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 라드가니아 : 드워프의 왕
그 문은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도 꽤 높아 보였다.
길을 안내하던 드워프는 큰 문 아래 쪽에 있던 조그마한 쪽 문을 열고는 한실장과 장대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한실장과 장대표는 그 문으로 들어가려면 한참을 몸을 숙여 거의 기어가다시피 해서 들어가야만 했다.
겨우 그 문을 통과하고 나서 몸을 일으킨 두 사람은 그 안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제까지 지나오면서 봐 왔던 복도의 장신구는 이 안에 있는 휘황찬란한 보물들에 비교하기에는 그저 새발의 피 정도 밖에는 되지 않았다.
방의 거의 모든 장식들은 모두 금으로 만들어 진 듯 보였고, 문에서 부터 왕이 앉아 있는 왕좌까지 이어진 곳까지는 폭신한 카페트로 깔려져 있었으며 왕좌의 뒤에는 커다란 괴수 모양의 금으로 된 동상이 왕좌 아래에 있는 이들을 노려 보고 있었다.
한실장과 장대표는 이런 거대한 금으로 된 동상에 위압감에 위축이 되어 저절로 몸이 움츠려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겨우 쳐다 보게 된 왕은 비록 드워프이기에 그 몸집은 작았지만 얼굴과 풍채에서 풍기는 위엄이 여느 드워프와는 다르게 느껴졌다.
“퓨멀! 무슨 일이냐··· 어찌 저들을 여기로 끌고 왔느냐!!”
왕의 우측에 서 있던 긴 수염의 드워프가 여기까지 한실장과 장대표를 안내해 온 드워프에게 물었다.
“네··· 스테간님··· 이들이 전하를 뵙기를 간청하기에 이렇게 끌고 왔습니다···”
“아니··· 어찌 한낱 인간 따위가 전하를 뵙기를 원한단 말이냐··· 내가 저들을 절대 밖으로 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스테간이라 불리는 드워프는 화가 난 듯 퓨멀이라 불리던 드워프에게 호통을 쳤다.
그렇게 총을 쏘아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아 보였던 퓨멀은 스테간의 호통 소리에 두려운 듯 허리를 숙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게 아니라···”
“어디 한 번 말해 보아라··· 저 자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무엇인가?”
왕좌에 앉아 있던 드워프의 왕은 의외로 온화한 목소리로 두려움에 움츠려 있던 퓨멀에게 물었다.
“네··· 저들이 저희가 이전에 보지 못하였던 무기를 가지고 있기에 보통의 인간은 아닌 듯하여 이렇게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네 손에 든 것이 그 무기인가?”
왕이 퓨멀의 손에 든 한실장의 BB탄 총을 가리키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이 것은 엘프들이 가지고 있는 활과 비슷하게 무언가를 날리는 무기인 듯 한데··· 희한하게도 그 것은 불꽃으로 변하여 맞춘 상대에게로 가서 터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 그런 무기가 있었단 말인가?”
왕은 스테간이란 드워프의 대신으로 보이는 자를 바라 보며 물었다.
“아닙니다··· 저는 이전에 한 번도 그런 무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는 분명 마법사들이 마법을 걸어 둔 요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스테간의 대답에 퓨멀은 자신이 이상한 물건을 가져왔음을 느꼈는 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 저 인간들은 저희들이 잡아 올 때부터 이상한 환영 같은 것을 들여다 보고 있었으며 이상하게 생긴 수레를 타고 다녔습니다··· 이는 분명 요사스러운 마법사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런 스테간의 말에 한실장은 이 드워프들이 자신을 계속 지켜 보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렇게 대화가 오고 간다면 한실장과 장대표는 꼼짝없이 요사스러운 마법사로 몰려 다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힐 것 같았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는 절대 마법사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이 곳을 지나가던 여행자에 불가합니다···”
“그런 자들이 왜 엘프들의 병영으로 찾아갔느냐··· 이미 우리들은 너희들의 모든 것들을 보고 있었다··· 분명 엘프들과 함께 우리들을 치러 온 마법사들임에 틀림이 없지 않느냐!”
스테간은 화가 났는 지 한층 언성을 높여 한실장을 꾸짖으며 말했다.
