 병사들과 사람들이 기쁨에 소리를 내질렀다.
그들을 바라보던 은율도 왠지 뿌듯하고 기뻤다.
무엇보다 하나의 생명도 잃지 않고 괴물들을 무찌른 것에 감격했다.
그 때 옆에 있던 한실장이 은율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근데 저건 뭐죠?”
한실장이 연기 너머의 뭔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곳엔 누군가가 검정색 옷에 후드로 머리를 가린 채로 검정색 말위에 올라 성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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