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 타린 : 전쟁의 전조 III
“네 그래야죠. 제가 꼭 대피 시킬게요. “
안토니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으로 말했다.
“네··· 하지만 만약 에드가의 상태가 좀 안 좋다 거나, 괴물로 이미 상태가 변해 버렸다면 꼭 설득해서 아론만 이라도 꼭 데리고 오셔야 해요···”
은율의 말에 안토니가 잠깐 당황하며 대답을 주저했다.
“안토니··· 에드가가 이미 괴물이 되었다면 이 성 안으로 아론과 같이 데리고 들어 올 순 없어요··· 아시잖아요··· 하지만 아론은 어떻게 하든 살려야 하잖아요···”
“아론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 친구한테 에드가는 저한테 길버트와 같아요··· 에드가가 어렸을 때 아내를 잃고 그 아이 하나만 키우며 살아온 친구에요..”
은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론 마저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설득해 주세요···”
“네··· 노력은 해 볼께요···”
고민하던 안토니는 뭔가 다짐을 한 듯 대답했다.
식사를 다 마친 후 시간을 보니 이미 8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다들 배도 불렀고, 피곤이 몰려오다 보니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더이상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죠?”
차팀장이 졸린 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아마도 그럴꺼야··· 게임 룰 상 10시가 지나면 모든 것이 멈추게 되니까··· “
윤이사가 침대에 걸터 앉은 채로 말했다.
“아마도 내일은 힘든 날이 될 거에요··· 오늘은 푹 주무시고 체력을 비축해 두세요···”
은율이 윤이사를 보며 말했다.
“대표님은 아직 여기에 적응이 덜 되셨네···ㅎㅎ 여기에서 체력은 쉬거나 잠을 자는 거랑은 상관이 없어요···”
차팀장이 은율을 놀리 듯 말했다.
“이게 습관적인 멘트라··· ㅎㅎ 체력보다는 마음의 준비를 잘 해 두세요···ㅎㅎ”
은율도 멋쩍은 웃음으로 말했다.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마음인 지 잘 모르겠네···ㅎㅎ”
장대표도 한 마디 거들었다.
성주가 은율 일행에게 편안히 잘 수 있도록 방을 두 개 더 마련해 줬지만, 윤이사와 차팀장도 걱정이 되고, 떨어져 있으면 위급할 때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그냥 처음 방에서 다들 같이 자기로 했다.
방이 그렇게 넓지는 않아 침대를 두 개만 더 꺼내서 두 명씩 같이 자기로 했다.
은율은 푹신한 잠자리에 누웠지만 몹시도 피곤함에도 금방 잠에 들지 못했다.
정우도 은율의 마음과 같은 지 침대에 누워서 모니터를 꺼내 놓고 있었다.
“정우야··· 우리 잘 할 수 있겠지?”
은율이 걱정스런 마음으로 애꿎은 정우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힐끗 옆을 돌아보자 정우는 모니터를 꺼내 놓은 채로 기절한 듯 잠에 들어 있었다.
하기야··· 정우도 오늘은 꽤 고생이 많았었다.
은율은 정우의 모니터와 키보드를 옆에 치워 놓고 정우의 이불을 끌어서 잘 덮어 주었다.
“수고했다··· 정우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은율이 말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조용히 일어나 창문 쪽으로 갔다.
밖은 꽤나 어두워져 있었다.
시간을 보니 9시45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 너머 먼 곳을 한 번 둘러 보았다.
아직 연기 같은 것이 보이지는 않았다.
“별다른 일은 없죠?”
갑자기 은율의 뒤에서 차팀장이 조용히 말을 걸어 왔다.
“아직 안 주무셨어요?”
깜짝 놀란 은율이 물었다.
“제가 보이는 것과는 달리 좀 예민해서요··· 잠자리를 좀 가려요···ㅎㅎ”
차팀장이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걱정이 많이 되죠?”
은율이 웃고 있는 차팀장에게 물었다.
“박대표님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예요··· 전 걱정 안해요··· 이사님이 걱정이지···”
“그러게요··· 몸이 원래 안좋으셔서 그런지 정신적으로 꽤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요···”
은율은 자고 있는 윤이사를 흘깃 쳐다 보며 말했다.
“안그래도 아까 윤이사님 상태를 보니까 HP가 또 깎여 있더라구요··· 회복을 시켜 드렸는데··· 그래도 내일처럼 큰일이 닥치면 어떨 지 걱정이 좀 되네요···”
“차팀장님이 옆에서 윤이사님을 좀 잘 돌봐주세요··· 걱정 하시지 않게···”
창 밖의 풍경을 쳐다 보고 있는 차팀장에게 은율이 말했다.
그러자 차팀장이 은율을 보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해야죠··· 저희가 많이 힘이 못되 드려서 어떻게 해요?”
“아니에요···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방해만 되지···”
은율이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진지하게 말했다.
