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 에덴 : 시간에 갇히다 I
“네. 제 힘 닿는 만큼 열심히 해 볼께요. 제가 나중에 살아야 하는 도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
은율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기대가 되네요. 나중에 제가 살 집도 하나 근사하게 만들어 줘요. “
장대표도 덩달아 내집 마련의 꿈을 꾸었다.
“자 그럼 우리는 나가 볼께. 장대표님하고도 그렇고 박대표님하고도 작성 해야 할 서류가 있어서. 차팀장이 정우 데리고 아까 얘기한 거 잘 마무리 해주고···”
윤이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차팀장에게 당부를 하고서는 정우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우야 아빠 잘 만나고 와. 그리고 우리 또 자주 보자. “
정우가 윤이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차팀장 내가 먼저 나가서 서류 준비하고 있을테니까 다른 분들 로그아웃 하는 거 좀 도와 드리고··· 그럼 나가서 뵐께요. “
윤이사가 장대표와 은율에게 말하고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의 모니터에는 붉은 바탕에 200이란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고. 상단에 17이란 타겟 룸이 보였다.
윤이사가 타겟 룸 번호를 1로 바꾼 뒤 아래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숫자가 200부터 1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삐~익, 삐~익’
날까로운 부저음이 들린 건 숫자가 100에 도착해서 였다. 곧이어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Warning··· Warning··· 시스템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였습니다. ‘
윤이사도 차팀장도 당황한 표정으로 문에 달린 모니터와 대형모니터 건너편에 모니터링 룸에 있는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문에 있는 작은 모니터에는 붉은 빛이 점멸되고 있었고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차팀장이 문으로 달려가 모니터에 뭔가 입력을 하려 했지만 도통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윤이사는 모니터링 룸에 있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큰 소리로 말했지만 전혀 소통이 안되는 것 같았다.
숫자가 200을 넘어서자 천천히 올라가던 숫자의 속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은율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넋을 놓고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숫자의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지자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랙이 걸린 것처럼 깜빡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당황한 듯이 주위의 벽이나 탁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이제 귀를 찢는 듯한 워닝 소리도 뚝뚝 끊겨 들렸다.
그리고 은율은 자리에서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
“대표님!! 대표님!!”
마치 저 멀리 동굴 안 쪽에서 들리는 소리같은 부름에 은율이 눈을 떴다.
아직 완전히 정신이 돌아 오지 않았는 지 은율 앞에서 은율을 부르고 있는 형채가 뿌옇게 보였다.
“대표님. 정신이 좀 드십니까?”
은율이 눈살을 찌푸려 은율을 흔들어 깨우던 형체를 자세히 쳐다보자 그 형체가 말했다.
“저 한실장입니다. 알아 보시겠어요?”
이제 한실장이 뚜렷이 보였다. 그리고 엄청난 두통이 밀려왔다.
“대표님. 쓰러지시면서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셨어요. 조금만 그대로 누워계세요. “
어쩐지 뒷통수 부분이 얼얼한 것이 바닥에 꽤 심하게 부딪친 것 같았다.
은율은 누운 채로 주위를 둘러 봤다.
아직도 문 쪽 방향에서 워닝 소리가 계속 들려 왔다.
얼핏 봐서는 지금까지 일어나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은 한실장 뿐인 것 같았다.
은율도 그냥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몸을 일으켜 세우니 머리가 더 아픈 듯 했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은 했다.
일어서서 보니 나가는 문 쪽에는 차팀장이 쓰러져 있었고 큰 모니터 쪽에는 윤이사가, 들어온 쪽 문에는 장대표와 정우가 쓰러져 있었다.
한실장이 장대표를 깨우고 있기에 은율은 탁자에 손을 짚으며 문 쪽에 차팀장에게로 갔다.
차팀장은 다행히 문에 있는 모니터를 조작하다 쓰러졌는 지 크게 충격을 받지는 않은 듯 했다.
“차팀장님!! 정신 차려 봐요!! 차팀장님!!”
은율이 차팀장을 흔들어 깨우자 조금씩 차팀장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아~ 대표님. 어떻게 된거예요?”
“모두들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요. 괜찮아요? 어디 안 좋은 곳은 없어요?”
차팀장이 머리를 감싸 안고 애써 정신을 차리려 했다.
“괜찮아요. 윤이사님은요?”
“아직 못 깨어나셨어요. 잠깐만 쉬고 있어요···”
차팀장이 일어나 벽 쪽에 기대어 있는 것을 보고 은율은 윤이사 쪽으로 움직였다.
“윤이사님!! 윤이사님!! 정신 차려 보세요···”
윤이사는 쉽게 깨어나질 못했다.
