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세트라티 : 지피지기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우리가 그 놈과 싸우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거에요··· 하지만 첫 번째의 경우가 우리에게 조금 더 유리할 거예요··· 우린 그 놈에 대해 알지만 그 놈은 우리에 대해 모를테니까···”
은율이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우린 타린에서 보다 무기도 그렇고 스킨도 그렇고 더 강해졌잖아요···”
차팀장도 은율의 말에 힘을 더 실어 주었다.
“또··· 힘이 될 지 안 될 지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병사들도 함께 싸워 주기로 했으니 어쨌든 도움은 될거에요···”
조용히 듣고 있던 한실장도 거들었다.
“그런데··· 그 피를 빨아 먹는다는 게 좀비를 말하는 건가?”
장대표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게 걱정이에요··· 만일 좀비라면 피를 빨아 먹는다는 말 보다 물어 뜯어 먹는다는 표현을 썼을텐데··· 혹시라도 그게 좀비가 아니라 뱀파이어 같은 거라면 문제가 좀 있거든요···”
은율도 걱정스러운 듯 답을 했다.
“무슨 문제요?”
은율의 반응에 걱정이 된 차팀장이 물었다.
“음··· 좀비는 이성이 없어요···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죠··· 그래서 타린에서도 좀비를 죽이는 것 자체는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았죠···”
은율은 콜라를 다시 한 번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는 꽤 영리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단순한 싸움이 되진 않을거에요···”
“으~~ 뱀파이어라니··· 좀 끔찍하네요···”
차팀장이 몸서리를 치며 괴로워했다.
“하지만 뱀파이어라면 몇 가지 약점이 있지 않을까?”
장대표가 영화 속에 나타난 뱀파이어에 대해 떠올리며 말했다.
“맞아요··· 음··· 아! 십자가, 마늘··· 그리고 햇빛!”
차팀장도 영화에서 본 내용을 근거로 몇 가지를 생각해 냈다.
“아~~ 그래서 여기 시간이 거꾸로 된 거 아니에요? 뱀파이어가 햇빛에 약하니까··· “
가만히 듣고 있던 윤이사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맞네··· 그래서 주 활동 시간대가 밤으로 설정된 것 같아요··· 그럼 거의 뱀파이어가 확실하네요···”
은율도 확신 한 듯 말했다.
“그리고··· 성수, 성물, 은 같은 것들이 있네요···”
어느새 모니터를 꺼내 인터넷을 찾아 보던 정우가 말했다.
정우의 말을 들은 은율은 손가락을 튕기며 좋아하며 정우에게 물었다.
“그럼 정우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BB탄을 플라스틱 말고 은으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그럼 뱀파이어는 간단하게 처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가능할 거 같아요··· 쇼핑몰에서 은으로 만들어진 귀금속을 찾아내서 BB탄에 그 귀금속의 은의 속성을 입히면 되겠어요···”
은율의 말을 들은 정우는 바로 모니터를 보며 뭔가 작업을 시작했다.
“그럼 다음은 용인데··· 용은 약점이 뭐가 없을까?”
은율이 질문을 던지자 모두들 약속이라도 한 듯 조용해 졌다.
한참을 생각하던 한실장이 정적을 깨고 말을 꺼냈다.
“그 검은 말을 타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잃어버린 검 밖에는 없지 않나요?”
“그렇지··· 그 놈 말만 듣는 다는 거 보면 그게 확실히 용한테는 쥐약이겠네···”
장대표도 한실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그건 그 놈한테서 칼을 뺏은 다음에나 쓸 수 있잖아요··· 그 전에 맞부딪히게 된다면 싸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텐데···”
차팀장이 두 사람의 말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 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이번엔 장대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칼은 안될까? 드워프의 팔찌까지 차면 꽤 강력하지 않나?”
“글쎄요··· 되면 좋긴 한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덤비기엔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은율이 고민하며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렸을 때는 별 수 없잖아···”
“그건··· 그렇죠···”
장대표의 말에 은율도 동의했다.
“마취나 전기는 어떨까요? 당장 해치울 수는 없어도 급한 대로 시간을 끌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윤이사가 힐러나 마법사의 무기를 생각해 냈다.
“용도 생물이면 그것도 통하긴 할 것 같네요···”
은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그건 그 때 닥쳐서 생각하자구··· 지금 우리가 생각을 더 한다고 결론을 낼 수는 없으니까···”
모두들 장대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시고 있던 음료에 손을 올렸다.
“그럼 마지막으로 전설의 왕이 남았는데···”
“왕은 무슨··· 괴물이지···”
은율의 말에 장대표가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냈다.
“네··· 하여튼··· 그 놈과 싸우는 건 좀 많이 힘들었어요··· 일단 안 보여요··· 클로킹 능력이 있는 거 같은데··· 계속 공격을 당하면 능력이 줄어들면서 조금씩 보이긴 하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싸워?”