“어머! 제가 싸움을 얼마나 잘하는데요··· 윤이사님 때문에 제가 나서지 못해서 그렇지 내가 한 번 나서봐··· 그냥···어··· 다··· 죽었어···아주···”
은율의 농담에 차팀장도 주먹을 공중에 휘두르며 맞장구를 쳤다.
“ㅎㅎ 그럼 제가 위급해 지면 최후의 보루로 차팀장님을 부를께요··· 꼭 와서 도와 주세요···ㅎㅎ”
“네··· 하지만··· 그럴 일은 없길 바래요···ㅎㅎ”
둘은 서로를 쳐다 보며 조용히 웃음을 나눴다.
“만약 우리 작전이 실패하게 되면 어떻게 해요?”
차팀장이 금새 걱정이 되는 듯 물었다.
“성공하게 만들어야죠··· 그래도 실패를 하면 성문 굳게 걸어 잠궈 놓고 신너 뿌리면서 어떻게든 버텨야죠···”
“잘 돼야 할 텐데요···”
차팀장이 금새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걱정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ㅎㅎ 방에서 윤이사님하고 잠시 담소나 나누고 계시면 다 끝나 있을거예요···ㅎㅎ”
“하~~ 아까는 믿음직스러웠는데··· 지금은 웬지 더 걱정이 되는데··· 어떻게 하지? ㅎㅎ”
차팀장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은율을 쏘아 보며 말했다.
“자 그러니까 그만 걱정하시고··· 기절하시기 전에 침대에 들어가서 편히 주무세요···ㅎ”
은율은 차팀장을 침대 쪽으로 밀며 말했다.
“대표님도 편히 쉬세요··· ㅎㅎ 내일 아침에 뵈요···”
은율은 차팀장이 침대에 눕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기절한 듯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침이 되자 일행은 모두 부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꺼내놨던 침대도 카터에 다시 넣고, 어제 만들어 놨던 신너도 병사들과 함께 성문 밖 반달 모양의 장작더미 근처와 성벽 위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는 성주가 보내 준 아침 식사를 간단히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은율과 한실장은 정우가 복사해 준 소총을 집어 들고 성벽으로 향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감시할 목적도 있지만 그 후에 성 밖의 사람들이 잘 대피하는 지 파악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장대표는 방 안에서 윤이사와 차팀장을 보호하기로 했고, 정우는 혹시 몰라 추가로 신너를 더 만들기로 했다.
성벽에 도착하여 보니 패트릭과 월터 경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잘 쉬셨어요?”
패트릭이 은율과 한실장을 보고서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은율도 동양식으로 패트릭과 월터 경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 주었다.
“장작과 짚더미들을 잘 배치해 주셨네요···”
은율이 월터 경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네··· 하지만 불이 잘 붙을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준비는 한다고 했는데···”
월터 경은 아직 걱정을 놓지 못했다.
“패트릭··· 여기서 활로 저기까지 쏘아 맞출 수는 있을까요?”
은율이 손으로 반달 모양의 장작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그거야 어렵지 않죠··· 그래도 제가 타린성 제일가는 사냥꾼인데요···”
“그럼 이거 한 번 보시죠···”
은율은 성벽 위로 옮겨 놨던 신너 통을 하나 따서 조금씩 성 위에 일 자로 뿌렸다.
그리고는 화롯대의 불이 붙은 장작을 하나 들고 땅 위에 뿌린 신너의 한 쪽 끝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불은 신너가 뿌려진 길을 따라 순식간에 옮겨 붙었다.
그 모습을 본 월터 경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겉보기엔 그냥 물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불이 잘 붙나요?”
“네··· 우리가 살던 지역에서 나오는 건데··· 땅 속에 묻혀있는 기름 같은 거예요···저희는 이 것으로 난방도 하고 여러 가지로 사용하고 있어요···”
은율은 신기해 하고 있는 패트릭과 월터 경에게 애둘러서 설명을 해주었다.
“아~ 그럼 이 물을 저기 장작더미에다 뿌리면 쉽게 불이 잘 붙겠네요···”
패트릭이 성벽 너머 장작더미 옆에 가져다 둔 신너를 가리키며 말했다.
“맞아요··· 그냥 잘 붙을 뿐만 아니라 엄청 빨리 불을 붙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괴물들이 전부 장작더미로 들어 왔을 때 한 꺼번에 불을 붙여 태워 버려야 해요···”
“그럼 순식간에 그 괴물들은 숯덩이가 되겠군요···”
월터 경은 이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얼굴에 온화한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네··· 혹시라도 그 불을 뚫고 성벽 가까이 오는 것들이 있다면 여기에 있는 이 물을 아래로 뿌린 다음에 불화살로 불을 붙여 태우면 되구요···”
은율이 신너 통을 하나 들고 아래로 들이 붓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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