“윤이사님이 심장이 좀 좋지 못해요.”
차팀장이 외쳤다.
무심결에 은율이 윤이사의 가슴에 귀를 대 보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은율은 차팀장을 보며 말했다.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하지만 차팀장은 신경쓰지 않는 듯 손목에 찬 기기에서 모니터를 하나 띄워 보고 있었다.
“다행히 심장은 괜찮아요··· “
그리고는 문 옆에 있는 창을 통하여 바깥쪽의 의자에 앉아 있는 윤이사를 쳐다 보았다.
그제서야 은율은 윤이사의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이유를 알았다.
‘아~ 에덴 안 이었지··· ‘
“윤이사님!! 정신 차려 보세요··· 윤이사님!!”
“제가 깨워 볼께요··· 정우 좀 도와 주세요···”
차팀장이 은율의 옆으로 와서 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장대표도 다행히 깨어난 듯 했고, 정우는 스스로 깨어나 벽에 기대어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정우야 괜찮니? 나 알아 보겠어?”
정우는 괴로운 듯 보였지만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네··· “
은율이 정우의 손을 얼굴에서 떼며 정우 얼굴 상태를 살폈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 여기서는 상처도 나지 않겠지?’
“정우야 얼굴이 아프니?”
정우가 계속 얼굴을 감싸 안고 있었기에 걱정된 은율이 정우에게 물었다.
“네··· 좀··· “
정우는 정신을 잃으면서 얼굴 쪽으로 넘어진 것 같았다.
“정우야 뒤로 기대서 좀 쉬고 있어··· 아저씨가 다른 사람들 좀 보고 올께··· 많이 아프면 아저씨 부르고···”
은율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윤이사를 향해 가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장대표에게 말했다.
“대표님··· 괜찮으세요?”
“네··· 이제는 좀 견딜만 하네요···”
장대표가 괜찮아 보이자 한실장도 윤이사 쪽으로 몸을 틀었다.
“박대표님··· 저쪽 구석에 냉장고 있을거예요··· 거기서 물 좀 가져다 주세요···”
차팀장이 은율에게 부탁했다.
은율은 서둘러 구석에 있는 냉장고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팀장님 아무 것도 없어요···”
냉장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모니터, 모니터···”
차팀장이 외쳤다.
‘아~참. 모니터에서 선택을 해야 하지!!’
은율은 냉장고 문을 닫고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모니터에서 음료, 물을 차례로 선택한 후 냉장고 문을 열었다.
역시 물이 있었다. 자꾸 봐도 신기하지만 지금 은율은 신기해 할 겨를이 없었다.
물을 받은 차팀장은 한 손을 물에 적셔 윤이사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는 윤이사의 입 쪽에 조금씩 물을 흘려 주었다.
그러자 드디어 윤이사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차팀장··· 어떻게 된거야?”
정신을 차린 윤이사가 얼굴에 묻은 물을 손으로 닦으며 물었다.
“글쎄요··· 아직 저도 무슨 일인 지 모르겠어요···아까 워닝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속도가 막 올라갔었는데···잠깐만요!!”
차팀장이 허겁지겁 나가는 문에 붙어 있는 모니터를 향했다.
“어머!!”
차팀장이 깜짝 놀라며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는 차팀장이 시선은 벽 쪽에 있는 커다란 모니터로 향했다.
모니터 쪽 사람들은 마치 화면을 정지 시켜 놓은 듯 놀라는 표정으로 멈춰져 있었다.
“뭐예요? 어떻게 된거예요?”
뒤 쪽에서 쉬고 있던 장대표가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차팀장은 아직 놀라 입을 떼지 못했다.
은율도 문 쪽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는 1,000,000 이란 숫자가 적혀져 있었다.
“헉!! 백만?”
장대표가 깜짝 놀라 외쳤다.
그 소리에 윤이사도 놀라서 자리에 일어나 밖으로 향해 있는 모니터링 룸을 쳐다 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럼 밖이랑 시간 차가 몇 배인거야?”
장대표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만 배! 은율은 그 시간의 차가 얼른 와 닫지 않았다.
“만 배네요··· 그럼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거죠?”
은율이 거꾸로 되 물었다.
“여기서 두 시간 45분 쯤 지나야 바깥에선 1초가 흐르겠네요···”
조용히 있던 정우가 말했다.
“그래서 저기 저 사람들 저러고 있는거야?”
장대표가 모니터링 룸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한실장이 아직 놀라 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는 차팀장에게 물었다.
“그··· 글쎄요··· 저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 거라··· 저희가 실험할 때도 최대로 해 본 게 천 배 였었거든요···”
차팀장이 윤이사를 바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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