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타린 : 승리 뒤에 오는 슬픔 I
“아프다는 사람이 가긴 어딜 가요!! 여기 앉아 있어요··· 치료 다 받고 가든가 말든가!!!”
차팀장이 도끼 눈을 뜨고는 은율을 노려 봤다.
차팀장의 말에 은율도 패트릭도 당황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우는 슬쩍 차팀장의 눈치를 보더니 조용히 은율에게 다가가서 SP를 충전해 주었다.
“패트릭··· 잠시만 기다려 줄래요? 치료 조금만 받고 저랑 같이 가요··· 혼자 가시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은율도 차팀장의 눈치를 보며 슬며시 패트릭에게 조용히 말했다.
한실장은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차팀장의 치료를 이어 받아 정우가 한실장의 SP를 충전해 주었다.
“살살 해 줘요··· 아프단 말이에요···”
뿔이 나 있는 차팀장이 쇠막대기를 은율에게 갖다 대자 어색해진 은율이 농담을 던졌다.
은율의 농담에 차팀장은 잠시 은율을 째려 보다가 이내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꾼 뒤에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히 다니세요··· 대표님이 많이 다치면 저희는 누가 돌봐줘요···”
“맞아··· 박대표··· 몸 조심히 하라구··· 차팀장이 이렇게 걱정하는데···”
장대표도 차팀장을 보며 씨익 웃으며 거들었다.
“알았어요··· 이제 좀비들도 거의 처리한 것 같은데요··· 뭘~ 얼른 마을 한 번 쓱 둘러 보고 돌아 올께요···”
은율도 미소 띈 얼굴로 차팀장을 안심시켜 주었다.
그러자 차팀장이 아무 말없이 은율의 손을 끌어 당겨 카터에 화면을 쳐다 보고는 쇠막대기를 거둬들였다.
“자!! 패트릭 이제 다 됐어요··· 이젠 몸이 하나도 안 아프네···ㅎㅎ”
은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팔을 빙빙 돌려 보며 말했다.
“장대표님··· 여기를 부탁해요··· 언제 한실장님 의식이 돌아 올 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장대표님하고 정우가 여기를 맡아 줘야 할 것 같아요···”
“걱정 말아요··· 이제 좀비들은 다 정리가 된 것 같은데··· 뭘~ 박대표나 조심히 갔다 와요···”
장대표가 주위를 한 번 쭉 둘러 보고는 말했다.
“패트릭 이제 가시죠···”
은율은 패트릭과 함께 마을 쪽을 향해 발을 떼었다.
차팀장과 정우는 은율과 패트릭이 가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지켜 보았다.
좀비들이 휩쓸고 지나 간 마을도 온전한 곳이 별로 없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모두 대피한 뒤라 피하지 못해 좀비에게 당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패트릭, 아론의 집에도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아침에 안토니가 데리러 갔었긴 했는데 혼자 성으로 돌아 왔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아론이 걱정 되서 마을로 와보려고 했던 거에요···”
은율과 패트릭은 그래도 혹시 숨어 있던 괴물이 있을 수도 있었기에 조심히 주위를 살피며 발 길을 아론의 집으로 향했다.
겉으로 봤을 때 아론의 집도 좀비의 공격을 받은 듯 보였다.
문은 반 쯤 부서진 채로 열려져 있었고, 창문도 활짝 열려 있었다.
은율은 조심스럽게 칼을 세워 들었고, 패트릭은 활 시위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아론!! 아론!! 안에 있나?”
패트릭이 집 앞에서 아론을 불렀지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아론!! 아론!!”
“카~아~악!! 칵! 칵!”
패트릭이 아론을 다시 부르자 집 안에서는 아론의 대답 대신 괴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은율은 칼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조심 스럽게 부서진 문 틈 사이로 집 안을 들여다 보았다.
집의 거실 쪽에서는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크~~윽 큭 큭 캬아~악”
하지만 집 안에서는 마치 경계라도 하는 듯 좀비의 목을 긁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 왔다.
은율이 조심스레 거실 쪽으로 들어섰다.
패트릭은 활 시위를 당긴 채로 거실 안 쪽을 겨누며 은율의 뒤를 따랐다.
몇 걸음 집 안 쪽을 향해 걷던 은율이 갑자기 자리에 우뚝 서며 칼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에드가가 누워 있던 방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영문을 모르던 패트릭은 은율의 뒤 쪽을 경계한 후 은율이 바라 보고 있던 곳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패트릭 역시 활을 내렸다.
그 방의 바닥엔 몇 개의 좀비 시체가 나뒹굴고 있었고 아론이 방 기둥에 밧줄이 묶인 채로 은율과 패트릭을 쏘아 보고 있었다.
“아론···”
패트릭이 자신을 쏘아 보고 있는 아론을 불렀다.