장대표는 계속 부정적인 어투로 말을 했다.
은율은 그런 말투가 계속 거슬렸지만 참고 말을 이었다.
“정우 말로는 멀리서는 보이는데··· 정작 싸우고 있는 당사자에 눈에만 보이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맞아요··· 그래서 저도 말이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흙먼지를 보고 위치를 파악했었어요···”
한실장도 자신의 경험했던 일을 말했다.
“그럼 누군가 멀리서 보면서 텔레파시로 계속 움직임을 알려주면 되지 않아요?”
차팀장이 뭐 별거 아니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아요··· 타린에서는 넓고 탁 트인 장소에서 싸웠으니까 그게 가능했지만 만약 성 안과 같이 좁고 사방이 막혀 있는 장소에서 싸우게 된다면 사용하기 불가능한 방법이니까요···”
“그렇겠네요··· 그리고 성 안이라면 바닥도 돌로 되어 있을텐데··· 그럼 흙먼지도 일어나지 않겠네요···”
한실장도 걱정스러운 말투로 은율의 말에 설명을 더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하는 것이 포인트겠네요···”
은율의 말에 모두들 머리를 싸메고 고민에 빠졌다.
“다 됐어요···”
고요한 적막을 깨고 정우가 뭔가를 손에 들고 말했다.
“이게 뭔데?”
한참 괴물을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던 은율은 정우가 내민 것의 정체를 잠시 깜빡했다.
“은으로 만든 BB탄이요···”
“아! 맞다··· 은으로 만든 BB탄이었지?”
은율은 정우에게서 건네 받은 BB탄을 뚫어지게 쳐다 보더니 갑자기 정우에게 큰소리로 물었다.
“정우야!! 혹시 쇼핑몰에 페인트 BB탄 파니?”
“그게 뭔데요?”
은율이 말한 걸 처음 들어 본다는 듯이 정우가 물었다.
“그거 있잖아··· 서바이벌 게임 같은 데 보면 BB탄인데 상대가 맞으면 피가 튄 것처럼 페인트로 표시가 되는 거··· 한실장님 혹시 모르세요?”
“알죠··· 서바이벌 게임하면 자주 쓰곤하죠···”
한실장도 뭔가를 깨달은 듯 흥분하며 대답을 한 뒤 정우를 쳐다 보았다.
“어··· 찾아··· 볼께요···”
정우는 은으로 만든 BB탄을 만드느라 일행이 보이지 않는 괴물에 대한 얘기를 못 들었던 것 같았다.
“그 놈하고 싸웠을 때 주로 불꽃으로 공격을 했었는데··· 불꽃은 금방 없어져 버리는 거라 클로킹에 효과가 없었지만 페인트라면 흔적이 남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은율은 확신을 가지고 설명을 했고 정우의 모니터로 자리를 옮겨 쇼핑몰 검색창을 함께 바라 보았다.
“이거!! 정우야! 이거 상세 화면 좀 봐봐···”
정우가 선택한 아이템의 상세 화면을 열자 은율이 기쁨의 환호성을 외쳤다.
“오케이!! 바로 이거야··· 이거면 그 놈의 클로킹을 깰 수 있을거야··· 이거 만들 수 있지?”
“네··· 뭐··· 할 수 있어요···”
은율의 환호성에 얼떨떨해진 정우가 더듬더듬 대답을 하고서는 페인트 BB탄 제작에 들어갔다.
은율과 정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일행들도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편하게 음료를 들었다.
“그럼 이제 싸움은 닥쳐 봐야 하겠네?”
장대표는 커피 음료를 마시며 말했다.
“저번처럼 막무가내로 덤비지 않으면 싸울만 할거에요···”
한실장은 저번 싸움에서 너무 허무하게 졌던 기억을 떠 올리며 뭔가를 다짐하 듯 말했다.
“그래도 조심하세요··· 쉴드가 다 없어지면 저번에 경험하셨듯이 진짜로 아프니까···”
차팀장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나저나 정우야 이 천막 말인데··· 방염 소재로 만들어 진 것 맞니?”
은율이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정우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우는 뭔가에 집중하면 아무것도 듣지를 못했다.
아무런 대답도 없는 정우 때문에 뻘쭘해진 은율은 칼을 들고 거기에 불을 붙이며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그냥 한 번 해보면 되지 뭐···”
그리고는 천막 문 쪽의 천 부분에다가 천천히 불을 붙여 보았다.
불은 천을 타고 흘렀지만 직접 천에 불이 옮겨 붙지는 않았다.
한참을 시도해 보던 은율은 만족한 듯이 칼을 거두며 말했다.
“여기 사는 분들의 집들이 용의 공격 때문인 지 다 허물어 져 가더라구요··· 그래서 이 천막을 쓸 수 있도록 복사해서 나눠 줘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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