“자··· 스테간 잠깐 진정 좀 하시오··· 내가 저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소···”
왕이 대신을 진정시키며 온화한 얼굴로 한실장과 장대표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그러자 스테간도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물건이 그대들이 가져 온 무기가 맞는가?”
“네··· 맞긴 합니다만··· 그 무기는 누구를 헤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희를 공격하려는 야생 동물들이나 놀래켜 쫓으려는 물건일 뿐 입니다··· 그리고 절대 여기있는 자들 중 아무도 해를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한실장은 적극적으로 자신들이 해로운 사람들이 아님을 설득하려 했다.
“퓨멀··· 정말 저들이 너희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느냐?”
왕은 한실장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퓨멀에게 물었다.
“네··· 이 무기 때문에 저희가 꽤 놀라기는 했지만 이 물건에서 나간 불꽃은 소리만 컸지 저희의 몸을 상하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그 무기를 저들에게 주어 봐라··· 그리고 너희들은 그 무기가 해롭지 않음을 증명하라···”
왕은 퓨멀에게 들고 있던 총을 한실장에게 돌려 주라고 명령했다.
“안됩니다··· 전하··· 저 물건이 어떠한 위력이 있는 지 모르는 상태에서 저들에게 돌려 줄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전하께서 위험해 지실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스테간이 왕의 명령을 가로 막으며 반대를 했다.
“괜찮소··· 그대는 나를 모르오? 내가 저까짓 물건에 몸을 상할 그런 나약한 이로 보는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얼른··· 그것을 저들에게 주어라···”
왕은 웃음 띈 얼굴로 다시 한 번 퓨멀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퓨멀은 마치 어떠한 사고라도 치면 당장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 듯한 험한 얼굴을 하고서는 한실장에게 총을 건냈다.
“자··· 이제 그 무기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라···”
왕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실장은 총을 받아 들고는 잠깐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이 총이 그리 해롭지 않은 지 증명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총에서 탄창을 빼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BB탄 총알을 몇 개 빼어 들고는 말을 시작했다.
“이 것이 이 무기를 통하여 발사되는 알맹이 입니다··· 보시다 시피 사람을 해칠 정도로 뾰족하지도 않고 돌맹이처럼 단단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발사되어 물건에 부딪치면 소리와 함께 불꽃을 내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한실장은 BB탄을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러자 BB탄은 바닥에 부딪혀 ‘펑’ 소리와 함께 불꽃을 튀겼다.
BB탄의 터지는 소리에 방 안에 있는 드워프들이 깜짝 놀랬다.
그리고 한실장은 다른 BB탄을 장대표를 향하여 집어 던졌다.
아무런 준비도 하고 있지 않았던 장대표는 깜짝 놀라며 ‘펑’ 소리와 함께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한실장을 쳐다 보았다.
한실장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왕을 쳐다 보며 말했다.
“이 것을 보시면 아시다시피 큰 소리와 불꽃으로 사람들이나 짐승을 놀래킬 수는 있지만 결코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것 참 희한한 물건이군··· 그 조그마한 물건이 어떻게 그리 큰 소리와 불꽃을 만들어 낸단 말인가? 스테간··· 그대는 이 전에 이런 물건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닙니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있는 듯 싶습니다··· 전에 동방으로 부터 온 자들이 불을 붙이면 이런 소리가 나는 가루를 가지고 다닌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테간은 놀란 눈으로 한실장이 들고 있는 BB탄을 바라 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희는 말씀하신 동방으로 부터 왔고 저희는 그것을 화약이라고 부릅니다··· 이 물건은 그 가루를 뭉쳐서 굳게 하여 만든 것입니다··· “
한실장이 스테간의 말에 살을 붙여 설명을 했다.
그리고 아까 스테간이 일행에게서 본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더했다.
“저희 일행이 보던 환영이나 타고 다니던 수레도 저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만들어 낸 물건일 뿐 절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마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 일행이 밖에 있는 엘프에게로 간 것도 그들에게서 저희가 찾고 있는 것을 물어 보려고 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한실장의 말에 왕은 잠시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한실장은 간절한 목소리로 왕에게 부탁했다.
“전하··· 저희 일행이 병이 든 채 저 밖에 홀로 남겨져 있습니다··· 저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저희 일행이 걱정될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로 끌려 오는 도중에 다른 일행도 잃어 버렸습니다··· 제발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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