“캬아~악 캬아~악”
하지만 아론은 대답 대신 날카로운 소리로 그들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방 안에서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론 뿐만이 아니었다.
방의 안쪽에서는 가느다란 소리를 내는 또다른 괴물이 있었다.
에드가였다.
그 역시 처음에 안토니가 묶어 놓았던 침대에 똑같이 밧줄로 묶여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패트릭이 아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은율에게 물었다.
“아론이 이 방에서 끝까지 에드가를 지키려고 했던 거 같아요··· 괴물에게 공격을 당하면서 까지 이 자리를 떠나지 않구요···”
은율의 말에 패트릭은 방 바닥에 뒹굴고 있는 좀비들의 시체를 쳐다 보았다.
“그럼 아론을 저렇게 묶어 놓은 건 도대체 누군가요?”
“아마 자기 자신이었을 겁니다··· 자신이 좀비에게 공격을 당한 걸 알고 에드가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묶었을거에요···”
은율은 밧줄에 묶여 있는 있는 아론을 애처롭게 바라 보며 말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패트릭은 이러한 상황에 던져진 아론 부자의 불행을 눈 앞에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보니 괴물이 된 아론의 눈이 한 없이 슬퍼 보였다.
“패트릭··· 나가 계세요··· 제가 마무리 할께요···”
은율은 힘없이 슬픈 눈으로 아론을 바라보고 있는 패트릭에게 말했다.
“아뇨··· 제가 할께요··· 그래도 모르는 사람 보다는 친구인 저에게 죽는 것이 아론에게도 나을거에요···”
패트릭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가 아론이 썻던 칼을 집어 들었다.
은율은 아무 말 없이 아론의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차팀장은 한실장의 상태창을 계속 들여다 보았다.
처음 보다 심박 수가 많이 줄었다.
게임 속이다 보니 숨을 쉬는 지, 심장이 뛰는 지 알 수 없어 한실장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는 없었다.
장대표도 걱정이 되는 지 주위의 경계를 하다가도 수시로 한실장을 보러 왔다.
“한실장님!! 한실장님!! 정신이 좀 드세요?”
경계를 하기 위해 일어나려던 장대표가 차팀장의 목소리에 다시 한실장의 곁에 앉아 한실장의 상태를 살폈다.
“하~~아··· 어떻게 된거죠? 검은 말을 탄 사람은요?”
의식이 돌아온 한실장은 깨자마자 걱정하듯 물었다.
“이제 괜찮아요··· 박대표님이 쫓아냈어요··· 한실장님··· 많이 다치셨었어요···”
차팀장이 걱정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실장 어디 아픈데는 없어? 이제 좀 괜찮아?”
장대표도 한실장의 눈을 쳐다 보며 물었다.
“네··· 괜찮아요··· 아까는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한실장이 자리에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런데 박대표님은요?”
“패트릭하고 마을 쪽으로 가셨어요··· 혹시 남아 있는 좀비가 있나 확인해 보신다고 해서요···”
차팀장의 말에 한실장은 한결 마음이 놓은 듯 하다가 뭔가 다시 생각이 났는 지 또 물었다.
“이제 성은 괜찮아요? 괴물들은 다 죽었나요?”
“여기 남자들은 다 왜그래··· 한실장님··· 실장님··· 죽을 뻔 했어요··· 그만 걱정하시고 자기 몸이나 좀 살펴요··· 어디 안좋은 데 없는지···”
차팀장이 야단치듯 한실장을 다그쳤다.
그러자 한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뒤로 꺽어보고 팔도 앞으로 뻗어보며 말했다.
“네··· 걱정 마세요··· 이제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제 저도 마을로 한 번 가 볼께요··· ”
“한실장··· 박대표가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마을은 그 쪽에 맡겨 놓고 여기서 기다려 보자구··· 괜히 움직였다가 엇갈리지 말고···”
이번엔 장대표가 한실장을 야단치며 말렸다.
장대표의 말에 한실장도 아무말 없이 마을 쪽을 바라 보았다.
그 때 마을 쪽 저 멀리서 은율이 보였다.
마을 쪽으로 갔을 때와는 달리 은율과 패트릭은 거리를 둔 채로 따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힘 없이 어깨를 축 늘어 뜨린 채로 천천히 걸어 오고 있었다.
“박대표···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은율이 일행에게 도달하자 장대표가 무표정한 그를 향해 물었다.
“아뇨··· 별 일 없었습니다··· 다만···”
은율은 무슨 일인 지 말 끝을 흐리고 말았다.
“왜요? 마을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답답한 마음에 차팀장이 재촉하 듯 물었다.
“네··· 아론과 에드가요···”
일행은 침울한 표정으로 아론과 에드가를 언급한 은율의 말에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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